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심판
대한민국 해군은 전선을 조금씩 뒤로 물리면서도 끈질기게 중국 해군을 물고 늘어졌다.
물량으로 대한민국 해군을 압도하려는 중국 해군을 맞아 2, 3함대, 그리고 지원을 온 기동전단은 우세한 사거리를 바탕으로 치고 빠지는 전술을 선보였다.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레일건이 한 번 불꽃을 뿜을 때마다 중국 해군의 함정 하나가 굉침하였다.
두 척의 레일건 순양함에서 쏟아지는 화력이 전장의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꿔가고 있었다.
쾅!
“피해 보고해!”
중국 해군의 이지스함인 난주함 함장, 우성리 소장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방금 전, 선체가 피격당한 것 때문에 긴장과 공포가 몰려온 탓이었다.
이내 함교에 있던 장교가 보고를 하였다.
“선수가 파괴되었습니다!”
“뭐? 선수가 어떻게 돼?”
“선수 부위가 적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었습니다. 더 이상 항해가 불가능합니다.”
장교는 괴로운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그의 말대로 난주함의 선수는 마치 모서리를 잘라낸 케이크처럼 처참하게 박살 나 있었다.
그 때문에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물이 파손된 부위로 쏟아져 들어왔다.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가라앉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함장인 우성리는 생각하는 바가 다른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내 사전에 후퇴란 없다! 겨우 소국의 해군 따위를 이 내가 피한다니, 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침몰합니다!”
보고를 하는 장교가 울부짖듯 탄원했지만, 이미 귀를 닫은 우성리 소장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판단력을 잃고 저 멀리 수평선에 보이는 한국 해군 함정의 모습만이 그의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후퇴하는 한국 해군의 뒤를 치기 위해 출발했던 전투기들이 모두 격추되고, 오히려 한국 해군의 전투기들로 인해 많은 전투함들이 침몰되거나 전투 불능에 빠져 전장을 이탈했다.
그런데도 우성리 소장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돌진만을 외쳐 댔다.
사실 우성리 소장은 그리 뛰어난 함장은 아니었다.
그저 보통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지금의 지위에 앉은 위인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신의 역량도 알지 못하면서 제가 잘나서 지금의 지위에 올랐다 착각에 빠져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중국군 지휘관들의 필수 필독서인 삼국지에 너무도 심취한 나머지 중국 외의 나라를 모두 오랑캐 내지는 소국이라 생각하는, 무척이나 전근대적인 사상도 그의 망상에 한몫을 했다.
그런데 지금, 엉뚱하게도 그런 고집이 나오고 있었다.
전장은 이상을 펼치는 꿈의 무대가 아니다.
한순간에도 생사가 갈리는 곳.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휘하 장병들의 생사가 잘못된 결정 한 번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한데 부하 장교가 자꾸만 자신의 결정에 재고를 요청하자 우성리 소장은 급기야 눈이 돌아버렸다.
“지금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겠다는 것인가?”
우성리 소장의 경고에 부함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 들었다.
“꼼짝 마! 함장, 당신의 지휘권을 지금 이 시간부로 회수하겠습니다!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당신의 신병을 구속합니다.”
난주함의 승조원들이 모조리 수장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돌진만을 명령하는 우성리 함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성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부함장의 얼굴을 쳐다보다 인상을 썼다.
“이대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나?”
“어쩔 수 없습니다. 함장님의 잘못된 판단으로 280여 명의 무고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뚜벅뚜벅.
자신의 방에 구금된 우성리 소장은 인상을 쓴 채 서성이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똑똑.
“누군가?”
“함장님, 접니다. 장지안 상사입니다.”
“어쩐 일인가?”
우성리 소장은 예상치 못한 부하가 갑자기 찾아오자 조심스레 물었다.
“일단 풀어드리겠습니다.”
끼익!
덜컹!
곧 문이 열리자 우성리 소장은 주변을 살폈다.
입구 앞에는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병사가 보였다.
“음…….”
우성리 소장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 듯하자 신음성을 흘렸다. 하지만 자신을 구금한 부함장에게 붙은 병사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오히려 기분이 상쾌했다.
“자네가 처리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이 배의 주인은 우성리 소장님뿐입니다.”
“그래, 이 배의 주인은 바로 나 우성리지. 그럼 이제 내 배를 찾으러 가야겠군. 준비되었나?”
“준비되었습니다.”
장지안의 뒤에는 그를 따르는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사실 장지안은 우성리의 집안에서 그를 보좌하기 위해 심어놓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우성리 소장이 지휘 권한을 상실하고 구금되자 기회를 엿보다 나선 것이었다.
우성리 소장은 장지안의 뒤에 도열한 병사들을 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감히 날 무시해? 모두 죽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차갑게 빛나는 우성리 소장의 눈은 이미 정상인의 것이 아니었다.
탕! 탕! 탕!
함교의 문이 열리고 동시에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악!”
“함장님! 미쳤습니까?”
갑작스런 총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우군평 상교는 함교로 난입한 우성리 소장을 보며 소리쳤다.
설마 우성리 소장이 구금에서 풀려나리라 생각지 못했던 부함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판단력이 흐려졌다 생각해 신병을 구속한 것인데, 미처 그의 배경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사실 그가 함교로 돌아온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지휘권을 되찾기 위해서일 테니까.
하지만 설마 승조원들에게 총격을 가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감히 너희가 날 무시해? 모두 죽어버려!”
탕! 탕!
우성리 소장은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 대더니 부함장인 우군평은 물론이고, 아직 살아 있는 함교 승조원들을 향해 들고 있던 권총을 난사했다.
잠시 뒤, 함교를 장악한 우성리 소장은 장지안을 돌아보며 명령을 내렸다.
“동풍을 준비해!”
“동풍을 말입니까?”
“그래! 감히 소국 따위가 대국에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주겠어!”
우성리는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한국의 해군 함대를 노려보며 미치광이처럼 소리쳤다.
그런 우성리 소장을 말없이 쳐다보던 장지안 상사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이내 그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어차피 자신은 그의 집안에 묶인 몸이다.
그러니 그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 ◈ ◈
평양, 지킴이 PMC 지하 위성 통제 센터.
“앗! 코드 제로! 코드 제로 상황 발생!”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요원 중 한 명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애앵! 애앵! 애앵!
“뭐야! 코드 제로 상황이 발생했다고? 목표가 어디야!”
이곳에 파견 나와 있던 권재관 대령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 소리쳤다.
코드 제로 상황이란 핵무기나 그에 준하는 무기에 의한 공격이 발생했을 때를 상정한 코드였다.
즉, 대량의 인명 피해가 예상될 때 발동되는 긴급 코드인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설정해 둔 것이지만, 설마 진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권재관 대령은 목표가 어디인지를 한시라도 빨리 알아내야만 했다.
그래야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앗! 서해 380㎞ 지점에서 또다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또다시 핵무기를 탑재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의 발사 보고가 이어졌다.
발사 지점은 아무래도 현재 대한민국 해군과 중국 함대가 한창 교전을 벌이고 있는 곳인 것 같았다.
“목표는 서해 150㎞ 지점입니다!”
“서해? 바다가 목표라고? 다른 하나는 어디야?”
권재관 대령은 처음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목표가 바다라는 것에 안심하며 두 번째 탄도미사일의 목표를 물었다.
“두 번째 탄도미사일의 목표는… 어억! 서, 서울입니다! 탄도미사일의 타깃이 서울입니다, 대령님!”
두 번째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확인했던 위성 관제 요원이 목표를 확인하고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뭐야! 이런 개새끼들… 청와대에 보고해!”
그 순간, 함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문익병 지킴이 PMC 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영등포 플라즈마 발전소.
― 코드 제로 발생! 코드 제로 발생!
통제실의 스피커에서 요란한 경고 방송이 울렸다.
경고 방송이 울리자마자 발전소 지하 시설의 직원들은 신속하게 자리를 잡았다.
“타깃 추적!”
플라즈마 발전소 지하 저지먼트 통제실의 실장인 최율 소장은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대응에 나섰다.
이곳 플라즈마 발전소 지하 시설의 이름이 저지먼트가 된 것은 그 이름처럼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목표에 대한 심판과 보복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사실 군 수뇌부에서는 절대 이 시설이 운용되길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설마 가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실제로 역량을 드러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한반도 영토에서 핵무기가 폭발한다면 그 여파는 단순하게 폭발한 지역만이 아니라 두고두고 동북아시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쩌면 미국이 발표한 것처럼 전 지구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기어이 핵무기가 발사되고 말았다.
때문에 최율 소장은 이곳 저지먼트의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아무런 피해 없이 목표를 제거해야만 했다.
하지만 애초 저지먼트의 설계 목적이 핵무기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의 제거를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00% 확신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그에 대한 훈련이 자주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그저 가상의 미사일을 발사해 모의실험을 몇 번 했을 뿐이다.
그 실험에서는 모두 100% 성공했지만, 지금은 엄연한 실제 상황이기에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1,000만 서울 시민들의 목숨은 한순간의 불꽃으로 산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중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죽을 때까지 고통을 받을 것이고, 피폭된 사람들의 2세, 3세들은 기형의 위험이 높았다.
“1번 타깃 추적 완료!”
“다른 곳에서는 연락이 없나?”
처음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추적을 담당하던 요원의 보고에 최율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고리 통제실에서도 1번 타깃 추적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월성 통제실에서 2번 타깃 추적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영변 통제실에서 2번 타깃 추적 완료하였습니다.”
한반도 곳곳에 위치한 저지먼트 통제실에서 추적을 완료했다는 보고가 계속해서 들어왔다.
최율 소장은 모든 저지먼트 통제실이 단 두 기의 탄도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에 우선 자신이 통제하는 영등포 통제실과 평양 통제실 두 곳의 저지먼트만 탄도미사일을 제거하는 데 운용을 하고 다른 저지먼트 통제실에서는 그동안 미뤄두고 있던 목표를 타격하기로 하였다.
사실 전쟁 사령부에서는 중국 함대를 막기 위해 출동한 2, 3함대를 지원하기 위해 저지먼트를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위력이 너무도 강력하기에 잠시 사용을 보류하였다.
저지먼트 통제실의 공격 무기는 한 발이 5~10㏏에 달하는 전술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한반도에는 20여 곳의 플라즈마 발전소가 있다.
그 말인즉, 저지먼트 통제실이 스무 개가 넘는다는 소리였다.
한 발만 떨어져도 전술핵과 같은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그런데 스무 발이라면 이는 전술핵이 아니라 전략핵무기에 버금가는 대량살상을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무기라는 것은 단순히 두 개라고 피해도 두 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용된 무기의 숫자가 쌓일수록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공세를 막아내면서도 저지먼트의 사용을 망설였다.
그런데 중국이 먼저 대량살상무기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이는 끝장을 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최율 소장은 현장 지휘관의 권한으로 저지먼트의 사용을 승인하였다.
한반도에 있는 저지먼트 통제실의 실장들 중 가장 계급이 높은 사람이자 저지먼트 운용위원회 의장이 바로 그였다.
물론 그 위에 전쟁 사령부가 있고, 또 국방부와 청와대가 있기는 하지만, 전시이고 현장 운용 책임자이기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타깃 제거는 이곳 영등포 통제실과 평양 통제실의 저지먼트만 사용하고, 다른 18개소 통제실은 원래 입력된 목표에 보복을 3회 실시한다. 그리고 영등포와 평양 통제실도 타깃이 제거되면, 바로 계획된 목표에 보복을 실시한다.”
최율 소장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난주함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목표를 향해 고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최율 소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중앙의 커다란 모니터에 탄도미사일의 모습이 비쳐졌다.
탄도미사일은 막 1단 부스터를 분리하고 있었다.
“타깃, 1단 부스터 분리합니다!”
계속해서 탄도미사일을 추적하고 있던 요원이 소리를 질렀다.
다 소비한 연료통을 떼어버리기 위해 1단 부스터를 분리한 DF―21은 조금 가벼워져서 그런지 조금 전보다 빠른 속도로 고도를 상승시키고 있었다.
“타깃 좌표 설정하라!”
“좌표 설정! 좌표 설정 완료!”
복명복창을 하며 시스템을 조작하던 운용 요원의 보고에 최율 소장은 주저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발사!”
사실 저지먼트는 발사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
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니 말이다.
최율 소장은 저지먼트라 명명된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헬 파이어 마법을 중국의 탄도미사일이 지나가는 좌표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중앙 모니터에 막 생성된 커다란 고에너지 덩어리가 DF―21과 겹치며 소멸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와!”
짝짝짝!
DF―21이 소멸하는 화면을 보면서 저지먼트 운용 요원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박수를 쳤다. 최율 소장도 타깃을 완벽하게 제거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들어 올렸다.
“타깃이 제거되었으니, 바로 보복에 들어간다.”
◈ ◈ ◈
청와대 지하 벙커, 전쟁 사령부.
“뭐요? 중국이 핵무기를 발사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방금 평양 위성 통제센터에서 서해상 380㎞ 지점에서 탄도미사일 두 발이 발사된 것을 포착하였습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공군 사령관의 보고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마 중국이 정말로 핵무기를 사용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은 생각에 핵무기 공격의 가능성은 무시했다.
그런데 그런 예상이 무색하게도 아직 전쟁의 향방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핵무기를 발사하자 뒤통수를 맞은 것만 같았다.
“각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에겐 철벽의 방패인 저지먼트가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지요. 너무도 충격적인 보고라 잠시 그것을 깜박했군요.”
“그리고 저지먼트의 최율 장군이 신의 회초리를 기동하겠다는 보고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감히…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을 우습게 아는 자들에게 우리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존 슈왈츠 대통령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말로는 인류의 위기라는 둥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하여 걱정하는 듯하였지만, 내용을 요약하면 굳이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지 말고 너희만 죽으라는 말이었다.
그런 미국에 동조하며 떠들어 대는 나라들이나 여과 없이 전 세계로 송출하는 외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윤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들은 국제사회의 현신은 냉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합법적으로 힘을 보여줄 무대가 마련되었다.
핵무기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죽어 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앞서 미국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경고를 했고, 중국이 핵무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 보복 공격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공격으로 중국인이 얼마나 많이 죽어 나가든 책임은 전적으로 중국에 있고, 또 세계는 대한민국에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진정 참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였다.
‘어디 두고 보자. 앞으로도 우리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나라가 있을지…….’
윤재인 대통령과 전쟁 사령부에 있는 각 군사령관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 ◈ ◈
쾅! 쾅! 쾅!
중국 대륙 곳곳에 강철의 비가 내렸다.
그것은 심양에 모여 있던 인민해방군은 물론이고, 압록강으로 진격 중이던 대규모 집단군 또한 모조리 집어삼켰다.
일본과 중국의 함대가 출진할 때,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1차 대회전에서 입은 피해를 복구하며 출전에 대비하였다.
해군이 승리를 거두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마지막 숨통을 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끝장이 나고 말았다.
160만의 인민해방군 병력은 물론이고, 전쟁을 위해 비축한 물자와 3만에 이르는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강철 비에 삼켜져 버렸다.
피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제2포병 또한 전멸을 피하지 못했다.
제2포병을 비롯한 내륙에 있던 중국 인민해방군 주요 군사시설들이 모조리 폐허로 변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국은 전력의 80%를 상실하고 말았다.
아직 100만이라는 병력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의미가 없었다. 군사력이란 군인의 숫자만큼이나 장비들도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남은 전력이라고 해봐야 난주 군구와 성도 군구, 그리고 광주 군구를 담당하던 곳의 인민해방군 부대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들 세 곳의 장비는 심양이나 북경, 제남 등의 주요 지역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었다.
북경과 같은 주요 도시나 해안가를 끼고 있는 부대 위주로 장비들이 보충되면서 내륙에 있는 부대들은 노후화되거나 잉여 장비를 수급 받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주요 지역 병력들이 한국과의 전쟁에 동원되었다가 모두 산화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중국의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핵전쟁에 대한 경고, 즉 미국은 이번 동북아 3국의 전쟁에 핵이 동원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아니, 전 세계는 한국을 주시했다.
사실상 그 경고는 패전이 확실한 한국을 겨냥한 발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쟁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중국 측에서 먼저 핵무기를 꺼내 들고 만 것이다.
한데 그 이후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알 수 없는 한국의 비밀 무기에 의해 격추되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은 오래전 미국이 개발하던 신의 회초리[The Rod from God]라 의심되는 무기로 보복까지 감행하였다.
이 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중국 지도부도 충격에 휩싸였지만, 정작 가장 충격을 받은 곳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세계 최강 미국이었다.
이익을 위해 동맹의 어려움도 외면하고, 또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미국이기에 이번 일로 가장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이다.
미국이 손을 놓은 이유는 욕심이 나는 몇 가지 물건을 마음대로 할 수 없기에 전쟁을 묵인해 주면 그 기술들을 미국과 나누겠다는 일본의 약속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상적으로 기술을 얻으려면 많은 돈을 주고 사 와야 하고, 또 몇몇 기술은 판매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의 울타리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한국보단 말 잘 듣는 일본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관리가 더 수월했다.
그래서 전쟁을 묵인하고 한국의 어려움을 외면하였는데, 결과가 정반대로 나오다 보니 미국은 앞으로 외교 정책을 어떻게 다잡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번 전쟁을 통해 한국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위상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비록 영토는 작지만 군사 강대국의 모습을 확실하게 선보인 것이다.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2위의 군사 강대국이 되었던 중국과 5위권 안에 드는 일본을 상대로 승리하였다.
물론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군사력은 동해해전 한 번에 반 토막이 되었고, 중국의 경우 두 번의 대규모 회전을 통해 군사력의 80%를 잃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산업 단지와 일본의 공업지역 및 주요 산업 단지들이 모종의 테러로 파괴되었다.
물론 누구에 의해서라는 것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두 나라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특수부대가 벌인 일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만한 일인 것이다.
그러니 한국은 더 이상 주변국의 의사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나라가 아니었다.
확실하게 군사강국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미 한국은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핵무기 이상의 무서운 무기가 한국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그것은 다른 나라의 핵무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또 사용에 제한이 있는 무기도 아니었다.
한국의 보복 공격이 있은 직후, 중국은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하였다.
전체 군사력의 80%를 잃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만한 여력이 없는 이유에서였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선 보급이 중요한데, 더 이상 생산 시설이 대륙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다못해 인민해방군의 제식소총을 생산하는 공장마저 테러로 인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뭐라도 들고 싸울 만한 무기가 있어야 전쟁을 계속할 것이 아닌가. 결국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한계를 깨닫고 항복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