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화. 17-18시즌 챔피언스 리그. (9) >
선수들의 투표하는 방식은 전부 각기 달랐다. 먼저, 조쉬 킹은,
“인기 1위는 당연히 나일 테니까, 인기 없는 녀석들 위주로···!!”
단순 무식에서 튀어나온 알량한 동정심으로 신입생을 줄줄이 적어냈다.
“요즘, 존 선배가 존재감이 많이 없어졌으니까, 한 표는 필수지!”
아주 친한 사이인 존 말로리에게 투표를 던진 조쉬 킹이었다.
이는 의외로 꽤 많은 선수가 동감하는 요소였다.
존 말로리는 서포터들에게는 잊히고 있었지만, 선수단 내에서는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어 인망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종종 경기에 나오지도 않는데 오랫동안 팀에 머무는 선수들이 바로 이런 이유여서였다.
선수단 분위기.
이것은 일류 감독들도 휘어잡기 어려울뿐더러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지 않던가.
선수단 분위기의 중요성은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은퇴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반면교사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제시 린가드와 폴 포그바.
이 두 선수는 경기에서 ‘지는 날’에도 라커룸에서 ‘춤을 추는’ 기행을 선보였고,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프로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분위기!
이런 어처구니없는 분위기는 잉글랜드를 지배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돈만 많은 별거 아닌 구단으로 전락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하여튼, 조쉬 킹과 더불어 몇몇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존재감 없는 선수 위주로 투표했다면, 또 다른 몇몇은 ‘명장병’에 걸렸다.
“음···. 명감독님 밑에서 지도받는 나는 전술에 제법 일가견이 있지 않을까?”
칼빈 필립스를 필두로 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이상한 부류!
이들은 동료가 본래의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더 잘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은 녀석들이었다.
“데클란은 아직 미드필더보다는 중앙수비수가 어울려. 그리고 도봉산은 훌륭한 윙포워드지만 ‘메짤라’ 역할로도 더욱 잘할 거 같아.”
본인 또한 ‘명장병’의 희생자가 되는지도 모른 칼빈 필립스의 투표였다.
덤으로,
“조쉬 킹. 이 녀석은 단순 무식하게 윙백으로 서면 더욱 잘할지도?”
조쉬 킹의 오른쪽 윙백 선발이라는 공포의 서막이었다.
꽤 많은 선수가 칼빈 필립스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단 한 번도 서보지 않은 자리에 조쉬 킹이 자리를 잡은 경위였다.
소하의 제자들답게 제법 상식에서 벗어난 선택의 연속!
하지만, 포츠머스에는 비상식만 넘치지는 않았다.
본래의 의도처럼 냉정하게 실력이나 인기를 척도로 투표를 한 선수들도 과반수 이상이었다.
이런 상식적인 투표에서 나온 결과물의 대표주자가 바로, 마이클 반즈였다.
“반즈가 말이 잘 통해서 좋아.”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낚시 권유만 빼면 같이 놀기 정말 좋은 사람이야.”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지만 남을 편하게 해 주는 세상이랄까···.”
“반즈의 평정심은 모범적입니다.”
대단한 인기였다.
딱히 팀 내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사람이 꼬이는 매력을 자랑했다.
마성의 남자라고 할까?
신기한 인간이었다.
“왼쪽은 로보가 부동의 1위지.”
“이견이 없다.”
“일단 왼쪽은 찍고 시작했다.”
마이클 반즈가 인기 원툴이었다면, 앤디 로버트슨은 인기와 실력을 모두 잡은 에이스였다.
실력은 이미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동 포지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고, 보기와는 다르게 개그 캐릭터라 인기가 대단했다.
이것은 마리오 발로텔리도 마찬가지.
개과천선했다지만 여전히 이상한 구석이 많아 한 자리 차지했다.
이렇듯 다양한 취향이 맞물려 완성된 신기한 선발명단.
여러 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경합이 이루어졌지만, 골키퍼 자리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전설이자, 큰형, 페트르 체흐.
떠오르는 신예, 아론 람스데일.
이 둘의 선발을 가른 건 오직 한 표 차이였을 뿐이다.
“체흐는 큰형다웠고, 아론 람스데일은 어린 녀석답게 욕심이 있었다.”
이 투표 결과에 소하는 짤막하게 평가했다. 이유인즉슨, 페트르 체흐는 아론 람스데일을 뽑았지만, 아론 람스데일은 조쉬 킹을 골키퍼 자리에 뽑았기 때문이다.
조쉬 킹을 골키퍼에 뽑다니.
어떻게든 체흐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 아니겠는가.
결국 그 한 표 때문에 동률이 되지 못했고, 선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아론 람스데일이었다.
“좋은 자세다. 제법, 아니. 상당히 소인배 같지만, 출전에 대한 끝이 보이지 않는 욕심은 성장에 큰 도움이 되겠지.”
제법 좋게 평가하는 소하.
잘라 말해, 졸렬하긴 했긴 했다.
매우 졸렬했지만, 그 옹졸함을 감수하더라도 선발에 들고 싶어 하는 욕심은 성장에 밑거름이 될 터.
“골키퍼의 세대교체가 머지않은 지금, 람스데일의 욕심은 든든한 욕심이라고 할 수 있지.”
단지 그 욕심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않으면 됐고, 그 고삐는 소하가 쥐고 있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이래저래 제법 재미있는 선발명단이야. 모처럼 불타오르는데?”
소하는 투표 결과를 보고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냈다.
그동안 짜왔던 선발명단은 정말 기계적이지 않았던가.
체력 바가 보이는듯한 체력배분.
수시로 바뀌는 컨디션의 확인.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실력.
상대 팀의 전략을 방해하는 유형.
등등. 이외에도 모든 변수를 철저하게 계산하고 조립해서 만들던 선발명단이었다.
재미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작업의 연속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프로의 세계란 매 경기가 진검승부였으니까.
지면 죽는 거다, 라는 마음가짐과 다름없었기에 이렇게 재미 위주로 짜인 선발명단은 절로 신이 났다.
“그리고 충분히 해볼 만한 선발명단이기도 하지. 아예 어울리지 않는 선수도 없을뿐더러 어찌 보면 상당히 몸에 맞는 역할일지도?”
마구잡이로 짜인 듯싶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제법 쓸만한 구석이 많다.
몇몇 부분에서는 ‘제대로’ 짜인 선발명단에도 시도할만한 부분도 모인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선수단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상집 같던 분위기에서 누굴 뽑았냐며 웃고 떠드는 원래의 포츠머스다.
“이제, 경기가 끝나고 나서 어떠냐가 관건이군.”
만약, 승패에 상관없이 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을 완벽하게 떼었다는 뜻이었다.
***
“허. 이게 뭐야?”
AS로마의 신임 감독,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은 포츠머스의 선발명단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69년생으로 제법 ‘젊은’ 편에 속한 그로서도 포츠머스의 선발명단은 진보를 넘어 파격적으로 보였다.
“전문 중앙수비수가 없는 데다가, 가장 위협적인 모하메드 살라는 없고, 조쉬 킹도 오른쪽 수비수로? 하하. 재밌군.”
보통 감독이었다면 모멸감도 느낄 법했건만.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은 젊은 감독답게 유쾌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좋아.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략 방법은 확실하군. 이봐, 에딘!”
순식간에 포츠머스의 약점을 파악한 디프란체스코 감독은 몸을 풀던 ‘에딘 제코’를 불렀다.
감독의 부름에 후다닥 달려오는 에딘 제코. 유럽의 1부리그를 떠돌며 대단한 명성을 쌓은 ‘장신’ 스트라이커다.
“오늘 주공격 루트를 바꾼다. 너의 머리에 공격을 집중하겠어.”
“···음. 알겠습니다.”
에딘 제코도 일류 선수답게 감독의 의도를 단박에 파악했다.
포츠머스의 중앙수비수는 칼빈 필립스와 데클란 라이스.
칼빈 필립스는 178cm의 단신이었고, 데클란 라이스는 훗날 190cm까지 자라지만 아직은 180대 후반이다.
즉, 193cm의 신장인 에딘 제코가 압도적으로 공중볼에 대한 우위를 점했다는 이야기였다.
두말할 거 없이 소하의 변칙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 AS로마였다.
이렇듯 AS로마와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승리전략을 완성할 때쯤.
소하와 포츠머스도 승리전략을 짜고 있었다.
“킹아, 너는 단 두 가지만 기억해라. 하나는 공을 잡으면 앞으로 뛰고, 둘은 공이 없으면 스테판 엘샤라위만 따라다녀라.”
“넵!”
머릿속에 집어넣지도 않고 바로 호쾌하게 대답하는 조쉬 킹.
제대로 이해했나 조금, 아니, 굉장히 의심스러웠지만 소하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저래 보여도 이렇게 단순한 임무는 확실히 이행할 정도의 지능을 지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대충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알지?”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필립스도 조쉬 킹에 질세라 냉큼 대답했다. 하지만, 조쉬 킹과는 대답의 무게가 달랐다.
그는 이미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소하가 말하기도 전에 완벽히 파악한 상태였다.
‘킹이 마구잡이로 움직이며 생기는 공간을 잘 커버해야겠어.’
제대로 이해한 칼빈 필립스였다.
그의 포지션은 오른쪽 중앙수비수.
즉, 공격만 하고 수비 시엔 사람만 따라다닐 킹의 오른쪽 측면수비까지 도맡아야 했다.
“그리고···. 쌀아.”
“넵. 감독님.”
소하가 부르자 재빨리 다가와 부동자세를 취하는 데클란 라이스.
한국어로 쌀이라고 불렀음에도 정확히 알아듣는 재주가 참으로 용하다.
아니, 어찌 보면 얼마나 자주 그렇게 불렀냐가 문제일지도 몰랐다.
“오늘 승부처는 너다. AS로마는 에딘 제코의 머리를 활용하려고 할 거야. 막을 수 있겠냐?”
“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호연지기다. 너만 믿는다.”
“넵!”
전입하자마자 유격 훈련에 참가한 신병 같은 데클란 라이스의 대답에 소하는 굉장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단순히 좋은 기세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울룩불룩.
잘생기고 제법 모범생다운 외모 덕분에 가려진 저 근육을 보라.
신체적으로 약하다는 평가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다.
여기에 더해서 마리오 발로텔리, 모하메드 살라, 에링 홀란드, 조쉬 킹 같은 피지컬 괴물들과 종일 몸을 부딪치는 나날의 연속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암만 제코가 신체적으로 강하다고 해도 절대 꿀리지 않지.’
기세가 아닌, 수년에 걸친 데클란 라이스의 ‘노력’을 믿는 소하였다.
“자, 그럼 어디 한번 오랜만에 놀아보러 가자. 얘들아.”
모처럼 ‘이기자’가 아닌, 놀아보자고 외치는 소하.
이에, 선수들은 모처럼 밝은 웃음과 함께 수용인원 70,634명의 거대구장, ‘스타디오 올림피코’의 푸르른 잔디로 향했다.
***
AS로마와 SS 라치오가 홈구장으로 공유하는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드디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삑! 삑! 삑!
챔피언스 리그 3차전을 관람하기 위해 몰려든 7만여 명의 귀에 청량하게 울리는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
동시에 관중들의 우렁찬 박수 소리가 뒤따른다.
-짝짝짝짝!
경기 결과는 2-2 무승부.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90분이 짧게 느껴질 만큼 화끈하고 멋진 경기였기에 만족감을 표한 관중들이었다.
[정말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양 팀 모두 한 치도 양보 없이 공격 일변도로 나서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는 제쳐두고서라도 챔피언스 리그 3차전 최고의 경기였어요!]
기발한 포츠머스의 선발명단을 둘째 치더라도 당연한 결과였다.
소하로 말하자면 전 세계에서도 ‘공격축구’로 굉장히 유명한 감독이었고,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도 그에 못지않은 공격 광신자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90분 동안 서로 날린 슈팅 숫자만 40개가 넘어갈 정도였다.
슈팅 숫자 19:22.
굉장히 놀라운 지표다.
만약, 포츠머스와 로마의 공격진들이 영점이 조금만 잡혔다면 합쳐서 10골이 넘게 터질지도 몰랐던 경기였다.
이렇듯 서로가 만족할만한 멋진 승부를 가른 포츠머스와 AS로마.
하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포츠머스가 승패에 상관없이 제법 얻어가는 것이 많은 경기라고 할 수 있었다.
[포츠머스가 제법 이득을 많이 봤습니다. 일단, 도봉산의 메짤라 역할을 정말 찰떡이더군요.]
[델리 알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을 전방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먼저, 도봉산의 재발견이었다.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도봉산은 시종일관 멋진 드리블로 공격을 주도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평소 같은 자리에 서던 델리 알리의 연계플레이와 높은 축구 지능을 활용한 오프더볼 움직임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
다양한 중원 조합은 언제나 환영이었고, 델리 알리와 도봉산의 중원 조합도 기대해볼 만했다.
그리고 이뿐만이 아니었다.
[포츠머스의 오른쪽 윙백 자리가 조금 불안했는데, 조쉬 킹이라는 와일드카드가 생겼습니다.]
[오늘 상당한 모습을 보여줬죠.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분쇄했습니다.]
오늘 조쉬 킹의 플레이는 한마디로, ‘차도리’였다.
전설, 차붐의 아들이자 엄청난 신체능력을 자랑했던 대한민국의 선수!
그가 아시아팀을 상대로 보여줬던 미친 치달을 시종일관 보여주면서 AS로마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참···. 축구에 대한 개념이 조금 부서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맞아요. 전술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었어요. 그냥 공을 잡으면 계속 달릴 뿐인데, 이게 너무 위협적이란 말이죠.]
사실, 축구‘선수’가 아니라 축구‘짐승’이었다. 굉장히 야생적이며 야만스러운 축구를 보여준 조쉬 킹이었다.
물론, 그의 활약에는 뒤를 닦아주느라 고생한 칼빈 필립스와 지성이 없는 플레이에 지성을 더해준 잭 해리슨의 공이 매우 컸다.
하여튼, 꾸준히 기용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지만, 아직 매튜 다이스, 아다마 트라오레, 성장을 이제 시작한 아슈라프 하키미라는 허술한 오른쪽 윙백 자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선수임은 틀림없었다.
여기에 더불어 데클란 라이스의 완벽한 수비력까지. 비겼지만 승리한 경기였다.
“객관적으로 봐도 원정경기에서 무승부는 이득이지.”
패배를 감수했지만, 무승부를 거두자 매우 만족한 소하였다.
게다가,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의 반응마저도 완벽하기 짝이 없다.
“아, 측면 수비수란 생각보다 힘든 자리였네. 그리고 앞에서 뛰어준 부주장 덕분에 어떻게 움직이면 편해지는지를 알았어.”
“흠. 알리가 머무는 자리는 훨씬 좁고 압박이 심했군요. 앞으로의 플레이에는 이걸 고려해야겠어요.”
“내가 그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위치선정이 조금 아쉬웠구나. 주장이 아주 힘들었겠어.”
전혀 다른 자리에서 뛰어보며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보완점을 눈치챈 포츠머스의 선수들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소하가 노리던 ‘민주적인 선발명단’의 두 번째 노림수!
새로운 관점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함과 더불어, 동료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이었다.
‘좋아. 좋아. 이제 마지막 세 번째 노림수까지 성공하면 꿈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거다.’
심유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소하. 이런 방식으로는 결국 성적이 어그러지겠지만, 더 앞을 바라보며 칼을 빼든 그였다.
< 210화. 17-18시즌 챔피언스 리그. (9)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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