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85화 (85/118)

2. 탈출

사우디 담맘, 미국 해병대 기지.

이곳 담맘 기지는 서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걸친 미국 전략에 있어 절대적인 위치라 할 수 있다.

그 중요한 역할만큼이나 총인원 8천 명의 해병대가 주둔하며 IS와의 전쟁에 아주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곳 담맘 기지에는 미국의 위성 통제 센터가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쾅!

“너희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이야!”

기지 사령관이자 IS와 전쟁에서의 동맹군 총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데이비드 매카시 대장은 자신의 앞에 놓인 테이블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조금 전, 본국 펜타곤에서 한 장의 전문이 날아온 뒤 기지의 참모들을 불러 모아 호통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부하들에게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은 물론이고, 참모들까지 모두 IS의 거짓 정보에 속아 엉뚱한 곳에 전력을 집중하는 사이, 정작 IS는 전력을 분산해 쿠웨이트를 침공했던 이유에서였다.

그 때문에 쿠웨이트 왕국과 현재 통신 두절 상태에 빠진 상황.

한 시간 전, 구원 요청을 한 뒤로 소식이 두절된 것이다.

현재 쿠웨이트는 IS의 기갑 군단에 침공을 당해 속수무책으로 점령되었다.

그런데 자신들은 그런 정황도 모르고 아다임에서 움직이지 않는 IS의 전력을 막기 위해 모든 전력이 바쿠바에 집중되어 있는 중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점은 데이비드 대장을 화나게 하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가 정작 화가 난 이유는 적의 움직임을 놓쳤다는 것이었다.

인공위성 네 대를 운용해 24시간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기갑 군단이 이동하는 움직임을 어찌 놓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분명 내부에 스파이가 있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들의 움직임을 적이 알고 있으니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키면서 그것을 들키지 않은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적의 기갑 군단이 이동하는데 그것을 놓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네놈들은 눈뜬장님인가! 현재 쿠웨이트는 적의 수중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데이비드 대장은 이미 연락이 두절된 쿠웨이트를 IS가 점령했을 것이라 단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쿠웨이트가 미국의 도움으로 많은 전력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그 수준은 겨우 치안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일개 대대 병력 급의 전차와 장갑차가 유일한데, 그에 비해 IS의 전력은 기갑 군단 규모였다.

더욱이 IS의 기갑 전력은 정규 편제를 따르지 않고 마치 과거 기마병을 운영하듯 1,000대 이상의 엄청난 숫자로 운영했다.

게다가 여느 이슬람 국가들과 다르게 프랑스 기갑 사단 출신의 고위 인사를 사령관으로 두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무척이나 뛰어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데이비드 대장은 이미 쿠웨이트가 점령당했을 것이라 단정 지은 것이다.

게다가 IS가 쿠웨이트를 점령한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10여 년간 계속된 전투로 미국과 동맹국들은 들불처럼 일어나던 IS의 기세를 꺾고 현 상태에 이르렀다.

조금만 더 밀어붙인다면 IS를 고사시킬 수 있는데, 쿠웨이트를 잃는 바람에 그동안의 노력이 자칫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만약 쿠웨이트의 풍부한 석유가 IS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 뒤로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들이 예고되는 셈이었다.

IS는 부족한 재원을 매우는 것과 동시에 탄탄한 전력을 마련할 것이며, 자신들과 동맹국은 이전과 다른 엄청난 반격을 당할 것이었다.

결국 쿠웨이트가 점령당함으로써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면 군 당국은 물론이고, 백악관에서도 이번 일의 책임을 자신에게 물을 것이 분명했다.

데이비드 대장은 그런 징계쯤은 전혀 두렵지 않지만, 10여 년간 자신이 쌓아온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은 절대로 참을 수가 없었다.

비록 자신도 놓친 점이 있겠지만, 참모들 모두가 똑같은 실수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찾아내라! 분명 내부에 저들에게 우리의 정보를 넘긴 스파이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찾아내!”

“알겠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흥분해 고함을 지르는 데이비드 대장의 모습에 참모들은 일제히 복창하였다.

어디 있는지 모를 스파이를 찾아낸다는 것은 짚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야만이 사령관인 데이비드 대장의 화가 가라앉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IS의 기갑 군단의 움직임을 놓친 정보부 책임자 놈들은 모두 영창으로 보내버려!”

데이비드 대장은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은 듯 결국 아부살만의 기갑 군단의 움직임을 놓친 정보부 책임자를 문책하기에 이르렀다.

장내는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한참 흥분해 고함을 쳤더니 진이 빠진 데이비드 대장이 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다.

참모들 역시 행여나 사령관의 심기를 건드릴까 싶어 긴장한 채 입을 다무느라 침묵이 이어진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데이비드 대장이 넌지시 말을 꺼냈다.

“좀 늦기는 했지만 문제가 생겼으니 쿠웨이트 국왕이나 왕족들을 구해 와야 할 텐데…….”

그 말에 조용히 있던 참모들이 눈을 반짝였다.

자신들의 실수로 쿠웨이트가 IS로부터 공격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만회할 기회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IS에 점령을 당했을망정 쿠웨이트 국왕이나 왕족 중 누구라도 살아만 있다면 기회는 있었다.

오래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에도 그랬다.

국토가 점령되었다 해도 국민의 구심점이 되어줄 왕족의 존재만 무사하다면 얼마든지 반격이 가능한 것이다.

아직 IS가 쿠웨이트 국왕이나 왕족들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정보가 들리지 않는 지금, 어떻게든 그들을 구해 와야만 했다.

“지금 당장 포스리콘을 투입하여 쿠웨이트 왕족들을 구출하겠습니다.”

참모 중 한 사람인 헌터 더글라스 준장이 대답을 하였다.

포스리콘은 미국 특수부대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존재다.

전원이 정예 해병들 중에서 선발된 그들은 해병 중의 해병이라 불리며 미국 특수작전 사령부의 명령도 받지 않는, 해병대만의 독립 부대였다.

물론 처음부터 그들이 독립된 것은 아니었다.

줄어드는 예산으로 인해 미국은 많은 특수부대들을 통합해 작전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일 필요성을 느끼면서 특수작전 사령부(SOCOM, Special Operation Command)을 발족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 해병대는 특수전 사령부에서 한 발을 뺐다.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해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정찰 부대가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특수전 사령부에 넘겨주었던 포스리콘을 다시 부활시켰다.

과연 기대대로 부활한 포스리콘은 예전 명성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들이 투입된 것은 1983년 그레나다 침공 당시의 ‘절박한 분노’ 작전과 89년 파나마 침공 때의 ‘정당한 명분’ 작전, 91년 걸프전의 ‘사막의 폭풍’ 작전 등이 있다.

그 뒤로도 포스리콘은 미 해병대가 펼치는 작전 전반에 투입이 되어 적직의 정보를 누구보다 먼저 취득하여 해병대의 작전이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결국 해병대 최정예 부대를 투입하겠다는 헌터 준장의 말에 데이비드 대장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허락하지.”

후다닥.

사령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헌터 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한시라도 빨리 포스리콘에 명령하여 쿠웨이트 왕족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 ◈ ◈

현재 IS 쿠웨이트 침공군의 사령부는 쿠웨이트 시 서쪽에 잇는 알자라 주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령관님!”

“뭔가?”

“남부 파하헬로 빠지는 길목에서 적과 교전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아부살만은 부관의 보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겨우 교전이 벌어진 것 가지고 자신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무슨 일인데 그런 것까지 보고하는 거야?”

평소 지금처럼 전투가 지지부진할 때는 이런 하찮은 보고를 하지 않는 부관이었기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 아부살만은 숨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어진 보고는 이번 전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교전을 벌이는데, 적들의 행동이 이상했다고 합니다.”

“이상해? 뭐가?”

“예. 아무래도 적이 누군가를 보호하는 듯 교전에 소극적이라 합니다.”

“누군가를 보호하는 것 같다?”

아부살만은 부관의 보고에 잠시 궁리를 하다 눈이 커졌다.

“쿠웨이트 국왕과 그 일행이다! 잡아라!”

“알겠습니다.”

“아니, 오마르에게 무전을 날려라! 3여단 전부를 동원해 그들을 잡으라고…….”

아부살만은 언급한 3여단은 쿠웨이트 시 남부로 통하는 길목을 막고 있는 병력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중요한 순간이기에 아부살만은 쿠웨이트 왕실 인사들의 획득을 위해 만전을 기하려는 것이었다.

부관은 아부살만의 명령을 받고 바로 무전실로 뛰어갔다.

◈ ◈ ◈

왕궁을 빠져나온 사드 국왕과 왕실 가족,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는 지킴이 PMC가 처음 피난처로 잡은 곳은 바로 쿠웨이트 국제공항이었다.

공항 계류장에 국왕 전용 비행기가 있기에 그것을 통해 모두 안전한 사우디로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쿠웨이트 국제공항으로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은 IS에게 점령된 상태였다.

공항에는 100여 대의 전차와 150여 대의 BMP, 그리고 천여 명의 보병들이 공항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어떻게 뚫고 들어간다 해도 비행기를 띄울 여건이 되지 못했다.

만약 억지로 이륙을 시도했다가는 전차와 BMP에 달려 있는 휴대용 미사일에 격추되고 말 것이 분명하기에.

그래서 사드 국왕과 리철명은 의논 끝에 육로로 쿠웨이트를 빠져나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를 통해 사우디로 내려가는 남부 도로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사실 사드 국왕은 왕궁에서 지킴이 PMC들의 무력을 보았기에 공항을 장악하고 있는 IS의 병력을 물리친 후, 비행기를 타고 쿠웨이트를 빠져나가고 싶어 하였다.

하지만 리철명은 사드 국왕의 제안대로 해줄 수가 없었다.

만에 하나 피격당할 위험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 지금 페르시아만을 통해 본대가 전속력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피력하며 사드 국왕을 설득하였다.

쿠웨이트 남부 엘키란에 대한민국 해군 제1기동 전단이 본대 병력을 하선시키고 있는 중이니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본대와 합류를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굳이 사우디로 피난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한 것이다.

굳이 해외로 탈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결국 사드 국왕은 리철명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공항까지 IS에 장악된 상태라 일행의 이동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지금까지는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을 이용해 적을 피했지만, 지금부터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었다.

IS의 공격을 피해 피난 가려는 시민들로 인해 도로는 이미 꽉 막혀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국왕과 그 가족들을 차에서 내려 걷게 할 수는 없었다.

안전을 위해선 어떻게든 방탄 차량에 타고 있어야 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쿠웨이트 시를 탈출하기 위해 결정한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까지 가는 길이 난항이었다.

만약 국왕이 나라를 탈출한다는 사실이 시민들에게 알려진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때문에 국왕 일행의 움직임을 최대한 숨기다 보니 이동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고, 국왕 일행을 추격해 오는 IS의 병력과 교전이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더욱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또다시 교전이 벌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런 이유로 지킴이 PMC는 최대한 IS와 교전을 회피하며 이동하였다.

아무리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스파르탄들은 몇 번의 교전으로 인해 주 무기인 휴대용 미사일을 절반 이상 소비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레일건으로 무장한 리퍼들에게는 아직 개인당 200발 이상의 탄알이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이유로 처음 왕궁을 빠져나올 때만 해도 스파르탄들이 전면에 나서서 이동했지만, 현재는 리퍼들이 2인 1조로 주변을 살피며 일행을 선도하고 있었다.

게다가 리퍼들이 선도를 하게 되자 속도가 조금 더 붙었다.

일단 무장이 가볍고 원거리를 살필 수 있는 리퍼들이 선두에 서서 주변을 살피다 보니 그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원거리 저격 임무를 예상하고 개발한 리퍼에 이런 능력까지 있을 줄은 수한도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리퍼들에게 원거리 정찰을 시켰더라면 보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새삼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되었다.

‘원거리 저격이 가능하면 원거리 정찰도 할 수 있는 것인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니…….’

수한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며 계속해서 스파르탄과 리퍼들의 활약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솔직히 개발과 동시에 바로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수한도 두 신형 파워 슈트의 기능을 100% 알 수는 없었다.

물론 기획하고 개발한 것이 자신이기는 해도 현장에서의 활용도까지 예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저 스파르탄은 기존의 파워 슈트가 가지지 못한 화력을 갖춰 시가전에 지원하는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고, 리퍼는 기존의 스나이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한 것인데, 이 둘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활약을 지켜보니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 상당히 놀라는 중이었다.

아무리 9클래스 대현자의 깨달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기에 이렇게 마법과 과학이 결합된 결과물의 성능을 100% 확신하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아무튼 스파르탄과 리퍼들의 활약으로 사드 국왕과 그 가족들은 안전하게 쿠웨이트 시를 벗어나고 있었다.

쾅! 콰쾅! 투투투투! 피웅!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어디선가 교전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지!”

리철명 부사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주변에 교전이 벌어졌기에 일단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곧바로 리철명은 드론으로부터 정보를 전달 받기 시작하였다.

“음…….”

잠시 후, 리철명은 신음을 흘렸다.

자신들이 위치하고 있는 엘퀴소 인근에 IS의 대규모 병력이 포진하고 있으며,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도 IS의 병력으로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위치가 발견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자신들이 탈출로로 선택한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는 IS에 장악되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IS의 병력과 전투를 벌여야 할 것인데, 현재 쿠웨이트 국왕과 그 가족들을 보호하면서 전투를 벌이기에는 적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IS는 무슨 생각인지 피난민들을 향해 포격과 함께 기관총을 발사하고 있었다.

민간인을 향해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마치 게임을 하듯 포격과 총격을 가하는 IS 병력을 보며 리철명의 가슴은 차갑게 식어갔다.

그 모습은 오래전 처절한 상황에서 느낀 분노의 감정을 살아나게 하는 것이었다.

한반도가 통일되기 전, 아니, 리철명이 살기 위해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하기도 전, 북한군 특수부대에서 교육을 받던 중 수용소에서 저지른 살인의 감각.

당시에는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을 그저 조국을 배신한 반동이란 생각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육하였다.

조국을 지키는 군인들의 교보재(敎補材)로 사용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영광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세월이 흐르고 북한을 탈출하고 난 뒤, 돌이켜 생각해 보고는 자신이 얼마나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잘못을 반성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IS가 북한 특수부대와 똑같은 짓을 행하는 것을 보니 리철명은 IS야말로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집단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물론 자신을 살인 기계로 교육시킨 북한군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이미 통일 전쟁 당시 모두 소탕되었다.

뭐, 일부 지휘관들이 아직도 금강산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아마도 그들도 조만간 소탕될 것이라 생각했다.

◈ ◈ ◈

쾅!

투타타타! 투두두두!

펑! 펑! 콰쾅!

압둘라 알 아비부는 어디에 적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격을 받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 그는 쿠웨이트 시 남부 길목인 엘퀴소의 킹 파하드 빈 앰덜 아지즈 로드를 차단하라는 명령을 받고 부대를 끌고 왔다.

그의 수중에는 전차와 BMP 200여 대로 구성된 대규모 기계화부대가 있었다.

길목을 차단하고 피난을 가려는 쿠웨이트 인들을 붙잡으면서 그는 무료한 나머지 종교재판을 하고 있었다.

원래 압둘라에게는 허가되지 않는 일이지만, 전장에서는 어느 정도 현장 지휘관의 역량으로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로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 사정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반군 지휘관들에 의해 마을 하나가 사라지기도 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같은 종교라 해도 교리에 따라 이단으로 몰아붙여 죽이기도 하는 것이다.

압둘라 역시 그저 심심하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을 열어 피난을 가려는 쿠웨이트 인들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디에서 날아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로켓 공격과 알 수 없는 공격을 받아 전차와 BMP들이 파괴되었다. 또 쿠웨이트 인들을 사살하던 부하들 역시 몰살을 당했다.

“도대체 적은 어디에 있는 것이야!”

압둘라는 어디서 날아오는지조차 알 수 없는 적의 공격에 공황 상태에 빠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건 압둘라뿐 아니라 그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다.

대국이라 불리는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공세에 맞서 10년 이상을 싸워온 것이 바로 자신이 이끌고 있는 부대였다.

위대한 이슬람 전사이며 IS의 최정예 부대인 제1기갑 군단 예하 기계화부대.

그런데 알 수 없는 그런 자신들이 지금 알 수 없는 적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군대인지, 그 동맹국의 군대인지, 그것도 아니면 몇 수 아래로 봤던 쿠웨이트의 군대인지…….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모든 고민을 떠나 그저 적이 두려울 뿐이었다.

마치 유령인 양 모습도 보이지 않는 적의 존재는 공포, 그 자체였다.

“본부! 본부! 여기는 제2여단 3대대 대대장 압둘라다. 현재 의문의 적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

압둘라는 급하게 알자라 주에 주둔하고 있는 침공군 사령부에 무전을 날렸다.

아직 병력이나 전력이 상당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파괴된 전차와 BMP가 어느새 스무 대를 넘어가고 있었다.

도대체 적의 무기가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데다 공격을 받을 때면 원 샷 원 킬을 당하고 있었다.

전차와 BMP만 파괴되는 것도 아니었다.

담벽에 몸을 숨긴 보병들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전차와 BMP들이 파괴되면서 내부에 적재하고 있던 포탄들이 유폭(誘爆)되어 피해를 더욱 키운 탓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난전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겁에 질려 한쪽에 모여 있는 쿠웨이트의 피난민들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만 봐도 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 수 있었다.

피난민들을 피해 자신들만 노려 공격을 가한다는 것은 이미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치 먹이를 노리며 달려드는 맹수처럼.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큰 피해를 입고도 아직까지 적의 위치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적을 막고 있겠습니다.”

다행히 본부에서 지원군을 보내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자신은 최대한 적을 이곳에 묶어둬야 했다.

“곧 본부에서 지원군이 올 것이다. 적을 지원군이 올 때까지 막아라!”

어느 정도 안색을 회복한 압둘라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 ◈ ◈

쿠웨이트 국왕 일행을 호위하던 지킴이 PMC는 부사장인 리철명의 명령에 저 멀리 있는 IS의 기계화부대를 향해 공격하였다.

비록 10㎞ 정도 떨어져 있지만, 그 정도 거리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스파르탄의 주 무기는 머신건이지만, 그 외에도 전차와 같은 방어력이 뛰어난 무기를 파괴하기 위한 다목적 휴대 미사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휴대용 미사일은 보유 수량이 한정되었기에 무턱대고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미 소모한 무장을 보급하기 위해선 본대와 합류해야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아무리 빨라도 한두 시간은 더 지나야 합류할 수 있을 것이기에 최대한 미사일과 탄약을 아껴야 했다.

그랬기에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사격하였다.

그리고 현재 IS의 기계화부대를 공격하는 일에서는 스파르탄보다 리퍼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10㎞나 떨어져 있는 전차와 BMP를 상대로 정확하게 저격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퍼가 가지고 있는 레일건의 유효사거리는 장장 40㎞나 되었다.

그러니 현재 10㎞ 정도 밖에 있는 적은 무척이나 쉬운 상대일 수밖에 없었다.

원체 리퍼의 주목적이 원거리 저격인 만큼 10㎞ 정도 떨어져 있는 IS의 전차와 BMP들은 그저 고정 표적에 불과했다.

“에너지 잔량은 어떻습니까?”

수한은 드론이 전해 주는 전장의 정보를 받아 보며 리퍼를 착용하고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지킴이 PMC의 직원들 중 수한의 정체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었다.

그저 자신들이 착용하고 있는 파워 슈트의 개발자 내지는 회사와 연관된 연구원 정도로 알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또 간부들에게도 그의 정확한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모두 수한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만약 수한이 지킴이 PMC의 실질적인 오너이자 대한민국 최대 곡물 유통 회사의 주인이며, 또 거대 기업인 라이프 메디텍의 주인이란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수한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 접근하는 사람이나 수한의 존재에 위협을 느껴 테러를 자행해 제거하려는 단체나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정체를 숨기고 그저 협력 업체 연구원 내지는 협력 업체에서 파견한 고문 정도로만 알린 것이다.

현재 수한은 지킴이 PMC 직원들에게 신형 파워 슈트의 성능 테스트를 한다는 이유로 함께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때때로 파워 슈트의 에너지 소비량이나 과격한 기동 후의 상태 등을 물었다.

그럴 때마다 직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그 모든 것이 자신들이 착용하는 파워 슈트의 성능 향상을 위한 자료가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예. 교전 중 30%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해 현재 에너지 잔량은 70% 정도 남았습네다.”

리퍼를 착용하고 있던 직원의 대답을 들은 수한은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

“음, 에너지 소비가 좀 심한데……. 레일건의 출력을 20% 정도 줄여서 사용해 보세요.”

“알갔습네다.”

수한은 리퍼의 에너지 소비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비록 교전이 벌어져 어쩔 수 없이 레일건을 사용했지만, 그 횟수는 겨우 두세 번 정도일 뿐이었다.

그런데 벌써 전체 에너지 중 30%를 소비하였다.

물론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에너지 소비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제 불과 40㎞ 정도를 기동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비했다는 것은 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수한은 그에게 레일건의 출력을 20% 내려서 사용할 것을 주문하였다.

막말로 현재 리퍼들이 지급 받은 레일건의 탄은 개인당 200발로, 아직 여유가 있었다.

다만, 소지한 탄을 모두 소비하기 전에 남은 에너지가 바닥날 것이라 예상되기에 그리 조치한 것이었다.

동시에 에너지를 줄였을 때 레일건의 위력 또한 어느 정도로 감소하는지 알아보려는 의도도 있었다.

수한의 지시를 받은 직원은 레일건 발사에 필요한 에너지가 80% 정도 차자 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전방에 표적은 널려 있었다. 200여 대의 IS 전차와 BMP 중 아무것이나 표적으로 삼으면 되기에 수한의 명령을 받은 직원은 에너지가 차자마자 바로 레일건을 발사하였다.

쾅!

엄청난 소닉붐을 일으키며 총구에서 발사된 탄환은 음속의 12배로 날아가 목표에 명중하였다.

레일건에서 발사된 탄환은 밝은 은빛을 내며 날아갔는데, 그 빛이 얼마나 밝은지 한낮인데도 그 궤적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레일건의 탄환은 정확하게 목표에 명중하였는데, 피격된 BMP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대번에 뒤집어졌다.

그 때문에 IS의 병력들이 모여 있는 쪽에서 큰 소란이 벌어졌다.

멀쩡하던 BMP가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제자리에서 뒤집어졌으니, 아니 놀랄 수가 없는 것이다.

‘출력을 줄였는데도 대미지가 상당하군…….’

수한은 레일건에 피격된 BMP가 뒤집히는 것을 영상을 통해 새삼 위력을 실감했다. 하지만 아직도 조금 출력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20% 더 줄여서 사용해 보세요.”

지킴이 PMC 직원은 수한의 명령대로 조금 전보다 더 출력을 낮춰 또 다른 표적을 향해 레일건을 발사하였다.

쾅!

이번에 레일건에서 발사된 탄환은 출력을 더 낮춰서 그런지 조금 전보다는 조금 느리게 날아갔다.

물론 그래 봐야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쿵!

이번에 명중된 표적은 조금 전과 다르게 차체가 뒤집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충격은 여전히 강한지 피격을 당한 후, 무척이나 요란하게 요동을 쳤다.

이번 표적은 조금 전 뒤집힌 BMP가 아닌, T―72 전차였다.

BMP―2보다 세 배나 무겁고 방어력이 뛰어난 전차인 탓에 뒤집히지 않고 심하게 흔들린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T―72 전차는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포탑이 공중으로 사출되었다.

전차 내부에 있던 포탄들이 레일건의 피격에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그리고 T―72의 포탑은 폭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차체와 분리되고 말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 정도면 충분해.’

40%나 출력을 낮췄음에도 IS가 보유한 전차를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한은 꼼꼼하게 기록을 하였다.

물론 IS가 보유한 T―72 전차는 3세대 전차에도 들지 못하는 2.5세대 전차일 뿐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은 모두 4세대 전차를 운용 중이다.

그러니 나중에 그들의 전차를 상대할 때는 처음 100% 출력의 레일건을 사용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60%의 출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수한이었다.

“전차를 상대할 때는 지금의 출력으로도 충분한 것 같으니 그대로 사용하고, BMP를 상대할 때는 출력을 40%까지 낮춰 사용하세요.”

수한은 더 이상 실험하지 않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

리퍼의 파워팩을 개량하긴 했지만, 현재 레일건을 사용하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가 설계한 것 이상으로 소비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에너지 효율을 생각해 레일건의 출력을 낮춰 적정한 수치를 알아본 실험에서 IS가 보유한 T―72 전차를 상대할 때는 60% 출력이 적당했고, 전차보다 장갑 방어력이 낮은 BMP를 상대할 때는 20% 더 낮춰 상대해도 충분하다 판단해 그리 조치를 취했다.

리퍼를 착용한 지킴이 PMC 직원들은 수한의 지시에 따라 에너지 출력을 조절했다.

리퍼에 대한 에너지 효율 시험을 끝낸 수한은 이번에는 또 다른 파워 슈트인 스파르탄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파르탄은 리퍼와 다르게 도심 시가전을 전제로 개발된 파워 슈트다.

기본 파워 슈트에 장갑을 조금 더 두텁게 개량을 하고, 기본 무장인 20㎜ 머신건과 여덟 발의 다목적 미사일 런처를 멀티 장착하였다.

그리고 적의 중화기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두터운 방패가 기본으로 주어졌는데, 그 외에도 라이프 메디텍에서 개발한 파워 슈트에는 기본적으로 개인용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들어 있었다.

아무튼 기본형 파워 슈트에 장거리 공격력과 기동성을 높인 것이 리퍼라면, 화력과 방어력을 높인 타입이 바로 스파르탄이었다.

좀 전에 리퍼를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스파르탄을 시험할 차례였다.

모의 시험장이 아닌 실제 전투 현장에서의 하는 실험이라 수한은 무척이나 기분이 고무되었다.

비록 리퍼가 처음 기획한 설계보다 조금 떨어지는 면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건 에너지 소비 문제일 뿐, 화력은 계획한 대로 성공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스파르탄을 살피는 것도 내심 기대가 되었다.

◈ ◈ ◈

“우리가 안전하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겠나?”

사드 국왕이 리철명을 보며 물었다.

눈앞에서 길목을 막고 있는 IS의 군대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

사드 국왕이 알고 있는 지킴이 PMC 인원 중 가장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이 리철명 부사장이기 때문이었다.

“안심하고 기다리십시오. 곧 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사드 국왕의 질문에 리철명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사드 국왕은 안도감을 느꼈다.

‘확실히 이들은 다른 PMC들과는 다르군.’

사실 사드 국왕 정도 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그중에는 용병이나 PMC의 종사자들도 많이 있었다.

특히나 군대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쿠웨이트의 사정상 PMC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명성이 있는 이들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블랙 워터였는데, 그들은 모두 미국 특수부대 출신으로만 이루어진 정예였다.

그래서인지 보통 그들이 맡는 일은 미국에 적대적인 지역에 파견을 나가는 대사관 직원의 경호나 미군 대신 작전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드 국왕도 얼마 전까지 이들 블랙 워터 직원 몇 명을 자신과 왕족들의 경호원으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IS가 쿠웨이트를 침공할 것이란 정보를 듣자 블랙 워터는 경호 계약을 해지하고 떠났다.

그런 탓에에 사드 국왕은 자신과 왕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급하게 새롭게 이름을 떨치는 한국 국적의 지킴이 PMC에 대규모 의뢰를 한 것이었다.

사실 사드 국왕도 굳이 비싼 계약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지킴이 PMC와 계약한 금액이 자그마치 100억 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1년 경호하는 비용으로 1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킴이 PMC에서 부른 것이다.

그럼에도 사드 국왕으로서는 계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IS에서 침공한다는 정보가 이미 널리 퍼져 PMC들이 쿠웨이트 왕실과 계약하지 않으려 하였기 때문이다.

아니러니하게도 정작 쿠웨이트를 지켜주겠다고 단단히 약속을 했던 미국은 이런 정보를 무시하였지만.

결국 어쩔 도리 없이 사드 국왕은 지킴이 PMC와 경호 계약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100억 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비록 아직 채 한 시간도 지켜본 게 아니긴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직접 목격한 지킴이 PMC의 능력은 소문 이상으로 뛰어났다.

더욱이 그들이 착용한 파워 슈트는 상상 이상이었다.

지킴이 PMC가 무엇 때문에 엄청난 계약금을 요구했는지 이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사드 국왕은 미국 코믹스에 나오는 히어로물 판타지 영화를 무지 좋아하였다.

그중에서도 강철 슈트를 착용하고 테러리스트들을 막아내는 스틸맨을 가장 좋아하였는데, 오늘 만난 지킴이 PMC들의 복장이 그와 무척이나 비슷하였다.

영화 속에서의 스틸맨도 첨단 공학으로 만들어진 특수 슈트를 입고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악당을 물리쳤다.

다만, 스틸맨은 하늘과 땅, 물속을 가리지 않고 활약을 하지만, 현실의 지킴이 PMC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뿐. 하지만 활약상은 결코 스틸맨에 못지않았다.

자신과 가족들을 위협하는 IS를 상대로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물리치는 모습은 영화 속 영웅의 모습을 마치 현실로 가져온 듯한 모습이었다.

쾅! 쾅!

주변에서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강철 슈트를 입고 있는 지킴이 PMC 직원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며 사드 국왕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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