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139화 (139/306)

< 139화. 15-16시즌 챔피언십 리그 전반기. (5) >

포츠머스의 2연승!

2경기의 총합 스코어도 6-2였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훌륭한 리그 시작이었다.

-이러다가 진짜 3년 연속으로 승격에 성공하는 거 아니야?

-설레발치기는 싫지만, 자꾸 머릿속에서 프리미어 리그가 떠올라.

-발로텔리의 영입은 신의 한 수.

-아다마는 2경기 연속으로 보이지도 않네. 차라리 발로텔리를 샀다 치고 아다마는 임대라고 생각하자.

-포츠머스를 승격시킨다면 발로텔리는 명예를 되찾을 거야.

무한히 상승하는 마리오 발로텔리의 평가.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2경기 3골. 전부 다 혼자 힘으로 만들어낸 환상적인 골이다. 혼자서 골을 만들어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뜻.

당연히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돈도 들이지 않은 임대선수였으니까.

[포츠머스의 새로운 ‘신’이 등장. 그 이름은 마리오 발로텔리.]

다음 날 신문의 1면을 장식한 기사였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관심과 지지를 얻은 발로텔리. 이대로만 해준다면 포츠머스의 영광은 물론이고 개인의 명예까지 되찾을 거라는 섣부른 평가까지 나오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거의 광신적인 열풍. 고작 2경기 만에 말이다. 스타는 과연 스타였다.

하지만,

“글쎄요. 더 지켜봐야죠.”

모두가 이성을 잃고 발로텔리의 찬양을 할 때. 감독인 소하는 의외로 지극히 차가웠다.

잘하면 칭찬하며 못하면 비판하는 솔직한 사람이었으니까. 이런 모습은 선수와 개인적인 불화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몇몇 극단적인 서포터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이른다.

-성소하 감독식 길들이기가 또 시작이네. 때와 장소 좀 가리지.

-그냥 버스나 타지 그래?

-전술적으로 패배한 경기를 선수가 멱살 잡고 끌어올려 줬다고. 칭찬이 아깝지 않은 상황이란 걸 알아야 해.

-스타병에 걸려서 그래. 관심이 발로텔리에게 쏠리니까 심술이 난거지.

등등.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패륜아들이 따로 없다. 하지만 의외로 소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했다.

‘원래 축구팬들이란 생물은 냄비근성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으니까. 일희일비하는 맛에 팬질 하는 거지.’

팬들에게만은 무척 관대한 소하!

당연한 태도다. 팬들은 쩐주였으니까. 쩐주에게 굽신거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니던가.

그리고 소하의 판단으로는 어차피 곧 사그라질 논란이었고 방책도 있었다.

‘발로텔리를 아직도 모르네. 쯧쯧.’

소하는 가볍게 혀를 차며 세간의 비판에 관심을 껐다.

그리고, 곧 다음 경기가 시작되었다.

[아! 포츠머스가 로더햄 유나이티드에게 덜미를 잡힙니다. 2-2. 포츠머스답지 않게 두 골을 앞서가다가 두 골을 내리 실점했어요.]

챔피언십 리그, 3라운드.

로더햄 유나이티드 FC와의 원정경기.

상당한 약체로 평가받는 로더햄 유나이티드와 무승부를 거두고 말았다.

[포츠머스가 두 골을 앞선 상태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첫 번째 경기입니다.]

성소하 호의 새로운 기록까지 수립.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승격팀이 원정경기에서 승점을 챙겼지만, 경기내용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도봉산의 리그 세 번째 골과 잭 해리슨의 챔피언십 리그 데뷔골로 전반전에만 2-0으로 앞서 나가며 쉬운 승리가 코앞이었거늘.

후반전에 내리 실점하며 다잡은 승리를 저 하늘로 날려버렸다.

충격적인 경기 결과에 당연하게도 또다시 소하와 발로텔리는 구설에 올랐다.

[발로텔리를 15분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빼버린 결정이 과연 옳았던 걸까요?]

[한방이 있는 선수가 발로텔리 아닙니까. 그가 풀타임을 뛰었다면 경기 결과가 달라졌을 겁니다.]

이유는 2-2로 따라잡힌 상황에서 소하가 발로텔리를 경기장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15분. 이 시간이라면 ‘한방’을 기대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맞습니다. 결과가 달라졌겠죠. 무승부가 아닌 패배로 끝났을 겁니다. 그만큼 발로텔리의 경기력은 처참했어요.]

[75분 동안 턴오버만 12회를 기록했습니다. 이건 로더햄의 첩자라고 해도 믿을만한 지표입니다.]

턴오버(Turnover).

말 그대로 턴이 끝났다는 뜻이다.

축구의 세계에서는 선수가 공격 기회를 상대에게 얼마나 많이 헌납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였다.

12회라면 최악의 중에서도 최악.

전문가들의 비판처럼 상대 팀이 보낸 간첩이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게다가 슈팅을 15개나 때렸는데 유효슈팅이 0개에요. 고장이 난 기관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신랄한 비판이었고 소하도 같은 생각이었다. 경기 내내 얼마나 길길이 날뛰었던지. 옆에서 지켜보던 스태프들과 후보 선수들이 겁에 질렸을 정도였다.

“이런 개쌍놈의 새끼야! 뭐 하는 거야!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가 부활하셔도 너보단 뽈 잘 차겠다!”

참고로 가장 수위가 낮은 폭언이었다.

이런 발로텔리를 75분이나 필드에서 생존시켰다는 건 상당한 인내심이었다.

“발로텔리를 계속 머물게 했다면 경기에서 패배했을 거예요. 전 승리하기 위해 교체를 지시한 것뿐이에요.”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도 소하는 거침없이 논란에 대해서 정면으로 반박을 했다. 그간 태연하게 침묵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 얼마나 화가 났는지 쉽게 짐작이 갔다.

“그간의 논란과는 다르게 발로텔리에 집중한 전술을 보여주셨는데요, 다음 경기부터는 그를 볼 수 없는 겁니까? ”

이어진 기자의 질문은 사실이었다.

12회의 턴오버. 15개의 슈팅.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집중적인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했으니까.

열광적인 외부의 반응에 비해 심드렁한 소하였지만, 기회를 줬다는 이야기였다.

이래저래 소하는 폼이 좋은 선수를 개인적인 호불호로 쓰지 않을 사람이 아니었다.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말이다.

“최고의 선수라도 종종 굉장히 좋지 않은 날이 찾아오기 마련이죠. 전 단기적인 모습으로 선수를 평가하지 않을 거예요.”

소하의 의미심장한 답변.

여러 뜻이 담겨있었다.

그간 발로텔리의 활약에 냉정했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으며,

단순히 이름값이 아닌,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기용할 거라는 의지를 표명한 답변이었다.

-과연, 성소하 감독의 기자회견은 일품.

이런 평가를 들을 만큼 그간의 논란을 순식간에 종결시켰다.

여러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이기도 했다.

‘대단하군. 발로텔리와의 억지스러운 불화설을 전술로 부정함과 동시에 광신적인 숭배 때문에 흔들릴지도 몰랐던 팀 기강을 잡아냈다.’

잘해야지만 기용한다. 이 원칙을 대중들에게 다시금 일깨워준 3라운드 경기였다.

***

소하의 노림수로 과한 외부의 반응이 정상화된 포츠머스.

잠깐 넘어졌지만 4라운드부터는 다시금 좋은 경기를 보여주리란 기대로 가득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아니, 매우 좋지 않았다.

4라운드, 카디프 시티와의 원정경기.

2-0으로 완벽히 패배하며 시즌 첫 패배를 4경기 만에 달성했다.

[놀랍습니다. 지난 2년간 8월에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성소하 감독의 포츠머스가 패배했습니다!]

좋지 않은 기록이 새겨지고야 만다. 8월은 무패라는 상당히 기념비적인 기록도 박살이 났다.

이것은 겨우 시작이었을 뿐.

리그 5라운드,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홈 경기. 2경기 만에 찾아온 프래튼 파크의 경기에서도 패배하기에 이른다.

[맙소사. 포츠머스가 이렇게 빨리 홈에서 패배하다니요. 정말 모처럼 보는 홈 경기 패배입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축구관계자들과 축구팬들. 그만큼 포츠머스의 홈 경기 패배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지난 3시즌 간 홈 경기의 전적은 47경기 40승 5무 2패.

승률이 85%를 넘는 엄청난 성적이었으니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홈에서 단 두 번밖에 지지 않은 대단한 기록이었다.

그런 포츠머스가 고작 5경기 만에 리그에서 홈 경기 패배를 달성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씨발.”

소하마저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암만 명문으로 유명한 노팅엄 포레스트가 상대였어도 3-1 완패라니.

그것도 홈에서!

목덜미가 뻐근해질 만큼 불쾌한 성적표였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모처럼 기자회견장에서 고개 숙여 사죄하는 소하. 2연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서포터들은 소하에게 비난을 화살을 돌리지는 않았다.

원흉은 명백하게 존재했으니까.

-발로텔리 사람 새끼 맞냐?

-3경기 무득점은 그렇다 쳐. 3경기 연속으로 유효슈팅이 없는 건 쉴드가 안되지.

-쉴드치는 새끼들 나와라. 쉴드로 머리 깨버릴 테니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많이 받는 새끼가 아무것도 하지 않네.

-기회만 날리면 오죽하게? 동료들 시간까지 잡아먹는 쓰레기야.

화려했던 1라운드와 2라운드의 발로텔리는 사라진 채 벌레 한 마리가 경기장에 등장했다.

벌레.

굉장히 거친 표현이었지만 이것만큼 어울리는 단어도 없었다.

포츠머스가 10대 12의 싸움을 하게 만든 원흉이었으니까.

그래도 결국 선수기용은 감독인 소하가 결정했기에 앞으로 나서서 사과한 것이다.

물론, 속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후후. 이제야 놈을 알겠군.’

뒤에서는 비릿한 미소를 짓는 소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모습이다.

‘3연패는 좀 예상외였지만 리그는 길다. 도봉산의 말처럼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거지.’

일보가 아닌 삼보 후퇴라는 게 뼈아팠을 뿐. 모두 예상 범위 안이었다.

‘결국 우승하려면 모두가 잘해줘야 한다. 발로텔리가 못한다고 빼버린다면 당장은 성적이 좋겠지만 길게 가지는 못해.’

소하가 누구던가. 꽤 다양한 전술 스펙트럼을 가진 감독이다.

그런 그가 기존의 전술적 핵심을 유지하며 전술을 바꾸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3백으로의 변환도 자주 쓰던 소하였으니까.

지금처럼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공격진을 활용하는 전술 변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방 압박’이란 오리진을 지키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조쉬 킹이 올해에는 출장하지 못하게 된 이상 발로텔리가 잘해줄 수밖에 없다.’

조쉬 킹의 부상은 3~4개월.

경기력 회복까지 고려한다면 2015년의 출장은 불가능하다.

주전 공격수의 전반기 부재.

여기에 안토니오 그린, 존 말로리는 챔피언십 리그에서 주전으로 기용하기엔 조금 실력이 부족하다.

어디까지나 조커로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에링 홀란드는 이제 겨우 16세. 16살짜리를 유럽 리그 순위 10위의 챔피언십 리그에서 주전으로 굴릴 수는 없다.

‘실력도 아직 부족하거니와 아직 몸이 덜 여물어서 부상의 위험이 크다.’

더군다나 챔피언십 리그는 거칠기로 유명한 리그 아니던가.

훗날에도 부상으로 고생하는 선수에게 벌써 무리를 시킬 순 없다.

‘보물처럼 다뤄야 해···.’

감독이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잡아내야 했으니까. 미래의 보물은 지금 당장 조금 힘들다고 망가뜨릴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주전급 선수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데려온 선수를 살리는 게 중요하지.’

이를 위한 3경기였다.

요컨대, 발로텔리를 살리기 위해 3경기를 ‘던졌다’라는 이야기.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인제야 놈에 대해서 제법 알게 됐어. 그럼 어떻게 요리해볼까.’

소중한 3경기를 투자해 진단을 마친 소하.

이제 메스를 잡고 수술을 집도해야 할 시간이었다.

***

어느새 9월이 다가왔다.

9월은 A매치 기간이자 유럽 리그의 휴식기였다.

2승 1무 2패라는 좋지 않은 성적을 보여준 포츠머스에게는 팀을 재정비할 좋은 기회. 심지어 지난 2년간 소하는 제법 휴식기 덕을 크게 봤었다.

-성소하 감독은 항상 9월 휴식기에 해답을 내왔지.

-나는 성소하를 믿습니다.

-과연 어떤 답을 도출해올까?

제법 아쉬운 성적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포츠머스의 서포터들.

가장 큰 관심사는 ‘성소하 감독이 발로텔리를 계속 사용할 것인가?’였다.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답은 리그 6라운드가 시작돼야 알 수 있는 법.

그리고 한껏 기대를 품은 서포터들에게 휴식기는 빠르게 흘러갔고, 본격적인 전반기의 시작을 알리는 6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상대는 한때의 강호, 블랙번 로버스.

1승도 거두지 못해 그 어느 팀보다 승리를 원하는 팀이었다.

< 139화. 15-16시즌 챔피언십 리그 전반기. (5)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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