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251화 (251/306)

< 251화. 시작. (1) >

실력은 모르겠지만 인기만은 세계 제일인 프리미어 리그!

전 세계의 모든 축구 애호가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개막이 하루 남았다.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는 프리미어 리그 18-19시즌을 수놓을 팀들은 다음과 같았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레스터 시티 FC.

리버풀 FC.

맨체스터 시티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번리 FC.

AFC 본머스.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 FC.

사우스햄튼 FC.

아스널 FC.

에버튼 FC.

왓포드 FC.

울버햄튼 원더러스 FC.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

첼시 FC.

카디프 시티 FC.

토트넘 홋스퍼 FC.

크리스탈 팰리스 FC.

풀럼 FC.

포츠머스 FC.]

정말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쟁쟁한 명단이다. 제일 가치가 낮은 구단마저 시가 1,000억은 가뿐히 넘는, 그야말로 돈다발들의 세계.

자고로 사람들은 화려한 장면을 선호했고 화려함의 정점에는 돈다발이 그득하기 마련이었다.

하여튼, 이래저래 돈과 인기만으로는 프리미어 리그가 제일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따라오는 ‘스포츠 갬블링’ 또한 프리미어 리그의 규모는 남달랐다.

남녀노소, 아니. 남녀노가 모두 즐기는 잉글랜드의 스포츠 베팅! 혹은 스포츠 겜블링.

어느 팀이 우승할지, 어느 팀이 어떤 순위를 달성하지, 어느 팀이 챔피언스 리그의 출전권을 확보할지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운을 시험했다.

혹은 통찰력을 시험했다.

이들 중 99% 이상의 절대다수는 돈만 잃고 땡전 한 푼 못 건졌지만, 포츠머스의 한 베팅 가게에 등장한 한 남자만큼은 예외였다.

“떴다! 그 남자가 떴어!”

“13-14시즌부터 쌓아 올린 신화의 주인공이 바로 저 사람이라고!”

“전 세계 스포츠 도박꾼들의 살아있는 신! 오늘 재수가 좋겠는데?”

웅성웅성.

구두부터 시계까지.

온몸을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한 남자가 등장하자 안 그래도 시끄러웠던 베팅샵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리 바이런! 잉글랜드 최고의 승부사!”

한 중년이 화려한 졸부의 이름을 외쳤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 바이런!

5년 전만 해도 평범한, 아니, 평범 이하였던 항구 노동자였던 30대 남자!

점심을 어떻게 먹어야지 저렴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던 일개 소시민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구두.

수천만 원을 자랑하는 시계.

수억 원을 뛰어넘는 명품 차.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상위 1%의 삶을 자랑하는 인물로 우뚝 섰다.

가히, ‘상전벽해’라는 사자성어에 가장 어울리는 인생이라 할 수 있었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삶!

이 삶의 원동력은 모두가 알 듯 5년 전 과감한 베팅으로부터 시작했다.

지극히 낮았던, 불가능에 가까웠던, 포츠머스의 4부리그 우승에 상당한 돈을 걸었던, 과감함!

이 과감함은 3천 파운드를 7만 2천 파운드로 만든 연금술이 되었고, 현대의 연금술사로 불리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한 노동자를 졸부로 만들기엔 충분한 명성이기도 했다.

이후 리 바이런은 갑작스럽게 얻은 명성을 잘 이용했고, 덤으로 계속해서 이어나간 과감한 베팅이 연달아 적중하며 돈을 갈퀴로 긁어모았다.

과감한 베팅으로 얻은 돈은 또다시 명성을 낳았고 그렇게 그는 계속해서 돈과 명성을 모조리 긁어모았다.

그야말로 돈과 명성의 무한 수레바퀴랄까. 뭘 해도 되는 인간이었다.

“큼큼.”

엄청난 관심에 작은 헛기침을 하는 리 바이런. 짐짓 부끄럽다는 태도였지만 입가에 어린 작은 미소는 그가 이 상황을 즐긴다는 방증이었다.

“자···. 그럼 어디 돈을 벌어볼까?”

슬쩍 베팅 용지를 집어 들며 읊조리는 리 바이런의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걸어 볼까’도 아니고 ‘돈을 벌어볼까’라니. 마치, 도박이 아닌 성실한 노동자가 주급을 받기 위해 일을 한다는 태도와 다를 바가 없다.

기세만으로는 소하의 자존심과 비교될 만큼 대단한 배짱이었다.

그리고 이 배짱은 장내에 모여있던 도박꾼들의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매우 충분했다.

-꿀꺽.

-힐끗.

-슬쩍.

소란스럽던 장내가 일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와 눈알 굴러가는 소리로 조용해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리 바이런은 무패의 도박꾼.

즉, 그가 거는 팀에 돈을 걸면 몇 배로 불어서 돌아온다는 뜻이었다.

“흐음···.”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즐기는 리 바이런은 먼저, 배당률을 힐끗 바라봤다.

[맨체스터 시티, 5/2.

리버풀, 3/1.

포츠머스, 4/1.

첼시, 7/1.

토트넘, 9/1.]

우승 팀의 배당률이다.

요즘 포츠머스가 가장 잘나간다고 소문이 자자했지만, 돈은 맨체스터 시티를 선택했다.

비록 커뮤니티 쉴드에서 무참히 박살났지만, 시즌도 시작하지 않았고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라 배당률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사실 단판 승부와 38경기나 치르는 장기레이스는 격이 다른 법이지 않던가.

마라톤과 200M 단거리 달리기가 전혀 다른 종목이듯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포츠머스가 거품이 낀 것은 아니었다.

5/2와 4/1.

2.5배와 4배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고 포츠머스도 우승 후보임에는 분명했다.

그저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지난 시즌 압도적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맨체스터 시티가 객관적으로 볼 때는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돈이란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목숨과 동격!

목숨이 걸린 일에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법이었고 이를 증명한 배당률이었다.

“···.”

짐짓 고민하는 리 바이런.

아니, 고민하는 척을 하는 리 바이런.

사실 그는 이미 베팅을 끝냈다.

그것도 전 재산을 말이다.

‘이제 너튜브에서 광대 짓 하는 것도 지겹다. 이번 한판으로 평생 놀고먹으련다.’

원래는 그렇게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거늘. 돈맛을 제대로 본 리 바이런은 돈독이 제대로 올랐고 욕심이 골수까지 가득 차버렸다.

이렇게 타락해버린 그가 전 재산을 집어넣은 곳은 ‘합법적’인 사업체가 아니었다.

애초에 합법적인 도박기업은 상한액이 없었으니까.

즉, 불법 도박에 전 재산을 때려 넣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길 거다.

어째서 합법적인 도박에 얼굴을 들이밀었냐는 거다.

‘배당율을 조정한다.’

양지와 음지의 배당률을 똑같다.

즉, 양지에서 배당률이 바뀌면 음지도 따라간다는 뜻.

쉽게 말해, 리 바이런은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자신이 음지에서 건 팀의 배당률을 높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 팀이 당연히 우승하겠지.”

혼잣말인 척, 장내의 모두가 다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를 낸 리바이런이 선택한 팀은, 바로, ‘포츠머스’였다.

“내 팬심은 끊이질 않지. 시작도 포츠머스였고 마지막도 포츠머스일지어니! 믿습니다! 성소하!”

짐짓, 신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수도사의 흉내를 낸 리 바이런은 상한액까지 포츠머스의 승리에 걸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모든 도박꾼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포츠머스에 모든 돈을 쏟아부었다.

거의 이성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포츠머스는 기존의 배당률이 증명하듯, 명실상부한 우승 후보였으며,

리 바이런을 지금의 자리로 만든 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비켜! 비켜! 난 포츠머스에 반 년치 적금 때려넣는다!”

“가즈아! 우리도 돈 좀 만져보자!”

“도박의 신과 축구의 신이 손을 잡으면 돈이 떨어질 것이니!”

여기선 축구의 신이란 물론 소하였다.

하여튼, 대 난장판의 상황 속에서 스산하게 눈빛을 빛내는 사람은 오직 리 바이런 한 명 뿐이었다.

‘후후. 멍청한 놈들.’

푼돈 좀 벌겠다고 저렇게 아등바등 사는 꼴이 우스웠다.

게다가 계획이 너무나도 순조롭게 진행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소문은 쭉쭉 퍼져 배당률이 조정되겠지. 포츠머스는 2~3배 정도 하향조정 될 테고···. 리버풀은 4~5배로 상향조정되겠지. 5배라. 돈이 썩어나겠군···. 흐흐.’

그렇다.

리 바이런이 음지에서 선택한 팀은 다름 아닌 ‘리버풀’이었다.

왜 하필 리버풀일까?

라고 하기에는 리버풀도 우승후 보였고, 리 바이런 자신의 감이 리버풀을 찍었다.

그리고 리 바이런은 모두가 알다시피 5년 연속으로 우승팀을 맞춘 무패의 도박꾼으로 명성이 높다.

심지어 포츠머스가 우승하지 못할 때도 말이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전적이었고 리 바이런을 돈방석의 위로 올려준 감이기도 했다.

‘4/1 정도만 되어줘도 대성공이다. 파나마로 가서 왕처럼 살아야겠군.’

얼핏 보기엔 3배나 4배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천 단위나 억 단위, 혹은, 수십억 단위라면 2배와 3배의 차이는 엄청나다.

전 재산을 건 만큼 전 재산이 하나 더 생기는 격이었었으니까.

‘그럼 이제 왕이 될 때까지 기다려 볼까? 하하핫’

아수라장 속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리 바이런. 소하의 뺨을 후릴만한 진득한 썩은 미소를 지으며 그는 어느덧 인파 속에 가려져 사라졌다.

과연, 리 바이런이 품은 왕의 꿈이 이루어질지. 10개월 뒤에는 결과가 나올 터였다.

***

한참 팬들이 베팅에 미쳐있을 때, 포츠머스의 보드진과 스탭진은 일에 미쳐있었다.

시즌 시작을 앞둔 상황에서의 전력분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지 않던가.

종이와의 처절한 싸움이었고, 어느 정도 끝이 보이는 상황까지 이끌었다.

이제 그들이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시즌의 대전략이다.

쉽게 말해, 일정에 따른 모의전이었다.

물론, 이렇게 일정에 따라 선수단운영에 대전략을 세운다고 해도 그대로 이행할 수는 없었다.

시시각각 상황은 달라졌으며 선수단의 컨디션은 그야말로 복불복이었으니까.

다만, 대략적으로 대전략을 세워두면 돌발상황에서의 유연함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과가 맹탕일지라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먼저, 포츠머스의 이번 시즌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1.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2. 번리 FC.

3.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 FC.

4. 풀럼 FC.

5. 에버튼 FC.

6. 아스널 FC.

7. 레스터 시티 FC.

8. 토트넘 홋스퍼 FC.

9. 왓포드 FC.

10. 리버풀FC.

11. 사우스햄튼 FC.

12. 맨체스터 시티 FC.

1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14. AFC 본머스.

15. 첼시 FC.

16.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

17. 울버햄튼 원더러스 FC.

18 카디프 시티 FC.

19. 크리스탈 팰리스 FC.]

별다른 일정 조정이 없다면 이 순서로 전반기와 후반기를 치를 예정이다.

포츠머스로서 보자면 꽤 호의적인 일정이다. 강팀과의 연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어려운 시점은 10라운드부터 13라운드까지의 일정 정도.

리버풀, 사우스햄튼,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 4개 팀과의 연전이 조금 까다로울 뿐이었다.

리버풀이란 우승 후보와 철천지원수, 그리고 맨체스터의 거인들과의 4연전은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하지만, 그 외에는 강팀과 약팀이 제법 조화롭게 섞여 선수단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뭐,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리그만 뛰는 게 아니니까. 챔피언스 리그의 조별추첨이 끝나고 나서 다시 손봐야 해.”

소하는 대충 대전략을 세우고 나서 바로 프리미어 리그의 개막에 몸을 던졌다.

1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 모두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들마저 포츠머스의 승리를 예상했고 경기의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다.

4-0 대승!

조쉬 킹의 개막 해트트릭에 힘입어,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압도적인 승리였고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애초에 체급 차가 났고, 커뮤니티 실드와 슈퍼컵을 치르며 경기 감각이 물이 오른 포츠머스지 않던가.

일반적인 개막전이란, 자고로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경기였고 덕분에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뉴캐슬은 숨도 쉬지 못했다.

“음. 쉽군. 다음 나와.”

초등학생의 삥을 뜯은 불량배같이 으쓱거린 소하가 만난 다음 상대는 번리 FC.

수년 전부터 자주 만나는 팀이었고 상대 전적은 포츠머스가 압도적이었다.

“하부리그에서 골골거릴 때 한번 진 거 빼고는 다 이겼지.”

비긴 적도 없다.

전승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2-0승.

포츠머스의 홈구장, 프래튼 파크에서 벌어진 2라운드의 결과도 쉽게 나왔다.

번리는 단단한 수비를 보여줬지만 후보가 절반 이상인 포츠머스에게마저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우리 꼬꼬마들은 보통 꼬마들이 아니라고. 미친 듯이 성장 중이라 주전 자리를 위협하니까 말이지···.”

후보진을 대거 투입하고도 쉬운 승리를 거두자 소하의 입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이어진 3라운드,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과의 경기는 조금 아쉬웠다.

번리전과 마찬가지로 후보를 절반 이상 내보냈지만, 아쉽게도 3-3 무승부를 거두었다.

“음···. 아직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선발로 쓰기엔 무리군!”

수비진이 문제였다.

주전 수비수를 모두 바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아담 웹스터를 선발로 내보냈고 호되게 혼났다.

솔직히 너무 오만한 선발라인업이라 천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공격력은 증명했으니까.”

상대적인 약팀이지만 원정경기에서의 무승부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기에 소하는 만족했다.

시즌 내내 활약해줘야 할 주전들을 쉬게 했다는 이득은 이러한 평가의 근원이기도 했다.

“자, 그럼 챔피언스 리그 조 추첨으로 들어가 볼까.”

어느덧 8월 말.

즉, 챔피언스 리그의 조 추첨이 다가왔다는 이야기였다.

챔피언스 리그의 조 추첨.

이것이야말로 리그의 판도를 바꿀 가장 큰 변수였고, 모든 이의 관심이 조 추첨 방송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 251화. 시작. (1)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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