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21화 (21/306)

< 021화. 개막전. (2) >

1.

늦은 오후, 발표된 등번호.

대부분의 선수는 만족했다.

특히나 9번을 부여받은 조쉬 킹은 평소보다 훨씬 더 까불거렸다.

“이에에에! 봤죠? 봤죠? 제가 포츠머스의 주전 공격수라고요!”

“그렇게도 좋냐?”

“당연한 거 아니에요, 말콤 선배? 선배는 뭐, 항상 1번이었으니까 이 기쁨을 모르겠죠.”

“헛소리. 난 86번도 단 적이 있어.”

말콤 우드는 조쉬 킹의 개소리를 일축했다.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보다 훨씬 주전 경쟁이 어려운 포지션.

심지어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는 오직 한 명뿐.

더군다나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라 주전을 밀어내기도 벅차다.

필드 플레이어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하다.

“요. 조쉬. 축하한다.”

“헤헤. 고마워요, 존 선배. 선배는 18번 그대로 다신다고 하셨다면서요? 뭐, 하기야 이젠 제 밑이니까요.”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른다.

존 말로리는 그 모습이 싫진 않은지 피식 웃는다.

“너 감독님이 이럴 때 뭐라고 하는 줄 아냐?”

“그, 글쎄요?”

“지랄 똥을 싸네.”

“···그거 한국말이죠? 욕인 거 같은데.”

욕은 만국 공통어다.

뜻은 몰라도 어감 때문에 대충 눈치는 챘으니까.

“감독님한테 물어봐. 잘해라. 이번 시즌 18번한테 득점 수 뒤지진 말고.”

“흥. 전 30골을 때려 넣을 거거든요.”

“이야. 참 꿈도 야무져. 네가 무슨 로빈 반 페르시냐?”

“꿈은 크게 가져야 하는 법!”

“예이. 예이.”

손을 내젓는 존 말로리.

그래도 강한 부정은 하지 못한다.

킹의 지난 한 달간의 성장은 그가 봐도 어마무시했으니까.

이 정도 성장세라면 혹시? 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덕분에 말로리는 경쟁심이 불타올라 요즘 개인 훈련 시간을 두 배나 늘렸다.

“그나저나 10번은 알리네요. 얘 어디 갔지? 선배는 알아요?”

“글쎄. 아까 화장실 가는 건 봤는데.”

“한번 가봐야겠네요.”

“왜?”

“같은 에이스끼리 친목을 다져야죠. 18번짜리는 낄 생각하지 마시구요.”

“···진짜 지랄을 한다.”

어처구니없어하는 존 말로리를 뒤로한 채 화장실로 향하는 킹.

화장실에선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히끅. 히히힛. 히끅.”

우는 듯하면서도 웃는듯한 묘한 흐느낌. 무슨 일일까. 킹은 걱정이 돼서 재빨리 화장실 문을 열어젖힌다.

-쾅.

“무슨 일이야?!”

“으헉.”

킹의 등장에 알리는 재빨리 얼굴을 가리며 화들짝 놀란다.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여기서 자축하고 있었냐?”

“아, 아니거든.”

맞다. 알리는 10번을 받고선 미칠 듯이 기뻐했다.

단지, 막내라는 위치와 임대생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몰래 좋아했을 뿐.

조금 눈치가 보이지 않는가.

“맞는 거 같은데.”

킹은 집요하게 물어뜯었다.

“아니라니까. 그냥 목에 뭐가 걸려서 그래.”

“쓰읍. 뭐. 그렇다고 치자. 근데 딱히 숨을 필요는 없어. 다들 널 인정하거든. 10번에 걸맞은 재능이니까.”

킹의 말은 사실이었다.

동료의 실력은 동료들이 훨씬 더 잘 아는 법.

포츠머스 선수들의 눈에는 알리의 재능은 저 하늘의 태양과도 같이 빛이 났다.

“그, 그래?”

“그렇다니깐. 감독님이 조금 괴짜긴 하시지만, 사람 보는 눈은 뛰어나잖아.”

“그건 그렇지.”

알리도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킹의 말을 받았다.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10번을 주다니. 점점 더 마음에 드는 감독이다.

물론, 이것도 모두 소하의 노림수.

내년에 완전 이적을 하기 위해선 알리의 호감도는 매우 중요했다.

이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선수의 의지였으니까.

“그나저나 그건 봤어?”

“뭐?”

“8번. 이번에 스펜서 보이드가 44번으로 바뀌었던데.”

“와. 44번? 그 사람 눈 뒤집혔겠네. 그 정도면 완전히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잖아?”

자기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이 사실을 몰랐던 알리는 깜짝 놀랐다.

8번에서 44번이라니.

자신이 그런 대접을 받았다면 당장이라도 감독 사무실로 뛰어갔을 거다.

“그렇지. 하긴, 그간 감독님이 묘하게 보이드를 냉대하긴 했어.”

“그건 보이드도 마찬가지잖아. 툭하면 감독님 뒤통수에 대고 눈 찢던데.”

다들 쉬쉬하고 있었지만, 보이드의 행태는 선을 넘었었다.

심지어 보이드는 교묘했는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주장과 부주장의 눈앞에서는 얌전한 고양이였다.

“쓰레기긴 해.”

“맞아. 그 인간 우릴 보는 눈빛도 예사롭지 않잖아. 말도 걸지 않고 벌레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던데.”

“너도 느꼈구나? 나도 그 인간이랑 이제 1년 좀 넘게 같이 지냈는데 열 마디도 못 해봄. 솔직히 말해서, 이번 번호발표 보고선 통쾌하더라. 콜라를 마신 기분이야.”

“야 너두? 나도 속이 시원하던데. 감독님이 참 다방면으로 괜찮은 사람이야.”

킹은 자메이카계 영국인.

알리는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둘 다 유색인종이다. 이들도 보이드의 눈에는 소하와 별도 차이가 없는 백인 이하의 생물.

킹과 알리도 인종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다.

하지만.

소하가 들었다면 코웃음 쳤을 거다.

킹은 몰라도 알리는 훗날 SNS에서 동양인 인종차별 발언을 하고 벌금형을 받는 선수.

소하가 들었다면, 너나 잘하세요, 라고 일침을 놓았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다음 8번은 누구야?”

“스티븐 데커. 부상 때문에 넌 아직 만나지 못했을 거야.”

“잘해?”

“그 사람만 있었으면 강등은 안 당했을걸? 솔직히 구단 최고의 선수야.”

“오. 기대되는걸.”

알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동료들도 상당한 인재들이라 봤거늘. 이를 상회하는 실력자 어떨지 기대가 크다.

“하. 일단 확실한 건 폭풍이 한번 불겠구나.”

“맞아. 보이드의 반응은 어땠어?”

“···당연히 개 빡쳤지. 온갖 입에도 담기 힘든 욕을 내뱉으며 어디론가 가더라.”

“···어딘지는 안 봐도 알겠네.”

휴우우.

킹과 알리는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보이드의 목적지는 뻔했다.

바로, 감독의 사무실.

그저 개막전에 별일 없기만을 바라는 두 유망주였다.

2.

-쾅. 쾅.

올 것이 왔군.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야. 생각보다 예의가 바른 노크다.

솔직히 내 예상으로는 문을 발로 걷어차고 들어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 들어오세요.”

-벌컥.

씨익. 씨익.

엿 같은 인종차별주의자, 스펜서 보이드가 멋들어지게 두둥등장!

핏발선 눈동자와 콧김을 내뿜는 모습이 정말 화가 많이 났나 보다.

“무슨 일로?”

“난! 용납할 수 없다!”

“···.”

이야. 굉장한걸.

두서없이 닥치고, 본론이라니.

호쾌하다, 호쾌해.

저 패기만은 초패왕 항우가 남부럽지 않을까?

“일단 앉지, 그래?”

난 여유롭게 홍차를 홀짝이며 착석을 권유했다.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지만.

“앉을 기분 아니다. 어째서 내가 44번을 받아야 하는 거지?”

“일단 앉으라고.”

마지막 경고.

낮게 내리깐 목소리에 심상찮은 기색을 느꼈는지 일단은 앉는다.

“자, 여기 홍차 한잔해. 너희들 영국인은 좋아 죽잖아?”

“흥. 홍차 맛도 모르는 인종이 탄 차는 거절한다.”

“그럼 그러시던지.”

씨발이. 뭔 홍차 맛 운운하고 있어.

이거 너희 영국회사에서 만든 가루차야, 새끼야.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라. 왜 날 44번으로 바꾼 거지?”

“뭐가 문제야? 4 더하기 4는 8. 덧셈 못 해?”

“그런 억지가 어디 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잖아!”

쾅.

탁자를 후려치며 분노한다.

방귀 뀐 놈이 성내는 모습에 나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럼··· 자네가 내 뒤에서··· 내 인종차별 한 건··· 말이 되고?”

“···.”

“내가 모를 줄 알았냐?”

“그, 그런 적 없다. 이건 모함이야! 난 정식으로 구단에 이의를 제기하겠다!”

아픈 곳을 찔린 보이드는 길길이 날뛰었다. 구단에 이의제기라. 어이구야 무서워서 오줌 지리겠네.

“해봐. 나도 그럼 정식으로 네가 한 인종차별을 언론에 흘릴 테니까.”

“그, 그런 적 없다고!”

지랄한다. 어디서 개소리야?

“목격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네가 원한다면 법정까지 가주지. 증인은 많아. 너도 알잖아?”

“···그, 그래도 이건 부당···.”

뭐? 부당하다고?

꼭지 돌게 하는구만.

“하, 씨발 보이드야. 네가 왜 44번을 받은 줄 알아? 인성은 좆나게 더러운데 축구까지 못 해서야.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여?”

“···크윽.”

“아니꼬우면 난리 쳐.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거니까. 선수단 분위기 조진다 해도 잠시뿐이야. 아니, 오히려 너 같은 암 덩어리 새끼가 사라졌다고 좋아할지도 모르지.”

놈은 고개를 떨군 채 몸을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한다. 하기야 할 말이 없겠지. 과거와는 달랐으니깐.

녀석의 절친한 동지였던 말로리는 이미 내 쪽으로 돌아선 지 오래.

남은 건 부심러 하나뿐인데 이놈은 은근슬쩍 대세에 편승했고.

이게 내가 녀석을 방치한 이유다.

놈이 치는 분탕의 밑바탕은 선수단 내에서 그가 가지고 있던 강한 영향력.

그렇다면 그 근본부터 없애고 수술에 들어가야 필승이다.

“너도 다 큰 성인이니까, 인종차별 하지 말라는 조언 따위는 씨도 먹히지 않겠지. 그냥 닥치고 계약 기간이나 채워. 너만 가만히 있으면 신경을 안 쓸 거니까. 영입 제의 오면 바로 팔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다.”

놈은 결국 꼬랑지를 내렸다.

원래 저런 놈들은 강약약강이란 사실을 왜 몰랐을까.

과거에도 알았다면 그렇게 시달리지는 않았을 텐데. 지난날의 행동이 조금 후회가 된다.

“아! 혹시라도 경기 뛰고 싶으면 오버헤드킥이라도 연습해봐. 한 만 번 정도면 반성했다고 보일지도 모르잖아?”

“···.”

내 비꼼에도 아무 말 없이 사무실을 나서는 보이드.

꽤 처량해 보이긴 했지만, 일말의 동정심조차 생기지 않았다.

3.

드디어 시작이다.

한 달 하고도 일주일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모든 것을 불태웠다.

웹소설로 치자면, 20화가 넘도록 사생활 이야기가 한번 나오지 않을 만큼 빡세게 달렸으니까.

결과물은 꽤 만족.

과거에 비하자면 손오공이 계왕권 20배를 사용한 정도 아닐까 싶다.

이제 남은 건 승리뿐.

꽤 자신만만하다. 이렇게 해도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난 애초에 자격이 없는 인간이었을 테지.

“드디어 시즌 개막입니다. 감독님께서는 상당한 관심을 받고 계시는데요,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실 생각이신가요?”

경기 전 기자회견.

오랜만에 만나는 이쁜 여기자가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나중에 이름이나 물어볼까? 참 참한 처자란 말이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관심과 기대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드릴 거라고 자부합니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으신데요, 그만큼 시즌 첫 경기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경기를 보여주실 건가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베리FC를 박살 내 버릴 겁니다. 포츠머스의 P자만 봐도 오줌을 지리게요.”

난 사심을 듬뿍 담아 으르렁거렸다.

베리FC의 감독은 그랜트.

이 뻑킹 레이시스트의 콧대를 결딴내, 쌍코피를 줄줄 흐르게 만들 거다.

베리FC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내 복수심은 결과로 보여준다고.

아니면 감독을 잘 만나던가.

그리고, 이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다.

내 자존심도 걸린 문제.

과거에는 그랜트의 언론플레이에 넘어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거든.

첫 시즌에 더블을 당했던 불유쾌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큼큼. 대, 대단한 투지 시군요. 혹시 이 건은 리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연관이 있나요?”

“아니요. 그건 단순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사과도 받았고요. 이건 베리FC뿐만 아닌 모든 팀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런 발언이 적을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진 않나요?”

“애초에 저희는 모두 적입니다. 적어도 경기장 내에서는요.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적어도 축구판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위대한 감독인 퍼거슨과 벵거.

이들도 감독 시절엔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훗날엔 서로를 인정하며 존경했으니까.

“잘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서포터 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뒤 회견장을 둘러보았다.

“저를, 저희를, 지켜봐 주십시오.”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이젠 결과로 보여줘야 할 시간이었을 뿐.

나를, 아버지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4.

라커룸.

선수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이다.

조금 긴장한 선수.

평소와 똑같은 선수.

투지에 불타는 선수.

하지만.

적어도 겁을 먹은 선수는 없다.

이 정도면 훌륭한 임전 태세.

꽤 만족스럽다.

“표정이 다들 괜찮네. 적어도 쫀 사람은 없으니까.”

“저흴 뭐로 보시고.”

“감독님이 쪼신 거 아니에요?”

“하기야, 언플 해두신 게 있으셔서 걱정되시긴 할 거야.”

“하하하하!”

새끼들이. 그래, 솔직히 좀 쫄려.

결국 뽈을 차는 건 너희들이잖니.

감독이 암만 준비를 해봤자 필드는 11명의 선수의 것.

호루라기가 울린 45분간은 내 손을 떠난다.

“걱정하지 마라. 경기에서 지면 다 너희 탓으로 할거니깐.”

“···.”

“농담이야. 이제 경기장으로 가자고.”

자식들. 정색 빠는 거 보소.

자기들도 농담했으면서.

역시 정이 안 가는 놈들이야.

“포츠머스! 포츠머스!”

“우오오오오오오!”

“와아아아아아아!”

경기장 출입 통로를 통해 엄청난 함성이 증폭되어 귀를 강타한다.

쭈뼛쭈뼛.

나도 모르게 그만, 솜털이 곤두섰다.

두 번째인 첫 경험이지만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애써 박동수를 줄이고 통로를 헤치고 나와 경기장에 들어섰을 땐.

그만, 숨이 턱 막혔다.

푸르른 하늘.

푸르른 잔디.

그리고,

프래튼 파크의 2만 석을 모조리 채운 푸르른 물결.

단 한자리도 비지 않았다.

지금 이 공간과 이 시간은,

모조리 포츠머스의 색인 푸른색으로 가득하다.

“포츠머스! 포츠머스!”

나와 선수들이 등장하자 관중들은 목이 떠나가라 포츠머스를 외친다.

그간 수천, 수만 번을 외쳤음에도 질리지도 않는지 죽어라 열창한다.

그래. 이것이었다.

이것이 나의 시작.

20년도 훌쩍 넘는 과거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찾은,

이곳의 공간과 시간.

그때부터 나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문득, 아버지의 호언장담이 떠오른다.

무등을 태운 나에게 개구쟁이 같은 미소와 함께 건네셨던.

‘넌 분명 이곳을 좋아할 거야’

아니요. 아버지.

당신은 틀렸습니다.

이걸 그냥 좋아하라니요.

조금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이 빌어먹을 공놀이가 제 삶이 돼버렸으니까요.

“이번에는 분명 다를 겁니다.”

< 021화. 개막전. (2)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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