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143화 (143/306)

< 143화. 15-16시즌 챔피언십 리그 후반기. (1) >

16라운드까지 조금 주춤거렸던 포츠머스. 17라운드, 울버햄튼을 홈으로 불러와 으깨어버렸다.

결과는 3-0 대승.

모처럼 3골 이상 득점하며 무실점을 달성하는 것에 성공.

순위표에서 한 단계 올라가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 중심에는 2어시스트를 달성한 마리오 발로텔리의 공이 가장 컸음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했다.

[마리오 발로텔리의 환상적인 실력! 드디어 팀에 녹아들어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뛰어난 기술과 축구 지능을 보여준 마리오 발로텔리. 이기적인 선수에서 이타적인 선수로 변모한 것인가?]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마리오 발로텔리의 비상. 축구계 관계자들이 가장 눈여겨본 능력은 바로 이타적인 플레이였다.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라니. 발로텔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믿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소하는 이러한 평가에 축알못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타적? 아니지. 저건 완벽한 이기적인 플레이였어.”

조금 이해가 안 될 법도 했지만 소하의 평가는 발로텔리 자신만큼이나 정확했다. 정말로 이기적인 플레이였으니까.

‘내가 녀석들은 조종했을 뿐.’

독불장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동료들에게 무언의 ‘명령’을 내린 것뿐이었다.

‘넌 이렇게 움직여라’

‘넌 이리에 와서 패스를 받아라.’

이것이 이타적이라면 이타적 유전자는 모조리 사멸된 후일 거다.

하여튼,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발로텔리는 이외에도 유의미한 지표를 많이 남겨주었다.

-드디어 가진 육체를 조금이라도 사용하는구나. 정신을 차렸어.

-활동량이 1km 이상 늘었어.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뜻이지.

-겨우 한 경기지만 성소하 감독의 믿음 축구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조쉬 킹이 돌아와도 주전을 장담 못 할지도···.

-적어도 킹이 원래 경기력을 찾기 전까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거야. 물론, 오늘처럼만 한다면 말이지···.

너도나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첫 어시스트 이후로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줬으니까.

다만, 아직 한 경기일 뿐이었고 발로텔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수였기에 성급하게 희망을 점치는 이는 드물었다.

***

11월이 되어서야 포츠머스는 본격적인 승점 쌓기에 돌입했다.

11월과 12월 약 두 달간의 포츠머스의 모습을 표현하자면 ‘괴물’.

혹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폭력적인 미친놈이었다.

18라운드, 허더즈필드와 원정경기를 요약하자면 ‘어? 너 왜 라인 올려? 일단 좀 맞자.’라는 것이었다.

자신만만하게 라인을 올리고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흠씬 두들겨 맞았다.

결과는 3-1.

겁이 없던 허더즈필드에 포츠머스의 잭 해리슨, 마리오 발로텔리, 도봉산 라인은 겁을 주입해주었다.

무리한 전술 아니었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허더즈필드.

솔직히 허더즈필드로서는 굉장히 억울했다.

“아니, 저 팀은 승격팀이라고···. 승격팀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서서 승점을 따오는 건 기본 아닌가?”

백번, 천 번 옳은 말이었다.

그저 포츠머스가 평범한 승격팀이 아니라는 사실이 문제였을 뿐.

19라운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상대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 파탄이 난 재정을 얼추 정비하고 건실한 팀으로 진화 중인 팀이 부활한 포츠머스와 맞붙었다.

허더즈필드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고, 이 때문에 더욱 혼났다.

‘어? 너 왜 선제골 넣어? 화나네?’

선제 실점을 당한 포츠머스는 관우를 잃은 유비처럼 분노했다.

이릉이었다면 역관광을 당했겠지만 아쉽게도 포츠머스의 홈구장인 프래튼 파크였고 4골을 몰아넣어 버렸다.

결과는 4-1. 선제골을 넣고도 치욕스러운 패배를 당한 Q.P.R이었다.

이렇게 17, 18, 19라운드 세 경기 동안 10득점을 달성한 포츠머스.

그리고 이제야 챔피언십 리그의 다른 팀들은 깨달았다.

“저, 저게 포츠머스구나.”

“승격팀 레벨이 아니야.”

“강팀으로 봐야 한다. 제정신을 차린 포츠머스는 전혀 다른 팀이다.”

“맞불 놓으면 우리만 불에 탄다더니 사실이었어.”

“갑자기 팀이 왜 저렇게 변한 거야?!”

경악에 찬 반응이 줄줄이 나왔다.

이 모습에 소하는 절로 의문이 생겼다.

“왜 사람들은 꼭 처맞아야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을까? 쯧쯧.”

오만하기 짝이 없을지도 모르는 발언이었지만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해 줬으니까.

게다가 계속해서 포츠머스는 증명하기 시작했다.

20라운드, 스컨소프 유나이티드 경기.

포츠머스와 함께 승격한 스컨소프였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단 5승도 거두지 못하고 강등권 근처에서 빌빌거리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스컨소프 유나이티드.

모두가 비관적으로 결과를 예상했지만, 스컨소프의 선수들과 서포터들은 아니었다.

“우린 포츠머스를 가장 잘 아는 팀이라고. 적을 알면 백전불패라는 말이 있지.”

“러시 윌콕스 감독은 성소하 감독의 대적자야. 해볼 만하다.”

물론, 어림도 없는 호언장담이었다.

평소 포츠머스를 상대하듯이 라인을 내리고 버스를 세운 러시 윌콕스 감독.

제법 단단한 초반 경기를 보여줬지만 ‘또라이’ 포츠머스를 억제할 순 없었다.

‘감히 버스를 세워? 그럼 버스로 때려줄게.’

무차별적인 포츠머스의 공격에 실성한 스컨소프 유나이티드의 수비진들.

자책골을 헌납하며 든든한 버스를 믿던 사람들과 함께 전복해버렸다.

최종 스코어는 2-0. 유효슈팅 한번 해보지 못하고 처참히 무너졌다.

같은 리그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건만. 자비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잔인한 경기였다.

그리고 이어진 21, 22, 23라운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어? 감히 순위표에서 내 위에 있어? 너 일단 내려와.’

‘어? 너 왜 잘해. 그럼 더 잘해봐.’

‘어? 왜 누워. 제발 일어나라고!’

나머지 팀들도 엉망진창으로 혼내줘 버렸다. 이렇게 순식간에 7연승을 달성한 포츠머스.

전반기 성적은 14승 5무 4패, 승점 47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순위는 순식간에 껑충 뛰어, 2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것에 성공.

1위인 브라이튼과 승점 2점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매서운 기세를 탔다.

그야말로 파괴신 시바의 재림.

이 놀라운 상승세에는 조금은 팀에 녹아든 발로텔리의 공이 가장 컸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

12월 말. 포츠머스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다가올 크리스마스 따윈 안중에 없을 만큼 모두가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독특한 도시로 변한 지 오래.

이유는 당연히도 포츠머스 FC의 엄청난 성적 덕분이었다.

“난 이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프리미어 리그 승격이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을까?”

이뿐만 아니었다.

12월이란 말이란 뜻은 제2의 ‘미스터 포츠머스’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팀훈련에 모습을 드러낸 조쉬 킹. 회복상태는 매우 ‘양호’]

[담당 의사의 말, ‘그는 진화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회복력이 평범한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가벼운 개인 훈련을 시작한 조쉬 킹. 복귀가 임박했다.]

[염원하던 포츠머스의 ‘완전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챔피언십 리그의 팀들은 공포에 떨 것.]

복귀가 임박하자 신문에서는 일주일 내내 조쉬 킹을 다루며 흥분했다.

얼마나 조쉬 킹이 사랑받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생각보다 한 달이나 일찍 부상을 털고 일어선 조쉬 킹.

포츠머스로서도, 소하로서도 매우 반가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내 소하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은 얼굴에 근심이 일기 시작했다.

이유는 꽤 행복한 고민 때문이다.

바로,

“마리오 발로텔리와 조쉬 킹은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이 화두는 상당한 화제를 몰고 왔다.

결국 포츠머스의 기본시스템은 원톱을 사용했으니까.

즉, 이 뛰어난 선수 중에 선발로 나올 선수는 단 한 명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에 서포터들은 물론, 전문가들과 관계자들까지 격렬한 논쟁을 펼치기에 이르렀다.

먼저, 발로텔리를 계속 기용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은 이랬다.

-당연히 마리오 발로텔리를 써야지. 지금 상승세의 주역은 바로 그라고.

-맞는 말이야. 조쉬 킹이 경기력을 완전히 되찾는다고 지금의 발로텔리 같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포츠머스의 갑작스러운 반등은 선수들이 리그에 맞게 실력이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해. 부상 때문에 제자리는커녕 뒤로 후퇴한 조쉬 킹이 잘할 수 있을까?

-좋아, 경기력 회복과 성장에 3달 정도 걸린다고 치자. 그럼 벌써 3월이야. 리그는 이미 끝이 코앞일 시기라고.

-일단 지금 잘하는 발로텔리로 승격부터 확정지어야지.

상당히 일리가 넘치는 주장이다.

이래저래 승격이란 거대한 목표 앞에서는 ‘불확실성’보다는 ‘확실성’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었으니까.

이들의 주장처럼 포츠머스의 상승세는 단순히 마리오 발로텔리가 팀에 녹아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암만 정신을 조금이라도 차렸다 해도 발로텔리가 메시나 호날두 같은 위대한 선수는 아니지 않은가.

아직은 혼자 힘으로 7연승을 이끌 깜냥이 아니었다. 주장처럼 모두의 기량이 한 차원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개월이나 다친 선수를 선발에 박는다? 잘할지도 몰랐지만 망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하지만 반대 측은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발로텔리는 어차피 임대선수라고. 미래를 봐야지. 올해만 살고 뒤질 거야?

-조쉬 킹은 이미 독보적인 선수였어. 후퇴? 후퇴해서 이제야 신계에서 인간계로 동등하게 시작하는 거라고.

-조쉬 킹은 단순한 선수가 아니야. 포츠머스 그 자체라고. 안방을 손님에게 넘겨준다면 선수의 사기에도 매우 좋지 않아.

-우리 팀을 너무 만만히 보는 거 아니야? 발로텔리가 빠진다고 흔들릴 팀이 아니야. 조금만 도와주면 돼.

-조쉬 킹이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믿음이 없는 거지. 난 복귀하자마자 잘할 거라고 믿어.

조쉬 킹을 원하는 서포터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었다.

이래저래 조쉬 킹은 실력은 물론이고 상징적인 선수였으니까.

덕분에 오랜만에 온라인상에서는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졌다.

-응~ 킹맘~

-응~ 은혜도 모르는 패륜아.

-현재를 보지 않는 장님.

-미래를 보지 않는 멍청이.

-믿음충.

-네 다음 철새, 강팀충.

등등. 지적 능력을 갖춘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원색적인 비방과 비난을 서로 주고받았다.

연말을 맞이해 모두가 들떴을 때, 때아닌 난장판이 벌어지자 소하는 절로 고소가 머금어졌다.

“지랄이 났구만.”

말은 저렇게 해도 솔직한 감상은 재미있었다.

“이래야 축구팬들이지. 서로 너무 잘 지내도 부담스러워. 드립 보소. 찰지네 찰져.”

마음 같아선 팝콘이라도 까먹으면서 스크롤을 내리고 싶었다.

불난 집 구경하는 것이야, 자기 집만 아니면 가장 훌륭한 볼거리였으니까.

하지만 이건 너무 방만한 태도였다. 어차피 불똥은 감독인 소하에게 튀기 마련.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날아든 불똥은 소하의 집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건 감독이 결정하는 문제지.

-성소하 감독이 제정신이길 빌어야지.

-제정신이면 조쉬 킹이지.

-그건 미친 거고.

-음? 성소하 감독은 치매에 걸리지 않았어.

순식간에 뭘 선택해도 정신병자가 될 위기에 처한 소하.

“씨발. 저쪽 집이 무너졌다고 해서 구경하러 갔더니 우리 집이었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인터넷 창을 꺼버린 소하. 갑작스럽게 홈리스가 돼버리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후우. 뭐···. 생각해둔 건 있지만 일단은 둘의 관계가 어떤지가 중요하지.”

물론 복안을 마련해두긴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조쉬 킹과 마리오 발로텔리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

“YO! 다들 잘 지냈냐?! 내가 돌아왔다!”

팀훈련에 정식으로 복귀한 조쉬 킹.

해맑은 표정으로 팀원들에게 자신의 복귀를 떵떵거리며 알렸다.

이에 포츠머스의 선수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으로 그를 맞이한다.

“응~ 다시 가~”

“어? 후보 왔네.”

“잘 왔습니다. 몸은 괜찮습니까?”

“당장 요가학원으로 가자. 재활에는 요가가 최고다. 나 봐라. 유리 몸에서 철강왕이 됐어.”

“부상회복엔 낚시지~”

“보고 싶었다고!”

각양각색의 반응. 심한 말도 건네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다들 입가에 미소가 활짝 피었다.

누가 뭐라해도 조쉬 킹은 소중한 동료였으니까. 그의 복귀가 반갑지 않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신입들은 어디 있어?”

“···.”

환영 인사가 끝나자마자 신입생들을 찾는 조쉬 킹. 덕분에 포츠머스 선수들은 입가에 미소를 지우기도 전에 굳어버렸다.

‘미친. 오자마자 뭔 사고를 치려고.’

걱정이 앞섰다. 포츠머스 선수들은 외부에서 어떤 반응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상태였으니까.

‘아직 감독님의 언질이 없는데. 그냥 넘어가자.’

마침 발로텔리는 자리를 비운 상태. 이대로 조쉬 킹이 그냥 사라져 주길 바란다.

“음? 없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내일 봐야···.”

순순히 오늘은 포기하려는 듯한 조쉬 킹. 하지만 그를 붙잡는 사람이 있었다.

“오. 좋은 근육입니다.”

신입인 아다마 트레오레였다.

근근이 경기에 나오며 몸을 만드는 중인 아다마 트라오레.

아직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해 눈치가 조금 부족했다.

“오. 너도 마찬가진데?”

“과찬입니다. 같이 스쾃이나 쪼개러 가 보고 싶습니다.”

“어? 너두?”

금세 의기투합한 두 선수. 헬스 마니아끼리는 무언가 통하는 게 있나 보다.

언뜻 보면 굉장히 좋은 관계 형성이었지만 중요한 건 시간을 끌었다는 거다.

그리고 시간이 지체되면 그 선수가 모습을 드러낼 때가 다가왔다는 뜻.

-덜컥.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더니.

그 잠깐을 참지 못하고 마리오 발로텔리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포츠머스 선수단. 오롯이 두 신입과 조쉬 킹이 이 어색한 분위기의 중심이었다.

< 143화. 15-16시즌 챔피언십 리그 후반기. (1)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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