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우리의 목표는 생존입니다. (6) >
포츠머스의 거침없는 질주!
한 경기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4승 1패라는 놀라운 성적은 프리미어 리그의 판도를 세차게 흔들었다.
[1위. 첼시. 4승 1무. 13점.
2위. 포츠머스. 4승 1패. 12점.
3위. 맨체스터 시티. 3승 2무. 11점.
4위. 토트넘. 3승 1무. 1패. 10점.
5위. 아스날. 3승 2패. 9점.
6위. 리버풀. 2승 2무 1패. 8점.
7위. 맨유. 2승 2무 1패. 8점.
8위. 에버튼. 2승 1무 2패. 7점.
9위. 레스터 시티. 2승 1무 2패. 7점.
10위. 본머스. 2승 3패. 6점.
11위. 웨스트 햄. 2승 3패. 6점.
12위. 스토크 시티. 1승 3무 1패. 6점.
13위. 사우스햄튼. 1승 2무 2패. 5점.
14위. 웨스트 브롬위치. 5무. 5점.
15위. 스완지 시티. 1승 1무 3패. 4점.
16위. 왓포드. 1승 4패. 3점.
17위. 번리. 1승 4패. 3점.
18위. 크리스탈 팰리스. 2무 4패. 2점.
19위. 울버햄튼. 1무 4패. 1점.
20위. 선덜랜드. 5패. 0점.]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촘촘한 리그 순위 테이블. 그런데도 2위를 차지한 포츠머스의 성적에 눈길이 가지 않기가 힘들다.
2위라니.
2위라니!
비록 초반 성적일 뿐이지만 포츠머스가 승점 1점 차이로 2위에 올라선 건 의미하는 바가 대단히 컸다.
먼저, 잔류의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점이다.
프리미어 리그 잔류에 필요한 평균 승점은 37점.
38경기 중, 5경기 만에 평균 승점의 30%에 해당하는 승점을 챙겨갔다는 이야기는 잔류 걱정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향방을 가르는 팀은 전통의 빅4도 새로운 빅6도 아닌 승격팀, 포츠머스라는 사실이었다.
“포츠머스의 저력이 어디까지냐에 따라 우승과 생존이 결판날 것.”
“확실하지 않은 포츠머스의 실력. 이는 우승을 원하는 팀도 생존을 원하는 팀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강팀이냐, 약팀이냐. 아직은 제대로 증명된 모습이 없다.”
전문가들은 다른 팀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승격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는 포츠머스. 이를 상대할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정이 좋았고, 기세를 단 ‘약팀’으로 판단할지, 진짜 실력이 뛰어난 ‘강팀’으로 여길지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웠다.
만약, 약팀으로 여긴다면 생존을 원하는 팀들은 공격적으로, 우승을 원한다 해도 공격적으로 붙어야 한다.
만약 강팀으로 여긴다면 대전략은 정반대로 설정해야만 했다.
요컨대, 훌륭한 초반 성적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다른 팀들에게 큰 고민거리를 던져준 포츠머스였다.
그리고 실력인지 운이지 판가름할 중요한 3연전, 리버풀, 맨유, 토트넘과의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
리그 6라운드.
리버풀 원정경기.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서 치러지는 중요한 일정에 양 팀 감독들의 기자회견부터 불이 붙었다.
먼저, 소하는 특유의 자신만만한 태도로 리버풀 서포터들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리버풀은 강팀입니다. 아니, 강팀이‘었’습니다. 붉은 제국 시절이면 몰라도 지금은 충분히 해볼 만한 시점이죠.”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이는 즉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뜻이겠죠?”
“당연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리버풀을 꺾어버리기에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소하는 가감 없이 선포했다.
솔직히 위르겐 클롭 감독이 집권한 이상 현 시즌인 16-17시즌 말고는 언제나 너무나도 강력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아니면 이렇게 이길 수 있다고 말하지도 못해. 즐겨보자고.’
물론, 소하가 다음 시즌에 리버풀에서 대활약할 모하메드 살라는 훔쳐 오긴 했다. 리버풀의 크나큰 전력 약화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명장 위르겐 클롭은 늘 그랬듯 해답을 찾아낼 거다.
소위 ‘암흑기’라고 불리던 리버풀 역사상 최악의 시간에 종지부를 찍고 제2의 붉은 제국을 만든 사람이 바로, ‘위르겐 클롭’ 감독 아니던가.
미래에는 리버풀 소속으로 모든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전설적인 감독이었다.
‘빌 샹클리, 밥 페이즐리의 뒤를 잇는 리버풀의 전설이야. 아직 싹이 제대로 여물지 않은 지금! 짓밟아놔야 한다.’
웃는 얼굴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바득바득 칼을 갈고 있는 소하. 지금 밟아놓지 않으면 그들은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될 거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식적으로는 처음 만나는데요.”
마지막으로 이어진 기자의 질문에 소하는 거침없이 대답한다.
“역사에 남을 위대한 감독이에요. 그에게 수없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클롭 감독이 인정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저의 정신적 스승입니다. 아시아의 명언 중,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전 그를 뛰어넘고서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었다고 선포할 거예요.”
결연한 태도로 기자회견을 마치는 소하. 장내를 압도할만한 만큼 뜨거운 승부욕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에, 클롭 감독도 두 팔을 쭉 뻗으며 크게 환영했다. 그다운 환하고 호쾌한 웃음으로 거침없이 답변한다.
“하하! 이거 참, 모처럼 듣는 최고의 찬사입니다. 성소하 감독 같은 천재 감독에게 ‘정신적 스승’이라고 불리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아요. 전 저 자신을 ‘노말 원’이라고 불렀지만, 오늘만큼은 ‘스페셜’합니다.”
“정말 기뻐하시는군요!”
“당연합니다. 다른 감독도 아니고 성소하 감독에게 받는 칭찬은 남다른 법이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승부는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직 저보다 훨씬 젊으시니 ‘스승’의 등을 바라보면서 더욱 실력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호탕하게 웃으며 뼈가 단단히 심긴 발언을 내뱉은 클롭 감독.
쉽게 말해, ‘칭찬은 정말 고마운데 경기는 우리가 이길 거야.’라는 것이었다.
몇몇 상황을 제외하고선 항상 재치 있는 기자회견을 하는 위르겐 클롭 감독다운 대응이었다.
이렇듯 시작부터 불꽃이 튀어 오르는 포츠머스와 리버풀. 승격팀과 아직 부활하지 못한 몰락한 명가의 경기는 6라운드 최고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
경기당일, 안필드에서 당당하게 포츠머스를 맞이한 리버풀의 선수단은,
[GK: 로리스 카리우스.
LB: 제임스 밀너.
CB: 데얀 로브렌.
CB: 마팁.
RB: 나다니엘 클라인.
DM: 엠레 잔.
LCM: 아담 랄라나.
RCM: 조던 헨더슨.
LW: 필리페 쿠티뉴.
RW: 사디오 마네.
ST: 로베르토 피르미누.]
이었다.
아직은 훗날의 강력함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강한 선수단이다.
그리고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현재 리버풀의 ‘에이스’는 필리페 쿠티뉴다.
필리페 쿠티뉴.
심장은 안필드에 있다고 말하면서 끝끝내 바르셀로나로 떠나버린 그 선수.
참 웃긴 운명이다.
펠리페 쿠티뉴는 우승을 위해 떠났지만 리버풀은 그가 남겨준 막대한 돈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미래를 가졌다.
그리고 팬들의 마음에 못을 박은 쿠티뉴는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선수에서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만다.
만약, 그가 리버풀에 남았다면.
클롭 감독의 말처럼 ‘동상’은 세워졌을지도 모르지만 리버풀이란 팀이 초강팀이 되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가 선물한 돈으로 리버풀은,
알리송 베케르.
버질 반 다이크.
이 두 월드 클래스를 영입할 수 있었으니까. 매우 공격적인 클롭 감독의 전술상, 후방은 최고의 선수가 필요한 법.
이들의 합류는 마스터 피스이며 화룡점정이었다.
“후우. 아직 완성이 안 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더럽게 세구나.”
소하는 리버풀의 선수단에 혀를 내둘렀다. 완성이 덜 된 팀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강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감독이 위르겐 클롭이다.
잠깐이라도 마음을 놓는 순간 순식간에 골을 헌납하고 져버릴 거다.
이에 맞서는 포츠머스의 선수단도 흥미롭기 짝이 없다.
[GK: 페트르 체흐.
LB: 앤디 로버트슨.
CB: 케빈 도슨.
CB: 찰스 말로리.
RB: 매튜 다이스.
DM: 마이클 반즈.
LCM: 데클렌 라이스.
RCM: 델리 알리.
LW: 조쉬 킹.
RW: 모하메드 살라.
ST: 마리오 발로텔리.]
모처럼 선발 출장한 마이클 반즈가 눈에 쏙 들어온다. 여기에, 조쉬 킹의 왼쪽 윙포워드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여름 전지훈련 간 지옥을 경험했던 조쉬 킹이 얼마만큼이나 소하의 요구를 몸에 익혔을지가 관건이다.
하여튼, 이래저래 16-17시즌의 리버풀과 비교해 그리 꿀리지 않는 선수단이다.
페트르 체흐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경험 많은 전설이었고, 앤디 로버트슨은 훗날 리버풀의 월드 클래스 윙백이었다.
케빈 도슨은 점차 이름을 알린 덕분에 장차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인 헐 시티의 ‘해리 맥과이어’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그의 파트너 찰스 말로리도 뒤늦게 꽃을 피웠다는 평을 받는 단단한 수비수.
더군다나 위쪽은 더욱 대단하다.
데클렌 라이스, 델리 알리, 모하메드 살라, 마리오 발로텔리. 이들은 바뀌기 전의 미래에도 날고 기던 선수들.
몇몇은 당시보다 훨씬 명성이 높아져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단순히 이름값만 봐서는 도무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정말 한치의 예측이 불가능한 경기입니다. 선수단의 수준은 물론, 감독마저도 비등비등하니까요.]
경기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가 열정적으로 양 팀을 소개했다.
도르트문트를 일으켜 세웠으며 ‘게겐 프레싱’이라는 전술의 패러다임을 세운 위르겐 클롭.
해체하기 직전의 포츠머스를 일으켜 세웠으며 3년 연속 승격을 달성한, 전방 압박을 통한 공격 전술 대가, 성소하.
서로 매우 닮은 감독이다.
아직은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과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달성한 클롭 쪽이 위였지만 소하 또한 만만치 않았다.
쉽게 이름값만으로는 절대 예측이 불가능한 양 팀의 경기. 기어코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삑!
선공은 원정팀 포츠머스.
시작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야유소리가 안필드를 가득 채운다.
“우우우우우!”
“돌아가라! 챔피언십 리그로!”
“아직은 안 돼!”
과연, 열정적이기로 소문난 리버풀의 서포터즈 ‘콥(KOP)’들은 명불허전이었다.
“애들이 살짝 주눅이 든 거 같군요.”
이를 지켜보던 밀러가 걱정을 가득 담아 읊조렸다.
“그러게요. 하기야, 이 정도로 큰 클럽과 열정적인 서포터들은 처음 만나볼 테니까요.”
소하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팀을 만났지만 ‘중립경기장’이 아닌, ‘원정경기장’에서 이 정도 팀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아직도 귀가 얼얼할 지경이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귀를 후비는 소하와 밀러. 경기전에 울려 퍼지던 리버풀의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이 아직도 고막에 스며든 기분이었다.
어찌나 우렁찬 노랫소리던지. 소하마저도 방광에 큰 압력을 느낄 정도였다.
“오랜만에 PST(폼페이 서포터즈 트러스트)가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네요. 과연, 콥들의 함성을 뚫고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요?”
“글쎄요···. 괜히 안필드가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래도 믿어봐야죠 감독님.”
“모처럼 옳은 말이에요. 밀러 아저씨. 정말 어려운 경기 될 거예요.”
원정경기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리버풀의 안필드 원정!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12번째 선수, 서포터들의 우렁찬 응원은 필수적이었다.
이렇듯 소하와 밀러가 천천히 경기의 전망을 예측해 볼 때쯤. 경기의 극 초반에 이변이 벌어졌다.
“어?!”
깜짝 놀라는 소하. 포츠머스의 완벽한 압박에 굉장히 좋은 지점에서 공격권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엘레 잔의 실수! 공을 조금 끌다가 델리 알리와 마리오 발로텔리의 압박 수비에 공을 헌납했습니다!]
[위기에요. 머리가 앞으로 쏠린 상황에서 뒤통수를 맞는 격입니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렸는데, 뒤에서 밀어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답은 하나뿐이다. 그대로 넘어질 뿐.
[마리오 발로텔리! 과연 다음 선택은?!]
[그대로 슛합니다!]
-팡!
공을 빼앗자마자 발목 힘만을 이용해 강력한 슈팅을 날린 마리오 발로텔리! 페널티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쏴댄 중거리 슛이었다.
그리고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로리스 카리우스, 리버풀 골키퍼가 막기에는 너무나도 날카로운 슛이기도 했다.
-철썩.
[골입니다! 골!]
[포츠머스가 전반 1분 만에 리버풀의 홈 경기장, 안필드에서 선제골을 달성합니다아아아아아!]
목청이 찢어지라 광분하는 장내 아나운서와 해설들. 그에 반해 예기치 못한 선제골에 당황하는 소하의 표정이 굉장히 상반되는 선제골이었다.
< 175화. 우리의 목표는 생존입니다. (6)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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