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15-16시즌 챔피언십 리그 전반기. (1) >
15-16 챔피언십 리그 개막전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즌 시작을 앞두고 각 팀의 이적시장은 연일 화제를 몰고 왔다.
그중에서도 뒤늦게 움직인 포츠머스는 또다시 세간의 모든 관심을 끌어모았다.
[바르셀로나 출신, 아다마 트라오레 완전 영입 완료. 이적료는 500만 파운드.]
[지난 시즌엔 도봉산, 이번 시즌엔 아마다 트라오레. 성소하 감독의 영입 역량은 포츠머스엔 축복.]
[또다시 수준급 선수를 영입한 포츠머스. 정말로 성소하 감독의 3년 계획이 성공하는 것인가?]
500만 파운드로 포츠머스에 합류한 아다마 트라오레는 포츠머스 서포터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아직 선수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는 많았다. 겨우 유망주였으니까.
하지만,
“2부리그 팀이 초거대구단인 바르셀로나의 유소년선수를 영입했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는다.”
영입 자체만으로도 달라진 구단의 위상을 절절히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500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무리 없이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구단의 재정 상태는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차고 넘쳤다.
“분명···. 빚더미에 깔려 앉아 폭삭 주저앉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아니, 폭삭 망해버렸었는데···.”
슈가 대디, 즉 돈 많은 구단주의 엄청난 투자 없이, 자생으로 이만큼 성장하다니. 하루하루가 꿈만 같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마리오 발로텔리의 임대 이적에 대한 공식발표까지 터지자 이성을 잃어버렸다.
[포츠머스, 마리오 발로텔리 임대 이적에 합의. 주급 부담은 50%.]
[악마의 재능 마리오 발로텔리가 성소하 감독 밑으로 왔다.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달라진 포츠머스의 위상.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선수들도 마다하지 않는 팀으로 진화했다.]
아다마 트라오레가 전 소속팀의 명성 때문에 포츠머스 팬들이 환호했다면, 발로텔리는 온전히 그가 가진 개인의 명성이 워낙 대단했다.
더군다나 마리오 발로텔리라면 한때나마 수만 명의 전 세계 축구 유망주 중에서 정점을 찍었던 재능.
오랫동안 포츠머스를 응원해왔던 서포터들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허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먼.”
수십 년 동안 팀을 응원해 왔던 오래된 서포터들은 헛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길고 긴 세월 동안 팀을 봐왔던 덕분에 그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성기’가 찾아왔음을 직감했으니까.
망상이 현실이 돼버린다면 누구라도 이런 반응을 보였을 거다.
“우리 팀의 이적시장은 이것으로 끝났어요. 이제 승격을 위해 다 같이 똘똘 뭉쳐 승리를 가져와야 할 시간이에요.”
공식발표 후 이어진 기자회견장에서 소하는 여지없이 이른 이적시장 종료를 선언했다.
돈도 없었고 더 필요한 선수도 없었으니까. 소하의 말처럼 이제 영입보다는 다가올 경기에 집중해야만 했다.
물론, 팀의 빠른 이적시장 종료는 서포터들이 썩 좋아하지 않는 행위다. 동서고금하고 언제나 실력 있는 새로운 선수를 원하는 마음은 팬의 기본소양이었으니까.
하지만, 포츠머스의 팬들은 현 선수단에도 굉장히 만족했다.
[GK- 말콤 우드, 재커리 뱅크스.
DF-앤디 로버트슨, 케빈 도슨, 찰스 말로리, 아담 웹스터, 데클렌 라이스, 매튜 다이스.
MF-잭 해리슨, 커너 러셀, 델리 알리, 마이클 반즈, 스티븐 데커, 칼빈 필립스, 프레디 스톤, 도봉산, 아마다 트라오레.
FW-조쉬 킹, 안토니오 그린, 존 말로리, 에링 홀란드, 마리오 발로텔리.]
하나 같이 쟁쟁한 선수들이다.
심지어 대부분이 이번 시즌을 구단에서 보내면 ‘구단 출신’ 선수로 분류가 되어 훗날에도 선수단 구성에 큰 도움을 줄 터. 포츠머스를 응원한다면 절로 든든해질 거다.
게다가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전부 다 영연방선수들이다. 조금 더 자세히 분류하자면,
스코틀랜드의 앤디 로버트슨.
이탈리아의 마리오 발로텔리.
스페인의 아다마 트라오레.
대한민국의 도봉산.
이 넷을 제외하고선 모두 잉글랜드 국적을 가진 선수. 만족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그리고 이는 포츠머스 서포터가 아닌 잉글랜드인들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이기도 했다.
[포츠머스는 잉글랜드 축구 시스템이 만들어낸 최고의 클럽이 될 것.]
[외국인 선수가 판치는 국내리그에서 핵심 선수 대부분이 잉글랜드인이라는 것은 고무적인 일.]
[다른 구단들은 포츠머스를 본받아야 한다.]
[이대로만 성장해준다면, 포츠머스는 향후 십 년간 이적시장이 필요 없을 정도다.]
[‘버스비의 아이들’, ‘퍼거슨의 아이들’의 뒤를 이를 ‘성소하의 아이들’로 불릴 황금세대가 도래했다.]
대부분이 나이도 어리며 재능은 이미 나이대 국가대표에 줄줄이 뽑힐 만큼 검증이 끝난지라 호들갑을 칠만 했다.
다만, 이토록 완벽한 선수단에도 걱정되는 부분은 당연히 존재했다.
바로, 골키퍼 자리.
말콤 우드는 이제 37세의, 언제 은퇴해도 모를 노장이었고 세컨드 골키퍼인 재커리 뱅크스는 주전을 맡기엔 애매하다는 평이었으니까.
“걱정되긴 하지만 성소하 감독은 다 계획이 있을 거야.”
걱정 따윈 소하의 존재 때문에 저 멀리 날려버린 채 마냥 행복한 포츠머스의 서포터들.
이제, 그들이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프리미어 리그로는 단 한걸음 남았을 뿐이었다.
***
챔피언십 리그 참가팀은 다음과 같다.
[찰턴 애슬레틱 FC.
노팅엄 포레스트 FC.
볼턴 원더러스 FC.
더비 카운티 FC.
레딩 FC.
로더럼 유나이티드 FC.
리즈 유나이티드 FC.
반즐리 FC.
버밍엄 시티 FC.
버턴 앨비언 FC.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 FC.
브렌트포드 FC.
포츠머스 FC.
블랙번 로버스 FC.
셰필드 웬즈데이 FC.
스컨소프 유나이티드 FC.
울버햄튼 원더러스 FC.
위건 애슬레틱 FC.
입스위치 타운 FC.
카디프 시티 FC.
풀럼 FC.
프레스턴 노스 엔드 FC.
허더즈필드 타운 AFC.
Q.P.R]
총 24개 팀이 프리미어 리그를 향해서 거친 경쟁을 펼칠 준비를 마치었다.
그간 3부, 4부리그와는 다르게 해외 축구팬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이름이 많다.
도봉산의 친정팀, ‘볼턴 원더러스.’
역주행으로 유명했던 성기현이 뛰었던 ‘레딩 FC.’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앨런 시어러의 ‘블랙번 로버스 FC.’
2020년대에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지휘 아래 프리미어 리그에서 자리 잡은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 FC.’
리즈 시절의 ‘리즈 유나이티드 FC.’
과거 유러피언 컵을 2년 연속이나 우승했던 근본, ‘노팅엄 포레스트 FC.’
뛰어난 유망주를 자주 배출하는 ‘풀럼 FC.’
프리미어 리그 중위권 팀으로 자리매김한 ‘울버햄튼 원더러스 FC.’
유해진의 마지막 구단인 ‘Q.P.R’까지.
프리미어 리그를 자주 시청하던 대한민국의 해외 축구팬들이라면 굉장히 익숙한 이름들이다.
이 뜻은 즉 그간 거쳐왔던 리그의 팀들과는 실력은 물론, 체격부터가 다르다는 뜻. 파죽지세로 승승장구하던 포츠머스로서도 승격을 당당하게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것은 전문가들의 평가나 배당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포츠머스는 매우 훌륭한 팀이고 언젠간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할 거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챔피언십 리그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리그다.]
[리그1 팀이 챔피언십 리그에 승격하자마자 프리미어 리그로 올라간 전례는 없다. 사람들은 기적이나 동화를 원하겠지만 현실은 항상 냉혹하다.]
[사람들이 가장 까다로울 때가 언제일까? 바로 돈이 걸렸을 때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거다. 그리고 그 돈이 만들어낸 배당률은 포츠머스의 승격 확률을 현실적으로 증명하는 지표이다.]
[포츠머스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해 아쉽게 승격에 실패할 것.]
상당히 냉정한 평가였지만 매우 객관적인 평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냉정한 평가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는 팀은 역시나 포츠머스였다.
-2년 연속 승격 신화를 썼으며 곧 ‘전설’의 3년 연속 승격에 도전하는 팀!
듣기만 해도 무슨 팀인지 알아보고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이 위업을 달성한 팀은 잉글랜드에서 단 한 팀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4부에서 1부까지 고작 3년이라니.
모 매니저 게임에서도 쉽사리 달성하기 힘든 업적이었다.
어지간한 고인물이 아닌 이상 말이다.
하여튼, 게임에서도 힘든데 현실에서는 오죽할까. 프로축구, 그것도 축구의 본가인 잉글랜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라 서포터들도 회의적이었다.
“해낼 수 있을까?”
“여기까지 팀을 이끈 것만으로도 성소하 감독의 3년 계획은 성공이야.”
“한 가지 확실한 건 꼭 올해는 아니더라도 근시일 내로 프리미어에 복귀할 거란 거지.”
“내가 포츠머스를 빨지만, 승격할 거라고는 차마 장담하진 못하겠어.”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의의를 둬야겠지.”
서포터들 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난도였다. 하지만, 포츠머스의 선수단은 전혀 생각이 달랐다.
특히나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은 말이다.
***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다!”
소하는 기존의 선수들을 쭉 집합시킨 뒤 뚱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야말로, 전문가들의 평가를 완전히 비웃는 듯한 발언이다.
소하를 모르는 이가 들었다면 매우 놀라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뻔한 말이기도 했다.
애당초 상황이 더 안 좋았을 때부터 더욱 높은 목표를 외쳤었으니까.
오히려 놀라워야 할 건 소하의 발언을 들은 선수들의 반응이었다.
“또 시작되셨군. 좋습니다.”
“좋아요. 해보죠.”
“년마다 한 번씩 걸리는 병이 도지셨군···. 알겠어요.”
“이젠 지겨워.”
“우승 가즈아!”
너무 과한 목표는 오히려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거늘. 포츠머스 선수들은 사기가 떨어지기는커녕 상당히 태연한 반응이다.
언뜻 보면 ‘오늘 점심은 국밥이다.’라는 부장님의 말을 들은 대한민국 직장인 같은 심드렁한 반응 같기도 하다.
이유야 뻔했다. 선수들의 말처럼 연례행사였으니까.
‘또 또, 시작되셨어.’
‘매년 저렇게 시작하시는 것도 질리지 않으신가 봐.’
‘우승무새···.’
‘귀에 딱지가 앉을 거 같아.’
‘이젠 우승이란 단어가 너무 익숙해.’
잘라 말해 지겨웠다. 항상 우승, 승리를 입에 달고 다녔던 터라 이젠 별로 새로운 것도 없었다.
어찌 보면 소하식 세뇌가 기어코 제대로 작동하는 중이다.
포츠머스 같은 젊고 경험 없는 팀이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정신력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그럼,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새로 영입된 친구들을 정식으로 소개하겠다. 이미 간단한 인사 정도는 나눴겠지만 말이야.”
선수들의 반응에 대충 만족한 소하는 새로운 이적생, 아다마 트라오레와 마리오 발로텔리를 불렀다.
그러자, 곧 모습을 드러내는 새 얼굴들.
포츠머스의 푸른색 훈련복이 아직은 눈에 익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듬직하다.
세간에 알려진 이미지와는 다르게 제법 진지한 태도 아닌가. 분명, 세간에서는 악동과 돌머리로 명성이 높았거늘.
듣기보다 멀쩡한 모습에 역시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배웠다. 아니, 배울 뻔했다.
“흡! 흡!”
“···.”
아다마 트라오레의 이상행동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갑작스럽게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아다마 트라오레의 모습에 선수는 물론, 소하마저 말을 잃었다.
‘뭐지? 이 새끼 지금 뭐 하는 거지?’
새 시즌을 위한 궐기대회와 신입의 정식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갑작스러운 앉았다 일어나기라니?
‘그러니까···. 지금 스쿼트를 하는 거잖아. 왜? 어째서?’
소하는 마치, 신대륙을 처음 탐험하던 스페인의 탐험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뭐··· 하니?”
“스쿼트입니다. 써!”
당당하고 활기차며 깍듯하게 답변하는 아다마 트라오레. 마치 군대 상관을 대하는 부하의 모습이다.
스쿼트을 멈췄다는 전제하였지만 말이다. 여전히 스쾃을 멈추지 않는 모습에 소하는 문득 공포심이 들어 말을 더듬었다.
미지의 생물체를 만난 충격이랄까.
“그, 그건 나도 알아. 그러니까···. 왜 지금 스쿼트를 하냐는 말이지.”
“원래 제 루틴대로라면 이 시각에는 하체운동을 해야 했었기 때문입니다. 써!”
“···그러니까···. 루틴을 지키기 위해서···? 단지 그뿐이야?”
“루틴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합니다. 써! 무조건 지키라고 배웠습니다! 써!”
“···.”
소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끝이 아니었다.
“감독뉨 반가워요우. 전 옛날부터 꿈꿨어요. 늙은 꼰대들 말고 제 또래의 감독을 만나기를요. 저랑 친구 하실래요? 오늘 제가 아는 괜찮은 클럽에서 질펀하게 마셔봐요오.”
잠시나마 멀쩡해 보이던 발로텔리가 약간 어눌한 영어를 구사하며 치대기 시작. 첫날부터 클럽에서 여자 끼고 술이나 퍼마시자고 ‘감독’에게 제안하는 ‘선수’라는 기괴한 도전과제에 성공했다.
‘···씨발. 우승은···. 어려우려나.’
다시금 눈을 질끈 감는 소하.
새로운 영입생들은 소문보다 훨씬 더 미친놈들이었다.
< 135화. 15-16시즌 챔피언십 리그 전반기. (1)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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