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쿠웨이트 해방을 위한 회의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장,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길성준 청와대 비서실장은 윤재인 대통령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방금 대통령이 물어본 것은 한 시간 전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온 전화 때문인데, 사실 길성준도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슈왈츠 미국 대통령이 직통전화를 걸어와 쿠웨이트에서 IS를 몰아내기 위한 연합군에 한국도 전투 부대를 파병해 달라는 요청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 쿠웨이트가 IS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쿠웨이트로 향하던 해군 제1기동 전단으로부터 이미 정보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백악관에서 그 일로 대한민국에 전투병을 파병하라는 말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내부 사정상 해외에 더 이상의 전투 부대를 파병할 여력이 없었다.
세 배나 늘어난 국경선을 지켜야 했고, 아직도 내륙 깊숙이 숨어든 구 북한군들을 모두 소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한민국 정부를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계륵과 같은 구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의 존재였다.
수한이 그랬던 것처럼 PMC나 경호 업체를 설립하며 수용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북한 지역에 남아 있는 그들의 숫자는 10만이 넘었다.
만약 이들 특수부대 출신들과 잡히지 않는 구 북한군 지휘관들이 합류하게 된다면 점차 안정되고 있는 한반도에 또 다른 전쟁의 불씨를 키울 수도 있었다.
때문에 한반도의 사정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살얼음판처럼 불안했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대한민국에 전투 부대를 파병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 강요나 다름없었다.
그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고, 급기야 NSC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요구하는 전투 부대 파병은 어쩔 수 없습니다.”
길성준 비서실장은 고민하다 대답하였다.
확실히 그의 말처럼 쿠웨이트가 국제 테러 단체인 IS에 점령되었는데, 미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이전에 미국이 전투병 파병을 요청했을 때는 남과 북이 대치하던 상태였기에 돈만 지원하고 전투병을 파병하지 않았다.
그런 방법이 통할 수 있던 것은 당시 북한이 전쟁 불사를 떠들며 새로운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과 동해에서 로켓 발사 훈련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해에서도 해군 함정을 이용해 수시로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하고, 또 출동한 해군 함정에 위협사격을 하는가 하면, 해군이 이에 대응을 하면 북한은 해안포대를 이용해 포격을 하여 한반도에 불안감을 조성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위기도 없기에 미국의 요청을 마냥 거부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사정으로는 전투병을 파견할 수 없지 않은가.”
길성준 비서실장의 말에 윤재인 대통령은 침중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기에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는 어떻게든 미국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저,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번 미국의 전투병 파병 요청에 대하여 고심하고 있을 때 김명한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하였다.
“세 시간 전, 인도양에 나가 있는 해군 제1기동 전단의 전단장인 강감찬 제독으로부터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래, 무슨 보고인가?”
“예. 제1기동 전단의 임무는 원래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적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 나가 있는 이순신함과 대조영함과의 교대였는데, 지킴이 PMC를 지원해 주는 일로 현재 페르시아만을 거슬러 쿠웨이트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오전에 들어온 강감찬 제독의 전문을 그대로 대통령과 NSC 위원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장관의 말은 이번 기회에 해모수함과 제1기동 전단에게 실전을 치르게 하자는 말인가요?”
윤재인 대통령은 김명한 국방부 장관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그렇게 요약해 물어보았다.
이는 방금 전 김명한 장관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그거, 괜찮은 생각 같습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이박명 외교통상부 장관이 김명한 국방부 장관의 제안에 찬성하였다.
현지 인근에 있는 해군 제1기동 전단을 파견한다면 미국의 요구도 들어줄 수 있고, 또 굳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전력을 뺄 필요도 없으니, 아주 적절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때, 안보 보좌관인 김성길 보좌관이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해군 제1기동 전단에는 기밀인 해모수함이 있습니다. 제1기동 전단을 전투에 동원하게 된다면 여러 나라에 해모수함의 비밀이 알려지게 될 것입니다.”
김성길 안보 보좌관은 그동안 군 내에서도 극비로 다루고 있는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함정인 해모수함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강력한 반대를 하지는 않고 그저 제1기동 전단의 기함인 해모수함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말을 아꼈다.
그런 김성길 안보 보좌관의 언급에 다시 한 번 실내에 침묵이 흘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윤재인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국방부 장관.”
“예.”
“해모수함이 운행 시험을 한 지가 1년이 넘었지요?”
갑작스런 질문에 김명한 국방부 장관은 잠시 멈칫하며 해모수함에 관해 생각했다.
“음, 재작년 10월에 해군에 인도되었으니, 정확하게 13개월 20일 되었습니다.”
김명한 장관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해모수함의 운행 시험 시기에 대하여 대답하였다.
그런 김명한 장관의 대답에 대통령은 잠시 뭔가를 생각을 정리하더니, 말을 꺼냈다.
“아직 준비는 덜 되었지만 이번 기회에 실전을 겪어보는 것도 우리 군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욱이 현재 우리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미국에 기대야만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이상, 이번에는 저들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합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의 자주성을 주장하였다.
아무리 동맹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미국이 대한민국을 대하는 방식은 동등한 지위에서의 관계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만큼 차별적인 대우를 하였다.
한국인들은 가깝지만 먼 일본과 많은 비교를 한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맹이지만, 그 위상은 비교 불가다.
미국은 일본에는 많은 것을 양보하면서도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는 한국에는 너무도 냉정한 반응을 보여왔다. 또 어떤 이들은 대한민국이 돈도 들이지 않고 안보를 미국에 편승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웃긴 점은 그런 것에 화를 내야 할 것이 당연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그런 가당치 않은 말에도 아무런 반론도 주장하지 않고 그저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 꼬리를 흔들어 댈 뿐이었다.
윤재인 대통령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정책은 없고 그저 자신의 이윤만 추구하는 정치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까진 힘이 약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만 된다면 그런 위정자들을 모두 정치판에서 몰아낼 것이란 포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랜 정치 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그런 힘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힘을 가질 때까지 자숙하며 기다렸다.
조금만 더 힘을 기르면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주 독립국으로서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 것인데, 바로 앞에 큰 벽이 놓이고 만 것이다.
하지만 벽이 있다고 물러설 수는 없기에 결단을 내렸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힘을 드러내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주변에서 잠시 우려의 말이 나오기는 하였지만, 윤재인 대통령은 결심을 하였는지 말을 계속하였다.
“이번 미국의 전투병 파병에 관해서 해군 제1기동 전단을 쿠웨이트로 파병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단호한 대통령의 말에 김명한 국방부 장관도 마지못한 듯 알겠다는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지킴이 PMC 측에 계획을 조금 더 앞당기라고 말하세요.”
윤재인 대통령은 이번에는 김세진 국정원장을 돌아보며 그렇게 주문하였다.
“그건…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멈칫하던 김세진 국정원장은 계속해서 눈빛으로 자신을 압박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결국 알겠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렇게들 알고 계획을 수립하기 바랍니다. 조금만 참읍시다. 이 시기만 벗어난다면 다시는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뜻을 펼칠 날이 올 것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고민하던 문제가 결정이 나자 NSC 위원들은 빠르게 자신이 맡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는 위원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윤재인 대통령의 눈에는 결연한 빛이 역력했다.
◈ ◈ ◈
쿠웨이트 줄라이아.
지킴이 PMC는 쿠웨이트 국왕과 왕실 가족들을 보호하며 IS의 기갑 군단의 포위망을 뚫고 남부 줄라이아에 캠프를 차렸다.
줄라이아는 쿠웨이트 시로부터 40㎞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쿠웨이트를 침공한 IS의 군대는 육해공으로 구성된 통합군이 아니라 육군, 그중에서도 기갑 부대로만 구성되어 있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곳에 방어선을 구축한 것이다.
더욱이 지킴이 PMC 후발대와 합동작전을 함께한 애덤 홀드 소령은 사드 국왕과 왕족들이 쿠웨이트를 포위한 IS로부터 무사히 탈출했다는 것을 전해 듣고 병력을 집결시키는 한편, 교두보를 확보하란 지시를 받았다.
그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곳 줄라이아에는 지킴이 PMC가 차린 캠프와 애덤 홀드 소령이 지휘하는 미 해병대 포스리콘의 임시 캠프가 방어 진지가 구축되었다.
그리고 방어 진지가 구축되기 무섭게 사우디 담맘에 꾸려진 미 해병대 사령부에서 해병대 소속 기갑 부대들이 속속 도착하였다.
웅성! 웅성!
붕붕!
조용하던 줄라이아는 군인들이 몰려들며 무척이나 소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차량들이 내뿜는 엔진 소리 등 조용한 줄라이아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런 줄라이아의 모습에 쿠웨이트 왕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원 요청이 거절당하고 IS의 군대에 왕궁이 점령되어 피난을 갈 때만 해도 무척이나 암담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급하게 한국의 지킴이 PMC와 계약을 맺었던 것이 신의 한 수로 작용을 하였다는 것이다.
덜컹!
“형님, 방금 전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침략한 IS 군을 몰아낼 연합군이 구성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리드 왕자는 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와 사드 국왕을 보며 그렇게 소리쳤다.
조금 전,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쿠웨이트를 침략한 IS를 몰아내기 위해 연합군을 구성하는 중이란 연락을 받자 너무도 기쁜 나머지 임시 국왕 집무실로 뛰어든 것이다.
이는 무척이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으로, 자칫 잘못했다가는 반역으로 몰려 사형을 당할 수도 있었다.
비약이 아니라 현재 쿠웨이트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침략을 당해 국왕과 왕실 가족들이 모두 피난을 온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 검열 없이 국왕이 있는 곳으로 누군가가 침입한다면 당연 암살자라고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리드 왕자와 사드 국왕의 관계는 여느 형제들보다 더 끈끈하기에 그런 의심을 받지는 않았다.
더욱이 국왕 집무실에는 지킴이 PMC에서 파견된 경호원이 있었기에 안전은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지라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게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들은 사항입니다.”
“그래, 잘되었구나. 그런데 언제쯤 연합군이 침략자들을 공격한다고 하더냐?”
사드 국왕은 사리드 왕자가 가져온 소식에 고무되어 흥분하며 물었다.
하지만 자세한 작전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기에 사드 국왕의 질문에 시원한 답을 줄 수는 없었다.
“저, 그것이… 그것까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드 국왕은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다는 말에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나라를 침략한 적을 자신의 땅에서 언제 몰아낼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어떤 소식이냐?”
실망하기는 했지만 수도를 적에게 뺏긴 절망적인 상황에서 적을 물리치기 위해 동맹이 뭉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니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겨났다.
국왕의 질문에 사리드 왕자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한국에서 저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예. 지킴이 PMC의 책임자의 말에 의하면, 운행 시험 중인 최신예 함정의 사용도 승인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사리드 왕자는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함정인 해모수함을 언급할 때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기까지 하였다.
말을 하는 사리드 왕자는 물론이고, 사드 국왕도 이곳에 도착한 첫날 해모수함에 승선하여 함장인 강감찬 제독에게 제원 설명을 들었기에 엄청난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강감찬 제독이 중요한 비밀에 관해서는 알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해모수함이 가진 우수한 성능에 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튼 이처럼 막강한 한국 해군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지원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드 국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금 전, 미국이 자국에 침공한 IS를 몰아내기 위해 연합군을 구성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더 기뻤다.
가까운 곳에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나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드 국왕은 절로 안도가 되었다.
◈ ◈ ◈
똑! 똑!
“들어와.”
리철명 부사장은 사드 국왕과 왕족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소모된 장비들과 전투에 참여한 직원들의 월급 계산을 위한 한창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단결!”
노크를 하며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최진철 과장이었다.
“그래, 무슨 일인데 찾아온 거야?”
잠시 정리하던 서류를 옆으로 밀어내며 앞에 있는 용무를 물었다.
그런 리철명 부사장의 질문에 최진철 과장은 들고 온 전문을 내밀었다.
“본사에서 온 전문입니다.”
암호로 온 전문이었다. 리철명은 호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쓰고는 본사에서 보낸 전문을 읽기 시작하였다.
리철명이 쓴 안경은 평범한 안경이 아니었다. 안경테에서 특수한 파장이 투사되면 특수 처리된 종이와 잉크들이 일정한 형태의 문양을 만드는데, 그것을 특수 처리된 안경알을 통해 글자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것은 암호 체계가 외부에 유출되더라도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안경이 없더라도 이중 삼중으로 보안을 유지하기 때문에 정보가 유출될 염려가 없는 것이다.
안경을 통해 드러난 내용은 수한의 제안을 청와대에서 받아들였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에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군.”
“그렇습니까?”
최진철 과장도 베이스캠프에 열린 회의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기에 지휘부에서 정부에 어떤 제안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사실 최진철은 한국 정부가 절대로 지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일개 민간 기업의 제안을 정부가 받아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반대라면 가능하겠지만, 민간 기업에서 제안한 군사작전을 정부에서 승인하고 군대를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괜찮은 계획임에도 가능성이 없다 판단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들의 작전 계획을 받아들였다는 말에 최진철은 지킴이 PMC의 로비 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정수한 박사님 좀 불러주게.”
“알겠습니다.”
리철명 부사장은 앞으로의 일을 수한과 의논하기 위해 그를 찾았다.
잠시 뒤, 수한이 리철명의 임시 집무실로 들어왔다.
“우리의 제안을 정부에서 받아들였다고요?”
수한은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물어보았다.
“예. 정부도 이번 기회에 해모수의 작전 수행 능력 확인과 해군의 전투력 향상을 위해 승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전문의 내용을 확인을 하던 중, 백악관에서 이번 IS 침략군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에 전투병 파병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전투병이요?”
“예. 그러니 우리가 해모수의 실전 테스트를 제안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미국의 요구도 들어주면서 최신예 전함인 해모수도 이번 기회에 시험하고. 또 이번 기회에 해군이 실전을 경험한다면 엄청난 이득이겠군요.”
“예. 전에야 전투병 파병에 대하여 한반도 사정이 안정화되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며 예산과 전투 물자를 지원하는 것으로 대신 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해군의 기동 전단이 임무 교대를 위해 인도양에 파견된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리철명의 말대로 이번에 이순신함의 임무 교대와 해모수의 운항 시험 등 여러 가지 일로 제1기동 전단이 인도양에 파견을 나온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시의 적절하게 이곳에 있던 관계로 미국의 전투 부대 파견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부족한 실전 수행 능력을 보충할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이 된 것이다.
아무리 훈련에서 만점을 받는다고 해도 실전에서 얻어지는 경험과는 천지 차이다.
그러니 이번 쿠웨이트에서의 실전은 대한민국 해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졌다.
물론 쿠웨이트를 침략한 IS의 군대가 모두 기갑 부대이기는 하지만, 지킴이 PMC의 직원 일부가 잠시 대한민국 해병대로 신분을 변경해 참여할 것이기에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킴이 PMC에서 일부 직원들의 신분을 대한민국 해병으로 둔갑시켜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해외로 반출할 수 없는 신형 공격 헬리콥터를 이곳 쿠웨이트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신형 공격 헬리콥터는 아직 개발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운용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저 최적화하는 작업을 남겨둔 것이기에 수한은 개발 중인 공격 헬리콥터를 이번 기회에 현장에서 운용하면서 최적화 조율 작업을 함께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까지 모두 정부에 알려 승인을 받은 것이기에 수한은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확신했다.
전투병 파병을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여건상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대한민국 정부도 미국의 전투병 파견 요구에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마침 지킴이 PMC에서 인도양에 있는 해군 제1기동 전단을 언급했고, 미국이 해군이 아닌 육상 병력을 요구한다면 지킴이 PMC 중 일부 직원들을 해병대로 임시로 신분을 변경해 지원하겠다고 제안했기에 승인한 것이다.
더욱이 현재 개발 중인 신형 공격 헬리콥터의 양산을 위한 조율 작업이 필요하기에 쿠웨이트에서 벌어질 실전을 통해 공격 헬리콥터의 프로토 타입도 시험하겠다는 제안을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프로토 타입의 공격 헬리콥터가 투입되는 곳에는 지킴이 PMC가 있을 테니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갈 틈도 없을 테니.
아무튼 대한민국 정부나 쿠웨이트 왕실, 그리고 중간에서 이들을 조율한 지킴이 PMC는 상당한 이득을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서도 해군의 실전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되었고, 쿠웨이트 왕실은 적극적인 동맹국을 얻게 되었다.
지킴이 PMC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 장비 지원과 물자 반출에 대한 허가를 받을 뿐 아니라 쿠웨이트 왕실에는 이전에 맺었던 보호 의뢰를 수행한 것을 인정받아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새로운 계약은 IS의 군대를 쿠웨이트로부터 몰아내 달라는 의뢰였으며, IS를 몰아낸 뒤에는 무너진 쿠웨이트 군을 대신해 쿠웨이트를 수호하는 용병으로 일하는 것이었다.
무려 1년에 20억 달러나 되는 엄청난 금액의 용병 계약이었다.
사실 쿠웨이트는 1년에 총 30억 달러에 이르는 국방 예산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IS의 쿠웨이트 침공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는 쿠웨이트가 국가 방위를 위해 들여온 장비에 너무도 비싼 가격을 치르고, 또 유지 보수를 해온 탓이 컸다.
무기를 판 업체들이 부유한 쿠웨이트에 바가지를 씌웠기 때문인 것이다.
사실 그에 대해서는 사드 국왕이나 쿠웨이트 왕실도 알고 있는 바였다.
하지만 제대로 항의할 수도 없던 것이, 쿠웨이트에 바가지를 씌운 기업들이 모두 미국의 방위산업체였기 때문이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쿠웨이트였기에 미국 기업에 항의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그런 일로 항의하다 자칫 미국이 쿠웨이트에서 발을 빼기라도 한다면, 쿠웨이트는 존립의 위기에 처할 터였다.
그러니 쿠웨이트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바가지를 감당해야 했다.
◈ ◈ ◈
이라크 바쿠바.
“충성! 부르셨습니까?”
바쿠바 지역 동맹군 사령관인 애덤 슈미츠 장군의 부름을 받은 레온 하트 대령은 사령관 집무실로 들어서며 경례를 하였다.
“어서 오게. 자리에 앉지.”
슈미츠 장군은 레온 대령이 자리에 앉자 보던 업무를 멈추고 반대편 자리에 마주 앉았다.
“자네를 부른 용건은 백악관에서 한 가지 명령이 내려왔기 때문이네.”
“백악관이요?”
레온 하트 대령은 백악관에서 직접 작전 명령이 떨어졌다는 말에 너무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군사작전에 백악관이 나서는 일은 너무나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 이번 작전이 정치적인 이유로 꾸려진 작전이란 말이기도 했다.
“혹시 정치적인…….”
말은 다 하지 않았지만, 레온 하트 대령의 표정은 정치적인 일에 자신이 나선다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레온 하트 대령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슈미츠 장군도 별 표정 없이 명령문 하나를 내밀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네, 이번 작전에 자네와 자네 부대가 꼭 필요하니 말이야.”
“어떤 작전이기에 제 부대가 필요한 것입니까?”
자신의 부대는 현재 IS의 대규모 병력을 막기 위한 전력 중 그저 한 부분에 불과했다.
그리고 병종(兵種)이 같은 부대들도 많았다.
바쿠바에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 전력 중 미국 해병대 소속 기갑 여단 하나를 지휘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런데 또 어디에서 작전이 펼쳐지기에 자신의 부대가 필요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부대가 정치적인 놀음에 동원된다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하는 작전이기에 제 부대가 필요한 것입니까?”
레온 하트 대령은 애덤 슈미츠 장군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자네도 소식을 들어 알겠지만, 정보부에서 IS의 기만술에 속아 쿠웨이트가 저들의 수중에 들어갔네.”
자신들이 IS의 거짓 정보에 속아 이곳 바쿠바에 머물고 있을 때, 정작 IS는 바쿠바에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600㎞나 떨어진 쿠웨이트를 침공하였다.
IS가 활동하기에 아무런 기반도 없는 곳을 털린 셈이고, 이는 세계 최고의 정보 조직을 거느린 미국으로서는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이번 쿠웨이트를 침공한 IS을 확실하게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더욱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부대가 IS 군 내부에서 상당한 전력을 차지하는 아부살만의 기갑 군단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백악관이나 펜타곤에서는 이번 기회에 IS의 무력의 주축인 그들을 끝장내길 원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레온 하트 대령은 쿠웨이트를 점령하고 있는 IS 군 사령관이 아부살만이라는 말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 또한 기갑 부대를 운영하고 있는 지휘관이었다.
그렇기에 기갑 부대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화력을 가진 기갑 부대라 해도 운영하는 병력의 숫자가 적다면 방어를 하는 측면에서 불리하였다.
그런데 아부살만은 그러한 기갑 부대의 한계를 잊었는지 기갑 부대 단독으로 한 나라를 점령하고 그 자리에 눌러앉은 것이다.
아무리 쿠웨이트가 작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기갑 부대만으로 점령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사실 그것은 IS의 계획이 아니었다. 본래 그들은 쿠웨이트를 점령해 미국과 동맹국의 참전을 막기 위해 사드 국왕과 왕족들을 재빨리 구금하려고 했다.
왕족들만 확보할 수 있다면 미국이나 동맹국들이 감히 쿠웨이트로 병력을 운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나 동맹국들이 쿠웨이트 왕족들의 생명을 무시하고 쿠웨이트로 진격하게 된다면, 그동안 아랍의 여러 나라들에게서 받던 지원이 중단되고 이슬람권 국가들에 지하드을 촉발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까지는 모르기에 애덤 슈미츠 장군이나 레온 하트 대령은 지금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부살만의 기갑 부대가 비록 구형인 T―72를 운용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많은 개량을 하여 쉽게 볼 수는 없습니다.”
레온 하트 대령은 자신의 여단(旅團)으로 적의 기갑 부대를 상대하기에는 조금 벅차단 생각에 그리 말을 하였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동맹에서 전투병을 지원해 줄 것이네.”
한발 빼는 레온 하트 대령을 보며 슈미츠 장군은 백악관으로부터 전해 들은 작전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였다.
“이번 작전에 한국도 전투병을 파병하기로 하였으니, 쿠웨이트 해방도 해방이지만 한국군도 자세히 살피라는 내용이었네.”
“한국군 말입니까?”
레온 하트 대령은 슈미츠 장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네. 요즘 한국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더욱이 그들의 행보를 보면 우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어.”
슈미츠 장군은 한국 정부가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보여준 행동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획기적인 신무기가 개발되었을 때 가장 먼저 미국에 알렸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러한 것이 싹 사라졌다.
더욱이 미국을 상대로 무기를 팔아먹을 생각을 하고,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고 있었다.
물론 한국이 개발한 신무기가 너무나 획기적인 물건이라 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비싸 전군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작전이니, 자네의 경력에도 플러스 요소가 될 거네. 자네가 맡게.”
거듭 강조하는 슈미츠 장군의 말에 레온 하트 대령은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자네 부대는 지금 이 시간부로 쿠웨이트 해방군으로서 파견되는 걸로 하지.”
레온 하트 대령이 작전을 수령하자 슈미츠 장군은 바로 쿠웨이트 해방군을 편성하였다.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무운을 비네.”
“감사합니다.”
레온 하트 대령이 사령관실을 나가고 나자 애덤 슈미츠 장군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생각에 빠졌다.
한편, 밖으로 나온 레온 하트 대령은 조금 전 애덤 슈미츠 장군이 강조한, 한국군을 살피라는 말이 뇌리에 맴돌았다.
‘어떤 것을 살피라는 것인지 모르겠군.’
그는 자신의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사령관이 한 이야기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했다.
◈ ◈ ◈
쿠웨이트 줄라이아.
“조심해서 내려!”
위잉!
지킴이 PMC가 캠프를 차린 줄라이아 항구에서는 한창 하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 정부가 쿠웨이트 정부와 협정을 맺으며 IS를 몰아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많은 물건들이 쿠웨이트로 전해졌다.
군수 지원함은 물론이고, 민간 화물선을 이용해서 많은 지원 물품들이 이곳 줄라이아에 쌓이고 있었다.
하역 작업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곳 줄라이아가 원래 화물선이 들어오는 항구가 아니기 때문에 하역 작업에 필요한 크레인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해군 제1기동 전단 소속 군수 지원함이 하역 작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물론 가벼운 화물은 파워 슈트를 입은 지킴이 PMC 직원들이 나서서 돕고 있었기에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한편, 지킴이 PMC 직원들이 파워 슈트를 입고 하역 작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캠프를 차린 미 해병대 대원들이었다.
애덤 홀드 소령의 부하들은 이미 지킴이 PMC 직원 전원이 파워 슈트를 착용한다는 사실을 경험했기에 이곳에 오지 않았지만,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미 해병대원들은 그 말을 확인하고자 하역 작업으로 분주한 항구에 나와 구경하고 있는 것이었다.
“왓 더 팍! 그 새끼들 말이 사실이었어.”
“그러게 말이야. 한국인들은 어떻게 저 많은 인원에게 파워 슈트를 지급할 수 있던 거야?”
“그러게… 부럽네.”
하역 작업을 하고 있는 지킴이 PMC 직원들의 모습을 확인한 미 해병대원들은 자기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서는 또 다른 무리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항구가 보이는 줄라이아 호텔의 스위트룸.
그곳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쿠웨이트의 총리인 사리드 왕자와 IS가 쿠웨이트 시를 봉쇄할 때 간신히 빠져나온 쿠웨이트 행정부 요인들, 그리고 IS로부터 쿠웨이트를 해방시키기 위해 모여든 동맹국 지휘관과 지킴이 PMC 부사장인 리철명, 그리고 수한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수한과 리철명은 쿠웨이트 왕실과 계약한 용병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였다.
물론 용병 자격이기에 작전에 대한 발언권은 가지지 않았다.
다만, 작전이 어떻게 꾸려지는지 그 진행 상황을 지켜보려고 참석한 것이었다.
자칫 자신들이 총알받이로 내몰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리철명과 수한의 모습을 고깝게 보는 시선들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런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괜히 그런 게 신경 쓰인답시고 남들이 짜놓은 작전을 나중에 받아보고 나서 불리함을 항의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자리에 모인, 각국을 대표해 온 지휘관들도 그런 이유에서 어떻게든 자국 군대가 보다 안전한 포지션에 들어가길 기를 쓰고 논의하고 있었다.
“군을 셋으로 나눠 운용하겠습니다.”
사드 국왕 대신 참석한 사리드 왕자는 쿠웨이트 총리로서 각국 지휘관들이 하는 말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다.
비록 이 자리에 쿠웨이트 군 지휘관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발언을 하거나, 또 자신이 군사작전에 뛰어난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있는 지휘관 중 가장 계급이 높은 강감찬 제독이 군을 세 개로 나눠 운용하겠다고 하자 주변이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강감찬 제독은 주변의 소란에 전혀 개의치 않으며 꿋꿋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현재 알자라 주 북쪽으로 30㎞ 떨어진 곳에 미 육군 288기갑 여단이 주둔해 있고, 이곳 줄라이아에는 프랑스 제8기계화 사단 예하 3연대, 영국 제524기계화 연대, 대한민국 제1기동 전단과 해병 특수부대원 2천 명, 쿠웨이트 용병 7,200명이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쿠웨이트 용병이란 쿠웨이트 왕실과 계약을 맺은 지킴이 PMC였다.
원래 전력은 8천 명이지만, 쿠웨이트와 대한민국 정부와 중계를 하면서 2천 명은 한국군으로 신분을 변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 6천 명이 되어야 하는데, 수한은 평양에 있는 본사에 연락하여 훈련 중이던 직원들을 추가로 불러들여 7,200명을 꾸렸다.
아무리 파워 슈트로 무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숫자에서 밀리면 발언권이 약해지기에 일부러 1,200명을 더 늘린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작전 회의에 참석을 할 수 있던 것이기도 했다.
“현재 동맹군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세 무리로 나눠 제1기동 전단은 해안선을 따라 북상을 하며 공격을 할 것입니다. 2천의 미 해병 특수부대원들은 해안선에 늘어진 도심을 따라 북상하며 IS 군을 처리하고, 미군은 알자라 주를 통과해 서쪽에서 IS 군을 압박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영국의 523기계화 연대는 쿠웨이트 시 남서쪽에서, 프랑스의 3연대 병력은 쿠웨이트 공황과 일대를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쿠웨이트 해방을 위해 모인 동맹군은 현재 쿠웨이트 시를 장악하고 있는 아부살만의 기갑 군단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강감찬 제독은 쿠웨이트 시에 있는 아부살만의 기갑 군단을 3면에서 포위를 하면서 시가전을 하는 것으로 작전을 세웠다.
누가 들어도 납득할 만한 작전이었는데, 동맹군 어느 나라 군대도 위험하지 않은, 정석적인 포석이었다.
강감찬 제독의 작전 능력에 동맹군 지휘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감찬 제독이 비록 해군이기는 하지만 육상 작전을 수립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았기에 수긍하는 것이었다.
한편, 강감찬 제독의 작전 설명을 들으며 약소국 해군 장성이라는 사실 때문에 무시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수한은 강감찬 제독의 지휘를 받아들이는 지휘관들의 모습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