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226화 (226/306)

< 226화. 리그컵 결승. (3) >

소하와 포츠머스의 1월은 굉장히 바쁘게 흘러갔다.

1월 6일, FA 컵 3라운드. 노리치 시티.

1월 10일, 리그컵 4강 1차전. 브리스톨 시티.

1월 13일, 프리미어 리그 20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1월 17일, 프리미어 리그 21라운드, 첼시.

1월 20일, 프리미어 리그 22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

1월 24일, 리그컵 4강 2차전 브리스톨 시티.

1월 27일, FA 컵 4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1월 31일, 프리미어 리그 23라운드, 레스터 시티.

1월 1일에 치른 한 경기와 더불어 총 9경기라는 살인적인 일정!

괜히 강팀들이 리그컵을 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리그컵 준결승전이 없었다면 7경기 정도로 그럭저럭할만한 일정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포츠머스의 목표는 리그컵 우승이었고, 오히려 프리미어 리그에 신입생들과 유망주들을 투입하며 컵대회에 전력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된다면 얼핏 결과가 보인다.

프리미어 리그는 망했고, 컵대회에서는 빅6가 비슷한 체급으로 모조리 두들겨 팬 그림이 말이다.

“포츠머스가 브리스톨 시티를 누르고 역사상 두 번째 리그컵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일단 브리스톨 시티를 아주 무자비하게 짓눌러버렸다.

1차전, 2차전 합쳐서 6-2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결승전에 안착.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와 맞붙게 되었다.

17-18시즌, 프리미어 리그를 말 그대로 짓밟는 중인 강력한 팀인 맨체스터 시티와의 일전은 가장 큰 난관임은 분명했다.

“포츠머스! FA컵, 3라운드에서 노리치 시티를 박살을 내버렸습니다!”

“성소하 감독의 포츠머스는 정통적으로 FA컵을 버렸는데요,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군요.”

당연하게도 FA컵, 3라운드에서도 시원한 승리를 가져간 포츠머스.

매번 시작하자마자 탈락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다른 팀들에게 경보가 울렸다.

하지만, 핵폭탄이 떨어진다는 경보가 울린다고 핵폭탄을 막을 순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노리치 시티를 4-1로 시원하게 찢어버린 포츠머스는 4라운드의 상대, 뉴캐슬 유나이티드마저 찍어 눌러 버렸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이번 시즌에만 포츠머스에게 3번이나 패배하네요.”

“툰(Toon)들은 혈압이 터질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역사가 비교조차 어려운 팀에게 상대도 되지 않았으니까요.”

전문가들의 말처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결과였다.

잉글랜드 내에서는 나름대로 최고의 명문 중 하나가 바로, 뉴캐슬 유나이티드다.

괜히 ‘골’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것이 아니란 말이다.

빅6를 제외한다면 프리미어 리그를 대표하는 팀이라 봐도 반론이 없을 정도!

그런데, 이런 명문 팀이 이제 갓 이름을 알린 포츠머스에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으며, 심지어 비기지도 못했다는 결과는 치욕이 따로 없었다.

하여튼, 컵 대회 4경기에서 모조리 승리를 챙긴 포츠머스.

이렇게 된다면 프리미어 리그의 성적이 걱정됐지만, 의외로 호성적을 거두었다.

“포츠머스의 신입생들이 드디어 자기 자신들의 재능을 뽐내는군요!”

“아슈라프 하키미, 이 선수 물건이군요! 조금 애매하던 포츠머스의 오른쪽 윙백 자리에 드디어 주인이 찾아왔어요.”

“대단합니다! 알랑 생맥시맹! 도대체 오늘 몇 번이나 드리블을 성공시키는 거죠?”

“델리 알리의 빈자리를 니콜로 바렐라가 부족함 없이 잘 채워줍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알리보다 나아요!”

“유리 틸레만스! 양발에서 뿜어져 나오는 패스가 일품이군요. 스티븐 데커가 그립지 않을 정도예요!”

보통 팀들과는 정반대로, 프리미어 리그에 유망주들과 신입생들은 투입했고,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꾸준히 모아온 재능들이 드디어 잉글랜드 무대의 적응을 마치고 빛을 내뿜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말 놀랍군요. 영입한 선수들의 포텐이 모조리 터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에요. 보통 일반적으로 유망주들은 100중 99는 복권을 긁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성소하 감독은 당첨된 복권만 사들인 격이에요.”

전문가들의 말처럼 킬리앙 음바페나 에링 홀란드 정도의 유망주가 아니면 복권과 마찬가지다.

그것도 매우, 아주 비싼!

제법 이름을 알렸다가 그대로 사라진 유망주가 수두룩하다는 점을 볼 때, 전문가들의 놀라움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소하가 누구던가.

‘유망주 수집’이라는 부분에서는 너무나도 사기적인 능력을 보유한 남자였다.

“뭐···. 알고 사는 거니까. 좀 치사하긴 하지만 어쩌겠어. 다 인생은 불공평한 법이야.”

어떤 선수가 성공할지, 어떤 선수가 어떻게 성장할지, 미래를 아는 소하였기에 이룬 업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대자로 드러누워 날로 먹은 것은 아니다.

유망주들을 영입할 만큼 팀을 키우는 일과 확실한 유망주를 확실하게 키우는 건 오롯이 소하 본인의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유망주들의 급진적인 성장으로 포츠머스의 리그 성적은 매우 훌륭했다.

4경기, 3승 1무.

오직 첼시에게만 비겼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 모조리 승리를 거두며 오히려 리그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리고 이 결과는 포츠머스에게 또 다른 희소식이었다.

“이제 포츠머스는 확실히 빅6와 중위권 팀 사이의 어딘가로 성장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로는 확실히 승리를 가져오는군요.”

“정말 빠른 성장입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성장할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상대적인 약팀을 확실히 잡아내는 능력을 제대로 정착시켰다.

그것도, 고작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래저래, 현재는 물론, 다음 시즌까지 기대하게 만든 훌륭한 1월이었다.

***

소하와 포츠머스의 2월 일정도 상당히 빡빡했다.

2월 3일, 프리미어 리그 24라운드, 스완시 시티.

2월 6일, 프리미어 리그 25라운드, 리버풀.

2월 10일, 프리미어 리그 26라운드, 토트넘.

2월 15일, 유로파 리그 32강 1차전, 아스타나.

2월 18일, FA 컵 16강, 헐 시티.

2월 22일, 유로파 리그 32강 2차전, 아스타나.

2월 25일, 리그컵 결승전, 맨체스터 시티.

초반엔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연달아 붙어있었고, 10일 이후에는 쉴 새 없이 토너먼트를 치르는 험난한 일정이다.

게다가 슬슬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며 토너먼트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졌다.

유로파 리그 본선과 리그컵 결승!

포츠머스의 미래를 정할 크나큰 경기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스타나와 헐 시티는 굉장히 쉬운 상대라는 점.

리버풀,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만 잘 넘기면 된다는 이야기다.

“음. 뭐, 그냥 잘하자. 얘들아.”

“넵!”

“슬슬 가죠.”

“영차, 영차 해봅시다.”

“예이.”

외부에서는 강행군 때문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소하와 선수들은 상당히 태평했다.

드디어 일정에 따른 페이스 배분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가르쳐준다고 익힐 수 없는, 오롯이 경험만이 스승인 기술을 어느 정도 숙달했다는 점은 이후로도 큰 무기가 될 거다.

게다가, 이런 능력과 더불어 포츠머스의 과해 보이는 29명의 선수단은 어려운 일정에서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대륙 간 대회는 25명이지만, 국내에서는 마음껏 돌려써도 되거든···.”

괜히 프리미어 리그의 팀들이 두꺼운 선수단을 보유하기 위해 돈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적당한 숫자의 선수단이었다면 리그컵과 유로파 리그까지 병행할 엄두조차 못 냈을 터.

다다익선이란 사자성어가 정말로 딱 들어맞는 경우였다.

“자, 그럼 출발.”

평범하게, 일상적인 느낌으로 2월의 일정을 시작한 포츠머스.

프리미어 리그 3연전은 1승 1무 1패를 달성하며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1승은 스완시 시티.

1무는 토트넘.

1패는 리버풀.

1.5군을 유지한 경기들이라 ‘선방’했다고 자찬해도 될만한 결과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리버풀에게 또 졌다는 것뿐이었다.

“이로써 1승 1무 3패로군···. 상대 전적이 처참한데···.”

소하는 조금 침울해졌다.

대부분의 감독에게 승률 50% 이상을 달성하고 있었건만.

위르겐 클롭 감독에게만은 맥을 추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언젠간 이긴다···. 결국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이 이긴 거라고···.”

저 멀리, 리버풀이 자리를 잡은 머지사이드를 바라보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 소하. 언젠간 제대로 된 자리에서 제대로 박살 낼 거라고 다짐, 또 다짐하는 그였다.

프리미어 리그의 3연전이 끝났다면 이제 본격적인 토너먼트의 시작이었다.

첫 상대는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을 연고지로 하는 FC 아스타나.

이름마저 생소한 이 구단은 제법 챔피언스 리그나 유로파 리그에 얼굴을 자주 내비치는 팀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농어촌 전형이랄까.

2009년에 창단한 이후로 카자흐스탄 리그를 압도적으로 제패하는 터라 유럽대항전에 자주 나왔다.

유럽대항전으로만 따지자면 포츠머스보다 훨씬 선배다.

즉, 유럽대항전의 경험만은 포츠머스보다 훨씬 우위라는 이야기다.

실제로도 복병역할로 종종 유럽의 강팀을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하는 팀이었기에 방심만은 금물이었다.

물론, 포츠머스에게 방심이란 단어는 억만 광년 떨어진 단어였다.

“이긴다.”

“죽인다.”

“우리가 올라간다.”

“박살을 낸다.”

“찢어버린다.”

프리미어 리그를 태평하게 보냈던 포츠머스는 유로파 리그에 들어서자마자 캐릭터가 바뀌었다.

“우리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준결승전까지는 가고 만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다가 정말 불운하게 유로파 리그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유로파 리그에 참가한 사실은 선수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고, 소하가 말하지 않아도 방심하지 않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저, FC아스타나에게는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삑! 삑! 삑!

[경기 종료! 5,600KM를 날아온 포츠머스가 아스타나에게 완승합니다!]

[10시간에 가까운 비행시간을 가진 선수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아요.]

결과는 4-0.

3,500마일, 5,600KM라는 대단히 먼 원정경기였지만, 포츠머스는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긴 비행시간과 시차 문제에도 불구하고 스승을 쏙 빼닮은 지독한 집념으로 아스타나를 꺾어버렸다.

“아주 완벽히 잘했다. 이제 2차전은 의미가 없다. 내일은 휴식이다!”

소하는 호탕하게 선수들을 칭찬했다.

사실, 5,600KM나 떨어진 곳에서의 경기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았기에 조금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펄펄 날았고, 4골이나 따라잡아야 하는 아스타나는 이제 역으로 5,600KM 날아서 포츠머스로 와야만 했다.

요컨대, 2차전은 말 그대로 의미가 없는 경기라는 이야기였다.

“2차전을 설렁설렁 뛸 수 있으면 매우 좋지. 그다음 경기가 리그컵 결승전이니까.”

2월의 남은 경기는,

2월 18일, FA 컵 16강, 헐 시티.

2월 22일, 유로파 리그 32강 2차전, 아스타나.

2월 25일, 리그컵 결승전, 맨체스터 시티.

이렇게 3경기다.

즉, 2차전이 의미가 없어져 18일과 25일 사이의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오롯이 결승전 준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문어 감독님. 아쉽지만 원본과는 다르게 이번 세계의 리그컵 우승컵은 제가 가져가야겠습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떠올리며 투지에 활활 타오르는 소하였다.

***

드디어 때가 다가왔다.

2월 25일.

리그컵 결승.

힘들었던 2월의 일정을 유로파 리그 16강 진출과 FA 컵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포츠머스에게 끝판왕이 기다리고 있었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한 사람과 한 팀만 따로 놓고 보아도 절로 오금이 저릴 정도로 두렵다. 하지만 지금의 맨체스터 시티는 둘이 하나가 된, 정말 말 그대로 끝판왕이었다.

-힘든 일정을 잘 풀어나간 포츠머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라는 벽은 너무나도 거대하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이미 우승을 거의 확정 지을 정도로 맨체스터 시티는 정말 강력하다.

-프리미어 리그 16연승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는 매우 어려운 상대.

서포터들은 물론, 전문가 대부분도 맨체스터 시티의 압승을 예상했다.

그만큼 2년 차에 접어든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는 말도 안 되게 강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결승전이 열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였다.

거의 웸블리 스타디움이 아니라 제2의 에티하드 스타디움 같은 분위기다.

맨체스터 시티 급의 강팀이 고작 리그컵에 이렇게 목숨을 거는 모습이 이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무관이었고, 이제 막 우승컵을 쓸어 담기 시작하는 시즌이라 어떤 우승컵이든 소중할 시점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이번 결승전은 펩 과르디올라 사단의 첫 번째 결승전이다.

비록 성공이 ‘보장’된 펩 과르디올라라고 할지라도 우승컵을 하나라도 빨리 들어야 기세를 탈 수 있는 법!

여러모로 맨체스터 시티에게도 중요한 결승전임은 분명했다.

“후후···. 이거 완전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이잖아? 그렇지 얘들아?”

“···그러네요.”

포츠머스의 서포터들도 많이 찾아왔지만, 비율은 고작 7:3 정도.

맨체스터 시티의 매표 실력이 대단했다.

“난 이런 게 좋아.”

소하는 중립 구장인지, 원정구장인지 헷갈릴 정도의 경기장 분위기 때문에 조금 주눅이 든 선수들에게 운을 뗐다.

“봐봐,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한낮 한 시에 좌절할 모습을 생각해보라고. 어때? 절로 신나지 않냐?”

“!!”

“!?”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깨달음을 얻은 포츠머스의 선수들. 이내, 그들의 스승처럼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낄낄거린다.

“그렇죠. 절로 탭댄스가 나오겠는데요?”

“하아. 상상만 해도 솜털이 쭈뼛쭈뼛 솟아오르네요.”

“찬물을 끼얹자, 이거죠? 제 취향이에요. 감독님.”

언제 주눅이 들었냐는 듯 악동같이 눈빛을 빛낸다.

“그래. 바로 그래야 내 자식들이지. 그럼 가서 축제를 망치고 와라!”

소하의 명령에 자신감 있게 걸음을 옮기는 포츠머스 선수들.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라고는 한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 226화. 리그컵 결승. (3)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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