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7화. 14-15시즌 리그1 전반기. (6) >
1.
경기장을 찾은 서포터들과 일반인들에게도 테러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미친.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지만 누군지는 뻔하군.”
“절름발이가 범인인 것을 알고 보는 반전영화랑 다를 게 없어.”
“그럼 경기는 어떻게 되는 거야? 밀월의 몰수패로 끝나는 건가?”
“몰수패는 쉽게 내려지지 않지. 일단 연기는 될 거 같은데···.”
불안에 떠는 관중들. 방학이 연기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접한 초등학생처럼 걱정이 한가득하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관중분들께 알립니다. 포츠머스의 요구에 따라 경기는 속행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희소식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경기를 기다리는 관중들. 보기가 드문 사건이 벌어진 직후에 진행될 경기라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2.
소하와 포츠머스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이는 버스 테러를 당했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경기를 속행하는 포츠머스 선수들의 용기에 대한 찬사. 인류애가 무럭무럭 생길만한 멋진 장면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 세상에서 밝은 것만 보면서 살 수는 없는 법. 어쩔 수 없이 더러운 오물들을 곁에 끼고 살아야만 한다.
그 오물들이란,
“우우우! 꺼져라 하부 리그 새끼들아!”
“중국인 감독 밑에서 개처럼 뛰는 잉글랜드의 수치.”
“더러운 아시안은 불법 DVD나 만들라고! 어디서 감독 흉내야?”
“낙후한 노랑 원숭이들!”
“껌둥이와 노랑이들이 주축인 더러운 클럽!”
당연하게도, 밀월의 서포터들.
소하에 대한 인종차별을 필두로 무차별적인 폭언을 내뱉었다. 괜히 과격 훌리건들이 많은 것이 아니다. 서포터즈 자체가 썩었기 때문에 그만큼 오물들이 많은 거였지.
‘씨발 새끼들이. 진짜.’
주먹을 부르르 떠는 소하. 인종차별이야 익숙했지만, 자식 같은 선수들에게도 폭언하자 분노가 폭발했다.
‘두고 보자. 개새끼들아.’
소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한다. 축구는 어차피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스포츠.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결과가 나오는 순간 열 배, 백배로 갚아주리라고 작심한다.
-삑!
기어코 시작된 포츠머스 FC와 밀월 FC의 리그컵 3라운드.
선공은 포츠머스가 가져간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경기전 큰 우려가 있었지만, 포츠머스 선수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투지에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처럼, 포츠머스 선수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는 테러의 공포를 용기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즉, 겁을 주기 위해 벌였던 사건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다준 꼴. 포츠머스 선수들은 종종 나온다는 모두가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경지에 올랐다.
‘이긴다.’
불의에 대한 정의의 심판.
축구판에서는 경기로서 말하는 것이 유일하면서도 최고의 방법 아니던가.
‘선봉장은 너다. 도봉산.’
소하가 임명한 정의 구현의 선봉장은 얼마 전 각성에 성공한 도봉산.
포츠머스는 킥오프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마자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도봉산에게 볼을 집중한다.
“박살 내버린다.”
눈을 희번덕거리는 도봉산. 지난 한 달간 완전히 트라우마에 벗어난 그는 20대 초반의 미친개로 돌아왔다.
거칠게 달려드는 밀월의 선수들을 앞에 두고도 한치의 두려움 없이 드리블을 시도한다.
‘놈의 선택은 드리블이다!’
밀월 선수는 도봉산의 의도를 대번에 파악. 발놀림에 신경 쓰지 않고 공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실로, 훌륭한 드리블러를 상대할 시의 수비방식이다.
‘지금이다!’
도봉산이 발을 뻗으면 닿을 정도까지 접근하자 과감히 태클을 시도했지만 허공만 가른다.
‘엇?!’
섬광 같은 팬텀 드리블!
흔히들 ‘라 크로케타’ (La Croqueta)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발목 힘만을 이용한 미세한 터치로 순식간에 공의 방향을 반대 발로 옮기는 기술.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주특기 중 하나다.
지연이 없는 기술인만큼 가장 실용적인 기술로 평가받지만 보기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이기도 하다.
공을 옮기는 동시에 상체 페이크를 넣어야 했으니까.
물론, 조금 전 도봉산의 라 크로케타는 완벽했다. 흡사 마법 같은 장면!
하지만 동양의 마법사, 도봉산의 마술쇼는 끝나지 않았다.
“막는다!”
쉴 새 없이 치켜드는 밀월의 수비수. 이번에는 오른편에서 다리를 뻗으며 태클을 시도한다.
이제 막, 공을 왼쪽 발에서 오른발로 옮긴 상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하지만,
“엇?!”
공을 뺏으리라 확신했던 밀월의 수비수.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발은 허공만을 갈랐다.
“뭐, 뭐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공은 이미 다시금 왼발로 옮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실로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다.
“미, 미친.”
이제야 무슨 기술에 당하였는지 깨닫고 도봉산의 등을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는다.
2연속 ‘라 크로케타’ 라니. 그것도 방향까지 전환하는 초고난도 기술을 리그1 선수가 펼칠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게 뭔가요! 4연속 ‘라 크로케타’ 입니다! 오른쪽-왼쪽-오른쪽-왼쪽. 경기장에 번개 문양을 수놓으며 밀월의 수비진을 혼자서 붕괴시킵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예요. 이미 드리블만 보자면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상위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비명과 같은 환호성.
경기장 위에서 바라보는 이들도 이럴진대, 직접 당한 선수들은 오죽하겠는가. 정신이 홀딱 빠지고 남을만하다.
마법 같은 기술로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 안쪽까지 침투한 도봉산.
아쉽게도 오른발잡이인 그로서는 슈팅각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슈팅각을 만들어야지.’
오른발 슈팅각을 만들기 위해선 직각으로 우회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도봉산은 이런 상황에서 상당히 유효한 기술의 달인이었다.
‘맥기디 스핀.’
몸을 360도 회전하는 마르세유 턴과는 달리 270도만 돌려 직각으로 우회하는 기술. 프랑크 리베리가 애용하는 기술이라 리베리 스핀이라고 불린다.
최상급 볼컨트롤 능력이 없다면 실전에서는 흉내도 내질 못할 고급 개인기.
밀월에는 불행하게도 도봉산은 최상급 볼컨트롤을 가진 선수였다.
-휘릭.
달라붙은 최종수비수를 완전히 농락하는 유려한 맥기디 스핀이 도봉산의 발밑에서 펼쳐진다.
순식간에 왼쪽 측면을 부숴버리고 슈팅각을 잡은 도봉산.
-툭.
파 포스트 상단을 향해 감아차기를 시도한다.
-휘리릭.
아직 약점으로 지적되는 약한 킥력을 극복하지는 못해 느리다.
하지만, 약한 만큼 정확도는 일품.
노린 곳으로 정확히 날아간다.
-텅! 철썩.
공은 반 시계 반향으로 스핀이 제대로 걸린 덕에 사이드 포스트를 한번 맞추며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골입니다! 전반 3분 만에 도봉산의 원맨쇼로 앞서나가는 포츠머스!]
[게임이라도 이 장면을 따라 할 순 없을 겁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환상적인 골이에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장내 아나운서.
물론, 밀월의 관계자를 제외한다면 모두가 똑같은 반응이었다.
“미쳤다. 진짜.”
“저게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던 바이브인가?”
“아니, 머글들 앞에서 마법을 쓰면 아즈카반으로 끌려가는 거 아니었어?”
“조만간 기억상실 마법 맞고 잊을 듯.”
모두가 침을 튀기면서 마법을 칭찬하기 바쁘다. 물론, 소하도 마찬가지.
“그렇지!”
침을 튀기며 열광하는 소하. 얼마나 통쾌한 골이었던지 평소에 하던 어퍼컷 셀레브레이션 대신 어깨를 흔들며 셔플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버스 테러도 열 받는데, 경기 시작 전부터 인종차별을 듣던 터라 밀월의 서포터에게 쌓인 악감정이 폭발한 것.
앨런 파듀 감독의 ‘파듀 댄스’보다 1년 앞서는 소하 댄스였다.
[아! 성소하 감독이 춤을 추고 있어요. 감독 실력과 비교해서 춤 실력은 정말 두 눈 뜨고 보기 힘들군요!]
[몇 년 전에 유행했던 멜버른 셔플 같습니다. 관절염에 걸린 사람이 추는 모습 같군요!]
우스꽝스러운 셀레브레이션에 웃음을 짓는 장내 아나운서와 관중들.
오직, 밀월을 서포터들만 얼굴을 붉힌 채 거친 말을 쏟아낸다.
“야 이, 개 같은 중국인 새끼야! 어디서 함부로 춤을 춰?!”
“놔! 놔! 내려가서 밉살맞은 저 새끼 다리를 부러뜨려버릴 테니까”
“장난하냐! 개새끼야!”
“가서 DVD나 구워!”
인종차별은 기본 장착.
솔직히 이해는 간다. 같은 팀이 봐도 약이 오르는 춤이었으니까.
오죽했으면 소하와 같이 기쁨을 나누려던 포츠머스의 선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제자리로 돌아가겠는가.
그리고 보통 사람 같았으면 주눅이 들만한 폭언의 향연이었지만 소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응 뭐라고? 안 들려. 크게 말해봐!”
오히려 귀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들리지 않는다는 시늉을 하며 맞대응한다.
이것은 명백한 도발. 정말 얄밉기 그지없었고 효과는 확실했다.
“씨발! 너 밤길 조심해라!”
“내려가! 내려가! 저 새끼 까버려!”
“넌 진짜 뒤졌다!”
던질 수 있는 모든 물건을 집어 던지며 발악하는 밀월의 서포터들.
이에 극도로 분노한 밀월의 서포터들과 이를 막으려는 안전요원들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진다.
간신히 최악의 사태는 막아냈지만, 재발의 우려가 다분했기에 심판은 예방주사를 놓기로 한다.
“경고! 자제해 주십시오. 성 감독님.”
결국 경기 최초의 옐로카드까지 적립하는 소하. 물론, 그의 얼굴에는 후회 따위는 없었다.
3.
3분 만에 골이 나온 리그컵 3라운드 경기. 굉장히 이른 시간에 나온 골이라 경기의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일렀다.
훗날 앨런 파듀 감독처럼 역전패를 당하고 흑역사를 만들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포츠머스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전반 14분.
코너킥 기회를 맞이한 상황.
마이클 반즈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찰스 말로리가 호쾌하게 따낸다.
“꺼져라! 애송이들!”
콧김을 내뿜으며 강력한 헤더를 시도.
-철썩!
그대로 골망을 가르며 점수 차를 더 벌리는 것에 성공한다.
10분 만의 추가 골. 이는 이른 실점에 흔들리던 밀월에게 내리는 사형선고와 다를 바 없었다.
전반 25분.
오른쪽 측면을 허무는 엑토르 베예린-스티븐 데커-잭 해리슨의 삼각 플레이.
-촤악!
페널티에어리어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잭 해리슨의 컷백은 한 박자 늦게 침투하던 델리 알리의 발에 정확히 걸린다.
-팡!
바로 다이렉트 슛을 시도하는 델리 알리. 때리는 순간 골을 직감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 셀레브레이션을 준비했고, 옳은 판단이었다.
-철썩.
골키퍼가 반응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반 박자 빠른 멋진 슈팅으로 3-0을 만든다.
그리고, 그 스승의 그 제자랄까.
델리 알리는 갑자기 역주행을 시작한다.
[아 이게 뭐죠? 델리 알리가 괴성을 내지르며 반대편으로 뛰어가는데요?]
[그가 향하는 곳은 바로···. 어? 밀월의 서포터석입니다!]
“봤냐! 이 깡패들아!”
밀월의 서포터들 앞에서 웃통을 벗어젖히고 포효하는 델리 알리.
18세로 보이지 않는 멋진 육체미를 뽐낸다.
물론, 밀월의 팬들은 눈알이 뒤집혀서 온갖 물건을 집어 던졌지만 말이다.
[어···. 밀월 팬들의 인종 차별성 발언에 대한 보복으로 보이네요. 이럴 땐 감독이 조금 진정시켜···.]
[이런. 성 감독은 그럴 생각이 없나 보네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듭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처럼 소하는 말리기는커녕 물개박수를 치며 델리 알리를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는 것 아닌가.
“알리야! 네가 내 수제자야! 내 선수 중에서 최고라고! 앞으로 한 달간 마음껏 게임을 해도 된다!”
“하하하! 역시 저밖에 없죠?”
“그럼!”
끼리끼리 논다는 이야기가 정말 어울리는 장면!
당연히도 경고감이었다.
퇴장에 앞서 최후의 구두 경고를 받는 소하와 옐로카드를 받는 델리 알리.
퇴장의 경지까지 한걸음 남은 상황에 몰렸지만, 둘의 얼굴에는 후회 한 점 없었다.
4.
전반전이 채 반도 지나기 전에 3-0으로 앞서나가는 포츠머스 FC.
조금 고삐를 늦춰도 될법한 점수였지만 포츠머스 선수들은 더욱 힘을 내었다.
퍽퍽퍽퍽!
이미 완전히 무저항 상태가 된 밀월 FC를 무참히 난자하는 포츠머스 FC. 기절한 상대를 쉴 새 없이 두들기는 모습은 두렵기까지 하다.
결국 최종 스코어는 6-0.
전반전에 4골, 후반전에 2골을 넣으며 밀월을 재기 불능할 지경까지 만드는 것에 성공한다.
“엄청난 경기 결과입니다. 상위리그 팀을 상대로 6-0 대승을 거두셨는데요, 이를 가능케 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경기 종료 후 어김없이 찾아온 기자회견. 휴고 어스틴이 밝은 미소와 함께 첫 질문을 던졌다.
이래저래 수상쩍은 기자지만 그도 엄연한 포츠머스의 서포터.
응원하는 팀이 역경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모습은 절로 기분을 들뜨게 했다.
“원동력은 하나죠.”
퇴장 직전까지 몰려, FA의 경고를 받게 될 것이 확실해진 소하였지만 표정은 그 어느 때 보다 밝다.
흡사, 10일 만에 쾌변을 달성한 악성 변비 환자의 모습이랄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의지죠.”
“···.”
보통 이럴 때는 적당히 에둘러서 말하는 게 기본이었거늘. 적당히,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정도를 예상하던 휴고 어스틴은 소하의 돌직구에 잠시 말을 잊었다.
그리고 소하는 그가 말을 잃든지 말든지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서 뱉어낸다.
“더럽고 치졸한 테러 행위와 인종차별에 대항하기 위한 정의심이었어요. 축구인은 축구로 말을 해야 하는 법. 삭막한 세상 속에서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만천하에 여실히 보여줘서 기쁘네요.”
“···하, 하하. 그, 그렇군요.”
식은땀을 흘리는 휴고 어스틴. 눈앞의 감독은 두려움이란 감정이 사라진 로봇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이었을 뿐.
이어지는 모든 질문을 거침없이 이어나가며 포츠머스 서포터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테러 사건의 범인들이 밀월의 서포터라는 건 너무 지나친 억측 아닙니까?”
포츠머스 측 기자단의 질문이 끝나자, 드디어 시작된 밀월 측 기자단의 공격.
소하는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거침없이 반격을 개시한다.
“지나친 억측은 범인이 밀월의 훌리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겠죠.”
“···경기장에서 상대 팀 서포터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건 선을 넘은 것 아닙니까?”
“선을 넘은 건 인종차별을 거침없이 내뱉는 밀월의 서포터 아닐까요?”
“···휘하 선수의 돌발행동을 말리지 않고 부추기는 행동은 감독으로서의 품격과 자질이 떨어져 보이는 행위 아닙니까?”
“인종차별과 폭력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는 건 ‘인간’으로서 품격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 아닐까요?”
요컨대, 내가 감독으로서 낙제점이라면 너희들은 인간으로서 낙제점이라는 매서운 반격이다.
밀월 측의 억지스럽기까지 한 질문들을 모조리 격퇴하는 소하.
흡사, 장판파의 장비가 재림한 듯한 모습이다.
“···큼큼. 마지막으로 포츠머스 FC의 버스 기사, 릭 브래드 씨의 과잉행동에 대해서는 어떤 징계를 내릴 예정이십니까? 혹자는 릭 브래드 씨의 난폭 운전이 버스 테러 사건의 원흉이었다고 주장하는데요.”
기어코 소하가 우려하던 물타기가 튀어나왔다.
“잠깐만요. 지금 여기가 기자회견장이 맞는 건가요?”
“···네?”
“애견 가게인지 착각할 뻔해서요. 개 짖는 소리가 너무 나네요.”
“···.”
파괴적일 정도로 과격한 발언.
포츠머스 측은 소화제를 먹은 듯이 편한 표정이 되었고,
밀월 측은 엄청난 모욕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다.
“지, 지금 뭐라고···!”
“다, 당장 사과하세요!”
게거품을 물고 발작하는 밀월의 기자단들. 하지만 소하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사과는 당신들이 해야 하는 거고. 어디서 감히 피해자를 피의자로 몰아가는 거죠? 이미 인터넷상에서 진실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고 있는데?”
씹어 삼키듯이 분노를 내뱉는 소하.
항상 밝은 태도로 임하던 그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이라 길길이 날뛰던 밀월의 기자들도 말을 잇지 못한다.
“릭 브래드 씨는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한 직원이에요. 표창을 줘도 모자랄 판에 징계 운운을 하는 건 개소리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덧붙이자면 우리 포츠머스는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릭 브래드 씨의 편에 설 겁니다. 그를 위해서라면 구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거예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넘실거린다.
“이해력이 나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확실히 한 번 더 말하겠습니다.”
장내를 한번 쓱 훑어본 소하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릭 브래드 씨에 대한 공격은 저를, 포츠머스를 공격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어떠한 불의도 용납하지 않고 맞서 싸우겠다는 거침없는 투지.
함부로 나대다간 매운맛을 보게 될 거라는 과감한 협박.
이에, 개소리를 펼치던 밀월 측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음은 두말하면 입 아픈 일이었다.
< 087화. 14-15시즌 리그1 전반기. (6)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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