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쿠웨이트 해방
미국 제288기갑 여단은 쿠웨이트 해방 작전 시각이 되자 알자라 주를 지키고 있는 IS를 공격하였다.
두 배가 넘는 T―72 전차를 상대로 미군의 M1A3 전차는 압도적인 전투를 벌였다.
쾅! 쾅!
사실 2세대 전차인 T―72 전차로는 미국의 M1A3 전차를 상대할 수 없었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강제 점거하면서 발발된 전차전에서 두 전차의 성능 차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이라크 군의 T―72 전차가 3,000대 이상 파괴될 때, 미국의 M1 전차는 단 두 대만이 파괴되었을 뿐이다.
그것도 아군이 오인 사격으로 인한 피해였을 뿐이고, T―72 전차에 의한 파괴는 단 한 대도 없었다.
그 후로 T―72 전차를 보유한 국가들은 전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개량을 거듭하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전면 장갑에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반응 장갑을 덧댄 T―72M2와 주포에서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만든 T―72B였다.
한데 IS는 개량된 T―72 전차를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하였다. 방어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원래 부착된 장갑 위에 한 번 더 장갑을 덧대고, 그 위에 반응 장갑을 부착한 것이다.
그리고 화력을 높이기 위해 포탑 외부에 러시아제 휴대용 미사일 네 기를 추가로 설치하였다.
그 결과, 비록 기본 성능에선 미군의 M1A3에 미치지 못하지만, 부수적으로 갖춘 장비로 인해 화력 측면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IS 군의 T―72 전차의 성능을 잘 알면서도 미국 제288기갑 여단 전차들은 과감하게 뛰어들어 공격을 감행했다.
물론 그런 행동을 취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3년 전 한국으로부터 들여온 한 가지 장비 때문이다.
3년 전,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플라즈마 실드라는 엄청난 방어형 무기를 개발하였다.
처음 한국이 개발에 성공했을 때, 미국은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습득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였다.
그중에는 불법적인 방법까지 포함되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미국은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오히려 자국의 치부만 한국에 알려지게 되어 외교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었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손을 놓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입장상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수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오리지널을 수출한 것이 아니라 마침 다운그레이드 버전이 개발되어 그것을 수출하였다.
이후 미국은 IS와 전쟁을 치르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파견 나간 기갑 부대에 플라즈마 발생 장치를 보급하였다.
비록 다운그레이드 버전이긴 해도 그 성능은 예상대로 대단하였다.
전차의 천적이라 불리는 대전차 미사일에도 피해를 입지 않으며 전차병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었다.
그런 효과 때문에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수입할 수 있게 힘을 쓴 정부의 지지율이 상승하기도 했다.
아무튼 플라즈마 실드를 앞세운 미군의 M1A3 전차에 의해 IS 군은 서서히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1대대는 알 도하 웨스트 포인트를 정리하라!”
288기갑 여단의 여단장인 레온 하트 대령은 알자라 주에 있던 IS 군을 모두 토벌하고 전진을 하던 중 1대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1대대가 도하 로드를 달려 알 도하 웨스트 포인트로 향하자 남은 대대들은 레온 하트 여단장과 함께 도하 로드를 지나 엘 아디야로 진출하였다.
레온 하트 대령은 IS의 기갑 부대를 거침없이 밀어붙이며 전진하였다.
그렇게 질주하던 미군은 순간 전차 조준경을 통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후퇴하던 T―72와 BMP들이 갑자기 폭발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미군이 운용하는 M1A3는 그동안 많은 업그레이드를 하였다.
예산상의 문제로 다른 나라들이 차세대 주력 전차를 개발하고 있을 때, 미국은 오랜 경제적 적자와 실업률로 인해 국방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였다.
그 때문에 미 국방부는 그동안 방만하게 운용하던 무기 개발에 대하여 재검토를 할 수밖에 없었고, 필요한 곳에만 예산을 집행하였다.
하지만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은 예산을 얻어내는 데 포함되지 못했다.
군 내, 외부에서 전차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차세대 주력 전차 개발 계획이 폐기된 것이다.
다만, 그동안 연구 개발을 하던 장비들을 기존 M1(에이브람스) 전차에 적용하여 업그레이드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그러면서 전투기에 있는 데이터 링크 시스템도 M1A3 전차에 적용되었다.
그 말인즉, 이미 한 번 표적을 타깃팅하면 다른 아군 전차에서는 위험한 표적이라 여기지 않아 조준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 장착된 것이다.
복잡한 전장에서 위험한 표적을 먼저 조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차가 처음 개발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전차는 화력을 높이기 위해 주포의 구경을 늘려갔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공간에 적재할 수 있는 포탄의 수량이 점점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표적이 보인다고 무턱대고 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으로 발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굳이 동료가 타깃팅하고 파괴한 전차에 대고 부족한 포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아무리 현대화된 시스템을 가져와도 인간인 이상 실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겨누고 있던 타깃이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았는데 갑자기 폭발하는 모습에 미군들은 현재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뭔가 자신들이 모르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조준경으로 T―72 전차나 BMP들이 파괴되는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쿠웨이트 시 중심부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누군가 IS의 전차와 BMP들을 공격하는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멀리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빛이 번쩍이면 IS의 전차나 BMP가 기동을 멈추더니 폭발에 휘말렸다.
이러한 모습을 목격하게 된 M1A3 전차병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저기 누가 공격을 하고 있는 거지?”
― 도대체 어떤 무기이기에 IS의 전차가 폭발하는 거야?
여단장인 레온 하트 대령은 물론이고, 무전을 주고받는 미군들까지 상대의 정체를 궁금해하였다.
그런데 그런 의문을 품은 이들은 비단 미군들만이 아니었다.
공동으로 쿠웨이트 해방 작전을 펼치고 있는 프랑스나 영국의 군대도 똑같은 의문을 가졌다.
◈ ◈ ◈
쾅! 쾅!
프랑스와 영국의 기계화 연대는 쿠웨이트 중부에 위치한 쿠웨이트 공항을 좌우로 돌아 그곳을 방어하고 있는 IS 군과 전투를 벌여 나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미국이 맡은 서부나 지킴이 PMC와 한국군이 전투를 벌이는 남부와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전투가 아니라 서로 치열하게 치고받는 격전인 것이다.
아니, 연합군이 우세를 보이는 서부나 남부와 다르게 프랑스, 영국군이 상대하는 IS의 기갑 부대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우세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사실 전차의 성능은 프랑스나 영국의 전차들이 월등히 우수했다.
T―72 전차는 2세대 후반의 전차로, 3세대 전차로 무장한 프랑스나 영국의 전차에 비해 그리 약하지 않지만, 방어력은 그렇지 못했다.
800마력밖에 되지 않는 엔진으로 인해 T―72 전차는 기동성을 위해 차체의 중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장갑의 두께가 얇아질 수밖에 없었고, 120㎜ 포가 아닌 105㎜ 포에도 파괴가 될 정도로 방어력은 형편없었다.
그런데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우수한 전차를 보유한 프랑스 영국 연합이 밀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 원인은 바로 T―72의 포탑 상부에 달린 대전차 미사일 때문이었다.
IS는 모든 전차가 네 기의 대전차 미사일을 달고 있었는데, 아무리 단단한 장갑을 가지고 있는 전차라 해도 대전차 미사일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프랑스 영국 연합군은 IS의 기갑 부대를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전체 전력의 숫자에서 밀리고, 또 보유한 대전차 미사일 숫자에서도 밀리고 있기에 효과적으로 IS의 기갑 부대를 상대하지 못하고 서서히 뒤로 밀려나고 있는 중이었다.
“막아!”
프랑스와 영국의 지휘관들은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IS의 전차와 BMP를 보며 고함을 질러 댔다.
하지만 무전기에 대고 그렇게 고함을 질러봤자 IS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단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대전차 미사일이 명중하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한마디로 요행수를 바라는 것일 뿐, IS가 사용하고 있는 대전차 미사일은 명중률이 높기로 유명한 메티스 M1이었다.
자신 있게 출정하였는데 적에게 밀리자 프랑스나 영국군 지휘관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좋지 못했다.
쾅! 쾅! 쾅!
그러던 차에 갑작스럽게 IS 군 진영에서 폭발음이 들리자 프랑스나 영국군 지휘관들은 놀란 눈으로 폭발의 진원지로 시선을 주었다.
시선을 돌린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처참하게 폭발해 차체와 포탑이 분리되어 불타고 있는 T―72 전차의 잔해들이었다.
오래전부터 T―72 전차의 악명은 유명했다.
전차포가 명중되었을 때 차체 안에 보관되어 있는 포탄이 유폭하면서 차체와 포탑이 분리되는 현상은 T―72의 설계상 하자였다.
가볍고 기동성 좋으며 화력도 좋다. 특히 가볍기 때문에 사막 지형이 많은 중동에 아주 적합하며, 또 체고가 낮아 피탄 면적 또한 적어 중동의 많은 나라에서 T―72 전차를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T―72 전차는 많은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포탑 사출이라는 전차로서는 불명예와 같은 상황도 많이 보고되곤 했다.
아무튼 그런 포탑 사출이 양국 지휘관들 눈에 들어왔다.
‘누가?’
프랑스와 영국의 지휘관들이 누가 IS를 공격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이들의 무전기에 무전이 날아왔다.
―몽블랑, 여기는 살쾡이.
“여기는 몽블랑. 살쾡이, 말하라.”
한국군에게서 날아온 무전이었다.
―우리가 IS의 뒤를 치겠다. 우리가 공격을 시작하면 바로 치고 올라가기 바란다.
리철명 부사장의 명령에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를 타고 북상하던 KM―2 부대는 밀리고 있는 프랑스 군이 보이자 IS의 기갑 부대 뒤로 돌아가 기습적인 공격을 가했다.
방금 무전으로 조금 전 폭발한 IS의 T―72 전차가 쿠웨이트 남부를 막고 있던 IS 군을 뚫고 북상하던 한국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프랑스 지휘관은 너무 놀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 ◈ ◈
흐흐흐흐!
쿠웨이트 상공에 여자의 호곡성이 울려 퍼졌다.
안 그래도 멀리서 울리는 폭탄의 폭발음에 두려운 마음이 드는데, 알 수 없는 흐느낌 소리마저 더해지자 완전히 공포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걸어 잠근 문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두꺼운 커튼을 치고, 또 밖에서 누가 들어오지 못하게 가구들을 입구로 가져다가 문을 막았다.
며칠째 쿠웨이트를 점거하고 있는 IS도 무섭지만, 지금 들려오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밝은 대낮에 울려 퍼지는 여자의 울음소리는 아무리 장정이라 해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울음소리에 이어 폭발하는 소리까지 들리니, 어느 누가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 때문인지 현재 쿠웨이트 시내에는 사람 그림자가 일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총과 휴대용 미사일로 무장을 한 병력들뿐이었다.
“흐흐흐흐!”
XH―1, 밴시 원의 조종사인 김효원 상사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전투 중에 뭐가 그리 좋아 웃고 있습니까?”
부조종사인 박인효 중사가 묻자 김효원은 별거 아니란 듯이 대답을 하였다.
“넌 좋지 않냐?”
뜬금없는 말에 박인효 중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효원 상사는 다시 한 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을 하였다.
“내 애기가 대한민국 최초로 킬 마크를 수집하는데 즐겁지 않냐?”
김효원 상사는 자신의 애기인 밴시 원이 IS의 전차들을 잡는 것이 즐거운지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 말에 박인효 중사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군인들 중 자신의 기체에 킬 마크를 달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건 대한민국이 UN 평화 유지군을 제외한 해외파병이 없어 적과의 교전으로 기체에 킬 마크를 달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킬 마크란 적의 전차나 전투기 등을 격추 또는 파괴했을 때 기체에 그리는 마크, 즉 적을 죽인 것을 나타내는 문양이다.
원래 XH―1은 실전에 내보일 계획이 없는 시험 기체였다.
하지만 실제 전투 상황에서 어떤 성능을 보일지 궁금해진 천하 디펜스 연구진들의 요청과 쿠웨이트 해방 작전에 참여하는 해군 제1기동 전단의 전투력이 부족한 것을 우려하던 국방부의 생각이 맞아 실전에 투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저 화력 보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XH―1의 성능이 예상보다 더 좋았다.
XH―1이 내장하고 있는 무기들은 러시아의 괴물 공격 헬기인 Mi―24 하인드에 버금갈 정도로 엄청났는데, 다만 아직 시험 기체이다 보니 모든 무장을 하지는 못했다. 히드라 90 로켓 포트 두 기(24X2)와 게이볼그 A 여덟 기, 30㎜ 코일건(3,000발)만을 무장한 상태였다.
만약 XH―1이 군에 정식으로 취역하게 되었다면 무장은 그 이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그 이유는 XH―1의 최대 이륙 중량은 15톤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50㎜ 로켓 48기와 다목적 중거리 미사일 여덟 기, 그리고 공중에서 지상으로 쏟아지는 30㎜ 코일건이 무엇보다 무서운 무기였다.
지상의 왕자라 불리는 전차도 상판의 두께는 겨우 30~50㎜ 사이였다.
30㎜ 코일건의 장갑 관통력은 500㎜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데 비해, 전차의 상판 중 가장 두꺼운 부분도 50㎜를 넘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방어를 하지 못하고 뚫려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30㎜ 코일건의 공격을 받아 상판이 뚫리면 차체 안에 있던 승무원은 물론이고, 안에 있던 포탄까지 유폭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김효원 상사가 조종하는 XH―1은 쿠웨이트 해방 작전에 투입되어 IS의 기갑 부대를 상대로 막대한 전과를 올렸다.
T―72 전차는 물론이고, BMP도 상당하여 킬 마크를 그리려면 아마도 1/5으로 그리든가, 아니면 1/10로 그려야 할 정도로 많이 잡았다.
전과에 기뻐하는 상급자의 말에 박인효 중사도 덩달아 웃었다.
그런데 XH―1의 수송 인원 탑승 공간에 있던 스파르탄과 리퍼들도 이야기를 들었는지 각자 뭔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조금 전 김효원 상사가 킬 마크를 수집한다는 대목.
사실 스파르탄과 리퍼들은 쿠웨이트 왕족들을 데리고 쿠웨이트 시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IS의 전차와 BMP를 상당수 파괴하였다.
당시에는 전차나 BMP를 잡아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조금 전 김효원 상사가 하는 이야기를 듣자 뭔가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뭔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박인효 중사는 뒤에 있는 스파르탄과 리퍼에게 소리쳤다.
“5분 뒤, 쿠웨이트 왕궁 상공에 도착합니다!”
한창 쿠웨이트 해방 작전에 참여하여 IS의 전차와 BMP를 사냥하던 XH―1 두 기는 어느 시점부터 사냥을 멈추고 쿠웨이트 시내로 들어왔다. 시가전을 하던 스파르탄과 리퍼를 태우고 쿠웨이트 왕궁을 탈환하라는 새로운 명령을 하달 받은 것이다.
사실 XH―1이 하던 것은 전투라기보다는 사냥 또는 일방적인 학살이나 마찬가지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가하는데, 그것이 어찌 학살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김효원 상사나 밴시 투에 타고 있던 이들에게는 슈팅 게임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새로운 임무를 받아 스파르탄과 리퍼를 싣고 쿠웨이트 왕궁으로 날아가는 XH―1이었다.
◈ ◈ ◈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아부살만은 점점 가까워지는 폭발음에 인상을 구기며 말을 하였다.
“잠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부관은 급하게 밖으로 나와 통신실로 향했다.
쿠웨이트 시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에 무전하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막 통신실로 들어가려는 부관의 앞으로 급하게 뛰어오는 병사가 있었다.
“충성!”
“충성! 무슨 일인가?”
“남부 2여단의 방어선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난데없는 소식이 정신이 없을 때, 또 다른 한 명이 통신실에서 나왔다.
“충성!”
“넌 또 무슨 일이야?”
“예, 서부 방어선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뭐야! 어떻게 이렇게 단시간에 서부와 남부 방어선이 무너질 수가 있어!”
부관은 보고를 듣고 어이가 없는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통신실에서 무전만 받는 병사들로서는 어떻게 전선이 무너졌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그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히 서 있을 뿐.
“알았다.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 보고를 하도록!”
“알겠습니다. 충성!”
덜컹!
병사들이 보고를 마치고 통신실로 들어가자 부관은 빠른 걸음으로 다시 아부살만의 사령관실로 들어갔다.
똑! 똑! 똑!
“들어가겠습니다.”
부관은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사령관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알아보았나?”
“예. 그것이… 서부와 남부의 방어선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뭐야! 어떻게?”
아부살만은 부관의 보고에 깜짝 놀라 물었다.
하지만 그 물음은 부관에게 답을 찾고자 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이었을 뿐이다.
현재 그가 파악하기로는 동맹군에도 자신을 토벌할 만한 여유 병력이 없었다.
동맹군은 현재 자신들이 펼친 정보전에서 패해 바쿠바에 모든 병력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맹군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는 얼마 되지 않는 사우디 주둔 미 해병대뿐이란 것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서부와 남부에 펼쳐 놓은 방어선을 뚫을 수가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아부살만은 잠시 공황 상태가 되어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사령관님!”
부관은 아부살만이 잠시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포착하고 그를 불렀다.
“응, 지휘관들을 불러라!”
정신을 차린 아부살만은 급히 남은 지휘관들을 소집하였다.
서부와 남부를 지휘하는 지휘관들을 제외한 이들이 모두 모였다.
사실 쿠웨이트 왕궁에 남아 있는 지휘관들은 아부살만의 직속 부하들로서 그의 기갑 군단 내에서도 최정예들이었다.
아부살만의 직속부대는 러시아제 T―72의 개량형 전차를 운용하는 다른 부대와 달리 모두 미국제 M1 전차를 운용하고 있었다.
이들이 적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전차를 운용하는 것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면서 이라크 수비대에게 넘겨준 M1 전차를 IS가 탈취하여 운용하는 것뿐이다.
비록 M1 전차가 구형이기는 하지만, 장갑 방어력은 개량형인 M1A1이나 A2, A3와 같은 차체 장갑을 사용하기에 화력만 개량형에 조금 못 미칠 뿐이었다.
그리고 IS는 부족한 화력을 T―72 전차에 적용했듯이 미사일 런처를 부착하면서 해결하였다.
◈ ◈ ◈
아부살만은 휘하 지휘관들을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처음 그는 2,000대에 이르는 전차와 BMP를 서부와 남부 일대에 포진하여 방어선을 구축하였다.
하지만 동맹국의 군대에 의해 방어선이 뚫리고 급기야 아군은 쿠웨이트 시내로 후퇴를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현재 쿠웨이트 시에 고립된 상황.
아직까지도 적군의 전력은 파악되지 않았는데, 속수무책으로 밀려난 점으로 미루어 보아 결코 만만한 전력은 아닐 거라 예상되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아부살만이 모여 있는 지휘관들에게 물었다.
지상군으로만 구성된 탓에 고립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탓이었다.
하지만 지휘관들은 그저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그나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외국의 사관학교에서 정규 군사교육을 받은 터였다.
하지만 이론으로 배운 것과 현장에서의 상황이 너무도 다르기에 감히 어떤 의견도 내놓지 못했다.
원래 기갑은 단일 병종으로 막강한 화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병과이기는 하지만, 현대전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병과라 해도 단일 병과로는 작전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여러 병과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현대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IS 지휘부의 구상은 그런 점을 철저히 무시했다.
그저 아부살만의 기갑 부대를 이용해 속전속결로 쿠웨이트 국왕과 왕족들을 확보하는 것이 계획의 전부였다.
그렇게 쿠웨이트를 점령하고 여세를 몰아 이라크 남부에서 치고 올라간다면 고립된 동맹군은 사우디로 후퇴할 것이라 예상했다.
실패라고는 전혀 고려도 하지 않은, 장밋빛 미래만은 꿈꾼 것이다.
초반에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질 듯했다. 하지만 아부살만의 기갑 부대가 쿠웨이트를 점령하는 것은 성공하였지만, 쿠웨이트 국왕과 왕족들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괜히 긁어 부스럼을 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만약 그때, 아부살만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IS 지휘부에 보고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아부살만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오마르에게 사드 국왕과 왕족들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적의 전력을 오판한 아부살만의 두 번째 실수였다.
오마르는 500대의 전차와 200대의 BMP를 끌고 나가 전멸하고 말았다.
오마르의 부대가 전멸했을 때라도 연락을 했다면 최악의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아부살만은 그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아부살만의 오만이 가져온 결과가 현재 고립된 상황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때문에 지휘관들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 전장을 뒤흔들던 명석한 판단력은 어디 가고, 고집과 아집만 남은 아부살만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암울한 미래를 예측한 것이다.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왕궁이 무너지기라도 할 듯 크게 뒤흔들렸다.
쿵!
“뭐, 뭐야!”
“무슨 일이야!”
회의를 하던 아부살만과 지휘관들은 커다란 폭발음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 ◈ ◈
쾅! 쾅! 투두두두!
쿠웨이트 왕궁 주변에 포진해 있던 IS 군의 전차들은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모를 로켓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213대의 M1 전차로 구성된 아부살만의 직속부대 전차들은 정말로 보이지 않는 적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 적을 찾아라!”
그나마 지휘관급 장교가 고함을 쳐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덕분에 몇몇 병사들이 정신을 차렸는지 주변을 둘러보며 적의 위치를 찾아보지만, 그 어느 곳에도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자신들을 찾는 IS 군의 모습을 공중에서 쳐다보던 김효원 상사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야, 저거 M1 아냐?”
“그러게 말입니다. 미국이 이라크에 주고 간 것을 IS에서 탈취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정말이었나 봅니다.”
“뭐, 상관있나? M1이라고 우리 애기의 공격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
“그러게요. 이거, M1을 잡은 최초의 외국 군대가 되겠습니다.”
“그래? 에이, IS와 동맹이 얼마나 오래 기간 전쟁을 벌였는데, 설마 지금까지 한 대도 없었겠어?”
“뭐, 그렇긴 하겠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은 없지 않습니까?”
“에이, 모르겠다.”
쿠웨이트 왕궁 앞에 포진한 IS의 M1 전차들을 공격하던 김효원 상사와 박인효 중사는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양 대화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손은 로켓과 30㎜ 코일건의 발사 버튼을 계속해서 눌러 댔다.
―치직! 밴시 원, 여기는 스파르탄.
두 사람이 지상에 있는 IS의 전차들을 사냥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전이 날아왔다.
“여기는 밴시 원. 말하라, 스파르탄.”
―지금부터 쿠웨이트 왕궁으로 진입하겠다. 엄호를 부탁한다.
지상에 내려준 스파르탄으로부터 날아온 무전이었다.
“알겠다, 스파르탄. 지금부터 엄호를 할 테니, 열을 세고 진입을 시도하기 바란다. 하나!”
투드드득! 투드드득!
스파르탄과 교신을 마친 김원효 상사는 카운트를 세며 스파르탄이 있는 건물에서부터 벽을 세우듯 공격을 시작하였다.
30㎜ 코일건이 발사되는 길목에는 XH―1의 무시무시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IS 군의 모습이 보였다.
무시무시한 XH―1의 공격을 피해 건물 뒤나 높은 담 뒤로 몸을 숨기는 IS의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500㎜ 철판도 뚫어 버리는 XH―1의 30㎜ 코일건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전차든 건물이든 30㎜ 코일건의 총알이 지나간 곳에는 커다란 구멍과 인간의 것이라 짐작되는 살점과 핏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XH―1이 엄호를 시작하자 중무장한 스파르탄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빠르게 쿠웨이트 왕궁 입구로 뛰어갔다.
육중한 덩치를 가진 스파르탄이지만 무척이나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두 명의 스파르탄은 IS 군이 왕궁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남아서 입구를 지켰다.
그리고 남은 여덟 명은 신속하게 왕궁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폈다.
그들은 쿠웨이트 해방 작전의 종료를 위해 IS 군 지휘부를 붙잡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비록 여덟 명의 적은 인원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 바로 스파르탄이었다.
적 지휘부를 찾기 위해 수색하는 스파르탄에게 자비란 없었다.
작전에 들어가기 전, 리철명 부사장은 이들에게 반항하는 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라고 하였다.
어차피 테러리스트들에 불과한 IS 군을 일반 전쟁 포로와 동급으로 취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항복하지 않는 테러리스트는 바로 사살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였기에 굳이 포로를 잡을 이유가 없었다.
사실 전쟁에서 포로를 잡는 행위는 전쟁이 끝난 뒤 협상을 통해 이득을 보기 위한 행위다.
하지만 테러 조직과의 전투는 그런 일반적인 전쟁과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