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111화 (111/118)

3. 승리를 위한 제안

대통령과 독대를 마친 수한은 곧장 평양으로 향했다.

“여보세요, 선영 씨. 아무래도 오늘 늦을 것 같아.”

지킴이 PMC로 향하며 수한은 루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지킴이 PMC의 참전을 선언한데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방안까지 제시하였으니, 이제 실행만이 남은 상황.

그런 이유로 지킴이 PMC 대표인 문익병 사장과도 논의를 해야 했다.

아직 신혼임에도 집을 비워야 하는 사정을 설명해 주자 루나도 순순히 납득을 했다.

그러고는 자신 역시 스케줄을 조정해 같은 그룹 멤버이자 시누이인 수정과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을 하였다.

“그럼 누나랑 같이 어머니에게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네. 어머니 혼자 적적하실 터인데.”

루나가 자신의 제안을 쉽사리 받아들이자 수한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남겼다.

“난 늦을지 모르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요.”

통화를 끝낸 수한은 표정을 차갑게 굳혔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순탄치 못했다.

마치 로메로 왕국의 최후처럼.

자연 수한으로서는 당시 느꼈던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없었다.

로메로 왕국을 침략한 샤만 왕국의 모습이 패권국을 꿈꾸는 중국과 음모를 꾸민 일본의 행태와 겹쳐 보였다.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등을 돌린 형세가 너무도 흡사했다.

그래서 수한은 자신도 모르게 대한민국과 로메로 왕국을 동일시 여겼다.

아니, 아마도 수한은 전생에서 죽으며 다짐했던 맹세를 지키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한은 지금까지 묵묵히 기반을 닦아왔다.

조국인 대한민국이 주변국들에게 핍박당하지 않도록.

마침내 노력이 결실을 맺어 발전의 기지개를 켜려고 하는 이 순간, 중국과 일본이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았다.

동맹인 미국 또한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과 일본의 편을 들어 대한민국을 막다른 곳으로 몰았다.

국제관계란 영원한 동맹도, 적도 없는 것.

그동안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대한민국을 이용해 왔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일본을 방파제 삼아 경계를 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핵 문제를 거론하며 대한민국에 족쇄를 씌웠다.

물론 중국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일이라 말은 했지만, 결국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배후에서 일본까지 모략을 꾸미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까닭에 대한민국 정부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국과의 일방적이던 관계를 정리하였다.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듣게 된 수한의 마음은 더욱 비장해졌다.

누구도 믿을 수가 없는 상항에서는 관계를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했다.

만약 아직 남아 있는 주한미군이 총부리를 거꾸로 돌려 국군의 지휘 체계를 뒤흔든다면 그보다 큰일은 없었다.

막말로 그렇게 된다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대한민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수한은 과감하게 처리해 나갈 것을 건의하였다.

그러는 한편, 주한미군을 제압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 중 하나인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를 지원해 주기로 하였다.

윤재인 대통령 역시 일단 그들을 억류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현재 국군의 주력은 분산되어 있는 형편이었다.

대부분의 병력이 중국과의 전투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해군은 언제 어느 때에 기습해 올지 모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주한미군을 상대할 병력이 부족했다.

대통령 직속 특수부대인 SA 부대를 동원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존재했다.

아직 주한미군 전체를 피해 없이 제압하기는 병력이 너무 부족한 것이었다.

물론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가 돕겠지만, 그럼에도 숫자 면에서 너무도 큰 차이가 있었다.

다만, 믿는 점이 없지는 않았다.

SA 부대나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가 착용한 파워 슈트는 여타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침투에 특화되었으면서도 기타 기능 역시 월등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개격파를 시도한다면 큰 피해 없이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 ◈ ◈

올 것이 왔다.

문익병 사장은 수한에게서 비상 대기 명령을 받았다.

지킴이 PMC에는 오래전부터, 아니, 설립되면서부터 하나의 매뉴얼이 존재했다.

타국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즉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에 대해서.

수한은 계약을 맺는 직원들과 면담을 하면서 그런 상황에 대하여 물었다.

그에 대해 그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선 목숨을 내놓고 적과 싸우겠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문익병 사장은 수한이 직원들의 복지를 왜 그렇게 신경 써왔는지 이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 그것에 대한 보답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문익병 사장은 북한군에 대하여 오해를 하고 있었다.

북한군은 무조건 김씨 일가에 대해 세뇌가 되어 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지킴이 PMC에 입사하고 직원 교육을 받으면서 보여주는 태도 등을 직접 겪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생각이나 습관들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따져 보았을 때, 자신의 사상과도 많이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금세 그들과 의기투합하여 짧은 연혁에도 지킴이 PMC는 혁혁한 성과를 올리며 세계적인 PMC가 될 수 있었다.

실례로 현재 초강대국 미국도 해결하지 못한 과격 무장 단체인 IS를 불과 몇 개월 만에 몰락 직전으로 내몰았다.

만약 일본이 대한민국에 기습적으로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다면 지킴이 PMC는 개성에서 저지른 테러에 대한 대가를 확실하게 받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IS는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중동에 파견된 지킴이 PMC로 인해 IS의 수뇌부 상당수가 사살되거나 포로로 잡혀 미국의 악명 높은 수용소로 끌려갔으니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퇴근도 못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나라가 위급한 지경인데, 퇴근한다고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그렇지요. 그래서 저희도 이번 전쟁에 한 팔 거들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정부의 의뢰가 아닙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수당에 대해선 제가 지급을 할 테니,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한은 이번 일이 전적으로 자신 개인의 의사임을 밝히며 정부에서는 어떤 지원금도 나오지 않을 것을 말하였다.

그래서 직원들의 월급과 수당은 자신이 직접 지급할 것임을 문익병 사장에게 말한 것이다.

확실히 문익병 사장도 그 점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다.

자신들이 군사 기업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민간 회사였다.

“문 사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중국과 일본 두 나라와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아직 본격적인 군사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지만, 이미 선전포고를 한 상태이니 언제든 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수한이 본격적인 말을 꺼내려는 것을 느낀 문익병 사장은 조용히 수한의 말을 경청했다.

수한은 문익병 사장에게 자신이 청와대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박사님의 말씀은 저희가 중국과 일본에 침투하여 군사시설이나 군수품 생산 공장들을 파괴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정규전은 군에 맡기고, 저희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 군의 작전을 도우면 됩니다.”

◈ ◈ ◈

늦은 시각.

청와대의 한곳에서는 여전히 불빛이 꺼지지 않은 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통령님,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육군 참모총장인 정승환 대장은 방금 대통령의 말이 잘 믿기지 않는 듯 재차 물었다.

“그렇습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정승환 대장의 질문에 답하며 김명한 국방부 장관을 돌아보았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눈짓에 얼른 대답을 했다.

“그렇습니다. 4년 전부터 그 시설은 국방부에서 관할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아직까지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뿐입니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표정으로 무언의 질문을 보내고 있는 군 장성들에게 변명을 하였다.

사실 그의 말이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예편을 하는 군 장성들 중 국가 기밀을 외국에 넘기는 이들이 있었기에 이견을 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장성들이 잠시 입을 다물고 뭔가를 생각하던 중 공군 참모총장인 문지섭 대장이 물었다.

“그렇다면 그 시설이 실제로 그가 말한 것과 같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까?”

사실 그는 조금 전 김명한 장관이 기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말에 솔직히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까지 공군 참모총장으로 있다가 예편한 예비역 장성이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외국에 정보를 넘기고 그에 대한 커미션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때문에 조금 전 김명한 장관의 말이 자신을 겨냥해 한 것처럼 들려 각을 세우며 질문을 한 것이었다.

“네. 그 설비에 대한 것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정수한 박사의 말처럼 그 설비의 능력은 참으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 ◈ ◈

2024년,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

이곳에는 사용 연혁이 지나 폐쇄된 원자력발전소가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 천하에너지에서 발주를 하여 새롭게 개장하게 되었다.

방사능 유출의 위험이 없는 플라즈마를 이용한 발전소로 새롭게 재탄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원자력발전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물론 아주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플라즈마는 초고압, 초고온의 이온이다.

그런 것이 외부로 누출된다면 당연히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하늘로 분출되게끔 설계를 하였다.

한결 위험도를 낮춘 설계인 것이다.

플라즈마 발전이라는 기술이 공개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천하에너지에 문의를 하였다.

하지만 천하에너지는 아직 국내 에너지 발전을 충족시키기 위해 당분간 외국으로 눈을 돌릴 수 없다는 발표를 하였다.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어서 빨리 그때가 오기를 고대했다.

특히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있던 나라들과 도시 속에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독일과 프랑스는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축하합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정대한 회장은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에게 답례하며 자리를 잡았다.

그의 옆에는 플라즈마 발전기를 설계한 수한이 함께하였다.

수한이 이곳에 자리한 이유는 지하에 있는 설비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사실 정대한 회장도 용도를 알지 못하는 설비였다.

심지어 건설에 참여한 천하건설이나 천하에너지 직원들도 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때문에 수한은 오늘 몇몇 사람에게만 그 설비의 정확한 용도를 알릴 계획이었다.

모든 행사가 성대히 끝나고, 수한은 준공식에 참석한 사람 중 일부를 따로 불렀다.

“장관님, 잠시 제게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따로 보여 드릴 것이 있습니다.”

사실 오늘 김명한 국방부 장관이 이 자리에 참 한 것은 수한의 개인적인 초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이 신개념 발전소를 설계한 사람이 작년 대한민국의 주력 전차로 선정된 K―3 백호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참석한 것이다.

그런데 따로 보여줄 것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내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이기에 그러는 것이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의 젊은 박사지만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수한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수한이 대기업의 로열패밀리라거나 대단히 뛰어난 과학자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김명한이 보기에 수한에게서 함부로 할 수 없는, 무언가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는 김명한 국방부 장관이 어떤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랜 연륜을 통해 얻게 된, 인물을 보는 눈 덕분이었다.

물론 그것이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잘 들어맞았다.

그리고 그건 김명한 장관이 수한을 제대로 본 것이기도 했다.

성공한 이들은 각각 차이는 있지만 저마다 상대를 파악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상대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적절한 대응을 하거나, 자신을 속이려는 이들에 대하여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을 풍기는 수한이 부탁을 해오자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잠시 고민을 하다 곧 수락하였다.

“음, 30분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군.”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수한의 말에 시계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갑작스런 부탁임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지요.”

수한은 감사 인사를 하며 김명한 장관을 안내하였다.

“아, 보좌관님들은 이곳에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은 비밀 시설이라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수한은 보좌관들을 돌아보며 양해를 구했다.

그런 탓에 잠시 소란이 일기는 했지만, 뭔가 중대한 비밀이 있음을 짐작한 김명한 국방부 장관의 중재로 금방 해결이 되었다.

수한은 살짝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는 김명한 국방부 장관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그런 후,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덜컹!

드디어 도착을 한 듯 약간의 진동이 있고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이곳이오?”

“예, 이곳입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수한이 먼저 밖으로 나왔다.

김명한 국방부 장관도 수한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밖으로 걸음을 옮기다 순간 눈이 커졌다.

“아니…….”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눈앞에서는 많은 인원들이 커다란 모니터를 보며 뭔가를 조작하고 있는 중이었다.

화면 위에는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들이 가득했다.

특이한 것은 이곳 설비와 모니터에 보이는 문양이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저건 무엇이고, 이곳은 또 뭐하는 곳이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수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플라즈마 발전소를 통제하는 곳은 이미 아까 전에 견학을 마쳤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시설들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실 이곳 플라즈마 발전소의 진정한 목적은 ICBM과 같은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실 지상에 설비된 발전기들은 지금 화면에 보이는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김명한 장관은 수한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지상에 있는 발전 설비들은 이곳 지하에 있는 설비들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고, 이곳 설비들은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탄도미사일과 같은 핵무기들에 대한 방어를 하는 설비입니다. 물론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공격의 경우에는 거리 제한이 있지만 말입니다.”

“그럴 수가!”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기가 막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이오? 설마 미국이 개발했다는 그 뭐냐… 아! 그래, 레일건인가 뭔가 하는 것이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오래전 미국이 이와 비슷한 무기를 연구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물었다.

“물론 레일건도 다른 곳에서 연구하고 있지만, 이곳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오?”

김명한 장관의 질문에 수한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잠시 전면에 있는 화면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시선을 돌리자 조금 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보았던 기하학적 문양 가운데에서 붉은 것이 떠올랐다.

그 물체는 점점 크기를 키워가기 시작하였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안경을 올려 쓰며 집중하여 보았는데, 그 붉은 물체는 허공에 뜬 채로 맹렬하게 회전을 하고 있었다.

‘플라즈마!’

김명한 국방부 장관이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그것의 정체는 바로 플라즈마 덩어리였다.

“어?”

그 순간, 갑자기 커다란 화면이 두 개로 분할되어 다른 풍경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무선 모형 비행기였다.

아마도 실험을 위해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한쪽에 보이는 플라즈마 덩어리라 짐작되는 것과 모형비행기 간의 관계가 무언지 궁금했다.

“잘 보시기 바랍니다.”

마치 그에 대한 대답이라도 되는 듯 수한이 짧게 말하고는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발사 준비.”

“발사 준비!”

수한의 지시에 사람들은 마치 군인처럼 복명복창을 하였다.

“발사.”

“발사!”

수한의 명령이 떨어지자 화면 한쪽에 있던 플라즈마 덩어리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모형 비행기가 날고 있는 상공에 나타나더니, 모형 비행기를 순식간에 삼키고는 사라져 버렸다.

“와!”

“성공이다!”

“대한민국 만세!”

실내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과 함께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였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 어리둥절해하며 수한을 돌아보았다.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것이오?”

수한은 다시 한 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장관님,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설명을 드렸지요?”

“그렇소.”

“이곳 시설은 플라즈마 덩어리를 생성하여 한반도를 위협하는 물체를 소멸시키는 장치입니다.”

“아니, 그게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믿을 수가 없었다.

오래전 물리학 박사들이 공간 이동 가능성에 대하여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43년 필라델피아 실험 또는 레인보우 프로젝트라 불리는 실험을 하였다.

해군 군함이 한순간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400여 킬로미터 떨어진 노폭 항에 나타났다 직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다시 나타난 군함의 몰골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선체는 녹아내린 것처럼 흘러내리다 굳은 모습인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배 안에 있던 선원들이 선체와 결합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함선에 타고 있던 180명의 선원 중 159명이 사망하고 21명만이 생존하였는데, 그마저도 정신 분열 증상을 보였다.

그 결과로 해당 실험은 실패라 규정 짓고 중단되었다.

그런데 지금 수한이 공간 이동을 통제하고 그것을 무기화시켰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었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과연 믿어야 할지, 아니면 허풍이라 치부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오?”

“예. 그리고 아직 실험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다시 화면을 주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고개를 돌려 조금 전 보았던 화면에 다시 시선을 주었다.

이번에 보이는 것은 조금 전과는 다른 영상이었다.

전면의 커다란 화면은 여전히 두 개로 분할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기하학적 문양이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들어가 금속 기둥을 옮기고 있었다.

“혹시…….”

김명한은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인지 수한을 돌아보며 물었다.

“예. 지금 연구원들이 가져다 놓은 것은 GPS 폭탄입니다. 다만, 폭약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지켜보시지요.”

수한은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다시 화면에 시선을 주었다.

모래사장의 모습이 오른쪽 화면에 비추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표시가 놓여 있었다.

하얀 천에 검은색으로 표시된 마킹.

“발사 준비.”

“발사 분비!”

다시 한 번 수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복명복창이 이어졌다.

“발사.”

“발사!”

수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GPS 폭탄이 화면에서 사라졌다.

순간, 화면이 바뀌며 GPS 폭탄 일부가 공중에서 낙하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래에는 바다와 섬이 보이고, 그것은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해변에 놓인 표적이 보였다.

점점 가까워지며 표적은 점점 크기를 늘려가고, 어느 순간 화면은 검게 어두워졌다.

조금 전, 첫 번째 실험이 성공했을 때 환호하며 기뻐하던 연구원들은 이번에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화면에 다시 나타난 섬의 모습이 너무도 처참했기 때문이다.

섬의 1/3이 사라졌으며 표적이 놓여 있는 해변은 바닷속에 잠겨 있었다.

◈ ◈ ◈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자신이 잊고 있던 것을 기억해 내며 전쟁에 대한 자신감이 샘솟았다.

보안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수한이 대통령에게 그 비밀을 말하면서 공개가 되었다.

더욱이 당시 수한은 한반도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전체를 플라즈마 발전소로 대체하면서 모든 시설에 그와 같은 시설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물론 운용은 군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다만, 시설을 운용할 요원들이 모두 양성될 때까지는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승낙을 하였다.

사실 그 시설의 존재가 만약 외부에 알려지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기에 스스로 지킬 힘을 가질 때까지는 비밀에 붙여야만 했다.

현재 한반도에는 플라즈마 발전소가 열 곳이나 있었다.

아직도 건설되고 있는 것이 있으니, 시간만 지날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그 어떤 적도 두렵지 않았다.

다만, 아직 힘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과 일본이 대한민국에 선전포고를 했으며, 미국과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시하고 있었다.

김명한 국방부 장관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윤재인 대통령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가 이번 전쟁에서 중국과 일본을 이기려면 단기전으로 해야 승산이 있다고 하던데, 군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예. 저희 합참에서도 그런 판단을 하였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승환 대장이 다른 장성들을 대신해 대답을 하였다.

윤재인 대통령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 몇 시간 전 수한이 자신에게 제안한 안건에 대하여 입을 열었다.

“일단 단기전으로 끝내려면 저들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대통령의 말에 군 장성들은 표정이 굳었다.

자신들도 그 점을 알고는 있지만 방법이 없었다.

객관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은 대한민국보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한 수나 두 수 위였다.

그나마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있어 방어는 가능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더욱이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도 만능은 아니었다.

사용할수록 에너지가 고갈되어 기능이 정지된다.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군 장성들은 지금 고민에 빠져 있었다.

“특수부대를 보내 적의 군수시설이나 공장들을 파괴하면 어떻겠습니까?”

윤재인 대통령은 장군들을 보며 수한이 제안한 방법을 말했다.

“성공한다면 우리의 생각대로 단기전으로 몰고 갈 수도 있겠지만, 작전에 투입되는 병사들의 희생이 너무도 큽니다.”

예전 같았으면 장병들이 얼마가 희생되더라도 마다하지 않았을 테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비록 중국과 일본, 두 나라와 전쟁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언제 전황이 바뀔지 모르는 상태에서 특수부대원 같은 엘리트 군인들을 잃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할 상황이었다.

고민에 빠져 있는 장군들의 표정을 읽은 윤재인 대통령은 그들의 걱정을 날려 버리는 말을 하였다.

“사실 이 이야기도 정수한 박사가 제의한 것이오. 군에서 허락만 해준다면 지킴이 PMC를 동원해 중국과 일본을 헤집어주겠다고 하였소.”

“아!”

윤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기가 막혔다.

장성들은 저마다 머릿속으로 지킴이 PMC가 침투 작전에 동원되었을 때 전황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계산을 하였다.

만약 중국과 일본에 침투하여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이번 전쟁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사실 이런 작전에 지킴이 PMC만큼 적합한 곳이 없었다.

사우디 왕자가 납치됐을 때 적진에 침투하여 무사히 구출한 것이나, 쿠웨이트를 해방시킨 것, 그리고 최근 IS의 본거지와 수뇌부들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점까지…….

지킴이 PMC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그런 부대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런 지킴이 PMC가 나라를 위해 나선다고 하니, 장군들도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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