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청문회
파주, 라이프 메디텍 연구소.
라이프 메디텍의 파주 연구소는 원래 이름은 천하 컨소시엄 파주 연구소였다.
하지만 컨소시엄이 해체되면서 수한은 이곳 연구소를 라이프 메디텍 명의로 구입하였다.
천하 컨소시엄 파주 연구소가 원래 천하 디펜스에서 구입한 곳이기에 컨소시엄이 해체되었어도 연구소의 소유권은 천하 디펜스에 있었다.
그러던 것을 수한과 공동으로 연구를 계속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정명환 회장이 수한에게 넘긴 것이었다.
물론 서류상으로야 천하 디펜스와 라이프 메디텍이 거래를 한 것이지만, 라이프 메디텍이 수한의 소유이니 결국에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법인이 구입을 하는 것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길이기에 그렇게 계약을 했을 뿐이다.
아무튼 수한은 아침에 라이프 메디텍 연구소로 이름을 바꾼 파주 연구소로 출근을 하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북한 지역 점검을 끝내고 돌아온 수한은 계획보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사업 성과에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대한민국의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설립한 식량 회사도 대풍의 영향으로 작년 대비 식량 수확량이 2/3이나 올랐다.
그리고 북한군 출신을 모아 만든 경비 용역 회사도 북한 지역에 진출한 회사들과 계약을 맺어 순조롭게 순항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 중국에게 동북 3성을 돌려받았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만든 PMC는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대박 행진을 하고 있었다.
전문 경영인을 대표로 앉혀서 그런지, 설립 2년 만에 벌써 초기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은 물론이고, 초대형 의뢰를 성공적으로 마쳐 그 네임 벨류를 높였다.
지킴이 PMC가 구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들로만 구성된 PMC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의뢰가 속출하고 있었다.
그러한 내용을 모두 보고 온 수한이기에 기분이 너무도 좋은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북한 지역에 벌이고 있는 사업에 지원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어졌다.
아니, 또 다른 사업을 하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아무튼 앞으로 북한 지역으로 더 이상 자금을 보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북쪽에서 벌인 사업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수한은 기분 좋게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에 비서인 한아름에게 인사를 하였다.
청소를 끝낸 뒤 자리에 앉아 근무 준비를 하던 한아름은 자신의 상사이자 이곳 연구소 소장인 수한의 인사에 얼른 대답을 하였다.
“박사님, 나오셨어요.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봐요?”
한아름은 수한의 밝은 모습에 기분이 좋은 것 같아 가볍게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수한은 더욱 밝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네. 요즘 하는 일이 잘되어 기분이 무척 좋네요. 아름 씨도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요.”
한아름의 인사에 수한은 가볍게 답변을 해주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한의 뒷모습을 잠깐 응시하던 한아름은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아침에 온 우편물을 분류해 수한에게 넘기면 되는 일이었다.
사안별로 분류하여 급한 것을 가장 위에 올려 가져다주면 되는, 무척이나 간단한 일이었다.
“어? 국회에서 온 것이네?”
한아름은 우편물을 분류하던 중 국회에서 온 등기우편을 발견하였다.
등기우편은 여러 곳을 거쳤는지 조금은 지저분해져 있었다.
소인이 무척이나 많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등기우편이 발부된 지 좀 시간이 흐른 것 같아 한아름은 얼른 그것을 들고 수한의 사무실로 갔다.
아름이 판단하기에 아무래도 그것이 가장 급히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똑! 똑! 똑!
“박사님,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비록 한아름이 비서이긴 하지만 수한은 결코 말을 놓지 않았다.
사실 연구소 소장이라면 아무리 젊더라도 50대는 되는, 나이 지긋한 박사를 연상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수한은 이제 겨우 20대 중반의 젊은이였다. 무척이나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그에 걸맞게 능력도 있었다. 거기에 배경 또한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혈손이었다.
그러다 보니 젊은 나이에 연구소 소장이 될 수 있었다.
만약 그만한 배경이 없었더라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소장 자리에 오를 수는 없었을 테지만, 모든 것을 갖춘 완벽남이었기에 젊은 나이에 연구소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한이 자신의 배경을 믿고 설치는 막무가내 단무지는 아니었다.
경우를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선비 같은 위인이 바로 수한이었다.
그러니 비서인 한아름에게도 막말을 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대우를 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수한은 이른 시간에 자신을 찾는 한아름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아름은 얼른 자신이 들고 온 등기를 수한에게 보여주었다.
“우편물을 확인하다 등기우편 하나를 보았는데, 아무래도 급한 것 같아 가져왔습니다.”
그녀가 내미는 손에는 등기우편이 들려 있었다.
수한은 한아름이 건네는 등기우편을 받아 봉투를 확인했다.
“국회?”
“예. 국회에서 온 것인데, 아무래도 이곳 이름이 바뀐 것을 모르고 그냥 우편을 보냈다가 여러 곳을 전전하며 다시 온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나가보세요.”
“예.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네, 수고해 주세요.”
수한은 자신에게 온 등기우편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한아름의 인사에 답변을 하였다.
탁!
사무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수한은 등기우편을 뜯어 내용물을 읽기 시작하였다.
정수한 님, 안녕하십니까.
……이런 이유로 귀하께서는 국정감사의 참고인으로 선정이 되었기에 xx월 xx일 오전 10시까지 국회로 출석하여 주십시오. 만약 불참한다면 사업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꼭 참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등기의 내용은 별거 없었다.
그러 수한에게 국정감사의 일로 국회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그 내용이 정중한 듯 보이지만 문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조사 대상을 소환하듯 강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수한이 참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까지 들어가 있었다.
국정감사라는 것은 정부 부처가 한 해 동안 일을 잘했는지, 아니면 못했는지에 대하여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들이 감사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 국회의원들은 마치 왕조 시대의 대신들이 죄인을 국문하듯 큰소리로 질타만을 해 댈 뿐이었다.
그런 것으로 자신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하는 것인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었다.
수한이 보기에는 정말이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만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참석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또한 국민의 의무이기에 등기에 표시된 날짜에 참석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날 국회로 소환한 것이지?’
수한은 무엇 때문에 자신을 국회에서 소환하려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머릿속이 복잡하였다.
◈ ◈ ◈
탕!
“지금 그것을 답변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국민의 세금을 그렇게 허투루 낭비해도 되는 것입니까?”
국정감사를 위해 정부 부처 장관을 불러들여 질의를 하고 있는 의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그들은 질의 답변자가 나오면 답변을 듣기도 전에 먼저 탁자를 내려치며 마치 윽박지르기 경쟁이라도 하듯 소란을 떨고 있었다.
수한은 지금 여러 명의 증인들과 함께 뒷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증인들 중에는 자신의 친할아버지도 자리해 있었다.
“어, 할아버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수한은 증인들이 대기하는 방에 설치된 TV 모니터를 보느라 정대한 회장이 와 있는지도 몰랐다.
TV에서 흘러나오는 국정조사 화면을 보다가 참으로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에 주변을 돌아보다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음… 수한이, 너도 와 있었던 것이냐?”
“예. 뭔 조사할 것이 있다고 하네요.”
수한은 별거 아니란 둣 말을 했지만, 정대한 회장의 표정은 결코 좋지 못했다.
그의 귀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이번 국정감사는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한 자리란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천하 그룹이나 수한은 정부와 함께 손발을 맞춰가며 참으로 많은 것을 이룩하였다.
특히나 통일 직후,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중국과의 교전을 승리로 일군 2기갑사단의 주력이 바로 수한과 천하 그룹 산하의 천하 디펜스가 주축이 된 천하 컨소시엄에서 개발한 신형 전차였다.
교전 패배 때문에 그동안 큰소리를 쳐오던 중국이 한국에 양보를 하여 3년 뒤면 그들이 차지하고 있던 동북 3성을 양도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욕심밖에 낼 줄 모르는 국회의원들은 통일을 이룩하고, 또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 정부의 흠집을 잡기 위해 여당이나 야당 모두가 작당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국회 내에서는 정부 부처 장관들을 불러 의미 없는 질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국정감사는 핑계일 뿐이고, 근거 없는 호통만이 만연하고 있었다.
시간은 지루하게 흘러갔다.
수한이 느끼기에 참으로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국정감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는 참고인 답변을 하기 위해 바쁜 기업인들을 아침부터 불러내 하염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질의를 할 때 내용이 중요하냐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을 마치 고장 난 카세트마냥 반복하고 있었다.
여당 의원이 물은 질문을 야당 의원이 또다시 물어보곤 했던 것이다.
이런 국정감사라면 초등학생들을 데려다 놓아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감사도 어느 정도 진행이 되어선지 참고인으로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이 방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점심시간을 넘기고, 또 한참을 지나 오후 5시가 되어가는데도 수한의 순서는 아직 멀었기에 자리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침 10시까지 출두하라고 해서 아침 일찍 국회로 왔다.
하지만 벌써 일곱 시간 가까이 대기만 하고 있으니 속에서 열불이 나는 수한이었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것이야!’
바쁜 사람을 불러다 놓고 뭐하는 것인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었다.
“정수한 씨, 의원님들이 부르십니다.”
그때, 누군가 와서 수한을 찾았다.
이제야 수한이 증언을 할 시간이 된 것이었다.
수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방 안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은 오후 5시 17분. 정확히 수한이 이곳에 도착한 지 일곱 시간하고도 45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웅성웅성!
국정감사가 벌어지고 있는 회의장 안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몇몇 의원들은 상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욕을 하는 등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수한은 안내인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 단상에 섰다.
단상에 서자 말싸움을 벌이던 국회의원들이 시선을 수한에게 고정시키며 각자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조금 뒤면 국토부에 대한 감사가 시작될 것인데, 국토부와 수한에 대한 내용이 있기에 그것을 철저히 파헤치려는 것이다.
자료를 검토하던 국회의원 중 한 명인 이한영은 문득 한 달 전 대산 중공업 회장을 만났던 일이 기억났다.
◈ ◈ ◈
“의원님,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대산 중공업 회장 김태평 회장은 제1야당인 민족당의 국회의원인 이한영을 보며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건넸다.
몸이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만나지 못했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한영이 야당의원이었기에 잘 만나지 않은 것뿐이었다.
물론 그런 속내를 잘 알고 있기에 이한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에는 왕래도 없던 그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찾은 것인지 알 수가 없어 궁금해 할 뿐이었다.
“예, 그간 우리가 격조했지요.”
이한영은 말속에 약간의 뼈를 담아 김태평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할 김태평이 아니었다.
그 또한 정치판은 아니지만, 결코 그보다 못하지 않은 재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니던가.
그러니 이한영 의원의 말에 심기가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일단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인 김태평으로서는 웃으며 말을 받았다.
“예. 앞으로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예, 예. 자주 만나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나 나라 살피는 이야기도 하고 그래야지요.”
김태평이 가시가 있는 자신의 말에 능글맞게 대처하자 이한영도 더 이상 그에 관해선 언급을 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상대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데 계속해서 각을 세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한 것이오?”
이한영은 김태평에게 자신을 보자고 한 이유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하하, 의원님이 바쁘신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그럴수록 식사는 잘 챙겨 드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의원님을 대접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자신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김태평의 얼굴을 들여다본 이한영은 잠시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뭐, 제게 긴히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으시니, 시간을 내보죠.”
마치 마지못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듯 말을 꺼낸 이한영이 김태평을 따라나섰다.
두 사람이 향한 곳에는 이미 올 것을 알고 있었는지 한상 가득 미리 차려져 있었다.
“자자,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김태평은 마치 자신이 주인인 양 이한영을 상이 차려져 있는 곳으로 인도하였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은 이한영은 조용히 김태평이 하는 양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 번 드셔보십시오. 이곳 음식은 여느 곳과 다를 것입니다.”
하도 보채는 김태평의 말에 이한영은 젓가락을 들고 음식의 맛을 한 번 보았다.
‘이런! 이렇게 기가 막힌 맛이 있다니!’
젓갈류를 좋아하는 이한영은 가장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명란젓에 젓가락을 놀려 맛을 보았다.
입안으로 들어간 명란젓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그를 기분 좋게 하였다.
단순한 명란젓이었지만 지금까지 이한영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막힌 맛이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어서일까?
이한영은 차분히 식사를 즐겼다.
김태평이 건네주는 술도 조용히 받아먹으며 기분이 풀어진 이한영에게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내보인 적대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식사가 끝나고 술도 어느 정도 들어가자 김태평은 이한영에게서 자신에게 각을 세운 감정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의원님, 제가 이렇게 의원님을 뵙자고 한 이유는 너무도 억울한 일을 당해서입니다.”
김태평은 밑도 끝도 없이 말을 꺼냈다.
그런 김태평의 말에 이한영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산 중공업이 삼정이나 현재 그룹처럼 대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계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가는 굴지의 기업이었다.
그런데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말을 하자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런 이한영의 표정을 읽었는지 김태평은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의원님도 잘 아실 것입니다. 2년 전, 압록강 전투의 승리의 주역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김태평은 2년 전이나 된 일을 상기시키며 운을 뗐다.
“당시 저희 대산 중공업은 천하 그룹의 계열사인 천하 디펜스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국방부가 추진하는 신형 주력 전차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우수한 기술자들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을 지키는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로 선정이 되었지요.”
차세대 주력 전차로 선정되었다는 말을 한 김태평은 목이 타는지 컵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공동으로 연구를 했는데, 천하 그룹에서 차세대 주력 전차의 핵심 부품을 마치 개인의 물건인 것처럼 꾸며 가로챘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억울할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김태평은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이한영에게 하소연을 하였다.
그는 곧 있을 국정감사 때 문제를 야기시키기 위해 일부러 이한영을 만나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이한영은 김태평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으로 연구를 했으면 공동 소유권이 발생하는 법인데, 가진 힘을 이용해 개인이 차지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천하 그룹은 이번 정권과 결탁을 하여 많은 이득을 보았는데, 자신들이 직접 특혜를 받기에는 눈치가 보이니 손자인 정수한을 내세워 북한의 너른 평야를 싼값에 불하 받았습니다.”
담담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한영은 특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커졌다.
“그게 사실입니까?”
자신도 모르게 진실 여부를 물어보는 이한영이었다.
이미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 예상하고 있던 김태평은 식탁 밑에 있던 서류 봉투를 꺼내 이한영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보십시오. 제 말이 거짓인지 사실인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태평이 넘겨준 서류 봉투를 열어 그 내용물을 확인하던 이한영은 그만 두 눈이 커졌다.
봉투 안에 들어 있는 서류에는 천하 그룹 정대한 회장의 손자인 정수한의 재산 변동 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서 재작년부터 그의 소유로 된 라이프 메디텍의 자산 변동이 무척이나 심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자산의 변동뿐 아니라 방금 전 김태평이 말한 것처럼 군정이 실시되고 있는 북한 지역의 최대 곡창지대인 평양평야와 안주평야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하게 수한에게 가 있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한 개인이 가지기에는 무척이나 넓은 땅이었다.
그런 땅이 개인 소유로 되어 있다는 것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이한영은 정부와 여당을 압박할 카드를 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거야!’
이한영이 보기에 눈앞의 정보를 잘만 이용하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와 여당에게 많은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자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엄청난 스캔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부스럭부스럭.
“그런데 증인,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증인은 정부로부터 엄청난 넓이의 땅을 불하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정부에 얼마나 많은 로비를 했기에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으로 그 넓은 땅을 불하 받은 것입니까?”
이한영은 자신의 질의 시간이 끝나가자 수한이 정부와 교섭을 하여 얻어낸 땅을 기습적으로 언급하였다.
“음…….”
너무도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순간 당황하여 말을 하지 못하는 수한의 모습에 이한영은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수한은 당황했던 표정을 지우고 담담하게 답변을 하였다.
“지금 의원님은 제게 정부에 로비를 해서 특혜를 받았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수한이 오히려 다시 물어오자 이한영은 인상을 썼다.
“묻는 말에 답변만 하세요. 특혜를 받았습니까, 안 받았습니까?”
이한영은 큰소리를 치며 수한에게 특혜를 받았는지 추궁했다.
수한은 차가운 눈으로 주변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쳐다보았다.
너무도 매서운 수한의 눈빛에 일순 기가 죽은 국회의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한차례 국회의원들을 돌아본 수한은 이한영의 질문에 답을 하였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정당한 대가를 건네고 불하 받은 것이 어떻게 특혜가 될 수 있는지 참 어처구니가 없군요. 질문을 하셨으니 대답을 하죠.”
수한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자신이 정부에 어떤 보상을 해주고 그 대가로 땅을 얻었는지 말이다.
“내가 특혜를 받았다 오해를 받고 계시는데, 정작 특혜를 받은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정부와 통일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한 번 입을 연 수한은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동안 난 정부의 요청으로 많은 것을 정부에 가져다주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소정의 수수료를 받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제공한 것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제가 받은 대가가 그 가치에 비해 소소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통일을 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고, 정부가 낙후된 북한 지역을 개발하는 데 가장 먼저 지지하며 뛰어든 것이 바로 저와 라이프 메디텍입니다. 조금 전 이한영 의원님께서 헐값이라 했는데, 총생산량이 600만 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땅을 150조 원에 산 것이 특혜입니까? 더욱이 낙후된 수리 시설을 정비하는 데 5조가 더 투입되었습니다. 자, 조금 전 질문을 하신 의원님, 제 질문에 답변을 해주시죠. 이것이 특혜입니까?”
수한의 추궁하는 듯한 질문에 이한영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비록 수한이 정부로부터 불하 받은 땅이 넓다 하여도 150조라는 돈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더욱이 농사를 짓기 위해 수리 시설을 정비하는 것에 또다시 5조 원이 투입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이한영으로서는 그 어떤 말을 해도 먹히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문득 김태평이 당했다는 억울한 일을 끄집어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런데 정수한 박사, 제가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것도 답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뭡니까?”
왠지 모르게 수한은 이한영 의원이 자신을 궁지로 몰기 위해 수작을 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수한 박사는 육군의 주력 전차 개발에 참여를 하셨죠?”
“예, 제가 수석 연구원이었습니다.”
수한은 이한영 의원이 무엇 때문에 과거의 일을 끄집어내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일단 답변을 하였다.
“천하 그룹, 아니, 계열사인 천하 디펜스가 주축이 되어 몇몇 회사가 참여하여 컨소시엄을 구축했습니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수한이 맞다고 대답을 하자 이한영은 쉬지 않고 바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컨소시엄으로 공동 연구를 하여 개발한 전차의 핵심 부속품에 대해 천하 그룹과 정수한 박사가 다른 참여 기업들을 밀어내고 차지했다고 합니다. 맞습니까?”
이한영은 또 한 번 빠져나가 보라는 듯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수한을 쳐다보았다.
그런 이한영의 모습에 수한은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국정감사 자리에 나오게 되었는지 말이다.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제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리지요. 방금 전 이한영 의원께서 말씀하신 것이 혹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혹시나 싶은 생각에 수한은 제품의 이름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그러자 이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K―3 전차의 핵심 장치라고 할 수 있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의 소유권을 정수한 박사님이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것입니까?”
“하하하하.”
수한은 이한영 의원의 말을 듣고 갑자기 큰 소리로 웃었다.
“증인, 지금 뭐하는 것입니까? 지금 국회를 모독하는 것입니까?”
이한영과 몇몇 의원들은 수한이 갑자기 큰 소리로 웃자 호통을 치며 손가락질을 하였다.
그런 국회의원들을 우습다는 듯이 바라보던 수한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대답을 하였다.
“누가 그따위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공동으로 연구해요? 누가 누구와 공동으로 연구를 했다는 것입니까?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는 K―3 전차 개발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물건입니다. 다만, 당시 경쟁 상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내놓은 옵션이었을 뿐입니다. 당시 경쟁 회사에서 국회에 로비를 하여 그런 차별성도 무시하며 경쟁사에도 제공하라는 명령에 판매를 했던 물건인데, 지금 의원님은 당시 같은 자리에 계셨으면서 생각이 없으십니까?”
수한은 당시 국회의원 몇 명이 일신 컨소시엄의 로비를 받아 부당한 명령을 했던 것을 언급했다.
이한영은 당시 일신 컨소리엄과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느냐는 수한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누가 그런 주장을 하는지 짐작은 가지만, 만약 공동 개발을 했다면 그들도 제작 방법을 알 테니 알아서 만들어 판매를 하라고 하십시오.”
수한은 감히 자신의 것을 도둑질하려는 자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감히 내 것을 노린단 말이지?’
이한영이 말을 꺼낼 때, 수한은 이미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였는지 짐작하였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장착한 K―3가 주력 전차로 선정되면서 외국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차지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이고, 천하 그룹에도 로비를 하였다.
하지만 수한으로서는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를 외국에 판매를 할 생각이 없었다.
당시 정부의 물자를 대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없을 정도였다.
또한 날이 갈수록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로 인해 정부 역시 어떻게든 전력을 확충해야 할 입장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동맹이라 하지만 국가적인 위기 상태에서 자국의 안전을 책임질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물론 나중에 다운그레이드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개발되면서 그것을 미국에 판매하기는 했지만, 일단 당시에는 외부 유출을 엄중하게 막았다.
그 과정에서 일신 그룹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다 그룹이 날아가 버렸다.
그때부터였다.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일신 그룹이 욕심을 부릴 정도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기업들 중 일부가 대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K―3의 엔진을 개발하던 대산 중공업이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전적으로 책임지고 엔진을 개발하겠다고 주장한 대산 중공업은 알려진 것보다 기술이 형편없었다.
그 때문에 K―3의 개발이 무척이나 늦어졌는데, 결국 수한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수한이 개발한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큰돈이 될 것을 알자 다른 기업들을 부추겨 분란을 조장했다.
그런 분란 때문에 컨소시엄도 해체가 되었는데, 그럼에도 포기를 하지 않고 또다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모르시나 본데,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에 대한 것은 특허를 신청하지 않은 사항입니다. 그러니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기술만 있다면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수한은 이한영 의원을 쳐다보며 쐐기를 박았다.
당당한 수한의 모습에 이한영 의원이나 동료 의원, 그리고 여당 의원 할 것 없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모두들 수한의 기세에 눌린 탓이었다. 보통 이런 자리에 불려온 이들은 어떤 자리에 있든 기가 죽어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모습에서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가진 직위의 위력을 다시 한 번 깨닫곤 하였다.
그런데 지금 앞에 나와 있는 수한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혀 주눅 든 모습도 없고, 자신이 할 말은 확실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에게는 그 모습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들은 방금 전 이한영 의원의 질문에 또박또박 답변하는 수한이 자신들을 무시한다는 생각마저 했다.
“증인, 이 자리가 어떤 자린데 그렇게 안하무인인 것입니까? 대답 똑바로 하세요.”
결국 이한영 의원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야당 의원 한 명이 나서서 수한을 질타했다.
“지금 제가 답변하는 것이 안하무인이라 했습니까?”
수한은 그런 야당 의원의 호통에 지지 않고 되물었다.
“뭐가 안하무인이라는 것입니까? 막말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의원님들은 선거철만 되면 국민의 종이라 하고 일꾼이라 말하면서 어떻게 바쁜 주인들을 불러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것입니까? 지금 시각이 몇 시입니까? 국정감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아침 일찍 나왔더니, 정작 참고인 답변을 위해 부른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지 않습니까? 쓸데없이 허비한 제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것입니까?”
수한은 쓸데없이 시간만 허비하게 만든 국회의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은 국정감사를 마치 쇼 비지니스를 하듯 주거니 받거니 말장난을 하고 있었다.
참고인이라는 명목으로 불려 나온 증인들은 자신의 시간이 될 때까지 하염없이 국회 한자리에서 대기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말이다. 기업의 회장들이 하루 결재를 하는 것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수백억에서 수천억이었다.
제때 결재가 되지 않아 일이 지체되거나 아니면 무산이 되었을 때, 그 손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시중을 드는 이들을 불러놓은 것처럼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자신과 기업인들을 방 한 켠에 몰아넣은 그들의 처사를 두고 보기에 수한은 너무도 화가 났다.
그래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 국민과 했던 약속마저 저버리고 마지 자신들이 뭐라도 되는 양 떠드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꼴불견이었다.
탕! 탕! 탕!
“정회를 하겠습니다.”
수한의 말에 국회 안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들기며 잠시 회의를 멈추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정회가 선언되어 국회의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나가 버리자 자리에 남은 수한은 황당했다.
사람 불러다 놓고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란 말인가.
바쁜 사람 불러다 놓고 참고인이라고 증언을 하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또 이렇게 기다리게 만드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밖으로 나온 수한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알겠네. 내 알아서 조치를 할 터이니, 자넨 오늘 못한 연구하러 가도 되네.”
윤재인 대통령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방금 자신과 통화를 한 사람은 비록 나이는 어려도 절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배경이 막강해서도, 또 그가 가진 직위가 높아서도 아니다.
그 존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대 기업 집단의 혈족이고, 또 개인적으로도 거대 기업을 소유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머리도 뛰어나 현대 기술로는 100년은 지나야 구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던 물건을 만드는가 하면,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물건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이젠 무력까지 갖췄다.
윤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미국에서 요청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인질 구출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미국 특수부대인 데브그루 두 개 팀이 전멸했던 작전인데, 그것을 의뢰 받아 아무런 피해 없이 인질을 구출했을 뿐만 아니라 악명 높은 IS의 캠프 한 곳을 파괴하는 전과까지 올린 것이다. 그것도 고작 20명으로 이루어진 전력으로.
지킴이 PMC가 전직 북한군 특수부대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것이었다.
막말로 전멸했던 데브그루는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 중에서도 최정예들만 따로 모아 특수 훈련을 마친 베테랑들이었다.
그런 팀이 두 개나 전멸했다는 것은 정규군 2개 대대가 전멸했다는 말과 같은 소리였다.
그런데 20명으로 IS 캠프에 잠입하여 인질을 구출하고, 또 캠프에 있는 테러범들까지 전멸시켰다는 것은 지킴이 PMC의 전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었다.
막말로 IS 캠프를 전멸시키는 것은 미국이라면 별 어려움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인질 구출까지 해야 하는 미션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런 사정으로 비추어 볼 때, 지킴이 PMC는 예전 SA 부대가 위탁 교육을 받았던 라이프 메디텍의 보안대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전력일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아니, 확신하는 윤재인 대통령이었다.
당시 수한에게서 보안대원들이 모두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즉,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도 북한 특수부대 출신이고, 지킴이 PMC도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이다.
더욱이 지킴이 PMC의 부사장이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 전무이사 중 한 명이 이직하여 맡았다는 얘기을 들었기에 윤재인 대통령은 지킴이 PMC도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와 전력이 대동소이하다 판단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전력을 1만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불만을 가지고 전화를 한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국정감사에 참석하였지만, 너무도 비효율적이고 또 처우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일단 달래긴 했는데, 윤재인 대통령도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기에 자칫 잘못했다가는 큰 사고가 터질 것 같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국정원장 좀 올라오라 하세요.”
결국 윤재인 대통령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해 대책을 세우기 위해 국정원장을 호출하였다.
그냥 놔뒀다가는 정말로 큰 사단이 벌어질 것을 알기에 말썽을 부리는 의원들 몇 명을 추려 경고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윤재인 대통령은 사실 이런 공작정치를 좋아하지 않지만, 대통령이란 자리에 앉아 있으니 그런 일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모든 것을 정석대로 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진실을 감춰야 할 때가 있었다.
그래야 야기되는 혼란이 적기 때문이다. 공작 정치를 하기 위해선 내 약점을 감추고 상대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했다.
또 때로는 같은 편의 약점을 적에게 흘려야 할 때도 있는데, 지금은 상대의 약점을 가지고 협상을 벌어야 할 때였다.
여당이야 경고해 둔 것이 있기에 전화 통화 한 번이면 처리가 가능하지만, 야당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자신과 여당을 끌어내려 다음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야당을 압박할 생각이었다.
더욱이 먼저 빌미를 제공한 것은 바로 그들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