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7화. 14-15시즌 이적 시장. (8) >
1.
7월.
드디어 휴가에서 돌아온 선수들.
프리시즌에 앞서 우선하여서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바로, 재계약.
난 이 망할 작업에 좋은 경험이 없다.
어떻게든 수수료 한 푼 더 뜯어먹으려는 에이전트와 상위 구단으로 가려고 뺑끼치는 선수들의 콜라보.
이것은 상당한 스트레스의 원인이었으니까.
그래도 이적료 한 푼 없이 선수가 떠나는 꼴을 보기 싫다면 해결해야 하는 큰 문제다.
먼저, 최우선 목표는 조쉬 킹.
조쉬 킹과 그의 에이전트, 나와 알버트 위버 씨는 협상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성 감독님. 그리고 기술 이사 알버트 위버 씨.”
조쉬 킹의 에이전트 조던 바넷이 먼저 물꼬를 텄다.
빠득. 절로 이가 갈린다.
과거에 조쉬 킹과 작당해서 자유계약 런을 주도한 저 밉살스러운 녀석이었으니까.
사인해줄 듯 해주지 않을 듯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다가 결국 나를 비롯한 모두를 물 먹인 개자식.
“킹까지 같이 자리에 참석한 걸 보니 재계약에 긍정적이라고 봐도 괜찮은 거죠?”
난 딴청을 피우며 시선을 돌리는 조쉬 킹을 흘겨보며 치고 들어갔다.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을 겁니다.”
“좋아요. 그럼, 위버 씨, 저희가 준비한 계약서를 보여주시죠.”
“네. 감독님.”
우리 측의 초기 제안은 나름대로 구단의 재정 상황에 맞춰 최고의 대우를 담았다.
주급 3,000파운드.
승격 시 주급 25% 상승.
출장 수당 200파운드.
득점당 500파운드.
매년 주급 10% 상승.
에이전트 수수료 2만 파운드.
3년 계약.
프리미어 리그 급으로 보자면 정말 쥐꼬리만 한 금액이지만, 리그1에서는 최상급 조건이다.
일단 주급부터 한화로 500만 원이니까. 이 정도면 모든 수당을 합쳐서 한 달에 1,500~2,000만 원은 버는 거다. 고작 19살에!
아직 리그2에서만 성과를 낸 19세의 어린 선수에게 이 정도 조건을 제시할 구단은 우리밖에 없을 거다.
“호오. 진심이 느껴지는 제안이로군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럼 사인이나 빨리 해라. 야, 킹아 빨리 사인해라.”
움찔. 내 살기 어린 목소리에 움찔거린 조쉬 킹은 재빨리 계약서를 향해 손을 뻗는다.
“어허!”
찰싹. 조던 바넷은 무림 고수처럼 조쉬 킹의 손을 쳐내고서는 헛기침을 한다.
“큼큼. 성 감독님. 지금은 스승과 제자의 사적인 모임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위한 자리임을 떠올려주시길 바랍니다.”
하. 아쉽군. 저 여우 같은 놈이 쉽게 갈 일을 배배 꼬는구나.
“먼저, 알다시피 조쉬 킹은 상당한 재능을 갖춘 어린 선수입니다. 상위리그 구단에서도 관심을···.”
“어디에서요?”
“네?”
“어디서 관심을 보이는데요.”
“그, 그건···.”
“어디서 약을 팔아? 비즈니스를 하자면서 사기를 치려고 하네?”
조쉬 킹이 잘하는 건 맞다.
그래서 ‘리그1’팀에서 관심을 보이는 구단도 많았고.
하지만 ‘상위리그’에서는 미온적이다.
감독빨로 한 시즌 반짝한 선수는 축구계 역사상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유망주는 최소한 2~3년은 보고 영입하는 거다.
심지어 우리 팀은 국내 컵리그에서도 빠르게 탈락해 상위리그 팀들과 붙은 적이 없다. 즉, 리그2에서만 검증이 됐다는 이야기. 큰돈 쓰기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결정적으로 재계약에 앞서 난 모든 정보력을 총동원해 핵심 선수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고, 결과는 나왔다.
챔피언십 리그에서 탐을 내는 선수는 이번 재계약대상자 중에서는 없다는 것.
그러니 저 새끼의 말은 개소리라는 거다. 내가 뭣 하러 휴가도 반납하고 일을 했겠는가. 저런 쥐새끼 조지려고 그런 거지.
“무슨 오, 오해가···.”
“지랄 말고 씨발. 비즈니스를 하자고. 비즈니스를. 야바위꾼 장난질 보기 싫으니까.”
“마, 말씀이 너무···.”
“재계약 끝장내고 일 년 동안 유소년 리그에서 잔디 깎기나 시켜볼까? 내가 못 할 거 같아? 그때 가서도 있지도 않은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해? 수수료 2만 파운드는커녕 2천 파운드도 받지 못할 거라고 장담하지.”
“···.”
덜덜덜. 내 말이 끝나자 옆에서 지켜보던 조쉬 킹이 다리를 미친 듯이 떨기 시작했다. 탁자가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진동.
녀석은 알겠지. 나직하게 내뱉은 말이지만 내가 한 말은 어떻게든 지킨다는 걸. 그리도 나도 단순한 협박이 아니다.
진짜 그럴 생각이다.
아직은 미래의 일이지만, 웨스트브로미치 앨비언의 ‘사이도 베라히노’란 선수가 있다.
한때 한 시즌 20골 6어시스트를 한 잉글랜드의 초신성.
자연스럽게 대형 클럽의 관심을 받았고 토트넘에서 이적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웨스트브로미치는 거절.
이에 격분한 베라히노는 ‘태업’을 시도했고, 분노한 감독은 그를 1년 동안 2군에 처박았다.
그리고 한때 잉글랜드 공격진의 미래로까지 불렸던 그는 훗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추락했다.
즉, 어린 나이에 1년을 허비한다는 건 정말 선수에게 치명적이라는 말이다.
정말로 계약이 어그러지고 내가 협박대로 행동한다면 조쉬 킹의 미래는 정말 어두울 거다.
“아, 아저씨. 그냥 사인하죠···.”
소곤소곤. 잔뜩 겁에 질린 조쉬 킹이 다 들리게 소곤거렸다. 난 잘못 없다고 나에게 어필하는 듯하다.
“기다려봐, 협상은 나한테 맡기기로 했잖아.”
“아니, 전 재계약을 하겠다고 했는데 왜 자꾸 일을 키우세요.”
“난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잖아.”
“저 고작 19살이라고요. 이대로 감독님 눈밖에 벗어나면 깡통이나 찰 거 같은데요.”
“···일단 조용히 하고 있어 봐.”
지랄이 났다. 지랄이. 너네 콩트 찍냐?
하여튼 저 단순한 놈. 뇌가 순수한 놈이라 귀가 얇은 게 문제야. 나중에 공을 들여서 해고를 유도해 봐야겠다.
“큼큼. 감독님께서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군요. 일단 저도 재계약은 두손 두발 다 들고, 환영입니다.”
“그럼 찍으시지요.”
가만히 사태를 주시하던 알버트 위버 씨가 나직하게 제시했다. 조용하던 사람이 무게를 잡으니, 압박감이 장난 아니다. 물론, 미리 나와 약속된 플레이다. 요컨대 세트피스랄까.
“저는 조금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부분을요?”
“주급과 계약 기간을 조금만 상향 조정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리그2 최고의 공격수인데 최고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3년은 선수가 마음 놓고 성장에 집중하기엔 짧으니 4년이 좋아 보입니다.”
“이참에 댁 수수료도 덩달아 올리고요?”
“···오해입니다. 그저, 계약 규모가 커지고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수수료도 올라야 하는 거니까요.”
새끼가 전생에 베니스의 상인이었나. 2만 파운드, 한화로 3,000만 원이나 하는 거액의 수수료가 성에 차지 않나 보네.
“그러니까···. 주급하고 계약 기간만 좀 올려달라? 이거 맞죠.”
내가 침착하게 확인을 요청하자 조던 바넷은 볼살을 흔들며 불안에 떤다.
“어···. 그렇긴 한데, 정 안되면 어쩔 순···.”
“좋아요. 그럼 새로운 계약서를 보여드리죠. 이 계약서에는 바넷 씨의 요청이 담겨 있어요.”
“네?!”
의외의 수락에 깜짝 놀라는 조던 바넷. 그러든지 말든지 난 알버트 위버 씨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여기 있습니다.”
알버트 위버 씨는 침착하게 미리 준비해도 새로운 계약서를 품에서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허겁지겁 읽어내리는 조던 바넷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친다.
“이, 이건 말도 안 되는 계약입니다!”
“뭐가요. 댁이 요구한 사항은 모조리 추가했잖아요.”
정말이다.
4,000파운드의 주급.
3만 파운드의 수수료.
4년 계약.
리그1을 넘어 챔피언십에서도 중상위권 수준의 규모다.
“그, 그래도 그렇지! 4년 계약에 승격 시 자동 계약연장 조항을 2개나 걸어두시다니요···!”
그렇다. 미리 준비한 두 번째 계약서에는 독특한 조항을 삽입해놨다.
챔피언십 리그 승격 시 1년 자동 계약연장.
프리미어 리그 승격 시 1년 자동 계약연장.
만약 내 3년 계획이 성공한다면 조쉬 킹은 오늘부터 6년 동안 내 밑에서 개처럼 뛰어야 한다는 말이다. 거의 반쯤 노예계약이라는 소리. 어디까지나 승격에 성공한다면 말이다.
“그것도 당신이 바란 거 아니에요? 4년 더하기 알파잖아요. 그리고 승격이 쉬워 보여요?”
“···.”
“승격 시 재계약 조항은 그저 저희가 너무 양보만 했다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함이에요. 역사를 뒤집어봐도 리그 2팀이 5년 내로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 전례가 없어요. 그리 신경을 쓸 조항은 아니죠.”
“그, 그건 그렇지만···!”
내 말은 정론이었다.
승격이 조스로 보이는가.
영국의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수십, 수백 개의 구단.
이들의 절대다수가 밟아보지 못한 곳이 1부리그다.
“우리 구단은 당신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들어줬습니다. 더 이상의 협상은 없습니다. 여기서 또 말을 바꾼다면 앞으로의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게 분명해 보입니다.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죠.”
내 보조를 맞춰 알버트 위버 씨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부드러운 인상의 위버 씨가 냉담한 연기를 하자 정말 효과가 좋다.
“자, 잠깐만 시간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조던 바넷.
이미 외통수에 몰렸음을 본인도 자각한 듯싶다. 그렇다고 초기 제안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에이전트도 엄연히 영업직.
신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신용이 떨어진다면 고객들이 그를 찾지 않을 테고, 기생충에 불과한 그는 백수 신세가 되겠지.
‘선수’를 위해 상향조정안을 제시했고, 구단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원래의 계약으로 돌아가자?
선수는 뒷전이고 자기 밥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에이전트라고 광고하는 거다.
“아이참. 좋은 거 아니에요? 이리 줘봐요. 제가 할게요.”
그렇게 한참을 조던 바넷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참다못한 조쉬 킹이 나섰다.
“자, 잠깐!”
“됐어요. 훨씬 좋은 조건인데 뭐가 아쉬워서 그래요? 승격하면 6년이나 포츠머스에서 뛰는 거잖아요.”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정말 승격한다면 돈을 더 벌 기회를 걷어차는 거라고!”
“사인하지 않으면 제가 프리미어에서 뛸 수도 없어요. 어휴. 아저씨는 나보다 머리가 안 좋으시네. 나중에 진지하게 저랑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 좀 하죠.”
자신의 에이전트를 바보 취급하며 시원하게 사인을 하는 조쉬 킹.
“끝!”
샤삭! 노예계약서에 호쾌하게 사인을 때려 박은 킹은 해맑게 웃는다.
롤랜드 고릴라 같은 녀석이 이렇게 귀여워 보이다니. 정말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어이구 우리 킹이. 이렇게 똑똑할 줄 몰랐네.”
“헤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넌 앞으로 한 달 동안 밀크티 무제한 제공이야.”
“우와. 정말 최고의 선물이네요!”
걱정하지 마라 킹아.
지금처럼만 해주면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재계약해줄 테니까.
금세 화기애애해진 협상테이블.
그저 선수에게 무시당한 조던 바넷만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을 뿐이었다.
2.
볼턴에는 비상이 걸렸다.
모처럼 호구하나 물어서 두둑한 돈다발을 주머니에 챙겨보려고 했건만.
이렇게 포츠머스가 손쉽게 손을 털고 다른 선수에게 접근할지는 예상 범위 밖이었다.
“어찌합니까?”
“포츠머스는 지금 블러핑을 치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너무 높은 가격을 불렀으니까요.”
“아하. 그렇군요.”
“본머스가 만만한 팀도 아니고 나름대로 애지중지 키우는 유망주를 쉽게 내줄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할 일은 하나로군요. 이대로 드러누워서 반응하지 않는다면 알아서 다시 돌아오겠군요.”
“정확합니다. 포츠머스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도봉산 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요. 일단 모르쇠로 일관해 봅시다.”
장고의 회의 끝에 드러눕기로 한 볼턴의 수뇌부. 포츠머스의 움직임은 그저 가격을 깎아보려는 수작이라고 보는 게 타당했으니까.
하지만, 소하와 포츠머스의 움직임은 볼턴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포츠머스는 본머스의 ‘라이언 프레이저’에게 400만 파운드를 제시.
-본머스의 에디 하우 감독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
-‘라이언 프레이저’ 또한 포츠머스행에 거부감은 없다고 인터뷰에서 밝혀.
-급물살을 타는 포츠머스의 거액 영입. ‘라이언 프레이저.’ 그는 어떤 선수인가?
이게 웬걸. 포츠머스의 행보에는 진심이 흘러넘친다.
이 정도면 단순한 연기라고 볼 수 없는 수준. 다시금 볼턴의 수뇌부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러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겠습니다.”
“저게 어떻게 단순한 블러핑이란 말입니까. 이미 구체적인 이적료까지 공표되었어요!”
“에디 하우 감독이 직접 인터뷰를 했다는 건 이건 연기가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까지 연기라면 너무 무리수였다. 만약 정말 연기라면, 연기의 소모품으로 쓰인 본머스와 포츠머스는 사이가 급격히 나빠질 테니까.
“도봉산 선수가 나름대로 활약은 해주고 있지만, 리그 내에서 10개의 공격포인트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47경기 3골 5도움이에요.”
“현 시장가치는 300만 파운드. 이는 더 떨어질 것이 확실합니다.”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고 팔려면 지금밖에 없어요.”
“빚이 산더미에요. 이자라도 내려면 판매는 필수입니다!”
발등에 떨어진 볼턴의 수뇌부.
조금 더 벌어보려다가 아예 팔매하지 못할 상황까지 닥치자 이성을 잃어버렸다.
“차라리 역제의를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저희가 처음 제시한 600만 파운드에서 100만 파운드 깎은 500만 파운드로요.”
“하, 참. 그게 말입니까, 똥입니까. 훨씬 어리고 잘하는 선수가 400만 파운드입니다. 포츠머스가 퍽이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려.”
도봉산은 26세.
라이언 프레이저는 20세.
6살이나 차이가 난다.
그리고 지난 시즌 공격포인트는 비슷한 수준. 그런데 더 어린 선수가 싸다?
나이도 많고 큰 부상을 당한 이력이 존재하는 선수를 웃돈 주고 살 이유가 전혀 없다.
“이참에 그냥 350만 파운드로 역 제시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합리적인 가격이긴 한데, 포츠머스가 받아줄까요?”
“솔직하게 사죄하면 그들도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이래저래 도봉산은 그들의 1순위 목표였으니까요.”
“사죄요?”
“재정문제가 심해 욕심을 부렸다고 솔직하게 말해, 사사로운 감정을 없애야죠. 지금 포츠머스는 잠재적인 큰손입니다. 그들과 척진다면 훌륭한 수입원을 잃을지도 몰라요.”
갓 승격한 팀이지만 챔피언십 리그로의 승격 1순위 후보인 포츠머스.
앞으로도 선수를 계속 사들일 거다.
한마디로 하부리그의 쩐주.
이런 구단과 감정의 골을 만든다면 이래저래 좋지 않다.
“좋습니다. 350만 파운드로 역 제시해봅시다. 마침 도봉산 선수도 포츠머스행을 강력히 원하고 있으니까요.”
“그들의 요구에 따라 300만 파운드까지 할인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결국 블러핑 싸움에서 백기를 들고 항복하는 볼턴 원더러스.
다음 날, 곧바로 포츠머스에 도봉산 선수에 대한 이적료 350만 파운드를 제시했고, 포츠머스는 즉답하는 대신 슬쩍 고민한다.
아니, 정확히는 고민하는 척을 한다.
“일단 모호한 태도를 보여봐요. 위버 씨. 가격을 조금 더 깎을 수 있을 거란 냄새가 나니까요.”
“흠. 알겠습니다. 그럼 라이언 프레이저의 영입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대로 협상을 중단하면 본머스와 사이가 좋아지지 않을 텐데요.”
언론플레이로 이용한다면 자연스럽게 사이가 좋아지지 않는다. 예의도 아니었고.
“라이언 프레이저의 영입도 진행해야죠.”
“네? 저희 예산을 벗어납니다.”
“그렇죠. 그러니까, 임대 영입으로 바꿔야죠.”
“무슨···?”
좀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알버트 위버 씨를 위해 소하는 천천히 설명을 시작한다.
“지금 에디 하우 감독은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주는 걸 꺼리고 있어요. 라이언 프레이저는 촉망받는 유망주이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선심을 쓰는 척’하면서 임대도 괜찮다고 제시하면 그는 좋다고 받아들일 겁니다.”
“아하! 그렇군요!”
이마를 ‘탁’ 치며 감탄하는 알버트 위버.
정말 놀라워한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고작 29세의 감독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협상가처럼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니. 도무지 가진 능력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역시. 내 선택은 옳았어. 성 감독님의 라인을 탄 건 근 10년간 가장 훌륭한 판단이었다.’
알버트 위버는 옳았다. 가만히 있어도 성과가 생기는 자리를 한 눈에 알아보고 주저 없이 선택한 과감함!
그는 훌륭한 회사원이었다.
“그럼 나머지는 위버 씨가 알아서 잘 요리할 거라고 생각할게요.”
“하하. 알겠습니다.”
신바람이 나서 감독 사무실을 나서는 알버트 위버. 절대로 지금 잡은 줄을 놓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 067화. 14-15시즌 이적 시장. (8)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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