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102화 (102/118)

2. 테러 발생

파주, 국군 무기 시험장.

커다란 벙커 안에서는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어떤 기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회색빛 정비복을 입은 엔지니어들이 비행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자자, 서두르자고. 곧 대통령님과 귀빈들이 우리 귀염둥이를 보기 위해 오신다고 하니, 어서 마무리하자고!”

반짝이는 은회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을 보며 소리쳤다.

은회색 정장을 입은 이는 바로 천하 디펜스의 상무이사인 정수현이었다.

X―4의 성능 시연의 사회자로 내정된 정수현은 대통령과 귀빈들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 시연을 보일 X―4는 그동안 시험에 참여한 다섯 기의 프로토타입 중 정비를 하기 위해 라이프 메디텍 파주 연구소에 입고된 1기를 뺀, 총 4기였다.

이번에 귀빈들을 모시고 선보일 것은 수직 이착륙에 대한 시범비행이었다.

미국의 통합 지원 전투기인 F―35나 이제는 유물이 되어버린 영국의 AV―8 헤리어처럼 X―4는 수직 이착륙도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였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그 효용성이 이루 말을 할 수 없이 다양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먼저 일반 비행기들처럼 이륙하기 위해 긴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몰래 숨어 있다가 갑자기 등장을 할 수가 있으니 그 어떤 작전에도 유용했다.

그런 이유로 X―4의 시연이 끝난 뒤 내외국의 귀빈들이 보일 반응을 예상하며 정수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다들 놀라다 못해 넋이 나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벙커 한쪽에 마련된 단상에서 준비한 원고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정수현은 재차 연습을 했다.

국군 무기 시험장 입구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수의 차량이 접근하였다.

끼익!

“각하, 이쪽으로 들어가시지요.”

차량이 멈추자 경호원들이 주변을 경계했다.

뒤이어 차에서 내린 길성준 비서실장이 문을 열어주며 윤재인 대통령을 안내하였다.

그런 후, 차기 대통령 내정자인 정명수가 대통령 경호 차량에서 내렸다.

두 사람이 함께 차를 타고 이곳에 온 것이다.

사실 임기 말의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내정자가 함께 국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같은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 도착한 차량에서 내외국의 귀빈들이 하나둘 내리더니 기대감에 부푼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윤재인 대통령과 정명수 대통령 내정자가 향하는 벙커에서 시선이 멈췄다.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곧 몇 명의 관계자가 다가와 그들을 안내했다.

벙커 입구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과 정장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어여쁜 아가씨들이 양쪽으로 길을 만든 채 서 있었다.

행사요원으로 보이는 사내들은 벙커로 들어서는 귀빈들에게 팸플릿을 나눠 주었다.

그에 맞춰 곁에 선 여성들은 오늘 시연을 보일 X―4의 모형을 건넸다.

이들은 모드 천하 디펜스의 직원들로, 오늘의 행사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 터였다.

사실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이 신형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X―4의 면모를 드러내고 관심을 보이는 나라에 판매를 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미 이 자리에 선 외국 귀빈들은 개성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군수장비들에 호감이 급증한 상태였다.

하나같이 첨단기술이 집약되어 보이는데다 겉으로 드러난 위용만으로도 절로 구매욕을 자극한 것이다.

그런데 윤재인 대통령이 행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신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닌가.

자연스레 기대감이 치솟았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대단한 무기를 보여줄지.

그런데 스텔스 전투기라는 말을 듣게 되니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군사 장비와 다르게 전투기는 무척이나 기술집약적인 무기였다.

소위 말하는 강대국을 제외하고는 전투기를 만든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자체적으로 전투기를 만든다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이미 초음속 훈련기를 만들기도 했고, 훈련 기종에 개조를 해 공격기를 만들기도 했으니 기술이 없지는 않을 터였다.

그러나 다른 육상 병기에 비하자면 전투기 개발 분야에 있어서는 많이 뒤처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스텔스 전투기를 보여주겠다고 하니, 내외빈들로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윤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시범을 보이겠다는 것을 보니 아주 허풍은 아닌 듯 보였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과연 지금 보여주는 스텔스 전투기의 성능이 어떨까라는 점이었다.

“대사님, 이게 사실일까요?”

사이고 다카모리가 옆에서 걷고 있는 다나카 일본 대사를 보며 물었다.

그는 지금 나카모토 아오키라는 가명으로 다나카 일본 대사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다나카 대사로서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사이고 다카모리가 누구던가.

일본의 정보를 총괄하는 이가 바로 그였다.

“정보를 다루는 부장이 모르는 것을 낸들 알겠나?”

다나카 대사는 사이고의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는 시계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그나저나 얼추 시간이 된 것 같은데 말이야…….”

주어가 빠진 말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못 알아들을 사이고가 아니었다.

“조금 있으면 소식이 전해지겠지요. 이곳은 개성과 멀리 떨어져 있어 안전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도…….”

사이고 다카모리가 자신감 있게 말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다나카 대사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사실 일본인은 다른 어떤 것보다 핵(核)이란 것에 무척이나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의 공격을 받은 나라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체르노빌에 이어 두 번째로 핵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 발생한 나라이기도 했다.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은 죽음의 땅을 현세로 소환시킨 것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누출에 대한 피해 보고를 감추며 언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이미 현실적으로 방사능 오염의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그런 일들이 있고 보니 당연 핵이란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고작 전술핵입니다. 예상되는 피해라 해봐야 시내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사이고는 폭발 범위가 5㎞ 정도에 지나지 않을 거라며 안심을 시켰다.

당연히 지금 자신들이 있는 파주와의 거리가 충분한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알겠네. 그런데 이후의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인가?”

작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다나카 대사의 말에 사이고 다카모리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윤재인 대통령이 예상과 다르게 행동을 할 때부터 다나카 대사가 불안증상을 보이고 있는 탓이었다.

현재 중국, 한국, 일본, 이 동북아 3국의 정국은 무척이나 예민한 상태였다.

한국의 급부상으로 말미암아 첨예한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자칫 약점을 보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초긴장 상태인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정보를 다루는, 자신과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만이 느끼는 것이라 일반에는 공개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다나카 대사와 같은 이들은 어느 정도 현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도 이렇게 긴장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재판에 회부될 수 가능성도 존재했다.

아무리 대사에게 면책특권이라는 권리가 있다지만 한 국가에 테러를 자행하는 데 동조를 했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였다.

한편, 다나카 대사와 사이고 NNSA 부장이 조심스레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리 부장.”

“예, 대사님.”

“한국이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가?”

“음,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한국 주재 중국 대사인 주방원은 리정안 MSS 부장의 말에 표정이 굳어졌다.

“그럼 계획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주방원은 설마 한국도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육상 전력은 밀리더라도 공군력은 압도적으로 우세하기에 한국과 전면전이 벌어진다 해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한국이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하였다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럼 문제이지 않나? 육군 전력은 이미 우리가 열세란 것이 3년 전에 이미 드러나지 않았나. 그나마 우세가 확실한 공군 전력마저 비슷해졌다면 우리의 계획에 큰 차질이 예상이 되는데 말이야.”

주방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 개발은 그동안 수립해 온 전략에 있어 크나큰 변수인 탓이었다.

“대사님,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니?”

“한국이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고 해도 실전 배치까지는 아직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 그렇지. 내가 잠시 착각을 했군.”

그제야 주방원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사실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 해도 바로 전력이 되기는 어려웠다.

일선 부대에 배치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안정적인 전력화를 이루기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생산 라인의 구축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전투기란 무기는 개인 장구류와 다르게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투기 한 기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과 시간은 그야말로 막대하기에 기술이 있다고 하여 쉽게 생산해 내지도 못한다.

그러니 당연하게 일선 부대에 실전 배치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럼 한국이 신형 전투기로 무장을 하기 전에 미리 공격을 해야겠군.’

“그렇습니다. 생산을 하기 전에 미리 한국을 점거하면 오히려 우리 중국이 그 기술과 장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리정안의 말을 들은 주방원은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대사로 있을 때 한국을 점령하게 된다면, 자신의 위상은 더욱 높이 올라갈 것이다.

어쩌면 1등 서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이루어진다면 결코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기에 주방은은 기분이 좋아졌다.

두 사람이 자신들만의 망상에 빠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가고 있을 때, 이들의 대화는 누군가에 의해 착실히 녹취(錄取)되고 있었다.

◈ ◈ ◈

“지금 보고 계시는 것이 바로 저희 천하항공과 라이프 메디텍 연구소가 손잡고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X―4입니다.”

정수현은 귀빈석에 앉아 있는 귀빈들을 향해 천하항공에서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X―4를 공개하며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하얀 천에 가려져 있던 X―4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수현은 곧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스텔스 전투기가 공개되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도 이상한 것이다.

귀빈석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감탄보다는 의아하다는 반응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공개된 스텔스 전투기의 모습이 생각하던 것과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일단 전투기의 형태인 것은 비슷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사실 스텔스 전투기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레이더 파의 반사각을 줄이기 위한 디자인 등의 문제로 어느 정도 형태가 정형화되어 있었다.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라 알려진 미국의 F―22 랩터나 러시아의 T―50 파크파, 중국의 J―20과 J―31, 그리고 일본의 F―3 심신 등의 모습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공개된 X―4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스텔스 설계와는 무관해 보이는, 아니, 오히려 일반 전투기와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웅성웅성!

당황한 귀빈들로서는 자연 웅성거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정현수는 그에 아랑곳 않으며 꿋꿋하게 X―4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럼 지금부터 눈앞으로 보이는 X―4의 제원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기본 탑승 인원이 한 명인 본 전투기는 전폭 13.68m, 전장 18m, 전고 4.88m에 이르는 몸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자체 중량 12.8톤에 최대 이륙 중량 45톤을 소화합니다. 최대 속도는 마하 3.0입니다. 기본 무장으로는…….”

수현의 말이 이어될수록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져 갔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수현이 쏟아내고 있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제대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X―4의 제원이 세계 최강 전투기라 불리는 F―22를 훌쩍 능가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눈앞에 있는 X―4의 실제 무장은 더 강력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신무기의 시연을 보일 때 결정적인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공개하는 X―4의 무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진실을 감춘 채 선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 감춰진 진실이란 바로 X―4의 근접전 무기인 30㎜ 레일건이었다.

현재 시범을 보일 X―4는 일부러 원래 기본 무장인 30㎜ 레일건을 해제하고 30㎜ 기관포를 장착한 터였다.

정수현은 무장에 관한 설명을 할 때 그 부분은 쏙 빼놓았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X―4는 다른 나라의 스텔스 전투기들을 몇 단계나 훌쩍 초월한 셈이었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 불리는 F―22 랩터조차도 최대 이륙 중량이 36톤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스텔스 기능에 대한 무시하고 외부 무장을 했을 경우에 한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소개되는 X―4는 기본적인 내부 무장뿐 아니라 외부 무장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논란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록히드 사의 기술 이사인 제럴드 폰이라고 합니다. 방금 한 말이 모두 사실입니까? 내부 무장뿐만 아니라 외부 무장까지 하고도 스텔스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 힘든 설명에 귀빈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어 질문을 하였다.

정수현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렇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저희가 개발한 X―4는 기존의 형상 스텔스 방식을 벗어나 플라즈마 스텔스 방식을 채택하여 성능을 향상시켰습니다. 그러하였기에…….”

정수현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제럴드 폰은 그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한국은 10년 전만 해도 전투기 생산 기술을 구걸하던 나라였다.

그런데 고작 10년이라는 시간 만에 자신들의 기술을 초월했다는 말이나 다름없으니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부연 설명에 결국 그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천하항공만의 개발 작업이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4년 전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라는 획기적인 장치를 개발하신 정수현 박사가 참여하여 X―4의 80% 이상을 설계하였습니다.”

X―4를 설계한 것은 수한이 맞다.

그리고 그 본바탕은 미국의 해군 전투기인 F/A―18E/F 슈퍼 호넷이다.

하지만 내부 설계는 수한의 독창적인 기술을 집약한 것으로, 탄소섬유보다 가볍고 강한 재료를 개발하여 동체를 만들었으며, 전투기의 눈에 해당하는 레이더 또한 독자적으로 개발을 한 것이다.

이미 그가 참고 삼을 레이더는 국내에도 많은 터라 별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전투기에 맞게 개량을 하는 것을 별개의 문제지만, 이미 인간을 초월한 두뇌를 가진 수한에게 그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아무튼 마법과 결합된 과학은 인간이 상상하는 사고의 범위를 벗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수한은 X―4에 비행이나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슈퍼컴퓨터 대신 인공지능 컴퓨터를 집어넣었다.

원래 인공지능 컴퓨터는 K―3 백호의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하던 중이었는데, 사실 전차인 K―3보다는 전투기인 X―4가 시스템적으로 더욱 복잡한 통제가 필요하기에 탑재한 것이었다.

사실 전차야 땅에서 굴러가는데다 승무원도 세 명이나 되기에 굳이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인공지능 컴퓨터까지 넣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1인승인 X―4는 달랐다.

그렇지 않아도 전투기 조종사는 비행 중 숙지할 것도 많고, 또 전투 중이라면 무기까지 선택하고 적기를 조준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았다.

그런데 거기에 플라즈마 방식의 스텔스 시스템까지 운영하려면 일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수한은 어차피 전투기 제어를 위해선 슈퍼컴퓨터가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하여 인공지능 컴퓨터로 대체한 것이었다.

수한이 슈퍼컴퓨터 대신 인공지능 컴퓨터를 넣은 덕분에 X―4의 조종사는 비행 중 조종만 신경 쓰는 것으로 임무가 단순화되었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진다 할지라도 인공지능의 보조를 받아 보다 수월하게 적을 상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탑재된 X―4는 전적으로 대한민국 공군에게만 들어갈 시스템이었다.

만약 외국과 X―4의 구매 계약이 맺어진다면 인공지능 컴퓨터는 배제되는 게 당연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인공지능 컴퓨터는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 개발에 들어서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판단을 내리는 프로그램은 개발자들의 오랜 꿈이지만, 아직까지 현실에 접목하기에는 시기상조(時機尙早)였다.

◈ ◈ ◈

우당탕탕!

X―4의 시연이 한창 펼쳐지고 있는 파주 국군 무기 시험장에 일단의 경호원들이 급히 들어왔다.

난데없는 소란 때문에 시연을 지켜보던 귀빈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길 실장, 무슨 일인가?”

윤재인 대통령은 급히 다가오는 길성준 비서실장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길성준 비서실장은 침중한 표정을 짓고는 대통령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현 상황을 들려주었다.

“각하, 조금 전 개성에서 테러가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어서 청와대로 돌아가셔야겠습니다.”

“뭐, 뭐요?”

윤재인 대통령은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치안이 그 어느 나라보다 탄탄한 대한민국에 테러라니.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윤재인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당황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귀빈들도 덩달아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윤재인 대통령의 반응에서 뭔가 큰 사단이 벌어졌음을 짐작한 것이다.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윤재인 대통령은 금세 평정을 되찾고는 장내를 진정시켰다.

“장내에 계신 귀빈 여러분, 송구스럽지만 현재 큰 문제가 발생해 공군의 시연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행사 중단을 선언하고는 벙커 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 차량에 올랐다.

그러고는 지체 없이 무기 시험장을 빠져나갔다.

내외국 귀빈들은 자세한 설명도 없이 시연이 중단되고 윤재인 대통령이 사라지자 일순 혼란에 빠졌다.

그러다 군인들이 안내를 시작하자 그제야 정신을 수습하고는 순서대로 시험장을 빠져나갔다.

한바탕 소란이 지난 후, 무기 시험장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몇 날 며칠 동안 오늘의 행사를 위해 노력한 천하항공 직원들과 정수현 상무, 그리고 라이프 메디텍의 연구원들만 남게 된 것이다.

“이거,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휑해진 벙커 안을 둘러보던 정수현은 허탈한 마음에 힘없이 중얼거렸다.

비단 정수현만의 심정이 아닌 듯 주변에 있던 이들 모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테러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조금 전 간략하게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아직 자세한 정황은 보고 받지 못한 터였다.

그랬기에 윤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 길성준 비서실장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실은…….”

길성준 비서실장은 윤재인 대통령의 질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였다.

“그러니까 국정원에서 테러 시도가 있을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작은 피해는 있었지만 테러를 준비하던 구 북한군들을 일망타진하였는데, 또 다른 조직이 자살 폭탄 테러를 자행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길성준 비서실장은 마치 자신이 죄를 짓기라도 한 것처럼 침통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음, 그럼 자살 폭탄 테러를 자행한 조직은 어딘가?”

“그게… 아직은 테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상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구 북한군 인원 중 자수를 해온 이들의 말에 따르면, 중국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뭐요? 중국? 아니, 그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벌인단 말입니까?”

“자세한 사항은 저도 아직 전달 받지 못하였습니다. 일단 테러 제보를 해온 사람이 예전 통일전쟁 당시 금강산으로 숨어든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가 말하길, 장영철 대좌란 자가 중국 지도부와 모의를 하여 테러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길성준 비서실장은 자신이 파악한 부분에 대해 답을 해주었다.

그중 중국의 존재가 언급되자 윤재인 대통령은 인상을 구겼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중국 대사는 자신과 얼굴을 맞댄 채 덕담을 주고받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미 몇 달 전부터 테러를 계획했다니.

그야말로 웃는 얼굴 뒤로 칼을 찌른 격이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본때를 보여줘야 할 일이야.’

윤재인 대통령은 금번 테러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배후를 철저히 파헤쳐 엄중 항의를 하고, UN에 제소하여 책임을 물을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는 테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나 다름없었다.

IS로 대변되는 수니파 극단주의 과격 테러 분자들의 무차별적 테러를 겪으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테러는 용납되어선 안 된다는 인식이 뿌리 내리고 있는 참이었다.

사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테러와는 먼 나라처럼 여겨졌다.

물론 국가 내부적인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인종이나 종교 간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쌓여가는 추세였다.

비록 테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테러라는 극단적인 사고가 터지지는 않은 이유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총기와 화약의 관리가 철저했다.

공항에서부터 철저한 검색을 통해 총기류의 반입을 엄금하지만, 그 외에도 사회 내부적으로 총기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사정이 그러다 보니 총이나 화약을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총기 사고나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이 수사를 하는 게 아니었다.

마치 국가 전복을 꾀한 것마냥 군대가 나서서 철저하게 관련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였다.

결벽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총기 문제에 대해서는 한 치의 용서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총기나 화약을 이용한 테러는 지금껏 발생하지 않았다.

당연히 테러 안전 국가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었다.

한데 금번 폭탄 테러로 인해 그런 이미지가 훼손되고 말았다.

이는 당장 테러로 인한 희생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현재 유럽이나 중동에서는 끊임없는 테러 탓에 관광객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은 통일을 이루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강력한 치안과 함께 아직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장소가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였다.

한데 이번 테러로 인해 그런 이미지에 금이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테러에서 안전한 나라라는 명예를 되찾기 위해선 한시바삐 테러의 배후를 찾아 척결해야 하는 것이다.

◈ ◈ ◈

“작전이 성공하였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바란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리정안을 말없이 지켜보던 주방원은 차의 시트에 몸을 파묻으며 물었다.

“리 부장, 이제 난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가?”

테러가 성공하였다.

이제 다음은 비밀리에 준비한 인민해방군을 투입하는 일만 남았다.

그렇게 되면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주방원으로서는 그전에 신변 안전을 확실하게 체크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당에서는 구 북한 지휘부의 요청으로 북한을 불법 점령한 한국에 선전포고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대사님은 대사관에 머물다가 때를 맞춰 철수 선언을 하고 오시면 됩니다.”

리정안 국안부장에게 앞으로의 대처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주방원 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연하게 전쟁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두 사람은 전혀 불안한 모습이 아니었다.

3년 전, 일방적으로 괴멸 당했으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태도였다.

자신들의 조국인 중국이 변방인 한국을 능가하는 게 당연하다고, 자신들은 대국이기에 소국인 한국에 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 ◈ ◈

개성에서의 테러 발생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대한민국 전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긴급 토픽으로 전파되었다.

갑작스러운 통일 과정에서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군정을 실시해 온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를 대대적으로 준비해 왔다.

군정 종료와 함께 통일 대한민국이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것을 만방에 알리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때보다 많은 내외국 귀빈들을 모시고 행사를 실시하였다.

통일 대한민국의 힘을 선보이기 위해 정예 군인들은 물론이고, 신형 무기나 군 장비들을 대거 동원하여 화려한 볼거리는 기본이었다.

그 때문에 대한민국의 명품 무기들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외국 귀빈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폭탄이 터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누가 무엇 때문에 테러를 벌인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더욱 그러하였다.

그런데 주범임을 자처하는 단체가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성전(聖戰)이며, 제2, 제3의 테러가 더 준비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 2027년 10월 1일, 오전 11시 30분에 발생한 테러는 위대한 신의 전사인 우리 IS가 한 일이다. 한국은 감히 우리 위대한 신의 전사들의 행보를 가로막았을 뿐 아니라 쿠웨이트에서 우리의 성전을 방해했다. 이는 우리 무슬림 전사들을 무시하는, 중대한 잘못이다. 감히 그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언제 어느 때든 피의 보복을 받을 것이다. 전 세계에 경고한다. 침략자들은 우리의 땅에서 모두 나가라. 그렇지 않을 때는 제2, 제3의 보복을 받을 것이다. 알라는 위대하시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동영상.

그렇지만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IS의 테러에 분노했다.

강력한 치안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테러가 일어났고, 무려 1,000여 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니,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발 빠르게 대처를 해나갔다.

테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다.

그와 동시에 이번 테러의 주범이라 주장하는 IS에는 전쟁을 선포하였다.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에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강한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IS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 때문에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연일 큰소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정부가 쓸데없이 나서서 또 다른 테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그들이 큰소리를 치는 근거였다.

당연하게도 정부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위한 핑계일 뿐이었다.

마치 자신만이 대국적인 그림을 그린다는 양 떠들어 대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어떻게든 나서서 눈에 띄어 보려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을 뿐이지만.

어쨌든 일부 몰지각한 국회의원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동안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역대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은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정부의 IS에 대한 전쟁 선포가 발표되자 국민들은 열렬히 환영하며 지지를 표했다.

일부에서는 전역을 앞둔 장병들이 전역 연기를 신청을 하였고, 또 일부 예비역들은 재입대 신청을 위해 병무청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런 현상은 남쪽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군정이 끝나 자유가 보장된 북쪽 주민들 중에도 그런 움직임이 줄을 이었다.

통일이 된 지 이제 겨우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북한 지역 주민들은 달라진 삶을 무엇보다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예전 북한 정권의 지배를 받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게 바로 지금의 삶이었다.

굶주림 속에서 겨우겨우 생을 연명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삶이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삶을 파괴하려는 집단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테러가 발생한 지역이 바로 개성이었다.

자신들의 터전에, 기껏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는 찰나에 감히 재를 뿌리는 행위였다.

이슬람 성전이라는 말 따위는 그들에게 우습지도 않았다.

신의 전사라는 그들의 주장과 달리, 북한 주민들에게 그들은 악마와 다를 게 없었다.

당연하게도 입영 신청을 하는 북한 주민들이 줄을 이었다.

◈ ◈ ◈

내곡동,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은 개성시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테러 제보를 받은 상태에서 사전에 막지 못한 것 때문에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이는 국정원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사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정원은 대선 개입 등의 많은 구설수에 오르며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그나마 오랜 노력을 기울여 겨우 신뢰를 회복해 나가는 중이었는데,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명색이 엘리트 자원이 모였다는 국정원인데, 그 명예가 끝없이 떨어졌다.

지난 과거의 잘못을 씻어내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가던 요원들의 어깨가 절로 처졌다.

물론 국정원에도 잘못이 있으니 할 말이 없는 건 당연했다.

테러 이후 사건 경과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그 원인이 드러난 것이다.

총괄 지휘자의 지시도 없이 현장 요원들을 철수시킨 행위가 바로 그것이었다.

공에 눈이 멀어 월권을 행사한 장세용 3차장의 행위는 IS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었다.

그런 사실들이 속속들이 밝혀지자 국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사욕을 위해 공익을 저버린, 무엇보다 국가의 안위를 우선해야 하는 자가 본분을 잊어버린 것이다.

물론 월권을 행사한 장세용 3차장은 바로 직위가 해제되었으며, 이번 테러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구금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불과했다.

사람의 목숨은 되돌릴 수 없는 것.

자살 폭탄 테러에 희생된 사람들이 그를 처벌한다고 하여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탕!

거칠게 방문을 닫으며 실내로 들어선 김세진 국정원장은 사나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회의 시작하지…….”

“예!”

“1차장, 이번 테러가 그들의 주장대로 IS가 벌인 것이 확실한가?”

김세진 국정원장은 분노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내며, 마친 상처 입은 맹수가 으르렁대듯 물었다.

테러가 발생하고 30분 즈음이 지난 시각에 IS 대변인이 개성에서의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물론 그 말을 무턱대고 믿을 수는 없으나, 그간 IS가 해온 짓들을 보면 그들이 범인임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워낙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탓에 박용식 1차장은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였다.

“아, 네. 현장의 잔해를 조사한 결과, 중동 테러 조직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폭탄인 다이너마이트야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기폭 장치는 만드는 방식은 해당 조직마다 조금씩 달랐다.

이번 개성에서 사용된 다이너마이트의 기폭 장치는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인 것이 확인되었다.

“그럼 이전에 들어온 제보는 뭔가?”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김기춘 2차장은 김세진 국정원장의 물음에 먼저 나서서 대답을 꺼냈다.

당시 테러 대책 담당자가 바로 자신인 탓이었다.

“그 정보 또한 정확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구 북한군의 중부 전선 지휘관인 장영철이 중국과 손을 잡고 벌인 것으로, 중국이 가족들의 안전과 풍족한 삶을 대가로 한반도에 테러를 모의한 것이라 밝혀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무기 제공은 중국이 맡았는데, 그들은 핵 배낭을 이용한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니, 뭐야! 그게 사실이야?”

김세진 국정원장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

핵 테러.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만약 핵 테러가 성공했다면 그 피해는 겨우 몇 천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끔찍한 대참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한데 그런 잔혹한 음모를 중국이 꾸몄다는 말에 김세진 국정원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건 자리에 있는 다른 관리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핵 테러 가능성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감히 상상치 못하던 바였다.

설마 한반도 내에서 그런 일을 벌어질 뻔했다니,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진저리를 쳤다.

“그럼 그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급히 정신을 차린 김세진 국정원장은 테러에 이용될 뻔했던 핵 배낭의 행방을 물었다.

김기춘 2차장은 차분하게 대답하였다.

“다행히 장영철 휘하 간부 중 한 명이 중국의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고 핵 배낭을 빼돌려 저희에게 자수를 하였습니다. 그에게서 핵 배낭을 확보한 것은 물론이고, 사전에 그들이 테러를 모의했다는 정보까지 취득하게 된 것입니다.”

“아,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김세진 원장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핵이라는 단어가 가지 파괴력이 워낙 컸던 탓에 잠시 회의는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반도에 핵 테러가 발생할 뻔했다는 현실에 몸과 마음이 지쳐 버린 탓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들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핵 테러는 미연에 방지했지만, 어차피 그에 대한 일은 관계자 외에는 모르는 사항일 뿐이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개성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한 전모였다.

국정원으로서는 어떻게든 이번 테러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만 했다.

물론 자신들의 행위라 주장하는 자들은 있었다.

이슬람 국가라 불리는 IS.

문제는 그들이 진짜 범인이라 해도 국가정보원으로서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이었다.

다국적군과 지킴이 PMC로 인해 세력이 많이 감소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들의 힘은 엄청나다고 볼 수 있었다.

“원장님.”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김석원 5차장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이자 김세진 원장이 의견을 물었다.

발언 기회를 얻은 김석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희 국정원의 힘만으로는 IS를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예. 저희도 지킴이 PMC에 의뢰를 하지요.”

“아니, 민간 기업에 의뢰를 하자고요?”

“네. 민간 기업이라고 꺼려하지 마시고,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초강대국이라 자부하는 미국조차도 IS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킴이 PMC에 의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저희가 그들에게 의뢰를 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음…….”

김석원 5차장의 말에 김세진 국정원장은 짧게 신음을 흘렸다.

사실 김석원 5차장의 말이 그리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한데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 뭐라 확답을 내리기가 애매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미국도 했는데 자신들이라고 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알겠네. 내 각하께 말씀드려 보지.”

결국 김세진 원장은 그 방법이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라 결론 내렸다.

지킴이 PMC가 비록 한 국가 정도의 무력을 가진 것은 아닐지라도 IS와 같은 테러 조직을 상대하기에는 아주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와 함께 지킴이 PMC의 뒤에는 더욱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쩌면 이번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그들이 나설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 굳이 의뢰가 아니더라도 정수한 박사에게 이번 테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잘 설명한다면…….’

김세진 국정원장은 지킴이 PMC의 배후에 존재하는 정수한 박사가 민족주의자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그의 부친은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 예정자가 아닌가.

그러니 이번 테러에 대한 보복을 정부가 천명한다면 분명 그도 도와줄 것이라 확신했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마친 김세진 원장은 서둘러 회의를 끝내고는 청와대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