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116화 (116/118)

8. 불타는 서해 하늘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일본 해군 3함대 소속 구축함, 시라네의 함장 하루나 준 일등해좌는 점점 기울어가는 함선에서 승조원을 구하기 위해 국제 해난 구조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런 구조 신호를 보내는 군함은 비단 시라네뿐만이 아니었다.

한반도를 정복하겠다며 마이즈루를 위풍당당하게 나섰던 일본의 해군 함대는 지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의 대한민국 해군 함대를 맞아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함선의 숫자나 총 배수량을 따져도 비교가 되지 않는 전력이었는데, 전투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교전 초기에 기습을 당해 방공을 담당하던 이지스함들이 침몰하거나 전투 불능에 빠지면서 일본 해군 함대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했다.

게다가 일본 해군 지휘관들은 한국 해군 함정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라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신형 해모수급 순양함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지만, 어차피 한국 해군의 능력에 대하여 잘 알고 있던 일본 정보부는 그저 한국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급의 확장판 정도라 예상하였다.

그 이상의 것이라고 해봐야 미국의 줌왈츠 급 구축함 정도밖에 없는데, 미국의 줌왈츠는 무려 레일건 구축함이었다.

그에 대해서는 아직 일본도 가지지 못한 것이니 당연히 한국도 그럴 것이라 판단을 내렸고, 해군 사령부에서도 그렇게 결론 내렸다.

하지만 교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한국 해군을 너무도 낮게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해군에는 미국처럼 레일건을 탑재한 군함이 있었던 것이다.

레일건이 아니라면 초기 방공을 담당하던 이지스함인 쵸카이와 아타고가 아무런 방비도 없이 피격을 받아 침몰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한국의 함대는 교전 가능 거리의 바깥인 280㎞ 떨어진 거리에 있었지 않은가. 그 의미는 한국 해군에 사거리 280㎞ 이상의 무기가 있으며, 그것이 절대로 미사일은 아니었다.

만약 피격한 물체가 미사일이었다면 이지스함인 쵸카이나 아타고가 사전에 그것을 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쵸카이와 아타고 함이 피격을 당할 때까지 여섯 척이나 되는 이지스함이 아무도 한국 함대의 공격을 포착하지 못했다.

결국 1,000㎞ 밖의 비행체도 포착하는 이지스함의 레이더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무기가 한국 해군에 있다는 뜻이었고, 현대 무기 체계 중에 그러한 것은 고출력 레이저 무기와 레일건이 유이했다.

그리고 하루나 준 일등해좌는 똑똑히 보았다, 아타고 함이 침몰하기 전 최초 피격을 당했을 때를.

선체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던 모습.

하루나 준 일등해좌는 그때 알았다. 한국 해군은 이전에 알던 그들이 아님을 말이다.

아니, 자신들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하루나 준 일등해좌는 빠르게 자신의 승조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전장 이탈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도 늦어버렸다.

급속 항진을 한 탓에 어느새 교전 거리 내로 접어들어 서로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며 교전을 벌이는 도중이었다.

너무 깊숙하게 들어와 버린 것이었다.

결국 하루나 준 일등해좌의 예상대로 일본 함대의 전투함들은 빠르게 침몰하거나 전투 불능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도 한국 해군 함정의 공격을 받아 기울고 있는 아군 함정의 모습을 보며 하루나 준 일등해좌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하루나 준 일등해좌를 더욱 암담하게 만드는 것은 막강 일본 해군의 전투함들이 침몰하고 있을 때, 한국 해군의 전투함들은 너무도 멀쩡한 모습이라는 점이었다.

한국 해군의 전투함들은 엄청난 숫자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며 일본 함정이 발사하는 대함미사일을 요격했다.

어찌어찌 요격미사일을 피해 다가간 미사일은 CIWS(근접 방어 시스템)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마저도 뚫고 접근을 한다 해도 플라즈마 실드에 의해 막혔다.

몇 년 전, 전차의 방어 시스템으로 개발되었던 플라즈마 실드가 어느새 함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크기로 개량되어 있는 것이었다.

피해를 무릅쓰고 거리를 확보하여 공격에 성공했지만,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일본 함대의 지휘관들은 허탈한 심정이었다.

“항복! 항복한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우리는 졌다! 항복을 하겠다!”

하루나 준 일등해좌는 급기야 공용 주파수로 항복을 선언하였다.

그러면서 아직 살아 있는 일본군 함선에도 항복할 것을 종용했다.

◈ ◈ ◈

―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공용 주파수로 긴급 구조 신호가 울려 퍼졌다.

한창 일본군을 맞아 정신없이 전투를 치르던 중에 날아든 무전으로 인해 강감찬은 잠시 망설였다.

물론 그가 망설이는 순간에도 해모수함의 인공지능인 해모수는 아군을 향해 날아오는 일본의 대함미사일을 열심히 추적해 요격하고 있었다.

― 함장님,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인공지능 해모수는 명령을 내리다 말고 갑자기 말이 없어진 강감찬 제독에게 말을 걸었다.

“전황이 어떤가?”

강감찬 제독의 질문에 해모수는 바로 답변을 하였다.

― 첫 교전에 들어가고 30분이 흐른 현재, 적의 전투함 서른두 척 중 열다섯 척 침몰, 여덟 척 반침, 다섯 척 대파, 세 척 반파되었… 정정합니다. 침몰 열여섯 척으로 한 척 더 늘었습니다.

강감찬 제독은 해모수의 보고를 들은 후, 전 함대에 무전을 날렸다.

“여기는 해모수함. 전투를 중단하고 교전 거리에서 벗어나라.”

이미 일본 측에서 구조 신호를 보내온 것을 들었고, 또 해모수의 보고에 의하면 일본 함대는 전투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 상대를 끝까지 공격한다는 것은 전투가 아닌 학살일 뿐이었다.

지금이야 미사일이 폭발하고 함대가 침몰하는 자극적인 모습과 전투의 광기에 취해 모르고 있겠지만, 전투가 끝난 후 참전했던 장병들이 겪게 될 현상이 걱정되었다.

그렇기에 강감찬 제독은 더 이상 전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전투 중단을 선언했다.

― 강감찬 제독, 무슨 일이야? 전투를 중단하다니?

하지만 주몽함의 선장인 주용운 제독은 약간 생각이 다른 듯했다.

“제독님도 일본군의 구조 신호를 받으셨을 것입니다.”

― 듣기야 했지. 하지만…….

“예, 저도 제독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함대는 이미 전투 능력을 상실하였습니다. 더 이상의 교전은 학살입니다, 제독님.”

강감찬 제독은 주용운 제독을 설득하며 말했다.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는 주용운 제독.

그로 인해 잠시 무전이 중단되었다.

― 항복! 항복한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우리는 졌다! 항복을 하겠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던 중 공용 주파수를 타고 다시 한 번 일본어로 무전이 들려왔다.

다른 말은 잘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항복이라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 일본 함대에서 항복을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해모수는 일본의 무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강감찬 제독에게 물었다.

“공용 주파수로 바꿔 일본에 말해. 항복을 할 것이면 전투 레이더를 오프시키고 모든 승조원을 갑판에 나오라고 말이야.”

강감찬 제독은 항복 의사를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전투 태세를 풀고 모습을 드러낼 것을 요구했다.

해모수는 바로 공용 주파수를 열고 조금 전 강감찬 제독이 한 말을 그대로 일본어로 바꿔 송출하였다.

그러자 일본 함대의 함선에서 돌아가던 레이더가 동작을 멈추고 함선에 타고 있던 승조원들이 갑판 위로 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 일본 함정에서 승조원들이 갑판에 모이는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해모수가 위성을 통해 일본 함대가 정말로 항복했음을 전해왔다.

― 와! 대한민국 만세!

그 순간, 일본 함대의 항복 선언이 1함대와 기동전단에 모두 전달되었는지 여기저기서 만세 소리가 들려왔다.

“휴…….”

전투가 끝났다는 생각에 강감찬 제독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 함장님, 일본 함대에서 물에 빠진 장병들을 구조해도 되는지 물어오고 있습니다.

“알았다. 허가한다. 그리고 요격미사일을 모두 사용한 바지선을 일본 측에 제공해 주도록.”

강감찬 제독은 해모수의 물음에 일본의 요구를 허가하고, 또 이미 목적을 완수한 바지선을 일본에 제공하여 승조원들을 구출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지시를 내렸다.

―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해모수가 강감찬 제독의 지시를 수행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1함대 기함인 주몽함에서 무전이 날아왔다.

― 강감찬 제독, 승전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제독님. 제독님도 승전 축하드립니다.”

― 일본과의 전투는 끝났어. 하지만 아직 중국 해군을 상대하는 2함대와 3함대는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을 것 같으니, 난 서해로 지원 가도록 하지.

“아닙니다, 제독님. 1함대가 서해로 가기보단 기동전단인 저희가 가는 것이 맞습니다. 저희가 지원 나가겠습니다. 제독님께서는 이곳 전장을 수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 일본에는 세 개 함대가 남아 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전력이 부족한 저희보단 1함대가 남아 동해를 지켜주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강감찬 제독은 주용운 제독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자신의 함대가 지원을 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사실 그것이 이치에도 맞았다.

1함대의 설립 목적은 동해를 지키는 것이고, 2함대는 서해를, 그리고 3함대는 한반도의 남쪽 바다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기동전단은 해외 파병이나 전력 지원을 하기 위해 설립된 전단이니, 이번에도 자신들이 2, 3함대를 지원하는 것이 맞았다.

― 음, 알겠네. 그럼 이곳은 우리 1함대가 맡을 테니, 기동전단은 어서 2, 3함대를 지원하기 바라네.

“알겠습니다. 그런 수고하십시오.”

1함대 기함, 주몽함의 선장인 주용운 제독과 통신을 마친 강감찬 제독은 일본 병사를 구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던 기동전단 함선에 무전을 날렸다.

“기동전단 장병에게 알린다. 일단 하던 일을 중단하고 아직 교전을 벌이고 있는 아군을 지원하러 우리는 서해로 간다. 연결하고 있는 바지선을 때어낸다.”

이미 요격미사일을 조금 전 교전에서 모두 사용하였기에 더 이상 바지선은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지원을 위해 서해까지 달려가야 하는데, 속도를 내는 데 방해되는 바지선을 굳이 매달고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명령을 받은 장병들이 줄을 풀자마자 기동전단은 빠르게 서해로 향했다.

◈ ◈ ◈

쾅! 쾅!

함선 가까운 곳에서 날아오던 미사일이 갑자기 폭발을 일으켰다.

어디 부딪친 것도 아닌데 공중에서 저절로 폭발을 한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푸르스름한 막이 살짝 보이다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상태를 보고하라!”

이순신함의 함장, 최기율 중령은 흔들리는 함선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작전판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곧 여기저기서 보고가 들려왔다.

― 기관실, 이상 없습니다!

― 화력 통제실, 이상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보고가 들려오자 최기율 중령은 다시 명령을 내렸다.

“무기는 얼마나 남았나?”

지금 최기율 중령의 머릿속은 정신 없이 돌아가는 중이었다.

벌써 교전이 시작된 지 50분이나 지났다.

엄청난 숫자의 중국 해군을 맞아 정신없이 공격을 하고, 적이 쏜 대함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요격미사일을 쏘아댔다.

그러다 보니 현재 자신의 배에 얼마나 무기가 남아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최기율 중령의 명령에 무전이 날아왔다.

― 현재 두 발의 혜성 대함미사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요격미사일인 낙일은 여섯 발이 남아 있습니다.

무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보고에 최기율 중령은 퇴각 명령을 내렸다.

남은 미사일들을 모두 소모하면 이순신함은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함에 알린다. 현재 이순신함은 남은 미사일을 모두 발사하고 전장을 이탈하겠다.”

최기율 중령은 괜히 전투 능력도 없는데 전장에 남아 있는 것은 아군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일이란 것을 알기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전장을 이탈하겠다는 무전을 날렸다.

― 알겠다. 신속하게 전장을 이탈하기 바란다.

곧 2함대 기함인 온조함에서 최기율 중령의 보고에 답신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런 전문은 2, 3함대의 모든 함정에 전달되었다.

전투 능력을 상실한 함선이 전장에 남아 있는 것은 짐밖에 되지 않는다.

아군이 해당 함선까지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 능력을 상실한 함선은 빠르게 전장을 이탈해 아군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남은 두 발의 대함미사일을 마저 쏟아부은 이순신함은 신속하게 전장을 이탈하여 보급함이 있는 후방으로 후퇴했다.

보급함으로부터 미사일을 보충 받아 다시 전장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다.

이렇듯 서해에서의 전황은 동해에서 벌어진 한국과 일본 해군의 전투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일방적인 전투를 치른 1함대와 기동전단과는 다르게 2, 3함대는 중국 해군의 엄청난 물량에 고전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벌써 두 척의 배가 침몰하였다.

아무리 대한민국 해군 함선들이 플라즈마 실드라는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물량에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2, 3함대도 1함대나 기동전단과 마찬가지로 바지선에 요격미사일을 가득 싣고 방어에 나섰지만, 너무도 많은 중국의 대함미사일에 결국 방어망이 뚫리고 말았다.

그 때문에 이순신급 구축함 두 척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피격을 당해 침몰하고 말았다.

물론 2, 3함대가 당하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업그레이드된 혜성 대함미사일은 중국 해군의 요격미사일을 회피해 목표에 명중하여 다수의 중국 함정을 파괴했다.

하지만 파괴되거나 침몰한 함선보다 아직도 남아 있는 중국 함선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더욱이 중국 해군은 산동반도에서 날아오는 지대함 미사일의 지원을 받고 있기에 그들의 공격은 갈수록 한국 해군에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 ◈ ◈

“드디어 저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계속 몰아쳐라!”

중국 북해 함대 사령관인 이해룡 상장은 치열했던 교전 중에 전장을 이탈하는 한국 해군 함정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자 고함을 지르며 더욱 몰아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 사령관의 명령에 중국 해군은 계속해서 화력을 쏟아부었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는 듯 무한정으로 대함미사일을 발사하였다.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중국 해군이 발사하는 대함미사일은 목표인 한국 해군 함선에 날아가는 것보단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중간에 엔진 결함으로 바다에 빠지는 것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많은 숫자가 쏘아지다 보니 열두 척에 불과한 한국 해군으로서 모두 요격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 명중을 한 것 같은데 침몰하거나 피해를 입은 함선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손실을 입은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몇몇 함선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모습까지 눈에 띄었다.

철벽과도 같던 한국 해군의 방어막이 엷어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에 중국 해군의 지휘관들은 부하들을 독려해 한국 해군을 더욱 압박해 나갔다.

하나둘 아군 함선들이 전장을 이탈하자 대한민국의 2, 3함대는 결국 전선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숫자로 인해 더 이상 전선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함선들이 새롭게 개장한 덕분에 빠르게 전장을 이탈할 수 있었다.

비록 전선을 물리기는 했어도 많은 전과를 올렸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아군 함정도 두 척이나 잃었기에 그리 기분은 좋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동해에서 일본의 네 개 함대를 맞아 전투를 치른 1함대와 기동전단이 대승을 거뒀고, 기동전단이 지원을 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중간에 무장을 보충하기 위해 조금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일본의 공세는 무난하게 해결한 셈이었다. 이젠 자신들이 맡은 곳만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면 이번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온조함의 함장인 박영표 제독은 냉정하게 전장을 살피며 그렇게 생각했다.

“함대 지휘관들 연결해!”

― 알겠습니다.

박영표 제독의 명령에 인공지능 온조가 곧바로 통신망을 연결하였다.

― 연결되었습니다.

“각 함선들 보고해.”

곧 휘하 함선들로부터 보고가 이어졌다. 그런 후, 전장 상황을 파악한 박영표 제독은 다시 명령을 내렸다.

“현재 본 전단은 전력의 열세로 전선을 유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일본 해군과 교전이 벌어진 동해에서는 아무 피해 없이 승전을 이끌어냈으며, 현재 기동전단이 우릴 지원하기 위해 오고 있다.”

박영표 제독은 현재의 전황을 설명하며 전선을 아래로 내릴 것을 제안했다.

― 알겠습니다.

모든 함장들이 자신의 말에 동의하자 그제야 박영표 제독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많은 숫자의 중국 함선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지만, 아직도 적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랬기에 박영표 제독은 기동전단이 동해가 아닌 이곳에 파견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인공지능 온조를 통해 동해에서 벌어진 일본 해군과의 교전 내용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행히 동해의 전투 결과는 자신의 소망대로 빠른 시간 내에 대한민국 해군의 승리로 마무리되었고, 기동전단이 지원을 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레일건을 탑재한 해모수급 순양함이 해전에서 어떠한 위용을 보이는지 이번 해전을 통해 깨달았다.

100㎞ 떨어진 곳에서부터 적을 타격할 수 있고, 또 일격에 침몰시킬 수 있는 화력.

하지만 그 위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저 엄청난 숫자의 중국 함대를 상대로 세숫대야에 물 받아놓고 젓가락으로 휘저은 정도였다.

두 척의 레일건 순양함이 있던 동해에서는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해전을 조기에 끝내 버렸다.

서른두 척이나 되던 일본의 함대는 초기에 이지스함을 잃고 가진바 능력을 보이기도 전에 지리멸렬하였다.

박영표 제독은 그러한 전투 결과와 비교를 해니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기동전단을 자신 쪽으로 합류시키지 못한 것이 너무도 원통했다.

교전 중 침몰한 아군의 전투함 승조원들을 떠올리니 뒤늦게 후회가 든 것이다.

사실 자신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상부에 요구했다면 충분히 관철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그러지 못해 불필요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자책감이었다.

같은 시각, 이어도 북쪽 100㎞ 해상에서는 중국의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들과 대한함에서 발진한 대한민국 해군 소속 전투기들 간의 공중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슝! 쾅!

투두두두! 투두두두!

170여 대의 J―31 스텔스 전투기는 전장을 이탈하는 한국 해군의 뒤를 급습하기 위해 빠르게 날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쳤다.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대한함에서 발진한 F/A―18E/F 슈퍼 호넷 편대에 의해 기습을 당한 것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스펙만으로는 한국 해군의 F/A―18E/F 슈퍼 호넷 편대가 중국 해군의 J―31을 이길 수 없었다.

그 이유는 J―31은 스텔스 전투기이고, F/A―18E/F 슈퍼 호넷은 그저 평범한 함상 전투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외부로 알려진 전투기의 제원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 해군의 F/A―18E/F 슈퍼 호넷은 미국으로부터 인도를 받은 뒤 엄청난 대수술을 받았다.

레이더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장비들이 첨가되어 엄청난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다.

즉, 겉으로 봐선 별로 달라진 것이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혀 다른 전투기가 되었다.

공군의 것과 마찬가지로 수한이 개발한 그리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덕분이었다.

그러니 중국 해군의 J―31은 F/A―18E/F 슈퍼 호넷의 눈을 피할 수 없었지만, 반대로 슈퍼 호넷을 볼 수는 없었다.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기습으로 인해 J―31은 무려 절반이 슈퍼 호넷의 첫 공격에 격추되었다.

몇몇 J―31 전투기 조종사들은 락온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탈출하여 목숨을 건졌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전투기와 함께 산화되었다.

쾅! 쾅!

곧 300여 대에 이르는 전투기 간의 공중전이 푸르른 서해 상공을 붉게 물들였다.

다만, 붉게 화염을 피워 올리는 것은 일방적으로 격추되는 중국군 전투기에 의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J―31은 조준을 하려 해도 F/A―18E/F 슈퍼 호넷에 장착되어 있는 그리스 마법 때문에 락온을 시킬 수 없었고, 그와 반대로 F/A―18E/F 슈퍼 호넷은 아무런 방해 없이 미사일을 발사해 대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중국군 J―31이 F/A―18E/F 슈퍼 호넷을 격추시키기 위한 방법은 가까운 거리에서 기체 한쪽에 장착되어 있는 기총을 활용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도그 파이팅을 하기에 J―31은 절대 좋은 기체가 아니었다.

스텔스 전투기는 성능의 우세를 바탕으로 적의 시야에서 벗어난 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적기를 격추하는 것이 기본 방식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레이더를 회피할 수 있는 스텔스 성능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데, 그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동성과 선회 능력이었다.

하지만 F/A―18E/F 슈퍼 호넷은 그런 점에 전혀 구애 받지 않았다.

스텔스 전투기라고 해서 최강인 것은 아니란 소리였다.

아니,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능을 뺀 나머지 기능은 기존의 전투기들이 훨씬 유리했다.

물론 몇몇 기동성이나 선회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예외적인 스텔스 전투기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J―31이나 J―20은 그에 해당되지 않았다.

이는 자체 개발이 아닌, 남의 것을 몰래 가져다 복제한 것의 한계였다.

그런 탓에 비록 숫자는 J―31이 많음에도 전투의 결과는 일방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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