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113화 (113/118)

5. 일본 공업지대를 폭파하라!

미국 버지니아 주 앨링턴.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미국의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이라 할 수 있었다.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하며 하루 24시간 내내 깨어 있는 펜타곤이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무척이나 어수선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펜타곤이 관리하던 인공위성 중 일부가 행방불명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현재 지구상에 가장 위급한 지역에 배치되어 있던 인공위성들이 먹통이 된 상황이었다.

“어어! 안 돼!”

어수선한 위성 통제실 내부에 어디선가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렸다.

“존스, 무슨 일이야!”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던 한 남자가 방금 비명을 지른 남자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도 위성이 행방불명된 것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이때, 소란을 피우는 존스의 모습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큰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런 마크 그린 대령의 모습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행방불명된 인공위성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뿐이었다.

“알파―13이 행방불명되었습니다.”

그린 대령의 큰소리에 넋이 나간 듯한 그레이 존스 중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뭐라고 했어?”

“예. 방금 전 알파―13이 행방불명되었습니다.”

다시 들어봐도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린 대령은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북아시아를 감시하기 위해 해당 상공에는 다섯 대의 인공위성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다섯 대 모두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

행방불명이란 말은 인공위성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거나 그와 유사한 상황, 즉 파괴 또는 연락 두절의 상황을 말한다.

물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어떠한 전조도 없이 그것도 다섯 대가 동시에 한꺼번에 사라졌다.

사실 마크 그린 대령은 그레이 존스 중위에게 지시를 내려 알파―13 위성을 이용해 행방불명된 위성들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동하던 알파―13마저 연결이 끊긴 것이다.

행방불명된 위성 다섯 대의 행방도 문제지만, 방금 전 행방불명된 알파―13은 앞서 다섯 대의 위성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었다.

다섯 대의 인공위성이 그저 지상의 정보를 취득하거나 감시하는 첩보 위성이라면 알파―13은 훨씬 비싼 킬러위성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급격히 팽창하는 소련과 군비경쟁을 하였다.

공산주의로 무장한 소련과 그들의 동맹,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미국과 동맹들.

전 세계가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한 대립을 해나갈 때 미국과 소련은 상대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무기 개발에 매진하였다.

그중에는 2차 대전을 종식시킨 핵무기도 있고, 장거리미사일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미사일과 핵무기를 결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또한 이때 나온 경쟁의 산물이었다.

그러다 결국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000배가 넘는 핵폭탄과 수소폭탄 같은 엄청난 파괴 무기마저 개발해 내고야 말았다.

그제야 미국과 소련은 공포에 떨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인류의 멸절이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국과 소련은 부랴부랴 협정을 맺게 되었다.

이후 양국은 핵무기 개발 경쟁을 종식시키는 한편, 상대의 핵무기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방어 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일명 스타워즈 프로젝트라 알려진 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였다.

하지만 SDI는 개발과 유지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다.

그러던 차 1993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SDI도 중단되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프로젝트의 일부를 계속해서 진행하였다.

그것이 바로 TMD(전역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였다.

요격미사일과 비행기에 탑재한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탄도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펜타곤은 그에 그치지 않고 비밀리에 SDI 프로젝트의 일부 킬러위성을 계속해서 유지하였고,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제우스 프로젝트라 명명된 프로젝트는 SDI가 너무도 이상에 치우쳐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것에 반해, 현재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최대한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유지비를 낮췄다.

원자로가 아닌, 고성능의 태양 전지를 이용해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따로 연료를 보충할 필요도 없고, 그저 킬러위성을 우주 공간에 띄우기만 하면 끝이었다.

위성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의 유지비가 필요 없는 것이다.

물론 고장이 났을 때는 우주선을 띄워 수리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도 SDI 계획보단 훨씬 비용이 저렴해졌다.

물론 단점도 존재했다. 에너지를 충전하는 데 한계가 있고, 모두 소비하면 다시 충전이 될 때까지 위성에 장착된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펜타곤은 제우스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추진하면서 이런 약점을 숫자로 메우려 하였다.

알파―13은 이런 제우스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열세 번째 위성이란 뜻이었다.

한데 그런 위성이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여타 군사위성과는 궤를 달리하는 알파―13을 잃어버렸으니 그린 대령은 자신의 미래가 뻔하다고 판단했다.

위성 다섯 대를 잃어버린 것만으로도 큰 처벌을 받을 일인데, 거기에 특급 비밀인 알파―13까지 잃어버렸으니, 그는 패닉에 빠져 아무런 생각도 떠올리지 못했다.

“제길, NASA에 연락해!”

한참 멍하니 있던 마크 그린 대령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는 지시를 내렸다.

위성을 잃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어차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 거기에 계속 매달려 있는 것은 바보짓이고, 차라리 그보다는 동북아시아의 전쟁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비록 국방부가 통제하는 위성들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NASA에서 운영하는 위성은 남아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예썰!”

그레이 존스 중위는 얼른 자신의 앞에 놓인 컴퓨터를 조작하여 NASA와 연결하였다.

“연결하였습니다.”

NASA와 연결되자 그린 대령은 교신을 시작했다.

“여기는 펜타곤 위성 통제실의 마크 그린 대령입니다.”

― 펜타곤에서 무슨 일로 저희에게 통신을 한 것입니까?

“현재 동북아시아를 감시하던 위성들이 행방불명되었습니다. 그러니 NASA에서 운용하는 위성 중 동북아시아 지역을 볼 수 있는 위성이 있다면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꼭 좀 부탁드립니다.”

다른 때라면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부탁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현재 위성을 잃어버린 탓에 펜타곤은 동북아시아 3국의 전쟁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렇기에 마크 그린은 NASA에 협조 요청을 하면서도 또 다른 곳으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그곳 또한 펜타곤 위성 통제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상공에 있던 인공위성들 중 현재 유지되는 것은 대한민국이 쏘아 올린 위성들이 유일했다.

다른 국적의 위성들은 사용 목적에 관계없이 모두 파괴된 것이다.

그 때문에 해당 국가들은 물론이고, 위성을 소유한 기업들도 난리가 났다.

그로 인해 세계 경제가 출렁이기 시작하였다.

물론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그보다는 승전이 중요했기에 수한은 애써 무시를 하였다.

◈ ◈ ◈

일본 후쿠오카 기타큐슈에 위치한 기타큐슈 공업지대는 간몬 해협과 도카이 만 안쪽까지 동서로 30㎞에 이르는 임해 공업지대다.

1897년 야하타에 관영 제철소가 준공된 후, 제철공업을 중심으로 발달하여 일본의 4대공업지대로 꼽히게 되었다.

기타큐슈 공업지대의 주요 생산품은 철강, 화학, 기계, 요업, 금속 제품, 그리고 섬유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철강이 40%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첨단 석유화학공업 기술을 갖추지 못하면서 이곳은 원료 공급지로 전락했다. 게다가 중국과의 관계가 끊기며 위세가 줄어들어 오늘날에는 일본 4대공업지대라는 자리에서 탈락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이곳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2020년 이후 많은 투자를 받아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하였는데, 일본이 자위대를 군으로 승격시키면서 무장에 필요한 철강을 이곳에서 제련했기 때문이다.

미쓰비 그룹의 대대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군함, 전차, 그리고 전투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철강을 생산하는 곳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전시 작전 사령부에서는 이곳을 먼저 파괴해야 한다는 작전을 수립하였다.

비교적 가까운 곳은 KH―1 벤시를 이용해 침투를 하고, 먼 지역은 잠수함을 통해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제주에서 일본 인근 100㎞까지 해모수함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다시 스텔스 헬리콥터인 KH―1 벤시로 이동을 한다는 작전이었다.

물론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순양함인 해모수함도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일본 해상 100㎞까지 접근을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가까운 곳은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침투하고, 한신 공업지대나 주쿄, 게이한 공업지대같이 먼 곳은 하백급 잠수함에 탑승하여 이동하기로 하였다.

하백급 잠수함은 대한민국의 주력 잠수함인 1,800톤급 손원일함이 중국이나 일본의 잠수함 전력에 비해 너무도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새롭게 취역시킨 잠수함이다.

이전 주력 잠수함이던 209급 장보고함이나 214급 손원일함이 독일 HDW 사의 기술을 도입하여 제작된 것이라면, 하백급 잠수함은 그동안 해군이 두 잠수함을 운용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보완해야 할 사항들을 고려해 개발한 잠수함으로, 배수량이 3,500톤이나 되었다.

이 하백급 잠수함에는 해모수함에 채용된 플라즈마 발전기가 달려 있는데, 이것은 핵잠수함에 견주는 잠항 능력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라즈마 발전기는 소음이 없기에 지금까지 개발된 잠수함 중 가장 조용하다는 미국의 오하이오 급 핵전략잠수함보다 더 은밀성이 뛰어났다.

또 한 가지 하백급 잠수함이 여느 잠수함과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잠수함 통제를 위해 인공지능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선체에 있는 각종 무기와 전자 기기를 통제함으로써 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승조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사실 대한민국 해군에는 뛰어난 인력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운용할 수 있는 함정은 한계가 있어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하여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군은 특단의 조치로 무지막지하게 비싼 인공지능 탑재 잠수함을 선택하였다.

옛말에 외상은 소도 잡아먹는다고 하였다.

천하조선은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하백급 잠수함 도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자 특단의 조치로 장기 상환으로 계약을 맺었다.

해군의 고민를 알게 된 정대한 회장이 장기 상환을 할 수 있게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덕분에 해군은 원래 계획한 숫자보다 많은 열다섯 척를 구매하였다.

물론 이건 최종적으로 추가 구매를 해서 그런 것이고, 원래 해군에서는 여덟 척의 잠수함을 구매하려고 하였다.

중국과 일본은 날로 팽창하면서 잠수함 전력에서도 신형, 대형으로 추가 건조를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겨우 1,800톤의 잠수함을 운용 중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전력을 맞추기 위해 3,500톤 급의 하백함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하백함이 비록 3,500톤급이라고는 하지만 도입 가격은 결코 적지 않았다.

이전 주력 잠수함이던 214급 아홉 척의 가격이 1조 2700억 원으로 한 척당 1,400억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인 데 비해 하백급 잠수함은 한 척당 5,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니 당연 해군에서 도입에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천하조선이 이런 금액을 책정한 것은 절대로 과한 것은 아니었다.

원자력 잠수함보다 뛰어난 플라즈마 발전 잠수함이고, 또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내장하고 있었다.

더욱이 적은 승조원으로도 원활하게 운용이 가능하기에 기존 잠수함 전력에서 일부 승조원만 차출하여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오히려 5천억 원이면 무지 싼 금액이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경제적인 한계가 있는 나라였다.

국방 예산으로 책정되는 금액이 중국이나 일본에 절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것이 실태였다.

그런데 해군이 필요한 여덟 척의 잠수함을 도입하려면 무려 4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니 당연히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천하 그룹이 단기가 아닌 장기 분할로 판매를 한다고 하니, 때는 이때다 생각하고 도입할 잠수함의 숫자를 열다섯 척으로 늘려 버린 것이다.

천하조선에서는 이런 해군의 조치에 처음에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동북아시아의 돌아가는 정세가 심상치 않아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며 해군의 잠수함 추가 진수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넓어진 영해를 지키기 위해 무척이나 고달팠을 해군이지만, 외상이란 생각에 일곱 척이나 잠수함을 더 추가해 구매를 하는 바람에 조기에 전력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게 된 것이다.

◈ ◈ ◈

일본 도쿄, 총리 관저.

비록 한국에 선전포고를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특별히 야근을 하는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총리 관저에는 밤늦게까지 불이 밝혀져 있었다.

사실 지금 총리 관저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선전포고를 하고 난 뒤, 국방성과 내각을 총괄하는 전쟁 사령부를 총리 관저에 꾸렸는데, 조금 전 긴급 전문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일본이 보유한 인공위성 중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을 관찰할 수 있는 모든 위성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민간 기업에서도 그에 대한 신고가 날아왔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위성방송을 하는 방송사들이었다.

그 뒤를 이어 각 통신 회사에서도 위성과 교신이 끊어졌다는 보고가 날아들었다.

그런 탓에 아키야마 구로다 총리는 골치가 아팠다.

처음 전쟁 사령부에서 위성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혹시 태양풍 때문에 잠시 교신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정도로 여겼다.

가끔 그런 문제로 위성과 교신이 되지 않다가 재개되고는 했기에 가볍게 생각했는데,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보고가 연이어 쏟아지자 그제야 일이 심각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민간 기업들은 잠시만 위성과 통신이 되지 않아도 엄청난 손해를 본다.

그렇기 때문에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을 것인데도 아직까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위성에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였다.

구로다 총리는 급히 후지산에 있는 천문대에 협조 공문을 보내 위성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천문대에서 돌아온 답변은 그야말로 황당했다.

위성들을 찾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찾을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주변 일대에 한국의 인공위성을 빼고는 다른 위성들이 모두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즉,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상공은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하다는 보고였다.

구로다 총리는 뒷목을 잡고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한국의 인공위성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위성이 사라졌다는 말은 한국이 위성들을 모두 파괴했다는 것을 뜻했다.

다만, 의심은 가는데 한국에 위성을 파괴할 만한 기술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한국에 그런 기술력이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자신들이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었는지, 생각만 해도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구로다 총리는 절대로 한국이 그러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믿었다.

만약 그런 기술이 있었다면 진작 세계에 알렸을 것이고, 그랬다면 미국이나 자신들이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결과가 명확하게 나와 있는데 믿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구로다 총리로서는 정말 미스터리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렇게 많은 인공위성이 파괴되었다면 그 파편이라도 남아 있을 것인데, 후지산 천문대에서는 부스러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고 하고 있었다.

마치 인공위성이 발사된 적이 없던 것처럼 말이다.

“모시모시, 미스터 프레지던트.”

구로다 총리는 궁리를 하다 미국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지켜볼 수 있는 눈을 잃어버린 지금, 일본의 입장에서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위기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위성을 보유한 미국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미국의 도움은 반드시 필요했다.

러시아 북해 함대의 항로를 감시하기 위해 북극 상공에 띄운 위성이나, 한반도를 지나가는 궤도 위성을 이용해 몇 시간만이라도 한반도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번 한반도 상공에 있던 인공위성들이 실종된 건에 대해 한국이 의심됩니다.”

구로다 총리는 한국 국적의 인공위성을 제외하고는 한반도 상공의 모든 위성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리면서 공동 대처를 제안하였다.

“어떤 수단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의 위성만 남아 있다는 것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 항의를 해봐야 저들이 아니라고 잡아떼면 어쩔 수 없으니, 이번에 한국을 막다른 곳으로… 그러니 위성을 좀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꺼려진다면 정보를 좀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보 제공에 대한… 그럼 고맙겠습니다.”

장시간 통화를 하면서 구로다 총리는 자신이 원하는 한반도에 대한 정보를 미국으로부터 지원 받는 것에 성공하였다.

물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많은 것을 미국에, 아니, 존 슈왈츠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하였지만, 일본이 한반도를 차지하게 된다면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막말로 존 슈왈츠 대통령에게 건네기로 약속한 미화 500만 달러는 일본이 보유한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채권에 비하면 껌 값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정보를 넘겨줄 때까지의 공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더욱이 미국이 넘겨줄 정보가 얼마나 정확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구로다 총리는 미국으로부터 정보를 받기 전 공백 기간 동안 시간을 벌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혼자 중얼거리던 구로다 총리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런 수가 있었군.”

구로다 총리는 한국이 IS와 전쟁 중이란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사실 개성에서의 테러는 중국과 자신들이 계획하였지만, 정작 성공한 것은 엉뚱하게도 중동의 테러 단체인 IS였다.

지난 10월 1일, 개성시에서 한국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할 때 자신들이 기획한 테러는 사전에 배신자가 나와 실패하였는데, 이후 한국이 방심한 틈을 타 IS는 테러에 성공했던 것이다.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게 되어 자신들이 너무 일찍 본색을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어차피 기세를 탄 상황이라 무를 수가 없었다.

때문에 한국은 테러의 충격에 휩싸인 상태에서 중국과 일본의 연이은 선전포고를 맞이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백팔십 도 뒤바뀌었다.

한반도 상공의 인공위성이 소멸한 탓에 오히려 일본과 중국이 시간을 벌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구로다 총리는 다시 한 번 한반도 내에서 테러를 감행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한 번 더 테러를 당한다면 한국은 무척이나 당황해 정상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고, 정보 부재로 과감하게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자신들은 미국이 정보를 제공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가 있었다.

구로다 총리는 그보다 좋은 수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 ◈ ◈

기타큐슈 공업지대 인근 해변.

일단의 인영들이 거대한 공업지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늦은 시각인데다 거무스름한 그림자 때문에 그들의 모습은 흐릿한 형체로 주변 사물의 그림자 속에 묻혀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것이 사람인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우리의 목표는 저곳, 기타큐슈 공업지대에 있는 공장과 회사들이다.”

지킴이 PMC의 구대장인 홍인규 과장은 자신의 직속 부하들을 보며 오늘 작전에 대하여 말을 꺼냈다.

부하 직원들은 홍인규를 주시하며 가만히 설명을 들었다.

“남쪽에 있는 철강 단지는 강성조 과장과 해당 구대가 맡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구대는 이곳 화학 단지에 있는 시설들을 파괴한다.”

작전 설명을 마친 홍인규는 부하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과장님, 인명에 대해선 어떻게 처리를 합네까? 걍 섬멸하는 것입네까? 아니면…….”

작전 과정 중 민간인에 대한 처리를 물어보는 황의주 대리였다.

굳이 그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작전에 대해 숙지를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혹시나 작전 중 민간인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는 직원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선임인 그가 일부러 나선 것이었다.

“오늘 작전의 모토는 은밀과 신속이다. 만약 발각이 된다면 신속하게 상대를 처리한 후, 정해진 목표에 폭탄을 설치하고 빠져나간다. 그리고 일본은 시리아와는 다르다. 시리아에서는 IS의 강요로 억지로 가담한 자들이 있어 불필요한 살상을 지양했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일본과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작전 중 별도의 지시가 없는 이상 작전 수행만 생각하라.”

홍인규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홍인규의 말에 부하 직원들은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이들도 알고 있었다. 일본과 중국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말이다.

지킴이 PMC 직원들 중에는 개성이 고향인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기에 IS와의 전쟁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용감히 싸울 수 있었다.

그런데 뒤늦게 중국과 일본도 테러를 모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IS는 일반적인 폭탄을 사용했지만, 중국과 일본은 대량 살상 무기인 핵배낭을 이용하려 했다.

다행히 테러 직전 일부 인원들이 전향하여 죽음의 땅이 될 뻔했던 개성시가 무사할 수 있었다.

만약 개성시, 특히 국군의 날 행사로 많은 인파가 몰렸던 당시에 핵배낭이 폭발했다면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아마 못해도 당시 개성시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죽었을 것이고, 또 테러에서 살아남았더라도 극심한 방사능 피폭으로 죽을 때까지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지킴이 PMC 직원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오히려 테러를 성공한 IS보다 테러에 실패한 중국과 일본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컸다.

더욱이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원죄와 같은 죄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일본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또다시 한민족을 상대로 반인륜적인 테러를 모의하였다.

그러하였기에 IS와 전쟁을 중단하고 돌아오라는 본사의 명령에 아무런 이의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일본인을 찾아다니며 처리할 생각은 하지 말고, 정해진 구역에 정확하게 폭탄을 설치하기 바란다.”

홍인규는 부하들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음, 현재 시각 21시 45분이니, 정확히 22시에 침투하여 목표에 폭탄을 설치하고, 22시 30분에 약속된 접선 장소로 집결한다.”

“알갔습네다.”

홍인규가 움직이자 그 뒤를 따라 구대원들도 조용히 이동을 시작하였다.

◈ ◈ ◈

철조망이 둘러쳐진 담벼락.

철망에는 붉은 글씨로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 주의 :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

경고 문구를 읽은 홍인규는 피식 실소를 했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철조망을 끊었다.

파지직!

손을 대자 스파크가 튀었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가 걸친 파워 슈트가 위해를 입지 않게 해준 것이다.

사실 지킴이 PMC의 파워 슈트는 화생방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보호를 보장했다.

그러니 고압 전류 따위는 위협이 될 수 없던 것이다.

홍인규가 담당하게 된 화학 공장은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믿었는지 별다른 감시 초소도 없었다.

물론 이 일대의 다른 공장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크게 경계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업지대인 이곳에 외부인의 침입이 있을 턱이 없고, 또 이곳 기타큐슈 공업지대는 중요도가 그리 높지도 않아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될 확률도 낮았다.

더욱이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이 있으니 굳이 비싼 인건비를 들여 경비를 많이 둘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일반적인 테러범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고, 최고 사양의 파워 슈트를 착용한 지킴이 PMC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자르고 들어가는 정도의 수고만 하면 자동문이나 마찬가지였다.

경비원들도 모두 정문에, 그것도 단 두 명만이 있는 공장은 지킴이 PMC에겐 너무도 손쉬운 목표였다.

홍인규는 철조망에 구멍을 내고 공장 내부로 조용히 침입하였다.

이와 같은 일이 주변 공장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공장 안으로 침투한 홍인규는 등에 멘 작은 백팩에서 손바닥 크기의 작은 디스크를 꺼내 공장 파이프라인 하단에 부착했다.

이미 군에 있을 때부터 무수히 훈련을 받아왔기에 디스크 형태의 폭탄을 설치하는 것은 무척이나 쉬웠다.

디스크 형태의 폭탄은 일반적인 TNT의 열 배에 달하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디스크 형태의 폭탄이 그가 메고 있는 백팩에는 100여 개나 들어 있었다.

물론 오늘 이곳에서 모든 디스크형 폭탄을 모두 소비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용하고 남은 폭탄은 또 다음 작전에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자신의 표적이 된 이 공장에 설치할 디스크 폭탄은 딱 열 개였다.

굳이 공장을 완벽하게 파괴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전쟁배상금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만 파괴되면 충분했다.

그래야 일본이 장기전을 생각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중국과 일본이 작정하고 바닷길을 막아버리면 대한민국으로서는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혼란에 휩싸일 것이 분명했다.

비록 통일을 이루며 어느 정도 자급자족할 길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상대하는 상태에서 장기전은 무조건 필패였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전으로 결판을 내야만 하고, 일본과 중국도 단기전에 임할 수밖에 없도록 벼랑 끝으로 몰아야 했다.

그런 작전의 일환으로 일본과 중국 내부에서 파괴 공작을 수행해 생산력을 최저로 떨어뜨리려는 것이었다.

지킴이 PMC 직원들은 공장 내부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사전에 설계된 대로 폭탄을 설치하였다.

그들은 파워 슈트의 헬멧에 부착된 고글이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에 전혀 길을 헤매지 않고 목표에 접근해 폭탄을 설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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