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킴이 PMC의 활약
2026년. 대한민국이 통일을 한 지도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처음 한반도가 통일이 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엇갈렸다.
축하하는 사람, 환영에 마지않는 사람, 그리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등. 통일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군부대 인근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은 기뻐했으며, 북한 지역에 친척이 있거나 살기 위해 북한을 탈출했던 탈북자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하지만 그렇게 밝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낙후된 북한 사정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경제가 80년대 이전으로 후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너무도 심각한 남과 북의 경제 격차로 인해 남한의 부를 북한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통일을 이룩한 독일을 예로 들었다.
독일은 2차대전을 일으켰다가 연합군에 패배를 하면서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이 되었다.
그러다 베를린을 가르던 장벽이 무너지면서 통일을 이루었다.
당시 독일 국민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무척이나 기뻐하였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동독과 서독의 소득과 경제 수준의 차이가 문제되어 잘나가던 독일의 성장이 주춤하였다.
또 오랜 분단으로 말미암아 양 진영의 생활양식은 같은 동포라는 개념도 잊게 할 정도로 차이가 심각하였다.
그렇게 통일 후의 기쁨은 잠시였고, 이후 고난의 시간을 겪은 독일을 거울삼아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의 통일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일부 우려의 시각에도 일단 오랜 염원인 통일을 이루자 사람들은 기뻐하였다.
그리고 연이어 발표된 북한 지역의 군정 통치 소식과 개발 계획의 발표로 정국이 시끄러워졌다.
이때,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극도로 낮아졌다.
통일로 인해 한때 90% 가까이 치솟았던 지지율이 두 소식의 발표와 더불어 30%대까지 떨어졌다.
통일만 되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란 생각에 희망가를 불렀던 사람들은 정부의 발표에 항의를 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시위를 하는 이들에게 경제학자들이 말했던 것처럼 바로 북한 지역과 남한지역을 통합하려면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과 또 사회 혼란에 대하여 역설하며 설득을 시도하였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점은 통일 직전, 부대를 이탈했던 구 북한 군인들 때문에 그런 정부의 설득이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부대를 이탈한 구 북한군들은 금강산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 게릴라전을 벌였다. 그 때문에 북한 지역 치안이 좋지 못하다는 소식과 만약 이런 상태에서 남북한을 가로막은 철책을 바로 철거했다가는 남한 지역에 구 북한군들이 들어와 테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의 주장은 시위대들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무튼 그렇게 대한민국 정부는 남북을 분리한 상태로 북한 지역의 경제를 끌어 올리는 데 역량을 쏟았다.
그래서일까? 사전에 준비된 계획에 따라 민관군이 힘을 합쳐 역량을 발휘하니 북한 지역은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기업들은 여유 자금을 북한 지역에 쏟으며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였고, 관은 그런 기업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행정을 간소화하여 기업 활동에 탄력을 주었다.
그리고 군은 불안정한 북한 지역의 치안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아직 잡히지 않은 구 북한군 출신 병사들이 테러 활동을 하지 못하게 곳곳에 감시초소를 설치하여 경계를 하였으며, 새로 넓어진 국경도 튼튼하게 틀어막았다.
그리고 정부는 혼란한 시기에 불온한 생각을 하는 세력에 대해 경계를 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통일 대한민국의 역량을 선보이며 중국과의 협정문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핵 보유를 인정받는 데 성공하였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중국에 이어 러시아, 프랑스, 그리고 영국과 독일 등 핵보유 국가들과 협상을 하여 북한이 개발했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그때까지 대한민국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던 미국도 이들 국가가 인정을 하자 어쩔 수 없이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게 되자 대한민국은 자연스레 그 위상이 올라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해당 국가들에게 넘겨준 이권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 힘이 없는, 봉이 아니란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이다.
아무튼 국내외로 대한민국은 그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통일 1년째를 마감하려는 중이었다.
◈ ◈ ◈
넓게 뻗은 들녘. 누렇게 익은 곡식들이 지평선까지 쭉 뻗어 있었다.
들녘 한쪽에서는 곡식들을 수확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누렇게 익은 곡식을 추수하는 농부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 어디를 막론하고 농부들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자신이 지은 농작물이 잘되어 대풍(大豊)을 이루는 것.
더군다나 지금 추수를 하는 이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가을에도 끼니를 걱정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곡식이 누렇게 익어 평야 가득 들어차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에 농부들의 마음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비록 이 땅에서 자라는 곡식들이 자신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싼값에 판매를 한다고 했기에 추수하는 농부들의 손길은 무척이나 바빴다.
“이보라, 리 동무! 작업자들 모두 모이라 하라!”
작업반장인 장대봉은 어설픈 북한 사투리를 쓰며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렸다.
리 동무라 불린 리승준은 손에 들고 있던 낫을 내려놓고 한창 추수 중인 논으로 뛰어갔다.
구획이 정해져 있기에 대부분 기계로 작업을 하는 터라 리승준처럼 낫을 들고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기계로 추수를 하는데 왜 낫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기계가 들어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하였다.
잘 익은 곡식을 그냥 밟고 들어갈 수는 없기에 사람이 일정 공간에 있는 벼를 잘라 기계가 들어갈 공간을 미리 마련해 줘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 일을 리승준과 몇몇 사람들이 하고 있던 것이다.
“모두 모이라! 반장 동무가 모이라 한다. 날래 오라!”
리승준은 논과 밭을 뛰어다니며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말을 전했다. 그런 후, 리승준은 얼른 작업반장인 장대봉에게로 다가갔다.
“말하고 왔시요.”
남북이 통일된 지 어느덧 2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그때의 버릇을 고치지 못한 북한 사람들은 자립성이 부족했다. 누군가의 지시가 없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리승준처럼 지시하는 것과 또 지시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한편, 자신의 말을 전달하고 온 리승준을 보던 장대봉은 그에게 한쪽을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저쪽에 오후 참이 준비되어 있으니 리승준 씨도 가서 참을 드시오.”
조금 살갑게 북한 사투리를 쓰던 장대봉은 그것이 좀 불편한지 다시 표준말을 쓰며 오후 참이 마련된 곳을 가리켰다.
“벌써 오후 참 시간입네까? 하하.”
리승준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이 함지박만큼이나 벌어지며 오후 참이 마련되어 있다는 곳으로 뛰어갔다.
리승준이 뛰어간 곳에는 간이식당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벌써 삼삼오오 몰려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참을 먹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늘 막 하나 없는 땡볕이지만 참을 먹고 있는 농부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만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땡볕 밑에서 열심히 작업을 한 뒤에 먹는, 얼음육수로 만든 냉면은 무척이나 시원하였다. 정말이지 신선노름이 따로 없었다.
사실 북한에서 냉면은 겨울에만 먹는 별미였다. 하지만 통일이 되고 남쪽의 식문화가 들어오면서 북한의 식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지고, 또 TV에서 방영되는 요리 프로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도 다양한 음식들을 접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움직임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이 제공하는 식당 메뉴를 접하고, 또 시장에 풀리는 식재료들이 늘어나면서 북한 사람들의 생활양식도 변해갔다. 개중에 변화를 느끼며 식당을 개설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문화가 바뀌기 시작하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서비스업이 나타났다. 군정 실시로 인해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가게는 아직 없지만, 그래도 얼추 남한의 80년대 초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리승준과 작업자들이 오후 참을 먹고 있을 때, 장대봉은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가 하고 있는 작업은 지금까지 작업한 양을 체크하는 것으로, 추수를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작년 대비 절반 수준에 이르렀다.
작년 곡물 총생산량은 1,200만 톤이었다. 그런데 아직 1/3도 수확하지 않았는데 그 절반 정도인 550만 톤을 수확한 것이었다.
농지 전체를 수확한다면 적게 잡아도 2천만 톤은 너끈히 수확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1년 양곡 수요량은 총 3,100만 톤 정도였다.
이는 남북이 통일되면서 늘어난 양인데, 현재 북한에서 생산되는 양곡이 2/3 정도 생산되고, 또 남쪽에서 생산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식량 자급률이 78%에 이르는 수치였다.
이는 엄청난 것으로 자급률 75%만 되어도 국제 시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조절할 수 있는 수치라 할 수 있었다.
즉,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른다고 했을 때, 필요에 따라서 수매를 하지 않고도 조절을 한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치라는 것이다.
장대봉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을 확인하고는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평야의 곡식을 모두 수확해 봐야 정확한 생산량을 알 수 있겠지만, 다른 곳도 이 정도라면 올해는 목표의 20%를 증산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 ◈ ◈
휘웅~
뜨거운 한낮. 태양이 천공에 매달려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늘이라도 있으면 몸이라도 식힐 것인데, 적도와 가까운 곳이라 그늘도 별로 없어 햇볕을 피할 길이 없었다.
“젠장, 겁나게 덥구나야!”
― 치직! 독수리 하나, 여기는 둥지. 응답하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황의주는 헤드셋에서 무전이 들리자 얼른 대답을 하였다.
“둥지, 독수리 하나 나왔다.”
― 지금 그곳 상황은 어떤가?
현장의 상황이 궁금한지 물어오는 본부의 질문에 황의주는 자신이 지켜본 내용을 그대로 보고하였다.
“현재 상황 변동 없다.”
보고를 하던 중 잠시 왼손을 들어 시간를 확인한 황의주는 다시 보고를 이어 나갔다.
“현재 시각 12시 40분. 앞으로 20분 뒤 저들의 경비 교대가 있을 것이다.”
― 치직! 알겠다. 경비의 교대가 끝나고 정확히 30분 뒤, 그러니까 13시 30분에 작전에 돌입한다. 작전에 들어가기 10분 전에 다시 한 번 교신이 있겠지만, 혹시 별도 지시가 없더라도 정확히 13시 30분에 적 감시초소에 있는 감시병들을 처리하기 바란다.
“알겠다.”
황의주는 앞으로 50분 뒤에 작전에 들어간다고 하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 그늘도 없는 곳에서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적을 감시하고 있자니,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하필 이 더운 낮 시간에 작전을 하게 된 것이 정말이지 분통 터졌다.
목표인 정문이 있는 곳에서 800m 떨어진 구릉에 혼자 적의 진지를 감시하고 있자니 무척이나 심심하고 지루하였다.
원래 이렇게 관측을 하는 일은 2인 1조로 움직이는 것이 기본인데, 현재 인원이 부족해 혼자 뜨거운 태양 아래에 있자니 적잖이 짜증나기도 했다.
다른 동료들은 그늘 막이 있는 본부에서 대기를 하고 있을 것인데 혼자 이렇게 더운 곳에 있으니 당연 짜증이 났다.
“제길, 이런 곳에 작전을 보낼 것이면 장비라도 신형으로 좀 챙겨줄 것이지.”
황의주는 본부에서 대기하고 있을 동료와 신형 장비를 지급받은 상관을 생각하니 저절로 입이 댓 발이나 튀어나왔다
그가 생각하기에 신형 장비는 정말이지 이런 악조건하에서 작전을 하기 무척이나 편리해 보였다.
기본 디자인이야 지금 착용한 장비와 다를 것 없었다.
다만, 신형 장비는 자체에 온도 조절 장치가 있어서 어떤 기후 조건에서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구형과 다른 점이었다.
사실 이 신형 장비는 자신들이 이곳에 와서 작전을 하면서 불편한 점을 본사에 건의해 개량한 것이었다.
황의주가 지킴이 PMC 소속으로 이곳에 온 지도 벌써 1년이나 되어갔다.
지킴이 PMC는 대한민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이곳에 왔는데,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미국이 국제적 테러 단체이며 자체적으로 국가라 선포하고 세계 각국에 테러를 자행하는 이슬람 국가(IS)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동맹국인 대한민국에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IS는 이슬람 종파 중 하나인 수니파의 지지를 받으며 세력을 확장을 하였는데, 이들은 테러 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영토를 가지고 있는, 무척이나 위험한 테러 조직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IS는 세계 최강 미국이나 육군 최강의 러시아, 세계 2위의 군사대국 중국도 무서워하지 않고 그들 국가에 테러를 자행하거나 위협적인 내용의 협박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들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고, 주요 타깃인 미국은 발 벗고 나서서 IS와 전쟁을 선포하며 동맹국에 지원을 요청하였다.
미국이 IS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동맹국도 그에 발맞춰 IS에 전쟁을 선포하며 미국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에도 지원 요청이 들어왔는데, 대한민국은 미국의 요청을 들어줄 수도,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이제 겨우 통일을 이루고 낙후된 북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에서 군을 움직일 여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랜 맹방인 미국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 것도 국제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또 당시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 관계가 틀어진 미국을 달랠 필요가 있었기에 어떻게든 요청을 들어줘야만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민간 군사 기업인 지킴이 PMC에 의뢰를 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현재 정규군을 해외에 파병할 여력이 없었다.
넓어진 국경도 지켜야 했으며, 금강산으로 숨어들어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는 구 북한군을 경계해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런 복잡한 사정 탓에 정부는 지킴이 PMC에 의뢰를 하였고, 정규군 대신 지킴이 PMC가 IS와의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1년여를 중동에서 IS와 전쟁을 하면서 지킴이 PMC는 많은 성과를 냈다.
원래 테러 단체에 고용되어 교육을 담당하던 이들이 바로 구 북한 특수부대원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북한이란 나라가 있을 때도 그리 넉넉한 삶을 살던 것은 아니지만, 통일이 되면서 그들은 공중에 붕 뜨게 되었다.
군에 남아 있기도 불안하고, 그렇다고 전역을 한다 해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 당시 북한 지역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바로 그때,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뻗쳤다.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민간 군사 기업이 설립된 것이다.
전역을 하면서 많은 특수부대원들이 정부의 소개를 받아 PMC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지킴이 PMC에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황의주를 비롯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은 막연한 두려움에 떨었다.
혹시나 불이익은 당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구 북한 정권이 선전한 것처럼 자신들을 속여 몰래 처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런데 막상 입사하고 보니 그런 소문들은 모두 거짓이란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자신들의 상급자가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라는 것을 알게 되자 한결 안심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 들어오니 북한 정권 때보다 더 대우가 좋았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정기적으로 회사 지정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특수부대원일 때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았다.
많은 급여를 받다 보니 이제는 북한 지역에서 웬만큼 사는, 아니, 예전 당 간부가 부럽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좋았다.
다만, 하는 일이 조금 위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전에도 하던 일이기에 힘들거나 어려운 것은 없었다.
더욱이 파견을 나가게 되면 수당이 더 늘어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지킴이 PMC 내에서 경쟁적으로 파견을 나가려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지킴이 PMC는 대한민국 정부의 의뢰를 통해 미국의 동맹군이라는 지위로 한국군 대신 참여하였고, 현재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지킴이 PMC가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된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미국 특수부대 중 최정예라는 데브그루 2개 팀이 적의 함정에 빠져 전멸을 하고 말았다.
데브그루는 미국 특수부대 중에서도 육군의 델타포스와 함께 알아주는 곳으로, 네이비실 중에서도 최고들만 모아 만든 특수부대였다.
하지만 소문만큼 대단한 곳은 아니었다. 아니, 영화 때문에 그 이름이 유명했지, 실력은 델타포스만 못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아무튼 데브그루가 인질 구출 작전에 실패를 하자 미국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적에게 인질로 잡힌 존재가 결코 무시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동맹군에 지원을 하고 있는 사우디의 왕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가 IS의 인질로 붙잡히는 바람에 미국이나 동맹국의 입장은 무척이나 곤란하게 되었다.
사우디는 현재 동맹군에게 주둔할 수 있는 땅을 제공하고 있으며, 각종 물품도 지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의 왕자 중 한 명이 일행과 함께 IS에 인질로 붙잡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IS는 사우디 왕자를 인질로 붙잡고 사우디에 미국과 동맹국을 철수시키라는 요구를 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사우디 왕자를 죽이겠다고 위협하면서.
미국에서는 신속하게 대응을 하여 인질이 처형당하기 전에 구출하기 위해 작전을 펼쳤는데, 그것이 오히려 함정이었다.
데브그루가 구출 작전을 펼치기 위해 인질이 붙잡혀 있다고 알려진 테러범 캠프를 기습했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구출 작전을 하던 데브그루를 맞이한 것은 사우디 왕자와 함께 인질이 되었던 왕자 일행 한 명의 시신과 부비트랩이었다.
왕자 일행의 시체 밑에는 다량의 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시체를 건드린 대원으로 인해 구출 작전에 투입이 되었던 데브그루 2개 팀이 모조리 전멸을 하고 말았다.
사실 IS는 미국이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했다는 것을 사전에 스파이를 통해 파악하고 함정을 깔아둔 것이었다.
여하튼 그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말았다.
인질 구출 작전도 실패하고, 특수부대 2개 팀도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동맹국에 미국의 능력을 의심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늘 세계 최강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데브그루는 물론이고, 그와 버금가는 델타포스 또한 동급으로 이름값이 떨어져 버렸다.
그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미국으로서는 어떻게든 인질이 된 사우디 왕자를 구출해야만 하는 입장에 처했다.
만약 사우디 왕자를 무사히 구출하지 못한다면 성급하게 작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책임을 져야 되기 때문이다.
이는 초강대국 미국이 앞으로 정책을 펼칠 때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기에 어떻게든 인질을 무사히 구출해야만 했다.
여러모로 고심을 하다 4년 전에 벌어졌던 한 가지 일이 NSC 수뇌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다름 아닌, CIA의 특수부서가 유일하게 실패한 작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실패는 했어도 후속 조치가 원만하게 이루어져 별다른 인명 피해가 없었던 일.
당시 CIA 특수 부서인 처리팀은 동맹인 대한민국에서 작전을 했다가 인질로 잡혔다.
결과적으로는 한국 정부와 협상을 하여 그들을 무사히 데려오기는 하였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튼 그때의 일을 기억한 NSC 위원의 말에 미국 정부는 바로 청와대에 특수부대를 지원 요청하였다.
인질 구출을 하기 위해 특수부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며 파견을 요청하였지만, 청와대는 미국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다른 제안을 하였다.
그것은 바로 동맹군에 소속된 지킴이 PMC를 백악관에 소개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킴이 PMC가 어떤 곳이지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당시 CIA 특수부대를 제압한 것이 자신들이 아닌, 지킴이 PMC의 전신이라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함께 있던 NSC 위원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일개 회사의 보안 부서가 국가의 특수부대보다 더 강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때부터 미국은 지킴이 PMC와 모회사인 라이프 메디텍을 예의주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봐도 지킴이 PMC와 라이프 메디텍에서 홍보용으로 발표한 것 외에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 부서의 장들은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결국 정체를 밝히려고 할수록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통에 정보를 캐는 것을 그만두고 백악관에서 지킴이 PMC에 의뢰를 하게 되었다.
바로 자신들이 실패한 사우디 왕자 구출 작전을 말이다.
그래서 지금, 지킴이 PMC에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오후 1시 30분. 밝은 대낮에 구출 작전을 한다고 하니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인질 구출처럼 비밀리에 행해지는 작전은 보통 은밀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작전 시 몸을 가려줄 수 있는 일기(日氣)를 이용하는데, 주로 안개나 밤의 어둠이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지킴이 PMC에서는 그런 상식을 뒤엎고 대낮에 작전을 하려는 것이었다.
이는 이슬람 테러 조직의 의뢰를 받고 교관을 맡았던 구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이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사람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적도 근처에 위치해 한낮에는 날이 너무 뜨겁기 때문에 정오 무렵이 되면 이들은 모두 활동을 접고 그늘에서 오수(午睡, 낮잠)를 즐겼다.
그건 테러범들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이런 무더위 속에서 활동을 하다가는 일사병이나 열사병에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킴이 PMC에서는 그런 그들의 방심을 노려 대낮에 구출 작전을 펴려는 것이었다.
― 치직! 현재 시각 13시 20분. 10분 뒤 구출 작전이 시작된다. 독수리들은 자신이 맡은 곳 정면에 있는 감시초소를 청소하기 바란다.
본부에서 무전이 날아와 인질 구출 작전 개시까지 10분 남았다는 것을 알려왔다.
그와 동시에 목표가 있는 캠프를 감시하기 위해 나와 있는 이들에게 감시초소를 처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알겠습네다.”
황의주는 얼른 대답을 하고는 앞에 내려놓은 총을 들어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대며 전방에 있는 초소를 살폈다.
황의주는 저격 총에 달린 고배율 망원경으로 초소 내부를 살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초소에 있는 감시병들은 무더위 때문에 축 늘어져 있었다.
물론 모든 감시병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쫄따구로 보이는 이들만 서서 감시를 하고 있을 뿐, 고참으로 보이는 이들은 초소 안 그늘에서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황의주가 맡은 곳에는 두 개의 초소가 더 있었지만, 다른 두 곳도 살펴보니 상황은 정문 초소와 비슷했다.
“훗, 저 아새끼들은 어떻게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를 않네.”
자신이 맡은 초소를 살피던 황의주는 총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황의주는 예전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 전, 아프리카 반군 캠프에 파견되어 그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었다.
아프리카나 중동의 사람들은 더운 날씨 때문인지 무척이나 게을렀다.
그러면서도 욕심은 얼마나 많은지, 자신보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나 마을을 보며 도와주진 못할망정 힘이 약하면 바로 약탈을 자행하였다.
이는 황의주가 교관으로 있으면서 많이 보게 된 일 중 하나였다. 반군들은 수시로 거점을 옮겨 다녔고, 수입이 고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인근 마을이나 부족들을 약탈해 생활을 하였다.
가끔 정부 청사에 대한 테러도 저질렀지만, 사실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무력이 약한 마을에 대한 도적질이었다.
아무튼 그때 황의주는 이들의 습성을 알게 되면서부터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가 가르친 이들이나 초청을 한 테러 조직의 테러범들은 도적, 그 이상도 아니었다.
아니, 확실히 그 이하인 자들도 있기는 했다. 그들은 워낙 미개하다 보니 가끔 인간으로서 이해 못할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물론 북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북한은 먹을 것이 없어 인육을 요리해 먹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반군은 주술을 신봉하며 그런 이유로 인육을 먹었던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야 당의 지시로 그런 것을 보고도 외면했지만, 어찌 되었든 황의주로서는 결코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우웅!
작은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서 먼지구름을 피우며 달려오는 차량이 보였다.
망원경을 들어 살펴보니 테러범들이 이용하는 차량이었다.
“제길, 변수가 작용했다.”
인질 구출 작전 시간까지 이제 겨우 5분도 남지 않았는데 뒤쪽에서 적이 나타난 것이다.
황의주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본부에 무전을 날렸다.
변수를 무시하고 정해진 작전 시간에 인질 구출을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늦출 것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여기는 독수리 하나. 둥지 나와라.”
무전을 하면서도 황의주는 다가오는 차량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 칙! 여기는 둥지. 무슨 일인가, 독수리 하나.
“변수 발생. 외부에서 병력을 실은 차량 세 대가 다가오고 있다.”
황의주는 다가오는 차량을 살피며 보고를 하였다.
― 음, 인원은 얼마나 되는가?
황의주는 트럭 짐칸에 타고 있는 인원의 숫자를 헤아리고 다시 보고를 하였다.
“적의 숫자는 운전수와 보조 탑승자를 포함해 20명 정도로 보인다.”
트럭은 세 대인데 생각보다 탑승 인원이 적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가오는 차량은 전방에 있는 테러 조직의 캠프에 물자를 보급하는 부대 같았다.
“아무래도 보급부대 같다.”
― 알겠다. 그럼 작전은 원래대로 진행한다. 독수리 하나는 원래 계획대로 목표를 처리하고, 본대 일부가 다가오는 적을 처리할 때 원거리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
변수가 발생을 하기는 했지만 트럭 세 대에 병력이 불과 20명 정도라는 말에 본부에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약간의 작전 변경을 하고 인질 구출 작전을 예정대로 감행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 말을 들은 황의주는 깔개 위에 놓인 탄창을 확인했다.
황의주가 사용하는 총은 천하 디펜스에서 개발한 대물 저격총으로, 20㎜탄을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그런데 황의주는 작전에 나서기 전 차량을 저격하는 용도에 쓰이는 고폭탄용 탄을 얼마 가져오지 않았기에 고심을 하는 것이었다.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그만큼 작전에 지장이 있다는 소리였다.
◈ ◈ ◈
탕! 탕! 탕! 탕!
시간이 오후 1시 30분이 되자 나지막이 총성이 울렸다.
사우디 왕자를 구해내기 위한 지킴이 PMC의 인질 구출 작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다만, IS에서는 아직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비록 총소리가 나긴 하였지만 소음기를 장착한데다 먼 거리에서의 사격이라 IS가 있는 캠프에는 들리지 않았다.
800m라는 먼 거리에 표적이 있었지만, 지킴이 PMC에서 나온 저격수들은 한 발의 실수도 없이 원 샷 원 킬을 성공시켰다.
더욱이 이들은 20㎜ 대물 저격총을 사용하는 중이라 흙벽으로 된 초소 안에 있다 해도 사신의 손길을 피할 수는 없었다.
황의주는 지정된 표적을 모두 제거하고 후방에서 접근하고 있는 차량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먼지를 풀풀 날리며 다가오는 트럭의 운전석을 주저 없이 겨냥했다.
거리는 아직 2㎞나 떨어져 있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천하 디펜스에서 개발한 이 저격총은 유효사거리가 2,400m나 되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거기에 레이저 거리 측정기와 탄도 계산기까지 딸려 있는, 말 그대로 엄청난 괴물이었다.
초보자가 사용해도 명중률은 보장이 되는 저격총으로, 명품 중의 명품이지만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구경이 20㎜나 되다 보니 총의 반동이 일반 저격총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엄청났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지킴이 PMC의 저격수들에게는 최상의 무기였다.
지킴이 PMC 직원들에게는 기본 장비로 파워 슈트가 지급되었기 때문이다.
지킴이 PMC의 모회사인 라이프 메디텍에서 개발한 최상의 파워 슈트가 이들에게 지급되고 있었기에 아무리 반동이 심한 대물 저격총이라 해도 운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충격을 받아줄 수 있는 바디가 있기에 지킴이 PMC의 직원들은 강력한 무기를 원했으며, 회사에서도 그런 직원들의 요구에 맞춰 천하 디펜스나 세계 각국의 총기 제조업체에서 생산하는 총기류를 검색해 직원들이 원하는 무기를 구해주었다.
◈ ◈ ◈
총성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초소에 있던 IS의 감시병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저격수들이 감시병들을 모두 제압한 것이다.
이번 인질 구출 작전을 펴기 위해 지킴이 PMC는 1개 구대(區隊)를 투입하였는데, 총원 20명으로 구성된 구대였다.
저격수 네 명을 빼고 IS 캠프에 들어가 인질을 구출하는 인원은 총 16명이었는데, 그중 절반인 여덟 명은 진입로 구축과 퇴로 확보의 임무를 맡았다.
그리고 남은 여덟 명은 다시 2개 조로 나뉘어 1조는 후방에서 침투를 하고, 남은 1조는 정면으로 침투를 하여 인질을 구출한다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겨 퇴로 확보 팀에서 2명, 그리고 구출조에서 4명이 빠져 캠프로 접근하는 트럭을 막기로 하였다.
그 때문에 처음 계획보다 구출 작전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지킴이 PMC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전의를 불태우며 눈을 반짝였다.
하긴 모두가 이보다 더 험난한 작전을 수행했던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었다.
IS 캠프 안으로 침투를 한 지킴이 PMC들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한낮의 무더위 때문인지 캠프 내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조는 작전대로 우리가 인질을 구출하면 타고 빠져나갈 차량을 확보하고, 그 외의 차량은 사용 불능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폭탄 설치를 해라.”
구대장인 홍인규는 부하들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원래대로라면 후방 침투조에게도 지시를 내려야 하지만, 후방 침투조에 있는 인원은 캠프로 접근하는 트럭을 저지하기 위해 나간 상태이기에 후방은 외부에 있는 저격수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알갔시오.”
홍인규의 지시에 표준어로 대답을 하는 이도 있었고, 아직은 어색한지 사투리로 대답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확인을 마친 홍인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을 따르는 세 명을 데리고 인질이 갇혀 있다고 알려진 건물로 들어갔다.
홍인규와 지킴이 PMC 직원들은 다시 2인 1조로 나뉘어 움직이며 취약 지역에 폭탄을 설치하며 움직였다.
두 명은 2층을 확인하기 위해 계단으로 올라갔고, 홍인규는 부하 직원 한 명과 함께 1층을 확인하고 지하로 내려갔다.
탕! 탕! 탕!
지하로 내려가고 있는데 총소리가 들렸다.
‘음, 깨어 있는 놈들이 있었나 보군.’
총소리를 확인하고 조금 더 긴장을 끌어 올린 홍인규는 들고 있는 권총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권총에는 총 열여덟 발의 총알이 들어 있었다. 미리 약실에 장전된 총알과 열일곱 발들이 탄창을 사용하고 있기에 권총에는 총 열여덟 발이 총알이 있는 것이다.
전투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아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전투는 영화가 아니었다. 총이란 무기는 방아쇠를 당긴다고 무한대로 총알이 날아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에 얼마나 총알이 남아 있는지 꼭 알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방아쇠를 당기다가는 결정적인 순간에 총알이 떨어져 위급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타다당! 타다탕!
밖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를 살펴보면 본격적으로 교전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에 홍인규와 부하 직원의 걸음이 빨라졌다.
덜컹!
총소리에 놀랐는지 눈앞의 방에서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홍인규는 달리면서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는 테러범을 쏘았다.
탕!
털썩!
홍인규가 쏜 총알은 복도에 나오던 테러범의 머리에 직격하였다.
총을 맞은 테러범은 머리의 한 부분이 박살 난 상태로 바닥에 쓰러졌다.
테러범이 쓰러지자 홍인규는 그가 나왔던 방문을 열고 내부를 살폈다.
그 방은 이곳 캠프의 통신 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홍인규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책상에 앉아 있던 테러범이 화들짝 놀라며 의자 옆에 놓인 AK―47을 쥐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홍인규는 망설임 없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노리쇠를 당기기도 전에 홍인규가 쏜 총에 맞은 테러범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통신실을 정리한 홍인규와 직원은 다시 빠르게 다른 방들을 확인하며 테러범들을 하나하나 사살해 나갔다.
그렇게 얼마를 뒤졌을까.
두 사람 앞으로 유난히 지저분한 문이 보였다.
그런데 지저분한 상태와 다르게 손잡이만은 번들거리는 것이, 많이 사용한 듯 보였다.
문을 확인한 홍인규는 그 뒤에 뭔가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매운 냄새는 그가 전장에서 위급할 때 자주 접하는 위험신호였다.
“준비해라.”
홍인규는 부하 직원에게 준비하라는 말을 하고는 왼팔을 들어 뭔가를 조작하기 시작하였다.
왼 팔뚝의 덮개를 열어 조작을 하니 파워 슈트가 살짝 부풀어 올랐다.
홍인규가 조작한 것은 파워 슈트의 인공 근육을 활성화한 것으로, 대개 순간적으로 파워를 올려주기도 하지만 이런 좁은 공간에서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슈트의 방탄 능력도 상승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
덜컹!
타타타탕! 타타타탕!
문을 열자 안쪽에서부터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이미 캠프 전체에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는 상황. 아무리 지하라고 하지만 그 정도 소란이면 밖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점점 가까운 곳에서도 총소리가 들려오니, 당연 방에 있던 테러범들도 적이 캠프에 쳐들어왔다 여겨 확인도 하지 않고 총을 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정황을 예상하고 홍인규나 부하는 문에서 살짝 비켜서 있었기에 총을 맞을 위험은 없었다.
아니, 파워 슈트를 활성화한 상태로 총에 맞아도 딱히 위험하진 않았다.
휙!
탕! 탕! 탕! 탕!
잠시 총소리가 멈추자 이때가 기회라는 듯 방 안으로 뛰어든 홍인규와 약간의 시간 차로 뒤를 따른 지킴이 PMC 직원은 전방에 서 있는 테러범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