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110화 (110/118)

2. 대통령과의 독대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존 슈왈츠 대통령의 특별 담화가 있고 난 뒤, 세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대한민국이 전쟁을 벌이고, 또 일본이 선전포고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저 남의 나라 일로만 생각하던 사람들은 미국 펜타곤의 워게임 결과를 접한 뒤에 인식이 달라졌다.

그저 한국과 중국, 양국 간의 전쟁일 뿐이라 여겼는데, 두 나라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탓이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런 두 나라의 전쟁에 일본이라는 경제대국마저 끼어들었다.

전쟁이란 패배한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야말로 국가의 명맥이 달린 중대사이기에 확률적으로 승산이 높은 쪽에 붙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느 정도 교류가 있고, 공감대가 형성된 나라끼리 동맹을 맺거나 지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본은 엉뚱하게도 동맹이었던 한국에 대하여 선전포고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토를 두고 서로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이다.

그야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 유럽이나 그다지 교류가 없던 나라들은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일본에 의해 피해를 입은 전력이 있는 나라들은 드디어 일본이 본색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뜯어고치면서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예견했다는 논평이었다.

한편, 존 슈왈츠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금지에 관한 선언은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워게임을 통해 인류 전체의 생존이 위협 받는다는 결과를 두고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일단 나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 많은 사람들이 존 슈왈츠 대통령의 선언을 지지하였다.

세계의 각국 지도자들은 실제로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그런 결과를 낼 것인지 실험을 해보았고, 그들 또한 미국과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그 뒤의 대응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중국과 한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려 한다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존 슈왈츠 대통령의 선언에 지지를 보내며, 중국과 한국 정부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를 던진 것이다.

그런 세계 각국의 성명에 한국 정부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 해도 지금 그런 성명을 낸다는 것은 한국 정부에게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전쟁이란 것은 결국 생산력의 싸움.

아무리 대한민국이 통일 과정을 거치며 인구가 늘고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해도 중국이나 일본의 생산력을 따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경제 규모나 인구 등 모든 종합적인 능력을 따져 보면, 한국은 절대로 중국이나 일본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이 자주독립국으로서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선 어떤 수단을 사용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핵무기 보유국이란 사실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존 슈왈츠 대통령은 그런 카드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성명을 낸 것이었다.

한국 입장에서 핵무기 카드를 사용하려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치를 각오를 하고 검토해야만 했다.

그러니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존 슈왈츠 대통령의 성명은 결국 동맹인 한국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중국이 선전포고를 했을 때하고는 그 영향력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이후 한반도 내에서는 일명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던 작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살 만한 능력이 있다고 자신하는 이들도 한국은 가망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는지 공항이나 항구로 몰려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군인 가족이었다.

그들은 군대에 있는 가족을 걱정하며 이번 전쟁이 조속히 끝나 무사히 자신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였다.

◈ ◈ ◈

“이게 미국이 동맹인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최선입니까?”

윤재인 대통령은 존 슈왈츠 대통령의 특별 담화가 있은 직후,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거세게 항의하였다.

그럼에도 로버트 대사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미 그는 더 이상 한국이란 나라는 존속할 수 없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태도였다.

거만하고 무례한 로버트 대사의 모습에 윤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함께 자리하고 있는 고준 총리까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를 윽박질러 봐야 상황이 나아질 리는 없다고 생각해 억지로 화를 눌러 참았다.

“그게 미국의 생각이라면 좋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우리도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겠군요.”

이미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버렸다고 판단한 윤재인 대통령은 절대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막말로 모두 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최악의 순간이 온다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모두 사용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런 윤재인 대통령의 태도에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로버트 대사가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설마 핵무기를 사용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어차피 망하는데 사용 못할 것도 없지요.”

윤재인 대통령은 로버트 대사가 반응을 보이자 차갑게 응수를 하였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중국이든 일본이든 우리 대한민국에 침범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데, 이판사판 아니겠습니까? 우리만 죽으면 억울하니, 다 함께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언제나 여유롭고 부드러운 말로 설득을 하던 윤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딴사람이 된 것처럼 차갑게 대답하는 모습.

확실히 윤재인 대통령은 한 시간 전, 핵폭탄과도 같은 존 슈왈츠 대통령의 선언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처음 중국이 선전포고를 했을 때 미국이 보여준 미온적인 태도에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름 이해를 했다.

다수의 핵무기를 보유한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다가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에 그러려니 넘어간 것이다.

오랜 동맹으로서 그동안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우선적인 혜택을 받아왔으면서도 정작 필요할 때 슬쩍 발을 빼는 모습에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자국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윤재인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옛말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현재 전쟁 중인 중국이나 동맹이면서 자국의 이득을 꾀하기 위해 선전포고를 한 일본보다 한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을 막아선 미국이 가장 미웠다.

존 슈왈츠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여론은 급속도로 전환되었다.

반미 감정이 치솟으며, 현재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나 태생적으로 갈등을 품고 있던 일본보다 더 감정이 좋지 못했다.

“…만약 한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저희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한국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로버트 대사는 표정을 굳히며 원론적인 대사를 되풀이했다.

그야말로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이야기를.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고준 총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는 듯 소리치며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만일 그따위 짓을 벌이려 한다면 우리도 참지 않을 것이오! 그때가 되면 대한민국이 보유한 핵폭탄을 가장 먼저 받아보는 국가는 중국도, 일본도 아닌, 바로 미국이 될 것이오!”

“뭐, 뭐요?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감히 우리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했습니까?”

고준 총리의,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보이는 말에 로버트 대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순간 당황해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로버트 대사는 미국의 말이라면 껌벅 죽던 예전 한국의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

대충 적당히 협박성 발언을 섞어 경고를 하면 순순히 따를 것이라 예상했는데, 눈앞의 두 사람은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였다.

전 세계가 주시하며 경고를 무시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겁은 먹지 않고 오히려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의견을 고수하는 것이다.

너무도 강경한 두 사람의 모습에 로버트 대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로버트 대사도 이번 존 슈왈츠 대통령의 특별 담화는 자충수라 판단했다.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을 너무 막다른 곳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본국의 정책이 그렇게 결론 났으니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대통령의 결정을 막을 힘이 그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한창 얼이 나가 있는 로버트 대사의 귀로 고준 총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나라의 옛말 중에 쥐도 도망갈 길을 두고 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고준 총리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로버트 대사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갔다.

그 말이 백번 맞는 이야기란 것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현재로선 자신이 어떻게 할 단계는 넘어섰다는 게 문제였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행정부 전체가 이미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고 규정지으며 핵무기 사용을 불허한다고 선언을 했으니,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그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핵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피해를 막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동맹의 위기를 외면하였는데, 그것이 오히려 핵전쟁을 부추기는 단초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 ◈ ◈

한국 내부가 존 슈왈츠 대통령의 선언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을 때, 환호를 보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중국과 일본의 지도부였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존 슈왈츠 대통령의 담화가 끝나기 무섭게 전쟁에서 이기라도 한 것처럼 환호성을 내질렀다.

사실 그들도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개에 당황하는 중이었다.

중국이 전쟁의 원흉에 대해 까발리겠다는 협박에 넘어가 너무 일찍 선전포고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탓이었다.

물론 전쟁에서 패배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피해가 얼마나 될지 그것이 걱정일 뿐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지구상 유일하게 핵무기에 의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핵무기에 대한 공포는 여느 사람들이 막연하게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2차 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마자 일본은 항복을 선언했다.

수십만 명이 죽고, 또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에 의한 2차 피해로 얼마나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았던가.

물론 당시의 원폭 피해자들 중 지금까지 생존한 사람은 없지만, 어찌 되었든 당시의 참상에 대하여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핵무기에 대해 체질적인 공포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이 3년 전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것에 대하여서도 크게 반대를 했다. 만약 한국이 핵무기 보유국이 된다면 더 이상 한반도에 대한 욕심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일본에게 있어 한반도는 꼭 손에 넣어야 할 곳이었다.

일본의 오랜 꿈인 대륙 진출로의 교두보.

또 심각한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땅.

그런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한반도만큼 좋은 입지를 가진 곳도 없었다.

역사적으로도 따져 봐도 한반도는 일본의 뿌리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겉으로는 왜곡을 하면서도 일본인들의 의식 저 깊은 곳에서는 자신들의 뿌리인 한반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그렇기에 국제 분쟁 위원회에서 판결이 났는데도 억지로 명분 삼으며 한국에 대하여 선전포고를 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아무리 로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존 슈왈츠 대통령의 선언은 중국과 일본에는 최고의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한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겁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국방장관.”

“하이!”

“미국이 이렇게까지 우릴 도와주는데,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그렇긴 하지만, 아직 저희는 한국을 차지한 것이 아닙니다.”

“그야 그렇지만, 이미 전쟁은 해보나마나 아닌가?”

“예. 그렇긴 하지만 중국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한국과의 전쟁은 이미 승리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이후의 일이 문제입니다. 저희는 아직 중국에 비해 전력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구로다 총리는 도조 히데키 국방장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가장 강력한 카드인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 중국과 자신들을 상대로 한국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상황이 그런지라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반도를 두고 중국과 자신들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약속대로 반반씩 나눠 가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구로다는 지금에 와서 굳이 중국과 한반도를 두고 나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원래 계획에도 나눈다는 계획은 애초에 없었지만.

그저 중국을 한국과 전쟁을 벌이도록, 그리고 자신들이 한국을 공격하기 전에 힘을 빼놓는 총알받이로 이용하기 위해 미끼를 던진 것뿐이었다.

그런데 미끼 역할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주제에 자신들의 헌신적인 로비로 미국이 지금과 같은 성명을 발표하게 만들었는데, 감히 그 열매(한반도)를 나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더욱이 자신들은 묵인해 주는 대가로 한국이 가진 기술을 미국에 넘기기로 약속하였다.

그러니 중국과 한반도를 나눈다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모든 산업체를 전시체제로 돌려 물자를 확보하라고 하시오.”

구로다 총리는 궁리를 하다 고노야마 아키라 관방장관을 돌아보며 지시를 내렸다.

일부 방위산업체에만 부여했던 24시간 생산 체제를 모든 산업체에 적용시키라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한국과의 전쟁만이라면 굳이 그런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지만, 이후 중국과의 대립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많은 군수물자가 필요하기에 그에 따른 조치였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법.

달리는 말에 채찍을 휘두르듯 모든 산업체를 전시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도 일본 전역에서 자신의 전쟁 선포에 대하여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는 있지만, 그런 것은 아예 무시하였다.

전쟁에 승리하여 한반도를 손에 넣게 된다면, 그런 일쯤은 모두 잊혀질 것에 불과했다.

아마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땅인 한반도를 자신의 대에 점령하게 된다면 시위를 하던 일본인들도 먼 훗날 칭송할 것이라 자신하였다.

더욱이 한반도 다음에는 저 넓은 대륙이다.

중국은 아직 일본을 막후에서 지배하는 신국회의 의도를 모르고 있지만, 사실 그들의 운명도 오래전과 같을 것이라 자신하였다.

“일단 마이즈루에 있는 3함대와 6함대에 비상을 거시오.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게 단단히 준비를 하라고 하시오.”

“하이!”

“참, 구레와 사세보에 있는 2함대와 5함대도 준비를 시키시오. 그리고 오미나토에 있는 4함대는 혹시나 모를 러시아의 극동 함대를 감시하라고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존 슈왈츠 대통령의 담화 이후 빠르게 전시체제로 전향하였다.

일전에 구로다 총리가 한국에 선전포고를 했을 때도 잠깐 전시체제로 전향을 하긴 했다.

하지만 뒤늦게 한국에 핵무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주춤하였다.

그러나 이제 다시 미국이 성명을 발표하고 상황이 반전되었다.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기미만 보여도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이라 규정짓겠다는 미국의 선언에 다시 본격적으로 전쟁을 추진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오랜 숙원인 안전한 땅, 그리고 오래전에 실패했던 대동아공영의 기틀을 마련할 기회라 생각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였다.

◈ ◈ ◈

같은 시각, 중국도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존 슈왈츠 대통령의 성명이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전쟁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어떤 돌발 변수로 작용할지 논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마원 사령관.”

“예!”

“이번 미국의 성명에 대해 군은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나?”

주진평은 존 슈왈츠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하여 의견을 물었다.

그에 마원 인민해방군 사령관은 긴장하며 대답했다.

“굳이 평가를 하자면, 미국의 성명은 저희 인민해방군에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습니다.”

마원 사령관의 말에 주진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근거에서 나온 판단인가?”

“네. 저희 참모부에서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된 원인은 바로 한국군이 사용하고 있는 플라즈마 실드 때문에 그렇습니다.”

“플라즈마 실드?”

“그렇습니다. 한국군은 주요한 장비나 건물에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설치하여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 인민해방군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국경인 압록강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플라즈마 실드로 방어되고 있는 전선을 뚫기 위해 각종 무기를 사용하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직 시험해 보지 못한 것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주진평 총서기는 마원 사령관이 잠시 말을 끊고 망설이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

결국 마원 사령관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바로 핵입니다.”

“핵?”

주진평은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아직 핵무기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작금의 상황을 깨달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국경을 단단하게 틀어막고 있는 한국군을 뚫을 무기가 자신들에게 없다는 사실을.

그가 생각하기에도 아무리 대단한 플라즈마 실드라 해도 핵이라면 충분히 뚫어버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주진평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핵무기를 이용해 한국군을 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미국의 워게임 결과를 알게 되었다.

중국과 한국의 멸망은 물론이고, 인류 생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킨다는 이유로 마음을 접었다.

사실 그랬기에 일본을 압박해 전쟁에 합류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일본이 참전하게 된다면 한국인들의 기질상 중국보다는 일본에 핵을 사용할 공산이 컸다.

즉, 중국은 한국이 가진 핵무기를 막을 방패로 일본을 내세우려는 계획으로 일본 정부를 압박한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핵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고, 가진 전력을 모두 투사를 할 수 있었다.

아니, 굳이 전력을 투입할 필요도 없이 핵무기로 위협을 한다면 한국이 먼저 항복을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중국은 승전국이 되어 한국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자원을 독식할 수 있었다.

굳이 핵공격을 받아 망한 일본을 챙겨줄 의리는 없는 것이다.

그런 계획으로 일본을 끌어들여 선전포고를 하게 만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미국의 대응으로 인해 전쟁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면 전쟁에서 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해방군 참모부에서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한국에는 핵무기 못지않게 엄청난 무기가 다수 존재했다.

재래식 무기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방어 무기. 일명 플라즈마 실드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미 중국 인민해방군은 교전을 통해 한국의 플라즈마 실드의 강력한 방어력을 실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교전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 국지전으로 줄였다.

굳이 소용도 없는 곳에 전쟁 물자를 소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함께 한국을 도모하기로 밀약을 맺은 일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소규모 국지전을 계속하는 것뿐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 정부와는 또 다르게 이번 존 슈왈츠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고민을 하며 이번 전쟁에 대하여 작전을 구상해 나갔다.

◈ ◈ ◈

수한은 미국에서 날아든 급보를 접한 후에 일정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루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수를 돌려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비록 그가 군인은 아니더라도 차기 대통령의 아들이 조국이 전 세계의 왕따가 될 처지에 놓였는데 신혼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루나 또한 수한과 같은 생각을 했다.

어찌 되었든 이제 로열 패밀리에 속하게 된 루나였다.

그러니 그녀 또한 이전보다 행동이나 언변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야만 남편이나 시댁에 누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상류층 인사들이 존 슈왈츠 대통령의 담화 이후 한국을 빠져나가려고 할 때, 수한과 루나, 그리고 그 가족들은 오히려 신혼여행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한 뉴스가 전파를 타고 국민들에게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역시 차기 대통령의 가족들은 다르다고 칭찬을 하였다.

물론 몇몇 부류들은 보여주기 식의 쇼에 불과하다고 떠들었지만, 어디에나 안티는 있는 것이니 그런 말은 금방 다른 뉴스에 묻혔다.

한편, 한국으로 돌아온 수한은 지킴이 회원들을 소집하였다.

수한이 이번에 지킴이들을 소집한 이유는 나라가 위급할 때 조국을 버리고 떠난 이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법적으로 근거를 만들어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사실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었다.

필요에 따라 나라에 빌붙으려는 행태를 그냥 내버려 둔다면 국가의 기치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그들을 단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상류층들은 많은 국민들의 희생 속으로 높은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국가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조국을 버리고 빠져나간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죄를 모면할 수 없었다.

한껏 혜택을 누리다 조국이 어려우니 버린다는 생각은 국민으로서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시인하는 일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을 위해 부역했던 민족 반역자들과 뭐가 다르겠는가.

해방 후, 이들 민족 반역자들을 확실하게 처단하지 못했기에 언제나 국론은 분열되었고, 민족의 정기를 세우지 못하는 천추의 한을 남기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해방 후에는 일제강점기 당시에 축적한 부를 가지고 미국에 충성 맹세를 하며 권력마저 갖게 되었다.

반대로 광복 후에 조국으로 돌아온 독립운동가들은 이미 기반을 잡은 매국노들에 의해 빨갱이, 즉 공산주의자로 몰려 또다시 고초를 겪었다.

이미 권력을 틀어쥔 민족 반역자들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도록 언론까지 장악하며 지금의 권력 기반을 이룩하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상류층 인사들도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진정한 힘을 가지지 못했다.

수한은 이번 기회에 국가와 민족을 배신한 이들이 다시는 조국에 발도 붙이지 못하도록 세밀하게 작업을 해 나가는 것이었다.

각계각층에 분포해 있는 지킴이 회원들을 총동원하여 여론을 만들고, 민족수호당을 통해 법을 제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확신을 갖고.

지킴이 회원들도 그런 수한의 뜻에 동조를 하였다.

어려움이 닥치면 모두가 뜻을 모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제 살길만 찾아 도망치는 이들을 가만 놔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 ◈

“그럼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기로 하고, 사무장님은 우리의 이런 뜻을 대통령님께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대통령님께 제가 독대를 하고 싶다고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한은 지킴이 회원이면서 민족수호당의 사무장인 김명선 의원에게 자신의 뜻을 부탁했다.

민족수호당의 막후 실력자가 바로 수한이지 않은가.

수한이 윤재인 대통령과 독대를 하려는 이유는 사실 별거 없었다.

존 슈왈츠 미국 대통령의 담화로 인해 힘들어할 윤재인 대통령을 위로하는 한편,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알려줘 혹시나 모든 것을 포기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을 돌리려는 목적에서였다.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면서 그 자리를 대체한 발전소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려는 의도에서였다.

방어 무기인 동시에, 때로는 강력한 공격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옛 원자력발전소 자리에 건설되어 있었다.

윤재인 대통령이나 대한민국 국민들, 그리고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이 방사능 누출의 위험이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고, 그 자리에 천하에너지에서 방사능 누출의 위험이 없는 플라즈마 발전소를 건설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수한이 설계한 플라즈마 발전소는 그저 내부에 있는 중요한 시설을 숨기기 위한 겉치레에 불과했다.

아니, 내부 중요 설비를 작동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시설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평상시에는 민간에 공급하고 필요 시 해당 장치에 전력을 공급하여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일은 보안이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라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도 전체를 알리지 않고 그저 일부분만 알리고 시공을 하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윤재인 대통령도 이 시설들의 진정한 목적을 알아야 할 때였다.

원래는 북한의 핵무기를 방어하기 위해 수한이 비밀리에 설계를 한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반도 내 비핵화 선언을 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공동으로 했으면서도 나중에 번복하고 핵무장을 하였다.

때문에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잠시 사이가 소원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발사체는 물론이고, 잠수함에서도 발사가 가능한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다.

재래식 전력에서는 대한민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핵무기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수한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북한의 핵무기를 방어할 무기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천하에너지에서 발전소 건설을 수주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법을 이용해 원자력발전소의 발전량을 능가하는 신개념 발전소로 대체하게 되었다.

괜히 원자력발전소를 남겨두었다가 테러라도 벌어졌다가는 핵폭탄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방사능 누출 위험과 테러 위협이 존재하는 원자력발전소를 잠정적으로 한반도에서 퇴출시키고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 대한민국을 위협할지 모르는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한반도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발전소 시설을 완공한 것이다.

게다가 수한이 개발한 플라즈마 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또 폐기물이 없기에 폐기물 처리 비용도 들지 않아 훨씬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수한은 대통령과 독대를 하게 된다면 이러한 사항을 알려주어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도 수세적인 자세를 취하지 말고 보다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길 바랐다.

◈ ◈ ◈

청와대.

수한이 대통령과의 독대를 부탁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자리가 마련되었다.

사실 윤재인 대통령은 김명선 사무장을 통해 독대 요청을 들었을 때 무척이나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킴이란 단체가 오래전부터 존재를 해왔으며, 한민족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과,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 활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엄청난 단체의 수장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며, 불과 30살도 되지 않은 젊은이라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이거, 제가 더 놀랄 일이 있나요?”

윤재인 대통령은 수한과 독대를 하는 자리에서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물론 그건 아무런 의미 없이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꺼낸 말이지만, 비밀 이야기를 하려고 온 수한은 윤재인 대통령의 물음에 잠시 멈칫하였다.

그런 수한의 모습에 윤재인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였다.

그저 가벼운 농담을 던진 것뿐인데 상대가 정말로 놀랄 만한 내용을 가지고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요즘 정말로 놀랄 것이 많은데, 수한이 또 얼마나 큰 충격을 줄 만한 내용을 가지고 왔는지 자신도 모르게 호기심이 들었다.

“휴, 이거참… 제가 먼저 독대를 요청했으면서도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있었네요. 그런데 역시나 대통령님이시라 그런지 감이 좋으십니다.”

수한 또한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대통령님과 독대를 요청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대통령님의 걱정거리를 해결해 드리기 위해서 찾아뵌 것입니다.”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시겠다고요?”

“예.”

밑도 끝도 없는 수한의 말에 윤재인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 걱정거리를 어떻게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지요?”

윤재인 대통령은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도저히 짐작 가는 바가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통령님도 천하 에너지에서 건설한 플라즈마 발전소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난데없이 발전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수한의 의도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사실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주목적은 북한의 핵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건설한 것입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발전소가 핵무기 방어 시설이라니요?”

윤재인 대통령은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수한의 선언에 잠시 멍해 있다가 물었다.

발전소라고 알고 있던 시설이 사실은 핵무기를 방어하는 무기라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윤재인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로 물었다.

“예. 지상에 있는 건물은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지하에는 또 다른 시설이 있는데, 에너지를 공급하면 핵무기를 방어하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격 무기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최대 5,000㎞ 떨어진 목표까지 타격이 가능한 비밀 무기입니다.”

수한은 담담하게 플라즈마 발전소 지하에 설치된 장치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그런 무기가 있습니까?”

방어 무기인데 공격 무기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수한의 말에 윤재인 대통령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수한은 윤재인 대통령이 잘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을 눈치챘다.

하긴 뜬금없이 비밀 무기가 있다고 하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그저 자신이 그동안 보여준 성과가 있기에 겉으로 내색하지 않을 뿐이었다.

수한은 한참 동안 플라즈마 발전소 지하에 설치한 설비의 기능과 그 이유에 대해 찬찬히 설명해 나갔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윤재인 대통령은 얼굴이 확 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존 슈왈츠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금지 발언은 대한민국에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세계인들은 중국보다는 한국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것이라 여겨 온갖 압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윤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너무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테러를 당하고, 중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선전포고를 당했다.

정작 테러를 주도한 중국이 도리어 성을 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맹이라고 믿었던 일본이 중국을 사주해 한반도를 집어삼키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는 정보도 포착했다.

그렇게 사전에 음모를 알아차렸기에 지금까지 별다른 피해 없이 잘 막아냈다.

그런데 혈맹이라고까지 떠들어 대던 미국이 결정적으로 대한민국의 뒤통수를 세게 쳤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처음 중국의 선전포고 때는 슬쩍 발을 빼더니, 일본마저 뒤통수를 치고 나오자 중재는 하지도 않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발표를 한 것이다.

사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립무원이요, 사면초가의 형세라 할 수 있었다.

어디에도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줄 친구 하나 없고, 모두 희생을 강요하는 자들만 있었다.

미국 대사를 불러 호통을 쳐보기도 했지만, 그는 뻔뻔스럽게 윤재인 대통령을 무시하였다.

아니, 무시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협박을 했다.

물론 윤재인 대통령도 참고 있지만은 않았다.

최후의 순간, 대한민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가장 먼저 날아갈 곳은 미국이 될 것이라 경고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윤재인 대통령의 속은 그리 통쾌하지 않았다.

그로써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업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하루 종일 고심을 하고 있는데, 수한이 자신의 고민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선물을 가지고 찾아와 준 것이었다.

정말이지, 그가 나서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었다.

“대통령님, 그런데 저희가 이번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단기전으로 끝내야 합니다.”

“단기전이요?”

윤재인 대통령은 수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한은 윤재인 대통령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 대한민국과 중국, 일본의 전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였다.

각국 군대가 보유한 비축 물자와 생산력에 대하여.

대한민국이 아무리 발전을 하고 있는 중이라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생산력을 따라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였다.

그런데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보급이 끊어져 중국과 일본에 밀리게 되고 만다.

이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며 들려주자 윤재인 대통령도 그제야 납득이 가는 듯했다.

아무리 국군의 무기가 중국과 일본의 것보다 월등하다 해도 결국 보급이 끊어지면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잘될 것이다.

상대보다 공격력이 높은 유닛을 다수 가지고 있다 해도 장기전으로 간다면 멀티가 많은 사람이 결국 게임에서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멀티가 많다고 게임에서 무조건 승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력이 뒷받침되기 전에 끝장을 보면 상대는 이렇다 할 시도도 하기 전에 항복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상대가 보급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생산 기지를 파괴하는 방법도 있다.

하여 수한은 지금 그에 대한 방법을 윤재인 대통령에게 제시하는 것이었다.

구 북한이 양성해 놓은, 엄청난 숫자의 특수부대원.

많은 이들이 전역을 했지만, 여전히 군에 남아 있는 자들과 지킴이 PMC처럼 준군사 기업에 흡수된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그들은 현역 때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수한은 그들을 중국이나 일본에 침투시켜 군수물자 생산 시설에 대한 파괴 공작을 제안하였다.

윤재인 대통령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음, 어차피 전시 상황이니 교전국에 대한 테러도 당연한 것이지. 그동안 내가 그런 생각을 못했다니…….’

현재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막아내야 하는 대한민국의 입장으로서는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그 방법이 굳이 테러라고 해서 사용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뭐, 민간에 대한 테러는 지양해야 하겠지만, 해당 시설이 전쟁 수행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당연히 파괴해야 할 목표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현재는 전시(戰時)가 아닌가. 어느 정도의 민간인 피해도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지금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형편이니 한 국가의 원수로서 윤재인은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리라 다짐했다.

생각을 마친 윤재인은 길성준 비서실장을 불러 군 수뇌부 회의를 지시했다.

옆에 있던 수한 역시 윤재인 대통령의 행동을 보며 거들기로 마음먹었다.

“저희 지킴이 PMC도 조국을 위해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

다부진 표정으로 말하는 수한의 태도에 윤재인 대통령은 말없이 힘차게 손을 잡았다.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해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수한은 그저 작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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