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 폭풍 영입. (4) >
어느덧 7월이 모두 지나가고 8월이 다가왔다. 8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포츠머스와 소하는 일단 한 가지 영입을 완료하는 데 성공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아슈라프 하키미 영입 완료. 이적료는 1,000만 파운드.]
[18세의 유망주에게 상당한 금액을 쏟아부은 성소하 감독.]
[믿고 쓰는 레알 마드리드 유망주. 성소하 감독의 선택을 믿어보자.]
1,000만 파운드.
한화 150억.
18세짜리 검증도 되지 않은 유망주에게 쏟아붓기에는 꽤 많은 금액이었다.
17-18시즌만 해도 아예 이름이 없던 선수라 과한 투자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이건 뒷이야기가 있었다.
“이적료 500만 파운드에 2,000만 파운드의 바이-백 조항이면 수락하겠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완고한 바이-백 정책 때문이었다.
바이-백(Buy-Back).
즉, 레알 마드리드만 일정 이상의 금액을 제시하면 재영입을 할 수 있는 조항이다.
타 구단으로 보낸 구단의 유망주가 급성장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 사드리겠다는 레알 마드리드의 방식!
물론, 소하에게는 최악의 조항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애써 키운 최고의 오른쪽 윙백을 2,000만 파운드라는 헐값에 넘길 수는 없지.”
최소 4~5천만 파운드의 값어치를 자랑할 선수를 달랑 2,000만 파운드에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선수들에게 레알 마드리드는 꿈의 구단. 개인 협상을 저지하기에도 불가능했다.
“바이-백은 됐고 이적료를 차라리 두 배 더 챙겨 드릴게. 어때요?”
“흠···. 좋습니다.”
바이-백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이적료를 더 얹어준 소하였다.
차라리 지금 500만 파운드를 손해를 보는 것이 길게 보자면 훨씬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다지급 아니겠냐는 말도 상당히 나왔지만 다행스럽게도 서포터들은 이래저래 행복했다.
-뭐 어때. 내 돈도 아닌데. 믿고 쓰는 레알산. 분명히 돈값 이상을 해줄 거야.
-성소하 감독은 단 한 번도 영입에 실패한 적이 없는 사람이지.
-드디어 쓸만한 오른쪽 수비수가 왔어. 매튜 다이스랑 아다마 트라오레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좀 격이 떨어졌지.
-완벽한 스쿼드다. 조금 많아 보이지만 국내 3개 대회에 유럽대항전까지 생각하면 딱 적절해.
-다들 유망주지만 여름 이적시장은 이래야 하는 법이지. 기대된다.
돈이 있음에도 영입을 하지 않는 구단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시원하게 돈을 뿌리는 포츠머스는 호쾌함까지 선물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프리미어 리그가 개막하기 일주일 전.
소하와 포츠머스는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선수의 영입을 발표하기 이르렀다.
[포츠머스, 벨기에의 초신성 ‘유리 틸레만스’ 영입에 성공!]
[AS 모나코 FC와의 영입 경쟁에서 승리한 포츠머스. 이적료는 3,300만 파운드.]
[세계의 명문구단에서 노리는 대형 유망주의 영입에 성공한 포츠머스.]
[유리 틸레만스, ‘내 꿈은 성소하 감독의 지도를 받는 것이었다’.]
유리 틸레만스.
훗날 프리미어 리그 레스터 시티의 핵심 선수이자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하는 원더 키드였다.
***
며칠 전, 조르제 멘데스에게 소금을 뿌린 소하는 발상의 전환에 성공했다.
“굳이 후방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할까? 이미 우리 팀은 두 명이나 비슷한 유형이 있잖아.”
소하가 말한 두 명은 칼빈 필립스와 데클렌 라이스였다.
칼빈 필립스야 후방플레이메이커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지만 데클란 라이스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라이스는 조금 더 정통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깝지만 패스를 못 하는 선수가 아니니까.”
물론, 패스를 잘한다고 경기를 만드는 능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경기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선수에게 그 역할을 맡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요컨대, 칼빈 필립스와 데클란 라이스를 항상 같이 기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거지.”
보통 소하의 중원 구성은,
수비형 미드필더에 데클란 라이스,
왼쪽 미드필더에 칼빈 필립스,
오른쪽 미드필더에 델리 알리다.
여기서 경기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칼빈 필립스나 데클란 라이스를 바꿔쓰는 조합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것은 왼쪽의 윙포워드들의 수비력이 달리기 때문에 나온 수비적인 중원 구성이었다.
중원의 공격을 델리 알리에게만 맡기는 격이었으니까.
“즉,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기존의 선수들로 돌려쓰고 조금 더 공격적인 중앙 미드필더를 사용하자는 것. 덤으로 플레이메이킹도 가능한.”
이런 의미에서 유리 틸레만스는 정말 완벽하게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였다.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는 준수한 패스와 킥 능력.
프리미어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엄청난 볼 탈취 능력.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볼 터치.
기존의 포츠머스 선수와 비견될 왕성한 활동량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조금 느린 선수였지만 중앙 미드필더에게 느린 속도는 그리 큰 단점은 아니었다.
“물론, 모두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나에게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
선수 키우는 일쯤이야 소하에게는 식후 커피 한잔 마시는 것과 다름없는 일.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냐만 중요했다.
“덤으로 도봉산과 조쉬 킹의 수비력을 키워줘야겠지만···. 어떻게든 될 거고 필요한 일이었어.”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좌우 균형을 맞춰줘야 좀 더 다양한 공격 루트가 나오는 법이지 않던가.
팀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겪어야 할 산통이었다.
해서, 이렇게 시작된 유리 틸레만스 영입 작전. 시작부터 제법 난관이었다.
이미 AS 모나코 FC와의 영입이 매우 근접했기 때문이다.
“원래 이적료는 2,000만 파운드. 한화로 300억쯤이었지. 하지만···.”
포츠머스가 2,100만 파운드로 하이재킹을 시도하자 모나코는 크게 분노하며 이적료를 더 올렸다.
“2,500만 파운드. 단독 협상권을 주시길 바랍니다.”
벨기에의 명문, 안더레흐트에 강력하게 요구하는 AS 모나코 FC.
하지만 안더레흐트는 미온적이었다.
“음? 포츠머스가 조금 전에 2,600만 파운드를 제시했습니다···.”
“···이런 제기랄.”
귀신같이 정보를 취득해 100만 파운드를 더 올려버려서 다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포츠머스였다.
그렇다고 모나코가 포기하지는 않았다.
모나코가 어떤 팀이던가.
지난 시즌, ‘킬리앙 음바페’를 주축으로 챔피언스 리그 4강 진출이란 신화를 썼던 팀이다.
덤으로 음바페를 파리 생제르맹에 판매하며 엄청난 현금을 손에 쥐고 있었다.
킬리앙 음바페의 판매 금액은 ‘1억 4,500만 유로’.
한화로 2,000억이 넘었다.
“3,000만 파운드. 협상은 없습니다.”
“···.”
결국 기존의 금액을 150% 달성한 금액을 질러버리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모나코 측에서 제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아직 성장이 불분명한 19세의 어린 선수에게 모나코가 제시할 수 있는 최대의 금액!
이었건만.
포츠머스는 웃으면서 슬쩍 남은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넣어 3,300만 파운드를 제시했고 모나코는 협상을 포기했다.
“미쳤군. 망하기라도 하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텐데 말이야. 차라리 이 돈으로 증명된 다른 선수를 사고 만다.”
모나코의 영입 정책상 도저히 불가능한 이적이었기에 최후의 승자는 포츠머스가 되었다.
“조금 비싸지만, 어차피 2~3년 뒤에는 3,300만 파운드로 다리 한쪽도 못 사~”
남은 이적료가 0파운드였음에도 마냥 행복한 소하였다.
이로써 포츠머스의 이적시장은 총 5명을 영입하며 마감하게 된다.
면면을 정리하자면,
알랑 생막시맹 - 800만 파운드.
로빈 고젠스 - 400만 파운드.
니콜로 바렐라 - 2,500만 파운드.
아슈라프 하키미 – 1,000만 파운드.
유리 틸레만스 – 3,300만 파운드.
총합 8,000만 파운드, 한화로 1,250억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을 이적시장에서 탈탈 넣은 포츠머스.
제법 큰 지출이었지만 미래를 보자면 엄청난 이득이 되는 거래였다.
훗날, 2022년도의 ‘트랜스퍼 마켓’ 가격 기준으로 이 선수들의 몸값은,
알랑 생막시맹 – 3,500만 유로.
로빈 고젠스 – 3,000만 유로.
니콜로 바렐라 – 7, 000만 유로.
아슈라프 하키미 – 7,000만 유로.
유리 틸레만스 – 6,000만 유로.
총합 2억 6천 500만 유로!
한화로 3,5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몸값을 자랑했다.
게다가 이 금액들은 최소한의 가격이었을 뿐. 경쟁과 협상에 따라서는 훨씬 몸값이 부풀어 오를 가능성이 컸다.
이래저래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3배에 달하는 이득을 얻는 것에 성공한 이적시장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금전적인 이득만 남긴 이적시장은 아니었다.
니콜로 바렐라, 유리 틸레만스 같은 세계적인 유망주들을 영입하며 ‘명성’마저 제대로 챙기는 데에 성공했다.
명성과 돈.
두 가지를 모두 챙긴 포츠머스에서 남은 과제는 이제 ‘우승컵’이었다.
***
“우승컵이 필요해요.”
평범한 포츠머스의 점심시간에 전혀 평범하지 않은 말을 소하가 내뱉었다.
덕분에 마주 앉아 탐욕스럽게 음식을 빨아들이던 밀러는 사레가 걸렸다.
“컥. 지, 지금 무슨···?”
“으. 더러워. 여기 물이나 마셔요.”
소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태연하게 물을 한잔 건네줬다.
벌컥벌컥.
시원하게 물을 들이켜는 밀러. 기침이 멈추자마자 재빨리 소하를 다그친다.
“우승컵이라뇨. 혹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벌써 노리시는 겁니까?!”
밀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라니.
암만 같은 꿈을 꿀지라도 이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최소한 지금은 말이다.
물론, 소하는 꿈을 꾸는 자였지만 허황한 꿈에 빠진 몽상가는 아니었다.
“설마요.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라니. 아직은 시기상조에요. 최소한 1년. 길게는 2~3년 뒤를 봐야죠. 보기보다 배포가 크신데요? 제 기준으로 봐도 말이에요.”
“···큼큼. 제가 좀 과한 생각을 했나 보군요. 그럼 국내 컵을 노리시겠다는 이야기입니까? 프리미어 리그 우승도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밀러의 추론은 합당했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비슷한 난도 아니던가.
이제 프리미어 리그 2년 차를 맞이한 포츠머스로서는 어려웠다.
“맞아요. 국내 컵을 노려야 해요. 현실적으로는 리그컵이 맞겠죠.”
“리그컵이라···. 그리 중요한 대회는 아니지 않습니까? FA 컵도 아니고 말이죠.”
한때 첼시라는 벽에 가로막혀 실패했던 리그컵. 상금도 적을뿐더러 우승상품은 고작 유로파 리그 진출권이라 전력을 다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크다.
“그래도 필요해요.”
“어째서입니까? 가장 중요도가 떨어지는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대회에 큰 지장이 생길 겁니다.”
밀러의 주장처럼 대륙대회에 출전하는 팀은 리그컵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얻는 것도 적은데 주전선수의 체력을 갈아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어요. 우리는 지금 뭐 하나라도 건져야 하거든요.”
“···네?”
“우리는 엄청나게 덩치를 불렸잖아요. 그럼 이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야···. 불린 덩치를 유지하는 것 아닐까요?”
“맞아요. 그리고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우승컵이 필요해요. 뭐가 됐던.”
“아···! 그렇군요.”
소하의 의중을 밀러는 단박에 파악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의 포츠머스는 대단한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 관심은 구단뿐만 아니라 선수에게도 마찬가지.
즉, 비교조차 어려울 대형구단들이 포츠머스의 선수들을 탐낸다는 뜻이다.
“지금이야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으니 이탈을 막고는 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일 뿐이에요. 어차피 노리는 구단들도 모두 챔피언스 리그 진출팀이니까.”
챔피언스 리그 진출로 선수의 이탈을 막고 있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이었다.
세상에서 포츠머스만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팀인 건 아니었으니까.
“결국 프로 선수에게 남는 건 우승컵, 즉 경력이죠. 우승컵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우승컵을 위해서 선수들은 다른 곳으로 향하겠죠.”
“···게다가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안다고 뭐라도 우승컵을 들어봐야 앞으로의 꿈을 이룰 가능성도 커지겠죠.”
“바로 그거에요.”
소하는 밀러가 언급한 ‘우승 DNA’에 열렬히 긍정했다. 경험이란 돈으로도 사지 못하는 중요한 무형의 가치였다.
“후우···. 정말 힘든 시즌이겠네요.”
밀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너무나도 험난한 여정이 17-18시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챔피언스 리그에도 신경 써야 하며, 재진출을 위해 4위 안에도 들어야 한다.
게다가 선수단을 유지하기 위한 우승컵까지 모아야 한다니.
이건, 난도가 높아도 너무 높았다.
고작 프리미어 리그 2년 차인 포츠머스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렵죠. 그래도 우린 해내야 해요.”
육즙이 좔좔 흐르는 소시지를 크게 베어 물며 투지를 불태우는 소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불가능을 이루어낸 감독이 존재하는 포츠머스였기에 그리 절망적이지만은 않았다.
< 197화. 폭풍 영입. (4) > 끝
ⓒ 블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