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6화. 리그2, 전반기. (6) >
1.
[아! 이게 뭔가요! 성소하 감독이 퇴장당합니다! 레드카드! 이제 포츠머스는 감독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해요! 아직 전반전이 10분이나 남았는데요.]
[전반전에 감독이 퇴장당하는 경우는 또 처음입니다. 이래저래 요즘 화제의 아이콘다운 행보입니다!]
내 속이 뒤집히든 말든 장내 아나운서는 신이 나서 혓바닥을 놀렸다.
인정한다. 솔직히 3자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재미난 사건 아니던가. 내가 구경꾼이었으면 팝콘이랑 콜라라도 사 왔을 거다.
“나보고 나가라고요?”
“맞소. 퇴장이오.”
재차 물어봤지만 여지없는 현실.
하아. 이럴 땐 어찌해야 할까. 미래에도 이런 경험은 없던 지라.
그래도, 추잡하게 나가는 건 썩 좋지 않겠지.
“예. 아주 훌륭한 판정이네요. 그럼 곱게 나갈게요. 아! 안경이나 하나 맞추시는 거 추천할게요.”
싱긋. 잔뜩 비꼬아주며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어줬다.
붉으락푸르락. 모욕감을 느꼈는지 동태눈깔을 가진 심판의 안색이 썩어들어간다.
그 표정에 묘한 통쾌감을 느끼며 한 차례, 우리를 응원하러 온 원정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경기장 밖으로 나섰다.
퇴장당했음에도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겠지.
그리고.
연기는 여기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용한아! 에밀리아 씨!”
경비원이 있었지만, 체면 따위는 던져두고 서둘러 라커룸으로 향했다.
라커룸에는 선수들이 하프 타임에 에너지 보충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던 군대 동기와 열심히 SNS용 홍보사진을 찍던 에밀리아 씨가 내가 등장하자 깜짝 놀란다.
“뭐냐. 아직 전반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여긴 왜 온 거냐?”
“앗? 감독님. 아직 전반은 10분 정도 남았는데요. 왜 벌써···.”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나 보다. 하기야, 사람이 집중하다 보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하여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빠르게 설명하죠. 저 퇴장당했어요.”
“흠. 기어코 일을 저질렀군.”
망할 군대 동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미온적인 태도다. 저거 근육질 덩치만 아니었으면 확, 한 대 후리는 건데.
하지만 저 녀석과 싸우면 3초 안에 기절할 자신이 있으니 참자.
“네?! 어, 어째서요?! 아니 왜요?!”
그나마 에밀리아 씨의 반응이 평범한 거겠지. 거의 자다 깼는데 얼굴 위에 바퀴벌레가 앉은 듯한 반응이다.
“설명은 나중에. 지금 당장 둘이서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
“뭐냐?”
“뭐든 도울게요!”
첫 반응은 둘 다 달랐지만, 날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다. 역시 몇 안 되는 좋은 사람들이야.
“일단 에밀리아 씨는 마트에서 야광봉 하나 사 오세요.”
“야광봉이요?”
“네. 그, 있잖아요. 길쭉한 막대긴데 반짝반짝 빛나는 거. 공사할 때 쓰는 거요.”
“아! 뭔지 알겠어요. 근데 그건 왜요?”
에밀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꽤, 아니. 상당히 귀여운 얼굴이었지만 시간이 없다.
“설명은 나중에. 일단 빨리. 최대한 빨리 구해와 주세요.”
“아, 알겠습니닷.”
“달려요! 달려!”
“네, 넷!”
후다닥. 경기장 밖으로 달려가는 에밀리아. 뛰는 폼이 엉성하긴 했지만, 속도만큼은 제법 날쌔다.
흠. 저 속도면 충분하겠군.
“그럼, 난 뭘 하면 되겠나?”
김용한, 군대 동기이자 몇 없는 친구는 상황을 파악하고 먼저 물어봐 줬다.
“너, 아직 군대 수신호 기억하냐?”
“당연하지. 아직도 종종 사용하는 중이다. 아주 요긴해.”
“···.”
아니, 도대체 군대 수신호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일이 뭔데? 궁금하긴 하지만 바쁘니까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자.
“너 그럼 간단한 거 몇 개만 애들이 보고 금방 익히도록 화이트보드에 그림 좀 그려봐 봐.”
“호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 근데, 넌 그동안 무엇을 할 생각이지?”
보통 감독이 퇴장당하면 관중석 VIP 자리로 가는 게 관례다. 정해진 규칙이랄까.
여기서 중요한 건, 필드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 즉, 필드 밖에서 지휘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다.
그렇다.
난 지금 관중석에서 지휘를 시도할 생각이다. 물론 선제 조건이 있지만.
“나? 난 군대 수신호 공부해야지. 좀 가르쳐주면서 그려봐 봐.”
“···알겠다.”
제대하는지가 거의 십 년인데.
그걸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그래도 한번 혀가 빠지게 배웠던 거니까. 금방 기억날 거라 믿는다.
2.
“안녕 얘들아.”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온 선수들을 다정한 미소를 연기하며 반겼다.
반응은 각양각색.
“우와. 퇴장당한 감독님이다!”
“이번 시즌 최초죠? 역시 감독님이야. 솔선수범해서 지뢰를 먼저 밟아주시다니. 앞으로 퇴장당해도 마음은 조금 가볍겠어.”
“퇴장당하고 라커룸에 들어와도 돼요? 신고해야겠다.”
농담을 던지는 녀석들부터,
“감독님. 화가 나셨겠지만 한 번쯤 참으셨어야 했습니다. 모름지기 팀을 이끄는 수장이란 항상 냉철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감독님, 본 부주장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물론 매우 부당한 판정이었기에 항의는 필요했지만, 욕설은 자제하셨어야 합니다. 프로로서 말입니다.”
주장과 부주장은 시어머니처럼 잔소리를 늘어놓았으며,
“와. 감독님. 제 일평생 가장 화끈한 욕설이었어요. 다음에 욕하는 법 좀 가르쳐주세요.”
“속이 다 시원하던데요. 한국에서는 욕하는 법이라도 가르쳐 주나 봐요. 대리만족 제대로 느꼈어요.”
찬양하는 놈들까지.
다행스럽게도 사기에 큰 영향은 없는 듯싶다. 오히려 내 퇴장에 기운을 차린 느낌마저 들 정도.
불행 중 다행이랄까.
이 정도 분위기라면 해볼 만하다.
“시끄러워. 누군 퇴장당하고 싶어서 당했나. 일단, 러셀, 다리는 괜찮냐?”
먼저 고통스러워하던 러셀의 안부부터.
실려 나오진 않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바꿔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
팀을 위해서도.
러셀을 위해서도.
“네.”
역시 말이 없는 녀석답다.
때로는 벙어리가 아닐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녀석이 괜찮다면 괜찮다는 거다.
말을 아끼는 만큼 필요한 말만 했으니까.
“좋아. 그럼 지금부터 작전 회의를 시작한다. 우린 승리해야 하니까.”
퇴장당한 감독 입에서 승리라는 단어가 나오자 선수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주목한다.
녀석들도 필드 내에서 지휘하는 감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프로’.
승리하기엔 꽤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먼저, 우린 한 가지를 배워야 한다.”
“뭘요?”
“뭔데요?”
하프 타임은 15분.
15분 내로 뭘 배워야 한다니. 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뭐긴.”
난 화이트보드를 호쾌하게 가리키며 외쳤다.
“지금부터 간단한 군대 수신호를 배운다!”
“···.”
“···.”
얼이 빠진 선수들이었다.
3.
-삐익.
후반전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공은 홈팀 스컨소프 유나이티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감독이 빠진 포츠머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후반전입니다.]
[퇴장당하자마자 모습을 감춘 성소하 감독인데요, 지금은 어디 갔을까요?]
[아! 저기 모습이 보이는군요!]
[그런데···.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지요? 야광봉, 야광봉입니다!]
번쩍번쩍. 요란한 불빛을 뽐내는 한 쌍의 야광봉의 모습은, 장내 아나운서와 9,000여 명의 관중들을 놀라게 했다.
관중들의 시선이 경기장보단 나에게 쏠리는 것이 느껴진다.
화악. 쪽팔려서 얼굴이 붉어졌지만 애써 무시하고 야광봉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니, 야광봉을 휘두릅니다! 흡사 치어리더 같이요!]
[하하! 정말 기괴한 감독이에요. 지금 저걸로 지휘를 하나 봅니다!]
“와아아아아! 성 감독! 성 감독!”
“재밌다! 춤 잘 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내 반응은 뜨겁다.
씨발. 진짜 감독질 해 먹기 너무 힘든 거 아닌가. 그리고 춤이 아니라 군대 수신호라고. 내가 미쳤다고 야광봉 들고 지랄을 떨겠어?
[자, 일단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죠. 하하. 그래도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긴 합니다. 저게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네 맞습니다. 레드카드는 필드에서 떠나라는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한바탕 소동이 가라앉고 경기는 다시 진지하게 진행된다.
전체적으로는 비등비등한 경기.
우리 팀 처지에서야 꽤 만족할 만한 상황이었고 스컨소프 처지에선 매우 불만족스러운 흐름이다.
감독이 없는 포츠머스를 상대로 비등비등한 경기라니. 이대로 무승부로 끝난다면 치욕이다.
[아! 스컨소프 유나이티드가 드디어 칼을 빼 듭니다. 두 명의 선수를 교체하는데요.]
[모두 공격적인 선수 기용입니다. 어떻게든 홈에서 신흥강호 포츠머스를 이기겠다는 생각입니다!]
때가 왔다.
난 재빨리 팔을 안쪽으로 흔들며 수신호를 보냈다. 수신호의 뜻은 컴(come.)
즉, 들어와라, 교체하겠다는 사인.
끄덕끄덕.
날 틈틈이 주시하던 밀러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을 기다린다.
휴우. 힘들다. 팔이 저렸지만, 어쩌랴. 난 애써 참으며 야광봉을 흔들며 숫자를 알려주었다.
물론, 처음부터 수석코치인 밀러 아저씨에게 내용을 가르치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기의 변수는 너무나 많다.
스컨소프가 평범한 교체를 했다면?
스컨소프가 수비적인 교체를 했다면?
우리 팀 선수가 다쳤다면?
우리 팀이 공격적으로 나서야 했다면?
등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밀러 아저씨는 감독으로서 자질은 영 아니었고. 그런고로 내가 이런 치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내 영혼이 담긴 수신호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밀러 아저씨가 제대로 알아들었다.
상대의 공격적인 전술 변경에 맞춰,
3백의 일원인 맥스 휠러를 델리 알리로 교체.
오른쪽 윙백인 프레디 스톤을 매튜 다이스로 교체.
진형을 초반에 사용하던 4-2-3-1로 바꾸었다.
[아! 포츠머스도 스컨소프의 움직임에 맞춰 전술을 변경하는군요!]
[이쪽도 매우 공격적인 교체에요. 성 감독! 야광봉을 휘두르며 멋지게 맞불을 놓습니다!]
어디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고.
포메이션 변경과 동시에 난 또다시 열심히 야광봉을 놀렸다.
위, 아래. 위, 아래.
위위 아래는 아니고.
하여튼, 이 수신호는 허리업(Hurry up).
즉 빨리. 서둘러라.
공격의 템포를 올리라는 명령!
선수들은 내가 미친 듯이 야광봉을 위아래로 흔들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조쉬 킹과 존 말로리는 아예 배를 잡고 박장대소할 정도.
새끼들아, 웃겨? 웃기냐고.
누군 쪽팔려 죽겠구만.
내가 너희들을 기억하마. 오늘의 웃음. 후회하도록 해주겠어.
[서로 맞불을 놓은 스컨소프와 포츠머스. 과연 누가 선취골을 달성할까요!]
[공격력 하면 포츠머스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리그 초반부에 엄청난 공격력으로 충격을 줬던 그 포메이션이에요.]
정확한 말이다.
감히 우리를 상대로 맞불을 놔?
진짜 처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어디 한번 흠씬 두들겨 맞아봐라.
그럼, 야광봉은 인제 그만 흔들고 무차별 폭행쇼를 감상해볼 시간이다.
4.
-감독 없는 포츠머스, 스컨소프 유나이티드를 3-1로 제압!
-놀라운 승리! 놀라운 성 감독의 퍼포먼스!
-축구 역사에 남을 유쾌한 지휘.
-퇴장당해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드디어 포츠머스는 진정한 주인을 맞이한 걸까.
-야광봉으로 경기장을 들썩! 놀라운 승리로 서포터들도 들썩! 포츠머스는 행복해서 들썩!
후후. 각종 언론과 매스컴에서는 내 야광봉질을 크게 다루며 연신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쪽팔리긴 하지만 이기려면 뭔들 못하겠는가.
스포츠는 이겨야 한다.
아니, 일단 뭘 했으면 이겨야 한다.
다소의 체면이 구겨질지라도.
지는 것보단 이겨야 남는다.
“어디 보자, 사진 좀 잘 나왔나.”
사무실에서 내가 야광봉 들고 지랄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감상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쾅쾅쾅!
문을 거칠게 두들기는 불청객의 방문에 묘한 불안함을 느꼈다.
“예. 들어와요.”
“성 감독!”
브라이언이다. 저 새끼가 여긴 어쩐 일이지? 설마 퇴장 건으로 잔소리하려는 개수작은 아니겠지?
하기만 해봐. 확 머리통에 왁스 칠을 해줄 테니까.
“왜요.”
자연스럽게 심사가 불편함을 표출.
“크, 큰일났습니다.”
뚱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언은 개의치 않은 듯 말을 이어나간다.
“협회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뭔 협회요?”
협회? 뭐 전국 야광봉 댄스 협회에서 광고 출현 제의라도 왔나.
“무슨 협회이긴요. 축구협회 말입니다. The FA에서 사람을 보내왔단 말입니다!”
“왜요?”
계속 뚱하게 대답하자, 브라이언은 답답한지 가슴을 탕탕 치며 열변을 토로한다.
“징계위원회에서 감사하러 온 겁니다. 추가 징계를 주기 위해서지요. 다이렉트 퇴장 아닙니까! 자칫하다간 최소 3경기 이상의 출전금지 명령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군요.”
“그, 그렇군요, 라니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십니까? 하여튼 5분 뒤면 도착한다고 하니 제발, 고분고분하게 머리를 숙이셔야 합니다. 제발요.”
“···.”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다이렉트 퇴장.
감독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장외 지휘.
기자회견장에서 다시금 펼쳐진 공격적인 인터뷰.
아마도 FA에서 눈알을 뒤집고 게거품을 물었겠지. 경고했음에도 다시금 이빨을 들이미는 작자에게 꼰대로 유명한 FA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제대로 조질 작정이 분명하다.
“감독님. 비록 저희 사이가 썩 원만하진 않지만, 구단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숙이셔야 합니다. 제발 제 조언을 가슴속 깊이 새기시고 감사원을 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절 위해서가 아니에요! 구단을 위해서입니다.”
침을 튀기며 사정사정하는 브라이언.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내가 이미 포츠머스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인사라는 사실을.
이미 승격을 하고 나서의 계획을 짜고 있었을 텐데, 내가 최소 3경기. 혹은 5~6경기를 지휘하지 못한다면 성적에 큰 문제가 생길 테니까.
물론, 놈의 당혹스러운 얼굴을 보니 한 번쯤 더 퇴장당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어우. 속 시원해.
“뭐, 제가 알아서 할게요.”
“믿고 있겠습니다.”
“믿고 자시고 할 거 있나요. 제 할 일을 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그럼 나가보세요. 준비 좀 하게.”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이번엔, 이번 한 번만은 제 말을 따라주셔야···.”
거, 새끼. 더럽게 질척거리네.
“3초 내로 제 시야에서 사라지시지 않는다면 감사원 뺨따귀 후릴 거니까 그런 줄 아세요.”
“···아, 알겠습니다.”
호다닥. 번개 같은 속도로 내 방에서 꺼져주시는 브라이언.
새끼. 진작에 나갈 것이지. 사람 열 받게 하고 있어. 자, 그럼 협회에서 나온 귀하디귀한 분을 영접해 볼까.
-똑똑.
“들어오세요.”
내 허락에 문을 열고 들어온 40대 중년 남자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시오? 협회 소속 알피 벨이라는 사람이오. 만나서 반갑소.”
꽤 진중하고 예의가 바른 태도.
하지만, 번뜩이는 눈빛은 먹잇감을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하는 독사의 그것이다.
“후후후.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어디, 차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난 싸구려 중국산 녹차를 꺼내 들며 알피 벨을 맞이했다.
< 036화. 리그2, 전반기. (6)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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