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231화 (231/306)

< 231화. FA컵 결승전. (1) >

안토니오 콘테!

이견의 여지가 없는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다.

유벤투스에서 3연속 스쿠테토를 따냈으며 이탈리아 국가대표까지 지낸 명장 중에서도 명장!

훗날 토트넘의 감독으로서 월드클래스이지만 ‘무관의 상징’인 해리 케인과 이정재 선수에게 우승컵을 꿈꾸게 할 만큼 대단한 실력을 지녔다.

그런 그가 현시점에서 지휘하는 팀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근본을 완성한 첼시 FC.

포츠머스가 막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했던 16-17시즌에 부임하자마자 우승을 달성하며 ‘역시 콘테’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현 시즌은 냉정히 말해 실패였다.

리그 6위.

리그컵 4강 탈락.

챔피언스 리그 16강 탈락.

그나마 거둔 성과라고는 FA 컵 결승전 진출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무관’으로 시즌을 마칠지도 몰랐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이자 2000년대 최고의 팀 중 하나인 첼시로서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역시나, 이적시장에서의 실패였다.

[디에고 코스타 문자사건]

일단,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였던 디에고 코스타에게 딸랑 문자 하나로 방출을 통보한 행동으로 팀의 사기가 결딴났다.

그렇게 디에코 코스타와는 영원히 이별을 맞이했고, 후임으로는 ‘로멜루 루카쿠’를 영입하려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

하지만, 첼시 프런트의 움직임은 효율적이지 못했고 결국 ‘알바로 모라타’라는 플랜 B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알바로 모라타는 초반에는 머리로 골을 마구 넣으며 기대하게 했지만, 곧 날개를 잃은 새처럼 추락하며 디에코 코스타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했다.

“자고로, 스트라이커가 못하면 아무리 다른 선수가 잘해도 성적이 좋을 수가 없지.”

당연한 결과였다.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는 스포츠였으니까.

심지어 17-18시즌의 첼시는 공격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너무나도 못했다.

네마냐 마티치의 빈자리를 ‘티에무에 바카요코’를 영입하며 채우려고 했지만, 첼시 역사상 손가락에 꼽을 먹튀로 전락했으며,

레스터 시티의 ‘대니 드링크워터’는 캉테와 함께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적을 써 내리던 선수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했고,

AS로마에서 영입한 ‘안토니오 뤼디거’는 잘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적생치고는 잘한 수준에 불과했다.

이렇게 영입한 선수가 모조리 별로인 상황에 기존 선수들마저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며 콘테의 2년 차는 완전히 망해버렸다.

강팀의 상징이라는 첼시로서는 아주 제대로 체면을 구겨버렸다.

“가장 큰 원인은 문자사건으로밖에 볼 수 없지. 선수를 그렇게 다루면 안 돼.”

감독으로서 소하는 첼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리그최상급 선수이자, 팀의 분위기 메이커를 그렇게 내보내면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여도 말이다.

선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었고, 동료가 그렇게 내팽개쳐지는 꼴을 목격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부정적인 감정은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거지.”

즉, 문자 메시지 하나로 1년 농사를 완전히 말아먹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여튼, 시즌을 완전히 말아먹은 첼시와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게 FA 컵 결승전은 매우 중요했다.

첼시에게는 우승컵을 하나라도 챙길 마지막 기회,

2년 만에 첼시와 헤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게는 유종의 미를 거둘 기회였다.

즉, 누구보다 우승컵을 원했으며 역사상 세 번째 FA 컵 우승을 노리는 포츠머스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경기가 기다린다는 뜻이었다.

***

포츠머스.

16-17시즌에 기적적인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성공하며 상당히 주가를 올린 신흥 강호!

이 때문에 17-18시즌에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리그 5위.

챔피언스 리그 조별 탈락.

리그에서는 4위 달성에 실패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정말 아쉽게 탈락이란 고배를 들이켰다.

얼핏 보면 첼시와 마찬가지로 실패한 시즌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츠머스는 첼시와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어냈다.

[포츠머스가 비상합니다! 2018년에 들어서 정말 엄청나게 강해졌어요!]

[전반기가 끝났을 때만 해도 8위였던 포츠머스가 4위 싸움을 했어요. 후반기의 19경기에서 13승을 거두었지만 아쉽게 밀렸습니다.]

[전반기에 조금만 더 승점을 챙겼다면 4위는 아스널이 아닌 포츠머스였을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역사상 첫 리그컵 우승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더해서, FA 컵 결승전 진출과 유로파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했습니다.]

5위, 포츠머스.

6위, 첼시.

순위표에서는 나란한 양 팀이었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포츠머스는 이미 벌써 우승컵 하나를 챙겼으며 기세 또한 남달랐다.

후반기만 보자면, 프리미어 리그 1위는 포츠머스였을 정도!

이미 다음 시즌에 어떤 모습일지보다는 이번 시즌에 얼마만큼 우승컵을 쓸어 담을지 기대하게 만드는 중이다.

“포츠머스와 첼시의 FA컵 결승전은 상당히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양 팀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경기전부터, 축구계의 관심은 모조리 FA컵 결승전으로 쏠렸다.

사뭇 다른 양 팀의 기세도 재미있는 비교 거리였지만, 똑같은 푸른색의 신봉자임에도 애초에 맛이 너무 다른 팀이었기 때문이다.

서민. vs 재벌.

다윗. vs 골리앗.

아이. vs 어른.

비선출. vs 선출.

짠돌이. vs 슈가 대디.

포츠머스와 첼시의 차이점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사실 요즘에는 맨체스터 시티가 돈으로 강해진 팀의 대표주자로 명성을 크게 얻었지만, 원조는 명백하게 첼시다.

아득바득 잔돈을 모아서 구단을 성장시켜온 포츠머스와는 근본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감독끼리의 태생도 완전히 정반대였다.

선수로서, 유벤투스와 이탈리아의 레전드 미드필더 출신인 안토니오 콘데.

선수 출신이 아닌 소하.

끝과 끝의 만남이었다.

게다가 소하는 보통 비선출이 아닌, 진짜배기 비선출이다.

“내가 비선출계의 진짜지. 나머지는 아마추어라도 뛰어봤거든.”

소하는 나름대로 비선출계의 성골이라고 자부했다.

하기야, 비선출로 유명한 주제 무리뉴 감독은 사실 24세에 은퇴했을 뿐인 선출이었고, 마우리치오 사리나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도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소하의 선수 경력은 고작 30년 전 유소년 경험뿐.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이렇듯,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포츠머스와 첼시.

하지만, 의외로 양 팀의 사령탑들은 서로 사이가 좋았다.

이를 증명하듯 경기전의 기자회견에서 첼시의 콘테 감독은 칭찬으로 서두를 꺼내었다.

“포츠머스의 성소하 감독은 제가 존경하는 감독입니다. 그와 중요한 자리에서 맞붙게 되어 진심으로 기대됩니다.”

결승전을 맞이한 기분이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굳이 소하를 언급하며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포츠머스와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데 걱정되시지는 않습니까?”

제법 예의를 벗어난 기자의 질문이었지만, 사실이긴 했다.

포츠머스와 첼시의 전적은,

5경기 2승 2무 1패.

포츠머스가 1승 앞선 상황이다.

심지어 1패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아닌, 주제 무리뉴 감독 시절에 붙었던 리그컵 결승전이다.

즉,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소하와 포츠머스에게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

무척이나 예의 없는 질문에 잠시 말을 끊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

평소 다혈질로 유명한 감독이라 장내는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당장이라도 마이크를 집어 던지고 퇴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이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훌륭한 감독과 뛰어난 팀에게 지는 건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패배에서 배우는 게 없다면 부끄러운 일이겠지만요. 그리고 싸움은 결국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이 이긴 겁니다.”

소하를 인정함과 동시에 그동안의 경기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답변이었다.

결국 결승전에서 승리해서 우승컵을 가져가는 팀이 진정한 승리자였기 때문에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맞는 말이죠. 저도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의견에 열렬히 찬성합니다.”

소하 또한 기자회견에서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2승 2무라는 압도적인 상대 전적을 자랑했음에도 소하의 머릿속에는 수년 전 당했던 ‘1패’만이 떠올랐다.

‘그때 리그컵 우승을 먹었다면 내 꿈은 이미 이루어졌을 텐데.’

정말 아쉬웠던 준우승!

이것은 소하가 그려놓았던 큰 그림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 참사였다.

“첼시는 포츠머스보다 상당한 강팀입니다. 승리를 위한 기발한 전술을 준비하셨나요?”

“흥. 글쎄요.”

소하는 한 기자의 던진 질문에 코웃음을 쳤다. 첼시가 포츠머스보다 강팀이라. 세간엔 아직도 그렇게 보이나 보다.

“죄송하지만, 안경을 맞추셔야 할 거 같네요.”

“···네? 무슨···?”

소하의 뚱딴지같은 발언에 질문을 던진 기자가 상당히 당황했다.

갑자기 안경을 권유하다니. 좀처럼 무슨 뜻인지 이해가 어렵다.

“시력이 좋지 않으신 거 같아서요.”

“···.”

“종료된 17-18시즌의 리그 순위표는 분명, 포츠머스가 5위고 첼시가 6위일 텐데요.”

“···그,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첼시가 우리보다 강팀이라고 여기는 건지 정말 모를 일이네요.”

“···.”

괜히 질문을 던졌다가 호되게 혼난 기자는 할 말을 잃었다.

반박할 근거가 꽤 여러 가지 떠올랐지만 ‘이번 시즌’에 한정 짓는다면 포츠머스가 첼시보다 강팀임은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우승컵 하나를 차지했으며, 유로파리그의 결승전에도 진출했고요. 단언컨대 우리가 위입니다.”

단호하게 선언하는 소하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철철 흘러넘쳤다.

“분명, 제가 존경하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님도 우리를 절대 약자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확신에 찬 소하의 기자회견에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흐뭇하게 미소 지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포츠머스는 강팀이었고, FA컵 결승전은 강팀과 강팀이 맞붙는 진검승부였기 때문이었으니까.

이렇듯 한치의 방심조차 허용되지 않는 단두대 매치, FA컵 결승전.

양 팀의 감독들은 우승을 꿈꾸며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

FA컵 결승전을 맞이한 소하와 포츠머스는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들을 모조리 꺼내었다.

[GK: 아론 람스데일.

LB: 앤디 로버트슨.

CB: 케빈 도슨.

CB: 후벵 디아스.

RB: 아슈라프 하키미.

DM: 데클렌 라이스.

MC: 니콜로 바렐라.

MC: 델리 알리.

LW: 조쉬 킹.

ST: 에링 홀란드.

RW: 모하메드 살라.]

리그컵 결승전과 그리 다르지 않은 선발 명단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칼빈 필립스 대신 니콜로 바렐라를 투입했다는 점이다.

“콘테 감독은 3백 성애자다. 그리고 이래저래 3백은 수비에 특화된 전술이지.”

콘데 감독의 강력한 수비 전술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적인 카드로 니콜로 바렐라를 선택한 소하였다.

이에 맞서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첼시도 가장 이상적인 선발 명단을 꾸렸다.

[GK: 티보 쿠르트와.

LWB: 마르코스 알론소.

CB: 안토니오 뤼디거.

CB: 다비드 루이스.

CB: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RWB: 빅터 모지스.

DM: 은골로 캉테.

MC: 티에무에 바카요코.

MC: 세스크 파브레가스.

ST: 에덴 아자르.

ST: 올리비에 지루.]

3-4-3이 아닌, 3-5-2전술을 가지고 나왔다. 사실상 이번 시즌 첼시의 주전술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보면 된다.

그나저나, 역시나 상당히 강력한 선수단이다.

특히나 ‘에덴 아자르’라는 이름값은 현시점에서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사실상 혼자서 공격을 다 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선수지. 저런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에 가서는 역대급 먹튀로 이름을 남기다니. 세상 참 모를 일이야.”

소하는 몸을 푸는 에덴 아자르를 흘겨보며 혀를 찼다.

훗날 그가 망하는 이유는 이미 너무 유명하긴 했다.

“몸 관리 좀 잘하지.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어차피 내 선수도 아닌데 도와줄 이유는 없다.”

에덴 아자르 같은 선수는 소하가 한 번 더 회귀한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굳이 경쟁자의 에이스를 위해 힘을 사용할 필요는 한 푼도 없었다.

“자, 들어가자. FA컵 우승은 우리의 것이다.”

선수들을 독려하는 소하.

대단한 자신감이었고, 이를 넘겨받은 선수들 또한 조용히 눈빛을 불태우며 우승컵을 향한 첫걸음을 떼었다.

< 231화. FA컵 결승전. (1)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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