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훈장 수여식
찰칵! 찰칵!
청와대 중앙 홀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계한 중에 카메라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각계각층에 종사하는 사람 중 국위선양에 힘쓴 사람들에게 그 공을 인정해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오늘 훈장 수여식은 여느 수여식과 조금 다른 것이 있어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의 눈을 번뜩이게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이란 것이 그 명예가 상당한 것이다.
이런 훈장을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일가에서 상당수의 사람이 한꺼번에 수여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수여하는 훈장의 종류가 다르지만 일단 한 가정에 한 명이 받기도 힘든 게 훈장이다.
그런데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친족들이 받기에 다른 때보다도 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천하그룹 회장 일가였는데, 그룹 대표 정대한 회장은 산업역군이니 그렇다 쳐도, 그 아들과 손자들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대한 회장은 역시나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이 있어 산업훈장을 받았고, 그의 차남 정명환 천하 디펜스 회장은 국가 안전에 기여했기에 보국훈장을 수여하였다.
정대한 회장의 손자는 자리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무공훈장 태극장을 수여 받았다.
무공훈장이란 것은 군인이 전투에 나가 큰 공을 세웠을 때 받는다.
그리고 무공훈장에는 태극장, 을지장, 충무장, 화랑장, 인헌장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태극장이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이었다.
그런 대단한 훈장을 정대한 회장의 장남의 차남, 즉, 손자가 그런 무공을 세우고 훈장을 받은 것이다.
또 다른 정대한 회장의 손자로 주 캄보디아 대사로 있는 정명수 대사의 장남인 정수한도 국가 발전에 이바지 했다는 명목으로 국민훈장을 수여 받았다.
사실 대통령의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수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싶었다.
비밀 특수부대를 위해 특수장비(파워슈트)를 보급하였으며, 국방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주력전차 백호를 개발하고, 또 전략물자인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개발하였다.
대한민국의 군대가 사용하는 각종 재래식 무기를 개량하여 전투력을 상승시켰다.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를 완성시켰을 뿐 아니라 공군의 전력 상승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신형전투기를 구매하였으며, 해군을 위해 항공모함을 구매, 개량하여 해군에 인도를 하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전적으로 정수한 혼자만의 위업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그가 개입하여 이룩된 일들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었지만 정수한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룩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정부 관계자 중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
자신이 임명한 NSC위원 중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은 최측근이라 고할 수 있는 국정원장과 국방부 장관 정도뿐이다.
그러니 정말로 훈장을 주려고 한다면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주는 국민훈장뿐 아니라 그의 작은 아버지가 받은 보국훈장, 그리고 특수부대의 부대장인 사촌 형과 함께 북한에 침투해 북한 지도부를 일망타진하여 대한민국이 통일을 하는 데 일조를 했으니 무공훈장을 받아야 한다.
신개념 청정에너지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여 산업발전에 일조를 하였으니 산업훈장을 그리고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를 하였으니 과학기술훈장을 수여해야만 하였다.
하지만 이런 잡다한 훈장을 모두 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사실 수한은 대통령의 훈장 수여를 한다는 말에 거절을 했었다.
그렇지만 돌아가신 양할아버지를 위해 받으라는 양모 최성희의 설득에 국민훈장만 받기로 하였던 것이다.
이런 수한의 말에 윤재인 대통령도 수한의 마음을 이해하고 훈장 수여식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천하그룹 일가의 소식 때문에 떠들썩하던 수여식은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수한은 훈장 수여식이 끝난 뒤에도 청와대를 바로 나올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훈장 수여식에 참석한 인원들과 대통령과의 만찬 때문이었다.
원래 계획이 되어 있는 순서였기에 수한만 따로 나올 수는 없었다.
◈ ◈ ◈
달그락!
화려한 식탁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널려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그 음식에 손을 대는 사람은 없었다.
청와대 요리사라면 국내에서도 최고의 요리사들로 정평이 나 있었기에 사실 음식이 맛이 없어 손을 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음식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오늘 식사 자리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윤재인이 함께 자리하고 있으니 당연 참석자들이 마음 놓고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왜들 먹지 않고 있습니까? 오랜 행사 스케줄 때문에 전 배가 고픈데요.”
윤재인 대통령도 자신 때문에 만찬에 참석한 이들이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농담을 던지며 참석자들의 기분을 풀어 주고 있었다.
사실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도 갑작스럽게 통일을 한 것 때문에 어수선한 국민들의 상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훈장수여식을 굳이 이때 하지 않고 조금 더 미뤄 연말에 할 수도 있었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통일이 되면 금방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일부 실향민과 탈북자들이 연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군이 통제하고 있는 문을 개방하라는 것이다.
보다 쉽고 자유롭게 북한 지역을 왕래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소리다.
하지만 아직 북한 지역이 모두 평정이 된 것이 아니라 치안이 불안정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아직 북한 지역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불안정한 치안이 그렇고, 또 남한과 급격한 빈부격차 때문에라도 아직 개방할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정부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에 북한 지역은 당분간 민간에 개방하지 않고 허가를 받은 단체만이 북한 지역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를 하였다.
전면 개방은 아니지만 그래도 민간에 어느 정도 개방을 하였기에 이전처럼 과격하게 시위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민심이 혼란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욱이 국회에서도 이 문제로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또 일부 과격한 의원들은 막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였지만 원칙을 내세운 정부의 어떤 외압에도 타협하지 않고 굳은 견지를 이어 갔다.
그러면서도 국민화합을 위해 뭔가 이슈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연말 훈장수여식을 조금 앞당겨 거행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일부러 이슈를 만들기 위해 천하그룹 일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나라를 위해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는 영웅을 만들어 내 선전을 하였다.
그리고 이 계획은 확실하게 먹혔다.
천하그룹의 가장 큰 어른인 정대한 회장과 그의 차남 정명환 회장 그리고 장남 정명국의 차남 정수용 중령이 태극 무공훈장을 받았다.
또 삼남 정명수 대사의 자녀인 수한과 수연이 각각 국민훈장과 문화훈장을 받았다.
이렇듯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일가 다섯 명이 훈장을 한꺼번에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니 정부의 이번 행사는 예상대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훈장을 받는다는 뉴스는 사전에 방송을 타고 흘러 나갔다.
그 때문에 일가가 한꺼번에 다섯 명이나 훈장을 받는다는 소식에 천하그룹과 관련 주식들은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
이전에도 천하그룹은 모범적인 재벌로 국민들에게 알려졌는데, 이번에 그러한 것을 국가에서 인정한다는 말과 같은 행사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에게 이전보다 더 이미지가 좋게 형성이 되면서 천하그룹은 국민들에게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기업으로 되새겨졌다.
이는 기업이 이미지 마케팅을 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누리게 하였다.
정부도 의도대로 성공적인 행사를 마쳤고, 그리고 천하그룹도 덩달아 이득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수한이 대주주로 있는 라이프 메디텍도 동반 이득을 보았다.
그렇기에 다른 훈장 수여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천하그룹 일가는 편안한 마음으로 만찬을 즐겼다.
그런 천하그룹 일가의 모습에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에 있던 수여자들도 편한 마음으로 만찬을 즐기게 되었다.
만찬이 끝나고 사람들이 청와대를 떠나갈 때 천하그룹 일가는 다로 남게 되었다.
◈ ◈ ◈
“무슨 일로 대통령께서 저희를 부르신 것입니까?”
정명환 천하 디펜스 회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인 길성중에게 물었다.
“아, 너무 그렇게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그저 각하께서 천하 컨소시엄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개념 에너지 발전시설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셔서 따로 부르신 것입니다.”
길성준 비서실장의 말에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정명환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건 함께 걷고 있는 정대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대한민국 재계서열이 높다 한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무너질 수 있었다.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공산당처럼 막무가내로 그럴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 국가이니 그럴 수 있었다.
막말로 국세청을 동원해 세무조사를 할 수도 있었고, 또 금융 감독원을 통해 주식 보유 현황이나 불법 부정 상속이 있었는지 조사할 수도 있다.
관련 부서에서 천하그룹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에 대한 승인을 늦출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합법적으로 기업 활동을 방해를 한다면 얼마 가지 않아 그룹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천하그룹쯤 되면 그런 방해가 있다고 해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결과는 매한가지다.
그렇기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려 오자 긴장을 했었는데, 불려온 이유가 별게 아니란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편 뒤에서 따라가며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수한은 조용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백악관에서 한국이 핵을 보유한 것에 대하여 논의가 되고 있다던데…….’
수한은 어젯밤 긴급하게 들어온 정보에 대하여 궁리를 하였다.
물론 수한은 정부 관계자가 아니다.
정부에 어떤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고 또 전생에 죽기 전 다짐한 것과 양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지킴이 수장으로서 의무가 있었다.
민족 수호단체 지킴이란 곳의 회원은 민족을 수호하기 위해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들은 시대가 바뀌어 과거 창검으로 전쟁하던 시대를 지나 청과 대포로 전쟁을 하는 시기를 겪고는, 보다 복잡하게 변한 시대에 조국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서 좁은 국내에서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욱이 1997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현대의 전쟁은 총과 대포만이 아니라 돈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많은 지킴이 회원들이 경제위기를 틈타 해외 이민이란 형태로 외국으로 진출을 하였다.
그곳에서 갖은 노력을 하여 자리를 잡고 조국과 민족의 수호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뿌리를 내렸다.
그렇게 외국에 뿌리를 내린 이들 중 미국에 뿌리를 내린 회원이 정보를 보내온 것이다.
구 북한군이 보유했던 핵무기를 한국이 확보를 했다는 것을 말이다.
1991년 남북한은 대표는 협상을 통해 1992년 한반도 내 비핵화 선언을 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2009년 일방적으로 이 선언을 파기하며 핵무기를 개발하였다.
그렇지만 남한 정부는 계속해서 비핵화 선언을 철회하지 않고 계승하고 있었다.
그런데 통일이 되면서 북한이 보유했던 핵무기들을 확보하면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아니, 중국이 위협을 할 때 윤재인 대통령이 주진평에게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한국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함으로써 사실상 대한민국이 핵보유국임을 시사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미국은 이런 한국이 핵무장을 한 것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요즘 사업은 잘되고 있지요?”
청와대 정원에 있는 정자에서 차와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대통령은 그렇게 정대한 회장을 보며 물었다.
천하 그룹이 재계서열 5위에 오르면서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었다.
이번에 새롭게 진출한 에너지 사업도 그렇고, 조선과 항공도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이 되고 있었다.
특히 에너지 사업 같은 경우 지금까지 나타난 그 어떤 것보다 확실한 이익이 보장이 되어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신개념 에너지, 청정에너지를 표방한 사업은 사업이 정상 궤도에만 오르면 땅 집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였다.
자신 손자가 발견한 에너지 발전 시스템은 참으로 놀라웠다.
돌에서 에너지를 축출한다는 말에 처음에는 농담으로 생각을 하였다.
천재들이 엉뚱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천재인 자신의 손자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자신의 말을 증명해 보였을 때의 그 놀라움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자신의 손자에게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마법이란 것은 알지 못하지만 아주 특별한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이 그룹은 물론이고 가문과 이 나라에 절대 해가 되는 일은 아닐 것이란 믿음 말이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지 정대한 본인은 알 수는 없었지만 막연히 그런 믿음이 생겼다.
“예, 지금처럼만 사업이 된다면 전 안심하고 뒤로 물러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대한은 정말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대통령의 물음에 밝은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룹 오너들이 후계자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무척이나 신중한 일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피땀 흘려 이룩한 모든 것을 공든 탑이 무너지듯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룹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때 성삼 그룹과 함께 제계 1,2위를 다투던 미래 그룹이 그랬다.
카리스마 넘치던 창업주가 후계자에게 그룹을 맡기고 뒤로 물러서자 탄탄하던 그룹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창업주의 뒤를 이은 후계자가 그렇다고 능력이 없던 사람도 아니었다.
엘리트 교육까진 아니더라도 고등교육을 받고 철저한 밑바닥부터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 온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창업주만큼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뛰어나질 못했다.
아니, 리더십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뛰어난 계열사 사장단이나 그룹 이사들을 휘어잡지 못해 결국 그룹은 얼마 가지 않아 조각조각 분리되고 말았다.
같은 이름을 쓰고는 있지만 별개의 기업이 된 것이다.
미래 그룹만 그런 것도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2세, 3세로 경영권이 대물림 되면서 문제가 나타난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아무튼 이렇듯 경영권을 물려주는 일은 무척이나 신중하고 천하그룹 정도 되는 기업은 단순 그룹 경영권만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방금 전 정대한 회장의 대답에 눈을 반짝였다.
“아직 정정하신데, 벌써 일선에서 물러나시게요?”
“하하 말이 그렇다는 것이죠. 제 욕심 같지만 조금 더 이룩하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윤재인 대통령이 불안한 마음에 물러나시겠냐는 질문을 하자 정대한은 그 말을 가볍게 받았다.
확실히 오랜 기간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노련한 정치인인 대통령도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는 정대한 회장이다.
한편 수한은 가슴속에 묻어 둔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대통령과 할아버지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재고 있는 수한의 모습을 보았는지 정명환 회장이 말을 걸었다.
“수한아, 무슨 불편한 것이라도 있느냐?”
비록 수한만 들을 수 있게 귓속말로 하였지만 수한에게 관심이 많은 윤재인 대통령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요? 이 자리가 불편한가요?”
윤재인 대통령은 수한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자리가 불편해 그런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며 물었다.
“아닙니다. 그저 중요한 정보를 들었는데, 그것을 언제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그런 것입니다.”
수한은 울고 싶은데 뺨을 맞는다고 지금이 이야기를 꺼낼 때라 판단해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미국에 있는 지킴이 회원이 전해 준 정보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현재 한반도 정세에 무척이나 중요한 정보였다.
“그래, 그게 어떤 내용입니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가 중요한 정보가 있다는 말에 윤재인 대통령도 그 정보가 무엇인지 궁금해 물었다.
“예, 미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정보로 현재 미국 백악관에서 한국이 보유 중인 핵무기에 대하여 논의 중이라 합니다.”
“뭐요? 그걸 왜 그들이 논의를 한다는 것입니까?”
윤재인 대통령은 수한의 이야기를 듣고 기겁을 하였다.
미국이 대관절 무엇 때문에 남의 나라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내정간섭을 한다는 소린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미국이라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은 절대적으로 타국이 자국에 위협이 될 무기를 갖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인도,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등 기존 강대국이 아닌 제3국이 자국에 위협이 될 만한 대량 살상무기를 갖는다는 첩보가 들어오면 갖은 수단을 다해 방해를 하고 제재를 하였다.
무역봉쇄를 하여 경제제재를 하는가 하면, 세계 각국에 압력을 행사해 은행 업무를 마비시켰다.
전 방위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기에 그 압력에 굴복한 나라가 있는 반면 그에 굴하지 않고 맞서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가도 있었다.
그렇기에 미국이 한국에 대량 살상무기인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그냥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불을 보듯 빤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윤재인 대통령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저 기분 좋은 마음으로 만찬 후 국가를 위해 힘쓴 사람과 담소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런 중대한 정보를 듣게 되자 표정이 저절로 굳어진 것이다.
그리고 힘이 약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고심을 하였다.
한편 그런 대통령의 모습에 수한은 대통령의 얼굴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갑자기 화기애애하던 다과 분위기가 수한의 이야기로 어두워져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수한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대통령님께서 그 문제로 어떤 판단을 하실지 전 알 수는 없지만 제 이야기를 무례하다 생각지 마시고 들어 주십시오.”
“그래, 무슨 말인가?”
윤재인은 수한의 말에 그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물었다.
너무도 심각한 내용이라 혼자만의 생각으로 판을 그르칠 수도 있는 일이기에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봐야만 했다.
그래서 대통령은 처음 이 골치 아픈 정보를 가져온 수한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하였다.
대통령의 허락이 떨어지자 수한은 자신의 생각을 대통령에게 이야기 하였다.
“아마도 미국은 예전 1992년에 있었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지키라는 말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함께 비핵화 선언을 했던 북한은 2008년 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핵무기 개발을 하였습니다.”
수한의 이야기가 계속되자 윤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수한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구 북한 지도부는 핵무기를 이용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정권을 지키려 여러 번 시도를 하였고, 또 그 성과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이로 비춰 볼 때 미국이 아무리 압력을 행사하더라도 우리는 확보한 핵무기를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을 이루면 확보한 핵무기를 포기해선 안 된다 주장을 하고 잠시 말을 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수한의 행동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그건 대통령인 윤재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수한의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도 몰입을 하였기에 목이 탔다.
“요번에 있었던 중국 심양군구의 집단군과의 교전이 승리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한반도에 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한은 육군 제2기갑사단과 중국 심양군구 집단군 기갑군단 간의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벌였던 국지전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그때 승리의 원인이 우수한 기갑전력이 아닌 구 북한군의 핵무기라 주장을 하였다.
너무 의외의 말에 윤재인 대통령이나 자리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어떻게 핵무기 때문이란 것이지요? 단순하게 우리 육군의 2기갑사단과 중국 심양군구 집단군의 기갑 전력 간의 전투에서 우수한 2기갑사단의 전차의 성능 때문에 승리한 교전인데 말입니다.”
너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수한의 주장에 그런 질문을 하는 대통령이다.
한편 수한은 아직 자신보다 정보가 어두운 대통령을 보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국정원의 정보 수집 능력의 부재를 느꼈다.
“사실 중국군은 심양군구의 39집단군과 40집단군 일부만 한반도에 출동을 시키는 것이 아닌, 준비가 되는 대로 심양군구의 남은 전력을 출동시키고 필요하다면 북경군구, 제남군구의 병력까지 한반도에 투입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우리 국군이 북한이 보유했던 핵무기까지 온전하게 확보했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의 전력 투입을 금지했던 것입니다.”
수한이 중국이 단 한 번의 교전만 끝내고 대군을 뒤로 물린 이유를 설명하자 수한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윤재인 대통령의 눈이 커졌다.
교전이 있기 전 윤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국가 주석인 주진평과 통화를 했었다.
그리고 통화 중 분명 구 북한군이 보유했던 핵무기에 대한 언급을 했었다.
당시 주진평이 먼저 핵무기 공격을 언급하자 자신도 모르게 한 말이지만 아무튼 그 때문에 교전이 본격적인 전쟁으로 확전(擴戰)이 되는 것을 막았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그런 것이군! 주진평의 협박에 나도 몰래 응수한 것뿐인데, 그런 내막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표정 변화를 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이 어떻게 미국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수한이 들은 정보에도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다는 정보가 중국을 통해 미국 백악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음, 압록강 전투가 있기 전 중국 주석과 통화 중 나온 말인가 보군!’
수한의 짐작대로 윤재인 대통령은 당시 어떻게든 내려오는 심양군구의 집단군을 막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하였다.
물론 주진평이 먼저 핵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했었다는 것은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주진평의 협박에 이판사판이란 심정으로 한 응수였다는 사실도 말이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대통령을 통해 그런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다.
윤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패(牌)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중국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강대국이다.
세계 2위라는 군사력을 가진 중국이 자신의 큰소리에 꼬리를 내렸다는 생각을 하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핵무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고심을 하던 윤재인 대통령에게 큰 힘을 주었다.
그러면서 윤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이런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여러 가지 구상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그런 대통령의 모습에 정대한 회장이나 정명환 회장은 다과회가 끝났음을 깨달았다.
◈ ◈ ◈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오늘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는 국가 안보를 논의하는 NSC가 벌어졌다.
“골치가 아프군!”
“그렇습니다.”
누군가 이번 안건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골치가 아프다는 말을 하자 그 옆에서 동조의 말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골치 아프다고 그냥 넘기자는 말인가?”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이놀즈 국무장관이 골치 아프다며 투덜거리던 안보수석 덴 하비는 갑작스런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 아닙니다.”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서슬 퍼런 물음에 덴 하비는 꼬리를 말았다.
현재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심기는 무척이나 좋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대통령인 존 슈왈츠의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자신을 배격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겉으로 들어나게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느끼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제길, 언제부터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존 슈왈츠가 자신을 이렇게나 밀어낼 이유가 없었다.
물론 자신이 차기 대선을 위해 대통령인 존 몰래 여러 가지 일을 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대통령에게 들키지는 않았다.
더욱이 뚜렷하게 대통령에게 손해가 가는 일도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리노 레이놀즈는 절대로 알 수가 없었다.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자신을 멀리하는 것인지 말이다.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권력 누수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리노 레이놀즈가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현 대통령인 존 슈왈츠에게 얼마나 보기 싫은 것인지 말이다.
물론 리노 레이놀즈는 존 슈왈츠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할 때 그의 보좌를 하며 슈왈츠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정당화 할 수는 없었다.
어찌 되었던 현 미국의 대통령은 존 슈왈츠였고 그가 미국의 권력 최정상에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가 아무리 자신을 그 자리에 올려 준 친구라 해도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막말로 마누라는 나눠도 권력은 남과 나눌 수는 없는 것이라 하였다.
권력이란 그런 것이다.
자식과도 나눌 수 없는 것이 권력인데, 자식도 아니고 남인 리노 레이놀즈다.
그렇기에 현재 리노 레이놀즈는 대통령인 존 슈왈츠에 의해 차근차근 권력의 밖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자는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는 현직 대통령인 존 슈왈츠를 따라갈 수 없었다.
사실 이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미국의 43대 대통령이던 조지 주니어 부시 전 대통령 때 지금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국무장관이던 럼스펄트 장관은 권력에 취해 대통령을 무시하고 전횡을 행사하였다.
차기 대통령을 자처하며 자신만이 최고라 생각하며 자신만이 위대한 미국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대통령도 무시를 하였다.
그러나 결국 권력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통령까지 위협하며 권력을 휘두르던 럼스펄트 국무장관은 결국 중도에 직위가 해제되며 자리를 물러났다.
그런데 역사는 반복이 된다고 했던가.
당시 럼스펄트 국무장관이 했던 과오를 현 국무장관이 그대로 답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까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연일 계속되는 회의로 지친 NSC위원들의 심기는 무척이나 날카로워져 있었다.
조금 전 리노 레이놀즈에게 타박을 받은 안보수석 덴 하비는 리노 레이놀즈의 기세에 눌려 고개를 숙이긴 하였지만 그 내부에는 분노가 가득하였다.
탁! 탁!
분위기가 흐트러진 것을 깨달은 존 슈왈츠 대통령은 자신의 테이블을 노크 하듯 두드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모두 계속되는 회의에 지친 것은 알겠지만 이 문제는 무척이나 심각해! 어떤 판단을 하든, 앞으로 우리의 정책이 나가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야! 그러니 조금만 더 집중을 해서 해결을 하자고.”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위원들의 시선 모으기에 성공을 한 존 슈왈츠 대통령은 그렇게 앞으로 자신들이 정책을 기획하는 데 중요한 기로라는 것을 강조하며 회의를 진행하였다.
그런 대통령의 말에 NSC위원들도 한숨을 쉬며 다시 수집된 정보를 들여다보며 생각을 정리하였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데, 국장! 확인을 했나?”
슈왈츠 대통령은 CIA국장인 말론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 대통령의 질문에 말론은 얼른 대답을 하였다.
“예, 한국이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 전량을 확보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말론 국장의 입에서 정보를 확인했다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NSC위원들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지구상에 또 하나의 핵무기 보유국이 나왔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는 그 나라의 국력이 강하든 그렇지 않든 미국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껄끄러웠다.
비록 한국이 자국과 오랜 동맹이라고 하지만 요 근래 두 국가의 관계를 돌아보면 썩 좋지 못했다.
물론 그 모든 원인은 미국에 있었다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애써 외면을 할 뿐이다.
동맹인 한국과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서가 아니라 이전 정부들부터였지만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은 이 자리에 있는 국무장관인 리노 레이놀즈의 정책 운영 때문이었다.
친 일본 성향의 리노 레이놀즈가 펼친 정책으로 인해 일본 우익들의 기는 하늘을 찌를 것처럼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자위대가 군으로 승격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리노 레이놀즈였다.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헌법상 군대를 가질 수 없는 국가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경제대국인 일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미명 아래 일본의 자위대는 헌법을 고치고 군대가 되었다.
그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많은 일본 국민들이 시위를 하였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협잡 속에 헌법은 고쳐지고 자위대는 군대가 되어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게 되었다.
그 일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일본을 비난하였고, 또 일본이 군대를 갖는 데 동조를 한 미국 또한 비난을 하였다.
일본이 얼마나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국가인지 아시아 국가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비인륜적인 짓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은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았다.
2차 대전 당시 엄청난 많은 아시아인을 학살하고 또 마루타란 이름 아래 인체실험을 하였다.
또 그런 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던 이들을 국가 영웅이라며 신사(神社)에 안치하고 참배를 한다.
전범들을 영웅으로 취급하는 그런 일본인을 믿을 수 없다고 규탄하는 아시아인들을 오히려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며 치부하던 리노 레이놀즈였다.
그러니 당연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리노 레이놀즈는 과거 도움을 주었던 것만 기억하고, 자신들이 어떤 이득을 가져갔는지 생각지 않는 발언을 하여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너무도 강압적인 정책을 수립하며 일본의 입장만 대변하는 그의 행보에 중국이나 한국은 용납하지 않았다.
다만 오랜 동맹이었기에 한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참고 있을 뿐이다.
“아니, 그것을 확인했다면 당연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론 국장이 정보를 확인했다는 말에 리노 레이놀즈가 나서서 큰 소리를 쳤다.
그런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모습에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레이놀즈!”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존!”
잔뜩 굳은 존 슈왈츠 대통령이 레이놀즈 국무장관을 불렀다.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듯 나서는 그의 모습에 화가 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지 못한 레이놀즈는 마치 친구를 부르듯 편하게 대통령의 이름을 불렀다.
평소라는 원래 친구 관계인 두 사람이기에 상관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엄연히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안보회의를 하는 중이었으며, 주변에는 다른 위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서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한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발언은 크나큰 실수였다.
“자넨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모르나? 더 이상 두고 보기 힘들군!”
화를 내는 대통령의 모습에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무엇 때문에 대통령이 화를 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래?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 있는 것이야?”
무엇 때문에 대통령이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었던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그렇게 자신에게 화가 난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 대통령인 존 슈왈츠를 화가 나게 만들었다.
“지금 내가 화를 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금 내게 화가 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 것인가?”
슈왈츠 대통령은 회의를 하다 말고 화가 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190㎝가 넘는 거구의 존 슈왈츠 대통령이 일어나 노려보는 눈빛은 실로 감당하기 두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리노 레이놀즈에게는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뿐, 아무런 위협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이유를 듣고 싶은 생각뿐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난 것인지 이유를 들려주지 않겠나?”
너무도 차분한 리노 레이놀즈의 모습에 화를 내던 존 슈왈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누군가?”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존 슈왈츠 대통령이었다.
이미 주변에 있던 NSC위원들은 사태가 심각함을 느끼고 조용히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
괜히 근처에 있다 불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편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짐을 느낀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조용히 자신을 노려보는 대통령을 보다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위원들의 눈을 보고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런 젠장!’
실수를 깨닫기는 했지만 돌이킬 수는 없음도 깨달았다.
‘어처구니가 없군! 차기 대선을 노리는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자신의 실수를 깨닫자 리노 레이놀즈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세계 최고의 자리가 눈앞이었는데, 이렇게 추락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아직도 날 무시하는 것인가? 내가 누구냔 말이다.”
존 슈왈츠 대통령은 분노를 감추지 않고 큰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대통령의 호통에 자신만의 생각에서 깨어난 리노 레이놀즈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sorry 슈왈츠! 내가 그동안 미몽에 싸여 실수를 저질렀네!”
리노 레이놀즈는 대통령이자 친구인 존 슈왈츠에게 사과를 하였다.
하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아온 슈왈츠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수고했네! 이 시간 이후로 자네의 직위는 해제되었네! 그만 나가 주게!”
“알겠네. 행운을 비네.”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은 대통령인 존 슈왈츠로부터 직위해제 명령이 떨어지자 이를 수긍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일에 행운을 빌며 자리를 떠났다.
쿵!
집무실 문이 닫히고 리노 레이놀즈가 떠난 자리는 한동안 수습이 되지 않았다.
“분위기도 어수선하니 잠시 쉬었다가 회의를 속행하기로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2시간 휴식을 취하고 2시간 뒤 다시 회의를 하기로 하지.”
“예.”
대통령의 2시간 뒤 회의를 하자는 말에 NSC회의는 중단이 되었다.
회의가 중단이 되자 위원들은 회의를 하던 대통령 집무실을 나가 휴식을 취하러 갔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회의 속에 꿀 같은 휴식시간이 주어졌지만 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오랜 동료였던 리노 레이놀즈가 떠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 리노 레이놀즈와 대립을 하던 리지 오스왈도 국방부장관이 사임을 하더니 이번에는 그 본인이 큰 실수를 하고 떠나갔다.
오랜 정치적 동지였던 그가 떠나간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권력의 상층부에 있던 이가 떠나자 이들의 머릿속에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친구가 떠나간 아쉬움은 금방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권력욕에 대한 욕망이 자리를 대신하였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리노 레이놀즈가 사라졌으니 그 자리는 공석이 되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레이놀즈라고 하지만 대통령과 척을 지고 물러났으니 더 이상 권력과는 가까워질 수 없었다.
그러니 그 자리는 남은 이들 중 누군가의 자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 가까이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군가였다.
뜻하지 않게 높은 곳으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한 이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동지였던 이들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한편 모든 위원들이 나가고 혼자 남은 슈왈츠 대통령은 집무실 한쪽에 마련된 휴게실에 들어가 몸을 뉘었다.
휴게실 간이침대에 몸을 뉘인 그는 조금 전 일로 갑자기 밀려드는 피로에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감자 오래전 과거의 한 사건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존 슈왈츠 대통령이 떠올린 기억은 그가 해군 장교로 있을 때의 기억이었다.
작전에 나갔다 자신의 실수로 고립이 된 대원들과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리노 레이놀즈의 모습이 보였다.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적진에 고립된 자신을 구하러 하늘에서 내려온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구원의 천사의 모습이었다.
그때부터 리노 레이놀즈는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료이자 행운의 천사였다.
그런데 이렇게 관계가 틀어지다니 권력이란 생각한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다.
한때 생명의 은인이던 그가 이제는 권력을 두고 암투를 벌이는 경쟁자가 되었다.
뒤늦게 그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하지만 관계를 개선하기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자신이나 그나 잘 알고 있었다.
떠나간 리노 레이놀즈를 생각하자 또 다른 자신의 동료였던 리지 오스왈도가 생각났다.
여자의 몸으로 국방부장관의 자리에 올라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미합중국의 군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어 임무를 완수하였다.
하지만 견해의 차이로 레이놀즈보다 먼저 자신의 곁을 떠나간 그녀가 지금 이 순간은 너무도 그리웠다.
“동양의 작은 나라 하나 때문에 난 오랜 동지를 또 한 명 떠나보내는군.”
존 슈왈츠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심정을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국과 관련되어 자신의 생각대로 진행이 된 일이 없었다.
존 슈왈츠는 한국이란 나라는 자국 미국의 눈치만 보는 그런 나라였다.
줏대도 없고 주변국의 눈치만 보며 어떻게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소인배들이 국가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나라 그런 나라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바뀌었다.
한국이란 나라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그런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트 코리아』 제10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