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83화 (83/118)

8. IS의 쿠웨이트 침공

쿠웨이트.

인구 65,000명의 중동의 작은 나라.

중동 유일의 입헌군주제 국가이며, 지하에 묻혀 있는 막대한 석유로 인해 엄청난 부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쿠웨이트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 이유는 아프리카 일부와 시리아와 이라크, 그리고 이란과 터키의 영토 일부를 점령한 IS의 다음 목표가 바로 자신들이라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국왕인 사드 압둘 아살람 아살바는 물론이고, 왕실은 큰 시름에 빠졌다.

쿠웨이트의 국부는 모두가 왕실 소유였다.

한때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 때문에 시련을 겪기는 했지만, 왕실이 보유한 엄청난 부(富) 덕분에 미국과 연합군의 도움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IS는 이라크 군보다 더 무지막지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칼리프 국을 선포하며 이슬람 사회의 고대 회귀를 꿈꾸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이 가장 먼저 척결할 대상은 현재 쿠웨이트를 지배하고 있는 아살바 왕실일 것이 분명했다.

그런 때문에 쿠웨이트의 왕 사드 압둘 아살람 아살바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고뇌에 빠졌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사드 국왕은 연일 그의 귀로 들려오는 IS의 침공 소식에 무척이나 심란하였다.

예전 이라크의 침공 이후 외부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자치대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저 막강한 미국도 아직 어쩌지 못하고 있는 과격 테러 단체인 IS의 군대를 막기는 막막했다.

이미 미국과 동맹국에 보호 요청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현재 미국과 동맹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터키 등지에 주둔지를 건설하여 IS와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지만, 그들을 막지 못해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내부에서는 장기간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병사들의 희생이 늘어나자 민주당 쪽에서 IS를 국가로 인정하고 그들을 국제사회에 포함시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참여를 시키자는 내용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IS에 관해 알지 못하기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IS의 궁극적 목표는 이슬람 세계의 통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강력한 이슬람 제국을 건설해 미국 이상의 강대국이 되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강력한 지도자인 칼리프의 영도 아래 이슬람 제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상을 가지고 전쟁을 벌이는 중인 것이다.

솔직히 사드 국왕도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자신도 그 전쟁에 참여했을 것이다.

아무리 쿠웨이트가 친미 계열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사드 국왕 또한 무슬림이고, 쿠웨이트 전 국민은 모두 선지자 마호메드를 따르는 자들이다.

그렇지만 IS가 주장하는 것은 그저 이상향에 대한 헛소리일 뿐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사상을 해부하다 보면 공산주의처럼 그저 이상향에만 치우친 주장일 뿐,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

그리고 역사라는 것은 흐르는 강물처럼 결코 멈춰 서지 않는다.

그런데 역사를 역행해 제정일치의 칼리프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니,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

교육을 받지 못해 지배자들이 어떻게 하든 그저 지배자의 말만 따르는 어리석은 사람은 더 이상 없다는 말이었다.

물론 총칼을 앞세워 지금처럼 공포정치를 하면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그것은 IS가 주장하는 이상에 배치되는 것이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해 자체 모순으로 붕괴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IS의 권고에도 사드 국왕과 쿠웨이트 왕실은 그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자 IS는 사드 국왕과 쿠웨이트 왕실을 이슬람의 배반자라 간주하고 피의 보복을 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사드 국왕은 IS가 무엇 때문에 자신과 왕실에 회유를 했으며, 그것이 통하지 않자 바로 협박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무능한 왕실이 부정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IS가 하는 이야기가 거짓인지 진실인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탕발림의 달콤한 말을 하겠지만, 필요로 하는 재정이 풍부해지면 자신들은 사냥철이 끝난 사냥개마냥 팽(烹)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고로 현재 쿠웨이트의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고비에 처한 것이었다.

‘하!’

한참을 고민하던 사드 국왕은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고개를 번쩍 들며 집무실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사리드, 당장 한국에 연락해서 그들의 연락처를 알아내라.”

사드 국왕은 자신의 둘째 동생이자 총리인 사리드 왕자를 호출해 어딘가의 연락처를 알아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거기 있잖아, 파시드 왕자를 구해온 PMC 말이야. 그래!”

사드 국왕은 IS에 납치되었다가 얼마 전 구출된 사우디의 파시드 왕자를 언급하며, 그를 구해온 한국의 지킴이 PMC를 언급했다.

그제야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듯한 동생의 응답에 사드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였다.

“어떤 조건을 걸어도 다 받아들이겠다고 하고, 최대한 많은 인원을 이곳으로 데려와라.”

사드 국왕은 처음 연락처를 알아오라고 하더니, 마음이 급해진 것인지 말을 바꿨다.

그냥 지킴이 PMC에서 어떤 조건을 걸든 모두 승낙하고 최대한 많은 인원을 쿠웨이트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비용은 상관없다. 돈보다는 우리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알겠지, 사리드?”

자신의 말에 난색을 표하는 동생에게 사드 국왕은 강경하게 나갔다.

예전 이라크의 후세인이 침공했을 때, 왕실을 지키기 위해 미국으로 망명하여 도움을 요청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왕실의 안전을 위해 지킴이 PMC를 고용하려는 것이었다.

사드 국왕은 확실히 노련했다.

이미 그들에 대해선 파시드 왕자를 구해낼 때부터 그 실력이 널리 알려졌다.

예전 국제 테러 단체에 교관으로 파견되던 구 북한군 특수부대 교관들로만 구성된 실력 있는 PMC라고 말이다.

미국 특수부대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자들이라면 충분히 IS로부터 자신과 왕실 가족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과 왕실의 보존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쿠웨이트의 모든 부는 자신과 왕실의 것이니까.

자신과 왕실만 무사하다면 쿠웨이트는 언제라도 재건할 수 있었다.

◈ ◈ ◈

“빠진 것 없지?”

“예. 여기 선적 목록하고, 또 정부 허가서.”

지킴이 PMC 사업지원부 박상철 과장은 김재환 부장에게 들고 있던 서류를 넘겼다.

서류를 살펴보던 김재환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여기 무기 목록에 물음표는 뭐야?”

자신이 알지 못하는 항목이 나오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박상철도 그것은 알지 못했다.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박상철 과장의 말에 김재환 부장은 더욱 인상을 쓰며 물었다.

“아니, 선적을 담당하는 자네가 모르면 누가 안다는 말이야! 일 똑바로 하지 못해? 지금 우리가 선적한 물건을 가지고 IS와 전쟁을 하려는 이들에게 알지도 못하는 물건을 보급 보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야!”

박상철 과장의 말에 하고 기가 막힌 김재환은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박상철 과장도 할 말은 있었다.

물음표가 기재된 목록은 본사 비서실로부터 내려온 명령 때문에 상자를 함부로 열 수가 없었다.

상자에도 붉은 글씨로 ‘1급 보안’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기에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원칙적으로 선적하는 물건을 일일이 검수해야 하지만, 그런 낙인이 찍힌 상자는 그의 권한으로는 손을 댈 수가 없었다.

1급 보안 취급 허가자만이 접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게 그 물건들은 1급 보안이란 낙인이 찍혀 있는데다가 잠금장치 때문에 확인할 수도 없었습니다.”

억울하다는 박상철 과장의 말에 김재환 부장은 그제야 이해를 했다.

그러고는 조금 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화를 낸 것을 사과했다.

“아, 그런 것이었군. 잘 알지도 못하고 급한 마음에…… 미안하네.”

상급자의 사과에 박상철 과장도 얼른 보고를 바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잘못을 인정했다.

“아닙니다. 자세한 사항을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 그럼 이 알 수 없는 목록 빼고는 아무 이상 없는 것이지?”

마음이 누그러진 김재환 부장은 1급 보안 낙인이 찍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의문의 물건 빼고는 계획된 물품이 모두 정상적으로 배에 선적이 되었는지 물었다.

그런 부장의 물음에 박상철 과장은 자신 있게 대답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기지 건설에 필요한 자재나 공구에서부터 부대 방어를 위한 미사일까지 모두 완벽합니다.”

지킴이 PMC에선 이번에 쿠웨이트 왕실로부터 대규모 의뢰를 수주하였다.

그 때문에 지금 지킴이 PMC 내부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파견 인원만 8천 명으로, 사실상 행정 인력과 아직 교육이 끝나지 않은 신입, 그리고 그들을 교육시킬 교관 몇 명을 빼고 모두 쿠웨이트로 파견 나가야만 했다.

인원이 워낙 많은 수인지라 원래대로라면 사람은 비행기로, 장비는 배로 이동을 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모두 배로 이동을 해야만 했다.

더욱이 의뢰를 받아 파견을 나가는 곳이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한 곳이기 때문에 차라리 장비와 인원을 한꺼번에 파견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판단 아래 그리 계획을 잡은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 페르시아만까지 배를 타고 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은 걸렸다.

그리고 군수장비까지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여객선으로는 그 일을 수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지킴이 PMC는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여 수송함을 지원 받았다.

뭐, 어차피 해군의 기동함대가 아프리카의 해적 퇴치를 위해 나가 있는 이순신함과 임무교대를 하는 유성룡함과 함께 기동훈련을 하기 위해 그곳을 지나기 하기 때문에 지원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덕분에 지킴이 PMC는 해군의 지원을 받아 인원과 장비를 수송하게 되어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는데, 사실 그동안 수한이 정부에 해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는 했다.

더욱이 얼마 전, 국감에서는 뭐 주고 뺨 맞은 격으로 증인으로 나와 특혜 의혹을 받으며 부도덕한 인물처럼 비춰지지 않았던가.

정말이지, 당시만 해도 수한은 자신과 기업인들을 마구 대하던 국회의원들의 비리를 전국 일간지에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발 빠른 대통령의 사과와 아무런 뒷얘기가 나오지 않게끔 깔끔하게 일 처리를 하였기에 그만 넘어간 것이다.

아무튼 덕분에 남포항에 정박한 해군의 군수 지원함에 파견 나가는 직원들이 쓸 장비들을 무사히 선적할 수 있었다.

임무를 마친 박상철 과장은 편안한 마음으로 배에 승선하는 지킴이 PMC 직원들을 쳐다보았다.

행정직인 자신과는 동떨어진 일을 하는 이들이지만, 그래도 지킴이 PMC라는 같은 직장에 다닌다는 동질감에 배 위로 오르는 직원들이 한없이 걱정되었다.

물론 지금 파견 나가는 직원들의 능력을 박상철도 잘 알고 있었다.

세계에서도 악명을 떨치던 북한 특수부대 출신임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총알이 날아다니고 포탄이 날아오는 전장이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저들이 아무 망설임 없이 전장으로 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박상철 과장의 마음을 짐작했는지 옆에 있던 김재환 부장이 말을 걸어왔다.

“일도 끝났는데, 우리도 직원들과 함께 오랜만에 회식이나 하지.”

회식이라는 말에 감상에 젖어 있던 박상철은 얼른 고개를 돌려 물었다.

“회식 말입니까? 아직 퇴근 시간이 되려면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말입니다.”

아직 이른 시각에 회식을 하자는 부장의 말에 박상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고생들 했는데 우리도 그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예. 그럼 직원들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자신들을 위로해 주려는 의도임을 깨달은 박상철은 아직 마무리 점검을 하고 있는 부하 직원들에게 서둘러 소식을 전했다.

◈ ◈ ◈

“꼭 소장님도 가셔야겠습니까?”

수한의 뒤에서 연구소 상급 연구원인 이의석이 물었다.

이의석은 이곳 파주 연구소에서 수한의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사실 그는 수한만 없었다면 연구소 소장을 해도 될 정도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나이는 어려도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 판단하여 수한의 보조를 자청하고 있었다.

사실 수한이 너무도 뛰어나기에 그의 곁에서 뭐라도 배워보려는 마음도 조금쯤은 있었다.

배움에 있어 노소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보다 어린 수한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한데 그런 수한이 갑자기 중동에 가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그는 그것을 막기 위해 수한의 집무실에 들어와 설득을 하고 있었다.

“이 박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번에 개발된 물건의 실전 테스트를 하기 위해선 제가 직접 가서 확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수한은 이번에 지킴이 PMC가 쿠웨이트 파견에 동행하기 위해 빠르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꼬리를 잡으며 방해하는 이의석 박사를 보며, 한편으로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에 설득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수한의 생각과는 달리, 이의석 박사도 나름 할 말이 있었다.

수한이 외부로만 돌고 있으니 이의석은 애초 자신의 목적인, 수한의 곁에서 공동 연구를 하면서 배우겠다는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찾아와서 강짜를 부리는 것이었다.

“굳이 소장님이 가지 않더라도 데이터는 충분히 뽑아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굳이 위험한 그곳에 가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데이터를 받아 볼 수 있는데…….”

“아, 그 이야기는 그만해 주십시오. 이미 결정된 사항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적용된 기지 방어 시스템이 정확하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수한은 지금까지의 시스템을 보다 강화하여 새롭게 기지 방어 시스템을 재정비하였다.

사실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이나 많은 나라들이 경비를 위해 부대 외각에 초소를 만들어 인력을 동원해 부대 경비를 하였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지역을 장시간 경계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곤해진다.

그런 피로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특히나 그 지역이 고립되고 위험한 곳이라면 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그것을 일컬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데, 이 증상이 깊어지면 자칫 잘못하다가는 부대 내부에서 사고가 터질 수도 있었다.

수한은 이런 장병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을 하다 논란이 많은 무인 경비 시스템에 눈을 돌렸다.

킬러 로봇을 이용한 무인 경비 시스템이 많은 인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수한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인 경비 시스템을 관심을 두는 이유는 간단했다.

적보다는 내 사람을 먼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킬러 로봇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그 또한 해결책은 있었다.

부정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킬러 로봇에 대한 정의는 로봇이 프로그램에 의해 사람을 죽이다 오작동을 일으키면 인간이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수한은 그런 문제를 오래전 연구했던 인공지능으로 대처를 하였다.

인공지능에 모든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결정은 인간의 손으로 결정을 하는 것 말이다.

킬러 로봇에게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는 단순했다.

첫째는 인간이 로봇을 일일이 조종하여 마무리까지 결정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로봇에게 모든 상황 발생에 대한 대처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고를 하게 한 다음 마무리는 인간이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애초에 어떤 상황이든 로봇이 먼저 판단을 하여 상황을 대처하고 마무리까지 짓는 것이 있는데, 킬러 로봇 부정론자들은 바로 이 마지막 세 번째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들의 걱정대로 프로그램이 오작동을 일으켰을 때는 인간이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수한은 그에 대한 해결책을 두 번째 유형으로 잡았다.

인간이 최종 확인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면 모든 책임을 인간이 지면 되는 것이다.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칼을 요리사가 잡으면 맛있는 요리가 나오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살인자의 손에 들어가면 무서운 흉기가 되는 것처럼 아무리 발달된 무기라도 최종 결정권을 인간이 가지고 있으면 그건 편리한 도구일 뿐이란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연구하던, 인공지능을 이용해 부대 방어를 위한 방어 시스템의 핵심을 인간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인공지능이 정보를 통합해 상황을 판단하여 지휘관에게 보고를 하면, 지휘관은 그것을 토대로 결정만 내리면 되는 것이다.

최종 결정을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기계에 휘둘릴 이유나 위험이 없다는 게 수한의 생각이고, 또 수한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기계의 결합이 아니라 전생의 마법을 기초로 했기에 절대로 오류가 날 수가 없었다.

과학에서의 인공지능이 프로그램의 극의에 이른 결과 나오는 인간의 사고와 가까운 프로그램이라면, 마법에서의 인공지능, 즉 에고(Ego)는 과학의 인공지능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마법의 에고는 영혼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에고는 절대 계약자의 의사에 반할 수가 없었다.

만약 계약자의 의사에 반해 행동을 한다면 에고는 그 즉시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수한은 자신이 연구한 마법과 과학의 결정을 크로스 오버해 만든 인공지능을 신뢰하였다.

또 같은 이유로 시스템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선 수한이 직접 움직여 설치를 해야만 했다.

수한이 계획한 시스템은 아직까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용한 시스템에는 기존의 기술자들은 알지 못하는 개념이 들어가 있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수한의 단호한 말에 이의석 박사도 더 이상은 어쩔 수 없었다.

가끔 수한이 보여주는 것들은 기술자뿐 아니라 사실 박사 학위를 받은 이들조차 알아들을 수가 없을 때가 많았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나 천하 디펜스에서 생산하고 있는 요격미사일에 들어가는 추적 시스템의 메커니즘은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안전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의석 박사는 수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수한이 고안한 많은 것들이 기존의 알고리즘으로는 복제는 물론이고, 파악조차 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포기한 것이다.

이의석 박사는 더 이상 자신의 설득이 먹히질 않자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한편, 이의석 박사가 낙심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수한은 그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붙들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요즘 그가 하는 연구가 벽에 부딪쳐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수한은 이의석 박사에게 어떤 조언도 해주고 있지 않았다.

연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살펴보기만 해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는 문제인데, 이의석 박사는 더욱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때로는 간단한 것이 문제의 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교하고 복잡하다고 해서 첨단은 아니다. 결과 값이 같다면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모두 이용하면 되는 문제인데, 이의석 박사는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려는 단점이 있었다.

그가 그 점만 깨닫는다면 아마 대한민국에 또 다른 명품 무기가 개발될 것이 분명했다.

◈ ◈ ◈

쏴아, 쏴악!

맑은 햇살을 받으며 넓은 대양을 힘차게 나가는 군함들이 있었다.

그 군함들의 정체는 대한민국 해군의 기동함대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기동함대 소속 제1기동 전단이었다.

제1기동 전단은 이지스 구축함 1척, 광계토대왕급 구축함 2척, 이순신급 구축함 4척, 그리고 군수 보급함 1척과 214급 잠수함 2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기동 전단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기존의 구성과 다르게 기함인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보다 더 큰 크기의 군함이 있었다.

러시아의 자존심인 키로프 급 원자력 순양함의 크기와 비슷한 크기의 군함이었다.

만재 배수량 28,000톤인 러시아의 키로프 급 미사일 순양함은 일명 미사일 공장이란 별명처럼 S―300 미사일 96셀, P―700 20셀, 9M 311 대공미사일 216기, 533㎜ 5연장 어뢰 발사관 2문과 근접 방어 무기인 AK―630 8문, 카쉬탄 6문, AK―100 2문, AK―130 1문을 무장하고 있으며, 함재기로는 카모프 Ka―27 헬리콥터 3대를 가지고 있다.

일설에는 막강한 미국의 항모전단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군함으로, 항공모함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제1기동 전단에 그와 비슷한 크기의 군함이 보인 것이다.

그 군함의 정체는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순양함으로, 함명은 해모수였다.

한민족의 고대 국가인 북부여 시조인 해모수의 이름을 딴 해모수함은 대한민국 최초의 순양함일 뿐 아니라, 주변국의 해군에 비해 열세인 것을 극복하고자 해군이 야심 차게 계획한 군함이었다.

화력도 러시아의 키로프 급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해모수함의 재원은 아직 해군에서 극비로 하고 있어 정확한 화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대한민국 해군이 과포화 화력을 유지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동급 배수량을 가진 키로프 급 함선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떨어지는 화력은 아닐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러시아의 키로프 급 순양함은 1980년대 만들어진 배로, 20세기 말에 개발이 된 것에 비해 해모수함은 2024년에 개발을 하였고, 만 1년이 지난 2025년 12월에 완공되어 현재 해군에서 시범 운행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아직도 해군 주요 지휘관들 외에는 정확한 제원을 알지 못했다.

아무튼 대한민국 1호 순양함인 해모수함이 제1기동 전단과 함께 하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를 움직이려면 강력한 힘이 필요한데, 러시아의 키로프 급 순양함은 핵 추진으로 그 문제를 해결을 하였다.

그런데 해모수함은 핵 추진이 아니라 새로운 발전 시스템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있었다.

연료 교체를 할 때 위험부담이 큰 핵 추진이 아니라 천하 에너지에서 개발한 핵융합 발전기를 갖추고 있는데, 이 발전기의 힘은 바로 전기모터로 전달이 되어 추진을 하고, 무려 말 20만 마리가 끄는 힘에 버금갔다.

그런 강력한 모터의 힘으로 추진을 하다 보니 해모수함의 속력은 기존의 군함들보다 배는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순항속도는 28노트이고, 최고 속도는 무려 65노트에 육박했다.

알려진 무장만 해도 키로프 급과 비슷하니, 얼마나 대단한 군함인지 알 수 있는 일면이었다.

그렇게 감히 범접하지 못할 화력과 기동성을 갖춘 해모수함은 그 이름만큼이나 감지 체계도 기존의 이지스 시스템을 능가하는 천리안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이름은 인드라 시스템이었는데, 인드라라는 이름이 인도 베다 신화에 나오는 비와 천둥의 신으로, 불교에서는 제석천이라고도 불리며 천수천안을 가진 보살로 묘사되고 있었다.

이것을 연구원들이 모든 것을 들여다본다 하여 천리안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던 것이 입에 붙는다 하여 인드라에서 천리안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기존 이지스 시스템이 감지 거리인 1,000㎞에서 목표물 200개를 동시에 추적을 하여 그중 24개를 동시에 격추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천리안 시스템은 감지 거리만 3,000㎞에 이르며 위성과 연동해서는 그 이상도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동시에 1,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동시 추적을 할 수 있으며, 격추시킬 수도 있었다.

그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천리안 시스템에는 인공지능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방어와 공격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판단한 수한은 전투, 방호 시스템에 연구하던 인공지능을 결합해 가장 완벽한 전투 시스템을 완성하였다.

또 천리안이 이렇게 넓은 감지 거리를 가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드론 때문이다.

무인 항공기인 드론을 띄워 넓은 범위를 감시하다 보니 감지 거리가 넓어진 것이다.

먼 거리에서 먼저 보고 먼저 공격을 한다면 그 누가 해모수를 막아낼 것인가.

물론 해모수함에도 약점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막대한 건조 비용이었다.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 1조 1,000억 원으로 10억 달러인 데 비해 해모수함은 그것의 세 배인 30억 달러나 되었다.

항간에는 이 때문에 해모수급 순양함을 한 척 건조하는 것보단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세 척 건조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한민국 해군의 사정을 알지 못하기에 하는 소리였다.

군함이라는 것은 덜컹 만들어낸다고 바로 운용이 가능한 게 아니었다.

군함을 운용하기 위해선 승조원이 필요한데, 대한민국에선 군함을 운용할 승조원이 부족할뿐더러 함선을 세 척이나 건조하는 시간도 문제였다.

말만 하면 뚝딱 만들어지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해군의 능력으로도 강력한 함선 한 척이 있는 것이 조금 약한 세 척의 군함이 있는 것보단 나았다.

나중에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현재로서는 강력한 군함이 취역을 하는 것이 주변국과의 해군력 경쟁에서 빠르게 전력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아무튼 대한민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그 경쟁자를 찾기 힘들 강력한 군함이 바로 해모수함이었다.

“여기 계셨습니까?”

강감찬 제독은 해모수함의 순찰을 돌다 함선 선미에 장치되어 있는 물건의 콘솔 박스를 살피고 있는 수한을 보고 물었다.

해모수함을 설계하고, 또 모든 시스템을 완성시킨 사람이 바로 수한이었다.

그에 대해 사전에 미리 정보를 들은 강감찬은 당연히 경이의 눈으로 수한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20살이나 어린 청년이 이런 엄청난 것을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군대에서 사용하는 첨단 무기에는 모두 그의 손이 거쳤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경이를 넘어 경악할 정도였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감찬 제독은 해군 최고의 군함이던 세종대왕함의 함장이었다.

때문에 각종 작전은 물론이고, 예전 천하 디펜스에서 만든 요격미사일 실험에도 참여를 했는데, 그 당시 그는 세종대왕함에서 사용하던 미국의 SM―3 미사일보다 요격 능력이 월등한 요격미사일의 성능에 감탄을 했다.

미국의 것보다 저렴하면서도 명중률이 높은 명품 요격미사일이 한국에서 개발되었다는 것에 무척이나 기뻐했다.

막말로 대한민국 해군에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일본 해군이었다.

예전 자위대 때부터 비교 대상이던 일본 해군의 전력은 안타깝게도 한국 해군보다 월등했다.

해군의 강력한 전력인 이지스 구축함의 숫자에서부터 4:8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원함에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객관적으로 한국 해군과 일본 해군의 전력 차는 1:3이라는 결과가 나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차에 보다 명중률이 높은 요격미사일의 보급은 한국 해군에게 암흑 속에 한 줄기 빛이나 다름없었다.

미사일이라는 것이 발사를 한다고 해서 모두 명중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공 구축함에 함선을 공격하는 대함 미사일보다 미사일을 요격하는 요격미사일의 숫자가 많은 것이다.

보다 많은 숫자의 미사일을 발사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아내는 개념이고, 또 요격미사일이 요격에 실패했을 때에는 근접 방어 무기인 골키퍼나 팔랑스와 같은 기관포를 발사해 탄막을 형성해 함선을 방어했다.

그런데 명중률이 훨씬 개선된 요격미사일이 개발되었으니 한국 해군에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전력에서 열세였지만 방어 능력이 향상되었으니, 얼추 1:2까지 따라붙은 셈이었다.

그런 가운데 비교 불가의 강력한 무기인 해모수가 개발되었으니, 강감찬뿐 아니라 해군의 지휘관 그 누구도 신형 순양함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가운데 대한민국 1호 순양함인 해모수함의 함장으로 강감찬이 선택되었고, 그 상징성으로 인해 강감찬은 대령에서 제독으로 진급을 하게 되었다.

물론 강감찬이 진급을 할 때도 되었기에 무난하게 진급 심사가 통과가 되었다.

사실 그동안 해군에 있는 제독은 모두 현장 지휘관이 아닌 작전 참모들이었다.

강감찬은 오래전부터 성웅 이순신처럼 전역하는 날까지 해군 함장으로 남고 싶어 했다.

그러나 진급을 하게 되면 현역 함장의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하는데,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을 능가하는 해모수급 순양함이 취역하면서 새롭게 제독이란 직위와 함께 현역에서 군함을 지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수한이 해모수를 개발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강감찬으로서는 수한을 경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강감찬 제독이 그렇게 수한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수한은 자신이 설계한 해모수함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해모수함이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상 없이 작동을 하고 있었다.

해모수함에서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해모수)도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고 있으며, 함체에 연결된 무장들을 잘 통제하고 있었다. 또 함체를 움직이는 모터도 수시로 체크를 하며 승조원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지금 수한이 점검하고 있는 것은 아직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 해모수함의 비밀 무기로, 아직까지는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레일건이었다.

레일건은 미국의 최신형 구축함인 줌활트 급에만 장착되어 있는 무기 체계로, 미사일의 발달로 사장되었던 함포의 부활을 새로이 알린 무기였다.

레일 위로 강력한 전류를 흘려보내 그 반발력을 이용해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데, 미사일과 다르게 레일건의 탄두는 중간에서 요격을 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레일건은 미사일에 비해 크기도 작고, 또 비용도 발사에 필요한 전력 외에는 들어가지 않기에 무척이나 경제적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레일건을 연구하는 국가는 많지만, 현재 지구상에 레일건을 함포로 실용화 한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그런데 수한은 차세대 발전기를 개발하면서 레일건도 미래 구상에 넣어두었었다.

그리고 레일건을 대한민국 해군의 무기 체계로 일본보다 빠르게 집어넣었다.

이미 오래전 레일건에 대한 연구를 끝내놓은 수한은 한국 해군이 신형 함선 건조 계획을 의뢰하자 그 계획에 뛰어들어 이를 완성시켰다.

사실 해군은 지금의 해모수가 아닌 러시아의 키로프 급을 생각하고 의뢰를 했었다.

그런데 수한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러시아의 키로프 급 순양함에 미국의 줌왈트 구축함에 들어간 레일건을 접목시켜서 해모수를 완성시킨 것이다.

해모수가 완성된 모습을 확인한 한국 해군의 지휘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로 상상 속에나 생각해 봤던 군함이 자신들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예상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수중에 들어오자 해군 관계자들은 걱정이 앞섰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킬 힘이 부족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킬 힘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빼앗길 정도로 힘이 없지도 않았다.

아무튼 해모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느꼈다.

◈ ◈ ◈

쿠르르르, 쿠르르릉!

메마른 사막을 엄청난 규모의 군대가 먼지구름을 형성하며 맹렬히 달리고 있었다.

이라크 남부 사프완을 지나 쿠웨이트 국경 인근의 사막을 달리는 이들의 정체는 바로 수니파 과격 무장 단체인 IS의 기갑군단이었다.

비록 구형이기는 하지만 러시아의 T―72 전차 3,000대와 보병 전투 차량인 BMP―2, 3로 구성된 차량 1,500대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IS에서는 이번 쿠웨이트 침공전에 사활을 걸었다.

그런 이유로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대규모 병력을 운용하는데도 미국과 동맹군에게 그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차 3,000대와 보병 전투 차량 1,500대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3,000대의 전차도 대단하지만 보병을 실어 나르는 보병 전투 차량이 1,500대라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 안에 타고 있는 보병만 15,000명이란 소리였으니까.

보병이 15,000명이나 동원이 되었다는 것은 한마디로 쿠웨이트를 침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점령하겠다는 말이었다.

이런 정도의 작전을 펼치는데 세계에서 가장 정보 조직을 많이 가지고 있는 미국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이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십여 년간 미국,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IS도 첩보 기관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많은 첩보 기술이 발전한 상황.

각국 첩보원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IS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북쪽에 있는 바쿠바를 총공격을 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아니, 100% 거짓은 아니고, 위장 공격을 했다.

그렇게 미국과 동맹국의 시선을 바쿠바로 몰리게 한 뒤, 정작 자신들의 주력은 쿠웨이트를 점령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IS는 주력인 아부살만의 1기갑군 병력을 이라크와 이란의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하여 쿠웨이트 국경까지 온 것이었다.

사령관인 아부살만은 부대의 최선두에서 달리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앞으로 한 시간 뒤면 진한 화약 내음을 맡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쿠르르릉!

그의 심장 소리와 맞물려 전차의 궤도가 굴러가는 소리는 묘한 흥분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실 아부살만에게 전쟁은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현실이 아닌, 게임에 불과했다.

전장의 포연 속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내는 신음 소리와 공포에 젖어 내지르는 비명은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자명종과도 같은 것이었다.

본부에서 그는 IS의 칼리프 압둘라에게 복수를 맹세했지만, 정작 그의 내심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울려 퍼지는 약자들의 비명 소리가 듣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것이 적의 병사가 되었든, 아니면 자신의 수하가 되었든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민간인이라면 더욱 좋았다.

공포에 젖은 약자의 비명은 아부살만에게 아름다운 미녀의 육체를 안는 것보다 더 큰 쾌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 시간 뒤면 만끽할 환희를 위해 아부살만은 긴장을 고조시켰다.

사막의 먼지 섞인 공기를 마시면서도 그의 코는 전장의 화약 내음과 그 안에 찢긴 약자의 피비린내를 느끼는 듯하였다.

“속도를 더 내라! 목표가 앞이다.”

아부살만은 무전기에 대고 진군 속도를 더 높이라는 명령을 하였다.

사령관의 명령 때문인지, 그의 부대는 급속히 진군의 속도를 높였다.

쾅! 콰광! 타타타탕!

쿠웨이트의 국경을 넘은 IS의 군대는 쿠웨이트 북부 아부다이를 지체 없이 공격했다.

기습 공격을 받은 쿠웨이트 군은 현재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국경 수비대는 IS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며 국경을 뚫리고 말았다.

“진격하라! 바로 쿠웨이트를 점령한다!”

국경을 통과한 IS의 기갑군은 사령관인 아부살만의 명령에 신속하게 쿠웨이트 시티로 진격을 하기 시작했다.

국경도시인 아부다이에서 수도인 쿠웨이트 시티까지는 두 시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부살만은 중간에 거치적거리는 것은 모두 무시하고 수도인 쿠웨이트 시티로 진격을 했다.

쿠웨이트 시티만 점령을 하면 사실상 전쟁은 끝나는 것이다.

쿠웨이트 시티를 완벽하게 장악한 다음, 미국과 동맹국의 군대를 막는 것은 그 후의 문제였다.

하지만 아부살만은 걱정하지 않았다. 쿠웨이트 시티를 점령해 쿠웨이트 왕실 가족들을 장악한다면 미국이나 동맹국은 자신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공격을 한다면 쿠웨이트에 있는 유전 시설을 모두 파괴해 버리면 그 모든 비난은 자신들이 아닌 미국과 동맹국이 떠안게 될 것이니, 그것도 좋았다.

어차피 IS에게는 잃을 것이 없는 전쟁이었기에 과감하게 쿠웨이트로 진격을 하는 것이었다.

◈ ◈ ◈

한편, 의문의 군대가 이라크 국경을 넘어 공격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쿠웨이트 의회는 난리가 났다.

20세기 말, 이라크의 독재자가 쿠웨이트를 점령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킨 이후 또다시 침공을 받은 것이다.

그때만큼의 충격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아직 국경을 침범한 적의 정체를 알 수가 없어 혼란은 가중되었다.

이라크의 독재자가 미국에 의해 제거된 뒤로 쿠웨이트는 그동안 안심을 하였는데, 또다시 이라크 쪽 국경이 뚫리자 의회는 발 빠르게 미국에 구원 요청을 하였다.

하지만 쿠웨이트의 구원 요청에도 미국은 그들을 도울 수가 없었다.

미국은 대규모 병력이 쿠웨이트 국경 지대에 나타나자 곧바로 지원을 보내려 했지만, 현재 IS가 이라크의 바쿠바를 공격한다는 정보로 인해 전 병력을 동원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현재 쿠웨이트로 파견을 보낼 병력이 부족했다.

적은 병력을 보내봐야 적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선뜻 구원군을 보낸다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의회도 의회지만 쿠웨이트 왕실도 난리가 난 것은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미국에 구원 요청을 하였지만 현재 상태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기에 왕실은 일단 사우디로 피신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짐을 꾸리고 있었다.

“도대체 국방부 장관은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쿠웨이트의 국왕, 사드 압둘 아살람 아살바는 수행원들이 짐을 꾸리는 것을 지켜보며 고함을 질렀다.

이미 오래전부터 IS가 쿠웨이트를 침공할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들어왔다.

그 때문에 유명한 PMC에 왕실 보호를 위해 대규모 의뢰까지 하지 않았는가.

의뢰를 맡은 PMC에서 오고 있다는 연락은 받았지만, 그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정확히 여섯 시간 후에나 이곳 쿠웨이트 항에 도착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상태로는 여섯 시간 뒤면 IS에게 점령을 당한 뒤가 될 것이다.

“제길, 조금만 더 일찍 의뢰를 하였더라면…….”

사드 국왕은 자신이 IS의 쿠웨이트 침공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 아니, 그 뒤에라도 조금만 더 일찍 의뢰를 했다면 이런 참담한 경험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

쾅!

갑작스런 소란에 짐을 챙기던 수행원들이 잠시 움찔하기는 하였지만, 곧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사메드! 사메드!”

사드 국왕은 국방부 장관인 자신의 동생, 사메드 왕자를 불렀다.

“예, 부르셨습니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사메드 왕자는 얼른 달려왔다.

“지킴이 PMC에게 현재 이곳 상태를 알리고 그들에게 담맘으로 오라고 해라.”

사드 국왕은 현재 쿠웨이트의 형편으로는 IS의 대규모 병력을 막을 수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러고는 지킴이 PMC에게 사우디의 담맘 항으로 올 것을 지시하였다.

“그들을 담맘으로 부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사우디 왕실에는 내가 연락을 하여 협조를 구할 것이니, 넌 그렇게만 전해.”

“알겠습니다.”

사메드 왕자는 형이자 국왕인 사드 국왕의 지시에 얼른 무선 통신실로 뛰어갔다.

이곳 왕궁에도 외부와 통하는 통신 시설이 있기 때문이었다.

◈ ◈ ◈

쿠웨이트에서 전쟁이 난 줄도 모른 채 지킴이 PMC와 그들을 태운 해군의 1기동 전단은 순조롭게 페르시아 만을 유영하고 있었다.

“제독님!”

“뭔가?”

해모수함의 함장인 강감찬 제독은 자신을 부르는 무전병의 부름에 시선을 돌려 물었다.

“본국으로부터 전문입니다.”

“전문?”

본국으로부터 전문이라는 말에 강감찬 제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기동 전단은 순조롭게 운항을 하고 있기에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본국과 무전을 주고받을 일이 없었다.

그런데 전문이 정해진 시간에 날아온 것이 아니라는 말은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이었다.

‘해적이 또 나타난 것인가?’

강감찬은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해적들이 또다시 나타나 상선을 납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궁금해 하며 강감찬 제독은 무전병이 전해 준 전문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전문에는 자신이 예상한 것과 다른, 엄청난 내용이 들어 있었다.

[IS, 쿠웨이트 침공]

전문의 내용은 무척이나 간단하였다.

IS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는, 아주 간단한 내용이지만, 그것이 가진 파장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현재 자신의 함에 타고 있는 지킴이 PMC들이 향하는 목적지가 바로 쿠웨이트였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도착까지 이제 겨우 세 시간이 남았는데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은 그들을 정상적으로 하선을 시킬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신의 함대도 전쟁의 여파에 휩쓸릴 수 있었다.

현재 제1기동 전단은 IS와의 전쟁에 포함되지 않은 전력이었다.

때문에 제1기동 전단이 전쟁에 휩쓸리게 되면 그 전비는 대한민국 혼자 고스란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리였다.

남의 나라의 전쟁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국고를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강감찬 제독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동맹국에 전쟁이 터졌다는 것을 알면서 모른 척 외면할 수도, 그렇다고 전쟁에 참여할 수도 없는, 정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제독님!”

한참 고민을 하고 있던 강감찬에게 부함장인 최영찬 대령이 다가와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자신을 부르는 최영찬 부함장의 말에 무슨 일인지 물었다.

되묻는 강감찬의 말에 최영찬은 조금 전 수한에게서 받은 부탁을 전해 주었다.

“저, 정수한 박사가 잠시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난데없는 소리에 강감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어디 있나?”

“지금 밖에 와 있습니다.”

강감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덜컹!

실내와 외부가 밀폐되는 함선의 특성상 문을 닫았다고 해도 고무 파킹 부분으로 인해 그리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특유의 소리만큼은 여전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뒤로하고 복도로 나간 강감찬 제독의 눈에 뭔가 고심을 하고 있는 수한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지? 쿠웨이트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정보를 들었나?’

수한이 고민하는 모습에 강감찬은 조금 전 해군본부로부터 전해진 전문이 떠올랐다.

이 배에 타고 있는 지킴이 PMC의 목적지가 쿠웨이트이며, 수한 또한 지킴이 PMC의 부대 건설에 추가할 장비가 있어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혹시 자신이 받은 전문처럼 수한도 쿠웨이트에 전쟁이 난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레이트 코리아』 제11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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