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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천재 감독-160화 (160/306)

< 160화. 돈을 쓰는 남자. (1) >

며칠 뒤, 아직 승격의 여운에 해롱해롱하던 포츠머스에 또다시 핵폭탄이 떨어졌다.

충격과 행복에 비명을 지르며 행복사할 만한 거대한 핵폭탄이 말이다.

[유럽의 식품왕, 리처드 맥닐. 드디어 그가 움직였다. 9,000만 파운드의 지원을 결정!]

[비상하는 포츠머스. 드디어 구단주의 마음을 움직였다. 상상을 초월할 엄청난 금액을 투입!]

[어디까지 날아오를 것인가?!]

[FFP 규정은 어떻게 되는가.]

포츠머스의 구단주, 리처드 맥닐의 지갑이 열렸다는 소식은 정말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낳았다.

9,000만 파운드라니. 포츠머스의 구단 가치와 맞먹는 금액 아니던가.

남자 서포터들에게는 귀로 먹는 비아그라와 다를 바 없는 소식이었다.

-미쳤다. 미쳤어.

-9,000만이라니···.

-와···. 요 며칠 동안 행복한 꿈속에서 사는 거 같아. 설마 이미 코마 상태에 빠져 뇌내망상에 빠진 상태는 아니겠지?

-외쳐! 갓처드 갓닐!

-이 엄청난 돈을 성소하 감독이 어떻게 쓸지···. 상상만 해도 불끈불끈해. 2세를 만들어가야겠어.

리처드 맥닐 구단주의 평가는 그대로 대기권을 뚫으며 수직으로 상승했다.

사실, 원래 리처드 맥닐 구단주에 대한 서포터들의 태도는 극과 극이었다.

-사라질 뻔한 구단을 사주신 은인.

-포츠머스의 구세주.

-역사상 최고의 구단주.

같은 극히 찬양하는 부류부터,

-사두고 방치하는 무책임한 구단주.

-좀생이. 도대체 구단을 산 이유가 뭐냐? 갑주의 컬렉션임?

-이익을 뽑을 생각도 하지 않는 이상한 구단주. 차라리 돈을 벌 생각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산소 호흡기만 달아둔 채 병은 치료해 주지 않는 사디스트.

같은 극히 좋지 않은 평가까지 받는 인물이 리처드 맥닐이었다.

물론, 둘 다 맞는 말이다.

포츠머스를 구원해주긴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을 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으니까. 경기장을 좀처럼 찾지도 않아 서포터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던 차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사라질 과거의 일. 지갑을 열어젖히자 조건 없는 찬양만이 따라왔을 뿐이었다.

물론, 리처드 맥닐이 지갑을 열자 모두가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이거 큰일인걸···.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는 정말 힘들겠어.”

“어떻게든 잔류를 해야 하는데···.”

“후우. 나도 돈다발을 꺼내서 투자해야 하나? 이미 적자가 심한데.”

“제기랄. 발을 빼야 하나?”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 유력 후보로 꼽히는 팀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축구판에서 돈이란 곧 실력.

이제 막 굴러들어온 돌이 실력이 뛰어나다면 박힌 돌의 자리를 차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암만 하위권 팀이라도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잔류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기 마련.

잔류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한 하위권 구단주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자칫하다가 강등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막대한 손해와 함께 팀이 공중분해가 될지도 몰랐으니까.

“그렇다고···. 머니 게임을 하기에는 리처드 맥닐을 이길 수 없다.”

더 공격적인 투자로 포츠머스를 압박하기에도 애매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리처드 맥닐 아니던가.

의, 식, 주.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3가지 중에서 식을 독점한 리처드 맥닐과 돈 싸움이 될 리가 없다.

“이번 시즌은 재미있겠군.”

반대로 프리미어 리그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즐거운 소식이었다.

이미 하부리그에서부터 그 엄청난 명성을 줄줄이 흩뿌린 포츠머스가 돈까지 가지게 된다니.

새로운 다크호스의 등장은 판도를 바꿀 것이고, 그 혼란스러운 판도는 바로 재미로 직결될 테니까.

하여튼, 16-17시즌을 앞두고 세간의 이목은 포츠머스에 쏠리기 시작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정설인 리처드 맥닐!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 될 자질이 있다는 젊은 천재 감독, 성소하!

이 둘이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내며 어떤 불꽃을 피울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

16-17시즌, 9,000만 파운드의 예산을 손에 쥔 소하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훙훙훙.”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온종일 콧노래를 부르는 터라 오히려 프런트의 직원들은 공포에 질렸다.

‘저런 모습 처음이야···. 조심 또 조심하자. 좋아 보일수록 큰 벼락이 떨어질 테니까.’

‘휴가를 반납하고 일하는 사람이 저렇게 신이 났다고? 미친개는 피해야 하는 법이지.’

‘드디어 광증이 도졌구나. 숨소리도 내지 말아야 해.’

구단 내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소하였지만 그 더러운 성격 또한 제대로 인정받은 상태다.

그런 그가 저런 부처님이 이 땅에 내려온 듯한 얼굴을 보이니 절로 겁이 날 수밖에.

하지만 소하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이 돈을 어떻게 쓸 건지에 대한 행복한 상상이 머릿속에 가득 찼으니까.

‘일단 모든 금액을 이적료로 사용할 수는 없지. 매년 9,000만 파운드씩 지원해줄 리가 없으니.’

일단 한화로 1,500억에 가까운 엄청난 금액을 소하는 영리하게 쓰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FFP, 프리 포 파리···. 가 아니라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을 지키려면 모조리 이적료에 꼬라박을 순 없지.’

FFP.

Financial Fair Play.

쉽게 설명하자면 이적료나 연봉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클럽 수익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포츠머스의 잔류 시 예상 수입은 대략 8,000만 파운드. 중계권료 배분과 스폰서 수입, 상품과 티켓 판매량을 합친 금액이다.

만약 9,000만 파운드를 모조리 이적료로 때려 박는다면 이미 적자가 나고, 선수들의 주급까지 합쳐버리면 규정을 어길 확률이 높다.

‘이럴 땐 일단 미래에 투자하는 거지.’

어차피 투자해야 할 부분에 먼저 손을 쓰기로 작심하는 소하. 그가 먼저 관심을 가진 건 바로, ‘환경’이었다.

“훈련시설, 유소년 네트워크의 개선을 요청할게요. 스태프진도 대폭 늘리고요.”

소하의 첫걸음!

구단 내에서는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했고 외부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했다.

[성소하 감독의 첫 번째 움직임. 시설강화를 위해 뭉칫돈을 풀었다.]

[훌륭한 결정. 구단 내 환경의 강화는 새롭게 쌓아 올린 포츠머스란 금자탑의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줄 것.]

[영리한 성소하 감독. 난데없이 손에 쥐어진 막대한 금액을 현명하게 사용했다.]

당연한 반응이었고 소하의 근본적인 구단 운영방침이었다.

재정적인 자립을 위한 첫걸음!

지금 당장은 효과가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두고두고 막대한 영향력을 뿌릴 거다.

“새끼들. 좋겠네. 휴가 복귀하고 나니까 회사건물이 바뀌어있을 테니까.”

500만 파운드, 한화로 80억이란 거금을 들여 시설강화에 들어간 소하의 포츠머스. 훌륭한 시작이었고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다음은 경기장 증축이다. 큰 경기장은 꾸준한 수입에 기본적인 토대지.”

소하의 두 번째 발걸음!

프리미어 리그에 속한 구단으로서는 너무나 작은 20,620석의 홈구장을 증축하기로 했다.

물론, 이번에도 구단 내에서는 펄쩍 뛰며 열렬한 환영으로 반겼다.

“좋은 결정입니다. 감독님. 표가 없어서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으니까요.”

“공급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아져서 암표가 득실거립니다. 훌륭한 결정이십니다.”

“애써 포츠머스까지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최고의 소식일 겁니다.”

이뿐만이겠는가?

내부를 평정한 소하의 결정은 외부마저도 순식간에 점령해버렸다.

-진짜 미쳤다. 도대체 성소하 감독의 혜안은 어느 정도인 거야?

-당분간은 증축공사 때문에 불편하겠지만 최고의 선택이야.

-선수 영입? 물론 좋지. 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는 투자야. 그에 반해 기반시설을 닦는 건 실패확률이 아예 없지.

-갓소하!

포츠머스의 시민들은 물론, 해외의 팬들까지 모두가 찬성했고, 건설을 승인하는 의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무조건 찬성입니다.

-반대할 의원은 없겠죠?

-설마요. 제정신이라면 무조건 허가를 내려야죠.

증축에 필요한 의회의 승인도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사실,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포츠머스는 포츠머스 FC 덕분에 도시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의회의 예산을 지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렇듯 번갯불의 콩 볶아먹듯 순식간에 결정된 프래튼 파크의 증축계획.

곧 대대적으로 기사가 났다.

[포츠머스의 홈구장, 프래튼 파크의 증축계획 발표! 35,000석 규모의 대규모 증축이 될 것.]

[당분간 북쪽 관중석은 폐지. 공사 기간은 6개월로 예상된다.]

[마음껏 돈을 사용하는 성소하 감독! 최고의 소비만을 선택했다.]

1,500만 파운드란 거금을 들인 홈구장, 프래튼 파크 증축계획!

순식간에 2,000만 파운드를 사용해버린 소하였지만 나날이 그를 찬양하는 목소리만 커졌을 뿐이었다.

***

“그럼 이제 재계약에 들어가 볼까.”

요 며칠 동안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져버린 소하. 본격적으로 선수단 강화에 돈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첫걸음은 재계약부터.

소하의 계획을 들은 선수들이 떠날 리는 없겠지만 실력에 걸맞은 정당한 주급은 꼭 필요했다.

“선수 인생은 짧으니까. 언제든지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게다가 정당한 주급을 주지 않으면 불만이 터질 터. 미리 방지해야 해.”

암만 충성심이 강한 포츠머스의 선수들일지라도 돈은 소중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던가.

승격을 달성했으니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 걸맞은 대접을 해줘야 했다.

“알버트 위버 씨.”

“네, 감독님.”

감독 사무실로 알버트 위버를 부른 소하. 그와 마찬가지로 휴가를 반납한 알버트 위버의 행색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벌써 2년째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피를 토하며 업무에 매달렸으니까.

“···큼큼. 요즘 피곤하신가 보군요.”

약간의 가책을 느꼈는지 헛기침을 연신 내뱉는 소하. 척 보기에도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

“별거 아닙니다. 감독님께서도 휴가를 반납하셨는데 제가 쉴 순 없지요.”

“···가, 감동이네요. 제가 조만간 홍삼이라도 보내드릴게요.”

“호웅삼? 그게 뭡니까?”

“그 피로에 좋은 게 있어요. 비싸긴 한데 위버 씨를 위해서라면 전혀 아깝지 않죠.”

소하는 제법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사악하기 짝이 없다.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이 바로 본인 아니던가. 병 주고 약 주고 혼자 다 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알버트 위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보다. 소하가 짐짓 걱정해주자 눈망울이 그렁그렁하게 변했다.

“크흡. 감사합니다. 감독님. 역시 감독님을 따르기로 한 제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 그렇군요. 저, 저도 마찬가지예요. 알버트 위버 씨가 저에게 얼마나 든든한 존재인지 모를 거예요.”

먼 산을 바라보며 국어책을 읽는 소하. 안타깝게도 알버트 위버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닙니다. 알지요. 알고 말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일 때문에 부르신 겁니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겠습니다.”

“바로 그 자세예요. 위버 씨를 부른 이유가 따로 있겠어요? 재계약 협상 때문이죠.”

“협상에 대한 일관적인 지침을 내리실 생각이시군요?”

“바로 그거예요. 마음 같아선 저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워낙 일이 많은지라.”

이번에는 진심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재계약을 모조리 처리하고 싶었지만 일이 너무 많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으니까.

“말씀만 해주십시오. 이 알버트 위버, 위버 가문의 명예를 걸고 완벽한 재계약 협상을 하겠습니다.”

“저야 당연히 믿죠. 일단 주급은 올려주되 잔류 시 주급 인상 조약을 위주로 체결해주세요.”

“흐음···. 과연 그렇군요.”

소하의 부탁에 잠시 턱을 매만지며 생각을 정리한 알버트 위버.

금세 소하의 의중을 파악했다.

“FFP 규정 때문에 그러시는군요. 지금 당장 주급 상향을 많이 한다면 이번 시즌 지출로 잡혀서 규정을 위반할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바로 그거예요!”

손뼉을 치며 매우 기뻐하는 소하. 알버트 위버의 답변은 소하의 의중을 완벽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소하의 의도는 상향되는 선수들의 주급을 다음 시즌의 지출로 잡기 위함이었으니까.

“앞으로 이번 시즌만큼의 막대한 투자는 별로 없을 테니까요.”

“게다가 잔류한다면 다음 시즌은 더 수입이 늘어나 선수들의 주급이 부담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신 거군요.”

“아아. 내 장자방이 여기 있었구나···!”

소하는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훌륭한 인재가 자신의 곁을 보좌해주다니. 절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버 씨. 전 조 모 씨랑 다르게 빈 도시락통은 주지 않을 테니까요.’

따스한 눈으로 알버트 위버를 바라보는 소하. 믿을만한 사람이라 마음이 절로 놓여 다음 계획에 들어가기로 작심한다.

‘이제 본격적인 영입을 시작해 볼까.’

의기양양한 미소와 함께 소하는 머릿속의 데이터베이스를 뒤지기 시작했다.

< 160화. 돈을 쓰는 남자. (1)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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