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2화. 리그2, 후반기. (4) >
1.
포츠머스의 선발명단과 전술이 공개된 뒤, 온라인은 난리가 났다.
그것도, 매우 부정적으로.
-와. 전술 봐봐. 화끈하긴 한데 수비는 누가 해? 그리고 다이스 선발은 뭔데?
-다이스 선발=경기 던짐.
-다이스의 주사위는 3밖에 없어.
-그럼 주사위가 없다는 소리잖아? 2013년 마지막 경기는 이기고 싶었는데 조졌구나.
-그냥 쓰던 3백이나 쓰지. 왜 또 전술을 바꾸는 거지? 성소하는 진짜 명장병 중증이 분명하다.
-헛소리하지마. 성버지 욕은 나한테 하는 욕과 다름없다.
-응. 성재앙.
아수라판이었다.
물론, 소하를 비난하는 작자는 극소수.
리그2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달리는 감독에게 욕할 팬은 많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악성 팬이라고 흠씬 욕을 얻어먹기 마련이었다.
다만 다이스의 선발 기용과 바뀐 전술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렸다.
다이스라 하면, 그간 전반기 내내 후보 선수로 간간이 얼굴을 내비치던 선수.
잘라 말해 그의 실력은 후보로도 부족해 보였다.
이는 경기장을 찾은 서포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이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더욱 추위를 느끼는 팬들이 적지 않았으니까.
“분위기 싸해졌는데. 다이스 선발이라니. 못하는 선수잖아?”
“전술을 또 바꾸긴 했지만 20라운드처럼 역습 맞고 지는 거 아니야? 추워죽겠는데, 괜히 왔나.”
“다, 감독이 생각이 있겠지.”
“그래.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 일단 응원이나 하자고.”
기왕 경기장을 찾았으니 어쩌겠는가. 그저 응원하고 또 응원할 수밖에. 그의 주사위에 다른 숫자가 새겨지길 바라며.
2.
경기장에만 들어오면 사람이 달라지는 선수는 꽤 흔하다.
그중 대표적인 예는,
루이스 수아레스.
사람 좋고 팬서비스도 뛰어나며 훈련은 누구보다 열심히 임하는 수아레스.
하지만 경기장에만 나가면 각종 기행을 펼쳤다.
자신을 다이버라고 비판한 모예스 감독의 앞까지 달려가서 다이빙 셀레브레이션을 하지 않나,
경기중에 상대 선수를 깨물지 않나,
골대로 들어가는 공을 강스파이크로 쳐내질 않나,
인종차별을 하지 않나.
등등. 일상에서 성실하고 순박한 청년의 행동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매튜 다이스도 마찬가지.
기행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내재한 자존감이 폭발하는 케이스였다.
‘주목받고 싶어.’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을 때마다 소심한 성격 뒤에 숨은 관심병이 튀어나왔다.
[아! 또 다이스가 공을 잡습니다! 전반 20분. 평소와는 다르게 모습을 자주 비치는군요!]
[그만큼 경기력이 좋다는 이야기겠지요. 오늘 움직임도 굉장히 독특한데요, 중앙과 사이드의 사이 공간으로 자주 움직여 주네요. 흡사 ‘하프윙’같은 움직임이에요.]
하프윙.
혹은 메짤라(Mezz’ala).
중앙과 측면의 사이 공간인 하프 스페이스를 담당하는 포지션이다.
1900년대 초중반엔 포워드들이 맡았던 자리지만 현재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맡는 역할.
오늘의 매튜 다이스와 로버트슨의 움직임이 그들과 매우 흡사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니었지만.
[정말 독특한 움직임인데요, 측면공격은 양 윙 포워드들에게 맡기고 중앙으로 침투하는 풀백이라니. 정말 처음 보는 개념입니다.]
[그러게요. 성 감독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전술이에요!]
그들이 어찌 알까.
5년은 앞서나간 독특한 풀백의 역할이란 걸.
그것은 바로, ‘인버티드 윙백.’
혹은 폴스 풀백(False full-back).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와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거나, 빌드업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플레이 메이킹을 하기도 한다.
소하에게 둘은 인버티드 윙백의 역할 중에서도 매우 공격적인 역할을 주문받았다.
중앙 미드필더인 마이클 반즈와 커너 러셀보다 높은 곳에 위치,
전방의 잭 해리슨, 조쉬 킹, 델리 알리, 존 말로리를 지원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클롭 감독의 전술보다는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과 흡사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짝발 윙어가 없으니까.’
정발 윙어만 가득한 팀의 사정상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래도 기초적인 팀 지침 자체는 클롭의 초창기와 동일.
최대한 빠르게 앞으로 나가며 짧은 패스보다는 긴 패스를 이용해 빠르게 상대 골문 앞으로 당도하는 게 목표다.
“헤이! 패스!”
저 멀리 반대쪽에서 로버트슨이 손을 번쩍 든다.
“받으세요!”
-뻥.
매튜 다이스의 장기인 킥력이 불을 뿜었다. 힘이 제대로 실려 쭉쭉 뻗어 나가는 측면전환 롱 패스!
“나이스 패스.”
앤디 로버트슨은 쉽게 공을 잡은 뒤 대각선으로 중앙침투를 시도.
그에 맞춰 잭 해리슨은 측면으로 벌려준다.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위협적인 움직임.
잭 해리슨을 무시하기엔 그는 너무나 뛰어난 선수.
자연스레 로버트슨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매우 편하게 15m를 앞으로 질주.
살짝 밑으로 내려온 알리에게 전진 패스를 넣는다.
전진 패스를 쉽게 받은 알리는 그대로 공의 힘을 살려 바로 밑의 다이스에게 공을 주고 침투.
매튜 다이스는 침투하는 알리에게 공을 주는 척하다가 널찍한 오른쪽 측면에서 쇄도하는 존 말로리 에게 공을 보낸다.
실로 물이 흐르는 듯한 전개!
패스 길만 본다면 번개 모양이다.
로버트슨, 알리, 다이스, 말로리.
오른쪽에서 보낸 공이 다시금 오른쪽으로 오기까지 시도한 패스는,
겨우 4번!
그것도 공의 종착역은 매우 깊은 오른쪽 측면이다.
‘미친.’
번개 같은 속도의 전환에 애크링턴 선수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왼쪽으로 롱 패스를 내지르길래 왼쪽으로 붙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매우 위협적인 오른쪽에 자리를 잡은 존 말로리에게 공이 가다니. 두 눈을 뜨고 있었음에도 장님이 된 기분이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매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존 말로리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크로스를 올릴까?
하지만 그의 크로스는 빈말로도 좋다고 말하지 못할 수준.
애초에 최전방 공격수가 그의 본 포지션이었으니까.
“이익.”
“크로스 막아!”
상대 선수들이 서둘러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띈다.
킥 동작을 가져가며 크로스를 올리려는 존 말로리.
어떻게든 크로스를 막기 위해 달라붙던 애크링턴 선수 둘은 동시에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한다.
“미안하게 됐수다.”
씨익. 이것은 페이크.
굳이 크로스를 할 필요가 없다.
바로 뒤에 킥이 일품인 선수가 압박이 없었으니까.
-툭.
“감사합니다. 선배.”
공을 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매튜 다이스! 아무런 압박이 없을 때, 그의 킥력은 구단 내에서도 손에 꼽힌다.
그 반즈와 엇비슷할 수준이었으니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촤락.
매튜 다이스는 공을 잡지도 않고 바로 다이렉트 크로스를 시도,
공은 엄청난 회전을 하며 페널티 박스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엇?! 조, 조금 높은데?!”
알리를 지나친 공에 머리를 가져다 대려는 조쉬 킹.
하지만 크로스가 손 한 뼘만큼 높아 머리는 공기만 밀쳐냈다.
“야! 너무 높···.”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조쉬 킹은 입을 꾹 다물고 다시금 경기에 집중한다.
이유는 따로 없다.
아직, 인플레이였으니까.
그렇다. 애초에 알리나 킹의 머리를 노리고 한 크로스가 아니었다.
“하하. 좋은 크로스입니다. 다이스.”
목표는 잭 해리슨.
어느새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침투한 잭 해리슨이 깔끔하게 공을 잡아낸다.
아니, 잡아내려다가 그대로 컷백을 시도한다.
엔드라인 근처라 슛 각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물론, 목표는 현 시즌 리그2 최고의 공격수 조쉬 킹!
22경기 18골을 넣는 구단 최다 득점자이자, 리그2 득점왕의 유력한 후보!
“읏차!”
킹은 오른쪽 골대를 향해 강력한 다이렉트 슛을 내갈긴다.
-뻐엉!
-철써억!
그의 전매특허, 맞고 뒤져라 슛!
어찌나 강력한 슛이었던지 골네트가 찢어질 만큼 출렁인다.
[골입니다! 골! 조쉬 킹의 불꽃슛!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하는 완벽한 전개였습니다!]
[속이 다 시원해지는 멋진 슛이에요. 스트레스받는 날에는 조쉬 킹의 슛만 모은 동영상을 보고 싶습니다!]
“와아아아아! 조쉬킹! 조쉬킹! 우리의 왕! 포츠머스의 왕!”
골과 동시에 포츠머스의 홈팬들은 너도나도 할 더없이 번쩍 일어나며 양손을 하늘을 향해 뻗친다.
“예에에에스으으!!”
코너 플래그 근처의 잔디 위를 무릎으로 미끄러져 내리며 멋진 셀레브레이션을 펼치는 조쉬 킹!
전반 21분. 드디어 선취골을 넣는 포츠머스. 그리고 아직 경기 시간은 70분이 넘게 남았다.
3.
“좋았어!”
조쉬 킹이 선제골을 넣자 소하도 어퍼컷 셀레브레이션을 하며 열광한다.
“나이쓰으으으!”
밀러 수석코치는 아예 뱃살을 출렁거리며 탭댄스를 출정도.
“하하. 아저씨 춤 잘 추시는데요? 직업을 잘못 고르신 거 아니에요?”
“허헛. 제가 감독님 나이 땐 포츠머스의 카사노바라고 불렸던 몸입니다.”
“···큼큼. 그, 그러셨군요.”
“정말이라니까요. 하여튼, 정말 멋진 골이네요. 완벽한 전개였어요.”
밀러는 혀를 내두르며 칭찬에 칭찬을 거듭했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그리고 중앙.
자신이 수석코치를 맡은 팀이지만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전개였다.
“그렇죠? 제가 봐도 정말 멋진 골이에요. 상상 이상으로 다이스의 킥이 훌륭하네요. 이건 아저씨의 공이에요.”
“허허. 빈말일지라도 감사합니다. 녀석은 잘 모르겠지만 킥에 대한 재능이 있거든요.”
밀러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헤실헤실 웃는다. 오랜만에 받는 칭찬이 굉장히 부끄러운 모양.
물론, 소하도 절대 빈말이 아니었다.
포지션을 풀백으로 변경한 것도,
유소년팀에서 콜업을 시킨 것도,
재능을 알아보고 킥 훈련을 시킨 것도.
모두 소하가 포츠머스에 부임하기 전에 밀러의 손에서 이루어진 일이었으니까. 구단에 오래 머문 만큼 밀러의 영향력은 꽤 큰 편이었다.
“그런데요. 감독님. 어떻게 다이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신 거예요?”
잠시 멋쩍어하던 밀러는 전반 20분 내내 궁금하던 내용을 물어봤다.
“뭐···. 녀석의 성격을 파악한 거죠.”
“성격이요? 성격은 딱 봐도 보이잖아요? 소심하고 착한.”
“겉보기엔 그렇죠.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예? 그럼 뭡니까?”
밀러는 매우 놀라워한다. 코찔찔이 시절부터 봐온지라 다른 성격을 가졌을 거라곤 전혀 몰랐으니까.
“관심병자더라고요.”
“그게··· 무슨?!”
“경기장만 들어오면 주목받고 싶어서 정신을 놓는다는 이야기에요.”
“정말요?”
“네. 그동안, 수비만 하면 주목을 받기 힘들어서 인지 부조화가 온 거죠.”
“···맙소사.”
탄식을 내뱉는 밀러. 수년을 함께 했는데 관심받고 싶어 하는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솟아오르는 의문.
도대체 감독은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 수년을 구단에서 보낸 자신도 몰랐었는데 말이다.
“감독님은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잠시 대답을 고민하는 소하.
소설 2화분 정도 되는 이야기를 어떻게 짧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음. 고양이 덕분이죠.”
“···.”
할 말을 잃은 밀러였다.
4.
조쉬 킹의 멋진 선제골.
아니, 포츠머스의 멋진 선제골.
이후 경기장의 분위기는 추위를 쫓아내고 후끈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포츠머스의 팬들은 이미 몸에 열기가 올라왔는지, 두툼한 점퍼마저 벗고 목소리를 드높인다.
가까이만 가도 땀내가 물씬 풍길만한 후덥지근한 모습. 곧 2014년을 맞이하는 12월 말의 풍경이 아니다.
“다이스는 주사위를 굴려. 하지만 맨날 6이 뜬다네! 다이스는 주사위를 굴려! 어차피 6이 뜰 텐데 왜 굴릴까!”
심지어, 다이스를 응원하는 노래마저 떼창을 한다. 원래는 6이 아니라 3이었지만 즉석에서 편곡해서 잘도 부른다.
‘오오. 더, 더! 날 찬양해줘!’
다이스는 몸을 부르르 떨며 환희에 빠진다. 이렇게 주목받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고, 상상 이상의 쾌감이었다.
“다이스! 다이스!”
공을 잡을 때마다 2만여 명의 홈팬들은 다이스의 이름을 연호한다.
‘바로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응원을 받으면 받을수록 미쳐 날뛰는 매튜 다이스!
상대편의 하프 스페이스를 자기 집 안방 드나들 듯 들락거리며 경기를 이끈다.
[오늘 다이스의 폼은 미쳤습니다. 원래 저런 선수였나요? 중앙과 사이드를 오가며 모든 공격작업에 관여하네요.]
[제 눈이 멀쩡한지 의심이 될 정도예요. 저렇게 공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인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이게 벌써 몇 번째 전진 패스죠?]
장내 아나운서들도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엄청난 활약!
물론, 그들의 목소리는 매튜 다이스에게도 들렸고, 그의 몸놀림은 그에 맞춰 점점 빨라진다.
-삐익!
[반칙! 반칙입니다.]
[오늘 ‘그날’이 온 매튜 다이스를 막기 위해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다가 위험한 구역에서 프리킥을 내준 애크링턴입니다!]
“괜찮아?”
꽤 크게 넘어졌는지라, 동료 선수들이 다가와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지금 매튜 다이스는 아드레날린이 폭주하는 상태. 고통 따윈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여기, 반즈 선배. 프리킥 기회에요.”
쉽게 몸을 털고 일어난 다이스는 전담 키커인 마이클 반즈에게 공을 건넨다.
“아니야.”
“네?”
“네가 얻은 거잖니. 오늘은 네가 차렴.”
“저, 정말요?”
“그럼. 대신 나랑 주말에 낚시 같이 가줘야 해.”
“아, 알겠어요. 꼭 같이 가요.”
마이클 반즈가 매튜 다이스에게 공을 다시 건네자 장내 아나운서가 의문을 품는다.
[아, 반즈가 프리킥을 다이스에게 양보하는군요? 직접 골을 노릴만한 거리라 왼발인 반즈가 더 좋을 텐데요.]
[오늘 폼이 굉장히 좋은 다이스를 믿어 보는 거 같군요. 그렇다면 붙여줄 확률이 높겠습니다. 오른발 키커가 골을 노리기엔 각이 좁아요.]
오른쪽 측면.
골대와의 거리는 21m.
직접 프리킥 골을 노려봐도 되는 상황에 오른발 키커인 다이스에게 맡기다니. 골보다는 세트피스를 노리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다이스! 다이스! 다이스!”
킥을 준비하는 다이스에게 끊임없이 응원을 내보내는 관중들.
다이스는 뭐든 해낼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른다.
[자, 다이스 킥을 준비합니다.]
[상대 수비수 벽과 수비진들이 최대한 붙여주는 프리킥을 주의하는 모습이군요.]
왼쪽으로 치우쳐진 수비벽과 골키퍼.
때문에, 다이스에겐 보였다.
실낱같이 얇지만, 골대 오른쪽 상단으로 가는 길이!
‘난 할 수 있어.’
시간이 느려진 기분이다.
지금의 마음과,
지금의 컨디션이라면.
저 실낱같은 길을 통해 골대 안으로 공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야. 이런 기회를···.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잠시 고민하던 다이스는 슬쩍 고개를 돌려 그의 스승이자 감독인 소하를 쳐다본다.
끄덕.
다이스와 눈이 마주친 소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라는 믿음이었다.
‘알겠어요.’
마음의 준비를 마친 매튜 다이스.
그간 고민을 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버려둔 채 과감히 킥을 시도한다.
목표는 오른쪽 상단의 야신존!
-휘이이익.
강력한 회전이 걸린 공.
큰 포물선을 그리며, 다이스가 상상하던 그 길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라 골문을 향해 뻗어간다.
-철썩!
청량한 골네트의 출렁임.
폭발하는 환호성.
한편의 유화같이 아름다운 프리킥 골이었다.
[골입니다! 골! 매튜 다이스! 한편의 그림같이 멋진 프리킥 골!]
[원더골! 저기서 오른발로 직접 골을 노리다니요! 대단한 키커입니다!]
“다이스! 다이스! 다이스!”
장내 아나운서와 관중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악에 받쳐 멋진 골을 칭송한다.
“미친! 오늘 미쳤어?!”
“와, 반즈 선배는 이제 프리킥 다 찼네. 오늘부터 전담 키커 자리 다이스한테 줘요.”
“훌륭합니다.”
마찬가지로 괴성을 지르며 다가오는 동료 선수들.
매튜 다이스에게는 정말 생소한 경험이자, 진정 원하던 풍경이었다.
‘오오. 더, 더 날 칭송해줘!’
과한 아드레날린에 살짝 맛이 가버린 그였다.
< 042화. 리그2, 후반기. (4)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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