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17-18시즌 챔피언스 리그. (4) >
‘계속 잘하면 된다!’라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포츠머스의 남은 9월 일정은 상당히 어려웠다.
9월 19일. 리그컵 3라운드, 반즐리 FC와의 홈경기.
9월 22일. 프리미어 리그 6라운드, 리버풀 FC와의 원정경기.
9월 26일. 챔피언스 리그 조별리그 2차전, 바이에른 뮌헨과의 홈경기.
9월 29일.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 토트넘과의 원정경기.
반즐리 FC와의 리그컵 32강을 제외한다면 강팀들과 맞붙는 일정이다.
게다가 3~4일 간격으로 원정과 홈경기를 번갈아 하는 미친 일정!
“이건 좋지 않다.”
소하는 작은 한숨과 함께 짧게 평가했다.
보통 경기 전후로 휴식을 주는 포츠머스의 훈련 일정상 훈련 시간이 매우 짧다. 덤으로 잦은 이동으로 인한 컨디션 이슈까지 생각해 본다면 최악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지금의 좋은 기세가 꺾인다면 앞으로의 여정에도 엄청난 피해가 올 거야.”
포츠머스는 종종 경기에서 패배할 때도 있었지만 크고 넓게 보자면 항상 톱기어를 유지하는 팀이다.
항상 최고 속도로 거침없는 질주를 하는 팀이란 이야기.
그런데 만약 이런 팀이 시즌 도중에 완전히 정지해버린다면?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거다.
아예 퍼지거나 제대로 된 속도로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리그컵에서 반즐리를 만난 건 정말 다행이지.”
프리미어 리그 팀을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약팀을 만난 건 정말 다행이었다.
체력이 갈려 나갈 주전들이 휴식을 취할 유일한 기회였다.
“일단 리그컵은 풀 로테이션으로 간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특단의 조치! 보통 소하는 어떤 경기라도 전원을 바꾸는 강수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몇몇 핵심 선수들을 번갈아 가며 뼈대로 삼고 살을 붙이는 형식으로만 로테이션을 했거늘. 이렇게 완전히 선수단을 갈아버리지는 않았었다.
“경기력에 문제가 생기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전 경기도, 전전 경기도 모두 풀 주전으로 임했으니까.”
주전들의 체력 저하는 이미 눈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암만 멀쩡한척해 봐도 소하의 눈을 속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소하의 노림수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참에 각성해서 새로운 주전 후보로 떠오를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주전의 비상!
난관에 부딪힌 포츠머스에는 매우 필요한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소하의 의중을 파악한 후보 선수들도 아주 의욕이 넘쳤다.
“좋아. 이참에 내 능력을 감독님께 제대로 보여주겠어!”
“다음 시대는 바로 나다.”
“감독님은 실력만 되면 무조건 경기에 내보내 주시는 분이니까···.”
“반즐리를 박살 내고 주전 자리 따낸다.”
“놓칠 수 없는 기회!”
의욕이 넘치다 못해 활활 타오르기에 이르렀다.
소하가 무척 만족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
“좋아, 가자!”
무척 호쾌하게 선발명단이 공개되었다.
[GK: 아론 람스데일.
LB: 로빈 고젠스.
CB: 아담 웹스터.
CB: 후벵 디아스.
RB: 아슈라프 하키미.
DMC: 커너 러셀.
MC: 유리 틸레망스.
MC: 니콜로 바렐라.
LW: 알란 생막시맹.
ST: 마리오 발로텔리.
RW: 잭 해리슨.]
완전히 갈아엎은 선발진으로 반즐리를 상대하는 포츠머스. 기세만큼은 이미 승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삑! 삑!
반즐리 FC와의 리그컵 3라운드 전반전이 끝났다. 훌륭한 기세로 경기에 임한 것치고는 포츠머스의 홈구장, 프래튼 파크는 상당히 조용하다.
그 이유는,
[아!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강호, 포츠머스가 반즐리 FC에 2-0으로 뒤처진 채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대규모 로테이션을 감행한 악영향이 제대로 나타난 경기였어요. 손발이 하나도 맞지 않는 최악의 내용이었습니다.]
전반전에만 두 골을 얻어맞으며 끌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 중에서도 최악의 결과였다.
“···.”
할 말을 잃은 소하.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도 많았기에 손발이 맞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맞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소하였다.
‘망했네. 이번 시즌 목표 중 하나가 리그컵 우승인데.’
미래를 위한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에는 우승컵이 필요한 상황.
그리고 리그컵이야말로 가장 차지하기 쉬운 우승컵이었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컵이나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은 아직 불가능에 가까웠고, FA 컵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으니까.
‘어쩌면 좋으려나···.’
확실히, 리그컵은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가지.
오늘은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주전 선수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리버풀 전에서는 아예 써먹질 못할 텐데.’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는 소하.
리버풀 FC와의 경기는 정말 중요했기 때문이다.
서로 챔피언스 리그 출전을 놓고 싸우는 리버풀과의 경기는 승점 6점짜리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해서, 다다음 경기인 챔피언스 리그, 바이에른 뮌헨과의 선발진에도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누굴 투입할까.’
다음의 다음, 그다음까지 계산하면서 선수들을 게슴츠레 훔쳐보는 소하.
일단 벤치에는,
페트르 체흐.
케빈 도슨.
방주호.
스티븐 데커.
조쉬 킹.
모하메드 살라.
존 말로리.
이렇게 7명이 대기 중이다.
두 골이나 뒤처진 상황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줄 선수는 스티븐 데커, 조쉬 킹, 모하메드 살라, 이 셋뿐.
전부 리버풀전에서 선발이 예약된 선수들이었다.
“으으으음···!”
소하는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어려운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휴식시간이 끝나기 전에 결정을 내렸다.
“킹이랑 데커. 그리고 주장. 너희 셋을 동시에 내보내겠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알겠냐?”
소하의 선택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알랑 생막시맹을 빼버렸으며,
공격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커너 러셀을 스티븐 데커로 바꾸어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뜻이었고,
아담 웹스터 대신 케빈 도슨을 투입해 라인을 올리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래저래 이왕 변화가 필요하니 어떻게든 공격적으로 임해 점수를 따라잡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넷! 무조건 해트트릭 박고 올게요.”
“역전승하고 오겠습니다.”
“감독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반드시 이기고 오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소하에게 선택받은 세 명의 선수들은 의욕이 넘쳤다.
애초에, 팀의 엉망인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보며 몸이 달아올랐기도 했으며, 이렇게까지 했는데 져버리면 정말 큰일이 난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무리수를 던졌는데 실패해버리면 여파는 더욱더 컸을 테니까.
“그래. 너희들을 믿는다.”
듬직한 주전들의 어깨를 두들기는 소하. 물론,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교체된 선수들에게 질책과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은 그였다.
***
-삑! 삑! 삑!
리그컵 3라운드가 종료되었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와는 다르게 프래튼 파크는 다시금 열기가 폭발했다.
“포츠머스! 포츠머스! 포츠머스!”
“조쉬 킹은 신이야!”
“환상적인 용병술이었어!”
후반전에 보여준 포츠머스의 놀라운 마법에 혼이 빠졌다.
[정말 대단합니다! 조쉬 킹의 해트트릭으로 3-2 펠레 스코어를 만들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후반전은 아예 다른 팀이었습니다. 포츠머스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던 45분이었어요.]
조쉬 킹의 해트트릭!
단 45분 만에 반즐리 FC의 수비진을 세 번이나 베어내며 놀라운 역전승의 주역이 된 조쉬 킹이었다.
주전도 잃고, 경기도 지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해준 조쉬 킹에게 소하가 크게 칭찬했음은 당연했다.
“이제야 어디 가서 내 수제자라며 소개해도 되겠군.”
시큰둥한 말투였지만, 평소 조쉬 킹을 대하던 소하를 아는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만큼 부드러운 태도였다.
하지만 외신들의 평가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조쉬 킹은 이제 월드 클래스에 근접했다. 2부리그를 상대하는 정도라면 혼자 힘으로도 팀을 이끈다.
-4부리그에서 시작한 천재 공격수. 중앙에서 왼쪽으로 이동했음에도 더욱 날카로워졌다.
-대단한 잉글랜드산 포워드. 해리 케인과 더불어 잉글랜드의 미래!
등등.
조쉬 킹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이미 잉글랜드 국적으로서는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거늘. 대단한 인기였다.
심지어 모처럼 ‘발롱도르’를 수상할 잉글랜드 선수라고 평가하는 호사가들도 등장할 정도였다.
“발롱도르는 개뿔. 어디 동네 중국집 쿠폰도 아니고, 킹이 받을 리가 있겠나.”
소하는 짧고 비판적으로 평가했을 뿐이지만 말이다. 딱히 너무 박한 평가도 아니었다.
발롱도르.
한 해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가장 영예로운 상.
잉글랜드 선수로서 발롱도르를 받은 선수는 ‘마이클 오웬’ 이후에는 없었다.
소하의 눈에는 아직 단점이 많은 조쉬 킹이었기에 너무나도 거리가 먼 상이었다.
하여튼, 리그컵을 과감한 승부수로 역전한 소하와 포츠머스는 그 대가를 지급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바로, 리버풀 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바이에른 뮌헨전을 고려한 소하는 1.5군으로 선발을 내보냈다.
[GK: 페트르 체흐.
LB: 앤디 로버트슨.
CB: 데클렌 라이스.
CB: 찰스 말로리.
RB: 매튜 다이스.
DMC: 칼빈 필립스.
MC: 스티븐 데커.
MC: 델리 알리.
LW: 마리오 발로텔리.
ST: 에링 홀란드.
RW: 도봉산.]
팀의 핵심인 케빈 도슨, 조쉬 킹, 모하메드 살라가 모두 빠진 선발명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케빈 도슨과 조쉬 킹은 이미 체력소모가 컸고, 바이에른 뮌헨전을 위해서는 모하메드 살라를 풀 컨디션으로 유지해놔야만 했기에 내린 결단이었다.
여기에 데클란 라이스를 수비수로 보내면서까지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 소하였다.
물론, 아예 리버풀 전을 배제하고 챔피언스 리그에 올인하거나, 챔피언스 리그를 포기하고 리그에 올인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소하의 목표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였다.
“트레블을 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해놔야 한다. 비록 지금은 실패할지 몰라도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다.”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어느 하나를 버려서는 절대로 트레블이란 위업을 이룰 순 없는 법.
이번 시즌의 경험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훗날에 이룰 꿈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리 약한 선발진도 아니라고. 난 녀석들은 믿는다.”
선수들에게 강한 믿음 보여주는 소하. 그리고 이것이 통했던 걸까?
포츠머스는 리버풀의 ‘안 필드’에서 상당히 분투하며 치열한 경기를 펼치었다.
후반 42분까지 2-2, 무승부를 유지하며 승점을 따낼 기회까지 엿보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그래! 잘한다. 잘해!”
목청이 터질 듯이 외치는 소하와 이에 화답하는 포츠머스의 선수들.
놀라운 분투였고 승점을 챙길 자격을 갖춘 모습이었지만, 리버풀은 만만치 않았다.
모하메드 살라를 자기들도 모르게 빼앗긴 리버풀. 그들이 살라의 대안으로 데려온 선수는 놀랍게도, ‘앙투안 그리즈만’이었기 때문이다.
이적료 1억 파운드.
주급 30만 파운드.
구두쇠로 유명한 리버풀의 ‘존 헨리’ 구단주가 리버풀을 부활시키기 위해 큰 투자를 감행한 결과였다.
훗날 바르셀로나에서 쫄딱 망하긴 했지만, 현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월드 클래스’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는 선수!
그리고 이 특별한 선수는 포츠머스의 분투를 꺾을 만큼 뛰어난 선수였다.
-철썩.
후반 44분.
절묘한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수비진을 부숴버린 앙투안 그리즈만의 마수걸이 골이 터져 나왔다.
[이럴 수가! 1분만 버텼다면 승점을 챙길 수 있었던 포츠머스였는데요!]
[과연 월드 클래스 선수는 남다릅니다. 정말 뛰어난 선수예요.]
후반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앙투안 그리즈만의 놀라운 실력이었다.
“···젠장.”
땅을 후려치며 아쉬워하는 소하. 모하메드 살라를 애써 먼저 데려왔더니 앙투안 그리즈만을 데려온 리버풀이 밉기만 하다.
경쟁자의 약체화를 시도했지만, 더욱 강해져서 돌아오다니. 정녕 신의 장난질인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이겨라? 이거지? 알았어. 접수.”
소하는 패배를 받아들이며 다시금 승부욕을 불태웠고, 이제 곧 다가올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바이에른 뮌헨.
명실상부한 기복 없는 세계최강의 팀.
이 팀을 이긴다면 16강 진출도 꿈이 아니었다.
< 205화. 17-18시즌 챔피언스 리그. (4)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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