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183화 (183/306)

< 183화. 4위 싸움. (4) >

에링 홀란드.

2022년에는 이적료 800억, 주급 6억여 원을 수령하며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는 선수다.

킬리앙 음바페와 더불어 차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대단한 재능!

하지만, 2017년 현재는 겨우 17세의 어린아이였을 뿐이다.

17세. 아직 몸의 성장도 끝나지 않았고 선수로서의 실력도 미지수인 나이.

실제로도 에링 홀란드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기는 현시점에서 2년 뒤인 2019년도부터였다.

누구에게나 2년이란 시간은 같지만, 십 대 청소년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더 남다른 법.

특히나 십 대 축구선수에게는 그저 그런 선수가 최고의 유망주로 변신하기도 하는 억겁의 시간이었다.

이 때문에 포츠머스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에서 에링 홀란드가 선발로서 이름을 올리자 사람들은 굉장히 의아해했다.

-어? 웬, 에링 홀란드? 성소하 감독 또 명장병 도졌나?

-2년 전에 팀에 들어왔지만 대단한 외모 말고는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는데.

-아니, 그냥 평소에 하던 대로 도봉산, 조쉬 킹, 모하메드 살라. 이 국밥 트리오를 쓰라고!

-심지어 조쉬 킹이 왼쪽 윙포워드야. ICC 때부터 계속 실험을 해왔지만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는데.

-난 모르겠다. 모르겠어. 성소하 감독은 믿지만 말이야···.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소하였지만 17세짜리 코흘리개를 매우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박자 의문부호가 따라 들어왔다.

이에 소하는 싱글 웃으며 서포터들의 불만을 가볍게 일축했다.

“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시퍼드 선수도 지난 시즌, 17세의 나이도 충격적인 활약을 펼쳤죠. 그리고 에링 홀란드는 마커스 래시퍼드보다 훨씬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예요. 믿어주시길.”

이번에도 상당히 논란이 된 소하의 충격적인 인터뷰였다.

마커스 래시퍼드. 훗날에는 축구보다는 사회운동에 관심을 두는 애물단지였지만 2017년에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혹자는 잉글랜드 최고의 공격수가 될 거라는 평가까지 내렸던 초특급 신성!

15-16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대 구단에서 18경기 8골 2도움을 17세의 나이로 달성한 대단한 유망주였다.

그런 마커스 래시퍼드보다 에링 홀란드가 훨씬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니. 쉽사리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성소하 감독이 드디어 압박감 때문에 정신을 놔버렸어.”

“음. 적당히 해도 괜찮은데. 솔직히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성소하 감독은 기적을 만든 거니까.”

“그러게, 말이야. 솔직히 평소처럼만 해도 유로파 리그는 거의 확실했다고.”

“쉬엄쉬엄해도 되는데. 괜히 미끄러져서 유로파 리그 출전도 무산될지도 몰라.”

승격팀의 유로파 리그 진출.

이것만으로도 영원히 회자할 엄청난 성적이었거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다가 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서포터들이었다.

하지만 소하는 이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신념을 꺾지는 않았다.

“항상 최고를 노리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은 억겁에 가까운 차이가 있다.”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소하의 신념!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포츠머스를 만든 원동력이었다.

***

경기 당일, 맨체스터 시티의 선발진은 전반기와는 조금 달라졌다.

[GK: 클라우디오 브라보.

LB: 알렌산다르 콜라로프.

CB: 존 스톤스.

CB: 니콜라스 오타멘디.

RB: 파블로 사발레타.

DM: 페르난지뉴.

LCM: 일카이 귄도안.

RCM: 야야 투레.

LW: 놀리토.

RW: 케빈 더브라위너.

ST: 세르히오 아궤로.

감독: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의 전설, 뱅상 콩파니가 부상으로 이탈해 유망주 존 스톤스가 들어왔으며,

다비드 실바와 스털링의 경미한 부상으로 놀리토와 케빈 더브라위너가 양쪽 윙포워드를 맡게 되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역시나, 중앙의 야야 투레였다.

[야야 투레 선수가 정말 오랜만에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눈밖에 제대로 나버려 모습을 보기 힘들었는데요, 여러 선수의 부상 때문에 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처럼 출전한 야야 투레의 모습에 장내 아나운서와 해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하기야, 한때나마 프리미어 리그의 ‘괴물’로 불렸던 그였기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래저래 상당히 재미있는 선발진이었다.

이에 맞서는 포츠머스의 선발진도 전반기와는 상당히 다르며 흥미로웠다.

[GK: 아론 람스데일.

LB: 앤디 로버트슨.

CB: 케빈 도슨.

CB: 후벵 디아스.

RB: 아다마 트라오레.

LCM: 커너 러셀.

RCM: 칼빈 필립스.

AMC: 델리 알리.

LW: 조쉬 킹.

RW: 모하메드 살라.

ST: 에링 홀란드.]

선수들의 이름도 전반기와는 상당히 달라졌으며 포메이션도 4-3-3에서 4-2-3-1로 변경한 포츠머스였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점차 재능을 키우며 이름을 알리던 후벵 디아스의 선발,

모처럼 등장한 커너 러셀, 아마다 트라오레의 선발이었다.

물론, 가장 큰 관심은 에링 홀란드가 받았지만 말이다.

[굉장히 독특한 포츠머스의 선발입니다. 성소하 감독은 도대체 어떤 생각일까요?]

[여러 선수의 부상으로 약화한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을 집중공략 하려는 움직임 같습니다. 일단 겉보기에는 말이죠.]

정확한 평가였다. 자고로 프로의 세계에서는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어뜯어야 하는 법.

거듭되는 부상으로 기동력이 매우 떨어진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을 후벼 파기 위한 4-2-3-1 대형이었다.

-삑!

이윽고 시작된 프래턴 파크에서의 포츠머스와 맨체스터 시티의 프리미어 리그 28라운드.

경기 초반부는 포츠머스가 강렬하게 밀어붙이며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을 집어삼킨다.

“전반기의 복수다!”

“확실히 감독님의 말처럼 느려.”

“야야 투레는 과거의 공룡에 불과해. 굼벵이 같은 활동량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자.”

전반기에 당했던 4-1 패배의 복수를 위해 독기를 풀풀 날리는 포츠머스의 선수들.

특유의 젊음과 왕성한 활동력, 재빠른 기동력을 활용해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당혹감을 불러일으켰다.

“제기랄. 야야 좀 더 움직여봐!”

“···음 열심히 뛰고 있는데?”

“···.”

페르난지뉴와 귄도안이 열심히 뛰어보지만 ‘산책’을 나온 야야 투레의 공백을 막기엔 역부족!

공을 잡았을 때는 아직 녹슬지 않은 엄청난 키핑력과 패스 능력으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수비작업에는 크나큰 짐이었다.

“안 되겠다. 우리도 중원 싸움에 가담해줘야겠다.”

“이미 그러는 중.”

덕분에 양쪽 측면에 배치됐던 케빈 더브라위너와 놀리토까지 중원에 힘을 보태준다.

그리고.

이것은 포츠머스가 노리던 상황이었다.

“지금이다! 로보, 헬창! 앞으로 튀어 나갈 시간이다!”

전반 15분.

원하던 상황이 만들어지자 소하는 벼락같이 고함치며 앤디 로버트슨과 아다마 트라오레에게 돌격 앞으로 명했다.

“와. 진짜 이렇게 되네? 역시 감독님은 대단해.”

“써! 옛 써!”

이미 단단히 주입받았던 작전이었기에 포츠머스의 양쪽 풀백은 거의 윙어처럼 오버래핑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지금이군.”

“이때다.”

그와 동시에 살짝 중앙으로 대형을 좁히는 포츠머스의 양쪽 윙포워드, 조쉬 킹과 모하메드 살라.

이로써 중앙선 아래로는 골키퍼와 두 명의 중앙수비수만이 남겨두고 총공격을 강행하게 된 포츠머스였다.

[대단한 짜임새입니다. 중원을 휘어잡는 척하면서 그대로 측면을 후벼 파기 시작하네요!]

[거의 기계 같은 움직임입니다. 하루 이틀 준비한다고 보여줄 만한 팀의 움직임이 아니에요!]

비명을 지르는 장내 아나운서와 그보다 더 환호하는 포츠머스의 서포터들!

정말 대단히 놀라우며 훌륭한, 유기적이고 기계적인 팀의 움직임이었다.

“흥. 장장 4년이라고. 4년. 이 정도는 해줘야 그동안 개처럼 일했던 보람이 있지.”

씨익. 소하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강렬하게 경기장을 쏘아보았다.

이제부터는 감독의 영역을 벗어났다.

감독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판을 설계하고 깔아줄 뿐.

이를 마무리 짓는 역할은 오롯이 선수들의 능력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포츠머스의 선수들은 항상 그랬듯 소하의 신뢰를 어기지 않았다.

[케빈 도슨! 장기인 왼발 장거리 패스로 조쉬 킹에게 낮고 빠른 패스를 찔러넣습니다!]

[서둘러 사발레타가 달라붙는군요. 과연 조쉬 킹이 몸을 돌릴 수 있을까요?]

낮고 빠르게 오는 케빈 도슨의 패스.

이를 받기 위해 등을 돌린 조쉬 킹.

그의 뒤를 막아서려는 사발레타.

과연, 조쉬 킹은 어떤 플레이를 할지 모두가 귀추를 주목할 때, 킹의 머릿속에는 전반기가 내내 해왔던 특훈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

‘오늘부터 넌 이분에게 한가지 기술을 습득할 거다.’

소하는 자신과 같은 검은 머리를 가진 한 남자를 데려와 조쉬 킹에게 소개했다.

‘응? 유해진 단장님 아니에요? 단장님이 저한테 기술을 가르친다고요? 에이 농담도 참.’

‘···내가 너한테 농담할 군번으로 보이냐? 정말로?’

‘···아, 아니요.’

살기 어린 소하의 목소리에 바로 꼬랑지를 내렸던 조쉬 킹. 하지만 곧 기운을 차리고 그답지 않게 또박또박 반론을 펼친다.

‘그게 말이죠. 유해진 단장님은 은퇴한 지도 꽤 됐고, 무릎도 좋지 않잖아요. 게다가 제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호오. 녀석. 제법 뇌세포가 불어났구나? 상당히 객관적인 자아 성찰이야.’

‘헤헤. 칭찬 감사해요.’

‘···.’

소하의 칭찬 같은 쓴소리를 마냥 좋아하는 조쉬 킹. 이에 소하는 잠시 어질거리며 현기증이 올라왔지만, 꾹 버티어낸다.

‘너라도 충분히 배울만한 기술이야. 어찌 보면 몸을 돌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기술이거든. 그럼 유해진 단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아, 알겠습니다.’

머리를 부여잡고 후다닥 사라지는 소하.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해진은 정신을 되찾고선 조쉬 킹의 지도를 시작한다.

‘음.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거처럼 간단한 기술입니다. 조쉬 킹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을 거라 전 단단히 믿습니다.’

‘오오. 단장님. 역시 사뢍해요.’

어색한 한국말로 애정을 표현하는 조쉬 킹. 유해진 단장은 일단 엄청난 전설적 인물이었고 성격마저 온후해서 조쉬 킹이 가장 좋아하는 직원이기도 했다.

지옥 불에서 사우나를 즐기던 대악마, 소하와 훈련하다가 살아있는 석가모니인 유해진을 만났으니. 오죽하겠는가.

‘아주 간단합니다. 공의 흐름을 유지하며 가볍게 몸을 돌리는 동작이죠. 여기에는···.’

침착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설명을 시작하는 유해진 단장. 이를 똘망똘망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조쉬 킹에게 가르칠 기술은 바로, ‘해진 턴’이었다.

***

‘바로 지금이다!’

조쉬 킹의 척수신경이 울부짖었다.

간단해 보이면서도 대단한 숙련도가 필요한 기술인 ‘해진 턴’.

조쉬 킹답게 머리로 사용할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지만, 몸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사고보다 행동이 먼저 나왔다.

-툭.

바깥 발로 슬쩍 공을 밀며 매우 부드럽게 몸을 회전하는 조쉬 킹!

유려한 발레의 한 동작 같은 멋진 회전이었고 달라붙었던 사발레타를 아예 무너뜨렸다.

[아아! 이게 뭔가요! 조쉬 킹의 엄청난 턴입니다!]

[이게···. 이게 지금 현실인가요? 조쉬 킹이 저런 멋진 기술을 사용하다니요! 이건 꿈입니다!]

잉글랜드의 명해설과 아나운서인 마틴 테일러와 앨런 스미스는 눈을 비비며 믿기지 않았다.

저런 턴이야 제법 자주 보이는 기술이었지만 시전자가 조쉬 킹 아니던가.

기술의 기자도 보여주지 않고 오로지 힘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던 선수가 저런 멋진 턴을 보여줄 줄 정말 몰랐다.

“미친. 조쉬 킹 맞아?”

“태닝한 도봉산 아니야?”

“미쳤다. 언제 저런 기술을···.”

서포터들 마저 함성을 지를 생각도 잊은 채 입을 떡 벌렸다. 모두가, 심지어 소하마저 얼어붙은 상황.

하지만, 조쉬 킹만은 그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조, 조쉬 킹이 공의 속도를 살려 앞으로 폭발적인 질주를 합니다!]

[포츠머스의 많은 선수가 공격에 가담했기에 굉장히 편하게 공을 몰고 나가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사발레타와 10여 미터나 거리를 벌린 조쉬 킹. 슬쩍 진로를 틀어 중앙으로 드리블을 시도한다.

이 모습에 또다시 사람들은 머리칼을 부여잡으며 놀라워한다.

“진짜 미쳤어. 조쉬 킹이 3초 이상 드리블을 하고 있어···!”

“방향을 바꾸기까지 했다고···.”

“이건 꿈이야···.”

단순한 드리블이었거늘. 하긴, 그간 4년간의 모습을 떠올리면 미치고 환장할 만큼 놀라운 모습이긴 했다.

‘녀석은 슛이다.’

‘분명히 슛이다. 각이 좋아.’

‘100% 슛.’

조쉬 킹의 시원한 드리블에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조쉬 킹을 단단히 압박하기로 작심했다.

그간의 데이터는 분명히 이 자리에서 조쉬 킹은 슛을 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드리블하거나 패스를 할 기술이 없었으니까.

상대 팀 분석은 기초 중에서 기초였기에 매우 자연스러운 대응. 하지만 오늘의 조쉬 킹은 특별한 조쉬 킹이었다.

“흥.”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스텝 오버, 헛다리까지 보여주는 조쉬 킹은 스텝 오버 사이로 한 박자 빠른 전진 패스를 시도한다.

-툭.

목표는 교묘하게 수비진 틈으로 후비고 들어간 에링 홀란드!

17세 답지 않은 굉장히 노련한 오프 더 볼 움직임이었고 조쉬 킹의 패스는 그대로 홀란드의 왼발에 안착했다.

그리고 홀란드의 주발은 왼발.

한 호흡도 내뱉지 못할 찰나의 시간, 에링 홀란드는 누구보다 침착하게 왼쪽 상단 골포스트 바를 향해 강력한 슈팅을 시도한다.

-팡!

쭉 뻗어 나가는 에링 홀란드의 프리미어 리그 첫 슈팅! 매끄러운 직선을 그리며 브라보 골키퍼의 손을 스쳐지나 골네트를 뒤흔든다.

[골입니다! 골! 조쉬 킹과 에링 홀란드의 엄청난 합작품!]

[저게 정녕 17세의 움직임입니까? 한 20년은 프로리그에서 뛴 노장과 같은 움직임과 침착함이었어요!]

포츠머스의 새로운 역사를 쓸 위대한 두 선수의 첫 합작품이었다.

< 183화. 4위 싸움. (4) > 끝

ⓒ 블라님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