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86화 (86/306)

< 086화. 14-15시즌 리그1 전반기. (5) >

1.

와장창!

파직!

기습적인 금속 몽둥이찜질에 버스가 불쾌한 비명을 내질렀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당히 무섭고 두려운 상황이라 겁에 질렸겠지만, 난 아이러니하게도 감탄부터 나온다.

“와···. 진짜 미친 새끼들이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런 짓을 벌일 줄이야. 과거로 돌아오면서 놀랄 일은 없다고 자부했지만, 아직 내가 세상의 다양함을 모조리 통달하기에는 부족했나 보다. 아니, 한 인간이 현실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으아아! 가, 감독님 어떻게 해요!”

“버스 테러라니. 이거 완전히 미친 거 아니에요?”

“버스가 박살 난다!”

“도망칠 곳도 없어!”

눈에 넣으면 존나게 아플, 내 미운 새끼들인 선수들은 공황에 빠졌다.

“가, 감독님···.”

침착하기로 유명한 우리의 주장 케빈 도슨마저도 평정을 잃고 당황할 정도.

하지만, 이내 평소 모습처럼 침착함을 되찾는다.

“역시 감독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시다니. 다시 한번 존경심이 샘솟습니다.”

“···그러냐.”

내 본심과는 조금 다른 해석이었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리. 결과가 좋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일이었으니까.

“모두 침착해라. 우리 팀 버스가 고물이긴 하지만 한낱 인간 놈들의 몽둥이질로 박살이 나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냥 겁만 주는 거야.”

위급한 상황일수록 가장 윗대가리의 행동이 중요한 법. 다행스럽게도 난장판 속에서도 식후 커피 한 잔 마시는 듯한 내 유유자적한 태도는 선수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됐나 보다.

“하긴. 진짜 버스 안으로 난입해서 우리를 피떡으로 만들 생각은 아니겠죠.”

“무섭긴 한데, 감독님이 침착하니까 왠지 지는 거 같아.”

“인정. 감독님도 태연한데 운동하는 내가 겁먹을 순 없지.”

“···.”

새끼들이. 정신을 되찾아서 좋긴 한데 이유가 매우 불손한걸. 창문을 열고 녀석들을 던져주고 싶은 작은 충동이 일었지만, 꾹 참아보자.

“그런데 경찰은 뭐하길래 이런 사단을 나도록 방치한 겁니까?”

아직도 밖은 지랄의 연속이었지만 선수들이 어느 정도 진정하자, 밀러 아저씨가 다가와 소곤거렸다.

“사각지대니까요.”

경기장 근처라면 모를까 경기장에서 다소 거리가 먼 골목길까지 병력을 배치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 팀이 포츠머스가 아니라 밀월의 최대 라이벌인 웨스트햄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상당히 계획적인 테러로군요.”

“뭐, 단단히 작정했겠죠. 경찰의 배치도 꿰고 있음이 분명해요.”

“어찌해야 합니까?”

“조금 있으면 경찰이 오겠죠.”

심드렁하게 대꾸했지만, 조금 불안하긴 하다. 사태가 벌어진 지 거의 5분가량 되었지만, 영국 경찰 특유의 형광 유니폼의 끝자락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씨발. 그냥 밀어버릴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선 릭 브래드 씨에게 부탁해 버스를 에워싼 훌리건 새끼들을 무시하고 직진하고 싶었다.

버스에 치이든지 말든지. 살고 싶으면 알아서 꺼지지 않을까? 하지만, 워낙에 미친놈들이라 더 달려들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나는 둘째 치더라도 평범한 운전기사인 릭 브래드 씨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경우가 될 테니까.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경찰이 1초라도 빨리 오길 바라는 것뿐이다. 어차피 신고도 해뒀겠다, 10분 내로는 오겠지.

하지만, 밀월의 훌리건들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정신병자들이었다.

“야야! 문 까부숴!”

“새끼들이 겁을 안 집어먹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고물 버스가 제법 튼튼하긴 하지만 문은 다를걸?”

쾅쾅쾅!

버스의 문을 때려 부수고 난입하기 위해 지랄발광을 시작하는 훌리건들. 생각보다 침착한 우리 팀의 태도에 눈알이 돈 듯싶다. 진짜 미친 새끼들이 따로 없달까.

런던 테러범과 맞서 싸워 제압했다는 명성을 얻을만한 과격함이다.

콰직.

파직.

버스 문짝이 쇠몽둥이 질을 버티지 못하고 점점 박살이 나기 시작한다.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았던 선수들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만일에 사태에는 물리적으로라도 몸을 지키기 위할 임전 태세.

그 모습에 내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투둑.

후우. 진짜 꼭지 돌게 하네.

이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녀석들이지만 나이 처먹고 깡패 놀이나 하는 새끼들한테 당하는 꼴은 두 눈에 흙이 들어가도 보기 싫다.

“브래드 씨, 잠시만 비켜주실래요? 운전대 좀 제가 잡을게요.”

참다못한 나는 릭 브래드 씨에게 부탁했다. 그냥 내가 운전대 잡고 풀악셀 땡겨버려야지. 뒤지기 싫으면 알아서 비키라고.

“···감독님.”

분명 내 말을 똑똑히 들었건만. 릭 브래드 씨는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

말리려고 하는 걸까?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 튀어나온다.

“제가 하겠습니다.”

무언갈 단단히 결심한 비장한 눈빛.

내가 하려고 했던 일을 대신하겠다는 뜻인가?

“···지금 뭐라고···?”

난 말을 마저 하지 못했다. 릭 브래드 씨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행동으로 보여줬으니까.

거침없이 버스의 시동을 거는 릭 브래드 씨는 내가 말리기도 전에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부아앙!

“어어어?!”

“야야 머, 멈춰!”

“야 비켜! 우릴 치여버릴 속셈이야!”

버스가 덜컹거리며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허둥지둥 도망가는 훌리건들.

그 좋던 기세는 바닥에 내던지고 버스에서 떨어지기 위해 애를 쓴다.

“저, 저 버스 기사 새끼 진짜 우릴 깔아뭉갤 기세였어!”

“또라이 새낀가?!”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부지한 녀석들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른다.

씨발. 또라이 새끼들은 너네잖아.

“거기서 새끼야!”

“따라가!”

꼭지가 제대로 돈 듯 이미 속도가 붙은 버스를 따라오는 훌리건들.

하지만, 이미 속도가 제대로 붙은 버스를 인간의 발로 따라잡을 수는 없는 노릇. 우리의 버스는 흉포하게 골목을 빠져나와 경기장에 당도한다.

“뭐, 뭐야? 버스 꼴이 왜 저래?”

“습격이라도 당했나?”

“미친, 조금 전에 SNS에 올라왔는데 밀월의 훌리건으로 보이는 괴한들이 버스를 습격했대.”

“경찰은 뭐한 거야?”

웅성웅성.

반파된 우리 팀의 버스를 보며 경기장 출입구에서 대기하던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호들갑을 떤다.

“이제 안전합니다. 버스에 내리셔도 됩니다!”

뒤늦게 도착한 경찰들이 버스를 에워싸며 뒤늦은 호위 작전을 펼친다.

이봐요. 이미 다 끝났거든? 당신들은 너무 늦었어. 이미 사고는 일어났으니까.

2.

릭 브래드 씨의 과감한 판단 덕분에 인명피해 없이 끝이 난 버스 테러 사건.

구단 전용 버스는 걸레짝이 돼버렸지만 다친 사람이 없다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단 난 선수들을 원정팀 라커룸으로 인솔한 뒤 따로 릭 브래드 씨와 독대의 시간을 가졌다.

“···.”

멍한 얼굴의 릭 브래드 씨.

사람을 칠 각오로 운전을 한 것이 어지간히도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덜덜 떨리는 손은 이 훌륭한 직원이 얼마나 심적으로 불안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굉장히 괜찮아 보이지 않는지라 별다른 위안이 되지 않는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역시, 쓰레기들 몇 명 정도는 들이박아도 아무런 타격도 없는 내가 운전대를 잡았어야 했다.

“후우···. 제가 한다니까요.”

“아닙니다. 감독님은 팀을 이끌어야 할 책임을 짊어지신 분. 버스 안에서의 안전은 저의 소관입니다.”

“···그런가요.”

“그런 겁니다. 다시 한번, 아니. 몇 번이라도 같은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전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 이것이 저의 일입니다.”

더 이상의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 아직도 손발을 덜덜 떨 만큼 겁에 질렸음에도 정말 다부지다.

여기서 더 그를 부정한다면 그의 긍지마저 부정하는 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한 이 중년 남자의 뒤를 든든히 받쳐 주는 것만 남았다.

“그럼···. 전 제 일을 하러 가야겠군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물론이고 구단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릭 브래드 씨의 편에 설 겁니다.”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그러길 바라고는 있어요.”

엄연히 우리는 피해자. 하지만 밀월 측에서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물타기를 할지도 모른다.

요컨대, 우리가 잘못하긴 했지만, 당신들도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사건을 사건으로 덮는 건 대한민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구한 역사를 가진 방법이니까.

“경기··· 꼭 이겨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어요.”

이 아저씨 보소. 이 상황에서도 경기가 걱정되는 거야? 축구를 종교로 삼는 영국인다운 발언이다.

물론, 당연히 이길 생각이다. 이런 개수작을 부린 대가를 경기장 내에서 톡톡히 갚아주지 않으면 분해서 잠도 자지 못할 테니까.

아주 그냥, 개박살을 내줘야지.

하지만,

“FA 사무국에서 왔습니다. 성소하 감독님 맞는지요?”

말쑥한 정장을 입은 인물의 등장에 사태는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3.

“···.”

밀월 FC의 감독 이안 할로웨이는 버스 테러라는 초유의 사태에 정신을 반쯤 놓았다.

‘이, 이 정도까지 할 줄···.’

적당히 겁만 주리라고 생각했거늘. 이렇게 제대로 미친 짓을 벌일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직 그만이 알겠지만, 인과관계를 따져본다면 테러의 주선자가 자신이 되는 것 아닌가.

평소 유머러스하고 밝은 성격인 이안 할로웨이로서는 멘탈이 날아갈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래서, FA 사무국에서는 경기 연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가져왔습니다.”

“···.”

“가, 감독님?”

“아! 뭐라고 했습니까?”

화들짝 놀라며 되묻는 이안 할로웨이.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여실히 보이는 행동이다.

“경기 연기에 대해서···.”

“아! 그건 전적으로 포츠머스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전해주세요.”

이래저래 죄를 지은 쪽은 이쪽.

피해자에게 맞춰줘야 그나마 면피를 할 가능성이 커졌으니까.

이정도 해주지 않는다면 추후 있을 징계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게 분명했다.

4.

경기 연기.

일단, 난 FA의 판단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씨발. 이건 밀월한테 몰수패를 줘도 할 말이 없는 사건이에요.”

“···큼큼. 지, 진정하십시오. 일단 저희 FA에서는 다친 선수가 없으므로 몰수패는 너무 과한 결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랄도 가지가지 하시네요. 제 머리통이 쇠 파이프에 맞아서 깨졌어야 했는데. 참 아쉽네요.”

“이, 일부 과격한 범죄자들의 우발 행동으로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도 좋지는 않다는 의, 의견입니다.”

“···.”

“그리고 아직 밀월의 과격 서포터들이 범인이라고 확정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

사무국 직원의 말에 그만, 난 할 말을 잃었다. 뒷덜미가 콱 막히는 게 심부전이 온 것만 같다.

이런 망할 꼰대 새끼들을 보았나. 척 봐도 밀월의 훌리건들이 벌인 일이잖아!

“물론, 몰수패의 가능성도 작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범인들이 체포되고 밀월의 서포터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요.”

“잘도 그 새끼들이 밀월의 서포터라고 밝히겠네요.”

놈들은 과격 ‘서포터’. 이 말은 천하 둘도 없을 망나니 새끼들이지만 지가 응원하는 팀은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그런 놈들이 경찰에 붙잡힌다고 순순히 불겠는가? 어림도 없는 소리다.

정말 미친 듯이 속에서 열불이 터진다. 눈앞의 파견 나온 직원에게 폭언을 마구 쏟아내고 싶지만, 초인적인 인내로 참아본다.

이 사람이 뭔 잘못이겠는가. 그저 결정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인데.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선수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결정할게요.”

난 이 주제를 혼자서 결정하지는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드 위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생각이었으니까.

“···해서 나 혼자 결정하긴 힘든 일이라고 판단된다. 너희들의 의견이 어떤지 말해봐라. 아무도 너희들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축구선수. 운동하느라 겉은 일반인보다 많이 삭아 보이는 터라 종종 잊지만, 이들은 ‘겨우’ 20대에 불과한 청년들이다.

많아봤자 30대 초중반. 축구판에서는 노장이라고 불리는 나이지만 평범한 한국 남자라면 이제 겨우 사회초년생의 나이일 뿐.

심지어 운동만 한 터라 일반인들보다 순박한 면도 적잖이 존재한다.

이런 선수들에게 조금 전의 폭력적인 상황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터. 아무리 감독이라지만 강제로 경기에 뛰라고 하기는 힘들다.

“···.”

아직 생각을 정리 중인 듯 선수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솔직히, 나도 어찌해야 할지 명확히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 경기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으니까.

‘리듬이 깨졌어.’

생체 리듬. 이는 프로의 세계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보통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몸과 마음을 경기에 맞춰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다듬는다.

음악을 듣는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영화를 본다던가.

등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식을 통해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버스 테러 사건으로 리듬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즉, 막상 경기를 시작해도 원래 실력의 반도 내지 못할 확률이 크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격한 경기를 펼친다면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그렇다고 경기 연기가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만약 몰수패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10월 일정은 지옥행 확정이다.

이미 내 트릭쇼도 슬슬 약발이 떨어지는 시점. 정말 힘든 시간이 되리라는 건 명약관화였다. 목표 달성에 크나큰 문제가 생길 거다.

즉, 뭘 선택하든 외통수에 몰렸다는 이야기다. 정말,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젠장. 해보죠.”

모두가 상념에 빠져있을 때, 조쉬 킹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이대로 경기를 연기한다는 건 꼬랑지 내리고 도망가는 것처럼 보인다고요!”

실로 녀석다운 단순한 해답이다.

“진정하십시오. 조쉬 킹. 이건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부주장인 잭 해리슨이 조쉬 킹을 뜯어말렸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반론을 펼친다.

“단순하지 않다니요! 테러와 협상은 하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상식이라고요!”

“···그, 그건···.”

조쉬 킹의 매서운 반격에 말문이 막힌 잭 해리슨. 와. 미친. 저 잭 해리슨의 입을 봉인하다니. 정말 내가 알던 킹이 맞나? 나조차도 할 말이 없게 만드는 멋진 카운터 펀치다.

“여기서 경기가 연기된다면 나쁜 선례를 만들 거예요. 오늘처럼 위협적인 행동을 통해서 경기 연기를 악용할지도 모르죠!”

“···.”

킹의 말은 굉장히···. 뭐랄까. 반박할 여지가 없는 완벽한 정론이었다.

했던 말을 취소해야겠다.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아니었다. 최소한 킹이 머리를 다쳤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지능이 저렇게 높아지다니. 나도 진작에 쇠 파이프를 들고 설쳤어야 했나?

“맞아요. 그리고 선배들이 우려하듯 평상시처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예요. 즉, 해볼 만하다는 거죠.”

이번에는 칼립 필립스가 조쉬 킹의 말에 동의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틀렸다. 꼬맹아. 나는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경기에 집중된다. 이런 치졸한 수작을 사용한 밀월 녀석들의 콧대를 분질러 버리고 싶으니까.”

찰스 말로리도 좋은 의미로 반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다른 선수들도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그래, 내 리듬이 깨지긴 했지만 한번 해보자고.”

“생각하니까 진짜 열받네. 10대0 정도로 박살을 내버리죠.”

“감독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까라면 까고 전략적으로 후퇴를 하자면 하겠습니다.”

“감독님. 저희는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선택하시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낼 자신이 있습니다.”

케빈 도슨도 싱긋 웃으며 말을 마쳤다.

내 결정이라면 무엇이든 따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전해진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좋아. 이래야 내 새끼들이지. 경기 연기는 없다. 우리는 지금 당장 ‘축구’로 정의 심판을 내린다.”

결정은 쉬웠다.

조쉬 킹의 말처럼 테러와의 협상은 없는 법이었으니까.

몰수패고 나발이고 오늘 끝장을 보자. 개자식들아.

< 086화. 14-15시즌 리그1 전반기. (5)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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