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53화 (53/306)

< 053화. 13-14시즌의 마무리. (1) >

1.

경기장 내에서는 한차례 우승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경기가 한참 전에 끝났지만,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해서 포츠머스를 목놓아 울부짖는 팬들에게 하는 감사 인사였다.

“으아아아아! 사랑한다!”

“포츠머스! 포츠머스!”

소하와 선수들이 머리 위로 손뼉을 치며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아주자 팬들은 이성을 반쯤 놓았다.

“성소하 사랑해요!”

“잘생겼다!”

“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조쉬 킹 넌 최고야! 지금처럼만 성장하라고! 국가대표 승선도 꿈은 아니다!”

“케빈 도슨!”

“마이클 반즈! 같이 낚시하러 가요!”

특히나 여성 팬들의 눈에 하트가 그려졌다. 자기의 번호를 적은 쪽지는 물론, 옷가지마저 던지며 추파를 던진다.

심지어 정체불명의 속옷마저 날아온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의외로 감독인 소하. 여타 감독들과는 다르게 젊은 미혼의 남성이었으니까. 게다가 외모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다. 최소한 구단 내에서만큼은 최고의 미남이다.

덕분에 소하는 요즘 포츠머스시에서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로 꼽히는 중이었다. 심지어 몇 달 전에는 소하 개인의 팬클럽마저 생겼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까지 점차 영향력을 키우는 성소하 팬클럽, 성사모. 성소하를 사랑하는 모임.

이 신종 팬클럽은 암암리에 포츠머스로 뻗어가는 중이다.

어찌 보면 방탄헬멧단 보다 먼저 한류 붐을 일으키는 소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경기장에서 팬들과 소통한 뒤.

라커룸으로 향하는 소하와 선수들.

모두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있다.

‘정말 승격했구나.’

‘다시 돌아왔다.’

‘바로 복귀했다.’

‘우승컵이라니···. 이 구단에 머무는 동안 만져보지도 못할 줄 알았는데.’

‘이 팀이랑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아.’

승리의 주역들이었지만, 그들 자신도 우승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저 감정을 추스른 소하만 평상시의 뚱한 모습으로 돌아왔을 뿐.

‘새끼들. 앞으로도 나만 믿고 따라와라. 죽었다 깨어나도 보지 못할 신세계를 보여줄 테니까.’

라커룸에 들어서자 구단 중역들이 이미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왔군! 정말 수고했어.”

“멋진 승리였어. 정말 자랑스러워.”

“브라보.”

딱히 우승에 큰 도움을 준 작자들은 아닌지라, 소하의 표정이 구겨졌지만 오늘만은 그냥 넘어간다.

이런 분위기에서 찬물을 끼얹을 만큼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애송이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들만 선수들을 맞이하러 온 것도 아니었다.

“수고했네.”

리처드 맥닐. 포츠머스의 구단주.

구단 일에는 모습을 좀체 드러내지 않던 구단주까지 얼굴을 내비친 것.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왁자지껄 떠들던 선수들이 일순 입을 다문다.

리처드 맥닐.

영국 식품업계의 권위자.

선수 대부분은 그를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그로 말하자면, 종종 TV에서나 보이던 초상류층 아니던가.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인물을 일개 리그2 선수가 직접 만나볼 순 없는 일이었다.

“흐음.”

그러든지 말든지. 리처드 맥닐의 시선은 오로지 한 점에 집중돼있다.

레이저 빔이라도 뿜어낼듯한 강렬한 시선은 오직, 소하에게만 향한다.

“하하, 얼굴 뚫어지겠네요.”

소하는 그 강렬한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멋쩍게 웃으며 너스레를 떤다.

“정말 해냈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침착하고 근엄한 목소리였지만, 속에는 놀라움의 편린이 느껴진다.

정말로 한 시즌 만에 승격해내다니. 그것도 6경기나 남은 상태에서 우승과 함께!

범상치 않은 젊은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상정 외였다. 그간 세계적인 거물이 될 만큼 부를 쌓을 때도 이렇게 뛰어난 인물은 만나본 적이 드물었으니까.

“말했잖아요? 할 거라고.”

“그랬지.”

“그리고 벌써 그렇게 놀라시면 안 될 텐데요.”

“···그렇겠군.”

소하의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모습에 리처드 맥닐은 물론, 라커룸의 모든 이들은 잊고 있었던 한 가지를 떠올린다.

‘3년 계획!’

3년 내로 프리미어 리그로 돌아가겠다는 비현실적인 포부!

단순한 시선 끌기용 발언이 아니었던 말인가.

우승에 들뜨던 선수들의 마음이 일순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맞아. 겨우 리그2 우승에 세상 다 가진 기분을 내면 안 되지.’

‘감독님이 항상 말씀하셨지. 이건 겨우 시작이니 평소처럼 하라고.’

‘역시 감독님이야. 아직 끝난 것이 아니야. 정말 이제 겨우 시작이지.’

‘조금 쉬려고 했지만···. 오늘도 훈련해야겠군.’

‘난 프리미어에서 스타가 될 거야.’

다시금 오리진을 떠올리는 선수들.

소하가 의도한 바가 제대로 먹혔다.

종종 우승을 한 뒤 동기부여가 떨어져 폼이 죽어버리는 선수들도 많았으니까.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법하다.

“훗. 정말 대단해.”

리처드 맥닐도 소하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자신을 이용해 즉흥적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다니.

정말 보면 볼수록 가지고 싶어서 탐이 나는 인재다.

“훌륭한 성과를 낸 선수들에게 구단주로서 감사를 표하오.”

우선,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리처드 맥닐. 거물의 진심 어린 감사 표현에 선수들은 어색한지 뒤통수를 긁적인다.

“이번의 기적과도 같은 성과에 말로만 감사를 표한다면 위정자들과 다름없는바. 계약서에는 없는 조항이지만 내 개인적인 사비를 털어 소정의 성과금을 지급하겠소.”

오오오! 선수들은 성과금이란 말에 두 눈을 번쩍인다. ‘프로’란 축구로 밥을 사서 먹는 직업. 돈을 준다는데 싫어할 선수는 세상천지에 누구도 없다.

“선수들에게는 출장 수와 관계없이 10만 파운드씩. 프런트 직원들에게는 1만 파운드씩 지급하겠소. 이 정도면 ‘리그2’ 우승의 성과금으로서는 충분할 거라고 믿소.”

연봉보다 많은 엄청난 금액에 선수들은 그만, 할 말을 잃는다. 10만 파운드, 한화 1억 5천! 리그2 우승 수당으로는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큰 금액이다.

“···.”

“···.”

“···.”

순간 조용해진 라커룸.

전혀 상상치 못한 구단주의 선물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흐음. 싫은가 보군. 그럼 없었던 일로···.”

기대했던 환호가 나오지 않자, 조금 마음이 상한 리처드 맥닐 구단주가 짐짓 삐친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아, 아닙니다! 구단주님 최고!”

“와아! 감사합니다! 최고의 선물이에요!”

“맥닐! 맥닐! 맥닐!”

“항상 제 친할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성과금이 날아갈 위기에 처하자 빛의 속도로 반응하는 선수들. 꼭 맥닐 구단주가 세운 사이비의 종교의 사이비 신자들 같다.

“모두 입을 다물어! 조용히 해!”

광란의 현장에서 일순 찬물을 끼얹으며 고함을 치는 인물이 등장했으니.

당연하게도 소하였다.

“구단주님.”

딱딱히 굳은 표정. 굉장히 화가 난 모습이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저벅저벅 맥닐을 향해 다가가는 소하.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리처드 맥닐에게 소곤거린다.

“전 10만 파운드입니까, 1만 파운드입니까? 제가 선수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프런트랑 같이 1만 파운드만 받는 건 좀···.”

“···.”

과연, 그다운 발언이었다.

소하의 굳은 표정에 조금 당황했던 리처드 맥닐 구단주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바로 답을 내준다.

“허헛. 자네도 선수 아니던가. 걱정하지 말게나.”

“좋았어! 오늘부터 구단주님에 대한 비판은 나에 대한 비판이다!”

펄쩍 뛰며 크게 기뻐하는 모습에 선수들과 직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웃음보를 터뜨린다.

“아하하핫! 감독님 너무 돈을 밝히시는 거 아니에요?”

“진짜 존경심이 생기다가도 사라지는 분이야.”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라 이해는 갑니다만···.”

“난 이제 성 감독이 어떤 인물인지 이해하길 포기했어.”

화기애애한 포츠머스.

우승한 팀다운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2.

“우선, 축하드립니다! 결국 6경기를 남겨두고 승격과 우승을 확정을 지으셨습니다! 솔직히 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네요.”

줄리아 로버츠는 너무나도 신이 난 나머지 기자의 신분을 잠시 잊은 채, 서포터로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소하는 그 모습이 귀여운지 잠시 웃음 짓다가 유쾌하게 기자회견을 시작한다.

“정확히 알려드릴게요. 현실입니다. 그리고 곧 시작될 꿈의 시작이기도 하죠.”

“그 말은, 앞으로 더 환상적인 업적을 만들어낼 거라는 뜻인가요?”

“당연하죠.”

그리고 이어지는 축하 80% 질문 20%의 기자회견. 우승 직후의 상황이라 그 어느 때 보다 밝고 화기애애하다.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제가 워낙 잘나서?”

“···.”

급격히 싸늘해지는 기자회견장.

소하는 재빨리 멋쩍은 웃음을 내뱉으며 상황을 수습한다.

“하핫. 농담이에요. 모든 선수와 스태프진이 한마음으로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항상 저희를 응원해주신 서포터들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었어요.”

물론 거짓 없는 진담이었다.

“호호. 역시 감독님은 참, 농담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곧 만나게 될 리그1 팀들에게 한 말쯤 해주시죠.”

줄리아 로버츠의 마지막 질문에 싱그러운, 실상은 썩은 미소를 짓는 소하. 다시 한번 카메라를 가리키며 오만하게 선언한다.

“다음은, 챔피언십 리그다.”

3.

제법 한가해진 일정을 틈타 난 부랴부랴 한 경기를 관람하러 머지사이드로 향했다.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뭔 휴가를 쓰냐며 프런트가 길길 날뛰었지만, 철저하게 무시했다.

13-14시즌, 프리미어 리그.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서 벌어질 예정인 36라운드 빅매치!

리버풀과 첼시.

그 전설의 경기를 관람하러 말이다.

24년 만의 리그 우승을 노리던 리버풀 FC.

34라운드에서 우승 경쟁 중이던 맨체스터 시티를 3:2로 격파.

우승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리고 나온 스티븐 제라드의 명언!

“위 고 투 노리치!”

팀원들을 한데 모아 우승을 향한 열망을 불태운 스티븐 제라드.

그렇게 시작된 35라운드, 노리치 시티 원정경기는 간신히 승리를 거두었다.

SSS 라인이라 불리던 스털링 수아레스 스터리지. 이들 중 스털링과 수아레스가 3골을 넣어주며 3-2로 힘겹게 승리.

2승 1무만 하면 자력 우승을 확정한다.

그리고 남은 3경기 중 유일한 강팀은 첼시. 가장 힘든 경기가 남았다.

“와. 진짜 분위기가 장난 아니구나.”

때문에,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는 정말 엄청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리 팀인 포츠머스는 비교도 되질 않는다.

아직 증축하기 전.

45,000석의 안필드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정말로 불이 난듯한 모습이다.

전 세계 모든 축구팬의 이목이 쏠린 역사적인 경기답다.

경기 양상은 리버풀이 초반을 주도하며 공세를 펼쳤지만, 첼시의 수비는 만만치 않았다. 결국 첼시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고 만다. 회귀 전과 똑같은 상황!

그리고,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전반전 추가시간.

하프라인 부근 왼쪽 측면.

수비상황에서 집중력을 가해야 할 때.

중앙 수비수 마마두 사코의 쓰레기 같은 짧은 횡패스가 작렬.

미끄덩!

공을 잡으려다가 실수하며 넘어져 버리는 제라드!

“아~! 이게 뭔가요.”

“자! 끊어내고 올라갑니다! 뎀바바!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 뎀바바! 뎀바바! 골!!! 첼시가 선제골을 뽑아냅니다. 자! 전반전 내내 약간 끌려갔었는데 제라드의 치명적인 실숩니다.”

“결정적인 실책을 스티븐 제라드가 하나요.”

“자 리버풀의 심장 제라드가 전반전 막판에 집중력을 잃었습니다.”

왜 영어로 해설을 하는데 한국어로 들리는지 모를 일이다.

급속 냉동되는 분위기.

난 안타깝고 착잡한 마음에 그대로 일어나 경기장을 떠났다.

어차피 결과는 알고 있었으니까.

이 고통스러운 경기를 재방송해서 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후우. 결국 미래를 바꾸진 못했네.’

좀 더 적극적으로 조언을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난 잘 모르겠다.

솔직히 그렇게 크게 미래를 바꾸기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만약 우승한다면, 클롭 감독이 리버풀로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현 감독인 브랜던 로저스 감독이 우승했다면.

15년도에 클롭 감독이 리버풀로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로저스 감독보다는 클롭 감독이 훨씬 뛰어난 감독.

로저스 감독도 이후 꽤 성과를 내긴 했지만, 클롭 감독은 리버풀을 개혁해내며 제2의 붉은 제국을 만들어냈으니까.

모르겠다. 지금의 우승이 좋을지, 훗날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하는 게 더 좋을지.

‘내가 관여한 일 중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미래군.’

모든 것을 바꾸고 있지만, 아직 내 손으로 이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어찌하기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곰팡이처럼 스멀스멀 퍼져가는 불안감. 큰 미래는 바꾸지 못하는 거 아닌가 싶다. 어쩌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같은 미래가 기다리는 거 아닐까?

-띠링.

허탈한 마음을 애써 숨기며 경기장을 빠져나왔을 때. 스마트폰 메신저의 알림이 울렸다. 슬쩍 확인해보니 미래를 바꾸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싹 사라진다.

[깐부! 잘 지냈어요? 한 달 만에 연락하네요. 그간 훈련에 매진하느라 정말 바빴거든요. 소식은 들었어요. 우승을 조기 확정 지었다면서요? 정말 축하드려요!]

홀붕이···아니, 홀란드다.

그간 꽤 자주 연락하며 지냈거늘. 근래에는 연락이 뜸해 내심 걱정하던 판이었다.

-띠링.

[좋은 소식이 있어요. 올해는 무리겠지만, 저희 부모님께서 내년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계시거든요. 런던에 일자리를 알아보시는 중이세요. 런던이라면 포츠머스와 가까울 테니 제가 감독님의 팀에 들어가는 것도 멀지 않았네요!]

오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몰데FK로 향하지 않고 우리 팀으로 홀란드가 올 확률이 대폭 올랐다.

다다음 시즌, 그러니까 15-16시즌.

그때쯤이면 챔피언십 리그로 승격을 확정 지었을 터.

‘후후후. 전술을 좀 손봐야겠군.’

회귀를 경험하면서 어린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떨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은 십 대처럼 마냥 가슴이 설렜다.

생각해보라.

조쉬 킹과 홀란드의 투톱!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상대 수비수들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을 거다. 괴물 같은 힘을 가진 녀석들인데 속도마저 전문 윙어보다 빠르니까.

[축하 고마워, 깐부! 항상 몸조심하고. 팀에는 네 자리를 준비해 둘 테니까, 우리가 함께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날려주었다. 그와 함께 내 마음속의 싹튼 불안감은 봄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 바꾸지 못하는 미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해 나아간다면. 미래는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바뀔 거다.

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포츠머스로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떼었다.

< 053화. 13-14시즌의 마무리. (1)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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