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15-16시즌 이적 시장. (8) >
마리오 발로텔리.
2015년 당시 유럽 축구를 보는 사람 중에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악마의 재능.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재능 중 하나.
-신의 불합리함을 증명하는 존재.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에서 보여준 엄청난 재능은 세계의 축구계를 들뜨게 했으니까.
하지만, 위의 평가와는 다르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공평한 존재라는 산증인이기도 했다.
축구선수로서는 완벽한 육체와 재능을 가진 그였지만 정신적으로는 낙제점이었으니까.
-Why always me?
마리오 발로텔리를 대표하는 말이다.
항상 나한테 왜 그러냐는 불만의 표로였지만 양심이 조금 없는 퍼포먼스였다.
그는 2010년대 축구판에서 최악의 악동으로 명성이 대단했으니까.
그가 십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저지른 사건·사고만 해도 어지간한 한 팀의 역사와 맞먹을 정도다.
자동차를 몰고 영국 여성 교도소 난입.
에릭 칸토나급 쿵후 킥을 작렬.
유소년 선수에게 다트 던지기.
나이트클럽에서 싸움질.
불꽃놀이를 하다가 집에 불내기.
스파이크로 상대 선수 찍어버리기.
징계 중에 마술쇼 하기.
주방 칼로 칼싸움하다 벌금내기.
스트립 클럽 VIP 회원 찍기.
프리킥 차겠다고 동료와 다투기.
담배 자주 피우기.
연례 행사인 교통사고.
등등. 한 선수가 프로 생활 내내 저지른 기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오죽했으면 성질 더러운 동료들이 그를 두들겨 패기까지 했겠는가.
하여튼, 평범한 인간이라고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사고방식의 소유자인지라 신이 내려준 축복받은 재능을 완전히 말아먹었다.
“리버풀 역사상 최악의 공격진이다. 램, 발, 보. 이들을 가지고 챔피언스 리그 경쟁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리키 램버트.
마리오 발로텔리.
파비오 보리니.
리버풀의 흑역사를 담당하는 한 축이 될 만큼 재능이 썩어버렸다.
이들이 14-15시즌에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4골 1도움. 대충 계산하자면 1년 동안 2개 정도의 공격 포인트를 올린 위업을 달성한 거다.
그야말로 바닥없는 추락.
마리오 발로텔리는 프로의 세계에서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반면교사였다.
그런 그가 포츠머스로 임대 이적을 한다는 소식은 팬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주었다.
-뭐? 램발보의 발이 온다고? 미쳤어?
-시발. 성소하 감독이 목줄을 풀어주자마자 미친 짓을 하는구만.
-선수단 분위기를 곱창낼 선수를 왜 데리고 온다는 거야?
-성 감독은 나가 있어. 뒤지기 싫으면.
-그러면 그렇지. 브라이언, 이 대머리 새끼.
-유해진 작품 아니야? 초짜 단장이 실수 한번 제대로 했네.
발로텔리의 기행을 잘 아는 축구팬들은 굉장히 질색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물론, 거부감만 보이는 건 결코 아니다.
-발로텔리는 골든보이 출신의 초대형 선수라고. 2부딱인 우리팀에게는 매력적인 선수지.
-그의 멘탈은 별로일지는 몰라도 실력 하난 진짜야. 비록 14-15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챔피언십 리그에서는 다르겠지.
-어차피 임대잖아? 조쉬 킹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최적의 선수야.
-그저 빛라이언. 포츠머스가 저렇게 명성 높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환영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비판하는 쪽과 비등할 정도의 세력을 자랑했으니까.
여기에, 중도파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20% 정도.
-선수 자체로는 별로지만 성소하 감독의 조련이 함께 한다면···?
-이미 구제 불능들을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든 인물이 성소하 감독이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프레디 스톤을 어엿한 로테이션 선수로 만들 정도니까.
-무리뉴 감독, 만치니 감독, 로저스 감독. 알아주는 명장들도 길들이기에 실패했지만, 성소하 감독이라면 다를지도 몰라.
이들은 소하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어, 암만 망나니로 유명하다 할지라도 갱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만약 이들의 주장처럼 소하가 이탈리아 국적의 개망나니를 고쳐서 사람으로 만든다면, 포츠머스는 전례 없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소하의 유달리 뛰어난 능력이 오히려 좋지 않은 환상을 심어준 선례라 볼 수 있다.
만약 소하가 이들의 주장을 들었다면,
‘씨발. 보살이라고 불리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도 포기한 새끼를 내가 어떻게 하라고!’
거친 욕설과 함께 발작을 했을지도 몰랐다.
암만 소하라도 능력으로 만회할 선이라는 게 존재했으니까. 이미 포츠머스에 자리를 잡은 악동들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십 년은 늙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일반 서포터들은 자세한 내막을 알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여론은 4:6 정도로 긍정하는 쪽이 근소 우위를 차지.
발로텔리를 영입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대세가 되었고 소하는 절대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다만, 이 놀라운 이적설에 모두가 간과하는 부분이 존재했다.
‘왜?’
왜 발로텔리가 포츠머스행을 원하는지를 말이다. 그 이유는 오직, 브라이언과 발로텔리 본인만 알고 있었다.
***
마리오 발로텔리의 포츠머스 임대 이적설이 터지기 하루 전. 포츠머스의 CEO 마크 브라이언은 사무실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조건이 너무 어렵다···!’
소하가 내건 조건은 세 가지.
젊고,
재능있고,
멀티 포지션 능력을 보유한 선수.
막상 찾아보니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는 정말 드물었다.
‘있어도 2부리그에는 오지 않을 선수다···. 그렇다고 어정쩡한 선수로는 내 목표를 이룰 순 없다.’
물론, 2부리그에도 알짜배기 선수들은 상당히 많았다.
다만, 이제 승격 경쟁을 시작할 포츠머스에게 선수를 판매할 구단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지만 말이다.
‘임팩트가 필요해. 임팩트가!’
게다가 브라이언부터가 2부리그에서 뛰는 덜 유명한 선수를 원하지 않았다.
모처럼 잡은 기회 아니던가.
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명성 높은 선수를 영입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조건을 덕지덕지 붙이다 보니 너무 선수가 없었다.
‘성소하 감독의 조건에 들어맞으며, 나름대로 명성은 가졌는데, 포츠머스에 올 만한 선수.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
이건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개소리였다. 솔직히 말해 세상에 존재할까? 의문이 들 정도의 난도.
‘후우. 어쩔 수 없지. 일단 명성보다는 실력 위주로···.’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첫걸음이니만큼 건실하게 가기로 마음먹는 브라이언. 시작이 반이지 않던가. 일단 착실하게 성을 지어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욕심을 버리니 한결 편하군.’
그의 축구계 인맥은 꽤 대단한 편이라 욕심을 버린다면 일도 아니었다.
같은 리그는 아니라도 스코틀랜드 리그 쪽에서도 괜찮은 선수들이 상당히 많았으니까.
그렇게 모처럼 브라이언이 건실한 마음을 먹은 순간.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제 고객인 마리오 발로텔리가 포츠머스로의 임대에 굉장히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
갑작스럽게 찾아온 마리오 발로텔리를 맡은 에이전트의 전화.
귀를 의심케 하는 놀라운 제안이었다.
‘마리오 발로텔리라면···?!’
이름을 듣자마자 브라이언의 민머리가 번쩍 빛이 나며 사고를 멈추었다.
소하가 보았다면 땅을 치고 아쉬워할 일이었지만 어쩌겠나. 단 한순간에 다시금 욕심이 부글부글 끓어 올라버렸다.
‘성소하 감독이 내건 조건에도 완벽히 들어맞으며 내 야망에도 어울리는 선수다!’
순식간에 계산을 마친 브라이언.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일단 고민하는 척은 해야 개인 협상이 쉬워지는 법.
소하만큼은 아니지만, 꽤 능숙한 연기력으로 속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
“마리오 발로텔리라면···. 2부리그에 올 선수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리버풀에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긴 했지만 말이죠.”
-그것 때문입니다. 제 고객은 땅에 떨어진 명성을 다시금 올리고 싶어 합니다.
에이전트의 말에 브라이언은 순식간에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했다.
‘과연 그렇군. 선수로서 발로텔리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 떠오르는 팀인 우리 팀에 합류해서 한 몫 거들겠다는 거군.’
쉽게 말해, 잘 지은 흰 쌀밥에 숟가락 좀 얹겠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2부리그라면 암만 개망나니라도 상당한 경기력을 보여줄 터.
스텟 세탁도 적절히 성공해서 인테르나 맨시티 시절의 가치를 되찾겠다는 속셈이었다.
‘이건···. 마리오 발로텔리의 생각은 아니겠군. 그 선수는 이 정도로 영특한 선수는 아니니까. 아마도 에이전트의 대전략이겠지.’
이것 또한 정확했다. 에이전트에게 선수란, 고객이자 상품이다. 자신이 관리하는 상품의 가치가 떨어졌다면 다시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로도 발로텔리는 에이전트의 제안에 ‘빨간 팀에 있었으니 파란 팀에 가고 싶어요.’라는 답변을 했을 뿐이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뒷사정까지는 몰랐지만 에이전트가 주도했음을 대번에 알아차린 브라이언.
과연, 능력 하나만큼은 소하가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리버풀과 본격적으로 임대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야기가 빨라서 좋군요.
순식간에 끝난 개인 협상.
브라이언 곧이어 유해진에게 의견을 물었다.
“좋습니다.”
장고의 고민 끝에 브라이언의 의견에 동의한 유해진.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선수였지만 소하라면 갱생에 성공할 거란 믿음이었다.
순식간에 리버풀 측과 간단한 협상을 끝내면 언제라도 성사될 상황까지 온 발로텔리 이적 사가.
리버풀은, 마리오 발로텔리라는 애물단지를 어떻게든 임대 보내고 싶어 해서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흐음.”
하지만 상당히 순조롭게 일이 진행됨에도 브라이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찾아왔지만, 또다른 근심이 찾아왔으니까.
또 다른 근심은 간단했다. 결국, 이적을 승낙하는 사람은 소하였으니까. 감독이 필요하지 않은 선수를 프런트가 멋대로 영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 정도 권한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난관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
“응~ 싫어.”
12번째 거절.
12번째 반복.
12번째 귀 파기.
브라이언은 몇 시간 전, 스페인에서 돌아온 떠오르는 천재 감독이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사람이라면, 12번 정도 같은 말을 하면 최소한 목소리 높낮이 정도는 변할 만도 하지 않은가.
눈앞의 푸른 눈의 청년은 단 한순간도 어조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지금이 만약 2077년이었다면 자동응답 기능을 활성화한 안드로이드라고 착각했을 거다.
“감독님. 마리오 발로텔리는 특급 선수입니다. 감독님의 요구 조건에도 완벽하게 부합하는 선수입니다.”
그래도 포기를 할 순 없다. 13번째 설득에 나선 브라이언. 물론, 돌아온 건 13번째 자동응답이었다.
“응~ 싫어.”
“···.”
브라이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의 조카였다면 그대로 뒤통수를 후려버렸을 텐데.
‘저 잘생긴 뒤통수를 한 번만 때려볼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지도.’
흉흉한 생각으로 잠시 마음을 정화한 브라이언은 계속해서 도전을 시도, 결국 21번째 만에 소하의 다른 반응을 끌어냈다.
“귀 파고 똑똑히 들으세요. 제가 왜 발로텔리를 싫어하는지 말할 테니까요.”
“경청하겠습니다.”
말은 경청이지, 반론을 준비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전 프로의식 낮은 선수를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싫어하거든요. 이게 다예요.”
소하는 눈을 부릅뜨며 단호하게 말을 마쳤다.
“그럼 첫 번째는···?”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질문을 한 브라이언. 소하는 이때다 싶어 심술궂은 표정으로 되묻는다.
“정말 듣고 싶어요?”
“···아, 아닙니다.”
답은 뻔했기에 브라이언은 정중히 거절했다.
“아쉽네요. 하여튼 싫어요. 애들한테 병 옮기면 어쩌려고요.”
일단 소하는 다른 이유는 다 제쳐두고 마리오 발로텔리라는 ‘먹’이 싫었다.
근묵자흑이란 사자성어도 있지 않은가.
팀 내 어린 선수들의 프로의식에 흠집을 낼지도 몰랐다.
“그럴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비록 처참한 14-15시즌을 보냈지만, 사고는 치지 않았습니다. 인간으로서 성장했다는 증거이죠.”
“아, 그래서 담배를 뻑뻑 피우나 보죠?”
소하가 비꼬자 브라이언은 차마 반론을 하지 못했다. 사실이었으니까.
그래도 브라이언은 거듭 소하를 설득한다. 근성 하나만큼은 대단하다. 뻔뻔하기도 했고.
“그런 것쯤이야 감독님께서 교정해주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전 감독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유명한 감독들이 모두 실패했지만, 감독님은 다를 거라는 믿음에 진행한 이적입니다.”
정적에게 칭찬까지 내뱉은 브라이언.
굉장히 수준이 낮은 하수이기도 했다.
평소 브라이언답지 않은 노림수다. 그가 얼마만큼 궁지에 몰렸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아부였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호오···.”
사뭇 다른 표정을 짓는 소하. 브라이언의 칭찬에 상당히 기쁜 기색이 역력하다.
‘하하. 드디어 이 망할 대머리 새끼의 입에서 기어코 날 찬양하는 말이 나왔군.’
소하로서는 기다리는 말이었다.
사실은, 그도 마리오 발로텔리에게 상당한 관심이 있었으니까.
‘세계적인 명장들도 갱생에 실패한 놈을 내 손으로 한번 다뤄보고 싶었지.’
일종의 호승심이었다. 누구도 말리지 못한 개망나니에게 목줄을 채운다면. 최소한 일정 부분에서는 전임 감독들보다 뛰어나다는 뜻 아닌가.
‘게다가 리스크도 적다.’
근묵자흑이 두렵다고는 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소하에게 믿음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는 선수들을 믿었으니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혼자 지랄 발광한다고 타락할 녀석들이 아니야. 녀석들은 진정으로 더 높은 곳을 원하니까.’
그만큼 포츠머스의 향상심은 놀라웠다.
오죽했으면 빗발치는 타 구단의 관심에 눈길 하나 주지 않았겠는가.
오히려 발로텔리의 썩어빠진 정신상태를 교정시킬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완전 영입이 아닌 임대다.
어차피 보낼 선수라는 거다.
‘그리고···. 골은 아프겠지만 재밌을 거 같아. ’
2010년대 최악의 악동이라 불리는 마리오 발로텔리. 이 선수는 과연 어떤 매운맛일지 매우 궁금했다.
몇몇 네티즌들이 주창하던 성소하 감독 변태설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나 보다.
‘잘 풀린다면 조쉬 킹의 부재와 홀란드가 성장할 시간을 제대로 벌어줄 테고.’
이래저래 나쁘지 않은 선수였다. 처음에는 브라이언에게 말했듯이 매우 부정적이었지만 말이다.
지금은 그저 망할 대머리를 골려주기 위한 연기였을 뿐이다.
“CEO님이 이토록 부탁하시는데 제가 한발 물러나 드리죠. 잊지 마세요. 저에게 빚진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하는 브라이언. 소하에게 제대로 놀아났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가 버린 뒤였다.
< 134화. 15-16시즌 이적 시장. (8)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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