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30화 (30/306)

< 030화. 데드라인. (4) >

1.

엔드라인, 7시간 34분 전.

소하는 뚱한 표정으로 리즈 유나이티드의 전화를 기다린다.

‘이걸 리즈에서 수락하려나?’

칼빈 필립스.

아직은 주목받지 못하는 유망주.

허나, 훗날 비엘사 감독의 리즈유나이티드의 핵심이자, 잉글랜드 국가대표 주전 선수로 발돋움한다.

발밑은 조금 투박하지만, ‘패스 마스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괜히 ‘피를로’란 별명이 붙는 것이 아니다.

중장거리 패스는 물론이요, 숏패스의 정확도도 뛰어나며, 엄청난 활동량을 가져가는 프리미어리그 수위급 미드필더다.

심지어 수비력도 수준급.

포츠머스에도 비슷한 선수가 존재한다.

바로, 마이클 반즈.

소하의 포츠머스 1기 핵심.

팀의 핵심인 마이클 반즈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

제대로 된 백업조차 없는지라, 칼빈 필립스는 매력적인 자원이다.

‘단순한 백업도 아니야. 주전 경쟁상대지.’

칼빈 필립스는 마이클 반즈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가 될 잠재성을 가진 선수.

지금도 수비력 하나만큼은 칼빈 필립스가 우위일 거다.

필립스가 수비력이 뛰어나서? 아니다. 그저 반즈가 너무 못하는 것뿐.

선천적으로 수비에 재능이 없다.

‘녀석의 경쟁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좋겠지만, 어찌 될진 모르겠군.’

프로의식이 정말 뛰어나지 않는 이상 붙박이 주전은 성장이 멈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경쟁상대.

같은 포지션을 두고 경쟁의식을 불태우며 급성장한 선수는 손으로 세기 어려울 만큼 많다.

즉, 투쟁심이 부족한 반즈의 자극제로서도 좋은 영입이 될 거란 계산.

‘오히려 아예 마음이 꺾일지도.’

워낙 멘탈이 약한 녀석인지라. 소하도 장담을 못 한다.

‘게다가 홈그로운도 충족하니까.’

칼빈 필립스는 현 18세.

조쉬 킹과 동갑.

이대로 쭉 구단에서 성장한다면 홈그로운 달성은 쉬운 일.

소하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포츠머스의 프리미어리그 복귀가 아니다. 잉글랜드에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 달성한, 트레블이 목적이지.

트레블.

자국 최상위 컵대회, 자국 리그, 대륙 최상위 클럽대항전을 모조리 우승하는 위대한 업적.

이를 달성한 감독이나 선수는 극히 드물다. 백 년이 넘는 축구 역사상 이를 달성한 구단은 단 7개뿐.

그리고 유럽대항전을 나가기 위해선 홈그로운 선수는 선택이 아닌 강제였다.

‘앞으로 영입할 선수들은 대부분 외국 선수일 테니까.’

‘뻥룡인’이란 말이 축구계에 존재한다.

일본만화에 나오는 천룡인과 잉글랜드의 뻥 차는 축구 스타일을 비꼰 뻥글랜드의 합성어.

홈그로운 제도 때문에 실력 대비 과도한 몸값을 가진 잉글랜드 선수를 비꼬는 말이다.

포츠머스가 암만 날고 기어도, 훗날 챔피언스 리그에서 통할 홈그로운 선수를 영입하기엔 매우 어려운 일.

너무 비싸니까.

초거대 구단과 돈 싸움이 성립하겠는가. 그런고로 지금 많이 모아놔야 한다.

‘하지만 말이야. 칼빈 필립스는 훗날, 그 맨체스터 시티의 제안도 거절하는 충성심이 대쪽 같은 선수. 축구계의 정몽주랄까.’

25세의 칼빈 필립스는 ‘주급’ 수억 원도 거절하고 리즈에 충성을 바쳤던 선수.

그럼 18세의 칼빈 필립스는 어떨까.

이것은 미래를 알지라도 예측이 어려웠다.

-부으응.

데드라인 7시간 33분 전.

리즈의 협상담당자는 정확히 10분 후에 다시 연락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하죠. 칼빈 필립스에 20만 파운드. 더 이상의 협상은 없습니다.

옳거니. 물었다!

소하는 속을 쾌재를 내지르며 무덤덤한 목소리를 연기한다.

“흐음. 알겠어요. 어쩔 수 없죠. 그럼 칼빈 필립스와 이야기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잘 이야기해 보시길. 하지만, 필립스가 거부하면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어디까지나 구단 간의 협상은 선수에게 접근해도 된다는 정도.

선수 본인이 싫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어떡하긴 어떡해요. 협상 끝장내는 거지. 그러니 리즈에서도 잘 설득 부탁드릴게요.”

-···큼큼. 말은 해보겠습니다.

“그럼 먼저 필립스와 통화를 해볼게요. 이야기가 끝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필립스의 에이전트 번호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일단 1차 관문은 통과.

여기까진 계획대로다.

아니, 계획이 완성되었다.

‘이제, 필립스를 놓쳐도 상관없다.’

여기서 협상이 틀어진다면, 소하나 프런트의 잘못이 아니게 되니까.

요컨대 이거다.

‘우린 널 보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트레이드할 선수가 거부해서 어쩔 수 없었어.’

최선을 다한 구단.

하지만 어그러진 협상.

이 정도면 마이어스가 불만을 품어도 큰 영향이 없게 된다.

오히려, 최선을 다한 구단에 너무하지 않냐고 비난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엿 같은 정치지.’

사람 셋 이상 모이면 정치 메커니즘이 따라붙는다.

축구판도 마찬가지.

만약, 마냥 거절하기만 한다면,

‘선수의 미래를 틀어막는 나쁜 구단.’

이라는 이미지다.

하지만.

아쉽게도 협상이 틀어진다면,

‘일단은 최선을 다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아쉽게 실패한 구단.’

이라는 이미지로 바뀐다.

이렇게 이미지가 바뀌면 동료 선수들은 생각을 다르게 가지게 된다.

‘아이씨. 감독이랑 프런트 너무하네. 우리 출셋길 막는 거 아니야? 나도 마이어스의 불만에 호응한다!’

에서,

‘마이어스야. 감독님이랑 프런트가 최선을 다했잖아. 아쉽겠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보자. 애초에 마감일에 제의가 와서 힘들었어.’

완전히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서포터들의 반응도 ‘구단은 최선을 다했는데 왜 지랄이냐?’로 바뀔 테니까. 이래저래 더러운 정치공작이다.

그래도. 필립스는 놓치기 아쉬운 대어.

일단 최대한 트레이드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봐야 함은 자명했다.

2.

엔드라인 5시간 14분 전.

-부우우아아앙.

영국의 서부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한 중형차.

차종은 현대 소나타.

영국에서는 ‘싼 비지떡’ 취급을 받는 한국기업의 차지만, 주행 성능은 확실한가 보다.

아슬아슬하게 제한속도를 넘나들며 이리저리 차체를 움직이는 모습은 그간 편견을 깰 만큼 유려하다.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선을 바꿔줄 멋들어진 드라이빙.

하지만 실상은 지옥도였다.

“으아아아! 감독님! 속도 좀 조금만 줄여주세요!”

조수석에 앉은 알버트 위버.

포츠머스의 기술재무팀장은 연신 비명을 내질렀다.

“시끄러워요! 비행기 표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병신구단 탓이니깐 인내하세요! 어휴. 뭘 할 줄 아는 게 없어.”

폭주하는 소나타의 핸들을 잡은, 포츠머스의 젊은 신임 감독 성소하.

그는 거칠게 쏟아 붙이며 한 번 더 액셀러레이터를 당긴다.

-부아아앙!

상황은 이랬다.

2시간에 걸친 칼빈 필립스의 에이전트와의 대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도 저도 아니었다. 싫지도 좋지도 않은 미온적인 태도.

결정적인 요인은 칼빈 필립스의 충성심이었다. 선수 이전에 리즈유나이티드의 열성적인 서포터인지라.

다만, 한 가지 희소식은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진 않았다는 점.

리즈 유나이티드의 프런트가 직접 이적을 권유해 그 단단한 암반 같던 충성심에 미약한 금이 갔으니까.

즉직접 얼굴을 보고 설득한다면 충분히 영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소하는 핸들을 잡았고.

“끄아아! 감독님! 날 속였어! 너무해요오오오!”

뒷좌석의 조쉬 킹도 침을 튀기며 비명을 내질렀다.

조쉬 킹. 하루 훈련 휴식권에 눈이 멀어 동승한 포츠머스의 신성.

눈앞의 달짝지근한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자신이 너무나도 밉다.

“시끄러워! 너도 좋다면서! 자꾸 징징거리면 휴식권 압수한다!”

버럭 성을 내는 소하.

소하는 매우 짜증이 난 상태다. 어떻게 된 구단이 리즈행 비행기 표 하나 구하지 못한단 말인가.

겨우 세 자리다. 세 자리.

암만 8월의 마지막 날이라도 겨우 세 자리도 구하지 못하다니. 이렇게 무능력한 놈들을 데리고 뭘 하겠다는 건지. 본인이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으악! 앞, 앞을 보세요! 감독님 그러니까 킹은 왜 데리고 오신 겁니까! 두 자리 정도면 충분히 구할 수 있었는데!”

“시끄러워요! 킹은 칼빈 필립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히든카드라고요!”

기술재무팀장이야, 칼빈 필립스의 에이전트와 계약 세부 내용을 협상하기 위해 합승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선수인 조쉬 킹의 동행은 매우 비상식적인 부분.

그러나 소하에겐 따로 계획이 있었다.

칼빈 필립스.

자메이카계 영국인.

조쉬 킹.

자메이카계 영국인.

근본이 똑같다.

여기에 나이까지 동갑.

킹에게 포츠머스의 장점을 듣다 보면 칼빈 필립스의 마음이 돌아설 거란 소하의 판단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18세의 어린 선수.

국내라지만, 300KM나 떨어진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한다는 점은 필립스의 부모님도 고민이 될 터.

또래의 주전 선수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본다면, 이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겠지.

킹이 히든카드란 이야기는 단순히 겉치레가 아니었다.

“우헤헤. 히, 히든카드요?! 듣기 참 좋은 말이네요!”

“그렇지? 그러니깐 입 좀 다물어!”

“넵. 조금 더 빨리 밟아봐요! 히든카드를 써보지도 못하겠네요!”

“오케이. 접수.”

“안돼에에에에에에!”

비명을 내지르는 알버트 위버, 포츠머스의 기술재무팀장.

역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며 비극이었다.

3.

데드라인, 2시간 57분 전.

리즈유나이티드의 클럽하우스에 도착한 소하 일당들.

이미 해는 저물어 어둑어둑하다.

대략 300KM 거리.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에서 경주까지의 거리를 2시간 30분 만에 주파한 덕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아, 오셨군요. 비행기 타고 오셨나요?”

“뭐, 그렇다고 치죠. 헉헉.”

다행스럽게도 칼빈 필립스와 에이전트, 그리고 그의 부모님은 클럽하우스에서 소하를 기다려 주었다.

“안녕하세요. 성소하입니다. ”

“허허. 듣던 거보다 훨씬 젊어 보이시는군요.”

필립스의 아버지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소하를 반겼다.

“그런데, 저 젊은 친구는 누구입니까? 보아하니 제 나라의 피가 흐르는 듯한데. 딱 보니 머리통부터가 자메이카 사람이군요.”

“···그게 보이시나 보군요. 맞습니다. 이름은 조쉬 킹. 자메이카계에요. 저희 팀의 주전 공격수이자 필립스의 동료죠. 킹아, 인사드려라.”

소하가 부르자 킹은 밝게 웃으며 넙죽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전 조쉬 킹이에요. 저희 아버지도 자메이카분이시죠. 그리고 저도 마음속으로 자메이카인이라고 생각해요.”

킹은 소하가 미리 알려줬던 대사를 줄줄 읊었다.

소하가 강조한 것은 국연.

자메이카계임을 계속 각인시키라는 쉬운 주문이었다.

요컨대, 학연, 지연, 혈연 중에서 혈연을 이용하라는 말!

세계 어디든 이 3대 연은 무조건 통하는 법이었으니까.

“호오. 그것참 훌륭한 친구로군.”

“헤헤. 저희 아버지 덕이죠. 언제 한번 서로 만나보시면 좋을 텐데요.”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아들을 아주 훌륭하게 키우셨어.”

예상대로 혈연은 제대로 통했다.

“그럼, 전 칼빈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구단 내 상황은 킹에게 들으시면 좋을 겁니다.”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자고로 직장의 생태계는 관리자보다 사원에게 듣는 것이 정확한 법.

킹의 말은 그 누가 하는 말보다 부모님의 마음을 움직일 거다.

심지어 같은 자메이카계에 나이도 동갑이니까.

아들을 멀리 떠나보내도 안심하시겠지.

“큼큼. 안녕?”

“안녕하세요. 성소하 감독님이시군요.”

리즈유나이티드 측에서 빌려준 작은 사무실에서 소하와 칼빈 필립스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래.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너무 잘 알겠지. 난 너를 원한단다.”

“하지만···.”

“알아. 알아. 넌 리즈의 팬이잖아?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그렇죠. 이 구단에서 뛰는 것이 제 일생일대의 꿈이에요.”

단호하게 대답하는 칼빈 필립스.

음색만 들어도 그가 얼마나 리즈 유나이티드를 사랑하는지 느껴진다.

“하지만 말이야. 구단은 널 원하지 않잖니. 이번 선수트레이드에 네가 끼였다는 건 알고 있지?”

“네. 조금 실망했어요.”

표정은 조금 실망한 수준이 아니라 거의 화가 난 수준이다.

“널 원하지 않는 구단에서 계속 머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

“물론, 언젠간 네가 큰 성장을 이뤄 리즈의 주전이 될지도 모르지.”

주전이 된다. 그것도 핵심으로.

심지어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큰 공헌을 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건 단순한 가정이야. 이미 널 원하지 않는 구단인데, 네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 줄까?”

“···그건 모르겠네요.”

“하지만. 난 지금 널 원해. 넌 분명히 대성할 선수야.”

“정말인가요?”

“그럼. 아마 유로 2020쯤에는 네가 잉글랜드 국가대표의 주전 선수가 될 거라고 믿어.”

믿는 정도가 아니다.

확신이지. 이미 알고 왔다.

“말뿐이라도 감사하네요.”

“말뿐이라니. 난 진심이야. 넌 내 지도하에 국가대표가 될 거야. 약속이야.”

“···그런가요?”

“그럼. 지금 당장은 주전이 아닐지도 몰라. 꽤 괜찮은 선수가 네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든. 하지만 2년. 2년이면 넌 분명히 주전이 될 거야. 그리고 2년 후면 우린 리즈가 있는 챔피언십리그에 올라갈 거고.”

“그 2년 동안 경기는 자주 뛸 수 있나요?”

조금 마음이 움직인 칼빈 필립스는 출장 수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자고로, 어린 선수에게 출장 수는 매우 중요한 법. 성장과 직결되는 문제였으니까.

“당연하지! 그렇지 않다면 내가 뭣 하러 포츠머스에서 멀고 먼 리즈까지 차를 몰고 왔겠니. 잘 모르겠지만, 우리 팀 선수단은 얇아. 이 말은 즉, 넌 교체를 포함해서 최소한 30경기는 뛸 거야. 1군에서.”

“호오.”

“어디까지나 최소라는 이야기야. 네가 잘하면 잘할수록 경기 수는 계속 늘겠지.”

“전 겨우 18살인데도요?”

“이미 우리 팀 주전 중엔 10대가 3명이야.”

델리 알리. 조쉬 킹. 앤디 로버트슨.

순서대로 17, 18, 19세다.

그리고 이 셋은 거짓 하나 없이 부동의 주전이었고.

“괜찮네요. 또래가 많다는 것도. 그리고···. 솔직히 감독님이 여기까지 차를 타고 직접 오신 것도 꽤 감동이에요.”

“내 진심이 느껴지는구나?”

“그럼요. 그럼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실래요?”

약속이라. 일단은 수락하자.

시간이 없다. 시간이.

“그래. 말해봐.”

“언젠간 리즈유나이티드가 절 원하면 최소한 이야기는 해볼 수 있게 해주세요. 무조건 간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이건 제 낭만이에요.”

“···낭만이라. 나도 낭만 좋아해. 그래 허락할게.”

장담은 못 하지만 일단 수락을 하는 소하. 그도 낭만이란 단어에는 꽤 약한 편인지라. 그놈의 낭만 때문에 이 생고생 아니던가.

“감사합니다. 부모님과 이야기해 보고 알려드릴게요.”

“그래.”

개인 면담은 끝이 났다.

부모님과 이야기해 본 후에 결정을 내리겠지. 조쉬 킹이 소하의 지시를 잘 이행했다면, 결과는 뻔했다.

슬쩍 조쉬 킹을 바라보는 소하.

째릿.

‘시킨 대로 잘했냐?’

끄덕.

‘그럼요. 전 히든카드니까요.’

말은 필요 없었다.

허구한 날 개인 면담을 하는 사이라 이정도 의사소통은 기본일 뿐.

소하가 큰일을 한 조쉬 킹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들기며 결정을 기다린다.

30여 분쯤 흐른 뒤.

칼빈 필립스의 가족은 밝은 얼굴로 소하 앞에 선다.

“결정했어요. 아들과 저희는 포츠머스로 갈 겁니다. 잘 부탁해요. 허허.”

다사다난한 마감일이었다.

< 030화. 데드라인. (4)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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