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82화 (82/118)

7. 복수를 다짐하는 IS

삼청동 음식점.

“어서 오세요.”

윤재인 대통령은 방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맞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니, 대통령께서 먼저 와 계셨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방으로 들어서던 사람들은 안에 윤재인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자 깜짝 놀라며 사과를 하였다.

약속 시간까지 아직 10분이나 남아 있는데 대통령이 먼저 자리에 와 있을 줄은 짐작도 못했다.

대통령보다 늦게 도착했다는 것은 약속에 늦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권위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통령은 이 나라 대한민국의 최고 어른인 것이다.

비록 자신들이 국회의원이란 배지를 달고 있다고 하지만 어디 대통령과 같겠는가.

“아닙니다. 일이 일찍 끝나 먼저 나섰습니다. 자, 다들 자리에 앉으시죠.”

윤재인 대통령은 별거 아니란 듯 이야기를 하며 모두에게 착석을 권했다.

대통령의 말에 사람들은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자신들을 부른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불안했다.

대체로 뭔가 이야기할 것이 있으면 통보를 하고 청와대로 부르면 될 일인데, 이렇게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게 되는 일은 좀처럼 없기 때문에 다들 더욱 불안해하였다.

“자, 일단 음식들 좀 들고 이야기를 할까요?”

윤재인 대통령은 좌불안석인 사람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며 젓가락을 들고 앞에 놓인 음식을 들었다.

“음, 역시 좋군요.”

대통령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음식을 먹으며 연신 좋다는 말을 하였다.

한편, 윤재인 대통령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정말로 안색이 창백해진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이한영이었다.

그는 전에도 한 번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불과 한 달 전, 그도 누군가와 만나며 처음 와본 음식점인데, 당시 이곳의 음식 맛에 한 번 놀라고, 또 나중에 이곳의 음식 가격에 또 한 번 놀랐었다.

이한영은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가 무척이나 불편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은 그를 보며 한마디 하였다.

“이 의원, 이 의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곳 음식 맛이 무척이나 좋지 않습니까? 특히나 누군가의 부탁을 받기에는 참 좋은 곳 같습니다.”

이쯤 되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자신들을 이곳에 부른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한영, 저 인간이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녔기에 대통령이 저러는 거야?’

별말 없이 음식을 먹던 윤재인 대통령은 어느 정도 배도 차고, 또 함께 자리한 의원들도 어느 정도 식사를 끝낸 듯 보이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아니, 이야기를 하기 전 문밖에 있는 비서실장을 불렀다.

“길 실장, 그것 좀 가져오지.”

스르륵!

대통령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용히 방문이 열리며 길성준 비서실장이 무언가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온 길성준 비서실장은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의 앞에 가지고 온 물건을 하나씩 내려놓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길성준 비서실장이 놓고 간 서류 봉투를 내려다본 의원들은 시선을 돌려 대통령을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마침내 윤재인 대통령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대통령님, 이것이 무엇인데 저희에게 나눠 주시는 것입니까?”

테이블 위에 놓인 봉투에는 큰 글씨로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봉투에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내용물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제길, 내 행적을 적은 것이겠군.’

확실히 그들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 요행은 아닌 듯 봉투를 보지 않고도 내용이 뭔지 짐작을 하였다.

예상대로 서류 봉투 안에는 그들이 그동안 저질러 온 불법적인 일에 대한 증거가 들어 있었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든 비리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추린 것만 들어 있었다.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안전기획부는 국익을 위한 정보 취득보다 정권 강화를 위해 내국인, 그중에서도 정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인이나 경제인 등 사회 영향력 있는 이들에 대한 감청을 주로 하였다.

그런 것이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서 내국인 사찰에 대한 부분을 청산하고 이름까지 국가정보원으로 바꿨지만, 사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에 불과했다.

정권을 잡은 입장에서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이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정권을 잡으면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권력자들도 결국 어쩔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이 필요악인 것이다. 사회를 안정시키며 자신의 이상을 펼치기 위해선 반대파를 묶어둘 고삐가 필요했고, 그런 것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국정원장이 바뀔 수밖에 없었고, 또 국정원장도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자리가 날아가는, 파리 목숨만도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권력자의 시녀라는 기분 나쁜 별칭을 들으면서도 권력자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국정원에서 조사한 비리들을 당사자들에게 내놓으며 윤재인 대통령은 입을 열었다.

“의원님들이 국가를 위해 노력하시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도 너무하셨더군요.”

윤재인 대통령은 말을 하다 말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런 윤재인 대통령의 시선에 자리에 앉아 있던 야당의원들은 움찔하였다.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또 재선되어 국정을 운영하는 동안 윤재인 대통령에 대한 흠은 별로 없었다.

아니, 그가 국가를 운영하는 기간 동안에 대한민국은 큰 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모두 슬기롭게 극복했으며, 민족의 염원인 통일마저 이룩하였다.

그것도 북한과 연립적인 통일이 아닌, 말 그대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정부를 밀어내고 한반도를 통일한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 지역이 정상화되지 못해 왕래가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발표를 하였다.

그 때문에 현재 윤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만약 러시아처럼 3선이 가능하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와 당선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아니, 일부에선 윤재인 대통령에게만 종신 대통령을 시키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아무튼 여론이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정감사에서 어떻게든 윤재인 대통령과 행정부에 흠집을 내기 위해 기를 썼지만, 몇몇 공무원들의 자잘한 비리 외에 확실하게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을 흔들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자리까지 마련해 자신들을 압박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통령께서 저희에게 하고자 하시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이 자리에 있는 국회의원 중 대표 격인 민국당의 원내총무 장현성이 물었다.

이미 5선에 성공한, 야당의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더욱이 그는 야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흠…….”

그래도 무게감이 있는 장현성 의원이 말을 하자 윤재인 대통령도 작게 신음성을 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이들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는 하지만, 막무가내로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다.

이들에게 뭔가를 양보 받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건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한영 의원이 누군가의 심기를 거슬렸더군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윤재인 대통령이 한쪽에 앉아 있는 이한영을 바라보며 말하자 다른 의원들은 이상한 눈으로 대통령을 쳐다보았다.

대통령이 뭔가를 감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을 감추는 것이지?’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의원들도 다들 3선, 4선을 하여 나름 정치판을 구르고 구른 자들이었다.

속에 너구리 한두 마리 정도는 가지고 있는 능구렁이들이기에 대통령의 말투나 표정만 봐도 그 속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모두들 봉투 안에 든 것을 읽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하지요. 앞의 것은 다들 알고 있을 테니 그건 넘어가고, 그 뒤에 있는 것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의 말에 의원들은 헛기침을 하며 그제야 서류 봉투를 열었다.

역시나 짐작대로 봉투 안에는 자신들의 비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의 말대로 그건 한쪽으로 치우고, 그 밑에 있던 서류 뭉치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서류를 읽어갈수록 의원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서류의 내용은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만약 대통령이 전해 준 물건이 아니었다면 삼류 소설가가 구상해 놓은 공상 소설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의원들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서류에는 누군가에 대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가 이룩한 업적과 그의 도움으로 대한민국이 통일을 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가치나 무력에 대한 내용은 그야말로 경악할 수준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마저 한계를 모르겠다는 평가가 적혀 있는 서류였다. 국회의원들은 서류의 내용을 다 읽고서는 아무런 말 없이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그를 그냥 놔두십시오. 그의 존재만으로도 우리 대한민국에는 큰 축복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의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저나 여러분의 노력이 아닌 그의 노력 때문이고, 그의 힘을 두려워한 이들이 대한민국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를 폄하하면서까지 모든 공을 수한에게 돌렸다. 그동안 이뤄온 일들이 수한의 도움 덕분이며, 또 수한의 능력을 두려워한 국가들이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을 인정했다고 선언을 하였다.

말이 조금 과하기는 했지만, 윤재인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한편, 너무도 황당한 대통령의 말을 들은 의원들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말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해도 지금 한 말은 너무도 과하단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었다.

물론 서류상에 나와 있는 수한의 능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능력이지 않은가. 그래서 의원들은 지금 윤재인 대통령이 너무 과장되게 포장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내 말을 결코 농담으로 듣지 않길 바랍니다. 거기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가 소유하고 있는 민간 군사 기업에서 어제 미군 특수부대가 실패했던 작전을 무사히 완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국제적 골칫거리인 IS의 캠프 한 곳마저 파괴를 했다고 합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지킴이 PMC가 인질 구출 의뢰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뿐 아니라 국제 테러 단체이며 자체적으로 국가를 선포한 IS의 캠프를 파괴했다는 말을 윤재인 대통령에게서 들은 의원들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여러분도 얼마 전 백악관에서 우리에게 의뢰가 들어왔던 것을 알 것입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20일 전쯤 백악관으로부터 들어온 사우디 왕자에 대한 구출 의뢰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 자리에 있는 의원들도 당시의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었다.

당시 백악관은 대한민국 특수부대에 의뢰를 하였는데, 백악관은 2년 전 CIA 특수 부서인 처리팀을 제압했던 이들을 대한민국의 특수부대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데브그루가 사우디 왕자인 파시드를 구출하려다 실패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청와대에 의뢰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CIA 처리팀을 제압한 것은 특수부대인 SA 부대가 아니라 민간 업체의 보안대였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백악관에 설명할 수는 없었다.

동맹이긴 하지만 그들이 오해를 하고 있을수록 대한민국으로서는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에서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실 미국은 오해를 하여 그런 의뢰를 한 것이오.”

“오해? 무슨 오해를 말입니까?”

“그건…….”

윤재인 대통령은 이제는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들에게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이 그 많은 특수부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엇 때문에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에 납치된 파시드 왕자를 구출해 줄 것을 의뢰를 하였는지 말이다.

윤재인 대통령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듣던 의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당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 탈취 사건은 국제적인 스캔들이었지 않습니까? 그것을 노리는 중국과 일본의 특수부대를 제압했다고만 알려졌는데, 미국도 우리나라에서 특수부대를 투입해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노렸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장현성 의원은 너무도 기가 막혀 확인하기 위해 재차 질문을 하였다.

그런 그의 질문에 윤재인 대통령은 바로 긍정을 하여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도 그것을 노렸다고 발표를 하지 않은 것입니까?”

미국이 당시 대한민국의 전략물자를 노리고 특수부대를 침투시켰다는 것을 왜 알리지 않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윤재인 대통령의 되묻는 말에 그 또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장 의원 같으면 미국도 중국이나 일본처럼 그것을 노렸다고 언론에 발표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음…….”

대통령의 질문에 장현성은 입을 다물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나라면 그 사실을 언론에 발표를 할 수 있었을까? 아니, 나 또한 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했겠군.’

장현성은 결국 자신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당시의 대한민국은 지금의 대한민국과 그 처지가 달랐다.

미국이란 동아줄을 놓는다면 생존이 불투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세계의 중심이라 떠들며 경제 대국에 이어 군사 강국으로 거듭나는 중국과 군국주의의 망령이 살아나며 수시로 한반도를 노리는 일본, 같은 동포이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북한까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초강대국 미국의 손을 놓는다면 정말이지 국가의 존립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미국은 아시아 정책에서 대한민국보단 일본을 더 중요한 파트너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윤재인 대통령의 판단은 아주 적절하였다.

“그렇군요. 의심을 해서 죄송합니다.”

장현성 의원은 대통령에게 오해를 한 것에 대하여 사과를 하였다.

윤재인 대통령은 사과를 바로 수용하였다.

“알겠습니다. 그 사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당시 정수한 박사는 그들을 제압해 정부에 넘겨주며 그들을 활용할 방법까지 알려주었습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당시 미국으로부터의 대규모 차관 승인과 그동안 미국이 승인을 하지 않던 항공모함을 판매한 사실을 말입니다.”

윤재인 대통령은 당시 대한민국이 미국에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판매하면서 받은 것들을 설명하였다.

당시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으로 명목상 차관을 받은 것이지만, 그것은 사실상 보상금이나 다름없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 보상금을 가지고 신형 전투기부터 군함과 항공모함 등을 구입하거나 건조를 하였다.

그리고 그것들은 오랜 기간을 두고 완성이 되어 현재 운항 시험을 하고 있었다.

당시 통일이 되기 전,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차관을 받으면서 그것을 무기 구입에 모두 사용한 것에 대하여 야당은 정부를 무지하게 질타하였다.

하지만 얼마 뒤, 북한의 도발과 중국이 뒤에서 북한이 전쟁을 하게끔 부추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런 말은 쏙 들어갔다.

또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 국경선이 배 이상 늘어나면서 당시 차관을 무기 구입에 사용한 정부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더욱 야당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튼 그 모든 것이 한 개인이 만들어낸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장현성 의원이나 야당 의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다만, 어떻게 한 사람이 그런 업적을 이룰 수 있는지 도저히 불가사의였다.

“이한영 의원이 대산의 로비를 받아 정수한 박사를 겨냥한 것은 묻어두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그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대산의 김태평 회장은 그 욕심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니, 의원님들도 그것에 대해선 침묵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이쯤 되자 윤재인 대통령도 야당 의원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 판단을 하고 수한에게 들었던 부탁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막말로 들어주지 않더라도 수한에게 하등 손해 날 것은 없었다.

다만,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까워 대통령에게 부탁을 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비리는 국정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더 자세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수한이었다.

수한이 수장으로 있는 민족 수호 단체인 지킴이는 대한민국 요소요소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계에도 분포해 있고, 국정원 내에도 회원들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들 앞에 놓인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가 수한에게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수한이 대통령에게 부탁을 한 것은 그러한 사정을 타인이 알지 못했을 때 결정적인 한 수가 되기 때문이었다.

◈ ◈ ◈

똑! 똑!

“누구야?”

하킴은 업무를 보던 중 노크 소리가 들리자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것 같아 퉁명스럽게 물었다.

“국장님, 하지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하킴은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정리하던 중에 부하인 하지가 용무가 있는 듯하자 순순히 출입을 허락했다.

끼익, 탕!

“그래, 무슨 일이야?”

하지가 문을 닫고 들어오자 하킴은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물었다.

그러자 하지는 하킴에게 바짝 다가가며 대답을 하였다.

“국장님, 전에 쿠웨이트에 있던 캠프를 박살 낸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아보라고 하신 것 있지 않습니까?”

하킴은 하지의 말에 뭔가를 생각하다 눈이 번쩍 떠졌다.

쿠웨이트 캠프라면 비밀리에 쿠웨이트를 점령하기 위해 꾸려진 기지였다.

인원은 적었지만 미국 몰래 비축 물자를 잔뜩 쟁여놓은 보급기지였다.

무슬림 전사들이 쿠웨이트로 진격할 때 부족한 연료를 보급하기 위한 기지였기에 캠프에 주둔하고 있던 인력은 적어도 여느 캠프와 다르게 탄탄한 방어력을 가진 곳이었다.

더욱이 외국의 특수부대 교관들을 불러들여 양성한 부대원들이 있었지만 한 달 전 누군가에 의해 전멸을 하고 말았다.

캠프에 있던 인원이나 물자 등 모든 것이 하나도 남김없이 파괴되었다.

그런데 IS가 캠프 전멸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단순히 자신들의 기지가 파괴되었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파괴된 캠프에는 IS의 수장인 압둘라 하지 알 모하메드의 동생 마호메드 하지 알 모하메드가 있었다.

즉,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의 동생이 기지와 함께 최후를 맞이했다고 봐도 되었다.

사실 이슬람 전통은 권력을 형제에게 후계를 물려주는 전통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압둘라도 IS 내의 다른 경쟁자와 다르게 자신의 후계로 동생 마호메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동생이 죽은 것이었다.

“설마 누가 그랬는지 범인들을 알아낸 것인가?”

자신의 상관인 압둘라에게 지시 받았던 사항이 한 달여 만에 그에 대한 정보가 들어온 것이다.

그 때문에 하킴은 다급하게 부하인 하지를 다그쳤다.

“그래, 누가 캠프를 전멸시킨 것이지?”

전멸이란 말을 할 때의 그의 눈은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사실 죽은 마호메드는 단순히 자신의 상관인 압둘라의 동생만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그에게는 친구이자 동생의 남편, 즉 매제였다.

아무리 IS 내에서 여자들의 지위가 노예 수준으로 낮다고 해도 상층부 내 지도자들의 가족은 또 달랐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 예외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생이 과부가 되었으니 이젠 그런 특권도 물 건너갔다.

마호메드의 죽음으로 동생과 자신의 인생은 앞으로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그나마 자신은 IS 수장인 압둘라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니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겠지만, 동생은 아니었다.

아니, 동생으로 인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니, 어쩌면 자신도 이번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죽은 마호메드나 상관인 압둘라는 그 집안이 이슬람 유력 집안 출신이고, 자신은 그런 유력 집안에서 일을 봐주는 사용인 출신이었다.

그러니 앞날을 위해서라도 이번 범인들을 꼭 찾아내야만 했다.

그래서 부하들을 다그치며 정보를 끌어 모았다.

“그게 한국군이라고 합니다.”

“한국군? 한국군이 그곳에 있었나?”

하킴은 하지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한국이 이곳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 그것이 정확히는 한국군은 아닙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정규군을 보낸 것이 아니라 노스 코리아의 군인들로 구성된 PMC를 파견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노스 코리아?”

하킴은 하지의 말에 깜짝 놀랐다. 하킴도 노스 코리아가 어떤 곳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오래전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전 IS의 전사로 있을 때, 북한에서 파견된 교관에게서 특수전을 배운 적이 있었다.

당시 하킴을 가르쳤던 사람은 정말이지 인간이라고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존재였다.

아무런 장비 없이 어둠 속에서 표적을 찾아내 제거를 하는가 하면, 망원렌즈도 없이 저격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맨손 격투는 그 무섭다는 이스라엘의 사이렛 매트칼 이상으로 귀신같은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PMC가 만들어졌다니, 하킴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동의 여러 이슬람 국가들은 북한의 특수부대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슬람 사회에 퍼져 있는 테러 조직이나 반군 조직들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그들에게 특수훈련을 배웠다.

자신들을 가르쳤던 교관들이 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하킴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제길, 하필이면.’

정말이지 하킴의 머릿속에 ‘제길’이란 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복수를 해야 하는데, 그 적이 실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슬람 전사가 적에게 겁을 먹고 복수를 하지 않는다면 죽어서 알라의 곁으로 가지 못했다.

“확실한가?”

하킴은 일단 하지에게 확실한 정보인지를 물었다.

상관의 거듭된 질문에 하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확인을 해주었다.

“그렇습니다. 지킴이 PMC라는 그들은 두 달 전, 우리에게 납치된 것처럼 위장을 하고 넘어온 사우디의 파시드 왕자를 구출하기 위해 캠프에 침투했다고 합니다.”

“그래?”

“예. 미국이 파시드 왕자를 구출하기 위해 파견했던 특수부대는 우리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전멸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자국의 특수부대가 전멸을 하자 미국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에 궁리를 하다 결국 동맹국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인가? 그 자존심 강한 미국이 동맹국에 도움을 요청을 해?”

하킴은 미국이 인질 구출 작전에 실패하고 동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말에 믿을 수가 없었다.

미국의 특수부대라 하면 전 세계에서 최고라 정평이 나 있었다.

비록 함정에 빠져 전멸을 하기는 했지만, 당시 IS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다만, 그것이 외부에 발표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아무튼 자존심 강한 미국이 한국에 자신들이 실패한 인질 구출 작전을 의뢰했다는 말에 하킴으로서는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가 방금 전 지킴이 PMC가 북한의 특수부대원들로 구성되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럼 캠프를 공격한 이들이 미국도 아니고, PMC라는 말인가?”

“예. 현재 그들은 사우디 북부 하프르 알 바틴 동쪽에서 120㎞ 떨어진 곳에 주둔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정보는 어떻게 얻은 것인가?”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하킴은 정보의 신빙성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의 출처를 물었다.

그러자 하지는 자신의 정보가 확실하다며 정보의 출처를 털어놓았다.

“이 정보는 100% 확실합니다. 구출된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시드 왕자에게서 전해진 것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파시드 왕자가 아직 살아 있다는 말인가?”

하킴은 쿠웨이트 캠프가 전멸하면서 그곳에 있던 파시드 왕자도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파시드 왕자가 무사한데다 그가 정보를 알려왔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인질 구출이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자신들과 함께하던 파시드 왕자였다.

그런데 그가 사우디 왕실에 무사히 돌아갔다는 말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의심을 받거나, 무언가 조사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하킴은 부하의 말을 곰곰이 생각을 하다 일단 보고부터 해야겠다는 판단을 하였다.

무엇 때문에 그들이 파시드 왕자를 사우디 왕실에 그대로 돌려보냈는지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차피 파시드 왕자는 자신들과 연결이 되어 있는 상태. 그를 통해 저들의 정보를 더 캐낼 수 있다는 생각에 파시드 왕자에 대한 생각은 일단 접기로 했다.

이제 쿠웨이트 캠프를 파괴한 적의 정체를 알았으니 그에 대한 보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뒷일은 상부에서 알아서 지시를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 ◈ ◈

“이게 사실인가?”

수한은 지금 평양에 있는 지킴이 PMC로부터 날아온 e메일을 읽고 있었다.

e메일에는 한 달 전 사우디에 파견을 나간 지킴이 PMC의 사우디 왕자 구출 작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 적혀 있었다.

한 달 전 작전이 끝나고 간단하게 보고를 받기는 했지만, 당시 자세한 보고는 받지 못했다.

인질 구출 작전에 나섰던 구대에서 인질과 함께 IS 캠프에서 가져온 서류를 정리하지 못했기에 파시드 왕자가 자신을 납치한 테러범과 함께하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시드 왕자가 의심 가긴 해도 일단 사우디 왕실에 데려다 주었다.

수한은 그 뒤로는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조금 전 e메일이 날아왔기에 그것을 확인하다 다시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다.

역시나 e메일 속에는 자신이 의심을 하던 대로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뭔가 수상쩍은 파시드 왕자의 행적도 그렇거니와, 인질 구출 작전에 정평이 나 있는 데브그루 두 개 팀이 전멸했다는 말에 의구심을 가졌는데, 역시나 그의 생각이 맞았다.

파시드 왕자는 오래전 IS에 넘어갔으며, 일부러 납치를 당한 것처럼 꾸몄던 것이다.

그가 납치 자작극을 꾸미면서까지 IS에 합류한 이유는 명확했다. IS가 자금 확보를 위해 쿠웨이트를 침공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IS는 미국과 동맹국의 전방위적인 공격에 자금원이 말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IS와 파시드 왕자는 납치 자작극을 꾸민 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가 납치된다면 분명 사우디 왕실에서는 구출을 위해 많은 협상금을 내놓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그런 사우디 왕실을 만류하며 인질 구출 작전에 나설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IS는 준비된 함정에 미국의 특수부대를 밀어 넣어 전멸시켰다.

그럼으로써 전 세계에 IS의 강력함을 내보였고, 또 한편으로는 미국에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일 수 있었다.

그러한 내막을 알게 된 지킴이 PMC는 제일 먼저 수한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온 것이다.

또독, 또독.

수한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의 왕자가 국제 테러 단제인 IS의 협력자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이것만큼 큰 스캔들은 없었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많은 이득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책상을 두드리던 수한은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사우디 왕자의 IS 합류는 정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디에나 손해를 보는 곳이 있으면 반대로 이득을 보는 곳도 있다.

수한은 이 정보를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궁리하였다.

◈ ◈ ◈

IS의 수도 라카.

원래 라카는 시리아의 도시였다.

하지만 수니파 무장 세력인 IS가 이곳을 점령하면서 라카는 IS의 수도가 되었다.

IS는 시리아는 물론이고, 이라크 북부, 거기에 세를 더 넓혀 이란과 터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오랜 동안 미국과 동맹국들은 과격 무장 단체인 동시에 무슬림들의 국가를 부르짖는 IS를 퇴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세력 확장을 막지는 못했다.

이는 미국과 동맹국을 지원하는 국가에도 IS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어 몰래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 테러도 버젓이 저지르고 있었다.

매일 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몸에 폭탄을 두르고 기지 안에 들어와 자폭을 하는데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는가.

그 때문에 일부 국가에선 현지 주민을 군부대 안으로 일절 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탓에 미국과 동맹국은 IS와의 전쟁 비용이 급속히 늘어나게 되어 테러와의 전쟁을 실시하는 국가들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었다.

그나마 한국은 지킴이 PMC라는 민간 군사 기업에 의뢰를 하였기에 의뢰 비용 말고는 더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었다.

아무튼 지금 수도 리카에서는 IS의 지도부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쿠웨이트의 캠프를 파괴한 것이 정말로 한국인들이란 말입니까?”

IS의 기갑군 사령관인 아부살만 알 프란시는 칼리프 압둘라를 보며 물었다.

그가 압둘라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파괴된 쿠웨이트 캠프가 바로 그의 직속 수하들이 관리하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즉, 자신의 세력이 지킴이 PMC 때문에 줄어든 셈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일로 인해 다른 경쟁자들에게 체면이 무척이나 깎이게 되었다.

사실 아부살만에게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 캠프가 파괴된, 것도 부하들이 죽은 것도 그에게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어차피 병사나 무기는 그에게 있어 한낱 소모품에 불과했으니.

성전을 부르짖기만 하면 모여드는 것이 사람이었다.

어쨌든 그는 체면이 깎인 것 때문에 지금 회의 중 쿠웨이트 캠프를 파괴한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오자 다른 사람보다 먼저 나서며 화를 냈다.

“겨우 한국인에게 우리 이슬람 전사들이 당했다는 말입니까? 말도 되지 않습니다.”

아부살만은 방금 압둘라가 한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소말리아의 해적에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한국인들에게 자신의 부하들이 당했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일개 해적도 어쩌지 못하는 한국이 용맹한 자신의 부하들이 주둔하고 있던 캠프를 어떻게 전멸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자신을 욕보이기 위한 술책이라 생각하는 아부살만이었다.

‘지금 내가 프랑스 출신이라고 견제를 하려는 것인가?’

아부살만은 그 이름에서도 잘 알 수 있듯 프랑스인이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육군 장교로 있었지만, 불미스런 일로 불명예제대를 하게 되었다.

불명예제대로 인해 연금도 사라져 빈곤하게 살던 그는 IS에 가담하기만 하면 집도 주고 월급도 준다는 말에 넘어가 가족들을 데리고 IS에 투신하였다.

그리고 프랑스 육군 기갑부대에 복무를 했다는 전력을 살려 그는 IS에서 기갑부대를 양성하는 일을 전담하여 맡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그가 양성한 IS 대원들이 기갑부대에서 자리를 잡자 그의 권력도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현재 IS의 수장인 칼리프 압둘라가 뒤에서 밀어주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압둘라는 아부살만을 키워주면서 자신의 후계자인 동생 마호메드를 그의 곁에 심어두었다.

나중에 마호메드가 자신의 뒤를 이어 칼리프의 자리를 물려받을 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권력 이양이 편하기에 그런 조치를 내린 것이다.

사실 IS가 정통 칼리프 국가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많았다.

비록 압둘라가 칼리프의 자리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그의 경쟁자들은 작은 빈틈이라도 보인다면 그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칼리프의 자리에 앉을 생각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IS도 여느 국가의 권력자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튼 현재 벌어지고 있는 회의에서는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쿠웨이트 비밀 캠프가 파괴된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었다.

“사령관을 무시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오.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그들은 예전 우리의 교관이었던 이들과 같은 존재들로만 구성된 군대라 하오.”

압둘라는 흥분해 있는 아부살만을 일단 달래며 자신이 들은 정보의 내용을 들려주었다.

그 말을 들은 아부살만이나 기타 IS 지도부는 눈이 황소만큼이나 커졌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그들이 정말로 그때 그 교관들이란 말씀입니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는지 재차 물어오는 간부들까지 있었다.

당황해하는 지도부를 향해 압둘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말을 하였다.

“이는 쿠웨이트 캠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파시드 왕자가 알려온 소식이오.”

파시드 왕자라면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도 잘 알고 있는 자였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혈족과 나라도 배신한 자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인 그는 형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권좌에 대한 욕심을 잠시 밀어두고 은연자중하다 은밀하게 IS와 손을 잡은 것이다.

서방 세계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던 IS로서는 파시드 왕자와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손을 잡은 관계인 IS와 파시드 왕자는 정보 공급과 무력 지원으로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고 있었다.

한데 그가 쿠웨이트 기지 전멸 속에서도 살아남아 정보를 전해온 것이다.

“음…….”

정보의 출처가 파시드 왕자란 것을 알게 되자 지도부의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상대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예전 그들을 가르치던 북한 특수부대의 실력은 그야말로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지킴이 PMC의 진정한 전력은 알지 못하고 그저 예전 자신들을 교육시키던 교관들 정도의 능력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적이라도 우리는 당연히 복수를 해야 합니다.”

아부살만은 심각한 표정을 짓는 지도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그는 북한 특수부대 교관이라고 해도 자신의 부대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특수전 전문가라 하지만 자신은 육군 최강인 기갑부대 사령관이었다.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한다면 그 어떤 적도 물리칠 자신이 있는 것이다.

“어차피 제 부하들이 희생이 되었으니, 제가 가서 복수를 하겠습니다, 칼리프!”

아무살만은 큰 소리로 압둘라를 보며 자신이 가서 복수를 하겠다며 허락을 구했다.

아무리 그가 기갑부대의 사령관이라고 하지만 모든 권한은 칼리프인 압둘라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 압둘라는 예전 자신들의 교관과 같은 능력자들이 모인 곳을 아무살만이 대신 처리하겠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래, 지금의 우리에게는 예전 민병대만 있는 것이 아니야.’

압둘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지도부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아부살만의 말에 동조를 했다.

“맞아, 굳이 전사들을 보낼 것이 아니라 기갑부대의 화력으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었어!”

지도부가 너도나도 찬성을 하자 먼저 말을 꺼낸 아부살만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그런데 그들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우리와 정반대쪽에 있는데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

압둘라는 정보부장인 하킴으로부터 쿠웨이트 캠프를 파괴한 한국인들이 하프르 알 바틴 근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곳은 사우디의 북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쿠웨이트와 가까운 곳이었다.

그런데 자신들의 세력권은 그곳과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다.

“어차피 우린 쿠웨이트를 해방하기 위해 진군을 해야 합니다. 일부 병력을 먼저 접경 지역에 대기를 시켰다가 기습을 하면 됩니다.”

아부살만은 별일 아니라는 듯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런 아부살만의 이야기를 들은 압둘라는 잠시 그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쿠웨이트 해방은 정말이지 IS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아무리 큰 우물도 쓰다 보면 마른다. 국가를 만들 정도로 풍부했던 자금도 20년이 넘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대와 전쟁을 하다 보니 말라 버렸다.

지금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수니파 이슬람 부호들이 비밀리에 후원을 해주고 있었기에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진즉 지리멸렬(支離滅裂)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IS에게는 쿠웨이트 침공은 무조건 해야만 하는 사항이었다.

“그럼 복수도 하고, 또 쿠웨이트도 해방시키기 위해 군을 투입하겠습니다.”

압둘라는 아부살만을 쳐다보며 그렇게 다짐하듯 선언을 하였다.

IS의 칼리프인 압둘라의 선언에 지도부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런 간부들의 모습에 압둘라는 천장에 시선을 두며 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마호메드, 네 복수를 꼭 해줄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압둘라가 그렇게 속으로 복수를 다짐하고 있을 때 회의장 안은 흥분으로 가득 찼다.

마치 자신들의 계획이 모두 이루어지기라도 한듯 동료의 손을 잡고 환호하는 IS의 지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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