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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천재 감독-118화 (118/306)

< 118화. 14-15시즌 마무리. (4) >

-삑! 삑! 삑!

-삑! 삑! 삑!

-삑! 삑! 삑!

리그1, 46라운드의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잉글랜드 전역에서 울려 퍼졌다.

길고 긴 10개월의 여정이 끝났음을 알리며 2달 뒤에 새로운 시작이 있을 거라는 예고이기도 했다.

[14-15시즌이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경기도 많았지만, 리그의 우승자를 예측하는 건 조금 싱거웠죠.]

[그렇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조금 흔들리며 혹시? 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시즌을 돌아보는 방송에서 축구관계자들은 시즌 총평을 시작했다.

이들이 말하는 우승팀이란 당연히도 포츠머스.

이미 7경기 전에 우승과 승격을 확정 지은 포츠머스는 시즌 내내 강력한 모습을 보이며 또다시 기록을 써 내리는 데 성공. 거침없는 성공 가도를 이어나갔다.

[승점 106점 달성. 놀랍습니다. 32승 10무 4패. 후반기에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어요.]

[13-14시즌 울버햄프턴이 세운 승점 103점을 3점이나 앞서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혀를 내두르는 축구 평론가들.

믿기지 않았다. 전반기에 조금 삐걱거리지만 않았어도 무패우승을 달성했을지도 모르는 엄청난 성적이었으니까.

[당분간은 깨기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하부리그에서 절대강자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무니까요.]

[제 예상으로는 최소 20년은 유지될 대기록이에요. 대단합니다.]

이 말은 즉, 기록이 깨지기 전까지는 해마다 포츠머스의 기록이 언급된다는 이야기. 소하의 말처럼 남는 건 기록이었고 포츠머스는 긴 세월 동안 리그1에서 잊히지 않을 거다.

압도적인 강함!

어마무시한 파괴력!

끈끈한 유대감!

비록 한 시즌 잠깐 머물고 위로 향하지만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리그1팀은 이제 포츠머스만 떠올려도 오금이 굳을 확률이 높았다.

[압도적인 팀인 포츠머스의 존재 덕분에 오히려 2위부터 6위 싸움이 더욱 재미있는 시즌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포츠머스가 승점을 쓸어가면서 남은 팀들은 다들 고만고만한 승점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죠.]

유달리 앞서나가는 팀이 존재하면 밑에 팀들의 경쟁은 더욱 심해지는 법.

우승 경쟁은 시시했을지는 몰라도 승격 전쟁은 더욱 피가 튀겼다.

2위, 프레스턴 노스 엔드.

스펜서 보이드의 뛰어난 후반기 활약으로 포츠머스와 함께 승격을 확정 지은 프레스턴 노스 엔드.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 3위, 브리스틀 시티와 겨우 승점 1점 차이였다.

“정말 지옥에 떨어지는 기분이었어.”

“포츠머스에게 감사를. 마지막 경기에서 브리스틀 시티를 박살 내줬잖아.”

“포츠머스가 지거나 비겼으면 우리가 3위였어. 다득점도 골 득실도 우리가 밀렸으니까.”

“게다가 스펜서 보이드도 넘겨줬잖아. 포츠머스는 빛이야.”

지난 시즌, 로치데일 서포터들과는 정반대로 매우 고마워하는 프레스턴 노스 엔드의 서포터들.

그들의 말처럼 소하가 기록에 미쳐 시즌 마지막까지 채찍질하지 않았다면 지옥 같은 승격 플레이오프에 빠졌을 거다.

[승격 플레이오프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승격팀이 두 팀이나 자리를 잡았는데요.]

[놀랍습니다. 보통 갓 승격한 팀들은 생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번 시즌에는 우승팀도 승격팀이고 플레이오프에도 두 팀이나 승격팀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포츠머스와 함께 승격팀의 위세를 널리 알린 스컨소프 유나이티드와 로치데일.

심지어 에크링턴도 아쉽게 7위에 머물며 4개의 승격팀이 모두 상위권에 안착하는 기염을 뿜어냈다.

하부리그를 전전하는 구단으로서 포츠머스 같은 혁신적인 팀과 2년을 부대낀 경험은 다시 없을 기회였으니까.

‘솔직히 많은 걸 배웠다.’

‘인정하긴 싫지만 성소하, 그 망할 광대 녀석이 천재이긴 해.’

‘건방지지만 않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뭐, 천재의 오만은 당연한 건가?’

‘후우. 더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소하의 십 년은 앞선 전술.

이것을 분석하는 건 프리미어 리그의 팀도 아니었고 해외의 명문 팀도 아니었다.

굳이 하부리그 감독의 전술을 파헤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는 영세구단들은 달랐다.

포츠머스를 이기려면. 아니, 포츠머스를 어떻게든 막아내려면, 그들을 낱낱이 해체해서 연구해봐야 했으니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거다.

혁신적인 감독 한 명과 훨씬 뛰어난 팀이 리그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브리스틀 시티와 MK돈스. 스컨소프 유나이티드와 로치데일. 이들의 치열한 승격 플레이오프도 재미있을 겁니다.]

[그렇죠. 리그1의 강자들과 갓 승격한 승격팀들이 맞붙으니까요. 과연 신세대가 이길 것인지 구세대가 이길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해집니다.]

상당히 재미있어진 승격 플레이오프를 기대하는 진행자들. 이윽고 개인 성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제 선수의 개인 성적으로 넘어갈 시간입니다. 득점왕은 뭐···. 뻔했죠. 당연히 그 선수입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또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한 달 뒤면 20세가 되는 19세의 선수가 2년 연속으로 득점왕을 차지한 선례는 없었거든요.]

물론, 득점왕은 조쉬 킹.

전반기에는 조금 부진하긴 했다.

23경기 13골.

두 자릿수의 득점에 성공했는데 뭐가 부진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몰아넣은 골이 많아 보기보다 훨씬 좋지 않은 전반기였다.

하지만, 후반기. 특히나 첼시와의 리그컵 결승전이 끝나고 나서는 사람이 달라졌다.

23경기 27골.

경기당 한 골 이상을 때려 박으며 리그 40득점을 달성. 모든 대회를 통틀어 45골이나 달성하는 대기록 작성하는 데 성공한 조쉬 킹이었다.

이 정도면 에링 홀란드가 오더라도 감히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실력이었다.

[엄청난 선수예요. 어시스트까지 합치면 공격포인트만 50개입니다.]

[전반기만 해도 한계가 뚜렷한 선수라고 생각한 제가 축구를 알지도 못하는 놈이었어요. 후반기에는 같은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활약이었죠.]

자신의 오판을 머리를 숙이며 인정하는 축구관계자들.

그만큼 조쉬 킹의 성장과 그와 함께 보여준 뛰어난 성과는 세간을 놀라게 하기엔 차고 넘쳤다.

[솔직히 포츠머스의 수많은 유망주 중에서 국가대표 재목감은 델리 알리와 칼빈 필립스, 앤디 로버트슨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죠. 조쉬 킹은 뛰어난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축구 지능이 모자란다는 단점이 너무나 명확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 소프트웨어를 신형으로 바꿔 달아버렸어요.]

하부리그나 유소년 레벨에서 더욱 뛰어난 피지컬로 엄청난 활약을 하는 선수는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이 뛰어난 신체 능력을 믿고 기본기와 머리를 백안시하여 망해버리는 선수가 절대다수였다.

괜히 축구관계자들이 조쉬 킹을 평가절하한 것이 아니다.

[이래서 축구가 재미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결과가 언제 뒤바뀔 줄 모르니까요.]

[맞습니다. 심지어 조쉬 킹은 인격적으로도 상당히 성장했어요. 그 성장은 득점왕 소감 인터뷰에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한번 보시죠.]

방송 패널의 말과 함께 전환되는 화면.

이윽고 조쉬 킹이 그 우락부락한 외모를 뽐내며 등장한다.

“득점왕을 차지하게 돼서 기뻐요. 공격수란 언제나 득점왕을 꿈꾸니까요. 하지만, 이 상은 저만의 것이 아니에요. 저와 함께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모든 동료와 스텝들이 함께 이뤄낸 결과죠. 특히나 감독님의 열정적인 지도가 없었다면 전 득점왕을 달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지난 시즌과는 정반대의 태도.

물론, 들뜬 기색을 숨기지는 못했지만 참으로 모범적인 인터뷰다.

“혹시 다음 시즌, 챔피언십 리그에서도 득점왕을 노리시나요?”

“네. 전 멈추지 않을 거예요. 계속해서 포츠머스와 함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거예요.”

끊임없는 향상심!

절대 잊지 않는 충성심!

소하가 피를 토하며 2년간 개조를 진행한 성과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조쉬 킹은 모처럼 소하에게 공개적으로 크게 칭찬받았다.

“인터뷰는 조쉬 킹처럼. 이게 오늘부터 우리 팀의 인터뷰 기본 모델이다. 알아들었냐?”

“···.”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선수들. 오직 조쉬 킹만이 모처럼 듣는 큰 칭찬에 신이 나서 떠들었을 뿐이었다.

“다 나를 따라오라고! 내가 포츠머스다! 이 기본 미만들아!”

아직 애새끼는 애새끼였다.

[조쉬 킹이 모든 상을 휩쓸어가며 다른 선수들은 조금 섭섭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득점왕, 올해의 선수, 올해의 영 플레이어, 팬 선정 올해의 선수, 올해의 팀을 모조리 석권했으니까요. 하지만 플레이 메이커 상만큼은 다른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바로 도봉산이죠.]

도봉산.

챔피언십 리그에서 리그1로 내려오는 독특한 선택을 한 대한민국의 스타 선수.

살인 태클로 다치며 주춤했던 그의 성장세가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번 시즌 성적은 리그에서만 7골 18도움. 모든 대회를 통틀어서 9골 21도움을 달성하며 30개의 공격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엄청난 활약이었어요. 사실, 조쉬 킹의 각성이 없었다면 개인 수상은 도봉산이 모조리 챙겼을 겁니다.]

[아주 그냥, 좌우 가리지 않고 나올 때마다 측면을 부숴버렸죠. 조금 달리는 체력문제만 빼고는 완벽했어요.]

완벽한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부상 이후 달성한 모든 공격포인트보다 두 배 가까운 공격포인트를 달성했으니까.

아무리 3부리그라도 이 정도 성적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또다시 10-10을 달성한 선수가 있죠.]

[맞습니다. 델리 알리죠. 지난 시즌에도 10-10을 달성한 델리 알리는 또다시 리그에서 10-10을 달성하면서 자신이 잉글랜드의 미래라고 선포했습니다.]

10-10.

골과 어시스트를 모두 두 자릿수를 넘겼다는 지표다.

상당히 유의미한 지표로서 일단 어느 리그에서든 10-10을 달성한다면 리그 최상위 선수라는 증거였다.

[이번 시즌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보다는 중앙미드필더, 요즘 뜨는 ‘메짤라’ 역할로 더 많이 나왔음에도 또다시 기록을 달성했어요.]

[골대에서 멀어졌음에도 그의 영향력은 유지된다는 증거였습니다.]

과거였다면 델리 알리의 메짤라 기용은 완벽한 실패다.

부족한 기본기 때문에 중앙미드필더에서 활용할 거라곤 의미 없는 활동량뿐이었으니까.

하지만, 2년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기본기 훈련이 단점을 아예 없애버리는 중이다.

이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잉글랜드에는 새로운 스티븐 제라드나 프랑크 램파드가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 시즌 리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1년간 리그1을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삐익.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꺼지는 TV 화면. 이 화면을 과자를 까먹으며 보던 인물은 천천히 푹신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으아아아아! 모처럼 푹 쉬었네. 그럼 녀석들과 작별 인사를 하러 가볼까.”

기지개를 켜며 어기적어기적 화장실로 향하는 한 남자. 소하였다.

모처럼 일찍 자는 바람에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버려 평소 보지도 않던 TV를 봐버렸다.

“흐음. 세바스찬 씨에게 잔소리를 듣겠군.”

3분 만에 씻고 나온 소하. 거실이 과자봉지와 즉석식품 포장지로 난장판이다.

생활력이 아주 처참한 수준!

“세바스찬 씨가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와야겠어. 안 마주치면 잔소리도 없으니까! 후후.”

소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밖으로 나간다. 집사인 세바스찬이 봤다면 뒤통수를 후려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그가 향하는 곳은 물론 포츠머스의 클럽하우스였다.

***

“하암. 잘 지내라. 머저리들아.”

선수들이 한데 모인 장소에서 긴 하품을 내지르며 작별 인사를 하는 소하.

너무 일찍 일어난 부작용이 튀어나왔다.

“···감독님. 아주 많이 늘어지셨군요. 시즌은 끝났을지 몰라도 이제 시작입니다.”

“감독이란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십니다. 교정이 필요하군요.”

곧바로 들어오는 주장과 부주장의 잔소리! 휴가를 앞둔 날에도 감독에 대한 걱정은 멈출 수가 없나 보다.

“···잔소리하지마···. 난 이미 잔소리를 피해서 온 사람이라고. 하여튼, 한 달 동안 쉬기만 해라. 괜히 무리하지 말고.”

휴식은 언제나 중요하다.

특히나 축구 같은 역동적인 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가뜩이나 단기간 몸을 갈아버리는 직업인데,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금세 고장이 나버릴 거다.

“그리고 말이야···.”

늘어진 모습을 벗어던지며 눈을 빛내는 소하. 살기가 진득하니 어려있어 선수들도 바짝 긴장한다.

“작년처럼 몰래 찾아오지 마라. 진짜 뒤진다. 나 이번에 푹 쉴 거야. 진짜 집 밖에서 나오지 않을 거라고.”

“···아, 알겠어요.”

“키, 킴취 좋은데···.”

“크림 떡볶이 또 먹고 싶은데요.”

아쉬워하는 선수들.

이미 계획을 짜놨었나 보다.

“한국에 가든지 말든지. 그건 너희 맘이고. 그냥 날 찾지 말라고. 알겠어?”

“큼큼. 아, 알겠어요.”

“에이. 감독님 없으면 재미없는데.”

다시 한번 엄포를 놓자 포기하는 선수들. 소하의 진심이 느껴져 올해는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럼 이만! 한 달 뒤에 보자.”

빠르게 작별 인사를 마무리하는 소하. 선수들이 소하를 좋아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몇몇 감독들은 교장 선생님처럼 한 시간을 넘게 훈화 말씀을 할 때도 있었으니까.

‘후우. 그럼 나도 어떻게 쉴지 고민해볼까!’

옹기종기 모여 떠드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 소하.

어떻게 최대한 인간 이하로 게으르게 휴가를 보낼지 고민하느라 행복에 빠진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그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 118화. 14-15시즌 마무리. (4)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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