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화. 일단, 하나. (2) >
양 팀의 선발진은 작은 대회답지 않게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자원들을 모조리 동원했다.
먼저 포츠머스는,
[GK: 아론 람스데일.
LB: 앤디 로버트슨
CB: 케빈 도슨.
CB: 후벵 디아스.
RB: 아슈라프 하키미.
DM: 데클렌 라이스.
CM: 도봉산.
CM: 델리 알리.
LW: 조쉬 킹.
ST: 에링 홀란드.
RW: 모하메드 살라.]
새롭게 정착된 도봉산-델리 알리의 미드필더 라인을 위신한 최상의 선발명단이었다.
이에 맞서는 맨체스터 시티는,
[GK: 에데르송.
LB: 벤자민 멘디.
CB: 에므리크 라포르트.
CB: 존 스톤스.
RB: 카일 워커.
DM: 페르난지뉴.
CM: 베르나르두 실바.
CM: 다비드 실바.
LW: 라힘 스털링.
ST: 세르히오 아궤로.
RW: 리야드 마레즈.]
지난 시즌의 우승팀답게 강력한 선발명단을 자랑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케빈 더 브라위너가 부상으로 빠졌다는 것.
맨체스터 시티로서는 굉장히 아쉬운 일이었다. 벨기에가 월드컵 4강까지 진출하며 미친 듯이 뛴 케빈 더 브라위너의 부상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포츠머스를 응원하는 처지로서 두 팀의 선발명단을 보자면 가슴이 벅차오를 거다.
그 극히 강한 맨체스터 시티와 비교해서 이름값이 전혀 밀리지 않는다니.
두 눈 뜨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공격진은 포츠머스의 압승이라고 해도 과언이다.
스털링은 민첩하고 재빠르지만, 골 결정력이 아쉽고,
세르히오 아궤로는 노장이었으며,
레스터 시티에서 900억에 달하는 엄청난 이적료로 이적한 리야드 마레즈는 월드클래스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이에 반해, 조쉬 킹은 발재간이 조금 부족할 뿐, 무결점 윙포워드였으며, 골 결정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에링 홀란드는 모두가 알다시피 축구 괴물이었고,
모하메드 살라는 모두가 다 인정하는 월드 클래스였다.
수천억, 조 단위까지 언급되는 그 맨체스터 시티와 비교해서 밀리지 않고 오히려 근소 우위를 차지한 포츠머스의 선수단!
정말,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다른 부분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그림이 아니던가!
최고조에 오른 포츠머스와 이미 최고인 맨체스터 시티.
최고의 팀들의 시즌 첫 번째 경기가 이제 곧 시작이었다.
***
-삑.
FA 커뮤니티 실드의 전반전이 시작되었다.
선공은 맨체스터 시티.
월드컵의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은 듯 천천히 경기를 운영하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일단 몸 좀 풀겠다, 이거구만.”
소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맨체스터 시티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파악했다.
예상 범위 안의 움직임이었고 이에 대한 대응책까지 이미 준비해뒀다.
“너희는 힘들겠지만···. 우리는 힘들지 않거든.”
포츠머스 소속의 선수들은, 개인에게는 무척 아쉽겠지만, 월드컵을 말아먹었다.
잉글랜드 국적의 선수들은 16강에서 떨어지며 한 달 전에 짐을 싸고 귀국했고,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그보다도 더 빨랐다.
게다가 몇몇 핵심 선수들은 아예 월드컵의 월 자도 구경하지 못했다.
즉, ‘월드컵으로 인한 체력 문제’ 따위는 포츠머스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괜히 이번 시즌을 ‘D-DAY’로 잡은 게 아니라고···. 얘들아! 플랜A다! 미친 듯이 몰아붙여라!”
버럭! 소하는 노호성을 내질렀고, 이와 동시에 맨체스터 시티의 속도에 맞춰주던 포츠머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흡사, 마라톤에서 단거리로 종목을 바꾼 듯한 엄청난 태세 전환!
덕분에 조금 비비적거리던 경기는 순식간에 태풍이 몰아쳤고, 맨체스터 시티의 주도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포츠머스가 밀어붙입니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전방 압박이군요!]
[지친 맨체스터 시티가 마구 휘청거립니다. 월드컵이란 변수는 상당히 컸습니다!]
월드컵이란 변수!
이 변수 때문에 양 팀의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맨체스터 시티는 케빈 더 브라위너와 체력을 잃었지만 포츠머스는 멀쩡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프리시즌을 늦게 시작했지만, 포츠머스는 누구보다 빠르게 시작했다.
그리고 이 차이는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엄청난 격차였다.
“솔직히 운도 좋았지.”
거칠게 맨체스터 시티를 몰아붙이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소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잉글랜드가 바뀌기 전의 미래처럼 4강까지 올라갔다면.
만약, 대한민국이 기적을 일으켜 16강 이상으로 진출했다면.
만약, 핵심 선수가 월드컵에서 다쳤다면.
변하는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운이 좋게도 모조리 소하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해버렸다.
“드디어 엿 같은 축구의 신이 나에게 미소를 보내주는군. 가즈아!”
늘 좋지 않던 운마저 소하와 포츠머스에게 쏠린 지금!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기엔 최고의 시간이었다.
***
전반 30분.
맨체스터 시티의 상황은 말 그대로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전반 5분까지만 해도 제법 점유율을 가져가며 주도권을 가지는 모습이긴 했다.
하지만 포츠머스가 갑작스럽게 기어를 올리자 순식간에 파죽지세로 밀리기 시작했다.
[조쉬 킹, 슛! 아, 아쉽게도 에데르송 골키퍼가 멋진 선방을 보여주는군요.]
[도봉산, 도봉산, 도봉산! 엄청난 드리블로 중앙을 헤집었지만, 마무리 패스가 조금 길었습니다!]
[하키미! 엄청난 속도에요! 오른쪽 측면을 찢어버리고 크로스를 올립니다! 아, 존 스톤스가 간신히 걷어냅니다.]
[델리 알리, 어디에다가 패스하는 거죠? 아! 에링 홀란드의 침투를 봤군요! 저 거구의 선수가 조금 빨라 보였던 델리 알리의 패스를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서 잡아냅니다! 슛! 옆 그물을 때렸네요!]
연이어 터지는 포츠머스의 맹공!
비슷한 전력을 보유한 팀들끼리의 경기였지만 경기 양상이 너무나도 일방적이었다.
“그만큼 탑 클래스 팀들끼리의 대결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사실은 엄청나게 크다는 거지.”
얼핏 보면 전술적 승리가 아닌, 상황의 승리 같다. 하지만 상황을 잘 이용하는 것도 능력이었다.
“자, 이제 마무리하자. 후반전은 좀 편하게 해야지.”
소하는 슬슬 선수들에게 골을 바랐다.
맨체스터 시티라는 팀은 전반전에 아무리 밀리더라도 후반전에 대역전극을 자주 사용하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력을 가진 팀을 상대할 땐, 아예 일어나지도 못하게 짓밟아버려야 후환이 없는 법!
거침없이 몰아붙일 때 아예 숨통을 끊어놔야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소하의 바람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던 북유럽의 인연이 완성해줬다.
-슈와악.
또다시 이어지는 아슈라프 하키미의 강맹한 크로스!
골키퍼와 수비진 사이의 틈을 제대로 파고든 멋진 크로스의 종착점은 멋들어진 금발이었다.
[에링 홀란드! 멋진 움직임으로 아슈라프 하키미의 크로스를 중간에서 끊어먹습니다!]
[그대로 니어포스트를 향해 강력한 헤더 슛을 작렬합니다!]
-퉁!
정녕, 사람의 두개골과 공이 충돌한 소리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강력한 타격음이 들렸고,
-철썩!
공은 맨체스터 시티의 에데르송 골키퍼가 손을 뻗기도 전에 총알 같은 속도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입니다! 골! 에링 홀란드! 전반 32분, 멋진 헤더로 선제골을 뽑아냅니다!]
[엄청납니다. 엄청나요. 시즌 첫 골을 헤더로 만들어내다니! 진정한 ‘완성형 공격수’입니다!]
높은 신장에 비해 헤더가 아쉽다는 에링 홀란드가 헤더 골을 만들어내자 난리가 났다.
하지만, 정작 놀라움을 연출한 에링 홀란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가락을 까닥이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포효도 내지르지 않고 천천히 웸블리 스타디움을 활보하는 에링 홀란드!
‘난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한 셀레브레이션이었고, 서포터들을 미치게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한 퍼포먼스였다.
***
에링 홀란드의 산책 셀레브레이션은 단순히 자신감의 표현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자신감을 결과물로 만들 능력을 갖춘 미친 선수!
곧바로 또다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머리를 박박 깎은 델리 알리가 깔끔한 회전으로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어디로 줄까요? 모하메드 살라가 좋은 움직임으로 침투 중인데요.]
[델리 알리라면 모 살라의 왼발에 정확한 패스를 넣어줄 능력을 갖춘 선수죠!]
델리 알리의 멋진 개인 능력과 동시에 모하메드 살라의 멋진 침투까지 연결됐다.
오른쪽 중앙미드필더와 오른쪽 윙포워드의 멋진 합동 플레이!
덕분에 맨체스터 시티의 시선과 대형은 전부 다 오른쪽으로 치우쳐졌다.
-툭.
델리 알리는 소하가 애지중지 키워온 만큼 참으로 똑똑한 선수였다.
오른쪽으로 수비진을 이동시켰다면, 왼쪽에 여유가 생긴다는 점을 잊지 않았고, 전방 패스를 시도하는 척하면서 좌로 횡패스를 날렸다.
그리고 그 패스를 받은 선수는 에링 홀란드였다.
페널티 박스의 초입에서 공을 잡은 에링 홀란드!
그는 바로 거대한 기둥 같은 왼발을 시원하게 휘둘렀다.
-쾅!
17M 거리에서 뿜어진 에링 홀란드의 강력한 왼발슛!
조쉬 킹의 대포알 슛과 맞먹을 만큼 강력한 슛이었고, 그대로 골대의 왼쪽 위를 꿰뚫어 버렸다.
[멀티 골! 에링 홀란드가 엄청난 슛으로 멀티 골을 달성했습니다!]
[전반 40분. 두 골 차로 달아나는 포츠머스입니다! 정말 시원한 중거리 슛이었습니다.]
머리에 이어 주발인 왼발로 추가 골을 넣은 에링 홀란드였다.
거의 경기의 결과를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멋진 골!
하지만, 에링 홀란드와 포츠머스는 멈추지 않았다.
전반이 끝나기 3분 전인 전반 42분경.
에링 홀란드의 추가 골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대에 기어코 사형선고를 내렸다.
‘질 수 없다.’
에링 홀란드의 엄청난 활약에 자극을 받은 조쉬 킹이 시발점이었다.
‘나도 골을 넣을 거야!’
의욕이 폭발한 조쉬 킹!
온몸으로 공격포인트를 원하며 성난 멧돼지 같은 측면돌파를 시작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좋은 의욕이 좋은 결과를 항상 불러오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 조쉬 킹 선수, 어디까지 가나요? 조금만 더 달려가면 골라인 아웃이에요!]
[···무, 무슨 플레이죠? 이래저래 시원한 질주이긴 합니다만···.]
장내 아나운서와 해설마저 할 말을 잃게 만든 뇌 없는 질주였다.
“···저 새끼 저거, 사람 되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어···.”
잔뜩 신이 났던 소하마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수밖에 없는 플레이.
그러나 또 나쁜 플레이가 항상 나쁜 결과를 불러오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코너 플래그가 눈앞에 보이자 이제야 제정신을 차린 조쉬 킹.
그는 새로운 무기인 왼발을 이용해 그대로 크로스를 올렸다.
사실 위치만 보자면 어림도 없는 플레이지만, 워낙에 힘이 좋은 선수라 크로스는 제법 날카롭게 페널티 박스의 중앙으로 빨려 들어갔다.
[조쉬 킹의 크로스! 속도와 힘은 좋지만 방향이 좋지 않습니다. 존 스톤스가 쉽게 헤더로 처리할 거 같네요.]
[너무 상대 수비수 쪽으로 올렸어요.]
확실히 방향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힘과 속도는 보기보다 굉장히 좋았다.
이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의 존 스톤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점프했고, 크로스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틱.
존 스톤스의 머리와 부딪쳐서 굴절된 공은 공교롭게도 에링 홀란드의 오른발에 안착했다.
-툭.
때아닌 기회였음에도 익숙하지 않은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 짓는 에링 홀란드.
해트트릭이자 머리, 왼발, 오른발로 모두 골을 넣은 ‘퍼펙트 해트트릭’의 달성이었다.
“···되는 날이네.”
조쉬 킹을 호되게 혼내줄 생각이었던 소하는 멋쩍게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전반전에만 세 골을 몰아친 포츠머스는 후반전도 쉽게 가져갔다.
이미 전의를 잃은 상대를 요리하기엔 너무나도 쉬웠고, 굳이 힘을 뺄 필요도 없었기에 적당한 선에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과는 4-0!
에링 홀란드의 해트트릭과 모하메드 살라의 추가 골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승리!
압도적인 시작!
압도적인 경기력!
FA 커뮤니티 실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4-0으로 부숴버린 포츠머스의 위력은 정말 매서웠다.
덕분에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서 소하를 기다리는 기자들은 심장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과연 어떤 말을 할까?”
“미친 경기력이었어.”
“정말 이번 시즌의 포츠머스는 무언가 대단한 일을 벌일 거 같아.”
“빨리 질문하고 싶다.”
“벌써 우승컵을 하나 들고 시작하는 시즌이야. 진짜 미치겠다.”
포츠머스의 압도적인 경기력에는 기자의 탭댄스를 절로 유발했다.
잠시 뒤, 이윽고 소하가 등장했고, 기자들은 잠깐 이성을 잃고 질문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감독님! 이번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놀라운 시작입니다! 정말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노리시는 건가요?”
“에링 홀란드란 선수는 도대체 어떻게 발굴하신 겁니까?”
“어떻게 포츠머스를 이렇게 변신시키신 겁니까? 어떤 마법이죠?”
“팀 역사상 두 번째 커뮤니티 실드 우승에 대한 소감을 말해주십시오!”
활화산 같은 뜨거운 성원!
소하는 지그시 눈을 감고 분위기를 한껏 즐기다가 천천히 마이크를 잡았다.
“···.”
드디어 소하가 입을 열 준비를 하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소하는 천천히 일어나 오만하게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서 소하는 위풍당당하게 오른손 검지를 치켜세웠다.
“일단 하나.”
광오한 퍼포먼스였고,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 246화. 일단, 하나. (2)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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