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104화 (104/118)

4. 전쟁의 서막 1

지킴이 PMC 평양 본사.

지금 이곳은 무척이나 분주한 상황이었다.

중국의 선전포고 소식이 전해지자 지킴이 PMC와 같은 민간 군사 기업이나 경호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언제 동원령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저마다 무장을 갖추고 대기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일부 지킴이 PMC 직원들은 현재 어딘가로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정부의 의뢰를 받아 개성 테러의 범인인 IS의 지도부를 처리하기 임무를 부여 받은 상태였다.

지상의 직원들이 이처럼 중동으로의 파견으로 분주할 때, 지킴이 PMC 본사 지하에서도 다른 의미로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위성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수한은 지킴이 PMC 본사 지하에 위치한 위성 통제실로 들어서며 문익병 사장에게 물었다.

“예. 현재 직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중동 지역에 대한 정보 수집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킴이 PMC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 위성 다섯 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비상시 국방부와 협조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기에 평소에는 지킴이 PMC 본부에서 위성 운영을 하는 것이다.

그랬기에 지킴이 PMC에서는 두 대의 위성으로 중동 전체를 살피고, 3대는 한반도 상공에 띄워 24시간 내내 대한민국의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사실 지킴이 PMC에서 운용하는 위성은 다섯 대가 아니었다.

정부에는 다섯 대라 신고하였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많은 여덟 대의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신고에서 누락시킨 세 대의 인공위성은 국제조약으로 금지되어 있는 공격용 위성이기 때문이었다.

우주 공간에서 지상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는 국제조약을 통해 철저히 금지된 품목이었다.

물론 국제조약에 따르면 그런 위성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러시아 등의 국가는 비밀리에 지상 타격 군사위성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이미 그러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기에 국제조약을 악용하여 후발주자들이 쫓아오지 못하게 금지를 시킨 것일 뿐이었다.

그러한 논리는 핵무기 보유국에 대한 내용과 별다를 바가 없었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제 편한 대로의 논리인 것이다.

어찌 됐든 그런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레이저 공격 위성이나 운동에너지를 이용한 타격 무기 등은 이미 오래전에 개발되어 지구 주변을 돌고 있었다.

수한은 그러한 정황을 알아내 대한민국도 그에 대비하기 위해 공격용 무기를 가진 위성을 상공에 띄워 올렸다.

정말로 만일에 대비한 것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에 알리지 않은 이유도 나름 타당했다.

대한민국 상류층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익을 저버리고 기밀을 외국으로 팔아넘기는 이들이 너무도 많았다.

실제로 툭하면 뉴스에 나오는 것이 바로 군장성들의 비리 소식이었다.

국가의 안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오히려 국가 비밀을 넘기거나 리베이트를 받아 사욕을 챙기는 것이다.

한데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국가 기밀을 누설한 정황이 드러나도 정작 처벌 받는 이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반역에 준하는 죄인데도 국민의 관심이 멀어졌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처벌도 없이 스리슬쩍 넘어가는 것이다.

더욱 웃긴 점은 처벌을 받는 이는 오히려 비리 사실을 고발한 하급자라는 사실이다.

명령 체계를 무시하여 위계질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는 고발을 당하는 주체에게 미리 알리고 조치를 취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에

그런데 더욱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그렇게 국가 기밀을 외부로 누설했다는 정황이 밝혀졌지만 정착 처벌을 받은 이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사정이 그러다 보니 지킴이 PMC에서는 세 기의 위성을 비밀리에 관리하는 것이었다.

이 군사용 위성들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국민을 지키기 위해 사용될 것이다.

비록 대한민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상대가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핵무기를 쏘아댄다면 막을 수단이 없었다.

그렇기에 수한은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준비를 한 것이다.

물론 그러한 수한의 대비는 비단 지킴이 PMC가 보유한 비밀 위성 세 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위성과는 별개로 천하 에너지에서 운용 중인 방어 무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방부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바였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선 90% 진실에 10%의 거짓을 숨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상대가 진실이라 믿게 함으로써 감추고자 하는 비밀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한은 천하 에너지가 운용 중인 방어 무기에 대한 존재를 살짝 흘리며 지킴이 PMC에서 운영하는 위성의 존재를 숨겼다.

물론 영원한 비밀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는 공개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대한민국과 한민족에게 크나큰 위기가 닥쳤을 때일 테니, 그런 상황에서는 숨기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다.

수한은 만약 국제사회가 국제 협정 위반을 내세워 질타를 해온다면 그것을 무마할 방법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국제협약을 이끌어낸 미국과 러시아 등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였다.

이미 수한은 해당 국가들이 우주 공간에 군사용 위성들을 다량 올려놓은 증거를 확보하였다.

그랬기에 우주 공간에 군사위성을 띄우면서도 수한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아무튼 수한은 현재 지킴이 PMC 지하 위성 통제실에서 직원들이 위성을 운용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실 중동에서 지킴이 PMC들이 IS를 상대로 막대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이유도 다른 게 아니었다.

이곳 위성 통제실에서 실시간으로 IS의 상황을 지켜보며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수한이 이곳 위성통제실을 찾은 것은 다른 목적에서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크나큰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세계 초강대국 중 하나인 중국이 전쟁을 선포를 한 탓이었다.

아무리 최신형 무기를 개발해 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전군에 최신 무기가 보급된 것은 아니었다.

또 보급이 되었다 해도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전술 운용의 연구가 필요하다.

즉, 대한민국 국군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상황이 그러니 수한으로서는 정부의 의뢰를 빠른 시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이 세워졌다.

“문 사장님, 정부의 의뢰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고 대기를 해주세요.”

“중국 때문에 그러십니까?”

“예. 이번에 중국이 선전포고를 하고 심양과 청도에 인민해방군이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수한의 말처럼 중국의 군사력은 재빠르게 행동에 들어갔다.

심양으로는 육군이 집결하고 있으며, 청도에는 중국 북해 함대와 동해 함대가 합류하고 있었다.

“그럼 만약 중국과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저희는 국군을 도와 중국군을 막는 것입니까?”

문익병 사장은 수한의 의도를 확인하기 위해 대처 방안을 물었다.

하지만 수한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천만 뜻밖의 말이었다.

“아닙니다. 중국 정도는 현재 우리 국군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지만 말입니다.”

“변수요? 그렇다면 박사님은 무슨 변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중국 동해 함대가 대치하고 있는 일본 함대를 놔두고 북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문익병 사장은 잠시 고민을 해보았다.

그러다 곧 어떤 의미인지 깨닫고는 눈을 치켜떴다.

“설마!”

뭔가 자신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토의 해석을 두고 싸우던 중국과 일본인데, 설마 그들이 손을 잡기야 하겠느냐는,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라 여겼는데…….

수한은 문익병 사장의 생각이 맞을 거라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생각하시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수한의 단호한 말에 문익병 사장의 눈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그런데 제가 직원들을 대기시키는 이유는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본의 움직임이 수상한 것은 맞지만, 더욱 중요한 건 미국이 이 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까지…….”

이어진 수한의 말에 문익병 사장은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미국은 이번 중국의 선전포고에 유감이란 성명을 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맹인 우리나라에 군대를 파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한의 말처럼 미국은 즉각적으로 중국에 대한 유감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그게 끝이었다.

따로 어떠한 조처를 취하겠다는 언급은 일절 없었다.

그저 중국과 한국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니 사용 자제를 종용할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미국의 제스처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전쟁을 치르는 나라는 승리를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패전이 육박했을 때, 최강의 무기인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전쟁에서 패배하면 국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도 그렇고, 대한민국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최후의 순간에 핵을 사용할 공산이 컸다.

그러니 미국의 바람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다만, 미국이 형식적인 유감 성명이나마 표명한 것은 동맹국인 한국에게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인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동맹들이 미국에 등을 돌릴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한은 그런 미국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미국 또한 중국이나 일본과 밀약을 맺었을 거라 판단했다.

“어쩌면 미국도 이번 전쟁에 관여했을 수도 있습니다.”

“네?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래도 미국은 이번 일에 방관하는 대가로 중국이나 일본에게 어떤 약속을 받은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사면초가(四面楚歌),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였다.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일본이 야욕을 드러낸 상황.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이를 중재해야 하는 게 미국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어떤 제의를 받은 것인지 그저 유감 표명만 하고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 중 하나인 러시아만이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데, 러시아는 자국의 문제가 워낙 산적해 있는 상태이다 보니 당장은 논외 대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감시를 끈을 놓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러시아 역시 언제 한반도의 상황에 숟가락을 걸칠지 모르는 탓이었다.

막말로 2차대전 당시 러시아의 전신이었던 소련은 일본과 상호불가침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에 밀려 본토가 공격을 받을 때쯤엔 협약을 무시하고 한반도로 진입하였다.

당시 한반도는 일본의 영토나 다름없는 상태였는데, 당시 소련은 일본을 공격하기 위해 군사력을 남하시킨 것이다.

그로 인한 결과가 바로 38도선의 설치였다.

일본이 항복하기 전에 한반도로 들어선 소련은 북위 38도를 경계로 미국과 대치하게 되었다.

이후 한반도는 둘로 나뉘어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국이 군정을 실시하였다.

그런 전례가 있다 보니 아직까지 아무런 성명 발표가 없다고 안심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당연히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인 것이다.

“참, 그런데 회사가 보유한 물량은 얼마나 됩니까?”

현재 대한민국의 군수산업들은 비상 체제로 돌입해 24시간 내내 군수물자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생산된 군수물자는 각 군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었다.

이미 중국이 전쟁선포를 한 상태이기에 한시도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제 군수물자가 부족해질지 모르는 일이기에 최대한 많은 물자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당연히 지킴이 PMC도 어느 정도 물자를 확보해 놔야 했다.

더욱이 지킴이 PMC에서 사용하는 물자는 특별한 것이기에 다른 곳에서 생산된 물자로 대체할 수도 없었다.

천하 디펜스와 천하 중공업에서 생산하는 무기와 특수차량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한데 현재로서은 국군에서 주문한 물자를 생산하는 것만으로 벅찬 상태였기에 수한이 확인 차원에서 물은 것이었다.

“다행히 저희가 사용할 분량은 충분합니다. 다만, 차량은 군의 요구에 밀려 아직 주문한 분량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생산된 것도 군에 먼저 보급을 해야 하는 관계로 징발되었다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문익병 사장의 보고에 수한은 인상을 살짝 구겼다.

무기는 충분하지만 병력을 운용할 운송 수단이 부족한 것이다.

수한이 보기에도 지킴이 PMC는 최정예였다.

현역 군인들보다 전투력 측면에서 월등한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각 개인에게 지급된 파워 슈트만 해도 철갑탄과 같은 특수한 중화기가 아니면 타격을 받지 않았다.

웬만한 무기로는 지킴이 파워 슈트를 뚫고 PMC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지킴이 PMC는 임무와 훈련을 병행하고 있기에 현역 때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집도 꾸준히 이루어졌기에 현재 지킴이 PMC의 직원 수는 2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특수부대원 2만 명이면 무려 군단 급의 전력이라 볼 수 있었다.

파워 슈트라는 특수 무장이 기본이다 보니, 그 파괴력은 보병 군단을 아득히 능가하는 전력이다.

물론 쿠웨이트나 중동 지역에 파견 나간 직원들을 제외하고 현재 한반도에 있는 인원은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막강한 전력임은 마찬가지였다.

파워 슈트를 전술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지구상에 지킴이 PMC만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초강대국 미국도 일부 특수부대에서 운용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일부에 불과했다.

지킴이 PMC처럼 대규모 부대가 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파워 슈트의 가격이다.

수한이 지킴이 PMC에 지급하는 파워 슈트는 원가가 얼마 들어가지 않는 물건이다.

파워 슈트를 만드는 소재나 구동시키는 시스템 등 모든 것을 수한이 직접 개발하였기에 실제로 제작 단가는 수한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수한이 개발한 파워 슈트보다 훨씬 떨어지는 성능임에도 생산 비용은 1대당 천만 달러에 육박했다.

그래서 미국은 파워 슈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보다 저렴한 엑소 스켈레톤(Exo Skeleton)나 엑소 슈트(Exo Suit) 같은 외골격 슈트를 보급하고 있었다.

파워 슈트처럼 강력한 힘이나 방어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장시간 행군이나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것도 결코 싼 장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장비들을 보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게 거듭 연구를 하는 중이었다.

사실 수한도 마법이라는 능력이 없었다면 이처럼 저렴하게 파워 슈트를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1만여 지킴이 PMC 직원들만으로 충분히 중국의 인민해방군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수한은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을 사용해 대한민국과 한민족을 지킬 것이다.

◈ ◈ ◈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안전 보장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오늘의 회의 주제는 평소와 달랐다.

미국의 경제 문제나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IS와의 전쟁에 관한 사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의 테러 위협이나 남미의 마약 카르텔 문제도 아니었다.

오늘 백악관에서 회의가 열린 것은 바로 동북아시아의 정세 때문이었다.

동북아시아는 미국으로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역이다.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정학적으로 무척이나 중요한 곳인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항상 영향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한데 최근 들어 이 지역의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미국의 서부 지역 최전방이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정세가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다.

미국의 뜻과 달리 덜컥 통일을 해버리더니, 급속히 발전을 이뤄 나갔다.

그 과정에 미국은 아무런 수도 쓸 수가 없었다.

몰래 손을 쓰려고 해도 허탕만 치고 말았다.

언제 그렇게 발전을 했는지 대한민국은 미국의 몹쓸 시도를 철저하게 막아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온갖 증거를 들이대며 역으로 항의를 해왔다.

이는 미국으로서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였다.

그럼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자신들이 맞기에.

걸리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상관없다고 잡아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최정예 요원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한국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조리 붙잡혔다.

차라리 격전을 벌이다 죽기라도 했다면 오히려 자국민을 살해했다고 덤터기를 씌울 수라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족족 생포를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로 인해 몇몇 고위 인사가 책임을 물어 좌천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미국의 기침 한 번에 벌벌 떨던 약소국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미국도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물건들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했다.

미국은 그저 손가락을 문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욕심은 나지만 방도가 없었다.

갖은 수단을 동원해 수한을 미국으로 데려가려 하였지만, 모든 시도가 실패하였다.

그 때문에 미국은 오히려 막다른 곳에 몰리게 되었다.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과 미국의 고위층에서는 이미 그런 문제로 인해 몇 번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미국은 한국에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만 했다.

그렇게 한국은 차근차근 발전을 해 나가며 자력으로 70여 년 만에 민족의 염원이던 통일마저 이루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저력이 숨어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한데 그런 대한민국을 상대로 중국이 전쟁을 선포하였다.

수많은 인구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압도하는 중국과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한국.

사실 미국의 입장에선 두 국가의 전쟁은 손해나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은 오랜 혈맹인데다 팽창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국가로, 미국의 본토 방위에 없어서는 안 될 나라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데다 만약 전쟁으로 인해 경제가 망가지면 미국 역시 크나큰 위기에 빠지고 말 것이다.

아니,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숨을 죽인 채 중국의 선전포고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말론 국장, CIA에선 이번 중국의 선전포고를 어떻게 보고 있나?”

존 슈왈츠 대통령이 말론 CIA 국장을 보며 물었다.

이번 전쟁의 전개가 어떻게 이어질지 파악하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런 대통령의 질문에 말론 국장은 더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중국과 한국의 전쟁은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 어째서지? 일본도 끼어들 것이라 하던데 말이야.”

슈왈츠 대통령은 중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면에 어떤 배경이 깔려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중국의 선전포고는 일본의 사주라 볼 수 있었다.

일본은 지금 심각한 국가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진이나 화산 같은 자연재해는 일상적인 일과 다름없는 일본이지만, 문제는 날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심각해진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본토의 안녕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이는 전적으로 자승자박이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일본 정부는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국토에 걸쳐 핵발전소를 건설했다.

한데 지진이나 화산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예전의 안전 대책을 넘어서는 위력을 보이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쓰나미로 인해 참사가 빚어진 후쿠시마의 사례가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것이다.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현재 일본은 후쿠시마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 차원에서 필사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있지만, 일본 전 지역이 방사능 문제에 있어 안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본의 지도층은 본토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안전한 땅을 갖기를 소망했다.

사실 일본은 오래전부터 그런 땅이 있음을 잘 알고 있고, 한때 그 땅을 지배한 적도 있었다.

그랬기에 일본 정부는 통일이 된 한반도 땅을 다시 한 번 욕심냈다.

그 과정에서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에 로비를 하여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하더라도 묵인해 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그 대가로 일본은 많은 것들을 약속하였다.

일본이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를 탕감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이 원하는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이전해 주기로 하였다.

물론 기존 한국이 가진 지정학적 위치의 역할을 그대로 계승하여 미국 본토를 지키는 데 적극 협조를 하겠다는 약조도 맺었다.

일본의 로비는 결국 결실을 맺었다.

미국 정계가 일본의 조건을 수용한 것이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직접적인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한반도가 어떻게 되든 별 상관이 없었다.

아니, 사사건건 신경이 쓰이는 한국보다 오히려 말 잘 듣는 일본이 미국의 입장에선 오히려 더 나은 것일 수도 있었다.

다만, 거기에도 걸리는 부분은 있었다.

일본이 자신들에게만 로비를 한 것이 아닌 탓이다.

중국에도 로비를 하여 함께 한국을 도모하기로 밀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선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일본의 태도가 썩 달갑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슈왈츠 대통령도 찜찜한 기분을 끝내 떨쳐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저 적절한 때 자신들이 개입하여 중국이 한반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말론 국장의 대답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한국의 전력으로는 어떻게든 장기전으로 가져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중국의 편을 들으면 한국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어떤 근거로 조금 전 그런 말을 한 것인가? 혹시 우리가 모르는 저들의 숨겨진 전력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저희가 파악한 것만도 두 곳이나 됩니다.”

“아니, 우리가 모르는 한국의 전력이 두 군데나 된다니, 그곳이 어딘가?”

사실 오래전부터 미국은 한국의 전력에 대하여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고 있었다.

그럴 수 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한국의 군 장성이었다.

친미 성향의 군 장성들은 한국군의 배치에서부터 장비 구입에 관한 것까지 세세하게 미국에 알려주곤 했던 것이다.

아무튼 슈왈츠 대통령은 새로운 전력이라는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대답을 재촉했다.

“일단 정규군은 아니지만, 다들 알고 계시는 지킴이 PMC가 있습니다.”

“아, 지킴이 PMC. 그들이 있었지…….”

슈왈츠 대통령이나 NSC 위원들은 자신들도 잘 알고 있으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한국의 전력을 그제야 기억해 냈다.

“비록 그들이 정규군은 아니지만, 그들의 전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미 중동 지역에서 IS를 상대로 그들이 이뤄놓은 성과만 봐도 엄청나니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말론 CIA 국장의 말이 이어질수록 NSC 위원들과 슈왈츠 대통령의 입은 쩍 벌어졌다.

그만큼 말론 국장의 들려주는 내용이 엄청난 탓이었다.

“2023년, CIA가 한국에서 비밀 작전을 벌이던 특수팀이 생포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CIA는 창립 이후 미국을 위해 상당히 많은 작전들을 펼쳐 왔다.

그중에는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될 극비 임무도 무수했다.

물론 대부분의 작전들은 성공을 거뒀지만, 실패한 사례도 존재했다.

그런 가운데 CIA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작전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동맹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펼친 작전이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빼돌리는 임무.

그리 어렵지 않게 성공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CIA는 대실패를 맛봐야만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미군도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사용할 수는 있었다.

덕분에 많은 장병들의 생명을 구하기는 했고.

하지만 그 작전으로 인해 미국은 많은 손해를 보았다.

아니, 손해도 문제지만 동맹국을 상대로 비밀 작전을 펼쳤다는 것으로 인해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국의 입장에서도 미국에 얻어낼 것이 많아 다른 나라에는 그러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튼 말론 국장은 CIA 국장으로서 자신의 허물일 수도 있는 사례를 언급하며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의 생각을 일깨웠다.

“그 당시 저희 특수팀은 메타 물질이라는 특수 장비를 사용하여 침투를 했음에도 모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당시 한국의 특수부대는 우리도 겨우 개발에 성공하여 특수부대 일부에서만 운용 중인 파워 슈트를 보다 진보된 형태로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말론 국장은 2023년 당시 CIA 처리팀이 귀국 후 진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전을 복기했다.

그러고는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의 파워 슈트가 자신들이 개발한 파워 슈트보다 더욱 진보된 형태의 것이라 판단을 내렸다.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의 예상과 달리 몇 세대 더 진보한 형태였지만 말이다.

사실 그 부분에서도 말론 국장이나 CIA 분석관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당시 CIA 처리팀을 생포한 것은 대한민국의 특수부대가 아닌,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였다.

그리고 뒤늦게 윤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대통령 직속 부대인 SA에 당시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가 착용하던 파워 슈트의 다운그레이드 제품이 보급되었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완벽하게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당시 그 특수부대가 중국이나 일본의 수뇌부를 암살한다면 그 순간 전쟁은 끝이 납니다. 중국과 일본으로서는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음, 확실히 그런 자들도 있었지. 그럼 우린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나?”

슈왈츠 대통령의 질문에 말론 국장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처럼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태를 지켜보다 적당한 때에 끼어들어 중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던 바와 비슷한 결론을 내리는 말론 국장의 말에 슈왈츠 대통령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조금 전 자네의 말과 조금은 다른 것 같은데?”

조금 전, 말론 국장은 비밀 전력이 있으니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한국이 더 유리하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지금 그가 하는 말은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슈왈츠 대통령으로서는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희 CIA 전쟁 시나리오 작가들의 판단에 따르면,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끝장을 보지 않고 적당한 때에 타협을 맺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두 나라가 적당한 때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것이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입니다.”

말론 국장의 제안에 슈왈츠 대통령이나 NSC위원들은 모두 생각에 잠겼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였다.

그러니 아무리 일본이 미국에 많은 이득을 챙겨 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해도 그 말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단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면의 약속은 무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는 말처럼 일본이 과연 약속을 지킬지 의문인 것이다.

물론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약속을 어길 배짱이 일본에게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아무튼 어떤 것이 미국의 입장에서 최대의 이득인지 그들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 ◈ ◈

북경.

한국에 선전포고를 한 중국 정부는 매일같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도 중국의 일방적인 선전포고에 연일 대책 회의를 열고 있지만, 사정은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꼬임에 넘어가 덜컥 선전포고를 하기는 했지만, 뒤늦게 자신들이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한국은 자신들로 인해 2025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비록 구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지만, 한국 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비밀리에 보유하고 있다가 기회가 되자 중국의 입을 통해 그 사실을 세계에 알리며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였다.

핵확산 금지 조약에서 벗어난 경우였기에 미국이나 기존의 핵무기 보유국에서 어떤 제제를 하려고 해도 꼬투리를 잡을 구실이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 NPT 가입국인 중국이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다고 하였으니, 어쩔 수 없이 다른 가입국들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중국 지도부는 연일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일을 어떻게 처리하기에 이런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말을 하는 것인가!”

주진평 총서기는 호통을 치며 장내를 둘러보았다.

서슬 퍼런 주진평의 기세에 위청산이 목을 움츠렸다.

이번 전쟁에 적극 찬성을 했던 그로서는 큰 패착이 아닐 수 없었다.

위청산은 욕심에 눈이 어두워 한국을 공동으로 점령하고 그들이 가진 기술들을 차지하자는 일본의 말에 홀라당 넘어갔다.

그런데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자 앞이 막막했다.

자신이 생각하던 장밋빛 미래는 아침 햇살을 받은 물안개마냥 사라지고 말았다.

막말로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다 해도 한국이 최후의 순간에 죽기 살기로 핵무기를 날린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빤했다.

자신들이야 목표로 하는 것이 많다 보니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지만, 한국은 아니었다.

사실 한국은 몇 년 뒤면 한반도에 버금가는 땅을 중국으로부터 할양 받을 예정이었다.

그때쯤이면 한국의 인구 또한 1억 명이 넘어갈 테니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굳이 외부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가만히 있는 한국을 먼저 건드리는 입장이 되었기에 한국으로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선전포고를 뒤로 무를 수도 없고…….

중국으로서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처지에 놓인 셈이었다.

전쟁을 하자니 얻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그냥 물러나자니 전 세계에 큰소리를 쳐놔서 체면을 구기게 생겼으니, 정말이지 난감한 것이다.

총서기인 주진평의 입장에선 더욱 그러하였다.

그동안 탄탄하게 권력 기반을 다져 놨는데, 2025년 한 번 실기를 하였다.

그 때문에 주진평은 대규모 숙청을 단행한 아픔이 있었다.

물론 희생양을 내놓아 주진평의 권력 기반에는 그리 큰 충격은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로 인해 동지였던 리창준이 숙청을 당하지 않았는가.

만약 이번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을 시에는 주진평 자신의 지위도 안심할 수 없었다.

정적에게 빌미를 제공해 권좌에서 물러날 수도 있기에 그는 지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심양 군구의 괴멸 이후 주진평은 권좌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의 팽창정책을 과감히 포기했다.

눈물을 머금으며 자치구들을 독립을 시키고 내실을 다졌다.

그런데 이렇게 어이없게 실기를 하게 될 줄은 주진평으로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바였다.

어떻게든 실기한 것을 만회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일단 한국에 선전포고를 했으니 어떻게든 전쟁에 승리를 거둬 자신의 실수를 덮어야만 했다.

만약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 뒷감당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자신의 실각(失脚)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일본의 계략에 속은 것 같습니다.”

“일본의 계략?”

“예. 저희가 선전포고를 하면 일본도 뒤이어 한국에 선전포고를 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조용한 것을 보니, 어쩌면 일본은 우리와 한국을 싸움 붙이고 어부지리를 노린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전인대 상무위원인 장거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하였다.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였다.

일본은 중국과 한국이 치고받고 싸울 때 뒤통수를 쳐 어부지리를 취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중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서기장 동지,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일본에게 태도를 확실히 취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번에는 중앙 기율 검사위원회 서기인 장지량이 한마디를 보탰다.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는 일본에게 결정을 종용하자는 의견이었다.

장지량의 말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한국에 선전포고를 한 것은 중국뿐이었다.

정작 한국을 도모하자고 말을 꺼낸 일본은 테러가 발생한 뒤 그저 뒤로 물러서 중국이 선전포고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자신들은 최대한 피해를 덜 받겠다는 태도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에 선전포고를 한 뒤, 대외적으로 고립되어 갔다.

테러라는 비극에 위로를 하지는 못할망정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에 선전포고를 한 중국에 대하여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산 물건에 대한 불매운동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함께 테러를 모의했던 일본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아니, 우습게도 무역수지 쪽에서 소폭 흑자를 올리고 있었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중국산 물건들의 판매가 부진한 틈을 타 일본산 제품들이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일단 심양에 모인 부대를 한국과의 국경 근처로 전진 배치하여 저들의 상태를 점검하기로 한다. 그리고 위청산 부총리는 일본으로 가서 엄중 항의를 하고 태도를 확실하게 취하라 경고를 하시오. 만약 일본이 우리와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한국이 아닌 일본과 일전을 벌이겠다고.”

주진평은 일단 부대를 움직여 한국군의 상황을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와 동시에 위청산 부총리에게는 일본 정부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만약 일본이 약속을 저버린다면 주진평은 참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의 전모가 일본의 음모임을 밝힌 후 한국과 손을 잡고 일본을 공격하든, 아니면 중국 단독으로라도 일본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경고였다.

위청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현재 상황으로서는 주진평이 한 말이 정답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일본의 태도를 보고 나서 움직이는 것이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었다.

비록 중국에 미치지는 못해도 한국 또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다.

반면, 일본은 경제는 대국일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핵무기는 없었다.

아무리 최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핵무기와는 끼치는 영향력이 확연히 달랐다.

최고 상무위원들의 회의가 끝나고, 임무를 받은 위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진평 총서기가 지시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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