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84화 (84/118)

1. 쿠웨이트 왕족 구출하기

투타타타! 투타타타!

여덟 대의 헬리콥터가 페르시아만을 날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대한민국 제1기동 전단에서 출발한 대잠 헬리콥터로, 기함인 해모수함에서 날아오른 두 대의 시호크 대잠 헬리콥터와 그것보다 소형인 슈퍼링스 대잠 헬리콥터였다.

바닷속에 숨어 있는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군함에 탑재되어 있는 대잠 헬리콥터인데, 페르시아만에서 작전할 일이 없는 대한민국 해군 소속 헬리콥터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지킴이 PMC의 고문이자 실질적 소유주인 수한의 요청 때문이다.

물론 수한이 국가를 위해 많은 일을 이뤄냈다고는 해도 군용 헬리콥터를 마음대로 빌려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렇게 제1기동 전단의 헬리콥터를 운용하는 것은 청와대로부터 비밀 명령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킴이 PMC로부터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판단을 내료 도움을 주라는 것이었다.

지킴이 PMC는 단순 기업으로서가 아니라 국가를 대신해 의뢰를 받아 중동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한과 지킴이 PMC는 물론이고, 라이프 메디텍 등에서 군과 어떠한 일을 함께하고 있는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리고 또 퇴역 군인들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도.

그런 이유로 강감찬 제독은 물론이고, 해군 제1기동 전단 내의 장병들은 모두 수한과 지킴이 PMC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청와대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제1기동 전단 내의 장병들 중에 반발할 사람은 없는 셈이었다.

더군다나 단독 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강감찬 제독이니만큼 수한의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여 문제될 일은 전혀 없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지금 헬리콥터 조종수들은 지킴이 PMC 직원을 태우고 쿠웨이트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10분 뒤, 쿠웨이트에 도착합니다.”

“알겠습니다.”

시호크 1호기 조종수의 말에 수한이 대답했다.

IS의 기갑 부대가 국경을 넘어 쿠웨이트를 침공한 지 한 시간여가 지나가는 시각.

진공 속도로 보아 쿠웨이트 시를 공격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을 터다.

다만, 아직 현장이 어떤지 보고를 받지 못했기에 조금은 불안했다.

수한은 자신의 옆자리에 있는 리철명을 돌아보며 물었다.

“리 부사장.”

“예.”

“아직 위성과는 연결되지 않았나?”

“그게…… 아직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보니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는 듯합니다.”

리철명 부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수한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해모수함과 데이터 링크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현재 해모수함은 해군의 위성 관제 센터와 링크되어 있는 상태.

그 말인즉, 링크를 하게 되면 해군의 정보가 지킴이 PMC에 흘러 들어오게 된다는 소리였다.

민간 기업인 지킴이 PMC에 정보가 유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수한은 가까운 위성 관제 기지를 두고도 멀리 있는 지킴이 PMC의 본부와 데이터 링크를 하려는 것이다.

위성 정보를 통해 쿠웨이트의 사정을 알아야 보다 편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쿠웨이트 국왕으로부터 사우디의 항구에서 합류하자는 연락이 왔음에도 이렇게 쿠웨이트 시로 날아가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이번에 새로 개발된 파워 슈트의 실전 성능 실험 때문이었다.

수한은 라이프 메디텍에서 개발한 파워 슈트(기본형)를 개량하였다.

지킴이 PMC들에게 지급한 파워 슈트는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나 대통령 직속 특무 부대인 SA 부대에 보급한 것과는 달랐다.

특수 기능들을 빼고 몇몇 보편적인 것만 집어넣은, 말하자면 다운그레이드한 슈트였다.

당연히 수한으로서는 기본형 파워 슈트의 성능에 만족하지 못했다.

물론 기본형 파워 슈트가 미국이 개발한 파워 슈트, ‘스피릿’보다는 뛰어나긴 하지만, 월등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아니, 다른 무장들을 추가할 수 있는 스피릿이 어쩌면 광범위 전투에 더 적합했다.

라이프 메디텍에서 개발한 기본형 파워 슈트가 미국의 스피릿보다 더 뛰어난 점은 플라즈마 실드와 인공 근육을 이용한 순간적으로 파워를 늘려주는 기능 정도뿐이었다.

그중 플라즈마 실드도 개인용으로 다운그레이드한 것이라 전차포와 같은 큰 화력을 막을 수는 없었기에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본형 파워 슈트의 성능은 그것이 한계였다.

그 이상의 성능을 내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파워가 필요한데, 당시에는 강력한 힘을 내기 위한 파워팩 개발이 요원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수한은 다른 것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바로 미국의 스피릿에서 자신이 개발한 파워 슈트의 한계를 넘어설 만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수한은 스피릿이 외부 파워팩을 이용해 부가 장비들을 추가한 것처럼 탈부착이 가능한 외부 파워팩을 채택하여 추가 무장을 하거나 장비에 에너지가 공급되게끔 개량하였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 지금 헬리콥터에 탑승하고 있는 이들이 착용한 파워 슈트였다.

수한은 기본형에서 새롭게 개량을 하여 이들 2종의 파워 슈트를 개발하였는데, 그 이름은 ‘리퍼(Ripper)’와 ‘스파르탄(Spartan)’이다.

수한이 이렇게 파워 슈트를 2종으로 나눠 개량한 이유는 그 둘이 각기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퍼. 그 단어의 뜻에는 찢는 사람, 세로로 켜는 톱, 몸을 찢듯 자르는 살인광 등이 있다.

무척이나 섬뜩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수한은 그런 의미만큼이나 위압감을 줄 수 있도록 원거리 저격에 적합한 파워 슈트를 개발하였다.

외부 파워팩과 연동한 무기로서 소형화된 레일건을 한 세트로 만든 것이다.

강력한 무기인 레일건은 그 위력만큼이나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 레일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파워 슈트의 외부에 있는 파워팩이었다.

파워팩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빠르게 레일건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원거리에서 적을 저격하는 것이다.

물론 리퍼가 저격을 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다. 30㎜의 탄두를 강력한 자기장으로 발사하는 리퍼의 파괴력은 30㎞ 떨어져 있는 전차도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리퍼가 강력하면서도 휴대가 용이하며 장거리 저격 무기인 레일건을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량된 파워 슈트라면, 스파르탄은 그와 반대로 중장갑에 과무장을 더한 육중한 형태의 파워 슈트였다.

현대전에서 가장 대두되고 있는 것은 바로 시가전이다.

그런데 기존의 무기 체계로 시가전을 벌이기에는 무척이나 애로 사항이 많았다.

그렇다고 도시를 파괴한다면 복구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기에 전쟁으로 얻는 이득이 사라진다.

그래서 각국에서는 시가전을 보다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였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인간을 보조하는 킬러 로봇이다.

킬러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복잡한 도시 내에서 전투를 벌이며 군인들을 보조한다.

하지만 킬러 로봇의 결정권에 대한 윤리관이 2000년대 들어 대두되었다.

아군의 불필요한 희생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개발된 킬러 로봇이 민간인과 적을 구분하지 못하고 오인 사살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면서 킬러 로봇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수한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복잡한 현대의 도시 내에서 효과적으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오래전 게임에서 힌트를 얻었다.

아니, 게임 속 아이템을 보며 전생의 기사들의 장비를 떠올렸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파워 슈트 또한 전생의 기사들이 착용하던 매직 아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니, 어찌 보면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었다.

아무튼 기본 파워 슈트에 장갑과 무장을 강화하다 보니 내장된 에너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외부 파워팩인 것이다.

보다 강력해진 파워팩의 힘으로 추가적인 장갑과 무장이 가능해졌으니 이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실험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한반도가 아무리 넓다 해도 우주 공간에서 내려다보는 인공위성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더욱이 한반도 상공에는 무수히 많은 인공위성들이 집결해 있는 상황.

통일 대한민국의 힘은 기존의 강대국들의 예상을 넘어섰기에 미국이나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도 위성을 배치해 감시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인 영국과 프랑스 등도 대한민국을 주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수한은 그들의 눈을 피해 성능을 시험할 장소가 필요했다.

물론 지하 시설을 건설해 위성의 감시망을 피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쿠웨이트와의 거래였다.

쿠웨이트는 자국을 지키기 위해 지킴이 PMC에 의뢰를 하였다.

무려 8천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파견 의뢰인 것이다.

더욱이 기간도 정해지지 않아 사실상 용병 자격으로 쿠웨이트를 지키는 셈이었다.

그것에 대한 유지비는 쿠웨이트가 매년 지불하는 것으로 계약되어 있으며, 필요에 따라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있었다.

추가 비용은 외국의 군대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벌어지는 전투에 대한 교전 비용과 그에 따른 위험수당 및 전투 물자에 대한 비용이다.

아무튼 수한은 쿠웨이트의 의뢰로 개량한 파워 슈트를 시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은 셈이었다.

물론 중동에도 외국의 감시위성이 있겠지만, 현재의 한반도 상공만큼은 아니었다.

그렇듯 미래를 내다보며 쿠웨이트를 향하던 수한에게 원하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울고 싶은데 뺨 맞는다는 속담처럼 IS가 국경을 넘어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이다.

기회를 파악한 수한은 강감찬 제독에게 부탁하여 리퍼와 스파르탄을 제1기동 전단의 대잠 헬리콥터에 싣고 곧장 쿠웨이트로 향했다.

물론 쿠웨이트에 파견되는 지킴이 PMC 중에 리퍼와 스파르탄을 지급 받은 직원은 많지 않았다.

아직 시제기인데다 많은 수량을 양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대가 되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IS와 전투를 치르며 문제점을 발견, 개량하게 되면 보다 완벽한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 군대는 한층 더 전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했다.

리퍼와 스파르탄의 개발 동기가 청와대의 의뢰였기 때문이다.

SA 부대가 파워 슈트로 인해 보다 강력한 무력을 가지게 되자 윤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특전사에도 파워 슈트를 보급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중도에 멈춰지고 말았다.

파워 슈트의 엄청난 제작 비용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지킴이 PMC들에게 지급되는 기본형을 보급하기에는 윤재인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을 비롯한 NSC 위원들의 눈이 너무 높아져 버렸다.

SA 부대원들이 착용한 파워 슈트의 성능을 눈으로 확인한 이들에게 기본형 파워 슈트는 정말이지 맘에 안 들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였다.

수한도 보안대에 지급한 파워 슈트가 있음에도 지킴이 PMC에 기본형을 지급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물론 기본형 파워 슈트도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한 대당 12억이란 제작 비용이 들어가는 물건인 것이다.

그런데 오리지널 파워 슈트는 그것의 80배에 달하는 금액을 필요로 했다.

물론 그것은 제작비용에 한해서일 뿐, 만약 판매를 한다면 가격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수한이 리철명에게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을 가려서 모집하게 한 것도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서였다.

20만이나 되는 구 북한 특수부대원을 모두 수용한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또 이들을 한곳에 모으면 정부도 부담을 느낄 수 있기에 우선 1만 명만 모집한 것이다.

아무튼 성능이나 가격 문제로 청와대는 고심을 거듭했다.

비록 오리지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성능이 비슷한 파워 슈트를 특수부대에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라이프 메디텍에 의뢰한 것이다.

그렇게 청와대의 의뢰와 수한의 개인적인 욕망이 맞물려 개량에 성공한 것이 바로 리퍼와 스파르탄이다.

리퍼와 스파르탄은 개발이 완료되어 실전 테스트만 남은 상황이었다.

만약 이번 쿠웨이트에서의 실전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한다면 대한민국 특수부대는 리퍼와 스파르탄으로 새로이 무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핵무기를 제외한 무력으로 대한민국을 어찌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도착했습니다.”

시호크의 조종수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쾅! 콰쾅!

아닌 게 아니라 주변에서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왔다.

수한은 주변의 상황을 살피며 조종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왕궁으로.”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쿠웨이트 시내의 아무 곳에나 내렸다가는 자칫 미아가 될 수 있었다.

아직 위성과 데이터 링크가 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도시 사정을 알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 이유로 수한은 일단 의뢰자인 쿠웨이트 국왕이 있는 왕궁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여덟 대의 헬리콥터에는 수한을 비롯한 20명의 지킴이 PMC 직원들이 탑승해 있는데, 이들은 1:1 비율로 각각 리퍼와 스파르탄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헬리콥터 내부에는 무장이 간소한 리퍼를 착용한 직원이, 그리고 외부에는 무장이 육중한 스파르탄을 착용한 직원들이 매달려 있었다.

◈ ◈ ◈

“뭐라고! 분명 조금 전에 여섯 시간 거리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사드 국왕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동생이자 국방부 장관인 사메드를 쳐다보았다.

“왕실의 안전을 위해 일부 전력이 먼저 헬리콥터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사메드 왕자는 어떻게 된 사정인지 사드 국왕에게 알렸다.

지킴이 PMC들이 도착하기 전에 왕실이 전복될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였다.

쿠웨이트 왕가는 보다 안전한 장소에서 합류하기 위해 지킴이 PMC와 사우디의 담맘 항에서 만나기로 예정을 잡았다.

자칫 지체했다가는 왕실의 사람들이 볼모로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한은 사메드 왕자에게 일부 전력을 곧장 쿠웨이트로 보내 왕실을 구출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사메드 왕자로서는 수한의 제안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마음속으로 그래 주기를 바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함부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제의를 받아들이려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청해서 그렇게 해주겠다는 수한의 말을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감사의 마음이 절로 생길 정도였다.

사드 국왕 역시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에 수정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한낱 용병이라 여긴 지킴이 PMC로부터 믿음직한 인상을 받은 것이다.

“그래, 곧 도착을 한다는 말이지?”

“예, 곧 도착한다고 했습니다.”

사드 국왕과 사메드 왕자가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저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쿠투투투! 쿠투투투!

항구가 있는 쪽에서 날아오는 여러 대의 헬리콥터의 모습을 확인한 사드 국왕과 사메드 왕자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북받치는 느낌을 받았다.

“저기 옵니다.”

“그래, 나도 봤다. 사메드, 너는 어서 가서 가족들을 이곳으로 모이라 해라.”

“예.”

사드 국왕은 저들과 함께 빠르게 퇴각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하고는 지시를 내렸다.

괜히 시간을 끌다가 왕실 가족이나 지킴이 PMC가 왕궁에서 고립될 수도 있기에 사메드 왕자 역시 행동을 서둘렀다.

그사이, 1기동 전단에서 출발했던 대잠 헬리콥터들이 쿠웨이트 왕궁에 도착하였다.

쿠투투투! 투투투투!

헬리콥터가 서서히 착륙하기 전, 레펠을 타고 외부에 매달려 있던 직원들이 한발 앞서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착! 착!

착륙장에 먼저 내려선 스파르탄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자세를 잡았다.

한편, 낯선 스파르탄의 외형에 쿠웨이트 왕궁 경비대는 바짝 긴장했다.

미리 연락을 받기는 하였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지킴이 PMC들의 모습에 놀랐기 때문이다.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린 스파르탄들의 외형은 언뜻 봐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큰 짐을 짊어진 듯한 거인의 모습.

그 모습은 마치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나 삼손을 보는 듯하였다.

더욱이 스파르탄들이 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8열의 개틀링 건이었기에 더욱 위협적으로 보였다.

스파르탄들에 이어 헬리콥터가 착륙하자 이번에는 보다 날렵해 보이는 리퍼들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런 리퍼들의 모습도 스파르탄 못지않게 무척이나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은회색으로 도색된 리퍼의 외형은 빛을 받아 반짝였는데, 따뜻하다는 느낌보다는 금속의 차가움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리퍼들이 들고 있는 레일건의 모습도 참으로 특이했다.

2m 정도의 크기에 개머리판에서 몸통까지의 70㎝ 정도를 제외하고 총열이 양 갈래로 갈라져 있는 모습은 마치 특이한 모양의 창을 연상시켰다.

차가운 메탈의 느낌을 주는 리퍼가 이상한 모양의 창, 레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 ◈ ◈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킴이 PMC의 부사장 리철명이라고 합니다.”

리철명은 쿠웨이트 국왕의 앞에 나가 자신을 소개하였다.

현재 대외적으로 지킴이 PMC를 인솔하는 책임자는 그였기에 수한 대신 리철명이 앞으로 나서서 인사한 것이다.

리철명은 아랍어를 알지 못하기에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였다.

다행히 쿠웨이트의 사드 국왕도 영어를 할 줄 알기에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어서 오시오. 위험한 이곳까지 와주어서 고맙소.”

사드 국왕은 진심을 담아 지킴이 PMC가 와준 것에 감사를 전했다.

그건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뒤에 서 있는 왕실 가족 모두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아무리 의뢰라 하더라도 위험이 가득한 이곳으로 직접 온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의뢰인이 위급한 지경에 처했으니 저희는 당연히 달려와야 합니다.”

리철명은 단호하게 대답을 하며 뒤를 돌아 손짓하였다.

그의 손짓에 지킴이 PMC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저마다 자리를 잡았다.

이들을 실어다 준 헬리콥터는 대한민국 정부의 재산이기 때문에 임무를 마치자 다시 해모수함으로 돌아갔다.

쿠웨이트 왕실 가족을 안전지대로 피난을 시키는 것은 이제 전적으로 지킴이 PMC들의 몫이었다.

수한은 지킴이 PMC 대원들과 리철명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부사장님, 적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상공에 드론을 띄우고 주변을 감시하던 직원이 리철명을 부르며 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알았다. 스파르탄이 전면과 후면을 맡는다. 리퍼는 원거리 지원을 한다.”

리철명 부사장은 한국을 떠나오기 전 리퍼와 스파르탄의 용도를 수한에게서 들었기에 적절하게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사드 국왕은 적이 몰려온다는 소리에 잠시 긴장을 했지만, 아무런 동요도 없는 리철명의 모습에 새삼 놀랐다.

고작 20명 남짓한 인원을 데리고 저토록 침착할 수 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은 탓이었다.

사드 국왕이 놀라거나 말거나 리철명이 지시를 내리고 전방을 주시하니 바이저에 전방 상황이 보였다.

쿠웨이트 시 상공에 떠 있는 드론이 찍고 있는 화면을 통해 전장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먼저 왕궁으로 들어오는 길목 위로 IS의 전차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목적을 띠고 있는 듯, 그들은 교전에 참여하지 않은 채 일직선으로 달리며 왕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도 명확한 행동.

한마디로 쿠웨이트 왕가를 포획하려는 IS의 특공대가 분명했다.

전차와 BMP로 구성된 IS의 병력이 왕궁으로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리철명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리퍼와 스파르탄의 성능 시험을 하겠다. 전방에 다가오는 목표를 제압하라!”

리철명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방을 지키던 리퍼와 스파르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스파르탄은 전방을 향해 뛰어가 요격 자세를 잡았고, 리퍼들은 레일건을 들어 다가오는 목표를 조준하였다.

스파르탄은 장갑이 두터운 전차를, 리퍼들은 전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갑이 가벼운 BMP를 목표로 잡았다.

타깃을 확인한 스파르탄들은 곧 무장하고 있던 휴대용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10기의 스파르탄 중 전투에 참여한 것은 넷으로, 다가오는 IS 전차에 한 발씩, 총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다가오던 열두 대의 전차 중 여덟 대가 미사일에 맞아 화려하게 폭발했다.

쾅!

그리고 전차의 뒤를 따르던 네 대의 BMP―2도 리퍼가 발사한 레일건에 맞아 폭발했다.

리퍼는 BMP―2를 처리한 뒤 남은 전차 네 대에도 레일건을 발사하였는데, IS의 전차는 너무도 쉽게 리퍼의 공격에 무력화되었다.

확실히 리퍼의 레일건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였는데, 불과 3㎞ 정도에서는 전차라도 레일건의 공격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사실 리퍼가 들고 있는 레일건의 구경이 작기는 하지만 그 운동에너지는 상당하였다.

비록 함포에서 발사하는 레일건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리퍼의 레일건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육상 병기는 몇 없었다.

아니, 대한민국 육군의 주력 전차인 K―3 백호만이 유일했다.

백호가 리퍼의 레일건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사실 플라즈마 실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백호에 플라즈마 실드가 없다면 백호도 10㎞ 내에서는 리퍼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왕궁으로 다가오던 IS의 전차 열두 대와 BMP―2 네 대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파괴되었다.

한편, 이런 리퍼와 스파르탄의 활약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지킴이 PMC에 의뢰를 한 쿠웨이트 왕실 가족들이었다.

스파르탄과 리퍼의 겉모습이 무척 위압적이긴 해도 전차 열두 대와 장갑차 네 대가 왕궁으로 다가온다고 했을 때 무척이나 걱정이 됐다.

그런데 너무도 간단하게 IS의 전차와 장갑차들을 처리하는 모습에 완전 기가 질리고 말았다.

‘대단하구나!’

특히 사드 국왕의 표정은 압권이었다.

소문으로만 듣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지킴이 PMC의 화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결론적으로 그는 처음 지킴이 PMC에 의뢰했을 때의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었다.

중동의 석유 부자들이 그렇듯 사드 국왕도 처음 의뢰할 때, 무척이나 권위적으로 행동을 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산유국들을 상대할 때면 무척이나 저자세로 임했기에 더욱 그랬다.

물론 통일과 함께 대한민국도 산유국이 되면서 그런 모습은 사라졌지만, 중동 국가 국왕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상태였다.

오래전 외화를 벌기 위해 중동으로 건너온 한국 노동자들이 고생하던 기억이 생생하기에 은연중 그런 인식이 남아 있던 것이다.

하지만 사드 국왕은 눈앞에서 벌어진 전투만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보게 되었다.

스파르탄과 리퍼의 활약상은 강대국 어디라도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직 전 세계에 위명을 떨치지는 않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강대국의 면모를 드러낼 게 분명할 것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사드 국왕은 지킴이 PMC를 일개 용병 집단이 아닌, 국가수반에 준하는 대우를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군사력이 약한 자신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줄 존재로서 인식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사실 전통적으로 우방이었던 미국은 언제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였다.

이번 IS의 침공도 그랬다. 사전에 IS가 침공해 올 것이라는 정보를 취득해 미국에 지원 요청을 했다.

그런데 미국은 자신들의 정보를 결코 신뢰하지 않았다.

물론 그 정보가 거짓일 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동맹국 국원이 직접 지원을 요청하는데도 거절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가. 안전한 곳에서 만나 의뢰를 수행한다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을 텐데, 의뢰인의 보호를 위해 위험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력을 급히 파견하지 않았는가.

그 한 가지만 봐도 미국에 비해 더욱 신뢰가 갔다.

사드 국왕이 한창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리철명과 다른 지킴이 PMC 직원들도 무척이나 놀라고 있었다.

설마 신형 파워 슈트가 이렇게 강력할 줄은 그들 스스로도 몰랐던 것이다.

물론, 지킴이 PMC의 직원들은 이전에도 파워 슈트를 사용해 보았으나, 지금 자신들이 착용한 제품에 비하면 반딧불과 달빛만큼이나 그 차이가 컸다.

기존의 파워 슈트가 그저 신체 능력과 방어력을 높여 전장의 상황을 지원해 주는 데 그쳤다면, 신형 파워 슈트는 전장을 주도적으로 지배하는 격이었다.

단순히 기본적인 것을 업그레이드했을 뿐만 아니라 화력 또한 상당히 강력해져 막아서는 적이 없을 정도였다.

다만, 리퍼와 스파르탄은 기존의 기본형 파워 슈트와 다르게 전용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즉, 공용화기를 사용하려면 기본 무장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는 수한이 기존의 파워 슈트와 조합을 생각하고 리퍼와 스파르탄을 설계한 탓이다.

강력한 화력도 좋지만, 전장의 상황이란 게 언제나 강력한 무력만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총과 같은 소구경 화력이 필요할 때도 있으며, 때로는 리퍼처럼 원거리 저격이 필요할 것이고, 또 스파르탄처럼 단단한 방어력과 압도적인 화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런 이유로 수한은 세 타입의 파워 슈트를 개발한 것이다.

수한은 리퍼와 스파르탄의 활약을 지켜보며 그것들의 자료를 차곡차곡 정리하였다.

사실 사드 국왕이 알았다면 실망할 일이겠지만, 이곳 쿠웨이트 왕궁으로 급히 날아온 것은 바로 현장에서 리퍼와 스파르탄의 실전 성능 테스트를 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기에 그러한 것이다.

전방에서 접근하던 IS의 기갑 부대가 정리되자 리철명의 지시를 받은 PMC 지킴이들이 먼저 나서서 파괴된 IS의 전차와 BMP들을 길 가장자리로 치웠다.

도로가 정리되어야 사드 국왕과 쿠웨이트 왕족들을 태운 피난 차량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두로 나선 스파르탄들이 퇴로를 확보하며 움직이자 사드 국왕과 쿠웨이트 왕족을 태운 피난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쿵! 쿵!

저 멀리서 전차의 포격 소리가 들려왔지만, 피난 차량에 타고 있는 쿠웨이트 왕실 가족 중 불안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자신들을 보호하는 지킴이 PMC의 능력을 한차례 보았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사드 국왕과 사메드 왕자의 머릿속에 지킴이 PMC들이 가진 무력을 자신들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을 뿐이다.

◈ ◈ ◈

쾅! 쾅쾅!

“빨리빨리 처리 못하나!”

IS 기갑군 사령관인 아부살만은 얼마 되지 않는 쿠웨이트 방위군을 여지껏 처리하지 못하는 부하들이 답답했다.

자신들과 쿠웨이트 방위군의 병력 차이가 수십 대 일에 이를 만큼 엄청나건만, 그의 생각과 다르게 상황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IS의 병력의 주력은 전차들이었다.

물론 BMP도 있기는 하지만, 좁은 길목에 전차들이 들어서 있다 보니 이들이 활약할 여지가 없던 것이다.

또 BMP에 타고 있는 보병들의 활약도 미비하였다.

사실 IS의 군대는 말이 군대이지, 정규 군사 훈련을 받은 군인들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며칠 정도 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전선에 투입된 상황.

사정이 그렇다 보니 지금처럼 대규모 정규전을 치르는 데는 무척이나 엉성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IS에도 정예병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정예병들은 IS 지도부의 곁에서 그들의 본거지인 라카를 지키기 위해 남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부살만의 부대와 함께 출동한 이들은 훈련 캠프에서 단기 교육을 받은 이들뿐이었다.

“하마드! 하마드!”

아부살만은 갑자기 자신의 부관인 하마드를 불렀다.

아부살만의 부름에 하마드는 급히 앞으로 달려왔다.

“예. 부르셨습니까, 사령관님!”

“하지리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나?”

하지리 대위가 받은 임무는 쿠웨이트의 국왕 사드 압둘 아살람 아살바의 신병을 구속하는 것이었다.

쿠웨이트 국왕과 왕족들을 사로잡는다면 전쟁은 그 순간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미국과 그 연합군의 보복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쿠웨이트 왕족의 요청도 없이 미국이나 그 연합군이 자신들을 공격한다면, 이슬람 전 국가에 지하드, 성전을 선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사용하고 있는 사우디의 기지들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엄연한 이슬람 국가이다.

그러니 지하드가 선포가 된다면 그들도 성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사우디 왕실에선 미국과 연합군들을 자국 땅에서 추방해야만 한다.

만약 그러지 않고 미국과 연합군에 토지 사용을 허용한다면 중동의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라도 전 이슬람 국가와 전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 것이다.

사실 그것은 1990년대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이 사용하려고 했던 작전이었다.

당시 후세인은 자신들처럼 불법으로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그러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사막의 폭풍’이라는 작전으로 이라크를 공격하자 그에 대항하기 위해 후세인은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에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만약 그때,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에 보복을 했다면, 아마도 후세인의 뜻대로 5차 중동 전쟁이 발발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3차 대전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당시 이스라엘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보복 공격을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후세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위험 요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슬람 국가들이 즐비한 중동의 한복판에 자신들만이 선택 받았다는 선민의식이 강한 이스라엘이 자리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언제든지 사단이 벌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게다가 같은 이슬람 민족인 팔레스타인을 박해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큰 전쟁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중동에선 언제 대규모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기에 IS도 불리한 전황을 타개(打開)하기 위해 지하드를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작전을 짰다.

그런 일환으로 쿠웨이트 국왕과 왕족들을 잡으러 간 하지리에게서 연락이 왔는지 아부살만이 재차 물었다.

그런데 하마드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그의 예상을 뒤집었다.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뭐야!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니, 그것이 무슨 소리야? 지금쯤이면 사드 국왕이 있는 왕궁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아부살만은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부관의 대답에 인상을 찡그리며 고함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하지리 대위에게 쿠웨이트 국왕과 왕족들을 잡아오라고 명령한 지 30분도 넘은 터였다.

현재 쿠웨이트 시 방위군을 통과하지 못하고 발목이 잡힌 것도 화가 나고 답답해 죽겠는데, 국왕을 잡는 간단한 일도 처리하지 못한 하지리 대위에게 화가 난 것이다.

“그런 간단한 일도 처리하지 못해 아직도 연락이 없다니……. 돌아오면 영창에 보내 버려!”

하지만 사드 국왕과 쿠웨이트 왕족들을 잡으러 갔던 하지리가 그의 부대원들과 함께 이미 신의 곁으로 갔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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