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압록강 전투 그 후
사이렌이 평양 시내에 울려 퍼지고 시민들은 속속 방공호나 지정된 대피소로 몰려들었다.
어디나 그렇듯 일부 시민들 중에선 잠을 자다 말고 울리는 사이렌에 피난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짜증날 뿐이다.
사실 북한에서 평양에 살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전 북한 정부 하에서는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 평양 시민들 속에도 빈부격차나 신분의 차이가 있어 대동강을 경계로 강북과 강남을 나눠 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로 나뉘는데, 지금 이곳 대피소는 강북에 위치한 부자, 이전 정권에서 당 간부 이상의 권력층 가까이에 있던 이들이 살던 곳에 마련되어 있는 권력자 가족의 피난처다.
남한이 북한을 통일하였지만 아직 그런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직도 자신들이 엘리트, 권력자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이들이 대피소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한 자들은 통제를 하는 군인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지만 그렇지만 대피소는 소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소란을 일으키다 잡혀 가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사람을 보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때 북한 지역 군정을 실시하고 있는 지휘관 회의에서 폐쇄한 수용소를 재가동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였다.
정부는 북한 지역을 군정 지역으로 선포를 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구 북한이었을 때 계속해서 UN인권위에서 경고를 했던 북한 수용소를 폐쇄하는 일이었다.
처음 북한 지역을 통일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이 북한군의 무장을 해제하는 것이었다면 그다음으로 실시한 것이 바로 북한 지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수용소의 문제였다.
북한 체제에 반발하는 반체제 인사라든가, 먹고 살기 위해 북한을 탈출하는 탈북자들, 그리고 권력에서 밀려난 이들이 수용되는 곳 등 많은 강제 수용소들이 있었는데, 그러한 수용소들은 종류를 불문하고 비인륜적인 만행이 자행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수용소를 처음 들어간 정부 관계자는 구 북한 정부가 실시했던 만행을 확인하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수용소 안에서는 과거 일본군이 2차 대전 당시 행했던 인체실험을 그대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기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 실험을 하는가 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생화학 무기의 성능을 실험하는 곳도 있었다.
이 모든 자료는 모두 수집이 되어 UN에 신고를 하고 전부 소각을 하였다.
사실 일부에서는 비인륜적으로 수집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발전을 위해선 꼭 필요한 자료라며 소각하는 데 반대를 하였지만, 현정부는 그런 반대를 과감히 떨치며 수집된 자료 전부를 소각 처리하였다.
파일 삭제를 하면 기술자를 통해 복구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 소각으로 계획을 잡은 것이다.
아무튼 이런 비인륜적인 만행이 자행된 수용소라는 이름을 언급할 정도로 아직도 특권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북한 주민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튼 소란스런 대피소 한 켠에 고급스런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왠지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들이 헌칠한 키의 잘생긴 젊은 사내를 호위하듯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왠지 대피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곧 시선들을 돌렸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타인에 관심을 보였다가 어딘지 모를 곳으로 끌려갈지 모르기 때문에 관심을 끊은 것이다.
구 북한이었을 당시 이런 일이 있었다.
평양에서도 권력자들이 모여 사는 창전 거리에서 사고가 있었다.
당시 대낮에 벌어진 사건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날 뉴스에는 그러한 사고 소식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분명 큰 사고였는데, 뉴스에 나오지 않자 그 광경을 목격했던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북한에서 교통사고란 무척이나 보기 힘든 장면이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북한에선 웬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가질 수 없는 특수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었다.
권력자들이 어떻게 일을 처리할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 아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더 관심을 가지고 그 일을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이 앵무새를 죽인다고 했던가.
단순한 교통사고에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에게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보위부 군인들에게 끌려가 사상범으로 몰려 일가가 폐가망신을 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교통사고로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고위층의 스캔들이 얽혀 있었던 것이다.
당 간부 부인과 김장은의 불륜 관계에 있었는데, 그날도 김장은의 부름에 밀회를 즐기고 돌아가던 당 간부 부인의 차가 누군가의 차와 교통사고를 냈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김장은의 부인 리설화가 김장은의 불륜에 화가 나 그 상대인 당 간부 부인을 죽이기 위해 보위부에 죽이라는 청부를 한 것이다.
이런 고위층 스캔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김장은의 지시로 모든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당시 사고로 부상을 당한 불륜 상대는 물론이고 그의 남편까지 국외로 내보냈다.
당 간부였던 사람은 북한과 수교한 우즈베키스탄으로 보냈고, 불륜 대상인 당 간부 부인은 아프리카로 보내 버렸다.
그나마 죽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겠지만 한순간 권력층에 있던 사람이 그런 오지로 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숙청을 하는 것보다 못한 처사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사건을 파헤치던 사람들도 모두 끌려가 소식이 없어졌다.
물론 이런 일이 일당독재 체제인 북한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주 없는 일도 아닌 것이 김장은의 아버지인 전대 북한 지도자인 김정이도 여자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강력한 권력자인 김이성이 정권을 위해 무마시켰지만 한때 후계자였던 김정이는 하마터면 후계자 자리를 영영 잃을 뻔하였다.
아무튼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웬만해선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모르는 척 하며 넘어갔다.
지금도 그런 영향으로 잠시 관심을 가지다 시선을 외면한 것이다.
괜히 부티가 나는 권력자 같은데 관심을 보였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던 수한과 수한을 수행하는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원들은 주변을 경계를 하면서도 바깥소식이 궁금했다.
국경이 있는 압록강 인근에 중국의 심양군구의 집단군이 밀려오고 있다는 소식에 어떻게 상황이 진행이 되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수한은 소식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챙겨 온 테블릿을 켜고 뉴스를 접속하였다.
테블릿 화면에는 언제 출동을 했는지 방탄모를 쓴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압록강이 보이는 곳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강이 바로 압록강으로서 이전 북한과 중국이 교역을 하던 중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기자의 말처럼 화면 뒤쪽으로 강과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땅을 연결한 다리가 보였다.
그런데 이때 화면 너머로 중국 쪽에서 다리 위로 넘어오는 전차가 포착이 되었다.
수한과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는 그 화면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그리고 대피소 안에 있던 사람들도 갑자기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리다 수한과 보안대가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대피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수한이 들고 있는 테블릿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테블릿 안에서 다시금 기자의 말이 들려왔다.
[아악!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화면 속 기자는 무엇을 보았는지 비명과 새된 목소리로 흥분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고함만 지르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기자를 찍고 있던 화면이 움직이며 기자가 보고 있는 곳을 보여 주는데, 조금 전까지 멀쩡해 보였던 다리 위 초소가 반파가 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반파된 초소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전쟁입니다. 전쟁이 났습니다.]
기자는 빠르게 말을 쏟아 내고 있었다. 확실히 기자가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전쟁이 터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테블릿을 통해 압록강 다리 위와 주변의 상황이 송출되고 있었고,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쾅! 쾅!
비록 테블릿 PC의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소리였지만 대피소 안에 있던 사람들을 긴장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스피커 안에서 쾅! 쾅! 하고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사람들의 몸이 움찔움찔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교전을 벌이고 있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대국 중국,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쩌면 공포의 대상이던 북한 군인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그들이다.
오래전부터 중국은 대국이고 북한은 그런 대국인 중국에 사대를 하며 생존했다.
세뇌에 가까운 그런 교육을 받아 왔기에 지금 중국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평양 주민들의 모습은 완전 공황 그 자체였다.
아무런 사고를 할 수 없는 그런 불안정한 상태에 빠진 그들과 다르게 수한이나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원들은 차가운 눈빛으로 화면을 예의 주시하였다.
그런데 화면 속 교전 상황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서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화면 속에 보이는 한국군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수한이 알고 있는 교전 교리와는 동떨어진 막말로 제자리에 말뚝을 박고 마치 고정 포대처럼 전차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군 전차는 일절 피해를 입지 않고 있었다.
많은 중국군 전차들이 얻어맞으면서도 한국군 전차 진지에 전차포를 쏴 대지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장면은 화면을 보고 있는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의 출신이 구 북한군 출신들로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이들만큼 중국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이들이 알고 있는 중국군은 남북한의 전력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 속 기자가 송출하는 장면에서는 이들의 상식을 모두 날려 버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중국군 전차가 아무리 공격을 해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바로 반격을 하고 있는 한국군 전차를 보며 보안대원들은 경외의 시선으로 수한을 돌아보았다.
지금 저 한국군 전차를 누가 만들었고, 또 지금 중국군 전차포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는 방어막을 누가 개발하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저 알고 있는 것과 지금처럼 위대한 인물이 만들어 낸 물건의 성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천지 차이다.
예전 보안대를 꾸리면서 수한이 보여 준 기적과도 같은 일은 사실 돈만 많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병든 가족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해 주고, 치료시기를 놓쳐 악화된 장기를 인공장기로 대체를 하는 등의 일은 돈만 많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보안대원들이 착용한 특수 장비인 파워슈트나,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 등은 돈만 있다고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보안대원들이다.
더욱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10배가 넘는 적을 맞아 침착하게 교전을 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평안을 줄 수 있는 존재를 곁에서 수행한다는 생각에 라이프 메디텍 보안대 대원들 모두 가슴속에 자부심이 깃들었다.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이들의 눈에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우상인 수한에게 위협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시선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보안대의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을 주시하던 사람들의 시선을 조용히 돌아갔다.
[아! 할 말을 잊게 만드는 대한민국 국군의 위력에 본 기자는 할 말을 잊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육군 제2기갑사단이 중국군 최정예 심양군구를 물리쳤습니다.]
기자는 흥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현 상황을 편집해 카메라에 대고 떠들기 시작하였다.
방금 전 2기갑사단과 교전을 벌였던 중국군이 심양군구 병력인 것은 맞았지만 절대로 심양군구 전 병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자국민에게 알리는 뉴스였기에 조금 과장되게 표현을 하는 기자였다.
하나 어느 누구도 그런 기자의 말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그저 강대한 중국군 그 중에서도 최정예 집단이라는 심양군구의 집단군을 물리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할 뿐이었다.
이러한 소식은 방송을 타고 전국,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 뉴스는 한국군이 별다른 교전 없이 북한을 점령한 것 이상으로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사실 북한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사건이었다.
아무리 북한군이 반세기 넘도록 전쟁을 준비하며 군사력을 쌓은 국가라고 하지만, 남한, 한국 또한 북한을 상대로 준비를 하고, 계속해서 군사력을 발전시킨 나라.
최근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명품 무기들을 쏟아 내며 군사 강국임을 증명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세계인들의 평가는 그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중국 심양군구 집단군과의 교전은 달랐다.
한국군의 전투력 이전의 평가와 다르게 세계 각국은 평가를 상향 조정해야 할 필요성을 가지게 하였다.
이번한국과 중국의 교전으로 인해 한국군 전차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많은 나라에서 한국의 전차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가 쏟아지게 되었다.
전차포의 우수성과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의 효용성 그리고 K―3백호의 부 무장으로 채택된 다목적 휴대 미사일 게이볼그의 정확성은 많은 국가들로부터 구매욕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더욱이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생산된 무기들이 가격에 비해 무척이나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국가들로서는 더욱 한국산 무기에 관심을 보였다.
성능도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하니 굳이 비싼 미국이나 유럽산 무기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교전으로 인해 한국은 때 아닌 수출 특수를 누리게 되었다.
물론 그 일은 시간이 조금 더 지난 일이겠지만 아무튼 이번 중국과의 교전으로 한국은 많은 이득을 취하게 되었다.
◈ ◈ ◈
수한이 평양의 대피소에서 한국군과 중국군의 교전을 지켜보고 있을 때, 북경의 주석궁에서도 이를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위성을 통해 압록강 다리를 사이에 두고 39집단군과 40집단군 소속 기갑부대들이 다리를 넘어 한국군과 교전을 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쾅!
한참 화면을 지켜보던 주진평은 자신의 앞에 있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비록 최신형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국이 기술을 집약시켜 완성한 전차들이 아무런 힘도 써 보지 못하고 파괴되는 모습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심양군구의 주력전차가 비록 3세대인 98식 전차라고 하지만 3세대 중에서도 후반기에 만들어진 전차다.
화력은 4세대에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전차로서 충분한 화력을 가지고 있으며, 방어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차체에 반응 장갑을 부착하고 있어 방어력 또한 충분하다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기동성도 우수한 편이다.
이렇게 전차의 3대 요소(화력,방어력,기동성)을 골고루 균형 있게 설계되어 중국산 전차 아니, 무기 중에서 명품에 속한다고 평가를 받는 무기가 바로 98식 전차다.
98식 전차는 그 뒤로도 개량을 더해 99식, 00식 등으로 발전을 하였지만 그것은 어디 까지나 편의상 나눈 것이지 성능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그런데 아무리 상대가 4세대 전차라고 하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파괴되고 있었다.
더욱이 주진평이 보기에도 한국군 전차는 단 한 대도 파괴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어 그를 더욱 화나게 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것인가? 어떻게 한 대, 단 한 대도 파괴하지 못한단 말인가?”
주진평은 화면을 보면서 그렇게 고함을 질렀다.
그런 주진평의 뒤에 시립하고 있던 장위해 공안부장은 아무런 말없이 화면을 주시했다.
아니, 속으로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비록 중국군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만 지금 당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과 상관이 없는 이들이다.
아니, 정치적으로 경쟁을 하는 경쟁자가 있는 군대였다.
더욱이 자신보다 서열도 높았기에 만약 이번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영원히 그의 밑에서 일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경쟁자는 이번 일로 숙청을 당할 것이 확실시 되었다.
전투라도 이겼다면 좌천은 되었어도 숙청은 당하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차차기 정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던 그는 이번 일로 숙청을 당할 1순위가 되었다.
‘심보령! 그동안 그렇게 기고만장 하더니 겨우 그 정도였나? 적을 알지도 못하면서 군사를 일으키다니……. 병법도 모르는 얼간이.’
장위해는 자신의 정적이던 심보령 심양군구 사령관을 속으로 욕을 하였다.
군구 사령관으로 자신을 무시하던 심보령이었다.
중국에서 공안부장이란 직위가 결코 낮은 것은 아니지만 7대군구 사령관에 비교를 한다면 한 수 접어 주는 직위였다.
비록 중앙에 가까운 공안부장이라고 하지만 그 힘의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같은 공청단에 속해 있지만 서열이 높은 심보령은 공안부장인 장위해를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에 위치해 있다 보니 권력자들과 많은 만남을 가지는 그에게 일부러 자신의 힘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하는 장위해의 심정은 또 다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심보령이 크나큰 실수를 한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심보령에게 장위해는 속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번 일로 정부가 많은 손해를 보기는 하겠지만 이번 일로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계획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딴 마음을 품고 있는 상무위원들을 숙청할 수 있으니 비록 중국의 위상이 조금 흔들리기는 하겠지만, 주진평이나 장위해에게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공안부장!”
화면을 보고 있던 주진평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공안부장 장위해를 불렀다.
“네, 주석 동지!”
장위해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준비는 끝났다.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라도 명단에 들어 있는 이들을 잡아들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만 주석인 주진평의 제가가 떨어지지 않았기에 그동안 뒤로 미루어 두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사실 장위해로써도 조금 전 본 화면 속 내용이 믿기지 않았다.
‘한국의 힘이 우리가 알던 것 이상이군, 좀 더 알아봐야겠어!’
정말이지 장위해가 생각하기에 한국군의 능력은 자신이 그동안 알고 있는 것 이상이었다.
올 초 MSS부장에게 약간의 언질을 받기는 했지만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다.
작전에 실패를 하고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 보니 그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아들이시오.”
생각에 잠겨 있던 장위해에게 국가 주석 주진평이 누군가를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장위해는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미뤄 오던 작전이 승인이 된 것이다.
이제부터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공안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살생부에 적힌 인사들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잡아들여야 한다.
물론 다른 때였다면 반대파의 반격으로 쉽지 않았을 일이다.
이번 한중 교전에서 패한 그들은 변명의 여지없이 인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반항을 한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그 일가까지 모두 숙청이 될 것이니 반항은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다만 장위해가 걱정을 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국외로 탈출을 하는 이들이었다.
명단에 든 인사들이 가지고 있는 국가 비밀은 상당했기에 만약 그들이 탈출을 하여 망명을 시도한다면 받아 줄 나라가 상당할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국외에 자산이 꽤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어쩌면 자신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재산이 더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안 될 일이다.
어떻게든 모두 잡아들여 그들의 해외 자산은 물론이고 은닉한 자산까지 모두 찾아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올 돈도 계산을 하다 보니 장위해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 ◈ ◈
탕!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탕! 탕!
거대한 저택에서 시간차를 두고 연달아 총성이 울렸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 저택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는 이웃 주민들은 총성이 울렸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무리 타인의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중국이지만, 총성이 울렸다면 공안에 신고라도 해야 하겠지만 어느 누구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저택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이웃 주민들의 그러한 반응도 당연하다 느낄 것이다.
이 저택의 주인이 누구이냐 하면, 바로 중국 권력순위 4위인 국무원 총리 리창준의 집이기 때문이다.
국가 상무위원 7인 중 한 명이고 중국 7대 군구 중 북경군구와 함께 최정예 군구로 평가 받는 심양군구의 막후 지배자가 바로 그이다.
그러니 총성이 났다고 누가 감히 공안에 신고를 할 것이며, 아마 더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해도 감히 신고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리창준의 집에서 총성이 여러 발 들렸다.
“아버지! 살려 주세요. 네? 제발…….”
리창준의 딸 리령령은 공포에 절은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 리창준을 보며 애원을 하였다.
그녀의 눈앞에는 총을 든 그녀의 아버지 리창준이 아직도 식지 않은 총을 들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총을 든 리창준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애원을 하고 있는 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허무한 표정이던 그의 눈에 분노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니, 니!”
너무나 흥분한 리창준은 더 말을 하지 못하고 ‘니’라는 말만 반복하였다.
사실 그가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된 것은 모두 그의 딸 령령 때문이었다.
권력자의 딸로 태어나 아무런 부족함 없이 생활했던 그녀는 푸얼다이(富二代)의 전형이었다.
아버지의 권력을 믿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방종한 삶을 살아왔다.
그래도 리창준은 자신의 자식인 리령령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다른 권력자들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사고가 권력 서열 4위인 그의 정치 생명이 흔들리게 하였다.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속한 공청단의 반대파인 태자당에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넘겨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약점이 되어 계속해서 정보를 태자당에 넘기는 첩자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자신이 넘겨준 정보를 토대로 태장당은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자신의 정보가 돈과 권력이 된다는 것을 알고 태자당에서 회유를 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이다.
부총리 위청산이 자신의 아들과 리령령을 결혼을 시키자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결혼으로 맺어진다면 공청단이 자신을 태자당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인지 그렇게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 령령도 언제 그의 말에 넘어갔는지 위청산의 아들 위태위와 어울려 다녔다.
하지만 리창준은 총서기 주진평의 야망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주진평의 진면목을 알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카리스마 넘치는 그런 인물로 알 것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비상한 머리로 음모를 꾸미기 좋아하고 또 권력욕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크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리창준이 심양군구를 움직인 저변에는 이런 주진평의 권력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같은 공청단이라고 해서 자신의 권력욕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히 숙청을 할 위인이란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무리하게 군을 움직인 것이다.
자신을 숙청하려 한다는 정보를 들은 리창준은 자신이 가진 무력으로 주진평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심양군구가 북경군구와 함께 최정예 병력이라고 하지만 국가 주석이자 당 총서기이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다.
중국의 거의 모든 군권을 그가 장악하고 있다고 하면 맞을 정도로 주진평의 무력은 사실상 중국 내에서는 절대적이다.
그의 밑에는 심양군구에 버금가는 북경군구와 제남군구가 있으며, 가장 중요한 제2포병이 주진평 밑에 있었다.
태자당이나 상해방에서 장악한 군구 내부에도 주진평의 세력은 상당했다.
물론 자신이 장악한 심양군구에도 주진평의 수족은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상무위원 중 누구보다 주진평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리창준은 자신을 숙청하려는 주진평에 총 뿌리를 겨누기보단 그가 원하는 것을 자신이 들어 주어 살길을 도모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심양군구를 동원해 한반도를 치려고 했던 이유였다.
즉, 리창준은 살기 위해 심양군구를 동원해 한국에 전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군의 반격에 막혀 버렸다.
설마 압록강 국경을 지키는 한국군의 전력이 자신이 동원한 심양군구의 두 개 집단군을 막아 낼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그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의 군 지휘관도 한국군 그것도 일개 사단이 중국 심양군구 산하 집단군 두 개를 상대해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것인가.
물론 한국군이 지형적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한 개 기갑사단으로 기갑 군단을 막아 낸 것이니, 란체스트 제2법칙에 따른다면 무기의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아주 중요하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무기의 질이 너무도 향상되어 일반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한중 압록강 교전은 같은 병종인 기갑부대들끼리의 교전을 한 것이기에 이 법칙에 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예상과 반대로 나와 세계 군사 전문가나 군 지휘관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란체스트 제2법칙이 맞는다면 한국군의 신형전차의 성능이 그동안 각국 군사 전문가나 군 지휘관들이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다는 소리였다.
기갑사단과 기갑군단의 병력 차는 4배의 차이가 아니다.
더욱이 심양군구에서 이번 압록강 전투에 동원한 곳은 39집단군과 40집단군이었다.
두 집단군에는 총 8개 기갑사단과 혼성기동군단이 있었다.
즉, 기갑 전력만 10배 이상이었다는 소리다. 10배라는 숫자는 질을 압도하고도 남을 양이었다.
더욱이 심양군구에 있는 전차는 중국이 보유한 전차 전력 중 최신형인 20식을 제외하고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전차였다.
그런데 압도적인 숫자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후퇴를 하였다.
더욱이 후퇴한 39집단군과 40집단군의 남은 기갑전력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 때문에 군부 내에서도 자신에 대한 원성이 올라오고 있었으며, 조만간 자신을 잡기 위해 공안이 움직일 것은 보지 않아도 빤했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있던 자신이 하인처럼 부리던 공안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살을 결심하고 자신의 서재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런데 혼자 죽기는 너무도 억울한 생각이 들어 가장 먼저 안방에 있는 아내에게 먼저 총을 발사하였다.
두 번째로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아들과 아들 내외를 쏘았다.
그리고 눈을 돌리니 자신의 앞에 딸 령령이 보인 것이다.
자신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원인이 눈앞에 보이자 리창준은 조금 전까지 허무했던 감정이 분노로 바뀐 것이다.
딸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했던 결과가 이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그때 잘못을 저지른 딸을 감싸지 않고 계도를 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이 모든 결과가 딸이 아닌 자신의 잘못임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권총을 들어 딸을 겨누었던 총구는 어느새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 총구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있었다.
탕!
“아악!”
총소리가 울리자 리령령은 비명을 질렀다.
엄마와 오빠 내외가 아버지의 손에 죽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그리고 세 사람을 죽인 총구가 자신을 향해 있었다.
총소리에 반사적으로 놀라 비명을 질렀는데, 이상하게 아무런 느낌이 없어 살며시 고개를 들어 본 령령은 자신의 눈앞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가족을 죽이고 또 자신을 죽이려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자살에 령령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죽은 아버지의 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시체를 멍하니 보고 있던 령령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정신을 차렸다.
“여보세요. 공안이죠…….”
령령은 정신을 차리고 공안에 전화를 걸어 조금 전 집에서 벌어진 일을 알렸다.
그리고 령령이 신고한 지 몇 분 걸리지 않아 공안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권력자의 최후 치고는 썩 좋지 못한 말로였다.
◈ ◈ ◈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미국 백악관은 요즘 연일 NSC(국가 안전보장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연일 충격적인 이슈로 인해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중동에 이어 제2의 화약고로 평가를 받는 동북아시아에서 또다시 대형 사건이 터진 것이다.
아직 한국이 한반도를 통일한 것에 대한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이 한반도에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과의 문제에서는 미국이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중국이 한반도에 욕심을 내는 것은 미국으로서 좌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중국이 한반도를 수중에 넣게 된다면 미국으로서 안보전략에 상당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국은 미국의 안보전략상 무척이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다.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한국이 있는 한반도였기 때문이다.
조용한 가운데 이들이 보고 있는 전면 화면에 위성을 통해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음, 상당히 많군! 도널드 국장! 한국군의 전력으로 저들을 막을 수 있겠나?”
존 슈왈츠 대통령은 화면에 보이는 중국군의 규모를 보며 도널드 더크 CIA국장에게 질문을 하였다.
“저희가 취득한 정보에 의하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압록강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병력은 한국군 최정예 기갑사단인 2기갑사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저들이 중국의 두 개 집단군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못 막는단 말인가?”
질문을 받은 CIA국장이 대답을 하려고 하였지만 너무도 긴 설명에 존 슈왈츠 대통령은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에 말을 자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런 대통령의 질문에 도널드 국장은 차분하게 대답을 하였다.
“지형을 이용해 한차례 방어는 할 수 있겠지만 힘들 것이란 판단입니다.”
“음…….”
CIA국장인 도널드의 답변에 슈왈츠 대통령은 작게 신음성을 흘렸다.
“지금 주한미군은 어디에 주둔하고 있나?”
이미 중국 심양군구 병력이 이동을 한다는 정보를 취득하고 주한미군을 한국군을 돕도록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그렇기에 현재 주한미군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주둔 위치를 물어 오자 리지 오스왈도 국방장관이 보고를 하였다.
“현재 주한미군은 평양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교전이 벌어진다면 10분 내에 공군이 지원을 할 것이고, 지상군은 1시간 정도면 한국군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리지 오스왈도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이 현재 주둔하고 있는 지역과 압록강에서 중국군과 한국군이 교전을 벌였을 때 지원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하여 답변하였다.
그런 국방장관의 보고에 슈왈츠 대통령이 뭔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이 말을 하였다.
“이봐, 리지 장관.”
“네.”
“만약 중국과 한국이 교전을 벌인다고 했을 때, 공군의 출동을 조금 늦췄으면 하는데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립니까?”
리지 오스왈도 국방장관은 국무장관인 리노 레이놀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는데, 출동을 늦추라니 그게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어 되물었다.
그런 국방장관의 물음에 리노 레이놀즈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요즘 한국이 너무 기가 살아 있는 것 같으니 이번 기회에 기를 좀 죽여 놓는 것이 어떤가 하는데 말이야…….”
“그게 좋겠습니다.”
리노 레이놀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추종자인 아서 헤밀턴 NSA국장이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국무장관의 말에 여러 NSC위원들이 동조를 하였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요즘 한국이 자신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생각에 한번 기를 죽여 놓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존 슈왈츠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리노 레이놀즈와 노선은 다르지만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한국은 꺾일 필요가 있었다.
계속해서 독자적으로 행동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한국이 요즘 들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슈왈츠 대통령도 방금 전 국무장관의 말에 찬성을 하였다.
하지만 모두 찬성하는 가운데 국방장관 리지 오스왈도만은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구겼다.
그런 국방장관의 모습에 리노 레이놀즈는 자신의 말에 인상을 구기고 있는 리지 오스왈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지 장관은 내 말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나?”
같은 장관이지만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은 그 직위의 무게가 달랐다.
그렇기에 리노 레이놀즈는 자신의 말에 싫은 표정을 하고 있는 리지 오스왈도 국방장관에게 쏘듯 질문을 하였다.
그런 리노 레이놀즈의 질문에 리지 오스왈도 국방장관은 어금니를 깨물며 대답을 하였다.
“아무리 국익도 좋지만 대국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동맹인 한국에 벌써 몇 차례 실례를 하였습니다.”
리지 오스왈도 국방장관은 리노 레이놀즈 국무장관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존 슈왈츠 대통령을 보며 말을 하였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다름이 아니라, 올 초 플라즈마 실드 발생장치를 취득하기 위해 CIA를 이용한 비밀 작전과, 중국이 비밀리에 북한을 지원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을 힐책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하고도 한국에 알려 주지 않은 것을 빗대 말을 하는 것이다.
입으로는 동맹이라고 떠들면서 행동은 그렇지 않은 이들 수뇌부의 모습에 국방장관으로서 회의감이 든 그녀는 가슴속에 생각했던 내용을 그대로 말을 하였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NSC위원들과 대통령의 표정도 그리 밝지 못했다.
요즘 들어 부쩍 자신들이 장사꾼이 된 것처럼 국익이란 미명 아래 그런 행동들을 했던 것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조국 미국을 위한 행동이라면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여도 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말에도 어떤 말을 하지 않는 위원들을 보며 리지 오스왈도 국방장관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표정이 굳었다 풀렸다.
‘여기까지다. 내가 생각했던 조국은 이렇게 비겁하지 않다.’
리지 오스왈도는 그렇게 비겁하게 자신의 욕심을 조국애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하는 현 정부 지도부의 행동에 회의감을 느끼며 그만 자리에서 물러날 결심을 하였다.