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코리아-74화 (74/118)

7. 제2한강의 기적을 위하여

세계가 동북아시아에서 전해진 충격적인 뉴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에서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는데, 이전에는 그저 각자 분야에서 조금 이름이 알려진 정도의 인물이나 단체였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서 이들은 전면에 나서서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전에는 자원봉사도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말 그대로 봉사를 하였다면, 지금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각종 언론에 공개를 하고 또 국민들에게 참여를 부탁하는 적극성을 띠었다.

이들의 이런 행동은 연이은 큰 사건으로 국민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뭔가 방향성을 제시하는 듯하였다.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빠르게 혼란을 수습하고 비록 지금은 북쪽 지역이 군정으로 통제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군의 통제가 풀리고 개방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민족발전에 힘쓰자는 기치를 가지고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활동에 동조를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행동은 전 국민적 운동으로 제2의 새마을 운동이란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오랜 일제강점기를 거쳐 외국의 도움을 받아 1945년 조국 광복을 맞은 것이 무색하게 1950년 한반도는 남북이 이념이 갈려 전쟁을 하였다.

전쟁 후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며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죽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갖은 노력 끝에 선진국 대열에 끼어들었다.

물론 급격한 경제 개발로 인한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 또한 잘 극복하고 있다.

폐허 속에서도 일어난 민족이며,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슬기롭게 이겨 낸 민족이다.

남북이 통일이 되었으니 제2의 건국,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자며 사람들이 모두 으샤! 으샤! 하며 단결을 하였다.

그 영향으로 초기 혼란한 틈을 타고 일부 사회질서를 헤치려는 이들이 있기는 하였으나 국민들의 협조 속에 치안은 빠르게 회복이 되어 이전보다 더 안정이 되었다.

누가 강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한 명 한 명이 국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법규를 지켰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본 외신기자들은 다시 한 번 한국인들의 준법 정신과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애국심에 경의를 보였다.

그리고 치안이 빠르게 회복이 되자 이전 전쟁이 날 것을 우려해 빠져나갔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돌아오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일부 국가에서는 여행 자제 국가로 지정이 되어 있다.

하나 이번 중국과의 교전에서 승리한 것과 현 중국 지도부와 빠르게 협상을 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행동에 나머지 역시 금방 해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면서 아시아의 끝에 있는 작은 나라가 강대국 중국의 공격을 막아 낸 것에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이전에도 셀폰(헨드폰)과 첨단 가전제품 그리고 K―POP으로 알려졌던 나라였는데, 이제는 그에 더해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을 막아 낸 나라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나라가 되어 관광객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 ◈ ◈

천하그룹 회장실.

수한은 평양에 제약회사와 라이프 메디텍의 이름으로 병원 한 곳을 짓게 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런데 잠시 휴식을 하려던 수한에게 그의 할아버지 정대한이 연락을 하여 천하그룹에 오게 되었다.

“어서 오너라!”

“그동안 평안하셨어요.”

회장실 안으로 들어서는 수한을 향해 정대한이 반갑게 맞아 주었고, 수한도 자신을 반갑게 맞아 주는 할아버지에게 그동안 안녕하셨는지 안부를 물었다.

“나야 안전한 곳에서 평안하게 잘 지냈는데…… 그래, 북쪽은 분위기가 어떻더냐?”

정대한은 국군이 점령하자마자 가장 먼저 북한 지역에 진출한 것에 대하여 물었다.

사실 정대한도 북한 지역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통일이 되었다고 하지만 쉽게 진출할 수는 없었다.

북한 지역은 아직도 치안이 불안정했다. 또 시장이 제대로 형성이 되지 않아 현재로써는 기업이 진출하기에 그리 좋은 곳이 아니었다.

막말로 지금 북한 지역에 진출을 한다는 것은 한동안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북한 지역이 나중에 황금알을 낳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북한 지역이라고 하지만 아주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평양 북서쪽에 안주 분지에는 예전 북한이 중국과 합자를 하여 원유를 채굴하던 시설이 있다.

그리고 숙천 지역에도 유전이 있다.

이렇듯 상당한 규모를 가진 유전 지역이 있었다.

즉,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통일하면서 원유 수입국에서 원유 생산국이 되었다.

아무튼 이렇듯 돈 되는 것도 있었기에 많은 기어들어 북한 지역에 대하여 면밀히 조사를 하고 정부에 사업승인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북한 지역이 아직 치안 부재로 허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정대한은 이런 문제 때문에 북한 지역을 다녀온 수한에게 그곳 상황을 물어본 것이다.

솔직히 전에 손자인 수한이 북한 지역 개발을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하였을 때 못 이기는 척 손을 잡을 것이란 후회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땐 이렇게 갑자기 통일이 될 줄은 정대한도 예상을 하지 못했었기에 거절을 하였는데, 지금에 와선 그것이 후회가 되는 것이다.

천하그룹도 그룹 내에 중화학공업이 있었기에 북한 지역에 있는 유전 한곳만 차지할 수만 있다면 천하그룹은 국내 순위를 재는 것이 아니라 성삼그룹처럼 세계에서 꼽히는 그룹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더욱 수한이 들려줄 북한 소식이 궁금했다.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에 수한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아직까지 그곳은 조심스럽습니다. 구 북한군 지휘관들이 일부 부하들을 데리고 금강산으로 숨어들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군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수한의 이야기를 들은 정대한은 뭔가 고민을 하다 다시 물었다.

“네가 보기에 우리 그룹이 북한에 진출을 한다면 어떻겠느냐?”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안정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였다. 위험이 클수록 그 반대급부가 크다는 소리다.

기업 활동도 그렇다.

위험이 없는 곳에 이윤은 없는 것이다.

경쟁을 하고 위험이 있어야 그에 대한 이윤이 발생을 하는 것으로써 지금 정대한 회장은 북한 지역 진출에 고심을 하는 중이다.

사업은 타이밍이다.

다른 사람보다 너무 앞서가도 안 되고, 그렇다고 남이 닦아 놓은 길만 찾아가서도 안 된다.

그렇게 남이 닦아 놓은 길만 찾아 간다면 망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성공을 거두기도 힘들다.

그러니 남들이 가지 않은 곳, 비록 고생은 하겠지만 남보다 먼저 자리를 선점해야 이익도 큰 법이다.

정대한은 그런 생각에 지금 북한 지역에 진출할 타이밍을 재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그룹들이 천하그룹처럼 북한 지역 진출 시기를 보기 위해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한편 자신의 할아버지가 무엇 때문에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하는 것인지 금방 깨닫고 현재 북한 지역 상황을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천하 그룹이 북한 지역에 진출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무슨 근거로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냐?”

수한이 사업을 진출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 적기라는 말을 하자 정대한은 지체하지 않고 그런 판단을 한 근거를 물었다.

“치안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동부 산악지대, 아니, 금강산과 백두대간 인근 지역 정도만 조금 구 북한군 패잔병으로 인해 치안이 불안정하지 다른 지역은 이미 국군이 장악을 하였기에 안전합니다.”

수한은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자세한 사항을 말했다.

“정부에서는 북한 지역에 진출을 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심사를 통해 PMC(민간군사기업) 면허도 허가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북한 지역에 한해서지만 요.”

수한은 자신이 북한 지역에 진출을 하면서 정부와 협상을 한 내용 일부를 정대한에게 들려주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는 PMC의 허가가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헌법에 민간의 총기허가를 불법으로 규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군대를 제외한 어느 단체도 총기류를 소지할 수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어떻게 PMC를 허가할 수 있겠는가.

물론 정부도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요청에 고민을 해 보지만 고민은 고민이고 일절 허가하지 않았다.

만약 그것이 잘못 악용이 되었을 때, 국내 치안에 구멍이 뚫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세게 어느 나라보다 치안 상태가 좋았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총기를 규제했기 때문이란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었다.

선진국 중 총기 규제를 하지 않는 나라치고 치안이 좋은 곳은 없기 때문이다.

막말로 민간인이 손쉽게 총기를 구매할 수 있는데, 어떻게 치안이 바로 설 수가 있겠는가.

화가 난다거나 아니면 정신이상자라 하더라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총으로 대형 사고를 낼 수가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그동안 대한민국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 이상으로 부정적인 면이 크기에 허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 지역이라는 단서조항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PMC를 허가를 한다는 말에 정대한은 눈이 커졌다.

솔직히 현재 기업들은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무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외국 선진국의 경우 이런 무력이 필요할 때, 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존재해 기업의 이윤을 지켜 주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러한 전문업체가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외국의 PMC에 비싼 비용을 주고 고용을 한다.

천하그룹에도 유능한 사람은 무척이나 많다.

당장 PMC가 설립이 된다면 현역 군인들 못지않을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이 있다. 하나 대한민국은 이를 허가하지 않았기에 이를 숨기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조금 전 수한은 정부에서 일부 허용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말에 정대한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부에 북한 지역 진출에 대한 요청서를 내기로 결심을 하였다.

그동안 정부에서 그렇게 문의를 했어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아무리 기업 이윤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진출을 한다는 것은 정대한, 아니, 천하그룹 경영 철학에도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부에서 길을 열어 주었으니 그동안 가문 내에서 능력은 있지만, 그것을 숨기고 세월만 보내고 있는 이들의 재능을 펼쳐 보일 장이 마련되었다는 것에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알겠다. 네 말을 믿고 북한 지역에 우리 천하그룹도 진출을 하마!”

“잘 생각하셨어요. 사실 말은 안 했지만 북한 지역은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일 정도로 돈 될 것이 널려 있습니다.”

“그래? 뭐 길가에 황금이라도 떨어져 있는 것이냐?”

정대한은 수한의 말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며 농담을 건넸다.

그런 정대한의 농담에 수한도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

“물론이죠. 일단 북한 지역은 남한보다 자원이 풍부합니다.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희토류도 풍부하고 또 곳곳에 유전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북한 지역은 땅 크기에 비해 인구가 적습니다. 아마 정부는 조만간 북한 지역에 대한 이주정책을 펼 것이 분명합니다.”

수한은 정부가 앞으로 펼칠 정책에 대한 예상을 하며, 그렇게 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도 정대한에게 들려주었다.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북한 지역은 정체된 남한 지역과 다르게 기회의 땅이다.

7―80년대 경제 개발을 하던 대한민국처럼 북한 지역도 지금 그런 도약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 ◈ ◈

“수한아! 여기……!”

수한이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어머니, 제가 좀 늦었습니다.”

“넌 어쩜 니 엄마만 보이고 이 이모는 보이지도 않는 것이냐?”

카페로 들어오는 수한을 부른 사람은 바로 수한의 양모인 최성희였고, 타박을 하는 사람은 양모인 최성희의 친구이자 지킴이 회원인 김유빈이었다.

사실 오늘 이 자리는 수한이 복지제단을 운영하는 김유빈과 의논 할 일이 있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마침 친구인 유빈과 복지제단에 관해 조언을 듣고 있던 최성희가 자리를 함께 하였다.

집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아들이지만, 밖에서 만나 함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유빈과 함께 만나기로 한 장소로 온 것이다.

그런 최성희를 뜻밖의 장소에서 보다 보니 수한이 놀라 유빈에게 인사를 한다는 것이 양모 최성희에게만 인사를 한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

물론 유빈도 그런 수한의 인사를 가지고 타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친 이모처럼 수한에게 가볍게 농담을 던진 것뿐이다.

“아휴, 이모는 날이 갈수록 더욱 자체발광 하는 것 같아서 못 알아봤네요. 요즘 잘되어 가시나 봐요?”

자신에게 농담을 던지는 유빈을 향해 수한도 미소를 지으며 카운터를 날렸다.

겉으로 보이게 이제 겨우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유빈이지만, 사실 그녀도 이제는 얼추 50에 가까웠다.

낼 모레, 정말로 낼 모레면 만으로 50세, 한국 나이로 51살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일이 되지 않았으니 아직 40대라 극구 우기는 그녀였지만, 이젠 더 이상 만으로 나이를 줄일 수도 없어 서글펐다.

그런데 이렇게 조카 수한이 아름답다고 농담을 던지니 그 말이 싫지는 않았다.

“하긴 내가 자체발광 꿀 피부이긴 하지…….”

“허휴! 얘, 다 늙어서 무슨 주책이니!”

아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는 친구를 최성희는 그렇게 친구인 유빈에게 한 소리 하였다.

“뭐 어때, 이렇게 잘생긴 미남이 내 미모를 인정해 주는데. 설마 너 지금 질투하는 거니?”

자신을 보며 어린애처럼 주책을 부린다며 타박을 하는 친구에게 유빈은 턱을 치켜 올리며 장난을 쳤다.

“하하, 두 분 고정하세요. 그런데 두 분 뭐 드실래요?”

수한은 얼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진정을 시키며 뭘 마시겠냐는 질문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질문에 최성희는 친구를 돌아보며 물었다.

“유빈이 너 뭐 먹을래?”

질문을 받은 김유빈은 생과일주스를 시켰고, 최성희도 생과일주스를 시키는 유빈의 말을 듣고 그녀 또한 같은 것을 시켰다.

수한은 과일 주스를 마시겠다는 두 사람의 주문을 받아 카운터로 가서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돌아왔다.

“그래 어쩐 일로 날 보자고 한 것이니?”

유빈은 수한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자신을 보자고 한 이유를 물었다.

무척이나 바쁘게 움직이는 수한의 스케줄을 알기에 굳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한이 하는 일과 자신이 하는 일은 그 분야가 달랐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오는 유빈의 질문에 수한은 빙그레 미소를 짓다 엉뚱한 질문을 하였다.

“요즘 주 목사님 하고는 어때요?”

“뭐, 뭐?”

유빈은 오늘 자신을 부른 수한의 용건이 궁금해 물었는데, 수한이 엉뚱하게 자신과 주지훈 목사에 관해 물어 오자 당황하였다.

주지훈 목사는 4년 전 수한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하는 일이나 관심 분야가 비슷하다 보니 그 뒤로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복지제단을 운영하는 김유빈은 해외에서 탈북자들의 탈북을 도우며, 안전하게 한국에 정착 할 수 있는 길을 돕는 일을 하는 주지훈에게 호감을 느꼈다.

사실 유빈 또한 탈북자를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조금은 성격이 여린 그녀가 하기에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일이었는데, 주지훈은 반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의지와 계획은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자본에 한계가 있어 더 많은 탈북자를 돕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였다.

그런데 수한을 통해 자본은 있지만 성격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유빈과, 이상과 계획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한계를 느끼던 주지훈의 만남은 두 사람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숫자 1+1=2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능력을 합치면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수한의 예상대로 두 사람이 힘을 합치자 많은 성과를 이룩하였다.

단순 탈북자 지원이 아닌 온전하게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해 한 사람의 몫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주지훈과 김유빈은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연구에 연구를 계속하였다.

보다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을 한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존경하게 되고 또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오늘 수한은 유빈만이 아닌 주지훈 목사까지 함께 만나 의논을 하려고 하였다.

주지훈 목사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던 탈북자 돕기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통일하면서 더 이상 그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니 주지훈이나 김유빈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업 하나가 뜻하지 않게 사라진 것이다.

나쁘게 사업이 끝난 것이 아니라 너무 좋게 끝났기에 후회는 없지만, 김유빈을 가끔 보는 최성희에게 김유빈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 ◈ ◈

“다녀왔습니다.”

수한은 평양에 추진하던 일을 대충 기본만 세우고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온 수한은 당연하다는 듯 큰 소리로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양모 최성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어서 와라! 고생 많았다.”

뜻하지 않은 최성희의 목소리가 집에서 들려오자 깜짝 놀란 수한은 놀라 제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언제나 복지제단 일로 바빠 이 시간에 집에 들어온 적이 없었기에 그저 습관적으로 다녀왔다는 인사를 했는데, 양모가 집에서 일하고 들어온 자신의 인사를 받아 주자 수한의 가슴이 무척이나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 어머니 이 시간에 집에 어쩐 일이세요?”

너무도 뜻밖이라 수한은 현관을 들어서며 그렇게 물었다.

그런 수한의 질문에 최성희는 일단 수한의 옷과 가방을 받아 들며 말을 하였다.

“응, 오늘 이모를 만나느라 조금 일찍 들어왔다.”

“이모 누구? 아!”

수한은 양모가 이모라고 하자 처음에는 누군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금방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양모 최성희는 이전에 원래 가족과 의절(義絶)하였다.

사실 양모가 가족과 의절을 한 데는 일신그룹의 영향이 컸다.

20여 년 전 일신그룹이 후원하는 일신학원에서 탈출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집으로 일단의 사람들이 찾아갔다.

당시 그녀의 가족들은 실종된 그녀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일신학원으로부터 협박과 약간의 합의금을 받고 최성희에 대하여 침묵을 지켰다.

최성희가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고 가족과 인연을 끊은 것이다.

아무리 가족 간 우애가 없다지만 돈을 받고 실종된 가족을 찾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히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종된 가족이 흉악범이라고 해도 그 생사 정도는 궁금해서라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성희의 가족은 그녀가 실종되었다고 찾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 일신그룹과 천하그룹의 분쟁 때문에 언론의 관심 때문에 그녀의 가족들에게도 기자들이 찾아갔었다.

그런데 그녀의 가족은 평소 최성희의 행실이 좋지 못해 아기를 그녀가 납치했을 것이란 거짓 증언을 하였다.

그 후 최성희는 가족과 인연을 끊고 양아들인 수한에게 모든 정성을 쏟았다.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양아들 수한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양부가 되어 준 혜원도 있었지만, 그건 혜원이 수한의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기에 받아들였다. 그런 관계가 오래 되다 보니 양부인 혜원에게도 정이 들어 양부로 받아들였다.

아무튼 최성희는 오늘 낮에 친구 김유빈을 만난 이야기를 수한에게 들려주었다.

“글쎄 유빈이가 하는 탈북자 지원 프로그램이 사실상 종료가 되었지 않니?”

“그렇죠, 이젠 남북이 통일이 되었으니, 북한 지역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부분 개방이 될 것이니 남쪽에 자리 잡았던 탈북자들도 고향에 가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수한은 최성희의 이야기를 듣다 자신이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를 자신도 모르게 말하고 말았다.

그런 수한의 이야기에 최성희도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그게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최성희가 자신의 혼잣말에 관심을 보이자 수한은 얼른 이야기 주제를 다시 오늘 낮에 최성희가 만나고 온 김유빈의 일로 돌렸다.

“아 그 일은 아직 좀 있어야 하니…… 그보다 그 프로그램이 종료된 것과 유빈 이모가 왜요?”

수한의 관심 돌리기가 통했는지 최성희는 얼른 수한의 질문에 대답을 하였다.

“아, 맞아. 그것보다 유빈이의 일이 더 중요하니. 그러니까…….”

최성희는 오늘 낮에 유빈을 만나 그녀가 하는 고민에 대하여 들은 것들을 수한에게 모두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된 거야.”

“아.”

수한은 양모 최성희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김유빈이 이사장으로 앉아 있는 한빛에서 가장 크게 추진하던 사업이 바로 탈북자 지원 프로그램이었다.

주지훈이 기존에 하던 탈북자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여 북한을 탈출한 이들을 보다 안전하게 한국으로 데려왔다.

그들이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을 하게 하는 것은 김유빈이 있는 한빛이 주도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었다.

즉, 탈북자를 한국으로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까지가 주지훈의 역할이라면 김유빈이 한 일은 그 후속 조치였다.

그런데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서 더 이상 탈북자는 나오지 않았고, 또 안정적으로 정착을 했던 탈북자들도 통일이 되었다는 소식에 언제 고향에 갈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로 들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빛이나 김유빈, 그리고 주지훈 목사도 현재 목적지를 잃은 선장마냥 방황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사실 정부에서 북한 지역을 개발하려고 해도 제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건강도 좋지 못했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도 제대로 된 개발이 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남쪽에서 모든 인력을 동원해 개발을 하게 된다면 남북이 하나로 화합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남쪽 인력을 동원해 개발을 한다면 개발이 완료된 뒤에도 북쪽 주민들은 수중에 돈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부의 계획과 다르게 남북 간의 빈부격차가 지금보다 더 심화될 소지가 있었다.

그렇기에 정부는 북한 지역을 개발함에 있어 될 수 있으면 남쪽 인력이 아닌 북한 지역 주민들을 이용해 개발을 하려는 것이다.

물론 고급 인력은 어쩔 수 없이 남쪽에서 데려와야 하겠지만, 그 외 단순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북한 주민들을 활용함으로써 그들에게 임금을 주어 자본을 축적할 길을 마련하려는 계획이다.

수한도 윤재인 대통령에게 이러한 정부의 계획을 들었기에 가장 먼저 북한 지역에 진출을 했다.

그러한 정부의 계획에 동조를 하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수한이 가진 제약회사의 공장을 이곳에 짓고 또 병원도 짓는 등 사업을 추진하였다.

통일이 되기 이전 북한에도 건설회사는 있었다. 물론 그것이 공산당의 것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산당이 사라졌기에 회사에 있던 노동자나 기술자 그리고 관리자 할 것 없이 모두 손 놓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 수한이 이들에게 일감을 준 것이다.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던 수한은 김유빈의 한빛제단이 북한 지역에도 진출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북한 지역 주민들은 도움의 손길이 무척이나 필요한 상태다.

이전 북한일 때 북한 정권은 지방과 도시 간, 아니, 평양을 제외한 지역에 대한 차별이 무척이나 심했다.

더욱이 신분을 차등해 관리를 하며 주거지나 이동에 대한 통제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란 무척이나 열악하다.

오죽 했으면 죽은 사람의 살을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남쪽에서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70년대 말이면 사라진 말이었다.

어른들이 마치 옛날이야기 하듯 밥투정을 하는 아이들에게 보릿고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북한 지역은 아직까지도 보릿고개라는 것이 그대로 이어지며 그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아사했다.

그러니 복지제단들이 이런 북한 지역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전 양모에게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김유빈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생각이 났다.

“어머니! 제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이모와 이야기 해 봐야겠네요.”

“그래, 그럼 내가 이모에게 연락을 할 테니 네가 잘 이야기해 봐.”

“알겠어요. 어머니 배고파요. 밥 좀 주세요.”

“그래, 얼른 씻고 와라!”

“예.”

이야기가 끝나자 수한은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오랜만에 집에 양모가 있자 갑자기 집 밥이 먹고 싶어졌다.

◈ ◈ ◈

자신의 계획을 들려준 수한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빈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수한이 네 말은 우리 한빛이 북한 지역에 있는 수용소를 운영을 했으면 한다는 소리지?”

김유빈은 수한이 장시간 들려준 이야기를 요점을 정리해 물었다.

혹시나 자신이 수한의 의도를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되물어본 것인데, 수한은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예, 제 생각은 그동안 한빛이 해 오던 일을 그대로 하는 일이니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수한의 대답에 유빈은 잠시 생각을 하다 바로 승낙을 하였다.

“알겠어, 그런데 북한에는 그런 수용소가 얼마나 되는 거야?”

결심이 서자 유빈은 수한에게 자신이 맡아야 할 수용소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그건 저도 정확한 숫자는 알지 못해요. 보건복지부나 국방부에 한 번 문의해 보세요.”

수한은 수용소의 숫자를 물어보는 유빈에게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자신도 정확하게 도움이 필요한 수용소의 숫자를 알지 못하기에 그런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건 내가 알아보기로 하고 뭐부터 준비를 해야 그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유빈은 이미 결심을 한 것인지 그렇게 혼자 어떤 것을 준비해야 수용소에 갇혀 고생을 한 사람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을지 생각을 하였다.

유빈이 그렇게 자신이 할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와 함께 나온 최성희도 뭔가 열망을 담아 수한을 쳐다보았다.

“아들! 나도 뭐 도울 것이 없을까?”

최성희는 아들과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듣다 자신도 뭔가 불쌍한 북한주민을 도울 일이 없을까 하고 수한에게 물었다.

그러자 수한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당연히 어머니도 하실 일이 있죠.”

“그래? 어떤 일?”

자신도 할 일이 있다는 아들의 말에 최성희는 눈을 반짝이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런 양모의 모습에 수한은 아까 전보다 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였다.

“북한 지역은 의료 시설도 적을뿐더러 지방에는 의료 서비스란 것을 받을 수도 없어요. 그러니 어머니는 그런 사람들에게 의료지원을 하시면 될 것이에요.”

수한은 양모 최성희에게는 김유빈과는 다른 것을 제안하였다.

라이프 메디텍의 복지제단인 뉴 라이프 제단을 운영하는 최성희는 모회사가 종합 의료 기업이다 보니 제단도 그런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극빈층과 차상위층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었다.

희귀병이나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병에 걸렸지만, 생활이 열악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제단인 것이다.

수한은 이런 뉴 라이프 복지제단의 특징을 살려 북한 지역에도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양모 최성희를 끌어들였다.

결코 그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란 것을 알지만 양모인 최성희가 그런 것을 결코 회피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 최성희 또한 자신이 맡은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경제소득이 높은 남한도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고생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북한 지역은 어떻겠는가.

통일이 되었다고 바로 남한처럼 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기에 아직은 고생을 해야 할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최성희는 문득 두려움이 일었다.

괜히 자신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들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 것이다.

그런 최성희의 걱정을 알고 있는지 수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여기서 했던 것처럼 해 나가면 돼요.”

“그래, 나도 힘내 볼게!”

아들의 격려에 최성희는 마음을 굳게 먹고 대답을 하였다.

“참! 이모 우선적으로 식량을 구해야 할 거예요.”

수한은 생각에 잠겨 있는 김유빈을 부르며 식량을 구해야 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 수한의 말에 유빈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느닷없이 식량을 구하라는 말에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 그 이유를 물었다.

“식량?”

“예, 현재 북한 지역은 가장 심각한 것이 첫째로 식량이고, 둘째가 의약품 그리고 셋째가 연료예요. 그런데 연료는 그런 대로 충당이 되는데, 현재 식량만은 정부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수한은 현재 북한 지역의 상황에 대하여 들려주었다.

올해도 가뭄이 든 북한이라 이전 북한 지도부는 중국에 원조를 받으며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란 생각에 전쟁을 힐책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경제는 생각하지 않고 발전하는 남한에 대응하기 위해 썩은 동아줄인 줄 모르고 무기 개발에만 전염한 결과였다.

더욱이 북한 전역에서 거둬들인 것들을 평양에서만 90% 소비를 하고 남은 지역에 10%를 배급을 하였으니 어떻게 되겠는가.

지방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산으로 들로 먹을 것을 찾아 헤맸을 것이고, 남한에서도 6―70년대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초근목피(草根木皮)를 먹고 겨우 끼니를 해결했을 것이다.

또 돈이 없으니 난방을 위해 연료를 사지 못하니 산과 들에 있는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다 썼다.

그러니 장마철에 표피층의 흙이 모두 쓸려 갔고 그러니 작물을 심어도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북한은 20년이 넘는 가뭄과 홍수로 땅은 황폐화되고 기아와 아사자가 속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말로만 들은 것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온 수한은 일단 급한 식량과 의료 서비스 부분에 대하여 해결을 하고, 그와 동시에 황폐화된 북한 지역의 산과 들을 살리기 위해 조림 사업을 해야겠다, 생각하였다.

사실 조림 사업만 제대로 한다면 계속되는 가뭄과 홍수를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충분히 식량 생산도 가능해질 것이라 판단했다.

사실 북한 지역이 낙후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조림 사업을 통해 식량을 수급할 땅을 확보한다면, 현재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는 남쪽에도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자신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부에도 제안을 할 생각이다.

물론 정부 예산이란 것은 한정이 되어 있기에 그 한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적당한 이윤을 약속한다면 국내에 돈 많은 사람은 많이 있으니 충분히 해 볼 만한 일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수한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처음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할 일을 잊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김유빈에게 목표할 만한 일을 알려 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굳이 김유빈만 그런 일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에 동참을 하게 하는 것이 보다 빠르게 북한 지역을 발전시키고, 남과 북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이번 일을 지킴이 전체 회의에 안건으로 다루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났다’라는 말이 있다.

비록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겠지만 혼자 하는 것보다는 덜 힘들고 시간도 덜 들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만큼 대규모로 하다 보면 예산이란 것이 한꺼번에 많이 들어가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수한에게 돈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수한이 실질적인 주인으로 있는 라이프 메디텍이 벌어들이는 돈만 해도 1조가 넘었고, 천하 디펜스에서 들어오는 라이센스 비용을 포함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그의 통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니 돈은 그리 큰 부담이 아니었다. 수한에게는 자신의 이상이 실현되는 것이 가장 중요할 뿐이다.

“그래, 알았다. 지훈 씨에게 이야기하면 네가 말한 것을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야.”

김유빈은 수한의 말에 흔쾌히 대답을 하였다.

그녀의 연인인 주지훈 목사를 통한다면 충분히 필요한 식량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지훈은 김유빈과 손을 잡고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외국으로 돌아다니며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쌀 생산이 많은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에는 주지훈의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니 그들을 통한다면 충분한 식량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북한의 식량 사정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도 정부대로 식량 수급을 위해 동남아 국가에 쌀 구매 요청을 하였다.

그리고 세계 곡물 회사에 콩과 옥수수 등 잡곡도 구매 요청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이런 노력은 성과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한은 이런 일이 누군가 뒤에서 조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세계의 농산물을 주무르는 메이커 대부분이 특정 세력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 세력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 유럽과 미국이며 이들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파렴치한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이들이다.

아마도 창고 한쪽에서 식량이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가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절대로 식량을 풀지 않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수한은 정부만 믿고 손 놓기보단 개인적으로 식량 수급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비록 개인이 벌이는 일이라 정부가 하는 것처럼 대규모로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은 준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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