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7화 (7/306)

< 007화. 홀란드와 제라드. (2) >

1.

홀란드는 완벽한 공격수 중 하나다.

우월한 신체조건. 덩치는 크지만, 최고속력이 36km/h가 나오는 미친 속도. 여기에선천적으로 타고난 골 냄새를 맡는 재능과 세계 최고급 오프 더 볼능력. 그리고 슈팅스킬.

말 그대로 괴물이다.

솔직히 이런 선수에게 뭘 더 가르치겠냐만,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훈련은 간단해. 공을 등진 채로 날 제쳐봐. 3초 안에.”

“너무 쉬운 거 아닌가요?”

홀란드는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바로 등을 기댄다.

‘오우. 묵직한데. 이게 정녕 14살짜리의 힘이야?’

신장이 10㎝ 이상 차이가 났지만, 힘은 내가 밀린다. 나도 제법 서양인 골격이라 기초적인 힘은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축구는 발로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꾸욱.

팔뚝으로 가볍게 홀란드의 등을 눌러주었다.

“이익.”

자신만만하던 홀란드는 쉽사리 날 넘어서지 못한다. 결국 타임아웃. 3초는 짧은 시간이다.

“다시 해요!”

승부욕이 오른 홀란드는 다시금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짜식. 내가 이래 보여도 한때 포츠머스의 빅 유망주였다고.

“헉.헉.헉.”

그 후 30여 분간 수십 번의 도전을 한 홀란드는 결국 푸르른 잔디 위에 풀썩 엎드려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치사해요. 손을 그렇게 쓰는 게 어디 있어요? 그리고 3초도 너무 짧아요. 한 10초 정도면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후후. 녀석. 미래에도 마찬가지지만 지금도 ‘포스트 플레이’에는 영 젬병이군.

10년 뒤에도 포스트 플레이가 약점으로 꼽히던 선수가, 바로 에링 홀란드다.

다른 능력이 워낙에 출중한지라 그리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치사하긴. 프로의 세계에선 더한 것도 한다고. 그리고 축구는 손을 잘 써야 해.”

“축구는 발로 하는 거잖아요.”

“아니. 너도 경기 봐서 잘 않잖니. 상대편의 몸을 밀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고. 그게 다 기술이란다. 방금 나도 네 등을 눌러주면서 무게중심을 비튼 거야. 그냥 하면 당연히 내가 밀리지.”

손기술도 월드클래스 선수의 필수 조건이다.

예를 들면 ‘후안 로만 리켈메.’

전설적인 탈압박 도사인 그의 탈압박은 바로 손기술에서 나왔다.

물론, 엄청난 기술과 커다란 덩치가 메인이었지만.

“호오. 그럼 상대가 손을 쓸 땐 어떻게 해야 하죠?”

“너도 손을 쓰면 되지. 내가 왼쪽 팔로 널 압박했으니까, 왼쪽 소매를 잡아당겨 봐. 그럼 내가 내 힘을 못 이기고 균형이 무너질 테니까.”

“아하! 그렇군요.”

“그리고 3초는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야. 네가 공을 잡고 3초 뒤면 이미 주위는 상대 팀 선수들로 빡빡할걸?”

3초는 짧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선 영겁의 시간이다. 3초를 넘어 1초. 1초를 넘어 찰나를 지배하는 선수가 바로, 월드클래스 선수다.

“좋아요. 대충 감을 잡았어요. 다시 한번 도전해보죠!”

“좋아. 덤벼보라고.”

과연. 미래의 괴수다웠다.

간단하게 포스트 플레이를 가르쳤건만. 순식간에 몸으로 체득하고 바로 써먹는다.

콰당.

볼썽사납지만 제대로 넘어졌다. 무게중심이 흔들리니 홀란드의 힘을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아이구야. 허리 나간다.”

“괜찮으세요?”

홀란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부축했다.

“나도 아직 20대거든. 이 정도로 디스크 걸리진 않으니까 표정 풀어도 돼.”

“헤헤. 알겠어요.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신데요? 정말 팔을 쓰니깐 제가 몸을 돌리기 쉬워졌어요.”

“넌 정말, 얼굴만큼이나 머리도 훌륭하구나? 얼굴값 하네.”

“히히.”

홀란드는 내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며 얼굴을 붉혔다.

짜식. 내가 오히려 황송하지. 미래의 슈퍼스타에게 칭찬도 받고.

“아저씨, 포츠머스란 팀은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훌륭한 감독이란 건 알겠네요.”

“훌륭하긴. 이제 막 부임한 초짠데.”

“아니에요. 언젠간 저도 감독님 밑에서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은걸요"

홀란드에게서는 진심이 보였다.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한 성과다.

소기의 목표를 120% 달성한 수준.

“저···. 아저씨. 아니, 감독님. 지금은 같이 축구를 하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요?”

잠시 나와 축구 이야기를 나누던 홀란드는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부탁? 해봐. 최대한 들어줄게.”

“이대로 헤어지는 건 아쉬워서요. 저랑 친구···하실래요? 종종 연락이라도 주고받게···.”

“친구? 좋지. 그럼 오늘부터 우리는 깐부야.”

“카안부요?”

“‘깐’.‘부’. 아저씨가 살았던 나라에서 사용하는 친구라는 단어야. 보통 친구도 아닌 정말 영혼의 단짝! 이란 뜻이지.”

“간보우. 까안부. 깐부. 입에 착 감기네요. 우리는 오늘부터 깐부에요.”

“그래 우린 깐부야.”

소년은 깐부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이나 되새김질한다.

“그럼 깐부가 된 기념으로 우리 집에서 같이 밥을 먹을래요? 울 엄마가 요리를 엄청나게 잘하시거든요.”

“좋지.”

거절할 리가 있겠나. 이 정도면 120%를 넘어 200% 목표 달성이다.

2.

“하암.”

절로 하품이 터져 나왔다. 지금 시간은 곧 자정. 자고 가라는 홀란드와 그의 가족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표를 끊었다.

할 일이 너무 많다. 모처럼 얻은 기회, 시간 낭비는 사치였으니까.

-언젠간 같이 축구 해요!

홀란드는 떠나는 나와 약속을 했다.떠나기 전 홀란드가 외치던 약속이 떠오른다. 딱히 밥을 먹으면서 축구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약발이 제대로 먹힌 듯싶다.

그의 부모님도 내가 꽤 마음에 든 듯싶다. 자식의 재능을 미리 알아봤음에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겠지.

사실 홀란드는 지금 당장이라도 내 밑에서 지도를 받고 싶어 했지만, 내 쪽에서 정중히 거절했다.

아직 때가 이르다. 적어도 3~4년은 느긋하게 묵혀야 한다.

‘너무 서두르다간 내가 알던 홀란드로 성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홀란드는 20대 초반의 나이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르는 선수. 무리한 영입으로 일을 그르칠 순 없다.

‘어차피 약은 잘 쳐 놨으니까.’

이대로 무난히 성장만 한다면 훗날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즉, 이 이상의 변수를 만드는 행동은 멍청한 짓.

‘하지만 이미 나를 만났다는 사실부터가 변수일지도.’

이미 미래는 바뀌었다. 가까운 미래는 몰라도 몇 년 후의 미래는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닐 거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내가 건넨 외모 칭찬 덕분에 홀란드는 축구를 그만두고 영화배우의 길을 걸을지도.

오, 맙소사.

‘어차피 앞으로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이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초기값의 미세한 차이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

즉, 내 작은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미래를 손에 쥐는 것이 상책.’

그래서 3년 계획을 선포했다. 유동성이 적은 근미래를 꽉 틀어잡아 최대한 유리한 미래를 만드는 것. 이것이 나의 계획이다.

비트코인의 비상까진 5년. 너무 길다. 심지어 나라는 작은 변수가 비트코인 시장에 영향을 미친 이상, 미래는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짓은 멍청이들만의 전유물. 난 이번 생에서 멍청이는 되기 싫다.

-털썩.

“음?”

한참 미래에 대해 머리를 굴릴 때,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앉아 찔끔 놀랐다.

우한 코로나 사태를 수년이나 경험한지라 거리두기는 습관이 됐다.

슬쩍 옆자리에 앉은 남자를 훔쳐보았다. 한 손엔 신문을 쥔, 고급 선글라스를 착용한 백인 남성이다. 주름을 보아하니 나이는 대략 30초 중반?

익숙한 주름이다. 이마 한가운데를 질주하는 긴 주름. 어디서 봤더라?

“안녕하세요?”

“네?”

뭐지? 뭔데 나한테 아는 척을 하는 거야? 설마 회귀의 비밀을 아는 흑막?!

“아 이런.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인사하다니. 예의가 없었네요.”

남자는 대뜸 사과하더니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은 내가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스티븐 제라드.”

“아, 역시 저를 아시는군요.”

“···.”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선수가 여기엔 어쩐 일이란 말인가.

“눈길을 끌기 싫으니 일단 선글라스는 다시 쓰겠습니다.”

“아, 예.”

“포츠머스의 감독이신 성소하 씨 맞으시죠?”

선글라스를 다시 착용한 제라드는 씩 웃으며 날 바로 알아보았다.

“당황하셨나 보군요. 다 이거 덕분입니다. 모처럼 재미있는 기사라, 유심히 읽었거든요.”

“신문이군요.”

“네. 아침에 한 부 가져온 건데, 마침 신문의 주인공이 보여서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아, 반갑습니다. 알다시피 전 리그2 포츠머스의 감독인 성소하입니다.”

“저도 무척 반갑습니다.”

제라드라. 직접 만난 건 처음이다.

구설수가 없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신사적이다.

최소한 ‘차가운 도시의 복서’의 느낌은 없어서 다행이군.

옥수수 털리긴 싫거든.

“감독님은 노르웨이에 어쩐 일로 왔습니까? 전 휴가가 끝나기 전에 친구를 만나러 왔습니다.”

“저도 친구를 만나러 왔어요. 정확히는 친구를 만들었죠.”

“오. 우연히 비슷한 목적 때문에 만나게 되었군요.”

“그러네요.”

“어제 감독님의 기자회견은 잘 보았습니다. 3년 내로 프리미어 리그라. 오랜만에 웃음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

이 새끼가? 지금 나 놀리는 거 맞지? 암만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쥐뿔도 없는 놈이 블러핑은 오지게 치네, 이거 같은데.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제라드는 내 표정이 굳자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제 말은, 오랜만에 만난 동류가 반가워서 웃음이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동류요?”

동류? 뭔 개소리야?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리버풀의 전설이자, 훗날 레인저스의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는 제라드와 내가 동류?

지금은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경력인데.

역시 놈은 날 놀리는 게 분명하다.

“네, 동류요.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을 좇는 모습에 저의 모습이 비쳐 보였거든요.”

“···.”

“하지만, 감독님도 아시겠죠. 꿈은 꾸는 것만으로도 그 꿈을 이루게 해줄 원동력이 된다는 걸요.”

“···그렇죠.”

“진심으로 감독님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감독님의 노력에 자극받은 저희 팀이 24년 만의 우승을 달성할지. 하하.”

“···언젠간 해낼 겁니다. 제라드 씨도.”

해내긴 한다.

지금이 아닌 6년 뒤, 19~20시즌에.

운명의 장난질로 30년 만에 리그 우승을 하는 그 자리에 제라드는 필드에 없었지만.

13~14시즌이라. 생각해 보니 ‘그 사건’이 벌어진 시즌이다. 한국 축구 팬이라면 절대 잊지 못할 그 해설!

-아! 이게 뭔가요!

자! 끊어내고 올라갑니다

뎀바바!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 뎀바바!

뎀바바! 골!!!

첼시가 선제골을 뽑아냅니다.

자! 전반전 내내 약간 끌려갔었는데, 제라드의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결정적인 실책을 스티븐 제라드가 하나요.

자동응답기처럼 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익숙한 목소리들의 중계. 워낙에 밈으로 흥한지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한다.

훗날 제라드의 자서전에선 ‘그 사건’에 대한 울분이 적나라하게 담겼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죠? 전 이제 가봐야겠네요.”

“아. 잠시 영감이 떠올라서.”

대충 얼버무렸지만, 제라드는 개의치 않다는 듯 작별 인사를 한다.

“그럼, 감독님의 꿈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네.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고민이 된다. 제라드 개인에게는 너무나 비참한 미래를 내가 건드려도 될까?

아니지. 아니야. 이미 마음의 각오는 하지 않았는가. 어차피 미래는 바뀐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미래로 바꿀 거다.

그리고 슈퍼스타의 신분임에도 무명의 초짜 감독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하는 저 선수에게 비극이 다치질 않길 바란다. 그게 내가 원하는 미래니까.

“···넘어지는 걸 조심하세요.”

“네?”

“꼭. 제 말 명심하세요. 절대, 넘어지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명심하죠.”

내 요상한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제라드.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는 그만이 알 거다. 아마도 꿈을 쫓다가 넘어져도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들었겠지.

그래도 지금 이 조언은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었다.

2.

“하암. 졸리네.”

수백 킬로미터의 여행이었지만 조금 졸린 거 빼고는 건강은 괜찮다.

확실히. 30대 후반의 몸과 20대 후반의 몸은 차원이 다르다.

30대 후반이었다면, 거의 반송장이었겠지.

“밀러 아저씨, 어제 별일은 없었죠?”

“네. 주문하신 대로 근지구력 위주의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난 싱긋 웃으며 밀러 씨의 등을 두들겨줬다. 보기와는 다르게 이쪽 방면에서는 밀러 씨는 유능한 인재다.

그래서 ‘상호 해지’를 하지 않은 거고.

상호 해지.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면 기존의 코치진들과 상호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 보통은 감독과 한 몸인 코치진이 따로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보통이 아닌 초짜 감독. 개인 코치진을 데리고 다닐 깜냥이 아니다. 더군다나, 상호 해지에는 ‘보상금’이 필요한데, 우리 거지 같은 포츠머스에 보상금을 낼 돈이 있을 리가.

만약 위의 조건이 충족했어도 밀러 아저씨를 해고할 생각은 없다. 저 아저씨야말로 체력훈련의 능력자였으니까.

원숭이 정도의 전술 감각을 지닌 분이 왜 감독 자리에 욕심을 부리는지. 재능이 아깝다.

“감사합니다. 근데, 어제는 어디···를 다녀오신 겁니까? 선수들이 꽤 실망했습니다. 잔뜩 기대했거든요.”

“기대요?”

“네. 선수들이 기자회견을 보고 상당히 기대하더군요. 그렇게 의욕이 충만한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이건 예상치 못했는데.”

“네?”

“아니에요. 그럼 훈련이나 하러 가죠.”

“아, 네.”

선수들이 기자회견을 보고 의욕에 찼다? 왜? 딱히 훈련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충성심이 높은 선수들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밀러 아저씨의 태도도 눈에 띄게 정중하다. 한번 제압했다고 해도 기를 꺾을 사람은 아니었는데. 요상하구만.

내가 훈련장에 도착하자, 선수들은 질서 있게 대기 중이었다.

무슨 열병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저 지랄들이야? 뭐 잘못 먹었나.

“감독님께서 오셨다. 모두 인사!”

“어서 오십시오 감독님!”

“···.”

몇몇 선수들은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냈지만, 그래도 구령에 맞춰 인사를 해주긴 한다.

“뭐야? 니들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단체로 더위라도 먹었냐?”

더욱 이해가 가질 않는 건 구령 담당자가 ‘꼰대’와 ‘부심러’라는 것. 저 인간말종 쓰레기들이 무슨 수작질을 꾸미는지 도통 모르겠다.

“쟤들 왜 저래요?”

“나름대로 감독님을 향한 존경심을 표출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왜 저러냐고요.”

“···.”

잠시 머뭇거리던 밀러 아저씨는 내가 집요하게 바라보자 마지못해 실토한다.

“그거야···. 감독님께서 군인 출신 아니십니까. 진작 말씀해주시지. 저는 그것도 모르고···.”

“네? 제가 군인 출신인 게 뭔 상관인데요. 심지어 장교도 아니고 사병 출신인데.”

전에는 군대에 다녀온 사실을 말하지 않았었다. 딱히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냥,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몸만 건강하다면 억지로 끌려가는 곳 아니던가. 심지어 군대에 갔다 왔다고 떠벌리면 군부심 부린다고 눈총이나 받았었다.

“무슨 상관이긴요. 군인이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입니다. 존경받아 마땅한 직업이죠.”

“···.”

“다시 봤습니다. 감독님. 그저, 아버지빽으로 들어온 낙하산이라고 생각한 점 정식으로 사과드립니다.”

“···.”

하 시발. 회귀 전에도 밝힐 걸 그랬나.

아니지, 아니야. 내 태도와 시너지를 일으켜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뿐.

전과같이 소극적으로 행동했다면 이런 반응은 나오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과거의 나였다면 군인 출신인데 왜 저러냐고 비꼬았을지도 모른다.

‘아쉽군.’

꽤 아쉽다. 과거가? 아니다.

반대자들을 조련할 여러 가지 술수를 준비했거늘.

이대로면 모조리 폐기해야 한다.

아쉽다. 10년의 울분을 담아 거칠게 채찍질을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아직 몇몇 선수의 눈은 반항의 기운을 품고 있다. 이 위연 같은 녀석들을 위해서 폐기 처분은 잠시 미뤄둬야겠다.

“하. 뭐, 좋고 좋은 거니까. 그럼 오늘부터 빡센 훈련의 시작이니 템포 따라와라.”

“네!”

후후. 과연 따라올 놈이 얼마나 있을까. 난 미래에서 온 감독답게 압박에 환장한 전술관을 가졌다.

압박의 기본은 체력.

토할 정도로 빡빡하게 굴려 체력 향상을 도모할 예정이었다.

물론, 사심을 듬뿍 담아.

< 007화. 홀란드와 제라드. (2)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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