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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천재 감독-204화 (204/306)

< 204화. 17-18시즌 챔피언스 리그. (3) >

전반 25분. 2:0.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포츠머스는 제대로 기세가 올랐으며,

파리는 제대로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파리 생제르맹은 스타가 즐비한 강팀 아니던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신줄을 붙잡는다면 팀을 정비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잠재성이 있었다.

“잠재성은 개풀 뜯어먹는 소리지. 전반전에 끝내버려라! 얘들아!”

소하는 코웃음을 치며 선수들을 더욱 닦달했다. 한 골만 더 박아버린다면 잠재성이고 나발이고 사라질 터.

아예 숨통을 끊어버려 꿈틀거리지도 못하게 하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소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본능적으로 인생 첫 챔피언스 리그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완전히 목숨을 찢어놔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흡사 야생동물이 태어나자마자 사냥하는 법을 알듯이 말이다.

전반 34분.

조쉬 킹의 추가 골을 도운 에링 홀란드는 기회를 잡았다.

간단한 횡패스 실수라는 어처구니없는 파리 생제르맹의 실수 덕분에 잡은 절호의 역습 기회!

자고로 횡패스의 실패는 어떤 팀이든, 어떤 상황이든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지 않던가.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조금 전, 환상적인 연계로 1도움을 달성한 에링 홀란드인데요.]

[마침 왼쪽 측면에서 압도적인 신체조건으로 상대를 제압한 조쉬 킹이 거칠게 뛰고 있습니다.]

패스가 장기는 아닌 에링 홀란드였지만 조쉬 킹의 위치가 매우 좋아 충분히 시도할 만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링 홀란드는 혼자 해결하기로 마음먹는다.

‘나도 골을 넣고 싶어!’

이미 세 명의 전방 공격수 중에서 둘이나 골을 넣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신만 골을 넣지 못하고 있던 에링 홀란드의 욕심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웠다.

공격수로서 무조건 지녀야 할 끊임없는 골 욕심의 발현이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욕심을 골로 승화시키느냐 못 시키느냐였을 뿐.

‘그저 탐욕으로 끝난다면 교체당할 각오까지 했을 거라고 믿는다. 홀붕아.’

경기장을 주시하던 소하는 독한 마음을 품었다. 중요한 상황에서의 결정적인 기회를 ‘탐욕’으로 날려 먹는다면 더는 필요 없는 선수였다.

적어도 이번 경기에서는 말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에링 홀란드는 가능성 없는 탐욕을 부릴 만큼 멍청한 선수가 아니었다.

-툭, 툭.

엄청난 덩치에 믿어지지 않는 대단한 가속도로 순식간에 앞으로 질주하는 에링 홀란드!

“어?!”

눈 깜빡한 사이에 최고 속도로 기어를 올리자 달라붙던 티아고 모따가 매우 당황한다.

‘미, 미친. 저 덩치로 저런 속도가 말이 되는 거야?!’

빠른 속도를 가진 선수는 많았다.

하지만 에링 홀란드 같이 신장 195cm, 체중 88kg의 거구가 저런 속도를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아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 호날두와 메시의 뒤를 이을 세계 최고의 선수는 네이마르나 음바페뿐만 아니라 저 선수도 마찬가지구나···!’

처음에는 동료인 킬리앙 음바페가 유일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생각이 바뀐 티아고 모따였다.

상대편을 동료처럼 평가할 만큼 압도적인 재능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파르크 데 프랭스를 가득 메운 47,000명의 축구팬들도 마찬가지.

잉글랜드 무대에서만, 그것도 후반기에만 잠깐 실력을 과시했던 에링 홀란드였거늘.

전 세계적으로는 무명이었던 그가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키는 순간이었다.

[홀란드! 홀란드! 달립니다. 누, 누구도 막지 못합니다!]

[마르퀴뇨스가 서둘러 앞을 막아보지만 그대로 튕겨 나가네요! 마치 덤프트럭에 치인 꼴입니다!]

자신을 가로막던 수비수까지 압도적인 육체 능력으로 무력화시킨 에링 홀란드.

남은 상대는 오직 하나, 골키퍼뿐이었고 타고난 공격수에게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툭.

서둘러 튀어나온 케빈 트라프 골키퍼를 농락하는 멋진 칩슛이 작렬!

-데굴데굴.

공이 힘없이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야말로 탐욕을 환상적인 플레이로 바꾼 기적과 같은 장면이었다.

“나도 넣었다아아아!!”

공격수로서 자질인 골 욕심을 마음껏 표출하며 울부짖는 에링 홀란드!

그 모습이 너무나도 무서워 동료들은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달려들어 격하게 축하해준다.

“넌 세상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미남이야! 이미 데이비드 베컴을 제쳤다고!”

“얼굴도 잘생겨, 축구도 잘해. 둘 중 하나만 하면 안 되냐?”

“어이, 꽃미남. 도대체 넌 전생에 나라를 몇 번 구한 거냐? 옛날 바이킹의 하이로드라도 되냐?”

“진짜 모든 걸 다 가진 남자. 다시 태어나면 홀란드로 태어난다.”

“다태홀!”

격하게 칭찬하는 선수들.

농담이 제법 섞였지만 골을 넣어줄 때 확실하게 넣어주는 동료가 너무나도 잘생겨 보였다.

“하하하! 너무 띄워주지 말라고. 요즘 관리받으면서 더 잘생겨지는 중이니까.”

“···.”

“···.”

할 말을 잃은 포츠머스의 선수들.

조금 분위기가 경직되었지만 에링 홀란드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 팀은 정말 마음에 들어.’

평생 부모님한테도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거늘.

이 구단에서는 소하는 물론이고 동료들까지 항상 잘생겼다고 해준다.

‘영원히 함께하자!’

소하는 모르겠지만 에링 홀란드의 초장기 계약이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

-삑! 삑! 삑!

역사적인 포츠머스의 챔피언스 리그 첫 경기가 끝이 났다.

최종 결과는 6:1.

그나마 킬리앙 음바페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대세를 막을 순 없었다.

전반 35분 만에 3골을 헌납한 파리 생제르맹.

3골을 헌납한 순간, 팀이지만 팀으로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뭐 하는 거야?”

“같이 못 해 먹겠네.”

“제대로 좀 해라.”

자기들끼리 싸우며 내분이 일어났고 모두가 개인플레이를 일삼으며 엉망진창인 모습을 보여줬다.

[부끄러운 수준의 팀.]

[프랑스의 수치.]

[이것은 비극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짧은 평을 남겼을 뿐이다.

할 말은 많지만 말을 길게 하면 험한 말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참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그들은 바로, 경기장을 찾은 파리 생제르맹의 서포터들.

엄청나게 분노한 그들의 욕설을 막기엔 불가능했다.

“야이, 새끼들아 도대체 뭐 하는 새끼들이냐? 밥은 먹고 다니냐?”

“당장 유니폼 반납하고 변방 리그로 꺼져버려!”

“받아 가는 돈이 얼만데 포츠머스에 털리고 지랄이냐?!”

“어휴. 병신 새끼들.”

“그냥 축구 접어라. 개자식들아.”

홈팬들이 홈팀에게 무차별적인 폭설과 야유를 날리는 환장의 파티였다.

하기야, 주급으로만 봐도 속에서 열불이 터질 만했다.

네이마르와 음바페의 주급만으로도 포츠머스의 전체 연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시즌 파리는 한화 2,000억이 넘는 금액으로 음바페까지 팀에 합류시킨 상태.

지고 싶어도 질 수도 없었고, 져서도 안 되는 경기였다.

결국, 성난 과격 서포터들이 파리 생제르맹의 선수들이 탐승한 버스를 습격하기에 이르렀고, 다음 날 신문 1면을 ‘파르크 데 프랭스의 비극’이 장식하게 되었다.

이렇듯 챔피언스 리그 b조 1차전을 완벽한 승리로 장식한 소하는 의기양양하게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경기 전날의 무례했던 기자회견은 어디 갔는지 회견장은 초상집이 따로 없다.

이에, 소하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들 그러시죠? 축구를 너무 잘해서 질문이 없으신가요?”

“···.”

“···.”

소하만큼 복수를 잘하는 인물도 없지 않은가. 매우 정중한 질문으로 기자단의 속을 뒤집는 데 성공한 그였다.

***

“와아아아! 포츠머스의 영웅들이다!”

“무적! 무적! 무적! 무적!”

“신들이 이 땅에 돌아오셨다!”

잉글랜드의 포츠머스시는 때아닌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사실, 포츠머스의 성공 이후 도시에는 활기가 넘치다 못해 흐르기까지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오늘의 축제는 사뭇 의미가 달랐다. 역사상 최초로 참가한 챔피언스 리그에서 승리한 영웅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마치, 우승 퍼레이드라도 하는 것처럼 버스에 탑승한 선수들에게 끊임없는 찬사를 내보내며 즐거워한다.

“우리 팀 서포터들은 천사라니까.”

“항상 응원해주지.”

“파리 팬들 봤냐? 무섭던데.”

끊임없는 찬사에 얼굴의 근육이 풀어진 선수들. 다만, 소하만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뭘 헤벌쭉거려. 서포터들은 너희가 잘해서 칭찬해줄 뿐이야.”

“엥? 맨날 칭찬해주던데요?”

조쉬 킹이 멍청하게 반문하자 동료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어찌 저 녀석은 저리도 학습 능력이 없는 건지. 그의 모습은 그저 학습 능력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는 반면교사였다.

“야이, 돌대가리 같은 자식아. 그거야 우리가 맨날 잘하니까 그런 거지.”

포츠머스의 지난 4년 4개월은 정말 단 한 번도 못 한 적이 없었다.

종종 경기에서 질 때도 있었지만 사소한 해프닝이었을 뿐.

서포터들이 분노하기엔 리그 내에서의 성적이 너무나도 좋았다.

리그2, 우승.

리그1, 우승.

챔피언십 리그, 승격달성.

프리미어 리그, 4위 달성.

욕을 하려야 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여기서 욕을 한다면 솔직히 그 사람의 인성이 문제였을 뿐이다.

“우리가 항상 잘할 수는 없을 거야. 그때는 서포터들도 쓴소리를 내뱉겠지. 그때를 위해서라도 너무 마음이 풀어지면 안 된다. 알겠냐?”

“넵!”

“알겠습니다!”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소하가 경고하자 선수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소하답지 않게 조심스럽지 않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하는 매우 냉정했다.

‘확연하게 선수들의 체력이 빠졌다. 눈에 보일 정도야. 즉, 앞으로 리그에서의 성적은 장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지.’

처음 겪어보는 유럽 대항전.

경험이 미천한 포츠머스 선수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동 시의 체력관리 요령이나 시차 관리 같은 것들은 가르쳐준다고 몸에 익힐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게다가 리그에서도 계속 주전을 갈아왔던지라 본격적으로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보 녀석들의 실력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거야. 결국 성적은 떨어질 테고 성난 서포터들도 나오겠지.’

많은 선수를 보유했지만, 아직 신입사원이 많은 편이다.

이 말은 즉, 실력이 무르익지 않아서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

앞으로의 다가올 피할 수 없는 난관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람이란 좋지 않을 때 나쁜 말을 들으면 더욱 주눅들 수밖에 없는 법.

미리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켜둬야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을 거라는 소하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매우 불운하게도 조쉬 킹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나 보다.

“계속 잘하면 되죠!”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조쉬 킹!

계속 잘해서 계속 칭찬받으면 되는 일을 왜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냐는 의지가 느껴진다.

‘어휴. 관뚜껑을 자기가 덮네.’

‘요즘 자살이 유행이냐?’

‘난 저러지 말아야지.’

또다시 사망 플래그를 세운 조쉬 킹에게 애도의 눈길을 보내는 포츠머스의 선수들.

한번 풀어줬더니 또다시 바늘을 무는 붕어가 따로 없다.

이렇듯 모두가 조쉬 킹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 때.

소하는 의외로 크게 칭찬한다.

“오! 바로 그거다! 요즘 킹이가 제법 머리가 좋아졌어! 너 좀, 늦게 머리가 트이는 스타일이었구나?”

“그럼요! 제가 누누이 말했잖아요. 선생님께 애는 똑똑한데 공부를 하지 않을 뿐이라는 말을 지겹게 들었어요!”

“와. 그 선생님 이름이 뭐냐? 혹시 헬렌 켈러를 가르친 앤 설리번이시니?”

“비슷하지 않을까요? 근데, 헬렌 켈러랑 앤 설리번이 누구예요?”

“···.”

세상에 이보다 더 무의미하고 어이없는 대화가 또 있을까.

근묵자흑이라고 소하가 물든 것인지 조쉬 킹이 물든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하여튼, 앞으로 많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계속 잘하면 된다’라는 해답을 얻은 포츠머스.

과연 챔피언스 리그에서 얻은 좋은 자신감과 강하고 억센 기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 204화. 17-18시즌 챔피언스 리그. (3)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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