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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천재 감독-177화 (177/306)

< 177화. 우리의 목표는 생존입니다. (8) >

9월의 마지막 경기이자 지옥의 3연전 그 두 번째, 맨체스터 시티 원정경기가 다가왔다.

맨체스터 시티.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 약칭 만수르라고 불리는 재력가가 구단주의 자리를 차지한 구단이다.

만수르의 재력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다.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만수르’라는 이름, 혹은 단어가 부자를 뜻한다고 알 정도였다.

이 말인즉, 엄청난 돈으로 막강한 선수단을 꾸렸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감독은 바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그렇다. 바르셀로나에서 ‘전관’ 우승을 달성한 불세출의 그 천재 감독.

막대한 석유자본으로 만들어진 강력한 선수단에 감독이 펩 과르디올라라니.

상대하는 처지에서는 절로 백기를 들고 싶을 만큼 강력한 적이다.

[GK: 클라우디오 브라보.

LB: 알렌산다르 콜라로프.

CB: 뱅상 콩파니.

CB: 니콜라스 오타멘디.

RB: 파블로 사발레타.

DM: 페르난지뉴.

LCM: 일카이 귄도안.

RCM: 케빈 더브라위너.

LW: 라힘 스털링.

RW: 다비드 실바.

ST: 세르히오 아궤로.

감독: 펩 과르디올라.]

정말 보기만 해도 숨 턱 막힌다.

그저 그랬던 팀이 돈으로 최강의 팀으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

이름값만 보아도 덜덜 떨릴만한 무서운 선수단임에도 소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가 알던 미래의 맨체스터 시티보다는 약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미드필더, 공격진과 비교해서 수비가 약하다.”

중앙선 위에서 뛰는 선수들은 약점이 없다. 하지만 수비진은 미래의 맨체스터 시티보다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

“골키퍼부터가 문제야. 골키퍼부터가. 클라우디오 브라보, 별명은 ‘잼라보’지.”

클라우디오 브라보.

국내에서는 잼라보라고 불린다.

이유는 별거 없다.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자마자 선방은커녕 다른 팀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키핑 미스,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튀어나와 손으로 공을 쳐 내고 퇴장을 당하는 등. 바르셀로나 시절 월드클래스 골키퍼가 더는 아니었다.

“그리고 아직은 브라보가 잼라보로 변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지.”

현재도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제 겨우 맨체스터 시티에서 6경기를 치렀을 뿐. 그의 엉망으로 변한 실력을 제대로 알아본 사람은 소하밖에 없었다.

“여기에 수비진의 발이 느리다는 건 큰 약점이야.”

양쪽 풀백은 빈말로도 빠르다고 못 할 선수들이고 중앙 수비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느린 수비진을 가진 맨체스터 시티는 라인을 올리고 점유를 유지하며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는 팀.

“해볼 만한 구석은 있다는 거지.”

밤을 새워가며 맨체스터 시티전을 준비하는 소하. 이번에도 이변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됐다.

***

에티하드 스타디움.

혹은,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이지만 소유권은 엄밀히 맨체스터시가 소유한 구장이다. 그저 구단 측에서 명명권을 구매했고 250년에 달하는 임대계약을 맺었을 뿐.

그래도 ‘푸른’ 맨체스터의 상징인 경기장이었다. 같은 동네의 ‘붉은’ 맨체스터가 힘을 잃어가며 가장 축구를 잘하는 팀의 홈 경기장으로 변한 지 꽤 지났다.

하여튼, 새로운 잉글랜드의 강자의 안방으로 들어간 포츠머스는 매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포츠머스의 선수들이 쉬지 않고 압박을 시도하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갑니다.]

[매우 짜임새 있는 압박입니다만 맨시티 선수들의 탈압박이 너무 뛰어나요.]

압박은 현대 축구의 기본이다.

이 때문에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 즉 탈압박은 일류선수들의 필수조건이었다.

탈압박.

단순히 멋진 드리블로 상대 선수를 벗겨내는 것만이 아니다.

적절한 오프 더 볼 움직임, 동료를 활용한 연계플레이, 등등.

압박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탈압박은 모든 부분에서의 탈압박이 뛰어났다.

“미치겠네. 과연, 펩 과르디올라의 제자들이란 말인가.”

단단히 준비해온 소하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발놀림이 가벼워 보이자 짧게 혀를 찼다.

여기에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 ‘케빈 더브라위너’의 활약은 감독인 소하가 통제를 할 수 없는 선수였다.

“다비드 실바도 뛰어나고 세르히오 아궤로도 훌륭한 선수다. 여기 스털링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대단한 재능을 가진 선수지. 하지만 케빈 더브라위너에 비할 바는 아니야.”

케빈 더브라위너.

한국 별명, ‘덕배.’

구수한 변명과는 다르게 완전무결한 선수였다.

어지간한 선수는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빠른 속도.

이를 뒤받쳐주는 단단한 신체 밸런스.

양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상급 패스와 강력한 크로스, 레이저 같은 강슛.

뛰어난 창조성과 결정력, 판단력까지.

약점이 전혀 없었다.

이 대단한 선수를 상대하는 포츠머스 선수들마저도 개안했을 정도다.

“···제기랄. 내가 자만했다.”

특히나 비슷한 역할을 부여받은 델리 알리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자신이 제일 뛰어난 재능이라고 자부하는 그로서도 무형의 벽을 느껴버렸다.

“지금은 밀리지만···. 나중엔 기필코 따라잡고 만다. 내가 너를 기억하마.”

속절없이 패배하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 델리 알리.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소하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알리야. 포기하지 마라. 재능만으로는 밀리지 않는 선수가 바로 너다.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언젠간 그의 경지에 오를 거다.’

무한한 믿음!

단순히 ‘내 새끼’라서 고평가하는 것이 아니었다.

델리 알리는 과거의 미래에서도 세계 최고의 재능임을 인정받았던 선수.

다만 그의 나태함이 그 축복받은 재능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라도 노력이 없다면 그저 그런 팀의 그저 그런 선수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지난 3년이 넘는,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델리 알리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되었다.

완벽한 기본기.

이를 통해 뿜어내는 최정상급의 천재적인 축구 센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체력.

훌륭한 민첩성과 유연성.

동료들과 뛰어난 연계력.

델리 알리도 결코 만만찮은 선수였다.

단지 지금은 차이는 나이가 가져온 실력 차이였을 뿐이다.

1996년생인 델리 알리와 1991년생인 케빈 더브라위너가 같은 실력일 순 없지 않은가. 무려 5살이나 차이 난다.

5살. 적어 보이지만 중학생과 대학생의 나이 차이다.

그리고 같은 재능을 가졌다면 당연히 나이가 많은 선수가 잘할 수밖에 없었다.

“후···. 그나저나 모처럼 대차게 발려버렸네. 아쉬워. 정말 아쉬워.”

소하는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전광판을 바라봤다. 후반 85분, 점수는 4-1.

모처럼 3골 차 이상의 패배가 눈앞까지 다가오자 아쉬움을 감출 수 없는 소하였다.

***

맨체스터 시티에게 4-1 대패를 당한 포츠머스. 웰컴 투 프리미어 리그를 제대로 경험했다.

선제골을 실점 후 빠른 역습으로 동점까지는 이끌어 갔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과연 괜히 훗날 리버풀과 함께 절대 강자로서 리그를 양분하는 클럽이 아니었다.

오히려 현재는 완성이 되지 않은 리버풀보다는 훨씬 강한 팀이었기에 성장이 덜 끝난 포츠머스가 어찌할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이로써 3경기 동안 1무 2패를 당하며 초반의 좋던 기세가 사라진 포츠머스는 호사가들이 입방정을 떨기에 최적이었다.

-포츠머스의 깜짝쇼는 이제 끝났다.

-훌륭한 출발이었지만 승격팀의 한계는 어찌할 수가 없다.

-돌풍은 강했지만 짧았다.

이미 벌써 포츠머스의 밑천이 드러났다는 섣부른 평가마저 나왔다.

“흥. 개소리.”

역시나. 평론가들의 평가를 파리 사체만큼도 중히 여기지 않는 소하. 그의 자신감처럼 토트넘을 홈으로 불러들여 2-0으로 완벽히 이겨버린다.

잉글랜드 특급, 해리 케인을 필두로 한 공격진을 완전히 분쇄하며 무실점 완봉승을 거둔 소하와 포츠머스.

어려운 상황에서 꼭 필요했던 승리를 기어코 쟁취하는 멋진 팀이었다.

***

극적인 승리를 거둔 소하. 긴 3경기 연속 무승을 끝낸지라 무척 표정이 밝다.

“잘했다, 잘했어.”

경기를 마치고 필드 위에 남아 응원해준 서포터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선수들의 어깨를 두들기며 좋아한다.

“···음?”

마침 소하의 눈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선수가 고개를 떨군 채 아쉬워한다.

그 선수의 이름은 이정재.

훗날 토트넘의 전설이자 프리미어 리그에서만 20골을 넘게 때려 넣는 전설적인 선수였다.

그야말로 해리 케인과 함께 토트넘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선수다.

‘···후우. 참 아쉬운 운명이야.’

소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하도 이정재 선수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세상천지에 이정재 선수에게 관심이 없는 감독이 어디 있으리. 여건만 된다면 주저함이 없이 영입을 시도할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였다.

그도 그럴 게 썩 좋지 않은 토트넘 미드필더들의 지원 아래서도 득점왕 경쟁까지 하는 미친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슈팅 대비 골 숫자는 물론, 기회 대비 골 숫자도 압도적인 골잡이였다.

‘한 2년만, 아니, 1년만 늦게 토트넘에 입단했다면 내가 미리 선수 쳤을 거다.’

속된 말로 아다리가 맞지 않았다.

이정재를 영입할 기회는 토트넘 입단 전인 레버쿠젠이나 함부르크 시절이다.

하지만 당시의 포츠머스는 이정재 선수의 영입은커녕 그의 발가락 하나도 사지 못할 시기였다.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을 때 그의 몸값은 3,000만 유로. 한화로 400억이 넘는다.

이번 시즌을 제외한 지난 3년간 포츠머스의 모든 지출을 상회하는 엄청난 금액! 단순한 이적료가 아닌 구단 운영비까지 모두 합친 값이었다.

‘이 때문에 영입을 위해서라면 이번 시즌이 유일한 기회였지.’

현 시즌인 16-17시즌이야말로 이정재 선수를 영입할 유일한 기회였다.

15-16시즌에 토트넘에서 최악의 활약을 펼쳤고 방출명단에 올랐다는 소문도 들렸으니까.

하지만 토트넘의 보스, 포체티노 감독은 이정재를 믿었다. 볼프스부르크의 제안을 NFS를 때리며 거절했고 본격적인 육성에 들어가 버렸다.

‘슬쩍 찔러보기는 했지만 5,000만 파운드를 요구했지. 이건··· 너무 무리였다.’

모하메드 살라가 4,000만 파운드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일지라도 모하메드 살라보다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모하메드 살라와 이정재.

가격은 살라가 더 싸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재를 택할 감독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수고했어요. 이정재 선수.”

“···아. 성소하 감독님.”

소하가 다가가자 바로 알아보는 이정재. 솔직히 모를 수가 없었다. 한국인이라면, 축구계 인물이라면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군요.”

“···그러네요. 매번 시간이 맞지 않았던지라···. 그래도 해진 선배와 봉산이 형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후후. 좋은 이야기였으면 좋겠네요.”

“당연한 말입니다. 그래서···.”

말을 줄이며 쓴웃음을 이정재 선수. 뒷말을 쉬이 예상되는 소하였다.

‘내 밑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이겠지.’

지난 시즌 굉장히 좋지 않은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시간을 보낸지라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인 감독에 한국인 단장, 선수가 있는 포츠머스가 비상하자 아쉬운 마음이 부쩍 커졌을 터.

‘토트넘으로 가겠다는 선택을 잘못했나 싶은 마음도 있겠지. 이번 경기도 져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안 돼.’

이정재 선수는 한국축구의 대들보다.

그런 그가 흔들리면 국가대표팀마저도 흔들리겠지.

‘좋지 않아.’

국가대표 감독직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소하로서도 대표팀이 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이정재 선수.”

“네.”

“당신은 토트넘에서 더욱 높은 곳을 향할 수 있는 선수예요.”

“···.”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믿으세요.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믿으세요.”

“···!!”

소하의 진심 어린 응원에 눈을 부릅뜨며 놀라는 이정재. 그리고 이어진 소하의 단언에 떨구었던 고개를 치켜들며 힘을 얻는다.

“단언컨대, 당신은 최고의 선수가 될 거예요. 제가 보증합니다.”

이건, 이미 정해진, 변하지 않는 확고한 미래였다.

< 177화. 우리의 목표는 생존입니다. (8)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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