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194화 (194/306)

< 194화. 폭풍 영입. (1) >

한 달여 간의 휴가를 끝내고 포츠머스의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소하.

선수들보다 3일 앞서 도착한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자신의 재계약이었다.

“주급 6만 5,000파운드. 콜?”

“콜.”

포츠머스의 보드진은 쌍수를 치켜들며 환영했다. 이미 세계의 명문구단들이 진지하게 소하를 원하던 터라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오히려, 포츠머스의 보드진은 감사함을 담아 여러 보너스 조항까지 역으로 제시하기에 이른다.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진출 시, 200만 파운드, 유로파 리그 우승 시, 300만 파운드. 유로파 리그 토너먼트 진출 시 100만 파운드. 시즌 종료 후 챔피언스 리그 진출 시 200만 파운드, 유로파 리그 진출 시 100만 파운드. 어떻습니까?”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유로파 리그 조항이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포츠머스의 여건상 유로파 리그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

이래저래 돈을 더 챙겨주겠다는 이야기였다.

포츠머스 보드진으로서는 소하가 먼저 재계약 제의를 한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포츠머스의 핵심은 조쉬 킹도 아니고 델리 알리도 아니다. 그렇다고 모하메드 살라는 더더욱 아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성소하 감독이다.

매우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나온 결론이었다.

포츠머스의 선수들은 대다수가 소하에게 충성을 바치는 인물들.

이런 상황에서 소하가 만에 하나라도 팀을 옮긴다면, 팀이 공중분해 되리란 사실은 너무나도 뻔했다.

이 사실을 매우 잘 파악한 포츠머스의 보드진은 먼저 재계약 협상을 제안한 소하에게 물질적으로 보은한 것이었다.

“오. 몇 년 같이 보낸 덕분인지 몰라도 제법 주변머리가 생겼군.”

소하는 포츠머스의 보드진이 내민 조건을 매우 반기며 크게 기뻐했다.

자고로 말뿐인 감사함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 않던가.

뭔가가 주머니 속에 들어와야지 진심이 크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하여튼, 유럽축구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던 소하의 이적 사가는 순식간에 종결되었다.

[포츠머스의 성소하 감독, 주급 두 배 인상이 포함된 2년 연장 계약에 합의.]

[미스터 포츠머스, 2020년까지 포츠머스 남기로 했다.]

[대폭 상향된 주급에도 불구하고 재계약 소식에 서포터들은 ‘환호’]

소하의 재계약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포츠머스의 서포터들은 기뻐서 탭댄스를 췄으며 타 팀의 서포터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젠장. 진짜 좋은 감독인데.’

‘우리 팀을 다시 영광으로 이끌 최고의 감독을 놓쳤어.’

‘후우. 아직 로망이 살아있구나. 영세구단에 계속 남겠다는 결정을 2017년에도 보게 되다니.’

특히나 프리미어 리그 팀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영입과 관계없는 팀들마저도 뛰어난 감독이 타 리그로 가길 바랐거늘. 그대로 남아 버리자 순위경쟁에 적신호가 들어왔음을 직감했다.

이로써 이적시장 초반을 달구었던 대규모 감독 이동설은 이대로 종결.

이제 본격적으로 ‘선수’들의 이적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

“방출할 선수는 없어요.”

소하는 이적시장에 앞서 방출 선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물론, 챔피언스 리그에 걸맞지 않은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리그컵, FA 컵, 리그, 챔피언스 리그를 모두 뛰어야 하는 포츠머스로서는 선수단의 양적 질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맞습니다. 4개의 대회를 뛰어야 하는데 방출이란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잭 밀러 수석코치 또한 소하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부상이 별로 없는 포츠머스였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고 더군다나 체력적인 문제도 신경을 써야 했다.

“제법 수석코치다워지셨네요. 우리는 지금 줄이기보다는 역으로 양적 팽창을 해야 할 때에요.”

“백번 맞는 말씀입니다. 게다가 돈도 제법 많지 않습니까?”

“당연하죠.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에 속한 팀 아니겠어요?”

“하하핫!”

좋아죽는 소하와 밀러. 하긴 짬통이나 뒤지면서 선수를 빌려오던 시절을 함께 보낸지라 황금이 넘쳐흐르는 구단 재정에는 맨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지난 시즌인 16-17시즌에 포츠머스가 리그에서만 벌어들인 금액은 1억 3,000만 파운드.

한화로 무려 2,000억이 넘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금액이다.

심지어 이번 수입은 오롯이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권료와 순위 상금만을 합친 것이다.

“스폰서 수입 및 기타 수입까지 합치면 3,000억이 넘는 수입을 얻었어요.”

“이래서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받치는 거죠”

3,000억.

4년하고도 몇 개월 전, 리처드 맥닐이 법정관리를 받던 포츠머스를 인수한 금액이 30억이다. 100배가 넘는 이득을 1년 만에 벌어들인 기적의 투자였다.

“이게 다가 아니죠. 우리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까지 했으니까요.”

“그렇습죠. 챔피언스 리그도 노다지 아니겠습니까! 하하핫.”

챔피언스 리그.

지구상에 현존하는 스포츠 대회 중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준다.

우승 상금만 해도 2,000만 유로였고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만 해도 1,500만 유로나 주었다.

게다가 이뿐만이 아니다.

그룹 스테이지 승리당 300만 유로.

그룹 스테이지 무승부 당 100만 유로.

16강 진출 1,000만 유로.

8강 진출 1,000만 유로.

4강 진출 1,300만 유로.

준우승 1,500만 유로.

밀러의 말처럼 금광이 따로 없었다.

일례로 2022년,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한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 리그에서만 1억3,000만 유로를 벌어들였다.

한화로 1,7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한 대회로 벌어들였단 말이다.

“괜히 상위권 팀들이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목숨을 거는 게 아니죠. 후후.”

매년 챔피언스에 진출하기 위해 대형 클럽들이 피를 튀기는 항쟁을 펼치는 것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자금동결로 임대밖에 하지 못하던 이탈리아의 인터밀란이 2년 정도 챔피언스 진출했다고 수천만 유로의 선수를 영입할 경쟁력을 갖췄겠는가.

그만큼 챔피언스 리그란 선수들의 꿈이었고 구단의 꿈이었다.

“해서, 이번 시즌에도 상당한 이적 자금을 손에 쥐게 되었어요.”

“듣기로는 8,000만 파운드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맞아요. 8,000만 파운드죠. 후후후.”

소하는 그 어느 때보다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 구단주의 지원 없이도, 은행 빚이 없음에도 8,000만 파운드나 손에 쥐게 된다니. 그가 이룬 기적이었지만 믿기지 않았다.

8,000만 파운드.

한화로 1,200억!

4년 전에 1,200만 원도 없던 구단이 ‘자생’으로서 손에 쥔 이적료라는 점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현재의 포츠머스는 이 정도 규모의 이적료와 선수 급여 같은 필수 지출 비용을 제외하고도 수백억 원 이상의 ‘현금’을 보존한 상태이기도 하다.

애당초 소하가 선수들의 주급 체계를 굉장히 까다롭게 지킨 덕분에 어마어마한 이윤을 남긴 포츠머스였다.

“지출을 빼고도 1억 파운드에 가까운 금액을 보유 중이라는데, 그건 어디에다가 쓰려는 겁니까?”

소하와 함께 히죽거리던 밀러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로서는 굳이 돈을 모으기보다는 확실하게 더욱 크게 투자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흠. 그건 비밀.”

“네?! 너무 하시네요.”

소하가 눈을 찡끗거리며 일축하자 밀러는 굉장히 실망했다.

흡사 버림받은 조강지처 같은 모습.

이에 소하가 측은함을 느꼈는지 넌지시 힌트를 던져준다.

“어휴. 절대 말이 새어 나가면 안 되는 일이라서요. 기밀 중에서도 기밀이라고요. 그래도 밀러 아저씨니까 슬쩍 말해줄게요. 지금 부지를 매입 중이에요. 이제 소문이 새나가면 아저씨가 옷을 벗어야 해요.”

“···!!”

깜짝 놀라는 밀러.

어찌나 놀랐던지 소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부, 부지 매입이라니···. 이, 이건 혹시 경기장 신축?!’

스포츠 구단이 부동산업자도 아닌데, 땅을 매입하는 이유는 뻔했다.

바로, 새로운 경기장 건설.

지난해 한번 증축하긴 했지만, 여전히 수요를 맞추지 못한 포츠머스가 준비한 필살기였다.

그리고 이 일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물밑에서 진행 중인 사항이다.

괜히 소문이 퍼져 땅값이라도 오른다면 포츠머스로서는 엄청난 손해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괜히 밀러가 두 눈을 부릅뜬 채 입을 막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막을 물어본 자신이 미워진 밀러였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다고요. 하여튼 호기심은 많아서. 쯧쯧.”

“후회 중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눈에 흙이 들어가도 발설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시길 바랄게요. 그럼, 일단 데려올 선수나 살펴볼까요.”

슬쩍 화제를 돌려 스카우트팀이 준비한 자료에 눈길을 보내는 소하. 상당히 정성스러운 자료였지만 소하의 눈빛에는 딱히 관심이 보이지 않는다.

“···감독님. 이미 마음속에 점찍어둔 선수들이 있으신가 보군요?”

“당연하죠.”

“역시. 대단하십니다. 휴가 중에도 열심히 선수를 알아보셨군요?”

크게, 단단히 오해한 밀러. 존경의 눈빛이 한 아름만큼 쏟아진다.

“큼큼. 뭐, 그렇다고 치죠.”

애써 밀러의 오해를 묵인한 소하. 이윽고 첫 번째 대상을 밀러에게 말해 준다.

“‘알랑 생막시맹’. 모나코에서 전력 외로 분류했고, 니스에서 탐을 내는 선수죠.”

소하의 17-18시즌의 첫 번째 목표 선수는 훗날 석유 자본의 가호를 받고 프리미어 리그의 돌풍이 된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에이스, 알랑 생막시맹 이었다.

***

소하가 선수를 영입할 때 가장 중요시 보는 건 나이도, 실력도, 잠재성도 아니었다.

물론, 모두 중요하게 여기긴 했지만 가장 관점을 두는 건 ‘인성’이었다.

“인성은 중요하지. 팀의 분위기를 헤집어놓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날 따라오려면 인성은 필수다.”

소하의 더러운 성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소하의 포츠머스는 훈련은 말할 필요도 없고 시즌 내내 굉장히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철저한 식단관리는 당연했고, 사생활마저도 어느 정도 제한을 둘 정도다.

이런 팀에 매일 술을 퍼마시고 클럽 다니며 놀기 좋아하는 선수가 온다면 잘하겠는가? 전혀 아니다. 아예 가망이 없다.

“십 대 선수들은 인성이 개차반이라도 어떻게 교정이 된다. 하지만 성인 선수들은 아니지.”

나이가 어리다면 소하의 정신 개조가 제대로 통할 가능성이 컸다.

이미 델리 알리와 조쉬 킹이라는 훌륭한 표본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알 거 다 알고 볼 거 다 봐서 머리통이 여문 성인 선수들의 정신 개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리오가 좀 특이한 거였지.”

마리오 발로텔리, 전설적인 악동.

이 축구 역사에 남을 악동의 교정은 그저 운에 가까웠을 뿐이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실제 나이에 비해 정신연령이 어렸기에 통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생막시맹은 매우 훌륭한 목표다.”

알랑 생막시맹.

일단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자면 흔하디흔하고 널리고 널린, 멘탈 쓰레기 흑인 선수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선수는 취미가 ‘보드게임’이다. 심지어 직접 보드게임을 창조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정말 건전한 취미 아니겠는가?

게다가 봉사활동도 엄청나게 하며 기부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괜히 훗날, 뉴캐슬 서포터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여기에 더해서 나이도 20세로 어리고 잠재성도 무궁무진한 유망주지.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선수 외적인 부분도 완벽한데 내적인 부분은 더욱 완벽하다.

좌우 측면을 모두 뛸 수 있으며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춘 선수!

이렇게 보면 완벽한 선수로 보이지만 단점이 없는 선수는 아니다.

“기술을 믿고 나대느라 개인플레이가 많지만, 이건 내가 교정해주면 되니까.”

플레이의 방향성을 교정해주는 건 감독의 역할이다.

오히려 폭발적인 스피드는 감독이 쥐여줄 수 없는 능력이지 않은가.

엄청난 속도를 가진 생막시맹은 훌륭한 보석이 될 원석이었다.

그리고 전술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선수였다.

이미 리그 후반기에 나타났듯, 2줄 수비에 약점을 내비쳤던 포츠머스였기에 개인의 기술로 수비진을 붕괴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는 꼭 필요했다.

“후후. 난 천재일지도?”

미래를 안다고 하더라도 팀에 필요한 선수를, 그것도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켜주는 선수를 찾아내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 그럼 접촉해 볼까.”

본격적으로 생막시맹과 접촉을 시도하는 소하. 매우, 당연하게도 생막시맹은 매우 크게 환영했다.

“뎃?! 포, 포츠머스요?!”

에이전트가 알린 소식에 깜짝 놀라 자지러지는 알랑 생막시맹.

모나코에서 전력 외 판정을 받고 다른 팀을 알아보는 와중이었거늘.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형 클럽’의 구애에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한다.

“무, 무조건 갈게요. 맙소사···. 포츠머스라니···. 성소하 감독님이라니···.”

이미 소하의 명성은 어린 선수들에게는 신과 다름없다. 덤으로 포츠머스는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한 팀 아니던가.

20세의 많고 많은 유망주 중의 한 명에 불과한 현시점의 생막시맹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포츠머스의 첫 번째 영입 완료. AS 모나코 FC의 유망주, 알랑 생막시맹. 이적료는 800만 파운드.]

포츠머스와 소하로서는 쉽고도 훌륭한 영입이었다.

니스 따위는 포츠머스의 영입 경쟁 상대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위상 차이가 컸음을 보여주기도 한 이적이었다.

그리고 생막시맹의 영입은 이번 시즌에 일어날 폭풍 영입의 시작에 불과했다.

< 194화. 폭풍 영입. (1)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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