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88화 (88/118)

5. 포위망을 벗어나다

부웅! 끼익!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를 달리던 일단의 차량들이 멈춰 섰다.

그들은 쿠웨이트의 사드 국왕과 그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출발한 선발대를 지원하기 위한 지킴이 PMC의 후속대와 미 해병대 특수부대인 포스리콘의 병력이었다.

“다시 한 번 설명을 하겠다.”

리만철 상무는 무전기를 들고 지킴이 PMC 직원들에게 작전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임무는 IS와 교전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되어 있는 선발대와 의뢰인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리만철은 선발대가 쿠웨이트 왕족들과 함께 쿠웨이트 시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엘퀴소에 고립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후속대는 자연스레 임무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IS를 쿠웨이트에서 몰아내는 것보다 일단 선발대와 함께 있는 의뢰인들을 구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지킴이 PMC의 후속대와 합류한 미국의 포스리콘도 마찬가지였다.

포스리콘도 동맹국의 수장인 사드 국왕을 구출하기 위해 출동하였으니, 지킴이 PMC의 작전 계획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세계 최강이자 해병 중의 해병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작전의 주체가 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만약 포스리콘의 지휘자가 다른 인물이었다면 막무가내로 작전 지휘권을 휘두르려 했겠지만, 애덤 홀드 소령은 그러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비밀 작전을 수행하면서 한 번의 실패도 없었을 정도로 상황 파악이 빠른 그였다.

어차피 자신들에게 명분도 없을뿐더러, 3,000대에 이르는 전차와 1,500대의 BMP, 그리고 보명 15,000명 속에 고립된 쿠웨이트 국왕과 그 가족들을 무사히 구출한다는 것은 자신들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 것이다.

애덤 홀드 소령이 그런 판단을 한 근거에는 지킴이 PMC 개개인이 착용한 장비 탓도 있었다.

그들은 펜타곤 직속 특수부대인 T―렉스에 보급됐다고 알려진 파워 슈트를 기본 장구로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덤 홀드 소령이나 포스리콘 대원들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명 이들의 정체가 PMC라 했는데, 갖추고 있는 무력은 일개 PMC가 가지고 있을 범위를 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킴이 PMC가 사실은 한국이 특수부대를 은폐하기 위해 위장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정말로 한국군과 관계가 없는 민간 기업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놀람을 넘어 두려움을 가질 정도였다.

국가의 무력에 근접하는,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 범위를 넘어서는 무력을 가지고 있는 사설 군대를 누군가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뒷골이 어찔했기 때문이다.

만약 지킴이 PMC가 사익을 위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이들을 막을 수 있는 국가나 단체가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더군다나 이들 개개인은 한때 세계 각국의 정부 요인이나 군 지휘관들을 골치 아프게 만든 북한의 특수부대 출신들이라고 했다.

아무튼 애덤 홀드 소령은 이번 기회에 뒤에서 지킴이 PMC들의 능력을 파악하기로 결심을 하고 부하들에게 하나도 놓치지 말고 꼼꼼히 살피라는 명령을 내려두었다.

포스리콘의 본래 주 임무는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적의 정보를 아군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니 비록 지킴이 PMC가 적은 아니라지만 미래에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존재이니 일단 정보를 확보하려는 것이았다.

“그러니 교전을 최소한으로 하며,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를 기준으로 엘퀴소와 프나이티즈 지역의 IS 병력을 모두 소탕한다.”

리만철 상무는 IS가 대규모 지원군을 보낸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기에 초기 정보를 기반으로 작전을 지시하고 있었다.

비록 두 지역이긴 하지만 IS 병력이 얼마 없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리만철 상무의 지시에 지킴이 PMC 직원들은 장갑 차량을 열 대씩 나눠 엘퀴소와 프나이티즈로 갈라졌다.

그리고 지킴이 PMC와 움직임을 함께하던 포스리콘의 JLTV도 열 대씩 나뉘어 그 뒤를 따라갔다.

◈ ◈ ◈

슝! 쾅!

왕궁을 탈출한 쿠웨이트 왕족들을 잡기 위해 길목을 차단하고 있던 IS 병력은 갑자기 뒤에서 날아든 공격에 깜짝 놀랐다.

대규모 지원군이 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던 차에 어디에서 날아드는지 알 수 없는 상대의 공격은 날벼락과도 같았다.

그 때문에 잠시 안도하던 IS 군은 또다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사실 IS 기갑 군단은 처음 쿠웨이트를 침공할 때만 해도 자신감이 충만하였다.

그러나 전투가 계속되면서 그런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들의 머릿속엔 적에 대한 두려움만이 가득 차 있었다.

분명 적의 규모가 얼마 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직접 적을 상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멀쩡히 잘 있던 옆의 동료가 픽픽 쓰러지니 그 두려움은 뭐라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반격을 해! 뭐하고 있나?”

압둘라는 갑작스런 기습에 멍하니 당하고만 있는 부하들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

아무리 지원군과의 합류를 위해 잠시 작전지역을 벗어나 뒤로 전선을 물렸다고는 하지만, 경계도 하지 않고 있다가 기습까지 당한 것이 무척이나 화가 났다.

차라리 지원군이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당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대규모 지원군이 온 것 때문에 잠시 정비를 위해 전선을 내렸더니, 부하들이 아예 주변 경계까지 하지 않고 정비를 했던 것이다.

물론 자신도 그런 부하들을 둘러보지 못한 책임이 있지만, 압둘라의 머릿속에는 그런 자신의 잘못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상관이 지켜보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 적에게 당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저들은 어디서 나타난 것인가?”

한편, 부하들을 지원을 나온 오마르는 압둘라의 부하들이 공격당하고 있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분명 적은 엘퀴소의 한 블럭으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지금 적은 앞이 아닌 뒤에서 기습을 해오고 있었다.

그 말인즉, 적에게도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의미였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오마르는 긴급하게 부하들에게 무전을 날렸다.

“적의 후속 부대가 도착했다. 1대대는 지금 공격하고 있는 적의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2대대는 현 상태에서 3대대를 지원한다. 그리고 4대대는 적이 사드 국왕과 합류하지 못하게 길을 차단하고 대기한다.”

오마르는 일단 숨어든 적보단 새로 나타난 적의 지원군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신속하게 지시를 내렸고, 그런 상관의 명령에 부하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차들이 적을 공격할 때, BMP는 4대대를 보조하기 바란다.”

오마르가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자 이곳 엘퀴소 지역 담당자였던 압둘라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잠시 당황해 제대로 된 지시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3여단장인 오마르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드르륵! 콰과과과! 펑!

오마르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3여단 예하 BMP들이 엘퀴레인 방향에서 기습을 가해온 지킴이 PMC와 미 해병대 소속 포스리콘을 향해 공격을 시작하였다.

반격을 시작하기는 하였지만, 사실 정확하게 적을 겨누고 발사하는 공격이 아니었다.

그저 적의 측면으로 돌아가는 아군을 지원하기 위한 사격이었다.

◈ ◈ ◈

쾅! 콰쾅! 타타타타!

엘퀴소와 엘퀴레인 사이의 208번 도로를 경계하고 있는 IS 전차와 BMP를 발견한 지킴이 PMC 후속대는 기습을 감행하였다.

최대한 적의 시선을 끌어야 프나이티즈로 돌아가는 팀이 엘퀴소에 고립되어 있는 선발대와 수월하게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선발대와 교신을 한 결과, 선발대의 전력은 이제 거의 바닥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적이 전면전을 벌였다면 선발대와 의뢰인들은 무사하지 못했을 테지만, 다행히도 아직 아군의 전력을 확인하지 탓에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리만철 상무는 최대한 빠르게 2팀이 선발대와 합류할 수 있도록 적의 시선을 끌어야만 했다.

적의 시선을 끄는 데에는 기습만 한 것이 없었다.

방심하고 있던 상황에서 기습을 받게 된다면 적은 당황할 수밖에 없고, 또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는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군은 시간을 벌게 되고, 또 그만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 적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알갔나?”

리만철은 장갑차에 설치되어 있는 코일건을 발사하며 헤드셋을 이용해 다른 단차에 무전을 날렸다.

지킴이 PMC들이 타고 있는 KF―300 장갑차는 세 가지 타입이 있는데, 30㎜ 기관포와 7.62㎜ 기관총으로 무장한 기본형과 기본형에 다목적 휴대 미사일(게이볼그) 네 기와 50㎜ 코일건을 장착한 A형, 그리고 기본형에서 50㎜ 코일건을 빼고 다목적 휴대 미사일 여덟 기를 장착한 B형 등이 있다.

대한민국은 한반도를 통일함으로써 넓어진 국경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게다가 2027년에 중국으로부터 동북 3성을 넘겨받게 되면 국경선이 현재보다 세 배 이상 넓어질 예정이었기에 더욱 근심이 컸다.

아무리 군 현대화를 이뤘다고는 하지만 넓어진 국경을 효과적으로 방어를 하기 위해선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장비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군 장비의 업그레이드를 천명하였다.

기존의 K―200 장갑차는 K―3 백호와 보조를 맞추기엔 너무도 열악했다.

그래서 새로운 지원 장갑 차량이 필요해진 육군은 천하 디펜스에 의뢰를 하였다.

그들은 기존 K―200 장갑차의 기동성에 K―2 흑표에 준하는 장갑 방어력에 도심 시가지 전투에 적합한 다목적 장갑 차량을 원했는데, 이런 육군의 요구에 천하 디펜스는 라이프 메디텍 연구소에 의뢰하게 되었다.

아니, 라이프 메디텍 연구소장이자 K―3 백호를 개발한 수한에게 의뢰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군이 요구하는 장갑차의 성능은 어떤 면에선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SF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무기를 군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한은 이런 것을 모두 수용하는 장갑 차량을 1년도 되지 않아 설계하였다.

어차피 차량의 장갑은 K―3 백호를 개발하면서 완료를 마친 상태였고, 부족한 방어력은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로도 충분하였다.

그리고 무기 체계도 완성이 되어, 현재 있는 것들을 조금만 개량하면 되는 것이었다.

수한은 컴퓨터로 설계한 것들을 조합하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고,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생산에 들어갔다.

육군은 아직까지 기본형만 주문한 상태이고, A형과 B형은 실전 테스트가 끝나지 않아 주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킴이 PMC는 기본형만으로는 쿠웨이트의 의뢰를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전격적으로 A형과 B형을 주문하여 무장하였다.

중동의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킴이 PMC 경영진은 자신들의 병력에 비해 IS나 알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테러 단체들의 화력이 강력하다는 생각에 두 가지 타입 모두 주문한 것이다.

그랬기에 지금 지킴이 PMC 후속 부대는 A형과 B형만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리만철 상무가 타고 있는 KF―300은 기본 무장에 미사일 네 기와 50㎜ 코일건을 무장한 A타입이었다.

리만철 상무의 지시를 받은 지킴이 PMC 직원은 50㎜ 코일건을 조작하여 측면으로 돌아 포위하려는 적 전차를 향해 공격을 감행하였다.

비록 IS의 T―72 전차는 50㎜ 포탄에 파괴될 정도로 형편없지는 않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강력한 전자기력으로 발사되는 50㎜ 코일건에는 견딜 수가 없었다.

전차의 무서운 점은 화력이나 단단한 방어력뿐만 아니라 빠른 기동성도 한몫한다.

강력한 화력과 방어력, 그리고 기동성을 갖춘 전차는 무척이나 위협적인 전쟁 도구다.

그런데 여기서 기동성을 잃게 된다면 전차는 위협적인 무기에서 위험하지만 손쉬운 표적이 될 수도 있다.

KF―300 장갑 차량에서 발사된 50㎜ 코일건은 측면을 돌아 공격을 하려던 IS의 T―72을 잡았다.

아무리 단단한 전차라 해도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되는 50㎜ 코일건에는 견디지 못한 채 쉽게 파괴되었고, 운 좋게 조준이 빗나가 궤도가 끊어진 T―72 전차는 기동 중 멈추는 바람에 KF―300의 또 다른 무기인 다목적 미사일에 먹이가 되었다.

좁은 도심에서 시가전을 치르던 중 전차가 도로 한가운데 돈좌(頓挫)되는 바람에 IS의 전차들이 원활하게 기동을 할 수가 없던 것이다.

지킴이 PMC의 직원들은 군 생활을 최소 10년 이상 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누가 어떻게 지시를 하지 않아도 표적 우선순위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타난 전차에 첫 사격을 하고, 또 적이 도망치지 못하게 후미에 있는 적을 파괴해 길목을 막았다.

그리고 그런 지킴이 PMC들과 보조를 함께하고 있던 포스리콘은 그런 지킴이 PMC의 전투를 빠짐없이 기록하였다.

한편, KF―300 장갑차의 대기실에 타고 있던 지킴이 PMC 직원들은 중간에 내려 건물로 이동하였다.

그들은 건물 내부에 민간인이 있으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후, 자리를 잡아 IS의 보병들을 상대하였다.

IS의 보병을 상대하다가도 전차나 BMP에 탑승하고 있는 IS의 승조원들이 보이면 바로 저격하였다.

비록 지킴이 PMC들이 저격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파워 슈트의 바이저와 연계된 조준장치로 인해 가까운 거리에서는 저격총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였다.

특별히 저격총을 이용하면 더욱 먼 거리에서도 저격이 가능하지만, 현재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은 쿠웨이트 시내였기에 그렇게까지 고성능의 저격총은 필요 없었다.

아무튼 차량에서 내린 지킴이 PMC들은 능숙한 솜씨로 IS 군을 처리하기 시작하였다.

장갑에 보호 받지 못하는 IS 군은 총소리와 함께 여지없이 목숨을 잃었다.

“맛 좀 봐라!”

일부 지킴이 PMC들은 소총뿐 아니라 휴대용 미사일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은 IS의 전차가 보이면 미사일을 이용해 공격을 하였다.

그러나 쉽게 쉽게 적을 처리하는 와중에도 지킴이 PMC 직원들은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적이 예상보다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죽여도 적의 숫자가 아군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수한을 비롯한 지킴이 PMC 선발대가 저지선을 뚫기 위해 파괴한 IS의 전차와 BMP가 100여 대에 이르고, 지킴이 PMC 후속 부대가 기습으로 처리한 IS의 전차와 BMP도 상당하였다.

그럼에도 이곳 엘퀴소 일대에 있는 IS의 전차와 BMP는 그동안 파괴된 것들의 배는 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1950년 한국전 당시 인해전술(人海戰術)을 펼치는 중공군을 맞아 싸운 연합군이 느꼈을 법한 감정을 지금 지킴이 PMC와 포스리콘이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때와 사정은 다르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가지고 있는 전력은 한계가 있기에 IS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후속 1팀은 전투가 힘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지킴이 PMC 선발대는 후속 부대가 출발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 의뢰인인 사드 국왕을 비롯한 왕족들과 엘퀴소 1블럭 구석에 몸을 숨긴 채 단단하게 진지를 구축하였다.

고립된 자신들을 구출하기 위해 출발한 후발대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여가 필요하지만, 시간은 충분하였다.

사나운 IS 군에게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었기에 감히 함부로 도발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IS 군이 희생을 무릅쓰고 밀고 들어온다면 자신들로서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무려 500대가 넘어가는 전차에 100여 대의 BMP와 보병들은 결코 적은 전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적은 자신들이 자신하는 전차와 BMP가 파괴되자 지래 겁을 집어먹고 감히 도발하지 못했다.

거기에 수한이 간간이 적진에 침투하여 지휘관들을 죽이고, 또 리퍼를 착용한 지킴이 PMC 간부들이 저격까지 해 댔다.

오마르와 압둘라가 공격 명령만 내리면 지휘관들을 사냥을 하듯 저격을 해 대니, IS 군으로서는 상관의 명령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명령을 따르자니 적이 너무 무섭고, 그렇다고 명령을 듣지 않자니 그 또한 두려웠다.

IS 내부에서는 현재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상대로 치르는 전쟁을 지하드(성전)라 명명하고 있다.

이런 성전에서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이 무슬림(알라에 귀의한 자)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로, 죽어도 신의 땅에 갈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오마르와 압둘라의 명령을 받은 IS 병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이러한 사실을 적절히 이용해 방어를 하던 지킴이 PMC는 조금 전 후발대가 인근에 도착했다는 무전을 받았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IS 군의 뒤를 급습하여 선발대와 합류한 지킴이 PMC 후발대는 순식간에 1블럭 전역을 확보하였다.

일대에는 IS 군이 여전히 많이 있었지만, 위협이 되는 전차와 BMP를 우선으로 파괴하는 KF―300 장갑차의 기습 공격에 엘퀴소 1블럭에 있던 IS 군은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단결!”

선발대와 합류한 후발대 2팀장 최진철 과장은 리철명 부사장을 보며 경례를 하였다.

“단결! 그래, 제때 와줬구만!”

리철명의 말처럼 후발대 2팀이 적당한 시간에 고립된 선발대와 합류하였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 엘 줄라이아까지 후퇴한 뒤 정비한다.”

새로 합류한 지킴이 PMC가 막강한 화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IS의 쿠웨이트 침공군 전체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 엘퀴소 일대를 포위한 오마르의 3여단 병력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지금이야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당황하고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의 적이 생각보다 숫자가 적다는 것을 깨닫고 반격을 해올 것이다.

그러니 적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최진철 과장은 바로 대답한 뒤, 자신의 팀을 이끌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IS 군을 향해 공격을 재개했다.

혹시라도 뒤에 따라올 쿠웨이트 국왕과 왕족들이 타고 있는 차량이 피습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투투투투! 쾅! 쾅!

IS 군과 그들의 포위를 빠져나가려는 지킴이 PMC의 전투로 인해 주변 건물들이 파괴되고 있었다.

◈ ◈ ◈

쾅!

“병신같이 다 잡은 고기를 놓치다니!”

IS 쿠웨이트 침공군 사령관인 아부살만은 조금 전 엘퀴소에서 벌어진 전투 결과를 보고 받고 고함을 질렀다.

처음 엘퀴소에 의문의 적이 저지선을 뚫기 위해 기습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바로 그들이 사드 국왕과 왕족들을 보호하고 있는 이들이라 생각하고 지원군을 보냈다.

이미 그 지역에는 100여 대의 전차와 BMP가 길목을 지키고 있었지만, 다급한 무전에 추가로 500대의 전차와 BMP를 지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목표를 놓쳤다고 하니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만약 3여단장과 부대장이 눈앞에 있었다면 목을 쳐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려 전차만 600대가 동원되었다. 전차 600대에 BMP, 그리고 보병까지 생각을 하면 3여단장과 처음 그 지역을 담당하던 지휘관은 처벌이 불가피했다.

더욱이 쿠웨이트를 온전하게 점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사드 국왕을 놓친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현재 쿠웨이트 시를 자신들이 점령했음에도 사드 국왕의 요청으로 미국이 언제 쿠웨이트에 전력을 투사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사실 IS의 쿠웨이트 침공의 핵심은 사드 쿠웨이트 국왕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국왕을 사로잡는 도중 그가 죽게 된다면 차선으로 왕족 중 한 명을 앞세워 쿠웨이트가 IS에 항복을 하는 형식으로 이번 전쟁을 마무리하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사드 국왕이 포위망을 벗어나면서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IS는 이번 쿠웨이트 침공 작전을 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사용하였다.

미국의 눈을 속이기 위해 많은 스파이들이 거짓 정보를 흘렸다.

그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많은 IS의 전사들이 미국과 그 동맹국의 첩보 기관에 노출이 되었다.

그들 속에 숨어 지하드에 도움을 주던 이슬람 전사들이 많은 희생을 무릅쓰고 공작을 펼쳤는데, 결과가 이 지경이 되자 아부살만은 부아가 치밀었다.

“이게 말이 되느냔 말이야! 어떻게 했기에 전력의 1/10도 되지 않는 적에게 당할 수 있느냔 말이다!”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부살만은 정말이지 방금 전 받은 보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차분하게 전과(戰果)를 되짚어 봐도 도저히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랬기에 지금 이렇게 혼자 넋두리를 하듯 허공에 대고 화풀이를 하는 중이었다.

한편, 그런 사령관을 지켜보는 아부살만의 보좌관은 현재 이 자리가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다.

저렇게 혼자 중얼거리다 언제 자신에게 저 화의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화를 혼자 삭이는 법이 없는 아부살만의 성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보좌관은 제발 이대로 그가 넘어가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보좌관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가고, 자신을 보는 사령관의 눈빛은 잔인한 살기로 번뜩였다.

“오마르에게 끝까지 추적해 적들을 끝장내라고 해! 만약 그러지 못했을 때는 내가 직접 목을 쳐버리겠다 전해!”

아부살만은 살기를 풍기며 그렇게 명령하였다.

“예, 알겠습니다.”

자신에게 불호령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방금 전 명령에서 살기가 뚝뚝 떨어졌기에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살이 떨렸다.

대답을 하고 보좌관은 방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현재 IS의 쿠웨이트 침공군이 사령부를 차린 곳은 쿠웨이트의 국왕이 오전까지 집무를 보던 왕궁이었다.

끝까지 쿠웨이트 군이 아부살만의 군대를 막아보려 애를 썼지만, 전력 차이가 심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아무리 IS가 보유한 T―72 전차보다 뛰어난 M1 전차를 보유했다지만, 1/10에 불과한 전력으로는 침공군을 막을 수 없었다.

◈ ◈ ◈

엘퀴레인 3블럭, IS 기갑 군단 3여단 주둔지.

오마르의 3여단은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 동쪽으로 208번 국도에 저지선을 펼쳐 놓고 있었다.

원래는 2여단 소속의 압둘라가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저지선을 지키며 쿠웨이트 시를 빠져나가려는 이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쿠웨이트 왕궁을 빠져나온, 국왕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과 전투를 벌이면서 오마르의 3여단이 지원을 온 것이다.

처음엔 정확한 적의 숫자나 전력을 알 수 없었기에 오마르의 3여단에 지원 요청을 한 것이지만, 나중에 적이 강력한 화력에 비해 숫자가 적다는 것을 깨닫고 차분하게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나타난 적의 기습으로 다 잡은 먹이를 놓치고 만 것이다.

그 때문에 오마르의 심기도 무척이나 좋지 못했다.

IS 군 최고 엘리트 집단인 기갑 군단의 여단장 오마르의 프라이드는 IS 내에서도 알아주었다.

그런데 식은 스프를 먹는 것보다 더 쉬울 것이라 여겨지던 작전을 실패하였으니, 그의 이력에 오점이 생긴 셈이다.

만약 이런 사실이 IS 내에 알려진다면 그동안 그가 쌓아온 것들이 모두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어 무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쾅!

“병신 같은 것들! 다 잡은 고기를 놓치다니!”

쿠웨이트 왕궁의 아부살만이 쿠웨이트 국왕을 놓친 것을 두고 그와 압둘라를 욕하고 있을 때, 우연찮게도 오마르 또한 똑같이 욕을 하고 있었다.

사실 오마르의 롤 모델이 바로 상관인 아부살만이었기 때문인지 두 사람 다 성격이 똑같았다.

공을 탐하며 명예욕이 강하고, 또 부하들의 실수에 대하여 단호했으며, 적에 대하여 잔인할 정도로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작전에 실패한 부하에 대해선 결코 용서가 없었다.

다만, 아부살만이 부하인 오마르와 다른 점은 그래도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망정 기회는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마르는 달랐다. 부하가 자신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는 본보기로 처형을 하였다.

그것이 중요한 명령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권위를 무너트렸다는 생각에 그렇게 가혹한 처벌을 하는 것이다.

만약 압둘라가 자신의 직속 부하였다면 아마 사드 국왕을 잡지 못한 책임을 물어 처형했을 테지만, 다행히 압둘라는 오마르의 직속 부하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다.

다만, 사드 국왕이 저지선을 돌파한 것에 대한 앙금이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었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와중에 압둘라도 직속상관은 아니지만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한 3여단에 대하여 불만을 품었다.

그렇게 쿠웨이트를 침공한 IS 군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가고 있었다.

“충성!”

“충성!”

오마르가 주둔지 본부에 혼자 실패를 곱씹고 있을 때, 그의 부관이 집무실로 들어오며 경례를 하였다.

그런 부관의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래, 무슨 일이야?”

자신의 휴식을 방해하는 부관의 모습이 별로 달갑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대답은 무척이나 건조했다.

“예, 상부의 명령입니다.”

상관이 기분이 나쁘게 말했다고 자신도 그렇게 받아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부관은 조금 전 무전을 받은 내용을 전달하였다.

그런 부관의 말에 손을 내밀었다.

오마르의 손에 건네진 것은 쿠웨이트 왕궁에 있는 아부살만의 명령서였다.

끝까지 추적해 적을 섬멸하고, 쿠웨이트 국왕이나 쿠웨이트 왕족의 신병을 확보하도록!

간단한 명령문이지만, 그것을 받아 든 오마르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조금 전 쿠웨이트 국왕 일행을 놓친 것에 대해 분노하던 것도 잠시. 사드 국왕을 호위하던 적의 전투력을 떠올리자 걱정이 앞섰다.

자신들의 포위망을 뚫고 퇴각하는 적들의 숫자는 별로 많지 않았다.

겨우 40여 대의 장갑차와 쿠웨이트 국왕 일가가 타고 있는 방탄 차량 여섯 대 정도가 전부였다.

자신들을 위협할 요소는 40여 대의 장갑차와 장갑차에 탑승했던 군인들 중 중화기를 든 20여 명뿐이었다. 한데 오마르의 3여단은 그런 적을 막지 못했다.

더욱이 오마르는 적이 퇴각하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론 그것은 그만의 비밀이지만,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비단 자신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용맹한 알라의 전사인 자신의 부하들이 단 한 번의 전투로 적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것이다.

잠시 동안 적이 퇴각할 때의 생각을 하던 오마르는 상부의 명령에 즉각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두렵다고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리고 조금 전 겪은 적의 전력으로 보아, 현재 자신들이 보유한 전력을 총동원하여 들이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적의 기습으로 130여 대의 전차와 86대의 BMP를 잃었지만, 아직 자신의 밑에는 370대의 전차와 95대의 BMP가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전력은 충분했다. 다만, 적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아직 정보가 없기에 준비를 해야만 했다.

“사령관께서 우리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셨다.”

오마르는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른 다음 말을 이었다.

“적이 사우디로 넘어가기 전에 잡는다. 전군에 출동 준비를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상관의 명령에 아지즈는 대답을 하고 명령을 전달하러 뛰어갔다.

“이번엔 꼭 잡고 만다.”

오마르는 방을 나가는 부관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 ◈ ◈

줄라이아 호텔 펜트하우스.

IS의 침공으로 왕궁을 빠져나온 사드 국왕과 왕족들은 지킴이 PMC의 도움으로 무사히 포위망을 뚫고 이곳 줄라이아에 도착하였다.

IS의 기갑 군단의 힘이 이곳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아부살만의 기갑 부대는 사드 국왕과 왕족들을 붙잡기 위해 쿠웨이트 시를 포위하는 데 역량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대한민국 제1기동 전단은 엘퀴란을 떠나 이곳 줄라이아에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후속대가 선발대와 의뢰인들을 구출해 오면 안전하게 지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똑! 똑!

호텔 펜트하우스 정문에 노크 소리가 들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인물이 있었다.

펜트하우스 안으로 들어선 사람의 정체는 바로 쿠웨이트의 국왕인 사드 압둘 아살람 아살바의 동생인 사리드 왕자였다.

“형님, 부르셨습니까?”

쿠웨이트의 총리인 사리드 왕자는 자신을 급히 찾는다는 시종의 말에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급하게 형님인 사드 국왕이 머물고 있는 펜트하우스로 왔다.

“그래, 내 의논할 것이 있어 불렀다.”

“의논할 것이요?”

자신과 의논할 것이 있다는 형의 말에 사리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 시점에서 총리인 자신과 의논할 것이라면 딱 한 가지뿐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이런 논의를 하는 자리에는 국가 부서 장관을 역임하고 있는 형제들이 자리하고 있어야 하지만, 급하게 차린 집무실인 만큼 모두 참석하기는 힘들었다.

“그래, 지금쯤이면 IS에 의해 왕궁도 점령이 되었을 것이다.”

“예.”

사리드 왕자는 형님이자 국왕인 사드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였다.

“다행히 우리와 계약했던 한국의 지킴이 PMC에서 위기를 알고 빠르게 달려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사드 국왕의 말은 현재 자신과 쿠웨이트 왕족들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을 한 이야기였다.

즉, 1990년에 이라크의 침공 때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마련했던 군은 이번 IS의 침공으로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다행이라면 왕실의 자산이 외국의 은행에 예치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 재산만으로도 남은 평생 동안 떵떵거리고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왕족으로서의 자존심은 버려야만 한다. 사드 국왕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어떻게든 1990년에 그랬듯 자신의 왕국을 되찾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네 생각은 어떠냐? 이번에도 미국이 우릴 도와줄 것이라 생각하느냐?”

사드 국왕은 총리인 사리드 왕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리드 왕자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하였다.

“비록 우리의 요청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나중에 특수부대를 파견하여 저희를 도우려 한 것으로 보아 요청을 한다면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1990년, 그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저희는 이제 미국에 줄 것이 별로 없습니다.”

1990년에 이라크의 침공으로 나라를 빼앗겼을 당시, 쿠웨이트의 석유 채굴권을 가지고 있던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였다.

하지만 미국과 연합국이 쿠웨이트를 불법 점거했던 이라크를 몰아낸 뒤로는 상황이 바뀌어 석유 채굴의 소유권이 대부분 미국 기업에게 넘어갔다.

미국이란 나라는 세계의 경찰국을 자처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국의 이익을 철저히 챙기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 쿠웨이트 사태는 그때처럼 미국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말을 한 것이다.

물론, IS에 쿠웨이트가 넘어가게 된다면 그동안 쿠웨이트에서 채굴을 하던 미국 기업들이 채굴권을 잃기에 그것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지만, 많은 도움은 없을 것이라 판단이 되었다.

사리드 왕자의 말에 사드 국왕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였다.

“그렇겠지…….”

“저…….”

“뭔가, 무슨 좋은 수라도 있나?”

뭔가 말을 하려는 동생의 기색에 사드 국왕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런 사드 국왕의 모습에 잠시 주저하던 사리드 왕자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전하!”

“그래, 무슨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을 해보거라.”

사드 국왕의 재촉에 사리드 왕자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꺼냈다.

“전하께서는 저들의 무력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 같던 사리드 왕자가 뜬금없이 지킴이 PMC를 가리키며 그들이 가진 무력에 대해 묻자, 사드 국왕은 잠시 의문 가득한 눈으로 사리드 왕자를 보다 대답했다.

“엄청나더구나.”

사드 국왕은 왕궁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지킴이 PMC의 선발대 스무 명이 보여주던 엄청난 모습이 떠올라 생각나는 대로 대답을 하였다.

“그렇지요!”

사리드 왕자도 국왕의 말에 동조하였다.

“저들의 전력이 알려진 것보다 더 엄청난 것 같습니다. 제 시종들에게 들은 것이 있는데…….”

“그게 뭔가?”

사리드 왕자는 이곳 줄라이아 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직원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자신들을 IS로부터 구해준 지킴이 PMC를 결코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대우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킴이 PMC들이 이곳 줄라이아 호텔에 묵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킴이 PMC가 자신이나 국왕을 만나기 위해 호텔을 찾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 주의를 준 것이었다.

사리드는 국왕이 부르기 전까지 어떻게 하면 왕국을 IS로부터 되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한 것은 미국의 도움이 아닌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르는 대한민국이었다.

통일 이전에도 대한민국은 세계 10권 안에 들어가는 군사 강국이었다.

다만, 주변을 둘러싼 나라들이 그보다 더한 강국이기에 상대적으로 약해 보일 뿐이지, 결코 저력이 없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리고 2년 전, 극적으로 통일을 하고 강대국 중국과 국경에서 국지전이 벌어졌는데, 그 전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사리드는 그것을 기억해 냄과 동시에 두 시간 전 스무 명으로 대규모 기갑 부대에 맞서 엄청난 전과를 얻어낸 지킴이 PMC의 위력도 보았다.

2년 전, 세계 2위의 중국군을 맞아 승리했던 것은 뉴스로만 접해 그저 ‘놀랍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일개 PMC가 눈앞에서 강력한 기갑 부대를 상대로 엄청난 전과를 이룩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놀람을 넘어 경악을 하였다.

그것은 신의 기적이었다. 스무 명이 전차와 장갑차로 이루어진 대규모 병력을 상대로 압도적인 전과를 이끌어내는 것도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과 왕실 가족들까지 보호하며 전투를 벌인 것이다.

숫자로는 스무 명이지만, 그들은 스무 명 전부가 전투에 투입된 것도 아니었다.

스무 명 중 일부는 자신들을 보호하고, 남은 이들만이 전투에 투입되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길목을 지키고 있던 IS의 기갑 부대를 상대로 100여 대의 전차와 BMP를 파괴하고, 또 적 지휘관들도 사살하였다.

이는 세계 전쟁사를 뒤져 봐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전과였다.

그래서 생각하였다. 저런 사람들로 부대를 편성한다면 그 어느 나라도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곳 줄라이아에 도착하고 보니 지킴이 PMC의 인원은 자신들이 생각한 숫자보다 더 많았다.

많은 숫자의 지킴이 PMC 직원들을 확인한 사리드 왕자는 이들을 이용해 IS에 불법 점거된 나라를 되찾는 상상을 해보았다.

지킴이 PMC와의 처음 의뢰는 IS가 생각보다 빠르게 쿠웨이트를 침공함으로써 계약 무효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그들이 의뢰주인 자신들을 구출해 주었기에 계약금을 돌려받지는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계약은 무효가 되었으니 원칙대로라면 지킴이 PMC는 더 이상 쿠웨이트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눈치를 보니 새로운 계약을 갱신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알아보니 지킴이 PMC에서도 새로운 계약에 긍정적이란 답변을 들었다.

다만, 방어가 아니라 수복(收復)을 위한 공격을 해야 하기에 위험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계약은 그 계약 금액이 상당히 올라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 쿠웨이트 왕실에서는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혈맹이라던 미국은 이미 한 번 배신을 하였다. 그렇다고 형제국인 사우디도 IS를 상대로 왕국을 되찾아줄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아니, 그것은 불가능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연합을 하고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장악한 채 국가를 선포한 그들을 아직까지 물리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사리드 왕자는 IS와 전투에서 대승한 지킴이 PMC만이 자신들의 희망이라 생각되었다.

자신의 임시 집무실에서 생각한 것을 국왕이자 친형인 사드 국왕을 보며 설명을 하는 사리드 왕자. 그런 동생의 설명에 사드 국왕이 눈이 커졌다.

‘그래, 저들을 보유한 한국이라면 분명 우릴 도울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도움을 받는다면 한국에는 뭘 줘야 할 것인가.’

사드 국왕은 사리드 왕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만약 그런 일이 성사가 되고, 또 자신들의 바람대로 나라를 되찾게 된다면 한국에 어떤 대가를 줘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