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화. 휴식과 준비. (1) >
#190화. 휴식과 준비. (1)
34라운드, 아스널 경기를 4-3으로 승리한 포츠머스.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굉장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채 35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원정을 떠났다.
조세 무리뉴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년 차.
잘라 말해 썩 좋은 팀은 아니었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 승리를 가져가기엔 포츠머스로서는 상당히 힘들었다.
시골집 똥개도 자기 안마당에서는 반쯤 먹고 들어가지 않던가.
덕분에 0-0으로 모처럼 무득점을 달성하며 무승부를 달성했다. 이 경기의 결과로 4위 싸움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1위. 첼시. 27승 5무. 3패 86점.
2위. 토트넘. 24승 7무. 4패. 79점.
3위. 리버풀. 21승 10무 4패 73점.
4위. 포츠머스. 19승 11무 5패. 68점.
5위. 맨시티. 20승 8무. 7패 68점.
6위. 아스널. 18승 10무 7패. 64점.
7위. 맨유. 15승 15무 5패. 60점.]
남은 경기는 3경기. 포츠머스는 아스널과의 4점 차이로 앞서나갔으나 맨체스터 시티가 34, 35라운드에서 승리하며 승점 동률이 되었다.
다행히도 득실 차로 4위는 유지하는 상태. 남은 3경기를 모조리 이겨야 자력 진출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지 몰렸다.
“역시 프리미어 리그는 어렵군.”
승격팀으로서는 기적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4위를 확보하지 못하자 소하가 혀를 찼다.
7위부터 4위까지 겨우 승점 8점 차라니. 아차 하는 순간 챔피언스 리그는커녕 유로파 리그 진출이 불투명해질지도 모를 만큼 어려웠다.
그리고. 남은 36, 37, 38라운드 상대는 왓포드, 선덜랜드, 크리스털 팰리스.
그다지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기에 포츠머스는 최후의 최후까지 승리를 거두어보자고 궐기하며 필승을 부르짖었다.
[36라운드가 분수령입니다. 우승팀은 물론, 챔피언스 리그 진출 싸움의 결과도 윤곽이 드러날 테니까요.]
[일단, 첼시가 1승이라도 거두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보할 겁니다. 이미 승점 차이가 7점이나 나거든요.]
[토트넘 서포터들은 첼시가 제발 지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포츠머스의 서포터들은 맨체스터 시티가 패배하길 바라고 또 바라겠지요.]
[물론, 따라잡거나 유지해야 할 팀은 승리가 기본 조건입니다.]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격렬한 리그, 바로 프리미어 리그입니다!]
모두가 기대하는 36라운드.
각자 다른 꿈이 얽히고설켜 혼돈을 만들어냈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리그 후반기를 이어나갔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경쟁자를 떼어 내기 위해서.
상위권 팀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에 겨운 분투 끝에 기어코 36라운드의 결과가 정해졌다.
[첼시, 번리에게 3-0 대승을 거두며 프리미어 리그의 왕좌를 차지했다!]
[토트넘, 사우스햄튼을 2-1로 제압했지만, 우승은 좌절되다.]
[리버풀, 본머스를 3-2로 간신히 제압!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보!]
[포츠머스, 왓포드를 5-0으로 박살을 내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한걸음 앞서나갔다.]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맨체스터 더비에서 3-1로 패배. 이제 챔피언스 리그 자력 진출은 불가능.]
[아스널, 웨스트 햄에게 일격을 당했다. 1-1 무승부. 자칫하다가는 유로파 진출에 실패할지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로파 리그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16-17시즌 우승팀이 결정되었다.
우승팀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첼시.
시즌 내내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주며 토트넘의 첫 번째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좌절시켰다.
그리고 2위인 토트넘과 3위인 리버풀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정을 지었고, 포츠머스 또한 챔피언스 리그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맨체스터 시티와는 승점 3점 차이!
남은 경기는 2경기!
득실 차는 포츠머스가 11이나 높았기에 1승만 거둔다면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득실 차 따위는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남은 두 경기도 모조리 상대를 발라버리고 위풍당당하게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보한다. 알겠냐?”
37라운드를 앞둔, 소하의 팀 대화.
엄청난 자신감이었고 선수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열렬히 소하에게 동조했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가봅시다!”
“이긴다!”
“우오오오오!”
엄청난 투지!
어떤 상대든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모조리 박살 내버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게다가 상대는 이미 강등을 확정 짓고 20위도 확정지은 선덜랜드 아니던가.
사기가 완전히 꺾여버린 선덜랜드와 기세등등한 포츠머스의 만남은 호랑이와 토끼가 만난 격이었다.
심지어 장소는 포츠머스의 홈구장 프래튼 파크.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삑! 삑! 삑!
37라운드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
승자는 당연히도 포츠머스였고, 덤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결과도 전해졌다.
“가, 감독님! 시, 시티가 비겼습니다···!! 2-2로 비겼다고요! 우, 우리가 해냈습니다!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정 지었다고요!”
밀러가 중년의 체면을 집어던지면서 광신적으로 소하에게 정보를 정했다.
어찌나 흥분했던지 밀러의 얼굴은 새빨갛게 붉어져 있었다.
물론, 이 소문은 순식간에 프래튼 파크에 널리 퍼졌고 포츠머스 서포터들은 기어코 폭발해 버렸다.
“으아아아아! 우리가 해냈다! 승격 첫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해냈다고!”
“포츠머스! 포츠머스! 포츠머스!”
“성소하 감독은 신이야! 성소하 감독은 신이야! 성소하 감독은 신이야!”
“엉엉엉.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승격팀이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라니.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 팀은 한계가 없어. 포츠머스의 120년 역사 속에서 최강의 팀이야.”
서포터들은 프리미어 리그의 승격을 달성했을 때처럼 경기장에 난입하지는 않았다.
기쁨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결과에 반쯤 넋이 나갔기 때문이다.
승격팀이 첫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보하다니.
60년이 넘는 유럽대항전의 역사를 뒤져봐도 전혀 없는 일이었다.
아마, 100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 역사적인 기록이리라.
“말했잖아? 해낸다고.”
폭죽 같은 열광의 폭풍 속에서 혼자 태연하게 비릿한 미소를 내비치는 소하.
당연한 일에 왜 이렇게 과하게 반응하냐는 태연하기 짝이 없는 태도였지만, 주위 사람들이 가만 내버려 두질 않았다.
“감독니이이임!”
“왜 혼자 똥폼 잡고 계세요!”
“우와아! 해냈다고요! 우리가, 감독님이 해내었다고요!”
“별들의 리그에 진출한 거라고요!”
“이리 와서 즐기시라고요!”
먼저, 선수들이 우르르 달려와 소하를 파묻었다. 마치, 어미 새에게 달려드는 새끼 새들의 모습이다.
“이 새끼들이?”
환하게 웃는 소하. 무게 좀 잡아보려고 했지만, 분위기 깨는 건 그의 방식이 아니다.
“이럴 때야말로 한바탕 춤사위를 펼쳐야 하는 거다, 이 놀 줄 모르는 녀석들아.”
먼 옛날, 4부리그 시절 작렬했던 소하 댄스가 다시금 작렬.
현란한 발놀림과 몸놀림에 프래튼 파크가 두 번 열광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
16-17 프리미어 리그가 종료되었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보한 포츠머스는 기세를 몰아 38라운드, 최종전까지 승리했다.
4위.
22승 11무 5패.
승점 77점.
포츠머스의 시즌 최종 결과다.
20승 고지를 넘었으며 38경기 중에서 5번밖에 지지 않은 엄청난 성적!
이번 시즌 결과만 보면 빅6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시즌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1위인 첼시보다 2득점이나 더한 득점력.
총 88골을 넣어버리며 프리미어 리그 최다 득점팀에 올랐고 엄청난 공격력을 가진 팀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평균 2.3 득점이라는 미친 기록이다.
무득점 경기도 몇 경기 없었으며 다득점 경기가 많았던 포츠머스다운 득점 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득점왕을 배출하지는 못했다.
포츠머스의 최다 득점자는 조쉬 킹, 19골. 16-17시즌의 득점왕을 차지한 해리 케인의 29골보다 10골이나 적었다.
“쳇. 아쉽지만 다음 득점왕은 내 차지다. 이번 시즌은 적응기였어.”
조쉬 킹은 4년 연속 득점왕 달성에 실패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번 시즌은 왼쪽 윙어로서 변신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즌이었기에 오히려 19골이 대단한 성적임을 잘 알고 있었다.
[조쉬 킹, 19득점 7도움.
모하메드 살라, 16득점 6도움.
델리 알리, 12득점 15도움.
에링 홀란드, 11득점 3도움.
도봉산, 10득점 13도움.
잭 해리슨, 8득점 12도움.
케빈 도슨, 5득점 2도움.
마이클 반즈, 2득점 8도움.
칼빈 필립스, 2득점 3도움.
후벵 디아스, 2득점.
데클렌 라이스, 1득점 2도움.]
이번 시즌 포츠머스에서 ‘골’을 넣은 선수들의 성적이다.
20개의 공격포인트 이상을 달성한 선수가 5명이나 존재하는 엄청난 지표!
10-10을 달성한 성수만 해도 2명이나 존재하는 대단한 공격력이었다.
“모하메드 살라는 첫 시즌에 16득점 6도움, 22공격포인트를 쌓았어.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후벵 디아스도 후반기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었지. 다음 시즌은 확고한 주전이 될 거야.”
“방주호도 눈에 크게 띄지는 않았지만 제법 쏠쏠한 활약을 해주었어. 멀티 플레이어는 언제나 환영이었다.”
서포터들은 신입생 3인방에 굉장히 후하게 평가했다.
하기야, 워낙에 성공적인 시즌이었기에 비판이 나올 여력이 없었다.
여담으로 포츠머스의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는 ‘델리 알리’가 뽑혔다.
12득점 15도움, 종합 27개의 공격포인트를 달성하며 10번의 품격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기에 이견이 없었다.
덤으로 ‘PFA 올해의 영플레이어상’과 ‘프리미어 리그 도움왕’까지 차지하며 개인 수상을 두 개나 차지.
자신이 어째서 잉글랜드의 전설인, 프랑크 램파드와 스티븐 제라드에게 비견되는지 증명한 델리 알리였다.
물론, 포츠머스의 겹경사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PFA 올해의 팀’에 세 명이나 뽑히면서 또다시 역사를 써나갔다.
[GK: 다비드 데 헤아. (맨유)
DF: 대니 로즈. (토트넘)
DF: 케빈 도슨. (포츠머스)
DF: 다비드 루이스. (첼시)
DF: 카일 워커. (토트넘)
MF: 사디오 마네. (리버풀)
MF: 은콜로 캉테. (첼시)
MF: 델리 알리. (포츠머스)
MF: 에덴 아자르. (첼시)
FW: 조쉬 킹. (포츠머스)
FW: 헤리 케인. (토트넘)]
우승팀 첼시, 준우승팀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3명이나 올해의 팀을 배출한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만큼, 포츠머스의 역동적인 프리미어 리그 첫 시즌을 모두가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최고의 시즌을 보낸 포츠머스. 이제 사람들은 ‘프리미어 리그 올해의 감독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올해의 감독상.
후보는 다섯 명이었다.
안토니오 콘테(첼시)
성소하(포츠머스)
위르겐 클롭(리버풀)
에디 하우(본머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토트넘)
보통은 우승팀 감독에게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먼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우승팀의 감독이었기에 이견이 없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몰락한 명문을 다시금 일으켜 세웠다는 점에서 가산점이 붙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체급이 훨씬 큰 첼시를 상대로 우승 경쟁을 했다는 점에서 상을 받아도 마땅하다.
에디 하우 감독은 약체인 본머스를 9위로 끌어 올린 감독. 충분히 후보에 들만한 뛰어난 감독이었다.
하지만, 몰락한 ‘영세구단’을 3년 만에 승격시키고 승격 첫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시킨 소하에 비하자면 왠지 모르게 빛이 바래는 느낌이다.
“당연히 콘테지. 지난 시즌 무리뉴가 말아먹어서 10위로 끝낸 첼시를 우승시킨 사람이라고.”
“뭔 개소리임? 포체티노 감독이지. 이적료 지출을 보면 토트넘의 이번 시즌은 기적이었어.”
“허허. 리버풀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난도였습니다만?”
“영세구단 무시함? 본머스 같은 약팀을 잘 이끈 에디 하우 감독만이 자격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포츠머스의 성소하 감독에게 상대도 안 될 텐데. 승격팀을 챔피언스 리그로 이끌었는데?”
각 팀의 서포터들은 매우 격렬하게 언쟁을 벌였다. 모두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감독이 상을 받길 바라고 또 바라는 상황.
일단, 본머스의 에디 하우 감독은 비슷하지만, 훨씬 뛰어난 소하 때문에 가망이 없어서 사실상 제외였다.
게다가 토트넘과 리버풀은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긴 했지만, 이는 포츠머스도 마찬가지다.
훨씬 약한 구단과 동등한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이들 또한 소하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유력한 수상자는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포츠머스의 소하.
우승팀의 감독이냐, 기적을 써 내린 팀의 감독이냐. 갑론을박이 점점 심해질 무렵, 소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성소하 감독님 맞으십니까?
“그런데요?”
뚱한 소하의 목소리.
1년 내내 열심히 일했기에 제대로 된 휴가를 위해 준비하는 중이었던지라 1초라도 빨리 전화를 끊고 싶은 기색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들린 중년남성의 목소리에 소하의 얼굴은 화사한 빛을 내뿜는다.
-프리미어 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게 되셨습니다. 시상식에 참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 대답은 굳이 필요 없었다.
결국 남는 건 개인상뿐.
상은 절대 마다하지 않는 소하였다.
“지금 가면 되나요?”
-···아, 아닙니다. 일정은···.
이로써 소하는 아시아인 최초로, 역대 최연소로 프리미어 리그 감독상을 받은 감독으로서 기록되었다.
< 190화. 휴식과 준비. (1)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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