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87화 (87/118)

4. 반격의 준비

수한은 은밀하지만 빠르게 IS의 군대가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자신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들을 처리하느냐에 따라 후위에 있는 직원들과 사드 국왕을 비롯한 쿠웨이트 왕실 가족들의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한은 우선적으로 적의 지휘부를 교란시키기로 결심하였다.

자신이 신형 파워 슈트를 테스트하기 위해 지시했던 것들이 적에게 많은 피해와 함께 공포를 심어주었다는 점을 이미 충분히 깨달은 상황.

수한은 적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데 뭉치는 것을 확인했다.

동료들을 모아 세력을 키워 공포를 극복하는 IS의 모습을 보며 수한은 적의 수뇌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들은 우리의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군.’

두려움에 움츠러드는 적을 보며 수한은 조금 더 공포심을 심어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그렇다면 조금 더 놀라게 해주는 것이 우리가 행동하기 좋겠군.’

결심이 선 수한은 은밀하게 이동하면서 IS의 전차와 BMP, 그리고 보병들을 눈에 보이는 족족 마법으로 처리하였다.

수한이 사용한 마법은 바로 전격(電擊) 마법이었다.

전격 마법 중에서도 아주 간단한 기초 마법인 라이트닝 볼트였지만, 마법 저항력이 전혀 없는 현대인들에게는 충분히 치명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IS가 보유한 T―72 전차나 BMP의 내부에 탑재되어 있는 포탄들이 전기에 무척이나 취약했기에 굳이 강력한 마법이 필요 없었다.

투명화 마법을 유지하면서 1클래스 기초 마법인 라이트닝 볼트 마법을 사용하는 일은 9클래스인 수한으로서 사실 그리 힘도 들지 않았다.

솔직히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능력을 사용하지 못할 바도 없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강대국, 특히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을 잘 알기에 될 수 있으면 능력의 사용을 자제하였다.

물론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굳이 마법이 아니더라도 수한의 능력은 차고도 넘쳤다.

그랬기에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 CIA나 NSA 등 미국의 정보부에서 ‘미라클’이라는 코드명을 부여하며 감시한 것이다.

너무도 뛰어난 인재였기에 눈 밖으로 벗어났다가는 미국의 국익에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는 바, 수한이 미국을 벗어나지 못하게 본인은 물론이고, 의붓어머니인 최성희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정도였다.

이러한 미국의 감시를 눈치챈 수한은 아무도 모르게 마법을 이용해 공항을 통과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주 공간에 많은 감시위성을 띄워두고 다른 나라를 감시하는 미국이기에 수한은 최대한 자신을 감추며 살아왔다.

그렇지만 필요할 때는 굳이 자신의 능력을 숨기지 않고 사용하였다.

그나마 대놓고 사용하지는 않았기에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감시를 한다고 해도 수한의 능력을 아직까지 어느 나라도 알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수한은 IS를 상대로 무분별하게 살상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교란을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기에 수한은 IS가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하면 지휘관이나 지휘 차량만을 파괴하였다.

그래야 남은 병력들이 더욱 두려워하며 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전쟁은 단순하지 않다. 그저 적을 살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피해를 주면서도 감히 대항을 하지 못하게 적의 전력을 소비시켜야 한다.

때문에 전장에서 적을 죽이기보단 전투를 하지 못하게 부상을 입히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죽으면 그것으로 한 명분의 전투력이 손실될 뿐이지만, 부상을 입는다면 최소 두 명이 더 남아 부상자를 후방으로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부상병을 전장에 그냥 방치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아군의 사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당면한 전투에서는 승리할지 몰라도 그다음부터는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대의 전투에서는 적을 살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체로 부상을 입히는 것이 전투의 승리를 위해 장려되는 바였다.

수한은 그런 현대전의 작전 개요를 잘 알기에 적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들이나 지휘관이 타고 있는 전차나 BMP 차량들만 골라 타깃으로 삼아 처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현재 전투를 벌이고 있는 IS 병력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지휘관의 적절한 지휘를 받지 못하면 어떤 군대든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IS는 정상적인 군대가 아니라 IS가 표방하는 이상에 세뇌되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무슬림의 집합체였다.

즉, 종교에 심취한 광신도 내지는 사탕발림에 속아서 자신도 모르게 테러범이 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종교적 이념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이들의 머릿속에 없었다.

상급자가 인도해 주지 않으면 이들은 그저 간단한 기초 군사훈련을 겨우 마친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

수한은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몰래 암살을 할 수도 있음에도 일부러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라이트닝 볼트 마법을 맞춰 죽여 나갔다.

라이트닝 볼트는 이름 그대로 전기로 된 구슬.

그러다 보니 효과도 그와 유사한데, 수한이 날린 라이트닝 볼트는 IS 병사들이 보기에 번개가 날아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갑작스런 벼락이 자신의 상급자, 지휘관에게 떨어진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예로부터 번개는 신이 죄인을 벌할 때 사용하는 것이라 전해지는데, 자신의 지휘관에게 떨어지는 번개를 보면 아마도 정체성에 혼란을 겪지 않겠는가.

아무튼 수한이 지나간 자리에는 꼭 IS의 지휘관이나 지휘관이 타고 있던 차량이 파괴되었다.

“으악! 하심 소대장님이 신벌(神罰)을 받았다!”

방금 수한이 마법을 날리고 지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주변에 있던 IS 병사의 입에서 당황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신벌이란 소리가 들리고 곧 주변에서 ‘알라’를 찾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한은 그러한 소리를 뒤로한 채 계속해서 이동하며 눈에 띄는 지휘관을 노려 마법을 날려 댔다.

◈ ◈ ◈

찌직!

― 으악!

쾅!

“거기 무슨 일이야!”

주변이 어수선해지고 차량 간 통신을 위해 설치되어 있는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 중대장님! 지금 신벌이… 으악!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한 모양인지 폭발 소리와 함께 무전이 뚝 끊겼다.

IS 전차 중대의 중대장인 나림은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꼈다. 부하가 비명을 지르기 직전, 무전기 너머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그저 무전 중 노이즈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정상적인 노이즈가 아니었다.

마치 고압전선이 끊어졌을 때 스파크가 튀는 소리와 비슷했다.

더욱이 비명을 지르기 전, 신벌이라고 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나림은 바로 중대 공용 채널에 대고 경계를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중대장이다. 현재 알 수 없는 적이 이상한 무기를 가지고 공격하고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이상한 점이 눈에 띄면 바로 공격하라!”

지시를 내린 나림은 바로 대대장인 압둘라에게 무전을 날렸다.

“대대장님, 2중대 중대장 나림 나스리입니다.”

곧 무전기에서 대대장인 압둘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 무슨 일인가?

압둘라의 물음에 나림은 조금 전 부하들에게 전해진 무전 내용을 자세히 보고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중간에 들었던 이상한 소리도 언급하면서 현재 상황을 알렸다.

“의문의 적이 지휘관들을 노리고 암살을 하고 있습니다.”

― 알겠다.

압둘라는 중대장인 나림의 보고를 듣고 자신의 앞에 있는 연대장 오마르를 쳐다보았다.

“또 다른 적이 나타나 지휘관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합니다.”

“알겠다. 공용 채널을 열고 다른 부대에도 저격수가 나타나 지휘관들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라.”

“알겠습니다.”

압둘라는 연대장 오마르의 지시에 바로 무전을 날렸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수한은 IS의 지휘관이나 위협이 될 소지가 있는 IS의 전차와 BMP들을 보이는 족족 암살하거나 파괴하였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은 지금 NSC 위원들이 집무실에서 안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들이 지금 회의하고 있는 안보 주제는 바로 IS의 쿠웨이트 침공 소식에 대해서였다.

사실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는 했지만.

쿠웨이트 왕실에서는 오래전부터 IS가 침공해 올 것이란 사실을 알리며 병력 파병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더 이상 빼먹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쿠웨이트의 요청을 한 귀로 듣고 흘리고 말았다.

대신 IS가 흘린 거짓 정보에 속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지키기 위해 바쿠바에만 몰두하였다.

그런 미국 정부 수뇌부들의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쿠바에는 IS는 물론이고, 그 흔한 시위대조차 보이지 않았다.

IS 기갑 전력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아부살만의 기갑 부대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는 사드 국왕의 직통 전화를 듣고 나서야 자신들의 속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모든 일이 일어나고 난 후에야 긴급하게 사우디에 있는 해병대에 연락하여 구출 작전을 지시하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NSC 위원들은 물론이고, 미국 48대 대통령인 존 슈왈츠도 이미 대처하기엔 늦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존 슈왈츠는 작년 실시된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캐서린 클라라 후보를 가까스로 제치고 재선에 승리하였다.

캐서린 클라라는 존 슈왈츠 대통령의 실정을 하나하나 짚어 여론 몰이를 하며 슈왈츠 정부가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 경재를 부양하지 못했다고 공격하였다.

장기간 계속된 IS와의 전쟁으로 경재가 살아나지 못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존 슈왈츠는 그 IS와의 전쟁 때문에 여성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동안 잘 막아오던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반전을 시도하였고, 그것이 통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캐서린은 외국과의 전쟁보다 미국 국내 경제 회복과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인사였다.

그 때문에 많은 지지자를 얻었지만, 반대로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월남전 패배에 대한 콤플렉스를 미처 생각지 못했다.

미국은 건국 이래 외국과 많은 전쟁을 해왔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을 때부터 근대에 이르러 발생한 세계대전에서도 연합국을 도와 동맹국을 물리치고 승전국이 되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란을 피해 수많은 과학자와 부호들이 안전한 미국으로 이주를 하면서 미국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는 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공산주의 진영과 미국을 중심으로 뭉친 민주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경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 대립이 폭발하며 한국에서 전쟁이 터졌다.

공산주의의 총본산인 소련이 부동항을 갖게 된다면 미국으로서는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지원하였다.

하지만 중국의 참전으로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은 끝내 휴전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전 이후 미국은 위기감을 느끼고 더 이상 공산주의 국가가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의 분쟁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다시 한 번 두 이념이 대립하는 전쟁이 발생하였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월맹군에 밀려 미국은 패배를 선언하였다.

그동안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던 미국이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패배를 한 것이다.

그 때문에 미국인들의 가슴속에는 커다란 상처가 남게 되었다.

캐서린 후보는 이런 미국인의 가슴속 상처를 망각한 채 경쟁자인 슈왈츠 대통령과 경쟁을 했고, 그 대가로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다.

아무튼 IS와의 전쟁 때문에 슈왈츠는 재선에 성공하였지만, 게릴라전을 펼치는 IS와의 분쟁을 10년이 넘도록 끌고 있었다.

그래서 백악관에서는 CIA를 비롯한 각종 정보 조직을 총동원해 IS를 뿌리 뽑기 위해 애를 썼다.

한데 그런 와중에 IS가 이라크 해방이란 명분으로 바그다드를 총공격할 것이란 정보를 수집하게 된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백악관이나 IS를 상대하기 위해 파견되어 있던 동맹군 사령부는 IS가 쿠웨이트를 침공할 것이란 정보를 배제시켰다.

그런데 결과는 바그다드를 공격한다는 정보는 거짓이었고, 자신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IS의 쿠웨이트 침공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정보 분석관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것이, 사실 IS의 쿠웨이트 침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IS의 기갑군이 주둔하고 있던 모슬에서 쿠웨이트까지 가려면 1,000㎞ 이상의 거리가 존재했다.

더욱이 그 길은 잘 포장된 고속도로가 아닌, 한 걸음만 딛어도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의 모래가 펼쳐진 길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기갑군이 미국의 거미줄 같은 첩보망을 피해 장거리 이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정보 분석 전문가나 책임자들은 IS의 쿠웨이트 침공 가능성을 제로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IS가 그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전차만 무려 3,000대가 동원되었고, 보병을 실은 BMP도 1,500대가 동원되었다.

현실적으로 쿠웨이트에 침공한 IS의 병력을 단기간에 몰아낼 방도가 없었다.

지금은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던 1990년과 너무도 다른 조건이었다.

그렇기에 예전 ‘사막의 폭풍’ 작전과 같은 대규모 전투를 치를 수가 없었다.

물론 굳이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현재 미국의 사정으로는 조금 힘든 처지였다.

IS를 처리하기 위해 이미 이라크 작전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쿠웨이트에 있는 IS 전력을 처리하기 위해선 가용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슈왈츠 대통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IS에게 쿠웨이트를 넘겨주게 될 판국이었기에.

다른 것을 다 떠나서라도 쿠웨이트에 있는 미국 기업의 사업체는 어떻게든 지켜야만 했다.

그들이 바로 슈왈츠 대통령를 지지하는 기업들이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왕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지지 세력을 모집하고, 기부금을 받아 유세에 나서고 선거를 치러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동안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들에게 반대급부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슈왈츠 대통령에게는 쿠웨이트에 진출한 석유화학 기업들이 바로 그 후원자였던 것이다.

“국장, 현재 쿠웨이트는 어떤 상태인가?”

슈왈츠 대통령은 CIA 국장을 쳐다보며 쿠웨이트의 정확한 상황을 물었다.

말론 국장은 조금 전 위성 감시 센터에서 보고해 온 쿠웨이트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현재 쿠웨이트는 아부살만의 기갑 부대가 쿠웨이트의 2/3를 장악한 상태입니다. 비록 쿠웨이트 군이 저항하고 있지만, 너무도 압도적인 IS의 기갑 군단의 전력 앞에서는 시간문제입니다. 곧 그들도 항복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럼 쿠웨이트에 있는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되는 것이오?”

말론 국장의 설명에 국무 장관인 제이슨 본이 물었다.

제이슨 본은 사퇴한 리노 레이놀즈를 대신해 국무 장관에 오른 인물로, 존 슈왈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계속해서 함께 내각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예. IS의 공격에 쿠웨이트가 넘어가기 직전이기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쿠웨이트 사드 국왕과 왕실 가족들은 침공 직후 바로 왕성을 빠져나와 아직 무사하다고 합니다.”

“누가 쿠웨이트 국왕과 그 가족들의 생사를 물었습니까? 쿠웨이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안전은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 있지 않습니까?”

제이슨 본 국무 장관은 자신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말론 국장의 말에 화를 내며 윽박질렀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힘의 우위를 보이기 위해서였다.

원칙적으로는 국무 장관인 그의 힘이 더 강한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정보를 다루는 CIA 국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는 말론에게 좀처럼 위세를 보이지 못한 그인지라 현재 꼬투리를 잡아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전 국무 장관이었던 리노 레이놀즈 때만 해도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더 커 말론 국장도 감히 그에게 고개를 들고 말을 할 수 없었지만, 현재 힘의 구도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때문에 리노 레이놀즈가 낙마하고 그 후임으로 들어온 제이슨 본 국무 장관은 아직까지 그 지지 기반이 무척이나 약했다.

더욱이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여자를 너무도 밝힌다는 것이었다.

그런 약점을 미국 내 존재하는 정보 부서들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이미 방송에서 몇 차례 나갈 정도로 그는 약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또 언변이 능해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가 지금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뭐, 사실은 그의 뒤에 존 슈왈츠 대통령이 있었기에 무사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말론 국장은 갑자기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제이슨 본 국무 장관의 말에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화는 나지만 억지로 눌러 참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장관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명을 모두 듣고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론 국장은 억지로 화를 참으며 말을 이었다.

“현재 쿠웨이트 국왕과 왕실 가족들은 일단의 병력과 함께 쿠웨이트 왕궁을 빠져나와 행방불명인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IS 측에 붙잡혔다는 정보는 없습니다. 그리고…….”

현 쿠웨이트 사태를 설명하던 말론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안보 회의(NSC)에 참석한 위원들의 얼굴을 둘러본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쿠웨이트 국왕만 살아 있다면 IS가 쿠웨이트를 장악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예전 1990년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했을 때처럼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부살만의 군대를 피해 도피 중인 쿠웨이트 국왕과 그 가족들을 구출하기 위해 사우디에 있던 해병대 특수부대인 포스리콘이 이미 출동한 상태입니다.”

NSC 위원들은 말론 CIA 국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을 듣기 전에는 IS의 기갑 부대의 대규모 침공에 쿠웨이트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

물론 쿠웨이트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쿠웨이트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걱정이 됐을 뿐이다.

쿠웨이트에 진출한 미국 기업 모두가 공화당 지지자들이며, 1년마다 엄청난 기부를 했다.

그러니 그들의 사업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말론 국장의 이야기를 듣던 벤자민 콜튼 국방부 장관은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리지 오스왈도 전 국방부 장관의 후임으로 장관 자리에 오른 인물로, 리지 오스왈도 국방 장관이 온건파였다면, 벤자민 콜튼은 강경파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현재 지지부진한 IS와의 전쟁 상황에 무척이나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게다가 IS가 퍼뜨린 거짓 정보에 속아 많은 예산이 허비되었다는 것에도 무척이나 화가 났다.

매년 줄어드는 예산으로 인해 미군은 예전의 위용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 때문에 감히 아시아의 퇴물이 감히 세계 최강인 미국을 위협할 정도까지 따라붙고 말았다.

벤자민 콜튼은 그런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래전 자신의 선배들이 이룩했던 영광을 다시 한 번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던 IS와의 전쟁에 대해서도 강력히 주장하며 지금까지 끌어온 것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IS는 진즉에 국가로 인정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벤자민 콜튼은 생각을 하던 것을 중단하고 회의실에 앉아 있는 NSC 위원과 대통령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뭔가 결심을 한 것인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었다.

“뭔가?”

“이것이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난데없는 벤자민 국방 장관의 말에 대통령과 회의장에 있던 NSC 위원들 모두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벤자민 콜튼은 품고 있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비록 우리가 적의 기만술에 넘어가 엉뚱한 곳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기는 했지만, 현재 IS 군은 전력이 분산되어 있습니다.”

벤자민 국방 장관은 중동 지도를 펼쳐 보이며 현 상황에 대한 표시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바쿠바에 주둔 중인 미군과 동맹군의 전력과 그 위쪽에서 대치하고 있는 IS 세력의 배치도를 켜 NSC 위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런 후, 쿠웨이트를 침공한 아부살만의 기갑 군단을 따로 표시하였다.

처음 배치도를 볼 때만 해도 자리에 있는 NSC 위원들은 벤자민 국방 장관이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말론 CIA 국장과 아서 헤밀턴 NSA 국장은 벤자민 국방 장관의 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쿠웨이트를 침공해 거의 점령한 것이나 다름없는 아부살만의 기갑 군단은 IS 세력 중에서도 정예이며, 또 IS 전체 전력의 1/4나 차지하는 엄청난 군세였다.

그런데 미군과 동맹군의 전력은 IS의 세력권과는 엄청나게 먼 곳에 따로 떨어져 있던 것이다.

그러니 만약 지금 아부살만의 군대를 전멸시킬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IS의 거짓 정보에 속아 허비한 예산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참에 아부살만의 기갑 군단을 처리한다면 동맹군을 위협할 만한 기갑 전력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었다.

비록 낙후된 3세대 전차이긴 하지만 각종 개량을 통해 화력만큼은 동맹국 지상군에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그러니 아부살만의 기갑 군단만 사라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쉽게 IS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며, 그동안 예산만 소모하던 양상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국방 장관의 말은 따로 고립되어 있는 아부살만의 군대를 이번 기회에 처리하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지금이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존 슈왈츠 대통령은 벤자민 콜튼 국방 장관의 말에 귀가 솔깃하였다.

그 역시 계속되는 전쟁이 그리 썩 달갑지는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부진한 전쟁 때문에 미국 내에서 반전 시위가 종종 벌어지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IS의 납치 참수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반전 시위의 기세가 수그러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랜 전쟁을 반기는 국민들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에 커다란 승리를 가져온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절로 되었다.

사실 미국인들이 반전 시위를 하는 이유는 달리 있었다.

별다른 성과도 없이 오랫동안 전쟁이 계속되면서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지친 탓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대승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분명 미국인들은 승리에 열광할 것이고, 자신의 지지율은 치솟을 것이다.

그런 판단을 내린 슈왈츠 대통령은 벤자민 국방 장관의 제안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럼 장관이 계획을 세워보시오.”

“알겠습니다.”

대통령의 허락이 떨어지자 벤자민 콜튼 국방 장관은 바로 대답하였다.

그리고 그와 같은 강경파들은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IS와 전쟁을 치르는 데 있어 NSC 내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뉘는데, 온건파에는 국무 장관을 비롯한 비서실장과 안보 수석, 부수석이 있었다.

그에 반해 강경파로는 부통령과 국방 장관을 비롯한 NSA 국장과 CIA 국장이 있었다.

다만, 대통령이 이전과 다르게 중도 노선을 걷고 있기에 지금까지 별다른 마찰 없이 정책이 흘러왔는데, 오늘 대통령인 존 슈왈츠가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작전에 들어가는 예산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존 슈왈츠 대통령이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자 국무 장관인 제이슨 본이 제동을 걸었다.

아무리 NSC의 정책이라고 하지만 만일 상원에서 예산집행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작전을 펼칠 수 없었다.

현재 국회의 사정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이다 보니 국회에서는 어떻게든 예산을 줄이기 위해 국방부가 입안하는 정책들을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승인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슨 국무 장관은 그런 이유로 상원을 들먹이며 조금 전 국방 장관이 한 제안에 재고할 것을 건의하였다.

“그건 염려할 것이 없습니다.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현재 국내 군수산업체들은 활황을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일본이 있지 않습니까?”

미국의 동맹 중 영국 다음으로 가장 잘 맞는 파트너는 바로 일본이었다.

전통적 동맹인 영국도 때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 대립을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이 원한다면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비록 그 속내는 잘 알 수는 없지만, 자신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많은 것들을 양보를 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란 나라였다.

그렇기에 벤자민 콜튼은 이번 작전에 일본을 끌어들일 계획이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일본에도 던져 줄 먹이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것은 많았다.

먹이를 주면 꼬리 흔드는 개마냥 일본은 미국에게 있어 그저 말 잘 듣는 애완견에 불과했다.

벤자민 국방 장관의 대답을 들은 제이슨은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벤자민 국방 장관의 주장을 반대할 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미국이 새롭게 작전을 계획하고 있을 때, 쿠웨이트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쾅! 슈웅! 투투투투!

엘퀴소에 주둔 중인 IS의 기갑 부대는 알 수 없는 적을 맞아 난전을 거듭했다.

상대의 위치를 모르니 무턱대고 화력을 쏟아붓는 중인 것이다.

그로 인해 인근 건물들이 애꿎은 총탄에 부서져 나갔다.

건물이 파괴되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압사당하기도 하고, 부상을 입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무지막지한 공격에도 정작 지킴이 PMC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표적도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갈겨 대는 공격에 당할 수한과 지킴이 PMC 직원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킴이 PMC들은 이미 엘퀴소에 주둔한 IS의 군대 중 인접해 있는 병력은 모두 전멸시킨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 그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세워진 건물들에 막혀 IS 병력의 공격이 전혀 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후속대는 언제나 도착한다고 합니까?”

IS의 지휘관들을 처리한 수한은 지킴이 PMC와 쿠웨이트 왕실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물었다.

그러자 의뢰인들을 보호하고 있던 리철명 부사장이 조금 전 통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예. 조금 전 리만철 상무와 통화를 하였는데, 계획대로 엘키란에서 내려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럼 이곳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릴 것이라고 합니까?”

그런 수한의 질문에 엘키란과 이곳 엘퀴소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고는 대답하였다.

“중간에 변수만 없다면, 한 시간 정도면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한 번 물었다.

“참, 사드 국왕과는 이야기를 해보았나요?”

“예.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사드 국왕도 저희의 계획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저희와 해군 제1기동 전단만으로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 같습니다.”

사드 국왕이 작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의문을 갖는다는 말에 수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렇지 않겠는가. 전차 3,000대와 BMP 1,500대, 그리고 BMP에 타고 온 15,000명의 보병을 일개 PMC(민간 군사 기업)와 해군 한 개 전단이 몰아내겠다는데 누가 의심을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구성이 어떤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였다.

사드 국왕이 의심을 하는 부분은 일개 민간 기업인 지킴이 PMC에 그만한 전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드 국왕은 대한민국 해군 제1기동 전단의 전력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도 대한민국 해군의 위상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전 그는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 행사에 초청되어 군인들의 열병식을 참관한 적이 있었다.

그때 받은 충격은 사드 국왕의 뇌리에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랬기에 리철명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IS의 기갑 군단을 몰아내기 위한 새로운 의뢰를 제안하며 대한민국 군대와 협력한다는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과 다르게 지킴이 PMC의 능력에는 의문을 표했다.

왕궁을 빠져나오며 지킴이 PMC가 보여준 능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었다. 상당한 전력이지만 숫자에서 너무도 열세였고, 또 후속 부대가 어느 정도의 전력인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사드 국왕이 의심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가진 능력일 것이니, 후속 부대가 도착하여 우리가 가진 전력을 확인한다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수한의 말에 리철명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한은 사드 국왕이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것에 대해선 별말하지 않았다.

솔직히 누가 보더라도 쉽게 승낙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미국도 동맹을 끌어들여 IS를 상대했지만, 10년, 아니, 20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면서도 그들을 물리치지 못했다.

IS와 공방을 주고받으며 일진일퇴(一進一退)를 거듭할 뿐이었다.

더욱이 IS는 테러를 자행하면서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전쟁을 지지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집요하게 미국과 동맹국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때문에 사드 국왕은 미국도 이뤄내지 못한 일을 장담하는 지킴이 PMC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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