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인질 구출 작전
평양. 지킴이 PMC 본사.
저벅저벅.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한 사람을 호종(護從)하며 뭔가를 보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백악관에서 청와대를 통해 우리에게 의뢰를 하였다고요?”
수한은 걸어가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예. 현재 동맹군들이 주둔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넷째 왕자가 IS에 납치되었다고 합니다.”
수한은 보고를 받으며 걸어가다 사장의 말을 듣고 자리에 멈춰 섰다.
사우디의 넷째 왕자라면 사우디 정계에서 요즘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현재 사우디의 정치 상황은 썩 좋지 못한 상태였다.
왕정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공화정을 이룩하려는 이들 간에 충돌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IS에 납치된 사우디의 넷째 왕자는 공화정을 지지하는 쪽의 대표 주자였다.
특혜를 받고 성장한 넷째 왕자가 무엇 때문에 왕정을 부정하고 공화정을 지지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수한이 알기로 현 사우디 정권과 대립하고 있는 넷째 왕자를 무엇 때문에 IS에서 납치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넷째 왕자가 무엇 때문에 위험지역에 들어간 것이지?”
수한은 문득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래서 넷째 왕자가 무엇 때문에 위험지역에 들어가 납치가 되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까지는 사장도 알지 못했다.
“그에 대한 내용까지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사우디 넷째 왕자가 IS와 접경 지역을 순시하기 위해 수행원과 나갔다가 IS에 납치되었으며, 납치된 지점이 미군의 담당 구역이라서 미군에서 특수 부대 2개 팀을 구성해 구출 작전을 펼쳤지만 함정에 빠져 실패를 했다고 합니다.”
사장이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수한은 눈이 번쩍였다.
아무래도 이번 작전도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란 예상이 들었다.
“구출 작전을 언제 실시한다고 했죠?”
수한이 사우디 왕자의 구출 작전이 언제 이뤄지는지를 물었다.
그런 수한의 질문에 사장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대답하였다.
“음, 지금이 7시 40분이고 사우디와 우리가 6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벌써 구출 작전이 실시하고 있을 것입니다. 사우디 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에 구출 작전을 개시한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사장은 차분하게 구출 작전이 실시되는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사장의 대답을 들은 수한은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미군 특수부대가 함정에 빠져 전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자 이번에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이번에도 함정인 것 같아서 걱정이 되는군요.”
수한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불안감에 그리 말을 하였다.
“안되겠습니다. 위성 통제실로 가지요.”
수한은 지킴이 PMC의 설립 허가를 받으며 정부와 빅딜을 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지킴이 PMC 본부 내에 위성을 보유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민간 차원에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일단 위성을 우주 공간에 올린다는 것은 막대한 돈도 들어가지만 다른 문제가 걸렸다.
각 국가별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할당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무분별한 우주 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명분은 무분별하게 우주에 인공위성을 띄우게 되면 이때 발생하는 폐기물로 인해 정상적인 위성이나 우주정거장 같은 시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속내는 후발주자들의 추적을 막겠다는 것뿐이었다.
◈ ◈ ◈
탕! 탕! 탕! 탕!
지하에 있는 마지막 방에 도착해 숨을 고른 홍인규와 부하 직원은 문 너머에서 쏟아지는 총격을 피해 잠시 기다렸다. 그런 후, 적이 총알을 다 쏘고 탄창을 갈아 끼우는 틈을 노려 방 안으로 난입해 총알을 난사하였다.
털썩!
털썩!
우당탕탕!
테러범들이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주변 집기들이 쏟아지며 요란한 소음을 일으켰다.
그런데 방 안으로 들어선 홍인규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띄었다.
자신들이 구출해야 할 사우디아라비아의 넷째 왕자가 자신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손들어!”
파시드 빈 아둘라 알 사우드는 회의를 하던 중 밖에서 요란한 총소리가 들리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적이 눈앞에 이를 때까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상대는 자신이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것이라 여기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니 당연히 급하게 안으로 들어올 테고, 그 점을 노려 준비를 시켰다.
한데 적은 무척이나 침착했다.
자신의 예상대로 바로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아군이 탄창의 총알을 모두 소모하자 그때 기습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때문에 자신의 수행원과 이곳 IS 비밀 캠프의 간부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한편, 홍인규는 기습으로 적을 사살하고 인질이 된 파시드 왕자를 구출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고초를 겪고 있을 것이라 예상한 파시드 왕자가 너무도 멀쩡히, 아니, 자신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예상과 전혀 다른 전개에 홍인규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런 망설임도 잠시였다. 홍인규는 곧 자신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파시드 왕자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악!”
파시드 왕자는 갑작스러운 총격에 비명을 지르며 들고 있던 총을 떨어뜨렸다.
홍인규가 쏜 총에 오른팔을 맞았기 때문에 총 손잡이를 잡고 있을 수가 없어 놓친 것이다.
“서류들을 챙겨라!”
홍인규는 파시드 왕자를 제압하고 옆에 있던 부하에게 주변에 있는 서류를 챙기라는 명령을 내렸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상황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서류를 챙기려는 것이었다.
인질인 줄로만 여긴 사우디의 왕자가 사실은 테러범과 한편이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이 일이 알려지게 된다면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다 챙겼습니다.”
홍인규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부하 직원이 방에 있는 모든 서류를 챙겼다는 보고를 해왔다.
“타깃 확보! 타깃 확보!”
일단 어찌 되었든 다른 사람들은 파시드 왕자가 IS에 납치되었다고 알려져 있고, 또 자신들은 구출하라는 의뢰를 받았으니 일단 이곳에서 파시드 왕자를 데리고 나가야만 했다.
그리고 미국에 넘길지, 아니면 사우디에 넘길지는 조금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다.
파시드 왕자를 구출하라는 의뢰를 한 것은 미국만이 아니었다.
사우디에서도 함께 의뢰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 파시드 왕자 구출 작전에 대한 의뢰비는 무려 1억 달러였다.
미국이 5천억 달러였고, 사우디 왕실에서도 파시드 왕자 구출에 대한 의뢰비로 5천억 달러를 내걸었다.
그런데 정작 파시드 왕자는 인질도 아니었고, 무려 국제 테러 조직인 IS와 한편이었다.
아니, 파시드 왕자 본인이 IS의 간부로 보였다.
감금되어 있다고 생각한 곳은 사실 이곳 캠프의 지휘통제실이었고, 함께 있던 이들도 IS의 간부로 보였다. 그런데 상석은 파시드 왕자에게 양보한 것만 봐도 그가 IS에서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홍인규로서는 앞으로의 일이 난감했다.
만약 사우디 왕실에 파시드 왕자의 신병을 넘기게 된다면 또다시 IS로 넘어가 동맹군에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미국에 넘기자니, 그것도 문제였다. 테러 조직에 협력을 하고 있으니 당연 미국에 넘겨서 처벌을 받게 해야 하겠지만, 파시드는 무려 석유 산유국인 사우디의 왕자였다.
만약 파시드를 테러범으로 분류하여 미국에 넘기게 된다면, 사우디와 대한민국의 관계는 크게 틀어질 것이 분명했다.
물론 대한민국도 북한의 숙천 유전을 확보했기에 예전처럼 사우디와 외교적 마찰을 빚는다고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국제사회에서 타 국가와 마찰을 빚는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테러범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의심되지만, 일단 의뢰를 받았으니 살려서 데려가야만 했다.
홍인규는 한참을 고심하다 방 안에 있는 캐비닛을 가져와 파시드 왕자를 결박해 안에 넣었다.
그리고 빈틈에 조금 전 챙긴 IS의 작전 서류들을 함께 넣었다.
“나간다.”
옆에서 지켜보던 부하 직원에게 목적을 이루었으니 이만 철수한다는 말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철수 명령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신속하게 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타깃 확보, 철수한다.”
파워 슈트에 내장된 통신기를 이용해 외부에 있는 지킴이 PMC들에게도 무전을 날렸다.
― OK!
지시를 내린 홍인규는 파시드 왕자가 들어 있는 캐비닛을 어깨에 들쳐 메고 방을 빠져나왔다.
홍인규가 방을 나오니 복도에서도 교전이 시작되었는지 먼저 나간 직원이 지하로 내려오는 테러범 몇을 처리한 것이 보였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부하는 홍인규가 나온 것을 보고는 다시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동안 더 이상의 교전은 없었다.
언제 왔는지 1층 계단에는 지상을 수색하던 직원들이 자리를 잡은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
홍인규가 캐비닛을 들고 올라오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직원 중 한 명이 홍인규에게서 캐비닛을 받아 어깨에 멨다.
“탈출한다.”
“알갔시요.”
홍인규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기하고 있던 지킴이 PMC 직원들은 빠르게 주변을 경계하며 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탈출 준비를 하고 있던 2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테러범들의 트럭이 있는 곳에서는 아직도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남아 있던 2조는 인질을 구출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간 1조의 수색을 돕기 위해 일부러 테러범들의 시선을 묶어두며 이곳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비록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침투한 지킴이 PMC의 숫자가 적에 비해 적긴 했지만, 테러범들은 결코 지킴이 PMC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테러범들의 화력도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곳 테러범 캠프에는 일명 알라의 요술봉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RPG―7이나 미스트랄 지대공 미사일, 메디티 대전차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었다.
테러범들은 이런 휴대용 미사일을 아낌없이 발사하였지만, 지킴이 PMC를 어쩌지는 못했다.
지킴이 PMC들이 착용한 파워 슈트에 개인용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크기가 작기 때문에 휴대용 미사일을 100%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지만, 파워 슈트 자체적으로도 상당한 방탄 기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개인용 플라즈마 실드 발생 장치와 결합을 하니 테러범들이 발사한 휴대용 미사일에게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
탕! 탕! 타타타탕!
홍인규와 1조는 건물을 빠져나오다 교전을 벌이고 있느라 훤히 드러난 테러범들의 측면을 몰아치며 2조와 합류하였다.
“조선일이 1호차를 운전하고, 리창수가 2호차를 운전한다.”
탈출로를 개척하는 임무를 맡은 2조는 용케 테러범 캠프에서 장갑차를 2대 확보하여 지키고 있었다.
확실히 돈 많은 테러 조직은 가지고 있는 장비도 남달랐다.
그리고 홍인규가 둘러보니 장갑차뿐 아니라 구형이긴 하지만 전차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제 T―72 전차였는데, 자체 계량을 했는지 포탑에 휴대용 미사일 발사기까지 부착되어 있었다.
부착된 휴대용 미사일은 프랑스의 지대공 미사일인 미스트랄이었다.
아무래도 전차의 최대 천적은 공중에서 공격을 하는 전투기나 공격헬기다 보니 지대공 미사일을 창착한 듯 보였다.
그리고 2조가 확보한 장갑차에도 미사일이 달려 있었는데, 그것은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이었다.
쿠루루룽!
우웅!
장갑차에 시동이 걸리고 이어 웅장한 엔진 소리가 울렸다.
이미 이런 임무에 능숙한지 구대장인 홍인규가 따로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각자 위치를 잡고 장갑차 안으로 들어갔다.
몇 명은 장갑차에 거치되어 있는 기관총좌에 올랐고, 또 다른 이는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지대공 미사일을 활성화하여 레이더를 주시하였다.
투타타타! 투타타타!
지킴이 PMC들이 타고 있는 장갑차가 테러범 캠프를 빠져나가며 적을 향해 중기관총을 난사하였다.
◈ ◈ ◈
투타타탕! 투타타탕!
“뭐하고 있나! 공격해!”
캠프에 침투했던 적이 자신들의 무기인 전투 장갑차를 탈취해 도망치는 모습에 핫산은 멍하니 있는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탕! 탕! 탕!
소리를 지르면서도 멀어지는 장갑차를 향해 손에 들고 있는 권총을 발사하였지만,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BMP―3는 권총 정도의 무기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최소 RPG 정도는 있어야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멀어지는 BMP―3의 모습에 핫산은 고개를 돌려 주차장 한쪽에 서 있는 T―72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핫산의 눈에 불이 켜졌다.
아무리 BMP―3가 강력하다 해도 장갑차일 뿐이다.
장갑차가 아무리 강력해도 전차에게는 당할 수 없었다.
그런 결론을 내리 핫산은 바로 T―72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전차 운전병 뛰어와!”
핫산의 고함 소리에 몇 명의 테러범들이 핫산의 뒤를 따라 T―72를 향해 뛰어갔다.
“쫓아라!”
전차에 오른 핫산은 전차장석에 앉아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다.
그에 테러범들은 멀어지는 BMP―3를 쳐다보다 정신을 차리고 저마다 주차장에 있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부릉!
쿠릉!
이내 전차와 트럭들에서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출발해!”
마음이 급한 핫산은 고함을 지르며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요란한 엔진 소리와 다르게 전차와 트럭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헛바퀴만 돌 뿐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서 출발해!”
적을 쫓아가야 하는데 차량들이 움직이지를 않자 핫산은 화가 났다.
경비 책임자인 그로서는 캠프의 경계가 뚫린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가 없었다.
이런 사실이 상부에 보고된다면 그는 분명 숙청을 당할 것이다.
아직 피해 사항은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적이 나온 곳이 간부들이 머무는 본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간부들이 죽었거나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더군다나 적 중에 한 명이 캐비닛을 들고 가는 것을 핫산은 두 눈으로 목격을 했다.
적이 무엇 때문에 캐비닛을 들고 가는 것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캐비닛 안에는 분명 자신들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담겨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적을 추적해 처리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마음은 급한데 무엇 때문인지 전차와 트럭들이 추적을 하지 못하자 핫산은 화가 나 타고 있던 전차에서 뛰어내려 조종수에게 다가갔다.
턱!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인데 출발을 하지 않는 것이야!”
고함을 치며 조종수 앞으로 다가가던 핫산은 그 순간 전차의 하부에서 뭔가 번쩍하는 불빛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핫산이 이 세상에서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쾅! 콰콰쾅! 쾅쾅!
전차 저판에 부착되어 있던 폭탄이 터지면서 주변에 있던 트럭에서도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주차장 인근에 있던 모든 차량과 건물들에서도 폭탄이 터졌다.
주차장에서 일어난 폭발로 IS의 캠프 하나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주차장 옆에는 당연히 차량을 운행하기 위한 기름 저장고가 있었는데, 주차장이 폭발하면서 저장고에도 불이 옮겨 붙었다.
그 때문에 지킴이 PMC 2조가 설치했던 폭탄의 폭발력보다 더 강력한 폭발이 발생하였고, 그 여파로 IS의 캠프는 완파가 되고 말았다.
한편, IS로부터 탈취한 BMP―3를 타고 IS 캠프를 빠져 나온 지킴이 PMC는 중간에 대기하고 있던 저격수와 IS 캠프로 다가오던 변수를 막기 위해 빠졌던 인원을 모두 챙겨 사우디에 있는 지킴이 PMC의 캠프로 향했다.
“휘! 휘!”
홍인규는 갑자기 뒤쪽에서 들리는 큰 폭발소리에 뒤를 돌아보다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야! 박신영이, 폭죽 한 번 요란하구만!”
자신들이 빠져나온 IS 캠프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난 것을 확인한 홍인규는 2호차에 타고 있는 2조 조장 박신영을 보며 그렇게 소리쳤다.
2호차에 있던 박신영도 IS 캠프에서 일어난 폭발 소리를 들었는지 뒤를 돌아보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성공적으로 완성된 것을 기쁘게 바라보는 화가처럼 커다란 불꽃과 먼지구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IS 캠프를 보며 박신영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별거 아닙네다.”
원래 특수부대에 있을 때도 폭파가 주특기였던 박신영이기에 탈출을 위해 러시아제 보병 전투차(BMP―3)를 확보하고 난 후에 주변에 있던 전차와 차량들에 폭탄을 장치하였다.
그것은 탈출한 자신들을 추적하려는 적의 발을 묶기 위한 조치였다.
폭탄을 설치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박신영은 주차장 옆에 있는 기름 저장고를 발견하였다.
테러범들은 메케한 화약 내음 탓에 느끼지 못했을 테지만, 사실 주차장 바닥에는 기름이 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기름을 먹은 바닥으로 폭발과 함께 불꽃이 옮겨붙었다.
그 때문에 기름 저장고까지 불이 붙으면서 지금의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폭파 전문인 박신영이 치밀하게 계산을 한 결과였는데, 거기서 박신영조차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저장고와 조금 떨어진 곳에 테러범들이 쌓아둔 탄 박스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폭발한 기름통이 하필 쌓아둔 탄 박스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 2차 폭발을 일으켰다.
그 때문에 추적만 늦추려던 것과는 다르게 캠프 자체가 날아가 버렸다.
불타는 IS 캠프를 뒤로하고 지킴이 PMC들은 인질 구출이라는 목적을 이루고 자신들의 본거지로 향하였다.
◈ ◈ ◈
쾅!
화면 가득 커다란 불꽃이 솟아오르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얼마나 큰 폭발이었는지 화면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그것만 봐도 화면 안에서 보이는 폭발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었다.
위성에서 송출하고 있는 화면을 지켜보던 수한은 폭발 지점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눈은 폭발하는 지점에서 멀어지고 있는 작은 점 두 개를 지켜보고 있었다.
“와!”
“야호!”
짝! 짝! 짝!
위성 통제실 내에 있던 직원들은 테러범들의 캠프가 불꽃을 피워 올리며 폭발하는 장면을 보며 환호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출동한 직원들이 무사히 테러 조직의 캠프에서 빠져나온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실 인질 구출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침투할 때가 아니라 작전이 끝난 뒤 퇴각을 하는 과정이었다.
뒤에서 추적해 오는 적을 어떻게 떼어놓느냐는 것이 작전의 성패를 좌우했다.
일반 작전과 다르게 인질 구출 작전은 말 그대로 적을 사살 또는 제압하는 작전이 아니기에 최우선이 인질의 안전이었다.
그런데 인질 구출 작전에 들어간 지킴이 PMC 구대는 매뉴얼에 나온 그대로 침투와 퇴각로 확보, 추적을 따돌리는 것 등 어느 하나도 하자 없이 깨끗하게 마무리하였다.
중간에 돌발 변수가 발생하였지만, 그것 또한 일부 인원을 따로 떼어 막아냈다.
처음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때는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물론이고, 이곳 위성 통제실에서 지켜보던 직원들도 무척이나 긴장을 했다.
인질 구출에 나선 지킴이 PMC 구대의 인원이 정규 편성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원래 지킴이 PMC 구대의 정규 인원은 총 30명이다. 그런데 20명만 출동하게 된 것은 지킴이 PMC가 맡고 있는 경계 지역이 너무도 넓어 적은 인원으로 그 경계를 모두 커버하기에는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킴이 PMC는 대한민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국군 대신 파견을 나간 것이다.
즉, 일국이 책임져야 할 자리를 지킴이 PMC에서 책임지다 보니 경계해야 할 지역이 너무도 넓었다.
미국은 처음 대한민국에게 1개 사단 정도의 병력을 요구하였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요구에 고민을 하였다. 넓어진 국경선 때문에 사단급 병력을 뺄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사단급 전력으로 지킴이 PMC에 의뢰를 하였다.
다행히 지킴이 PMC에는 충분한 인원이 있었다. 다만, 사단급 전력이라고 해서 많은 인원을 보내기보단 최정예로 650명을 보낸 것이다. 물론 그 안에는 행정과 보급을 책임지는 행정 직원이 포함된 숫자였다.
그 때문에 같은 사단급 전력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의 작전 계획과는 약간 어긋나고 말았다.
사실 미국은 여러 동맹국 중 대한민국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비록 특수부대는 아니지만 반세기 이상을 북한과 대립하면서 일반 군인들의 수준이 다른 동맹국의 병력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다른 동맹국보다 조금 더 넓은 지역을 할당하였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전투력이 높은 특수부대원만으로 전력을 꾸려 보냈으니 미국으로서는 계획에 차질을 빗고 말았다.
하지만 일단 한국, 즉 지킴이 PMC에서는 일단 의뢰를 받고 온 것이니 미국이 지정해 준 지역을 방어하기로 하였다.
원래라면 미국과 다시 협의를 해 경계 지역을 조정했어야 하지만, 당시 한국의 입장이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놈의 핵이 문제가 되어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었기에 일단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주는 차원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지킴이 PMC에게 맡은 지역에 대한 경계를 부탁하였다.
그리고 이후에 추가로 병력을 더 파견하는 것으로 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바로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국가의 예산을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든 돈쯤으로 생각을 하는지, 쓸데없는 해외 연수 같은 것에 수십억씩이나 사용을 하면서 정작 필요한 곳의 예산 집행에는 인색하였다.
저소득층 무상 급식이나 영, 유아 교육비 지원과 같은 복지 사업 예산은 매년 줄이면서 자신들의 업무 추진비나 보조금은 매년 늘려갔다.
막말로 이들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보조금만 줄여도 언급한 복지 사업 예산을 충분히 충당이 가능했다.
무분별한 난개발과 전시 행정에 쓰이는 예산만 줄여도 북유럽의 국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에도 정부에서 부족한 인원을 충당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일부가 정부의 예산 집행을 막았다.
그래서 2차 의뢰가 중단된 상태인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우디 왕자 구출 작전에 들어가는 인원을 빼게 되면 방위 지역의 경계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경계 지역에 구멍이 생긴다면 지킴이 PMC의 기지는 물론이고, 다른 동맹국들의 기지도 위험해진다.
그 때문에 평양에 있는 지킴이 PMC 본사에서는 수시로 위성을 통해 사우디에 있는 파견 기지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무튼 인원이 부족해 1개 구대에서 다시 10명을 뺀 20명만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되게 되었는데, 다행히 성공을 거둔 것이다.
물론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되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업그레이드된 파워 슈트를 보내긴 했지만, 일단 간부들 위주로 보급을 하다 보니 모든 인원이 개량된 파워 슈트를 보급 받지 못한 상태였다.
수한은 환호하는 직원들을 뒤로하며 문익병 사장과 함께 자리를 떴다.
수한이 위성 통제실을 빠져나와 간 곳은 바로 문익병 사장의 집무실이었다.
“문 사장님.”
“예, 말씀하십시오.”
지킴이 PMC의 사장인 문익병은 전문 경영인으로, 수한이 수장으로 있는 민족 수호 단체인 지킴이의 간부이자 라이프 메디텍 사장인 조봉구의 추천을 받아 지킴이 PMC의 사장으로 스카우트한 사람이다.
조봉구 사장으로부터 이미 검증을 받은 사람이기에 안심하고 회사를 맡길 수 있었다.
“이번 인질 구출 의뢰에 투입된 직원들에게 수당 지급을 하시고, 또 그들이 테러 조직 캠프에서 탈취한 장비는 적절한 가격에 구입을 하세요.”
수한은 IS 캠프에서 탈출을 하기 위해 지킴이 PMC 직원들이 탈취한 BMP―3 두 대를 회사 차원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물론 지킴이 PMC에 장갑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난 성능의 장갑차를 구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수한이 문병익 사장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린 것은 어찌 되었든 사우디에 파견을 나간 직원들이 그 장비를 사용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장갑차 두 대는 결코 약한 전력이 아니었다. 더욱이 BMP―3는 화력만 놓고 따지면 전차와도 대결이 가능한 장비였다.
병력 수송 능력이나 화력 측면에서는 지킴이 PMC에서 가지고 있는 장갑차보다 우수했다.
다만, 방어력 측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 부분도 약간의 개조만 한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용을 하다 중고로 팔 수도 있을 테니, 직원들에게 특별 보너스를 준다는 생각으로 구매를 해도 손해는 아니었다.
막말로 몇 년 뒤면 대한민국의 국경선은 지금보다 세 배 정도 더 넓어질 텐데, 가볍고 기동성이 뛰어난 BMP―3를 국군에 판매하면 직원들에게 구매한 금액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사실 그것 말고도 지킴이 PMC의 직원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갑차를 운용하는 데 여간 힘겨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구 북한군 출신이다 보니 국군이 사용하던 장갑차의 운용 체계가 낯선 탓이었다.
그런데 러시아제 장갑차인 BMP―3는 그렇지 않았다.
비록 북한에 있던 것이 BMP―3는 아니지만, 북한은 그 이전 버전인 BMP―1이나 BMP―2를 운용했다.
그러니 운영 체계가 비슷할 수밖에 없는 BMP―3가 들어온다면 직원들도 편하게 근무를 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추가 인원 뽑는 일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수한은 사우디에 파견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정부에서 의뢰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추가 인원을 보강하기로 결정을 하고 문병익 사장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무리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하지만 계속되는 전투와 긴장된 생활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법이었다.
아니, 미치게 만든다. 만약 특수부대 출신인 이들이 전투 피로로 인해 미쳐 버린다면 이는 대형 사고나 다름없었다.
살인 기계나 다름없는 특수부대 출신들은 그래서 해외여행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처지였다.
아무튼 수한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처음 파견을 나간 인원만큼 다시 지원을 보낼 생각이었다.
“예.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직원 중에서 지원자를 뽑고는 있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 추리고 있는 중입니다.”
질문에 답하는 문병익 사장의 말을 들은 수한은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지원자가 얼마나 되기에 아직까지 뽑고 있는 것입니까?”
사실 수한이 파견 나갈 인원을 차출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한데 지금쯤이면 모든 인원이 선발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아직까지 선발 중이란 말에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원자가 얼마나 많기에 아직까지 선발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해진 수한은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게… 사무직 직원을 빼고, 현재 파견을 나가 있는 인원 2,500명을 뺀 남은 직원 전부 이번 해외 파견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중에서 가장 우수한 인원을 차출하기 위해 지금까지 시험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헐…….”
수한은 문병익 사장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
다른 것도 아니고, 목숨을 건 현장에 파견을 나가는 일이었다.
물론 생명 수당이라 해서 더 많은 월급이 지급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무직을 뺀 전 직원이 지원을 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킴이 PMC에서는 일단 직원들에게 기본급으로 15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언뜻 보기에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도 있었다.
일단 지킴이 PMC에서는 직원들에게 4대보험은 물론이고, 1년에 두 차례 직원들에 대한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게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직원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동일하게 지원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술이나 큰돈이 들어가는 중병에 걸렸을 때에도 회사에서 전액 보조를 해줬다.
물론 이건 월급 외적으로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는 복지 정책일 뿐이었다. 일단 월급 중에서 기본급 150만원 +a로, 파견을 나갔을 때에는 근무 수당과 위험 수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생명 수당과 교전이 벌어지게 되면 지급되는 교전 수당 등 각종 수당이 붙게 되어 있었다.
IS와 전쟁을 선포한 미국 덕분에 사우디로 파견을 나간 지킴이 PMC 직원들은 이런 절차로 최소 1,0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물론 월급은 90%가 지정된 급여 통장으로 지급되고, 나머지 10%는 현장에서 지급하고 있었다.
이는 직원들이 한 달 내내 파견 본부 내에 머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일주일에 한 번 비번일 때, 휴식을 위해 큰 도시로 나가 여가를 즐기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급여의 10%를 현장에서 달러로 지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인질 구출 작전을 벌인 구대처럼 특별 임무를 받게 되면 수당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런 일은 특별 수당이라고 해서 건당 수당이 정해지는데, 북한 출신 직원뿐만 아니라 남한 출신이라고 해도 큰 금액이 주어진다.
그러니 당연히 전 직원이 지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처럼 적의 물자를 탈취해 가지고 온 것을 회사에서 수매하게 된다면, 이는 수당과는 별개로 작전에 나갔던 직원들 개인의 과외 수입인 셈이었다. 만약 그 소식이 전해진다면 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건 문 사장님께서 알아서 해주시고, 새롭게 충원되는 직원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수한은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하였다.
지킴이 PMC는 지금도 꾸준히 특수부대 출신의 직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북한 지역에는 아직도 많은 숫자의 구 북한 특수부대 출신 실업자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많은 구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을 계속해서 데리고 있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 감당할 숫자라야 기존 특수부대에 편입을 시키든가 할 것인데, 20만은 너무도 많았다.
통일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특수부대원은 총 4만 7천 명 정도였다.
그런데 북한 출신 특수부대원은 그 네 배가 넘는 인원인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이들을 모두 수용하려다가는 오히려 잡아먹힐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적정 수의 숫자를 남기고 정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다만, 한꺼번에 그들을 퇴출을 시킨다면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고, 또 잘못하면 금강산으로 숨어든 구 북한군 지휘관들과 합류를 할 수도 있기에 함부로 군에서 내보낼 수도 없었다.
그러니 특수부대원들에 대해 점진적으로 숫자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북한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이 불안정한 치안 사정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경호 인력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부 기업들은 크게 사업을 하다 보니 군에서 제대하는 전역자 위주로 경비원을 충원하였고, 또 대기업 중 일부는 아예 특수부대 출신들을 모집해 경비 회사를 차리기도 하였다.
물론 간부 직위에는 잘 알고 있는 사람들로 지도부를 꾸리고 남은 인력을 북한군 출신들로 채웠다.
그 때문에 정부에선 안심하고 잉여 인력을 전역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구 북한군 출신들도 정부의 그런 정책에 그리 반발을 하지 않았는데, 군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전 북한 정부가 통치할 때야 군이 최고였지,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먹고살기 위해 굳이 위험하고 힘든 군대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회에 나가면 군인 월급의 몇 배를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전역을 하는 북한 출신 군인들이 늘어났다.
북한 출신 군인들이 한꺼번에 전역을 하며 사회에 쏟아져 나와 작은 소란은 있었지만, 그것도 사회가 바뀌면서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기에 사람들은 그런 혼란은 쉽게 이해하고 넘어갔다.
아니, 이미 북한 지역에도 자본주의 사상은 진즉에 들어와 있었다.
북한 정부가 있을 때에도 자본주의 개념의 장마당이 섰고, 중국에서부터 밀수입을 하여 물건을 장만하기도 하는 등 경제활동이 이루어졌다.
그러니 통일이 되고 보다 많은 물자들이 북한 지역에 들어오고, 또 놀고 있는 황야(荒野)에 건물들이 들어서고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돈이 돌기 시작하자 그런 혼란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북한 지역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잘 먹고 잘사는 것이었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혼란에 빠져 허둥대기보다는 북한 지역에 새롭게 들어서는 회사나 각종 공사 현장에 취직하기 위해 노력을 할 뿐이다.
“예. 이 시간에도 따로 창구를 마련해 지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좋아요. 계속해서 인원을 충원하세요. 다른 회사들이 눈치를 채고 경쟁에 뛰어들기 전에 먼저 인재들을 보다 많이 구해야 합니다.”
수한은 현재 민간 군사 기업인 지킴이 PMC 외에도 경비원을 파견하는 경비 용역 회사도 따로 운용하고 있었다.
초기 지킴이 PMC를 설립했을 때는 구분 없이 한꺼번에 수용을 했지만, 그러다 보니 경비원으로 뽑히는 이들과 PMC로 뽑히는 직원 간의 위화감이 조성되었다.
물론 경비원으로 뽑히는 인원이라 해도 대우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PMC는 경비원들에 비해 위험수당이란 것과 업무상 의뢰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복지 부분이야 수한이 똑같이 해준다 해도 그런 부분에서 급여가 차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업무가 다르기에 나오는 차이이긴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이란 것은 그런 사정을 알고 있다고 해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조치가 모집은 함께하지만 회사는 분리해 따로 설립하였다.
두 집단이 만나지 않는다면 서로 비교를 하지도 않을 것이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PMC 직원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경비원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북한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다 현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다른 사업장의 경비원으로 들어간 주민들보다 대우를 잘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PMC 직원들에게 느끼던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참, 이번 인질 구출 작전에 들어갔던 인원들에게는 작전을 임했던 모든 상황들을 서면 보고하라고 하세요.”
수한은 문병익 사장과 이야기를 끝내고 나가려던 차에 생각난 것이 있어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
인질 구출 의뢰를 처음 받았을 때는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작전을 펴는 내내 긴장을 하며 위성으로 지켜보았다.
다행히 직원들의 능력이 탁월해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아무튼 뭔가 이상한 예감에 직접 작전 당시 상황을 체크하려는 것이었다.
◈ ◈ ◈
쾅!
“뭐야! 쿠웨이트에 있는 캠프가 전멸했다고? 설마 미국이 작정을 한 건가? 어떻게 된 일이야?”
IS 수장인 압둘라 파시 알 하지즈는 방금 들어온 캠프 한 곳이 전멸했다는 보고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 소리쳤다.
비록 쿠웨이트에 있는 캠프가 200명가량의 적은 인원이 있던 규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이슬람 국가를 선포한 자신들의 군대였다.
더욱이 그곳은 단순 캠프가 아니라 쿠웨이트를 점령하기 위한 전초기지의 성격을 가진 캠프였다.
그래서 전차며 장갑차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장갑차 두 대는 적에게 탈취당하고, 캠프에 있던 기름이나 각종 무기들은 물론이고, 병력까지 모두 몰살을 당했다.
캠프는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어 개미 새끼 한 마리 남은 것이 없었다.
캠프가 있던 장소는 전쟁터가 된 것처럼 불에 그슬린 건물 잔해만 여기저기 널려 있고, 타다 남은 시체 조각만이 덩그러니 굴러다니고 있었다.
“미군에 잠입한 전사에게선 그런 보고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 누구란 말이야! 설마 저 힘도 없는 쿠웨이트 왕가가 우리의 전사들을 죽였단 말인가!”
압둘라는 보고를 하는 부하에게 소리쳤다.
중동에서 쿠웨이트는 정말이지 아무런 힘도 없으면서 돈만 많은, 그런 국가였다.
알라신의 축복으로 작은 땅덩어리에서 솟아나는 석유만이 전부인 나라였다.
하지만 왕가는 부패해 국민들의 지지를 잃은 지 오래.
그딴 나라에게 용맹한 이슬람 전사인 자신의 부하들을 죽일 역량이 없다고 생각한 압둘라는 캠프를 파괴한 적을 어떻게든 찾아내 보복을 하고 싶었다.
“찾아라, 찾아! 우리 형제를 죽인 자들에게 신의 이름으로 피의 복수를 하고 말겠다!”
압둘라는 신의 이름으로 형제들의 복수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그런 압둘라의 모습에 회의장에 있던 이들은 손을 번쩍 치켜들며 고함을 쳤다.
“피의 복수를!”
“피의 복수를!”
회의장 모두가 피의 복수를 외치자 압둘라는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음, 캠프가 전멸을 했다면 그곳에 있던 파시드도 죽었겠군.’
압둘라는 캠프가 전멸했다는 보고를 받고 다른 생각을 하였다.
사실 IS 내에서도 수장인 자신을 위협할 만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몇 있었다.
IS가 정식 국가로 인정받게 되면 그들과 칼리프의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경쟁자 중 한 명이 탈락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캠프 한 곳이 파괴된 것은 아깝지만, 압둘라에게 경쟁자가 사라졌다는 기쁨보단 못했다.
그러하였기에 겉으로는 형제를 죽인 자들에게 복수를 외치지만, 그의 속내는 적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정말 옆에 있기라도 한다면 고마움의 표시로 자신의 비자금이라도 나눠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그건 마음만 그럴 뿐, 만약 정말로 옆에 있다면 남은 경쟁자와 자신을 따르는 지지자들을 위해서라도 잔인한 복수를 할 것이다.
“하킴!”
“예!”
“이번 일을 벌인 범인들을 찾아라. 그놈들은 우리의 성전을 더럽혔다. 율법에 따라 우리는 형제들의 영혼에 안식을 주기 위해 피의 복수를 해야만 할 의무가 있다.”
“알겠습니다.”
IS의 정보국장인 하킴 아지즈 알 후세인은 수장인 압둘라의 말에 바로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각국에 퍼져 있는 스파이들을 이용해 쿠웨이트에 있는 캠프를 괴멸시킨 적을 찾아낼 작정이었다.
그리고 적의 정체가 파악된다면 그에 대한 보복을 할 것이라 다짐을 하였다.
사실 그 캠프에는 자신의 아들도 있었기에 더욱 범인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할 작정이었다.
‘마호메드, 기다리거라. 널 죽인 자들을 꼭 찾아내 네 복수를 해주겠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하킴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복수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