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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천재 감독-243화 (243/306)

< 243화. 18-19시즌, 이적 시장. (1) >

잉글랜드와 대한민국이 차기 감독으로 누굴 점지했든, 소하의 휴가는 끝이 났고 포츠머스로 복귀했다.

“좋은 휴가였다···.”

5kg 정도 살이 불은 소하는 두둑한 뱃살을 다정하게 긁으며 아쉬움을 토로했고,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소하의 첫 번째 일이란 뻔하디뻔하지만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일이다.

월드컵도 끝나고, 휴가도 끝났다.

그렇다면 바로 이적시장이었다.

[진정한 챔피언을 노리는 포츠머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행보는 무엇일까?]

[전 세계 모든 클럽이 포츠머스의 선수들을 주시한다.]

[지켜내고 데려와야 하는 포츠머스. 과연 이번에도 성공적일까.]

이미 월드컵 기간 내내 엄청난 수의 이적 뉴스가 포츠머스시를 가득 메웠다.

다만 월드컵이 자리를 잡은 이적시장은 조금 늦게 속도를 올렸고 이제야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이런 와중에 포츠머스의 이적시장은 크게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만 했다.

중앙 수비수 보강.

주요 선수들 재계약.

비대한 미드필더진 축소.

먼저, 찰스 말로리가 떠나며 포츠머스의 중앙 수비수의 뎁스는 최약체로 떨어졌다.

기껏 남은 전문 중앙 수비수는,

케빈 도슨.

후벵 디아스.

아담 웹스터.

겨우 세 명이다.

포백을 사용하는 팀이 최소 4~5명은 준비해둔다는 점을 봤을 땐 엄청나게 얇은 선수단이었다.

심지어 포츠머스는 종종 3백을 사용하는 팀. 어떻게든 수비의 보강이 필요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주전급 선수는 필요 없다는 것. 남은 중앙 수비수 셋이 전부 주전급이라 후보급만 영입해도 무리는 없었다.

“도슨이도 나이가 좀 찼으니 장기적인 대체자를 영입해야겠어.”

포츠머스의 주장이자, 잉글랜드의 국가대표인 케빈 도슨도 어느덧 30줄 근처다.

수비수가 다른 포지션보다 선수 생명이 길긴 하지만,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지 구멍이 나지 않는다.

“싸고, 재능있고, 왼발을 잘 사용하는 수비수가 필요하다. 특히 왼발은 중요해.”

집안이 재벌인데 외모도 훌륭한 데다가 나만 사랑해주는 애인을 원하는 못된 심보였다.

하지만, 소하가 누구던가.

전 세계에서 잘나가는 선수들을 다 꿰고 있으며, 어떻게 성장할지, 얼마만큼 성장할지 모두 알고 있는 남자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1일 1 치킨을 하면서 살크업만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이미 후보 명단을 줄줄이 작성해둔 상태였고 몇몇 선수들과는 접촉을 진행 중이다.

왼발, 어림, 재능.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소하의 목표들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알렉산드로 바스토니.

이 두 명의 선수들이었다.

모두 까다로운 세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선수였고, 심지어 아직 이름이 알려지기 전이라 가격도 착하다.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훗날 아약스에서 성장하고 맨유로 이적하지만, 지금은 아르헨티나의 ‘뉴웰스 올드 보이스’에 적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해 그냥 ‘너 와’ 하면, ‘네 갈게요.’ 하는 수준이란 말이다.

축구계에서는 아예 이름도 없는 수준이라 속칭, 꿀 매물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 바스토니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그는 이미 유럽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유망주였고, 덕분에 벌써 인테르가 3,000만 유로로 지난 시즌에 영입해버렸다.

언뜻 보면 영입이 어려워 보였지만 포츠머스의 상황상 영입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바스토니는 17-18시즌에 인테르에 들어갔지만, 임대를 제법 돌아다니지.”

지난 시즌에도 임대였고 이번 시즌에도 임대로 팀을 떠날 거다.

이런 상황에서 포츠머스라는, 유로파 리그와 FA 컵을 우승한 젊은 강팀이 유혹한다면?

참고로 소하의 명성은 유망주들에게는 신, 그 이상이다.

4부리그 팀의 유망주를 월드 클래스에 근접할 만큼 성장시켰으니까.

모든 유망주는 소하의 가르침을 받고 싶어 했고 알렉산드로 바스토니도 마찬가지란 뜻이다.

“무조건 오고 싶어 하겠지. 다만, 인테르와 협상이 문젠데···.”

3,000만 유로짜리 선수를 1년 만에 넘겨주는 구단은 없다.

하지만 인테르는 가난한 구단.

3,000만 유로에서 웃돈 좀 얹어준다면 절대 반대하지는 않을 거다.

덤으로 이번에 새로 인테르에 부임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소하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 협상이 어렵진 않을 거다.

“다만,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보다는 가격이 너무 쌔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몸값은 대략 한화로 10억 정도. 일반인들에게는 엄청난 액수지만, 포츠머스 같은 구단에는 푼돈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3,000만 유로 이상인 알렉산드로 바스토니와는 상당한 차이다.

거의 공짜라고 해도 좋다.

즉, 가격만 보자면 무조건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러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큰 난관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이 선수는 유럽 국적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 국적을 가진 선수였기 때문이다.

“취업비자.”

잉글랜드는 자국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선수등록을 위한 취업비자가 발급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나라다.

이 때문에, 이름도 없는 남미의 유망주를 데려오기란 상당히 어려운 편이었다.

일단 취업비자 심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본 심사와 특례 심사로 말이다.

[취업비자 기본 심사.

국가대표 출전 시간으로 결정된다.

피파 순위 1~10위: 30% 이상

피파 순위 11~20위: 45% 이상

피파 순위 21~30위: 60% 이상

피파 순위 31~50위: 75% 이상

출전 시간을 만족하면 통과.

출전 시간을 만족하지 못하거나, 피파 순위 51위부터는 특례 심사로 향한다.]

당연하게도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기본 심사로는 어림도 없다.

피파 순위가 높은 아르헨티나였지만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는 국가대표를 단 한 번도 뛰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취업비자 특례 심사뿐.

이 특례 심사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특례 심사는 각 조건별로 점수가 있는데, 이 점수들을 얻어서 총 4점을 만족해야만 했다.

[취업비자 특례 심사

선수의 이적료가 지난 2번의 EPL 이적시장에서 상위 25% 안에 들 경우, 3점

(대략 300억 정도.)

선수의 이적료가 지난 2번의 EPL 이적시장에서 상위 25%~50% 사이일 경우, 2점

(대략 150억 정도.)

선수의 급료가 이적하는 구단 내 급료 상위 30명 중 상위 25% 안에 들 경우, 3점

선수의 급료가 이적하는 구단 내 급료 상위 30명 중 상위 25%~50% 사이일 경우, 2점

선수의 이전 클럽이 유럽에서 6부 리그 이상의 리그에 소속된 팀, 1점

선수의 이전 클럽이 남미에서 2부리그 이상의 리그에 소속된 팀, 1점]

대충 보기만 해도 어질어질한 까다로운 조건들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대한민국의 바르셀로나 출신, 우승리 선수를 이적료 150억, 급료 1,500만 원에 영입했다.]

먼저, 이적료 항목의 두 번째, 150억을 달성했기 때문에 2점이 추가된다.

그리고 엘라스 베로나는 이번 시즌 세리에에서 강등을 당하며 세리에 B 소속이다.

이렇게 된다면,

‘선수의 이전 클럽이 유럽에서 6부 리그 이상의 리그에 소속된 팀’으로 1점을 획득한다.

합치면 총합 3점.

마지막으로 급료를 봐야 하는데, 1500만 원의 주급으로는 포츠머스에서 상위 50%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즉, 총합 3점으로 취업비자 발급이 불가능했고, 임대를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길게 보자면, 좋은 유망주를 영입해서 임대를 돌려 성장시키는 방법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포츠머스는 당장 선수가 필요했고 3년이나 임대를 돌릴 생각도 없었다.

이렇게 보자면 훨씬 비싸도 확실한 알렉산드로 바스토니가 훨씬 좋아 보일 정도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이미 몸값 10억짜리 선수를 150억을 주고 영입해야 했으므로 이적료를 더욱 늘릴 순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급료’였다.

급료를 상위 50% 이상으로 맞춰줘 2점을 획득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포츠머스에서 상위 50% 이상의 주급자가 되려면 3,500만 원 정도의 주급이 필요하다.

현재의 포츠머스에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선수에게 상위 50% 이상의 주급을 준다면 당연히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거다.

포츠머스의 선수들이 자원봉사자는 아니지 않던가. 그간 개고생을 해서 팀을 키웠건만, 이름도 없는 녀석이 주급을 더 받아 가면 뿔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이적과 기존선수들의 재계약은 같이 맞물려있는 거지. 톱니바퀴처럼 말이야. 세상일이 원래 그래. 모든 것이 함께 연결되어있지.”

비열한 웃음을 짓는 소하.

그렇다. 소하는 먼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영입하고, 그 이후에 선수들의 주급을 대폭 상향하려는 꼼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급 점수 2점을 후다닥 벌어서 취업비자를 받고 기존선수들의 불만이 터지기 전에 재계약을 한다는 수작!

규칙의 맹점을 파고든 소하의 비열함과 강팀임에도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주급 체계를 자랑하던 포츠머스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150억에 영입, 주급 3,500만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최고입니다.”

유니폼을 들고서 어눌한 영어로 행복함을 표현하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주급 250만 원을 받던 선수가 열 배가 넘는 주급을 받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다른 구단도 아닌 요즘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츠머스다.

로또를 연속으로 30번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서포터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주요 골자는 왜 이렇게 주급을 많이 주냐였다.

-아니, 성소하 감독의 안목은 인정하는데, 너무 주급이 비싼 거 아니야?

-기존선수들은 단단히 화가 나겠는데?

-우리 팀의 최고 주급자가 1억이 넘지 않는데 3,500만 원이라니. 너무 과해.

-팀원들 사기가 박살이 나겠는걸.

-다 생각이 있겠지. 그래도 이번엔 좀.

역시나. 과한 주급 때문에 벌어질 선수단 사기에 대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소하는 계획대로 일을 진행했고 곧바로 재계약 소식이 펑펑 터져 나왔다.

[케빈 도슨, 5년 재계약. 주급은 1.5억 원. 급료 두 배 상승!]

[델리 알리, 조쉬 킹, 주급 1억 원 달성.]

[데클렌 라이스, 칼빈 필립스, 도봉산, 앤디 로버트슨 등등. 기존 선수들 모두 재계약에 성공!]

대부분 선수의 주급을 많게는 2배, 적게는 30% 이상 상승하는 대규모 재계약에 성공했다.

너무 많은 상승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을 도전하는 팀으로 보자면 아주 적은 액수였다.

같이 우승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들은 한 선수가 주급을 5억 이상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렇게 되자 어안이 벙벙한 쪽은 잉글랜드의 정부였다.

“···.”

취업비자를 발급해주자마자 대규모 재계약을 통해 급료순위를 50%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규정을 어긴 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놀랍네. 저 팀이 저렇게 주급이 낮은 팀이었다니.”

그냥 신기했다.

국내 컵대회를 모조리 석권하고 유로파 리그까지 우승했던 팀의 급료가 저렇게 낮았었다니.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서포터들은 기쁨에 겨운 한호성을 내질렀다.

-와, 선수들을 뺏길까 봐 걱정했는데 모조리 다 재계약에 성공했구나.

-전부는 아니지만 일단 핵심은 모조리 사수했어. 걱정 없네.

-성소하 감독은 언제나 계획을 세우고 있지. 믿고 있었다고!

-이제야 선수들이 제대로 된 급료를 받는구나. 다행이야.

-충성심만으로는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법이지.

서포터들은 연이은 재계약 소식에 절로 탭댄스를 추었다.

유수의 명문구단들이 허구한 날 찝쩍대서 굉장히 불편했거늘.

그 걱정이 한방에 사라졌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선수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거지?

기쁨과 동시에 의구심도 생겼다.

암만 충성심이 높다 해도 선수들이 이렇게 재계약에 협조적인 모습은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이상할 정도로 선수를 빼앗기지 않는 포츠머스의 모습에는 당연하게도 소하가 큰 역할을 했다.

“큰 구단이 관심 보인다고 이적 요청을 하는 놈들은 크게 혼날 거다···.”

“···.”

“내 장담하는데, 2군 리그도 아닌 유소년 리그에서 남은 계약 기간을 채우게 될 거야···.”

“하하···. 거, 걱정하지 마세요.”

소하의 강짜에 벌벌 떠는 선수들!

농담이 아닌, 진심이 절절히 전해졌다. 소하라면 손해를 보든 말든 분명 유소년 리그에 처박을 사람이었기에 선수들은 감히 반기를 들지 못했다.

그야말로 공포의 군주가 따로 없었다.

물론, 단순히 공갈·협박만이 선수들이 남은 이유는 아니었다.

‘포츠머스와 함께 끝까지 가고 싶다.’

수년 전부터 함께 꾸었던 같은 꿈은 돈과 명예의 유혹에도 그들을 끈끈히 연결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이렇게 포츠머스는 훌륭하게 이적시장을 마무리했다, 아니, 마무리하는 듯 보였다.

한 선수가 소하를 찾아오기 전까지.

“이적하고 싶습니다.”

아직 이적시장은 끝나지 않았다.

< 243화. 18-19시즌, 이적 시장. (1)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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